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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돌아온 4 · 16 우리는 안전해졌나 공상 없는 현장 만들어 보려고요 기획 1588-3088로 작업중지 기획 심야노동과 서비스 정신 통권 135호 2015년 4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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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지 일터. 특집 : 돌아온 416 우리는 안전해졌나 - 세월호 1년, 정부의 안전대책 평가 - 세월호 참사가 남긴 노동안전과제 - 안전은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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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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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돌아온 4·16우리는 안전해졌나

공상 없는 현장 만들어 보려고요

기획 1588-3088로 작업중지

기획 심야노동과 서비스 정신

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135호

2015

년 4월

한국

노동

안전

보건

연구

소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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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s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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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1월 3일, 체코 오세그의 넬슨 탄광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갱 안에서 일하던 151명 중 4명만이 탈출했고, 추가로 구조된 건 5 명뿐이었

습니다. 결국 142 명의 광부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1930 년대 경제 공황을 핑

계로 회사는 기본적인 안전보건 규칙을 무시했고, 당국은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사고로 생긴 가스가 지하에 고여 있던

바람에 5 개월 뒤에 2 명의 광부가 추가로 사망하기까지 했습니다.

자본과 국가가 생각하는 안전과 생명의 가치, 그들이 유가족에게 던지는 모

욕과 폭력은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며 계속 되풀이됩니다. 이 도돌이표 사이

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삶이 꺾여버리고, 남은 사람의 마음은 짓이겨져

피가 흐릅니다. 이 잔혹한 되풀이를 우리가 여기서 멈추어야 할 텐데, 해답과

길이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답은 보이지 않아도 그 시작은 결국 맞

잡은 우리의 연약한 손이 될 겁니다.

일터가 현장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담기 위한 꼭지를 늘리고, 편집도 읽기 쉽

게 달라졌습니다. 우리 주변의 세월호를 멈추기 위해, 여러분과 마주 잡으려

고 내미는 손입니다.

독자에게

오세그의 탄광과

광화문 사이

상복을 입은 오세그의 과부들이/ 프라하에 와서 말했네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 주세요 여러분/ 오늘 아무것도 못 먹은 이 아이들을!

아이들 아버지가 당신들의 탄광에서 죽었으니까요”

“어떻게 해보지”라고 프라하의 나으리들은 말했네

“오세그의 과부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상복을 입은 오세그의 과부들이/ 경찰의 무리와 부닥쳤네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 주세요 여러분/ 오늘 아무것도 못 먹은 이 아이들을!

그러자 경찰 나으리들은 총알을 장전했다

“이렇게 하지”라고 경찰 나으리들은 말했네

“오세그의 과부들에게 이것이나 먹여주지”

상복을 입은 오세그의 과부들이/ 한밤중에 거리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어떻게 해 줄 것이다 이 수도에서!

그리고 때는 11월이었다/ 눈이 펑펑 내렸다 진눈개비에 섞여

“이렇게 하지”라고 눈이 말했네

“오세그의 과부들에게 눈이나 듬뿍 내려주지”

브레히트, 오세그의 과부들을 위한 발라드(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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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세월호 1년 노동안전 1년

1년이 다 됐지만, 세월호 참사는 현재진행형이

다. 사회적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안전사회를 향한 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

1년간 정부가 내놓은 안전 대책과 시민 사회가

제기한 안전 과제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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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세월호 1년 노동안전 1년

안전을 기업에 맡긴다?

세월호 1년,정부의 안전대책 평가

세월호 참사가 남긴 노동안전 과제

안전은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의 권리

존엄과안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김혜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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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돌, 밥, 이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1588-3088로 작업 중지

현대 다이모스 지회

시간의 재구성_노동시간 에세이

심야노동과 서비스 정신

문화읽기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유노무사 상담일지

'위장도급' 판정을 받았는데

집단해고를 당하다니?

일터 다시 보기 52

'일터 다시보기'에 다시 임하는 소박한 자세

이러쿵저러쿵

다시 맞는 4월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일터에서 일터로

차례

노동안전건강뉴스

지금 지역에서는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해

수원시민 공동행동에 나서다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공상 없는 현장 만들어 보려고요!

금속노조 SJM지회 이주일 노안부장 인터뷰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노동조합이 움직이면 승인률이 올라간다

근골격계질환 산재 신청

현장의 목소리

길었던 여정의 마무리, 그리고 새로운 출발

동희오토 황재민 씨 산재인정투쟁 승리와

지회의 계획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미디어로 운동하자?

미디액트 활동가 개미 인터뷰

연구리포트

누구를 위해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존재하나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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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서울대병원 사망 노동자,

업무과로로 인한 산재

지난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자택에서 사망한 서울대병

원 조리사의 유가족이 3월 18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

재해를 신청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

병원분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조리사 나 모씨(45세)씨

는 퇴근 뒤 자택에서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나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같은 달

15일 숨졌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나씨는 제

대로 쉬지 못하고 연장근무와 특근을 반복하다가 쓰러

졌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나씨는 사망 전 5개월 동

안 새벽근무를 반복했다. 분회는 장기간 새벽근무와 연

장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을 급성 심근경색 발병 원인으

로 보고 있다. 분회는 2011년부터 아랍권 환자를 위해

할랄 음식을 도입한 것도 노동강도를 높였다고 주장했

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하는 음식을 뜻한다.

'할랄'식 메뉴에는 재료도 제한될 뿐 아니라 도축 방식

에서도 피를 완전히 빼야 하는 등 조건이 붙는다. "할랄

식 조리 과정이 복잡한 만큼, 급식영양과는 인원 부족

에 시달렸다"고 서울대병원 노조는 덧붙였다. 서울대병

원에서 할랄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조리사는 49명 중

2~3명에 불과하다. 사망한 나씨도 할랄 음식 조리를 맡

았다. 분회는 “49명의 조리사가 1천150명의 식사를 책

임질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랍권에서 온 환

자까지 늘어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나씨가 사망하기 몇 달 전부터 새벽근무와 특근으로

피로를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회는 “병원에서

과로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는 없어야 하는 만큼 인

력충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임상혁 원진재단부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과 신동희 녹색병원 의사는 고

인의 업무관련성 평가 소견서를 통해 "평소 기저 질환

이 없던 고인이 과중한 업무량, 만성적 스트레스, 교대

근무, 연장 근무 등에 노출된 뒤 갑작스러운 심혈관계

질환을 얻었다"며 산재일 확률이 높다는 의견을 내놨

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에 대한 산재

를 승인하고, 서울대병원은 환자와 노동자를 위해 노동

조합의 인력 충원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리 장영우 선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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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사업장 노동자

'석면 피해자' 인정

보일러 설치공, 가내수공업 등 직업적 연관성은 인정되

지만 산재로 인정받을 수 없었던 영세사업장 일용직 노

동자 3명이 부산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직업성 석면 피해

자로 인정받았다.

양산부산대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센터장 강동묵)는

"지난해 부산지역에서 1천700명에 대한 건강영향조사

를 실시한 결과 12명이 석면피해자로 인정받았다"면서

"대부분은 연산동, 장림동 등 과거 석면공장 인근의 거

주자들이지만 3명은 건축일용직 등 직업성 석면피해자

들"이라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거주지가 조사 대상 지역에 포함돼 조사받는 과

정에서 석면폐증이 발견됐는데 환경 영향보다 직업에

의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판단돼 직업성 석면피해자로

인정받았다.

14년간 슬레이트 건물 철거 일을 했던 70대 건설 일용

직 A 씨는 건강영향조사 과정에서 석면폐증이 발견돼

석면피해판정위원회로부터 석면 피해를 인정받은 경우

다. 50대인 B 씨는 지난 1970~80년대 7년 정도 보일러

배관공으로 일했던 것이 원인이 돼 석면폐증에 걸렸고

지난해 검사에서 발견돼 지난 1월 석면 피해를 인정받

았다. 70대 C 씨는 석면 가내수공업을 했던 것이 원인

이 돼 석면폐증에 걸린 경우다. C 씨는 남편이 광산에서

돌을 캐어오면 돌에서 실을 뽑아내는 형태의 일을 했다.

C 씨는 남편까지 얼마 전 석면 질병인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재로 직업성 석면 피해를 인

정받으려면 산재보험 대상 작업장에서 일해야 해 일용

직이나 영세 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구제받지 못하는 경

우가 많았다.

강동묵 석면환경보건센터장은 "산재에서도 인정해 주지

않는 걸 인정해 줬다는 점에서 이번 직업성 석면 피해

인정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과거 석면 방직공장

에서 일했거나 건설 일용직, 선박 수리와 해체, 브레이

크 제조 공장에 일했던 이들 또는 그 가족은 언제라도

센터에 와서 무료 건강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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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상급병실·선택진료도

산재 요양급여 가능

이달부터 상급병실을 사용하거나 선택진료를 받는 산

재노동자도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 차액분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고용노동부는 산재노동자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재활

치료를 지원하기 위한 산재보험 요양급여 산정기준을

개정해 4월부터 적용한다고 3월 31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위중한 산재노동자가 1~3인실이나 특실 등 상

급병실을 사용할 경우 일반병실(4인 이하)과의 차액을

돌려받도록 한 급여 산정기준이 완화된다. 지금까지는

산재노동자가 치료받는 병원에 중환자실이나 격리실이

없어서 상급병실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차액을 돌려받

을 수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병원에 중환자실·격리

실이 있더라도 여유병상이 없어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을

사용할 경우에도 차액이 지급된다.

또한 선택진료에 따라 추가비용을 내야 하는 항목 중

수술·마취·진찰(한방 포함)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를 제외한 방사선특수영상진단은 산

재보험 요양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근로

복지공단이 업무상재해 판단이나 장해판정을 위해 진

찰을 의뢰하는 경우만 요양급여 범위에 포함됐다. 개정

안이 시행되면 4개 항목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이 원해

서 선택진료를 받아도 추가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일반진료 자기공명영상(MRI)의 경우 촬영 부위와 상관

없이 급여가 적용된다. 종전에는 관절부위 촬영만 산재

보험 요양급여가 인정됐다.

재활의사를 포함해 전문가 4명 이상이 참여하는 재활

치료팀 회의, 외상성 뇌손상 환자나 실어증 환자의 검사

에도 요양급여가 새롭게 적용된다. 관절의 가동범위를

측정하는 검사는 한 달에 한 번만 요양급여가 지급됐는

데, 앞으로는 팔·다리·머리 부위별로 월 한 번씩 검사

해도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다리가 부러졌

을 때 통원치료 기간에만 지원하던 목발은 질병명이나

입·통원 구분 없이 요양기간에는 부상·질병 상태에 따

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산재 근로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

기 위해 점차적으로 산재보험 요양급여 산정기준을 확

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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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분포 지도'

환경부 공개 미뤄

환경부가 올해 초로 계획했던 전국의 자연 석면 분포 실

태를 담은 석면지질도 인터넷 공개를 연말까지 미루기

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석면안전관리법과 시행령은 토양이나 암석 등에 분포하

고 있는 자연 석면에 의한 주민 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의 자연 석면 분포 현황을 담은 석면지질도를

작성해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

라 환경부는 2011년 자연 석면이 특히 많이 분포된 충

청권 석면지질도를 완성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4억여 원을 들여 호남권을 제외한 4개 권역의 석면지

질도를 완성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2013년까지 완성

된 석면지질도의 비공개 문제가 불거지자 이 지질도를

올해 초 인터넷에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

의 불안감과 관광 사업 등 지역 경제 피해 우려를 제기

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요청을 이유로 공개 계획을

연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9월까지 방안을 마련해 연말 전에 공

개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석면광산이 많이 존재하는 지역의 경우

자연 발생 석면 문제가 심각한데도 석면지질도 공개를

늦추는 것은 석면노출 문제를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

다고 지적했다.

여수산단 아이씨케미칼

반응기 폭발해 3명 부상

3월 17일 오후 9시58분 경 전남 여수국가산단 내에서

세제원료 등을 생산하는 아이씨케미칼에서 반응기가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한

모씨(34)등 직원 3명이 타박상을 입었으며, 공장 건물

일부가 파손됐다.

소방당국은 산화에틸렌을 이용해 계면활성제를 만들어

내는 반응기에서 압력이 너무 높아져 폭발이 발생한 것

으로 보고 있다. 계면활성제는 액체 표면에 달라붙어 표

면의 활성을 크게 하고 성질을 급격히 변화시키는 물질

로 세제, 화장품, 공업용품 원료로 쓰이고 있다. 반응기

에 사용된 산화에틸렌은 열, 불꽃, 화염, 마찰, 충격, 오

염에 의해 쉽게 점화하고 폭발위험성이 높아 사고대비

물질로 규정되어 있는 물질로 호흡기 흡입 시 구토, 두

통, 폐부종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여수산단은 1967년에 조성됐다. GS칼텍스(당시 호남정

유)가 1969년 공장을 준공하며 석유 화학 업체들이 대거

입주했다. 지난 1월 LG화학 여수공장에서 포스겐 누출로

5명이 부상당하는 등 노후된 시설로 인해 위험물 관련사

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 업체들이 많이 입주해

있는 여수산단의 특성상 한 번의 화재가 자칫 대형사고

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

설 노후화와 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업체가 많다는 것을

고려한 정부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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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새누리당 경기도당 앞에서 세월호 참사

수원시민 공동행동의 주최로 ‘세월호 특별법 시행

령(안) 규탄 및 세월호 1주기 추모 사업 계획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수원 목회자연대 이종철 목사는 여는 발언을 통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250명의 꽃망울과 같은

아이들이 학살되듯 한꺼번에 사라져버린 세월호의

아픔이 1주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 희

생자 가족은 물론, 많은 국민에게 지난 참사의 고

통과 아픔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앞으로 우리 사회

가 나아가는 길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종철 목사는 “부정으로 탄생한 박근혜 정권

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잔인하

고 무정한 정권”이라고 꼬집으며 “세월호 참사 진

상규명을 위한 길이 험난하고 많은 방해가 있다

할지라도, 어렵게 탄생한 세월호 특위호가 목적지

까지 순항해서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과 피해자

들의 보상은 물론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까지

끊임없이 이 정권을 귀찮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만들자”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다산인권센터 안병주 상임 활동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못지않게 참사 당시 화물차를

잃어버려 생계수단이 없는 노동자들이 트라우마를

견디다 못해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했는데 보상은커녕 아무런 사회적 지

원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오는 4월 16일 박

근혜 정부가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민 안전다짐 선

포대회를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급하게 해야 할

것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그것

지금 지역에서는

재현 선전위원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해수원시민 공동행동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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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장 큰 추모이고 애도일 텐데 이런 문제는 제

쳐 놓고 안전다짐 선포대회를 하겠다는 박근혜 정

부를 보며 비통한 심경”이라고 밝혔다.

수원 시민단체협의회 이성호 대표는 “사회자 말씀

처럼 형을 따라 자살하겠다는 유가족, 가족이 함

께 타던 자가용의 빈자리 때문에 마음이 아파서

이제는 그 차를 타지 못하겠다는 가족이 있는데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우리 불쌍한 아이들을

교통사고쯤으로 치부하는 못된 짓을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더는 박근혜 정권을 믿을 수도

신뢰할 수 없는 수원지역의 시민·사회 50여 개 단

체가 모여 직접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겠다

고 결의했다.

수원진보연대 임지은 대표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을 외치는 유가족들에게 박근혜 정권은 종북

이니, 보상만 받으려고 한다는 등 사실을 왜곡한

데 이어 이제는 기만적인 시행령으로 진실 규명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은 물론 새누리당 또한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세월호 선체 인양에 힘쓰고 시행령을 막을 수 있도

록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월호 참사 수원시민 공동행동 기획단장 정종훈

목사는 “세월호 참사 가족의 아픔과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수원의 시민·사회단체는 4월 13일부터

18일까지를 세월호 참사 추모주간으로 선포하고

이 기간에 세월호의 진실규명과 추모를 위해 우리

의 모든 행동을 함께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5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수원시민 행동은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위한

1,000명의 수원 약속 지킴이 조직을 비롯해 시행

령 폐기 및 인양 촉구를 위한 서명 운동, 수원역

합동 분향소 운영 등을 통해 정부가 제출한 세월

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철회하고 세월호 참사 진

상규명을 위한 힘을 모아낼 예정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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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97년 10월 SJM에 입사한 이주일 노안부장은 어느덧 입

사 18년 차다. 조합에서는 지난 4년 동안 대외협력부

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장 경험이 많지만 그런 그도

이번 8기 집행부에서 첫 노안 활동을 시작하려고 보

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를 못 낼 정

도였다고 했다.

“우선 일이 많기도 하고, 전임 노안 간부들이 노하우

는 있는데 자료로 정리해두거나 그러지 않아서 배우

는 것 자체가 어려웠죠. 근데 신경을 안 쓰면 일이 없

는 게 또 노안이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신경을 써서 하

다 보면 아주 사소한 거지만 크게 변하는 게 노안 활

동이고.”

사전예방에 중점을 둔 활동

SJM 현장은 (공상) 산재 환자에 대한 처우가 좋은 편이

공상 없는 현장 만들어 보려고요!금속노조 SJM지회 이주일 노안부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사진 출처 금속노조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는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노동안전(노안) 활동가들을 만나, 현장노안활동과정에서 겪는

고충과 고민지점은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정보는 무엇이 있는지 들어보고자 기획했다. 이번 「일터」가

처음으로 만난 노안활동가는 금속노조 경기지부 SJM지회 이

주일 노안부장이다.

라고 한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이주일 노안부장은

아무리 공상 처리를 좋게 잘 해줘도 산재가 사전에 예

방되고 있지 못하는 점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저는 산재를 사전에 예방하는 문제가 핵심이라고 생

각했어요. 직접 교안을 만들어서 조합원 안전교육을

하고 토론도 하게 하면서 현장에서 작은 실천이라도

하도록 했어요.”

“안전과 생산이 마치 물과 불의 관계 같더라고요. 현장

과 회사 모두 그 선을 넘으려고 하지 않고. 그러다 보

니 사고가 반복되죠. 사전예방문제를 강조하면 조합원

들도 ‘네가 무슨 관리자냐!’는 반응이 돌아왔죠.”

그래도 이주일 노안부장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3개월 내내 현장 안전점검하면서 교안을 만들 한 달

동안 조합원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전엔 월에 2시간을 통으로 했는데 이것도 부서별, 반

특성별로 나눠서 하고 토론하게 하고 가령 작업대에

Page 13: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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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올려놓지 않겠다든지 등 실천을 이끌어내려고

했죠. 그러던 중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조합원 자

신도 안전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고요.”

조합은 당번을 정해 세월호 참사 이후 계속해서 광화

문 농성장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공상없는 현장 만들기

올해 조합은 공상 없는 현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

고 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공상 산재 환자에 대한 처우가 좋

은 편이에요. 가령 산재가 안 돼도 70%의 휴업 급여를

받고, 9개월까지는 상여금도 받을 수 있어요. 플러스알

파까지 다하면 임금의 120% 정도를 받는 거죠. 그러

다 보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더 많이 받게 되고,

공상을 못 받아먹으면 바보 소리를 듣고 현장 조직력을

해할 정도로 우려되는 일들이 수면으로 떠올랐죠.”

조합은 고심 끝 공상 없는 현장을 만들자는 기치를 세

웠다. 더불어서 노안부장의 전임을 요구하기로 했다.

“제가 해보니까 노안활동은 전임을 해야 하겠더라고

요. 그래서 타임오프랑 관계없이 노안부장 전임배치를

요구하게 되었죠.”

지난 3월 26일 조합은 이와 같은 내용으로 산보위를

개최했다.

공상 없앤다니 회사가 되레 말려

한편, 산보위 준비 과정에서 조합이 어렵게 얻어낸 걸

스스로 내려놓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주일 노안부장의 생각은 확

고했다.

“지금은 사고성 산재가 일어나도 귀찮다는 이유로 산

재신청을 안 하고 공상처리 하려고 해요. 아니면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나중에 몸이 아파도 공상 받으면 되

니까 한 푼이라도 벌자는 생각인 거죠. 그럴수록 조합

원들의 안전의식은 저 멀리 가는 거죠. 이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이주일 노안부장은 이번 산보위에서 보인 회사의

태도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확

신했다.

“회사에서 좋은 제도가 있는데 조합이 이걸 왜 내려놓

으려고 하느냐고 오히려 말리는 거예요. 회사는 지금

처럼 대충 돈으로 산재 문제를 은폐하고 때우고 싶은

거죠. 현재 산보위에 공상을 줄이고, 산재 신청을 독려

하기 위한 안을 제출해놨어요. 사업주가 산재에 협조

하고 날인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요.”

만약 회사가 노조에 협조하지 않고 사업주 날인을 거

부하면 회사는 기존 공상 처리했을 때에 상응하는 대

책을 세워야 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주일 노안부장

은 이 점을 꼭 이야기 싶다고 했다.

“조합원 교육시간에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어요. 안전

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아무리 단협에서 좋은

거 따내면 뭐합니까. 몸은 골병이 들었는데. 노동자들

이 건강해야 건강한 노동조합, 건강한 SJM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속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신념을 갖고 앞으로 활동할 겁니다!”

SJM은 어떤 회사인가?

자동차, 플랜트 사업부로 나뉜 사업장으로 자동차를 비롯해

선박 등에 들어가는 ‘벨로우즈’를 생산하는 회사다. 벨로우즈

란, 엔진의 소음을 감소시키고 진동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벨로우즈가 부착되지 않으면 시판할 수 없을 정도

로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SJM은 약 70%의 국내 시장 점유

율을 기록하고 있고 자본 투명성 또한 굉장히 건강한 회사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중국을 비롯해 사우디, 멕시코 등 해외

공장을 넓히는 추세다.

일터

Page 14: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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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노동조합이 움직이면 승인률이 올라간다

근골격계질환 산재 신청

'사고성 재해'와 '업무상 질병'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재 요양을 신청하는 경우에

는 사고성 재해냐 업무상 질병이냐를 제일 먼저 판

단한다. 특정한 사고로 발생했는지, 사고와 골병이

같이 있는 경우인지, 사고 없이 발생한 근골격계질

환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실제 재해 발생 경위와

의사 소견을 듣고 판단한다. 한 번의 사고로 발생

하기 어려운 질환을 사고성 재해로 신청하면 승인

이 어렵다.

사고성 재해로 신청하면 지사에서 사고 경위를 확

인하고 자문의의 소견 조회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사고성 재해가 승인이 쉽다고 하지만, 진

단과 관련된 구체적인 재해 경위를 입증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근골격계질환으로 요양신청을 한 경우에는 근로복

지공단에서 재해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업무상 질

병 판정위원회에 제출해서 업무관련성을 판정한

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 내용

산재 신청을 하면 진단이 무엇이냐, 얼마나 정밀한

검사로 진단을 했나, 얼마나 심한 질병이냐가 신경

쓰인다. MRI라도 찍으면 산재 승인을 더 잘 받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

업무관련성 평가에서 더 중요한 것은 ‘작업 내용’이

다. 허리 질병이면 중량물을 운반하거나 밀고 당기

는 작업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어깨 질환이면 팔이

나 어깨를 들어 올리고 하는 작업인지, 반복적으

로 잡아채는 작업처럼 반복성과 힘이 동시에 작용

하는지가 중요하다.

재해자와 노동조합에서 함께 검토해서 작업 자세

와 내용을 잘 기술하고 동영상이나 작업 사진을

첨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재해자가 했던 작업

을 평가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보고서를 활용

할 수도 있다.

작업 내용을 파악할 때는 현재 혹은 최근에 하고

있는 일 뿐 아니라 최소한 지난 10년간 했던 일은

모두 포함한다. 작업관련성 근골격계질환 자체가

일상 안전보건활동의 원칙,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팁, 지나치기 쉬웠던 정보들을 나누는 2쪽짜리

<안전보건활동 참고서>를 펴냅니다. 현장에서 궁금하던 내용, 듣고 싶은 정보, 마음 속에 품어왔던 질문

[email protected] 으로 보내주시면 함께 나누겠습니다. 이번 달 <안전보건활동참고서>에는 SJM 이

주일 노안1부장, 두원정공 손상기 노안부장, 김형렬 직업환경의학전문의가 도움을 주셨습니다. 선전위원회

Page 15: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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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질환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

부담이 몇 년간 지속됐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퇴행성이라서 산재가 안 된다구요?

근골격계 질환은 증상 치료를 위해 방문한 정형외

과 등에서 먼저 진단을 받게 된다. 진단 당시 의사

가 ‘퇴행성’ 질환이라고 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산재

신청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퇴행성’ 질환이라는

것은 업무 때문이든 아니든 오랜 시간에 걸쳐, 많

이 사용해서 발생했다는 뜻일 뿐이다. 업무관련성

근골격계 질환은 많은 경우 수년간 근골격계 부

담 작업을 한 결과가 누적되어 발생한다. 어떤 일

을, 몇 년간 해왔으며 그 부담이 이 퇴행성 질환의

발생이나 악화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를 판단

하는 것이 산재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관련성

평가 과정이다.

요양신청서부터 재해조사까지 직접 참여하자

진단서만 회사 담당자에게 내고, 이후 신청부터 판

정까지의 절차를 맡겨 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요양신청서를 쓸 때부터 재해조사와 승인 및 이후

정리까지 재해자와 노동조합이 직접 참여해야 앞

서 말한 자세한 업무 내용 평가가 제대로 담길 수

있다. 또, 이 과정은 산재 발생의 원인을 노동조합

이 스스로 짚어본다는 측면에서, 예방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재해조사를 나왔을 때에도 반드

시 노동조합, 재해자가 참여해서 회사 담당자까지

모두 함께 현장 조사를 한다. 이 때 재해조사 담당

자가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더라도, 노동조합

과 재해자도 사진이나 동영상을 따로 찍어서 제출

한다. 재해조사 전문가가 조사한다 하더라도, 부담

이 되는 작업을 놓치거나, 간혹 중요한 자료가 공

단이나 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누락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같은 업무를 하는 동료 노동자 중 유사한 질환이

있는지, 산재 승인 받은 적이 있었는지도 확인하고

이 내용도 추가로 제출한다.

직업환경의학 의사 도움받기

모든 산재 신청에 반드시 직업환경의학 의사 소견

서가 필요하지는 않다. 신청 상병과 관련된 근골격

계 부담 작업이라는 점이 비교적 명확하고 이를 뒷

받침할 자료가 충분히 준비됐다고 생각되면 업무

관련성 소견서 없이 신청해도 된다.

그러나 업무 내용과 상병 사이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거나, 불승인 이후에 재심이나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제3의 직업환경의학 의사를 찾아 자문

을 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때에도 업

무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요양 결정 이후에도 남은 일들

산재가 승인된 경우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에 반

영하고 회사에 개선 대책을 요구한다. 산재 신청이

일반화되지 않은 사업장에서는 한 건의 승인이라

도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교육해, 작업장의 건강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활용한다.

혹시 불승인된 경우에는 불승인 사유를 꼼꼼히 챙

기고 정리해둔다. 이후 산재 신청 과정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도 있고, 적절하지 않은 불승인에

대해서는 집단적인 대응을 고민할 수도 있다. 불승

인 사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 경우 직업환경의학 의

사의 조언을 다시 구하거나, 자료를 보완해서 재심

을 청구하거나 재판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일터

Page 16: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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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민 씨 산재사건 경과 재조사 결정 이후

보령지사 면담을 통해 전면적인 재조사가 결정된

이후 지회는 일체의 관련된 자료를 제출했다. 동희

오토 의장라인의 편성효율, 타 공장과의 노동강도

비교, 열악한 작업환경 및 스트레스에 대한 증거자

료와 진술서, 사고 당일 현장 온도와 식당 온도에

대한 증빙 자료, 사고 정황에 대한 진술서 등 상당

한 분량의 자료가 준비되었고 여기에 의학적 소견

들이 추가로 준비되었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부

터 업무 연관성이 있다는 소견을 확보하고 내과 전

문의로부터는 기존의 심부전 진단이 의증에 불과

하다는 소견을 확보했다. 과거 정상소견을 보인 검

사기록도 추가했다.

이후 해당 하청업체인 대신기업에 대한 현장조사

를 거쳐 질병판정위원회가 열렸다. 이 과정에서 지

회는 노동조합의 공식적인 참여를 보장받고자 많

은 노력을 했지만 끝내 관철하지는 못했다. 현장조

사 과정에서는 금속노조 조합원을 현장에 들여보

낼 수 없다는 사측의 결사적인 반대가 문제였고,

최진일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사무장

길었던 여정의 마무리, 그리고 새로운 출발동희오토 황재민 씨 산재인정투쟁 승리와 지회의 계획

현장의 목소리

뇌경색 발병, 야간 중식시간에 식당에서 쓰러짐

산재 최초요양신청 불승인

(사측 종용으로 증빙자료 없이 졸속처리)

산재 심사청구 불승인

부인 김려화씨 공장 앞에서 아이 업고 1인 시위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와 만남

산재 재심사 청구 최종 불승인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투쟁 돌입

산재 행정소송 접수

사측과 보상 합의,

대신기업이 보상금 지급과 산재 협조 약속

근로복지공단과 담판, 재조사 결정

대신기업 현장조사

근로복지공단 대전질판위원장 면담

대전질판위 항의방문 (노조참여보장 요구)

대전질판위에서 산재로 승인

2013년

7월 19일

8월 18일

2014년

5월

5월 20일

6월

7월 1일

7월 15일

9월

12월 4일

12월 11일

2015년

1월 9일

2월 9일

2월 16일

2월 23일

Page 17: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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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판위에서는 ‘본인과 가족, 법정대리인이나 관련

전문가’만이 참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는 규정

이 문제였다. 불합리한 똥고집을 부리는 사측을 통

제할 규정은 없지만, 노동조합의 참여를 가로막을

규정은 넘쳐났다.

1년 7개월 만의 승인

질병판정위원회는 결국 기존 판정을 번복하고 황

재민 씨의 뇌경색을 산재로 인정했다. 주당 60시간

을 넘지 않았지만 주야 맞교대로 인한 만성 과로

가 인정되었고, 추가 제출된 의료기록으로 기왕증

이 부정된 것이 핵심적인 이유였다.

“과로의 인정기준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은 확인되

지 않으나, 심방세동과 심부전에 대한 의무기록이

명확하지 않아 기왕력으로 확진하기 어려워 신청

상병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근거가 미약하고, 온

도, 조도, 소음 등의 근무환경, 높은 업무편성률,

신청인의 주야맞교대 근무형태 특히 주간근무에

비하여 더 많은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발생시킬

수 있는 야간근무를 주간근무와 동일하게 수행하

여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판

단되어 신청 상병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

정할 수 있다” - 업무상질병판정서 중

당사자인 황재민 씨와 가족들은 그동안의 고통과

좌절을 뒤로하고 삶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

다. 또한 동희오토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여타 완

성차공장보다 월등히 높은 노동강도로 만성적인 과

로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산재가 은폐되어 온 동희오토의 현

실이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산

재승인에 박수를 보냈고 끈질기게 싸우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희망은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했다.

지회는 비참한 현실을 바꾸어 내고 새롭게 민주노

Page 18: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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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 영향력을 확대할 일말의 가능성을 획득했다.

이제, 원인과 싸워야 할 때

황재민 씨 사건은 비인간적인 노동강도로 인한 산

재였고 일단 이번 승인으로 재해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회사와 공단이 지도록 만들었다. 이제 남

은 것은 다시는 현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

도록 예방하는 것, 그리고 노동자들이 더 건강하

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지회

는 황재민 씨 사건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 산재인정을 중심으로 하는 건강권 확보투쟁

을 벌이기로 했다. 근골격계 질환이 동희오토의 노

동강도 문제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사안인 동시

에 지금 당장 가장 많은 노동자가 고통을 겪고 있

는 지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황재민 씨 사건이 처음으로 겪어본 산재 사건인 지

회에는 너무나 커다란 과제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과 함께 건강권과 산재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해결능력을 키우는

일부터 시작했고, 황재민 씨 산재 투쟁의 과정에서

아낌없이 힘을 보태준 한노보연 동지들이 여전히

함께 해주고 있다.

단계론적 사고를 뛰어넘는 돌직구를 던져보자!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는 1,500명 공장에서 단 6명

의 조합원만으로 이루어진 극소수노조다. 단체협

상은커녕 전임자조차 하나 없이 전 조합원이 주야

맞교대 근무를 하고, 그 와중에 잠을 줄여가며 노

동조합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지회에 앞으

로의 근골격계 투쟁, 건강권 쟁취투쟁은 어찌 보

면 무모한 도전이다. 그동안 민주노조의 깃발을 세

근골격계 통증 치료를 위한 테이핑 요법 교육 중인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

Page 19: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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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사수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시간을 보냈고,

전원 해고와 장기간의 복직 투쟁을 거치면서 건강

권의 문제는 어느새 지회 시야 밖으로 밀려나 있었

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

었고 노동조합을 안정화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산

재 문제는 우리도 남들처럼 ‘번듯한’ 노동조합이 된

후에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왔다. 그

래서 우리는 황재민 씨와 가족들에게도 몇 번이

나 이런 말을 했다. ‘노동조합이 힘이 없어서 뭐 하

나 장담할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합니다.’ 라고. 그런

데 연대해준 동지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이렇게 물

었다. ‘번듯한 정규직노동조합들은 이제 이런 투쟁

않으려고 하는데, 왜 그럴까요?’ 아직 정답을 찾지

는 못했지만, 어쩌면 당장 눈앞에 두개골이 함몰되

고 좌반신이 마비된 황재민 씨의 처절한 모습이 우

리가 ‘번듯한’ 노동조합에 대한 허상을 깨고 ‘닥치

고 투쟁’하도록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지회가 동희오토 현장에 민주노조를

세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도 다름 아

닌 살인적 노동강도의 문제였다. 노동조합을 만든

이유였던 것이 이제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다행히 지회는 황재민 씨 산재인정투

쟁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가두었던 틀을 깨고 투

쟁하고 승리하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가

진 것이 없어서 잃을 것도 없는 6명의 조합원이 어

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이 경험

은 지회의 앞길에 분명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어느덧 우리는 ‘노동조합’에서 ‘노동’보다 ‘조합’이 커져

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부터 동희오토사내하청

지회가 만들어나갈 근골격계 투쟁은 부디 ‘조합’보다

는 ‘노동’에 힘을 싣는 과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황재민 씨 산재인정투쟁

에 함께한 금속노조 충남지부 김창헌 노안부장과 갑

을 오토텍 안재범 동지를 비롯한 충남지부동지들, 금

속노조 노안실장과 한노보연 동지들께 특별한 감사

의 인사를 드린다. 동지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

도 동희오토 본관 앞 무재해현황판을 쇠파이프로

부술지 돌로 부술지 논의하고 있었을 것이다.

산재 승인 후 대전질병판정위원회 앞에 모인 조합원들

일터

Page 20: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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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적대적인 신문 4개가 1,000개의 총검보다 더 무섭다!” 그 유명한 장군, 나폴레옹이 한 말이

다. 자고로 ‘미디어’는 사회적으로 굉장한 영향력을 가진다. TV를 '바보상자'라고 까지 칭하

는 것 역시, 전기통신 기술력 발전과 더불어 일반 대중에 대한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극대화

됐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오늘 만난 개미(별명) 씨는 미디어의 대중적 파급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쉽게, 더 가깝게 사회문제 아니 바로 자신이 봉착한 삶의 문제에 관심을 두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나와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말하게 하기 위한 ‘소통과 참여’를 확산시

키는 일(활동)을 하는 사람이었다.

“영상,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일반 방송사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언시(언론고시)라고 하잖아요. 방송사 PD가 되기 위해 너무 많은 사람이 경쟁하고 있는데,

그 틈바구니에서 제가 합격할 거 같지도 않았어요. (웃음) 게다가 방송국에 들어가면 내가

스물아홉번째 이야기

미디어로 운동하자?미디액트 활동가 개미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사진출처 : 서울 마을미디어 뉴스레터 '마중' 블로그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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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풀어낼 수는 없을 거로 생각했어요. 실제 영상을 만드는 사람은

‘나’인데 데스크에서 원하는 것만 결국 방송되잖아요.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이야기, 많은 사

람과 나눠야 할 이야기들은 묻히고 말죠.”

학생 때 친구 서너 명과 함께 영상제작 동아리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던 때부터 미디어에

대한, 미디어를 통한 열망은 시작되었다. 졸업 직전이던 개미 씨가 학우들과 함께 나누고 싶

었던, 당장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대자보 글을 사람들이 잘 읽지 않는 것 같았어요. 사실 자기 얘기인데도 사람들이 관심이

없잖아요. 대자보가 형식 면에서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람들이 그래도 짧

은 영상은 재미있게 보니까. 6mm 테이프 들어가는 캠코더 있잖아요. 지금은 다 디지털로

바뀌어서 이제는 나오지도 않는 그 캠코더를 친구들이랑 들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만들었죠.

등록금 인상에 대한 거나 학교 안에서 청소 일하시는 미화 노동자들 이야기처럼 대학생들

이 학교 다니면서 직접 겪을 수 있는 주제부터 ‘대학생과 노동자들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같은 조금 더 넓은 주제까지요. 그때가 한창 지식채널-e 프로그램이 떴을 때거든요. 그 컨셉

그대로 가져다가 만들기도 했죠.”

그전까지는 카메라로 뭘 찍어본 적도, 동영상 편집도 해본 적 없던 개미 씨, 학원에서 영상편

집 기술도 배우고 곧이어 본격적인 다큐멘터리 제작 강좌도 들었다. 제대로 배워보니 한 사

안을 심도 있게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겠더란다.

“영상은 아주 직관적인 미디어잖아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는 게 생

각보다 더, 훨씬 더 어렵다는 걸 알게 됐죠. 글쓰기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내 생각도 아주

명확해야 하고요. 다큐멘터리 수업에서 한 사람에 한 편씩 수료 작을 만들었거든요. 20분

안쪽으로 단편작품을 만들어 제출하는데, 저는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주제로 삼았어

요. 주인공은 야간에 편의점 알바하는 청년이었어요. 공장에서 주야 맞교대 하는 생산직 노

동자 얘기랑 게임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친구 얘기도 같이 섞어서 만들었어요. 나름

으로 열심히 했는데 나중에 보니 굉장히 맘에 안 들었어요. 그러면서 느꼈죠. 하고 싶은 얘

기는 이만큼 있는데, 그게 다 글로만 정리되어 있던 생각이었구나, 영상 만드는 건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겠구나 하고요.”

지금은 영상을 ‘직접’ 만드는 일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를 지

향으로 대안적 미디어 활동을 만들어 가는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라는 곳에 속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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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퍼블릭 액세스’란 누구나 직접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그 창작물을 다른 이들과

자유롭게 공유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미디액트>는 이를 누구나 차별 없이 누릴 수 있

는 기본권으로 보장하기 위한 활동해 온 곳이다. 노동자·장애인·이주민·노인·청소년과 같

은 미디어 소외계층 교육부터 공영방송 시청자참여 프로그램 의무편성 법제화, 제작부터 방

송운영까지 시민이 직접 하는 ‘시민채널 RTV’ 설립, 지역 미디어센터 설립 지원 등이 그동안

<미디액트>가 해온 일이다.

“<미디액트>에서 하는 다큐멘터리 제작 수업을 듣다가 인연이 시작되었죠. 웹진도 같이 만들

고, 강의 보조도 하고, 그러다가 정식으로 일하게 된 지는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네요. 저는

미디어교육, 마을 미디어 지원 업무를 맡고 있어요. 내가 만든 매체를 가지고 직접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대신 지역 주민이나 노동자들이 스스로 라디오나 지역신문 같

은 걸 만들어보고자 기획을 내면 그걸 컨설팅하고 지원해주는, 일종의 후방 활동이에요.”

최근 <미디액트>는 서울시로부터 ‘마을 미디어 지원센터’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개

미 씨가 맡은 업무 중 대부분은 바로 이 센터의 일이다. ‘마을 미디어 지원’ 업무란, 지역의

풀뿌리 미디어를 발굴하고 독려하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구현하는 활동은 아니지

만, 개미 씨는 숨겨져 있던 목소리가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지금의 일도 자신과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해마다 서울시 전역에서 4~50개 단체(혹은 주민모임)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해요. ‘마을

공동체 미디어’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나누기부터 미디어 제작 실습 같은 프로그램을 지원

받고자 신청하는 분들이 많고요. 이미 지역에서 모여진 사람들이 신문이나 잡지처럼 하나의

매체를 만들 수 있도록 제반 경비나 장비, 혹은 기획컨설팅을 제공받을 수도 있죠. 2~3년 이

상 꾸준히 지역라디오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 온 곳도 있어서, 선정된 곳들의 상황에 맞게 지

원받을 수 있게 합니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은 세금으로부터 할당된 지원금을 서울시 사업 기

준에 맞게 쓰면서,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분이에요. 가장 재미있을 때

는, 마을 미디어 주체들을 만날 때죠. 작년만 해도 40개가 넘는 팀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이

야기를 나눴어요. 쉽지는 않았지만,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

지요. 어떻게 해야 참여자를 확대할 수 있는지, 만들고자 하는 미디어의 주제의식이 분명하

게 드러나려면 어떻게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지, 마을 미디어의 나아갈 길은 도대체 어디인

동네 미담에서 지역 현안까지, 마을 미디어

Page 23: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21

지. 이런 고민을 나누는 과정 역시 민중주도형 미디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스스로 주민주체, 민중주체의 미디어로 자처하며 활동하는 곳은 많지 않다. 지원을

하다 보면 주민참여 확대 측면에서도, 만든 콘텐츠 구성 면에서도 마을공동체 미디어들이 성장

해 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기가 방송에 나온다는 것 자체, 그걸 주변의 사

람들에게 공유한다는 것이 강한 참여 동기이지만 점점 듣는 사람의 반응을 고려하게 되고, 담

아내고 싶은 주제들도 개인취미나 동네 미담에서 지역의 이슈와 현안들로 확장되기도 한다.

“영상이나 신문보다는 아무래도 팟캐스트를 활용한 ‘라디오’ 형태가 제일 많아요. 영상의 경

우 어느 정도는 전문기술이 필요하고, 신문 역시 정기적으로 글을 써서 게재한다는 게 부담

으로 작용하는 반면, 라디오는 녹음 후 편집하는 작업 외에는 편하게 한 두 시간 신나게 수

다 떠는 거로도 생산이 되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동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창신동 라디오방송국 덤’이라는 방송국의 활동이 인

상적이에요. 종로구 창신동에는 작은 봉제공장들이 많이 모여 있잖아요. 그 공장 안에 스피

커를 달아주고, 실제로 그 동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분들이 일 끝나고 녹음해서 비정기

적으로나마 틀어주는 그런 방송이에요. 다들 일하느라 힘들고 바쁘셔서 방송이 자주 나오

지 않는 게 안타까워요.”

마을 미디어 지원활동 외에도 개미 씨는 국내외 다양한 미디어 동향과 정책을 탐색하는 웹

진 <진보적 미디어 운동 연구저널 ACT!> 편집위원회 활동도 하고 있다.

“처음에 꽂혔던 건 ‘우리가, 민중이 우리 채널을 가져야 한다. TV든, 라디오든 틀면 딱 나오는

매체, 그 채널에서 누구나 무슨 얘기든지 할 수 있는 그런 걸 만들어보고 싶다’였어요. 때로

는 지금 일이 처음 생각했던 목표에서는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지원 사업

실무가 너무 많기도 하고, 또 구체적인 미디어 제작 활동을 직접 하고 싶기도 하고 말이죠.

웹진 <ACT!> 만들면서 해외의 독립채널 운동 사례나 새로운 장비, 기술 정보를 접하다 보

면, 이런 걸 어떻게 한번 써먹어 볼까 자연스레 고민이 되지요. 아직은 발등에 떨어진 일만으

로도 벅차지만, 그래도요!”

‘누구나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싶다던 개미 씨의 첫 마음은 아직도 사그라지

지 않은 것 같았다. 사람들을 만나고, 지원 업무를 하고, 공부하면서 오히려 더 깊어졌다. 그

마음이 ‘마을공동체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민중의 채널’을 이미 현실로 만들고 있었다.

누구나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채널의 꿈

일터

Page 24: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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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리포트

누구를 위해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존재하나

특성화고 현장실습 들여다보기

특성화고등학교는 ‘소질과 적성 및 능력이 유사한

학생을 대상으로 특정분야의 인재양성을 목적으

로 하는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고등학교다.

이전에 ‘실업계 학교’로 부르던 학교다. 2014년 기준

으로 전국 36만여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현장실습은 일 기반 실습 교육을 모두 칭하는 일

반적인 말이지만, 여기서는 주로 3학년 2학기에, 졸

업 후 채용을 약속하고, 등교 대신 출근하는 형태

의 현장실습을 말한다.

2014년 1월 20일 충북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한 학

생이 자살했다. 자살하기 며칠 전, 동료에게 얼차

려를 당하고 뺨까지 맞았다. 폭력적인 직장 문화가

문제였지만, 전자 기계 전공 실습을 위해 나간 그

가 그런 모욕을 참아가며 하던 일은 육가공품 포

장이었다.

2014년 2월 10일 울산에서 폭설로 공장 지붕이 내

려앉아 사망한 노동자 가운데 현장실습생이 있었

다. 현장실습생에게 금지된 야간 근무 중이었다는

성토가 이어졌지만, 야간 근무만 문제였을까? 오히

려 장시간 노동해야 급여를 더 받을 수 있고, 대다

수가 그렇게 고달프게 일해야 생활을 유지할 수 있

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 이 현장실습의 진짜 목적

은 아닐까?

사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사망이나 사고는 어

제오늘 일이 아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2005년 ‘간접고용’ 형태의 현장실습이 늘어나면서

현장실습생들의 노동 인권침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공식적인 문제 제

기가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2006년 실업

계고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현장

실습의 대상과 시기를 제한하였다.

그러나 2008년 학교 자율화 정책에 따라 정상화

방안이 폐지되고 취업을 점점 강조하면서 다시 현

장실습 시기가 확대되었다. 결국, 2011년에는 기아

자동차 광주공장에서 2교대, 장시간 노동에 시달

리던 현장 실습생이 과로에 의한 뇌출혈로 쓰러졌

최민 선전위원장

본 연구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지원으로,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실시하였습니다.

Page 25: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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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으로 취업을 시작한 스무 살 A 씨 이야기

고3이던 작년 11월 현장실습으로 처음 취업했어

요. 올해 2월에 졸업했어요.

작년 11월에 처음 나간 회사는 간단한 조립을

하는 곳인데, 쥐에게 전기 자극을 주는 실험 기

구예요. 그런 기구 만드는지는 모르고 간 거죠.

일은 편하긴 한데, 개인적으로 좀 너무 잔인한

거 같고, 월급도 적고.

그래서 친구가 있던 전기 스위치 만드는 곳에 갔

어요. 12시간씩 맞교대하니까 너무 힘들더라고

요. 저는 야간 체질이라 처음에는 안 힘든 것 같

았는데 어느 순간 일하다 졸고 있으면 언니들이

깨워주고.

얼마 전에 그냥 나와서 아이스크림 가게 아르바

이트하고 있어요. 몸은 덜 힘든데 월급은 팍 줄

었죠. 차라리 다시 교대하는 데로 가서 1~2년

바짝 일하고 대학에 가볼까 궁리 중이에요.

*면접 때 나온 이야기들을 모아 엮은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다. 2012년에는 울산항만 공사 현장에서 작업선이

전복되면서 함께 타고 있던 현장실습생이 사망하

기도 했다. 그때마다 현장실습 표준협약서 개정, 노

동관계법 교육 의무화, 학생 안전 강화, 실습 감독

강화 등 제도적 보완책이 제안됐지만 비극은 되풀

이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땜질식 개선안을 더 고

민하는 대신, 현장실습 제도 자체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가 아닌가 한다.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 속에서 가장 적절한 대안을 찾기 위해서다.

대체 지금의 현장실습은 대체 무엇을 목표로 굴러가

고 있는가? 이렇게 문제가 많은 현장실습인데, 문제 제

기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굳건하

게 유지되고 굴러가고 있는 것일까? 어긋난 단추는 어

디에 있으며, 문제의 해결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특성화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의 여러 주체를 직접 만나, ‘현장실습’을 둘

러싼 각 주체의 목적과 필요, 인식을 확인하고, 이

목적과 필요, 인식과 현실이 어떻게 어긋나고 있는

지 살펴보려고 했다.

이를 위해,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현장실습생

(졸업생 포함) 5명, 동료 노동자 2명, 교사 2명, 교육

청 장학사 1명, 사업주 2명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

을 분석하였다.

결과 1 교육이라는 거짓말

교육부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목표를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산업현장에서 적용하고 다양

한 직업체험을 통해 현장적응력을 기르는 것’이라

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면접 참가자들은 이런

목표에 대해 회의적이다. 현장실습은 “교육에 가깝

다고 생각하며, 교육적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응답했던 교육청 장학사 역시, 실제로는

“학생들은 아르바이트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는 생각이 강하고, 기업들은 싼 노동력으로 이윤

추구의 목적이 강하다.”라고 시인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파견형 현장실습에는, ‘실습’이

라고 이름 붙일만한 교육 프로그램이 전혀 없었다.

사업주에게 현장실습생을 선발하고 일을 시키는

과정이 신입사원을 뽑아 교육하는 과정과 전혀 다

르지 않다. 사실상 현장에서는 ‘현장실습’, ‘현장실

습생’이라는 용어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동료 노동

자들 사이에서나 현장실습생 서로 ‘취업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교육적 의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Page 26: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24

그렇죠. 일반사원 체계나 똑같은 거죠, 말만 실습이

라 하지. 말만 그렇지 일반 사원이랑 똑같지. 일반

직원 채용하고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 사업주 2

질문 실습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같은 게 따로

있나요?

답 교육프로그램… 여기 회사에서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만들어졌으면 좋겠는데… - 동료노동자 2

대부분 현장실습인데 저희는 현장실습이랑 취업이

랑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이니까. 두 개를 그냥 아

예 현장실습이 취업이구나. 선생님들도 다 현장실

습이라고 말을 하시는데 저희가 받아들이는 건 취

업으로 받아들여요. - 실습생 4

결과 2 취업이라는 과장

현장실습에서 교육의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라면,

현장실습이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생애 첫 일자리로의 취업 과정은

되고 있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

었다. 현재의 파견형 현장실습은 실습 종료 후 취

업으로 연계되는 것을 기본적인 목표로 하고 있지

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 직장 경력이 5년 차

라는 한 노동자는 지난 5년 동안 졸업 이후까지

쭉 이어서 직장 생활을 해 나간 현장실습생은 오

직 한 명 봤다고 대답했다.

고3 애들 들어오면 뭐하러 저렇게 고3 애들 많이

뽑는지 모르겠다. 좀 아줌마들 뽑아서 오래 있을

한 특성화고 교무실에 걸려 있는 현장실습 취업 상황판

Page 27: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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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뽑았으면 좋겠는데 고 3들은 금방 나가니

까. 아 또 금방 언제 나갈지 모르는데 몇 명이 남

겠나?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 동료노동자 1

현장실습생이 직장에 오래 남아있지 못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군 입대라는 현실적인 장

애도 있고, 취업 과정 자체가 장기적으로 일할 자

리를 찾기보다 ‘일단’, ‘경험 삼아’ 나가는 경우도 많

아 일자리가 실습생들에게 매력을 전혀 주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 회사에 대해서는 사실 베일 속이고. 본인이 기

대한 것과는 다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걸 학

교에서는 그냥 네가 기대치를 낮춰라. 이런 식이에

요. - 실습생 1

여기는 3D 업종이라고 보시면 되잖아요 사실은.

좀 더 잘 해주면 좋겠지만 여기는 여기만의 규칙이

있는데. 19살이 졸업하고 여기 와서 뭐하겠어요.

심부름이에요. 사실 어디 가도 심부름이잖아요. -

사업주 1

현장실습이 교육이 아니라 취업이라고 할 때도, 그

취업은 자기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스스로 선택

하는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이 아니

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에 최하위 노동자로

취업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결론 3 순응하는 근로자를 만드는 현장실습

그럼 제대로 된 교육 기회도 제공하지 않고, 실망

스러운 취업 경험이 될 뿐인 이 파견형 현장실습에

서 현장 실습생들이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사업장

의 질서와 속도에 익숙해지는 것, 철드는 것, 세상

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배우는 것, 한 마디로

‘순응하는 근로자’가 되는 것으로 보였다.

현장실습에서 (배우는 게) 몇 개는 되는 것 같아

요. 애들이 철이 좀 없는데, 갔다 오면 약간 들어서

오는 것 같은 느낌이… - 실습생 5

실습생 2 : (반죽을) 계속 치니까 쉬는 시간도 없

고. 학교 같은 경우는 한 가지 일하고 짬 나는 시

간이 한 시간 두 시간 돼요. 그때 좀 애들이랑 얘

기도 하고 장난치면서 하면 어느 정도 나와요. 그

렇게 쉬엄쉬엄하잖아요. 근데 회사 같은 경우는 쉬

엄쉬엄 못하니까, 계속 돌아가니까, 레일이. 계속

일하는 거죠.

실습생 3 : 근데 그 힘든 게 빠르면 일주일이고요,

길면 2주 정도면 그 힘든 게 적응되고 그 후부터는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일상생활처럼.

결과 4 현장실습을 유지하는 구조

마음에 들지 않고, 자기 발전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일자리가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 혹은 특성화

고 졸업생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젊은 세

대에 대한 착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악해진

청년 노동 전반이 그렇다. 그런 맥락 속에 현장 실

습생들의 일자리, 현장 실습이 택할 수 있는 일자

리도 놓여 있다.

면접했던 특성화고 졸업생은, 현장 실습을 나갔던

11월부터 다음 해 9월까지 5번 직장을 옮겼다. 저

임금 불안정 일자리가 대세인 가운데, 현장실습은

젊은 노동자를 억지로 인기 없는 일자리로 공급하

Page 28: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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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파견 업체 역할을 맡는 것이다.

게다가 현장 실습생들에게는 20대 노동자들의 일

반적인 어려움 외에 특수한 문제도 있다. 직업교육

훈련 촉진법은 현장실습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이 금지되어 있어 부당

한 대우를 참고 견디는 것, 병역특례노동자가 업체

에 쓴소리 한 번 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 사정이

다. 의무적으로 견뎌야 하는 현장 실습은 직장 선

택과 퇴사의 자유를 빼앗고, 부당한 상황을 참도

록 강제한다. 현장실습부터 병역 특례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병역 특례 노동자가 가진 부담감을 똑같

이 지게 된다. 학생이기 때문에, 학교나 후배들에

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참고 견뎌야 한

다는 압력도 있다. 청소년이라서, 사회 경험이 적

기 때문에 당하는 차별이나 불편함도 있다. 여전

히, 특성화고 학생들은 청소년 중에서도 사회적 자

본이 불리한 경우가 많다. 사업주들은 이직이 쉽지

않은 먼 지방의 실습생을 선호한다.

현장 실습생들의 이런 약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

는 사업주도 많다. 3개월 수습으로 일하게 한 뒤,

졸업 후 다시 수습 기간을 적용하거나, 정규직들이

꺼리는 업무를 실습생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었다.

적절하지 못한 일자리, 부당한 처우에 방패가 되어

주어야 할 교사와 학교는 오히려 학생들을 현장실

습으로 내몬다. 취업률 경쟁 때문이다. 취업률 경

쟁은 교육청, 학교, 교사, 최근 도입된 취업 지원관

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는

12시간 주야 맞교대 업체나 전공과 무관한 사업체

까지 학생들을 내보내는 현재의 파행적 현장 실습

이다. 특성화고 취업률이 1년 만에 14.3%나 증가했

다고 선전했던 2012년 서울 지역 취업 기업 1위는

군대, 2위는 롯데리아였다. 이후 4대 보험 적용 사

업장 취업률을 따로 발표하도록 하고 있지만, 쥐어

짜기 식 취업률 조사를 강요한 취업률 경쟁 체제는

지속되고 있다.

‘취업률 제고’만 목표로 수십 년간 흘러온 특성화

고 현장실습은 쉽게 대안을 말하기 어려운 주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엉망인 현장실습 몇 달

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노동 인권교육이 우리 특성화고 학

생들에게 더 필요하리라는 확신이 든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노동인권교육 중인 청소년들

일터

Page 29: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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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이하는 공원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청소.

덕분에 적지않은 노동자들이 편안히 이용할수 있습니다.

사진, 글 쌀집아재

사진으로 보는 세상

Page 30: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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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다가오고 있다. 세

월호 참사는 동시대의 다른 어떤 사건보다 한국사

회에 던진 충격과 파장이 컸다. 그만큼 세월호 참

사를 빚게 한 다양한 형태의 원인진단과 해석, 대

안이 각계각층에서 지난 1년간 쏟아져 나왔다. 노

동안전보건운동진영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세월호

참사를 ‘자본주의 체제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빚

어낸 결과로 규정하고, ‘규제완화 정책 폐기’, ‘민영

화 반대’, ‘수명 끝난 원전 폐기’, ‘안전사회 건설’ 등

의 투쟁 요구와 기치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이에 반해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단순 해

상사고’로 축소하며, 참사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진상규명 요구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해 왔

다. 이는 세월호 참사가 체제와 권력의 문제로 지

목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뿐만 아니

라 오히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전면에 떠오른 ‘안전’이라는 화두를 활용해 ‘안전산

업 육성’ 등 자본시장의 활로를 개척하는데 주력하

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1년이 다가오

는 지금,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안전대책을 살펴보

고자 한다.

거듭되는 참사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도 안전사고는 끊임

없이 발생했다. 판교 테크노벨리 환풍구 추락사고,

의정부 도시형 생활주택 화재, 글램핑 화재사건, 최

근 발생한 신촌대로 싱크홀 사고까지 어느 것 하

특집 세월호 1년 노동안전 1년

안전을 기업에맡긴다?세월호 1년,정부의 안전대책 평가

푸우씨 집행위원장

Page 31: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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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후에도 지속되는 참사

사건 규모 문제점

고양 종합터미널

창고 화재

2014년 5월 26일

8명 사망 CJ내부 인테리어 공사 중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 등을 작동할 수 있는

긴급 전원 시설도 차단한 채 공사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에 공사

공사를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자인 공사감리도 비상주 1인만 지정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

5월 28일

21명 사망,

8명 중경상

새벽에 화재 발생으로 5분 사망

4656㎡ 규모의 2층 별관 70~80대 환자 34명에 간호조무사 1명

발화 시점부터 소방대원 도착시간 6분 동안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로 사망

스프링클러 없음.

2013년부터 요양병원의 인력기준, 화재안전 기준 의무인정제가 시행되고 있

으나, 의료기관 평가 인증원은 요양병원 인력 기준에 관한 법을 지키지 않아

도 모두 인증을 해주었음.

판교 테크노벨리

환풍구 추락

10월 17일

16명 사망,

11명 중경상

환풍구 안전 관리 규정 없음.

국과수 1차 감정결과: 용접불량, 지지대 절단, 앵커볼트 미고정 등 부적절한

시공형태

덮개 지지대 전체 앵커볼트 40개 중 11개 불량 시공

14년 2월 안전행정부가 ‘재난안전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연법의 관리 대

상 지역축제를 ‘예상관람객 3천명 이상’으로 명시. 14년 3월 소방방재청 개

정 시행령에 따라 ‘지역축제장 안전매뉴얼’적용대상 축소

의정부 도시형

생활주택 화재

2015년 1월 10일

5명 사망,

125명 중경상

사무실로 활용해야 할 공간까지 주거용 원룸으로 개조해 월세 임대

2009년 도시형 생활주택 도입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외부 마감재, 건물간

거리 등 관련 규제 완화

건물 간 거리가 좁아 소방차 진입이 늦어짐.

건물 외부 마감재가 화재에 취약해 불길이 빠르게 번짐.

나 예외없이 기업의 이윤 추구를 우선시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규제 완화에 나선 결과이다. 결국, 세

월호 참사 이후 ‘침몰은 자본이, 참사는 정부가’ 라

고 진단한 시민사회의 언명이 조금씩 다른 모습으

로 거듭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참사 이후 벌어진

또 다른 참사들을 통해 아주 잘 증명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에게서 안전에 대한 근

본적, 철학적 성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앵무새처

럼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관계기관의 철저한 수사

를 바탕으로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발표만을 주문처럼 되뇌었을

뿐이다.

급기야 박근혜 정부는 구체적인 안전 대책을 내놓

지도 않은 채, 3월 19일 산업자원부 산하 무역투자

진흥회의에서 ‘안전산업발전방향’ 을 내놓았다. ‘안

전’에 대한 투자는 없이, ‘안전산업’에 투자하여 국

가의 안전을 수립하겠다는 발상이다. 국가가 책임

져야 할 국민의 안전까지 기업에게 넘겨주겠다고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리고는 지난 3월 30

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중앙안전관리위원회를 열

Page 32: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30

어, 박근혜 정부의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을 확정·

발표했다.

5년간 30조원을 쏟아 붓는…….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의 정책수립 방향을 발표했

던 시기부터 속빈 강정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

리가 컸었다. 정부는 작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달

여 만인 2014년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8월 26일 제5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표

한 [국민안전 대진단 및 안전산업 발전 방안], 9월

23일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 기본방향 및 향후 추

진계획]에서 안전 정책 대강의 얼개와 방향을 제시

해왔다. 이런 정책방향 하에 3월 30일 모습을 드러

낸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은 ▲재난안전 컨트롤기

능 강화 ▲현장 재난대응 역량강화 ▲생활 속 안

전문화 확산 ▲재난안전 인프라 확충 ▲분야별 창

조적 안전관리 등 5대 전략과 100대 세부계획으로

구체화 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 1년간 박근혜 정부가 안전관련

대책을 언급할 때마다, 시민사회가 제기했던 ‘안전

관련 규제 완화 중단’ 등 근본적 비판은 철저히 외

면됐다. 기업투자 활성화, 경제 활성화 대책이라는

명목으로 등장한 각종 규제개혁이 가장 우선적으

로 기업과 공공기관,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필수적

인 안전시설, 안전보건 인력 채용 등을 무력화해

위험을 증폭하고, 확산하는데 일조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귀를 막아버린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

생하기 전인 작년 3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장관

회의에서 ‘규제는 쳐부수어야 할 원수이자 암 덩어

리’ 라고 선언하며 각종 규제를 임기 내 10%, 임기

말까지 20%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나, 세월호 참사

가 발생한 직후 국민여론을 의식해 잠시 주춤했던

규제개혁이 현재는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을 통해 참사

와 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보호와 예방

에 관한 국가의 책무에 대해서는 사실상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가안전처 중심의 ‘재난안전

관리체계’ 를 확립해, 재난과 사고 등 상황에서 긴

급한 구조, 구난, 지원에 효과적인 인력 확보, 지자

체와의 협력, 대응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을 ‘안전대

책’ 의 전부로 일관하고 있다.

안전을 기업에게 맡긴다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

안전을 ‘산업화’ 하여 기업 이익을 보장하는 수순

물론 정부는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에서 ▲생활 속

안전문화 확산 ▲재난안전 인프라 확충 ▲분야별

창조적 안전관리를 5대 전략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사실상 양념 식으로 곁들여진 안전대책에서 별다

른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3가지

과제에서 거론된 ‘민관합동’ 의 ‘민’ 은 사실상 기업

이기 때문에, 그 우려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기업

의 이윤보장을 위해 안전문제가 도외시 되었던 그

간의 과정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은 도무지 찾

아볼 수 없어 더욱 그렇다. 작년부터 언급되기 시

작한 정부의 안전산업 육성 방안에서도 방점은 ‘안

전’ 이 아니었고, ‘안전산업’ 을 육성해 ‘수출’ 주력분

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올

해 정부는 각종 안전진단과 점검 분야를 민간에 대

폭 개방하겠다며, 상반기에 가스 안전진단 분야를

민간에 시범 개방한 뒤 교량, 터널, 댐 등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해 사실상 정부(공공기

관)의 몫까지 기업에게 내주겠다고 선언해 버림으

로써 국가의 역할을 포기해 버렸다고 할 수 있다.

Page 33: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31

거론조차 되지 않은 노동안전

정부의 이번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 중 ▲분야별

창조적 안전관리에는 ‘항공, 도로, 산업단지, 에너

지, 철도’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노동안전(산업안전)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모든

분야에서 안전을 담당하고 책임지는 노동자들은

우선적으로 정규직화 되어야 하고, 시민과 노동자

들에게는 위험 요인과 안전 관련 문제에 대한 기본

적인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일선에 있는 노동

자들에게 위험을 예방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작업중

지권이 부여되어야 한다. 이런 과제는 노동자의 안

전이 곧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문제의식 하에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사회가 끊임없이 주장하고

요구하던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과제들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안전혁

신 마스터 플랜]을 발표하며 "안전관리는 재난 현

장에서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며,

"이론이 아닌 실제적인 대응체계를 갖출 것" 을 주

문한 것에 비추어 본다면, 위험상황을 1차적으로

마주해 이를 통제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권한은

해당 노동자에게 부여되어야 한다.

‘안전대책’ 과 ‘대응매뉴얼’ 이 실제 작동할 수 있

으려면, 그에 걸맞은 예산과 인력이 동반되어야 한

다.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은 가장 기본적인 국민

의 ‘안전’ 까지 결국 ‘기업’ 에게 맡겨버리고, 국가의

역할을 포기하는 선언을 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

부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얻은 교훈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5대 전략 세부과제

재난안전

컨트롤 기능 확립

재난현장 지휘명령체계 구축

안전기준 심의 등 재난안전법령 정비체계 구축

재난안전예산 협의 및 총괄관리체계 구축

재난현장대응역량 강화 특수사고 현장대응력 강화

해양오염사고 초동대응역량 강화

재난사태 선포권 부여 등 지자체 책임성 강화

생활 속 안전문화 확산 재난피해자 지원 확대방안 마련

안전취약계층 안전진단, 개선체계 구축

민관합동 국가안전대진단 추진기반 마련

재난예방 인프라 확충 재난안전사고 원인체계 구축

기업 재난 안전관 지원체계 구축

풍수해, 지진, 화산 피해 예측 시스템 구축

분야별 안전 관리 추진 학교 내 체계적 안전교육 실시

에너지, 도로, 산업단지 안전관리 강화

철도, 항공 안전관리 강화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분야별 주요 세부과제

일터

Page 34: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32

한국은 대형 사고를 수차례 겪으면서도 공공의 안

전, 시민의 안전,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대책을 세워본 적이 애석하게 없다.

그렇게 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빠름을 추구하

는 생활방식으로 사고도 빠르게 잊혔기 때문이고,

정부부처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닌 책임자에

대한 미온적 처벌 등의 임기응변식 대책만을 내놓

았으며, 전문가 수준에서도 재난이나 안전에 대한

논의가 그다지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이 큰

만큼 곳곳에서 ‘안전’ 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

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안전한 사회로 가

기 위한 노동안전 과제들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

고자 한다.

세월호 사고를 통해 드러난 구조적 문제

안전규제 완화

세월호 참사는 규제완화의 위험성을 만천하에 드

러냈다. 노후선박 연령 제한 기준, 안전 교육 및 심

사절차 등 해상 안전에 꼭 필요한 조치들이 지속

적으로 삭제 또는 축소되어 왔다는 사실이 참사

이후 알려졌다. 2009년 선박안전법이 개정되면서

선장이 과적, 과승을 하면 선박소유자에게도 벌금

형을 부과하던 양벌규정도 완화되었다. 청해진해

운은 노후선박을 수입해, 선박을 개조하고, 더 많

은 화물을 싣기 위해 평형수를 뺐다.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늘렸고, 선원들의 안전 교육은 안

중에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연안여객선의 안전관

리는 엉망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남긴 노동안전 과제

이진우 운영집행위원

특집 세월호 1년 노동안전 1년

Page 35: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33

안전규제의 완화는 선박분야만의 특수한 것이 아

니다. 규제는 ‘악’ 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조성하면서

자본 친화적인 규제개혁이 전 산업에 걸쳐 단행되

었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는 선박, 철도, 항공기

등의 사용 가능 연한을 폐지하는 안전 규제 완화

가 진행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안전 관련 규제 완

화를 더욱 광범위하게 단행하여,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철도산업 규제 완화 등)과 4차 투자활성화대

책(의료산업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각 부

처별로 앞 다투어 규제를 폐지하기 시작했고, 발전

을 저해하는 ‘암 덩어리’ 에 불과한 안전규제는 무

차별적으로 사라져 갔다. 이제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생명·안전 업무의 외주화·민영화

세월호 참사에서 안전 업무의 외주화는 다양한 방

식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점검을 담당한 한국선급

은 정부를 대행하여 선박검사를 하는 비영리 사단

법인이었다. 해운법에 따라 승객과 화물 적재 등

안전 관리를 총괄해야 하는 해경은 안전 관리업무

를 한국해운조합 운항관리실에 위탁하였다. 수난

구호의 경우는 2012년 수난구호법이 전면개정 되

면서, 정부는 ‘언딘’ 과 같은 “수난구호협력기관 및

수난구호민간단체와 협조체제를 구축” 하게 되었

다. 구난 능력은 큰 의미가 없고, 값이 싼 구난업체

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세월호 선

원들 중, 선장은 1년짜리 계약직이었고, 핵심 선원

17명 중 12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청해진 해운에게

선장과 선원은 회사의 인건비를 축내는 비용으로

간주되었고, 임금을 적게 줄 수 있는 계약직을 채

용했다. 이런 고용구조에서는 안전훈련을 한다 하

더라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고, 선원들에게 책임

감을 기대하거나 요구하기도 어렵다. 자본은 정부

를 등에 업고 비용절감을 위해 생명·안전 업무를

외주화한 것이다.

정부는 규제완화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한 책임까

지 놓아버리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가공공

부문 민영화는 큰 틀에서 규제완화 정책의 일부이

다. 철도, 의료 등 각종 영리행위가 금지되어 있던

공공서비스 분야에 민간 자본의 투자나 운영 참여

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전을

책임져야할 정부가 이번에는 안전 분야에까지 민

간 기업의 참여를 장려하겠다는 ‘안전 민영화’ 방

안을 내놓았다. 지난 3월 30일 발표된 ‘안전혁신 마

스터 플랜’ 에 의하면, “안전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

한 안전투자와 민간 참여를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안이다. 게다가 정부는 “재난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보험 상품 개발을 추진” 하겠다고 발

표해 안전 관련 업무의 외주화·민영화뿐만 아니라

재난사고의 책임마저 회피하려 하고 있다.

책임자에 대한 미온적 처벌

세월호가 침몰한 데에는 안전을 도외시한 채 이윤

을 위해 무리한 운행을 강요한 청해진 해운이 큰

원인이었던 것은 명확해 보인다. 검찰과 경찰은 유

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로 지목했고, 검찰은 그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를 적용하겠다는 말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의 법체계 안에서 그에게 세월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유병언의 장남 유대균 씨는 배

임 및 횡령 혐의로 징역 3년, 김한식 청해진 해운

대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배임 및 횡령 혐의

로 징역 10년, 이준석 선장은 유기치사상죄로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승객들을

Page 36: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34

구조할 수 있었던 이들은, 구조책임자인 선장 및

선원들이 중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납득하

더라도, 구조적인 원인을 제공한 자들에 대한 형량

은 너무 낮다. 회사의 안전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기준으로 본다면 오히려 그러한 권한이 가장 없었

던 계약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형을, 권한이 가

장 많은 이들이 가벼운 형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기업이나 정부 관

료가 안전이나 환경조치를 소홀히 해 인명과 환경

에 큰 피해가 발생해도 기업이나 사업주, 정부 관

료가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형 재난

사고 직후에는 책임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

론이 컸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며

처벌 수위 또한 낮았다. 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

점 붕괴 사고에서는 회장과 사장이 각각 징역 7년

6월과 7년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23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 때도 수련원 대표

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192명이 사망한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에서도 기관사·관제사 등만

처벌받았으며,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청업체의 산재사망 사고에 대해 원청업

체 사업주가 책임을 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13

년 대림산업의 여수산단 가스폭발사고, 삼성전자

의 화성 불산유출사고, 청주SK 폭발사고 등에서

원청 사업주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러한

책임자 처벌로 과연 안전한 사회가 가능할까?

세월호 참사가 제기하는 과제

안전규제 후퇴에 영향을 미친 법제도, 정책 철폐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한국에서 안전을 위한

규제는 후퇴되는 중이고, 곳곳에 널리 존재하고 있

는 문제가 이번 참사에서 응축되어 드러났음을 깨

달았다. 따라서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안전

을 사고하는 사회의 기본정책방향을 다시 점검하

는 것이 필요하다. 반드시 필요한 안전규제마저 완

화시키는 기업 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 규제개혁위원회 등에 대

한 조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지금까지 진

행된 규제 완화도 재검토하여, 이윤이 아니라 안전

중심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다.

위험업무/유해물질 취급업무 외주화 금지

위험업무와 유해물질 취급 업무의 외주화는 실제

적으로 안전에 대하여 책임져야 할 원청회사가 안

전 책임도 회피하고 비용절감 효과도 보게 한다.

이러한 외주화의 만연은 안전과 생명의 소홀로 이

어진다. 사고 발생 시 하청회사, 노동자, 시민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원청회사는 안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이 되고 있다. 따라서

권한과 책임이 함께 하기 위해서 외주화 금지가 필

요하다. 이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및 안전

관련 업무 종사자의 정규직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안전을 지킬 충분한 인력 보장

충분한 인력의 확보는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이다. 인력이 부족하면 안전수칙을

지키기도 어렵고, 과로로 인한 실수도 늘어나며, 사

고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능력도 약해진다. 안전인

력을 보장하라는 것은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 에

서처럼 안전 전문가를 별도로 육성하라는 뜻이 아

니다.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사고 시

안전인력이다. 이들에게 작업장의 유해환경에 대

Page 37: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35

한 알권리를 보장하고, 현장의 안전을 채워가는 것

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사고발생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지 않고 인력 최소화만 추구한다. 대구지

하철화재에서는 당시 1인 승무제로 운행되고 있어,

기관사가 운전실에서 사령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

서, 불이 난 현장에 가서는 불도 끄고, 승객도 대피

시켰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본인의 의무를

다하고, 처벌을 피할 수 있겠는가. 철도·지하철 노

동자들은 자동화를 이유로 계속해서 줄어드는 인

력을 적정 수준에서 보장하기 위해 오랫동안 싸워

왔다. 지하철과 철도를 막론하고 2인 승무가 유지

되는 노선은 이제 일부에 불과하다. 시민과 노동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충분한 인력 보장은 필수이다.

노동자에게 위험작업을 중지할 권리를

현재 한국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

을 시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법적으로는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작업중지권이 보장된다' 는

것은 법조문에 규정되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

다. 현실에서 작업중지권은 노사관계에서 힘을 가

진 노동조합만이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업중

지권이 현실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실질적인 권

한 행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제도 정비뿐 아니라

조직된 노동자의 힘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윤을 위

해 노동자의 안전은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자

본에 맞서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건강하게 일할 권

리를 지켜내야 한다.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기업의 책임 강화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두고 꼭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피할 수 있는 죽음이 더 이상 발생해

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의 무

책임한 행태를 규제할 대책이 없는 무기력한 상황

이다.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힘은 노동

자와 시민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안전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아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분명

살인이다. 기업의 살인 행위에 응당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이윤보다 생명이 먼저

인 세상을 위해 시민과 노동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일터

Page 38: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36

참사 1년이 되도록 책임 있는 진실 규명은 요원하

고,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행동은 걸음마 단계

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안전위원회

김혜진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나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해 나아갈 바를 들었다.

최근 정부가 1주기가 다가오니, 인양 가능성과 배·보상

액 정보를 흘리면서 동시에 세월호 진상조사 특별위원

회의 역할을 축소, 제한하는 시행령(안)을 발표하고 나

서 광화문이 다시 투쟁의 현장이 되었다.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3월 27일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안)이 발표됐다. 이

안은 전체 특별진상조사위원회 위원 수는 줄이고

공무원 참여는 높여 정부가 진상조사위원회를 직

접 관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사회위원회는

‘과’ 로 격하하고 진상조사의 범위를 해상사고로 국

한시켰다.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참사가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초

석이 되길 바랐던 가족들의 바람을 짓밟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배·보상 얘기를 흘렸다. 가족들과

소통이 전혀 없는 일방적인 발표였을 뿐 아니라, 국

민 성금과 개인이 가입한 여행자 보험 액수까지 보

태 금액을 부풀려 발표하니 가족들이 농락당한다

는 생각이 드는 거다. 가족들이나 국민대책회의는

그 동안 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연계하고, 전체 참

사 과정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두 제대로 치유

받을 수 있는 배·보상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해 왔는

데 이런 정신은 싹둑 잘라버리고 돈 얘기만 내놓고

있다. 게다가 배·보상에 정부 돈은 쓰지 않겠다는

발상은 참사에 정부 책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이어서 가족들은 전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라 차분한 추모의 1주기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세월호 인양과 정부 시행령 폐기를 요구하

며 가족들이 광화문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4

월 18일 범국민대회로 계속 투쟁이 이어질 것이다.

참사 이후 안전한 사회에 대한 열망이 높아졌고, 과제들

도 많이 제시되었는데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

떤 것인가.

시급한 걸로 따지면 월성 1호기 핵발전소 수명 연

장 문제인 것 같다. 수명 연장 결정 과정이 투명하

지도 않았고, 위험성에 대해서 제대로 널리 알려지

안전은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의 권리존엄과안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김혜진 인터뷰

선전위원회

특집 세월호 1년 노동안전 1년

36

Page 39: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37

지도 않은 채 결정됐다. 세월호와 똑같이 경제성,

효율, 비용이라는 이름이 안전, 생명의 가치를 압도

해버린 것이다.

근본적으로 안전이 ‘권리’ 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야 한다. 그래야 경제성의 논리로 안전 문

제를 재단하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다. 안전이 우

리의 권리이고 그에 상응하는 정부의 책임이 있다

고 생각해야,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가 구조를 방기

했던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제도적으로는 안전을 위한 규제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안전대진단을 하고 안전 혁신 마

스터플랜을 내놓았다고 하지만 안전하기 위한 규제

에 대한 검토와 정상화는 없다. 정부가 스스로 참

사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던 선박 과적 문제나 선박

수직 증축 완화, 관리감독 외주화도 규제가 강화되

지 않았다.

세월호 진실 규명과 안전사회 건설 노력은 함께 갈

수 밖에 없다. 사고 원인 중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

지 않은 이유, 과적을 한 이유, 고박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 그리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물어

야 한다. 왜 해경에는 구조장비가 없었는지, 그들

은 왜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 했는지, 그렇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고 대안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참사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투명한 규명이 안

전 사회 건설 제안과 함께 가는 이유다.

국민대책회의가 가족협의회 등과 함께 416 연대로 조직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의미와 앞으로 과제가 궁금하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가족협의회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스스로 생겨난 풀뿌리 조직들이 함께

하게 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곳곳에서 자발적

으로 모여 추모하고 슬퍼하고 기억하는 것에 더해

집단적이고 힘 있는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는 판단에서 비롯했다. 개인과 단체들이 참여하는

회원 조직으로 416 연대를 만들어, 서로 실천을 독

려하는 조직을 만들려고 한다.

416 연대에서 안전이 권리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416 인권 선언을 대중운동으로 만들어 가려

고 한다. 현재 304명의 제정위원을 모으고 있고,

이 제정위원들이 함께 토론하면서 인권 선언 제안

문을 채택한다. 이후 이 제안문과 참사 이후 과제

를 주제로 304회의 토론을 조직하고 그 결과를 모

아 내년에 인권 선언을 제정하는 것이 목표다. 우

리 사회 다양한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안전

이 권리라는 인식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

다. 그래서 지역에서 안전 관련 조례를 제정하거나,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안전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

한 활동을 벌이는 것처럼 행동으로, 운동으로 나

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16 연대에도 안전사회위원회가 따로 구성될 예정인데, 안

전사회위원회의 활동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예정인가?

참사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자는 생각이 있었

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

차원에서 ‘위험사회를 멈추는 시민행동’ 을 함께 해

왔다. 핵발전소 문제, 반올림과 함께 한 전자산업

노동자 건강권 문제, 노후 산단 안전 문제 등을 알

렸다. 기업 살인법 논의도 함께 하고 있어 올해 본

격적으로 제정 활동이 있을 예정이다. 시민과 노동

자가 위험을 알고 그 위험에 대한 결정에 참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현실에

서 어떤 제도로 만들지, 어떻게 대중적으로 논의하

며 만들지가 숙제다. 풀뿌리 시민안전위원회 조직,

조례 제정 등이 운동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37

일터

Page 40: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38

몇 년 전, 사업장 보건관리 대행차 경기도에 있는

어느 채석장에 출장을 나갔다. 점심시간에 맞추어

구내식당에 들어가 앉았다. 이윽고 오전 업무를 마

치고 잔뜩 허기진 노동자들이 들어왔다. 대개 오륙

십대 나이로, 키는 작지만, 몸이 제법 다부지다. 방

금 씻고 온 두 손과 얼굴을 빼고는 여기저기 하얀

돌 먼지투성이다.

안녕하세요, 건강 상담하러 오세요, 나랑 간호사가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나긋나긋하게 말하면 못

듣기 때문에 크게 말해야 한다. 채석장 소음 때문

에 청력이 다들 나이에 비해 떨어져 있다. 하지만

씩씩하게 인사해도 대부분 힐끗 쳐다만 보고 배식

대로 직행한다. 가끔 낯익은 ‘단골손님’들은 눈인사

를 건네기도 하지만 발걸음은 배식대로 향한다.

채석장 식당에는 제육볶음 같은 고기반찬이 꼭 하

나씩 나온다. 힘을 많이 쓰는 사업장에 가면 늘 그

런 것 같다. 밥 푸는 모습을 본다. 배가 몹시 고플

텐데 누구도 서두르지 않는다. 차분히 밥을 퍼서

쌓아올린다. 멀리서도 식판 위로 하얀 밥 봉우리

가 보일 정도다. 한 걸음씩 움직일 때마다 식판 위

에 김치 봉우리, 나물 봉우리, 제육볶음 봉우리가

하나씩 소복하게 쌓인다.

일단 밥을 받아서 좋은 자리를 찜해 놓으면 몇 분

이 우리에게 온다. 혈압만 재고 벌떡 일어나는 경

우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혈당도 재고 여기저기 아

픈 데 얘기를 좀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담은 길어

야 삼사 분을 넘기 어렵다. 증상을 이것저것 듣고

나서 뭔가 얘기를 좀 해볼라치면 밥이 식는다고 야

단이다. 식사 다 하신 다음에 다시 오시라고 보내

드리는 게 상책이다. 그러고는 십여 분 동안 우리

는 그들이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다려야 한

다. 하도 맛나게 먹으니, 어떨 땐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바라보기도 한다. 기다리는 동안 이따 점심은

뭘 먹을까, 여기 음식이 좀 남으면 그냥 여기서 때

우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한다.

밥을 먹는 동안 얘기를 나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식판에 수저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김치 씹는 소리,

후루룩 국물 마시는 소리 속에서 낮게 웅성거리다

가 한 번씩 웃는 소리, 기침 소리가 나는 정도다.

단조로운 소음인지라 가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

을 때가 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음소거 단추를

누른 것처럼. 그럴 땐 밥을 씹는 한 사람 한 사람

의 얼굴들이 더 소상히 보인다.

그를 본 것도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유난히 깡마

른 몸집에 얼굴이 작아서, 대추씨라 불리던 옛날

코미디언을 연상시키는 외모의 아저씨였다. 그가

밥을 씹는 모습이 어딘가 남달라서, 왠지 눈을 뗄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돌, 밥, 이

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전문의

Page 41: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39

수가 없었다. 찬찬히 지켜보니 그는 남들보다 오래

오래 씹었다. 씹을 때마다 아래턱이 유난히 많이

움직였고, 두 볼은 깊이 꺼졌다 나오곤 했다. 옛날

우리 할머니가 틀니 없이 밥을 씹을 때 보았던 모

습이었다. 밥을 다 먹은 뒤 물 한 잔으로 입을 오

래오래 헹구는 것 하며, 상담하는 내내 우물거리며

입 청소를 하는 것조차 꼭 우리 할머니 같았다.

그는 어금니가 없었다. 앞니부터 송곳니까지만 용

케 남아있었다. 어금니가 받쳐주지 못하는 두 볼

은 움푹 패었고, 가뜩이나 작은 얼굴은 더욱 작아

보였다. 입안에 혀가 의지할 곳이 없으니 말할 때

마다 바람이 샜다. 가족은 없고, 학교는 못 다녔으

며, 여기 일이 힘들긴 하지만 혼자 사는데 궁할 정

도는 아니라 했다.

하지만 그는 어금니가 없었다. 오십 대 중후반의

나이에, 요새 그 흔하다는 임플란트는 물론이고 틀

니도 없었다. 돈이 없어서 못 한 건지 불편할 게

없어서 안 한 건지 묻지 못했다. 어쩌다 어금니가

몽땅 빠진 건지도 묻지 못했다. 다만 그의 삶에 이

를 잘 닦아야 할 이유나 충치 치료를 받으러 갈 생

각 같은 게 자리 잡을 수 없었던 것만은 분명했다.

치과에 한번 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넌지시 건넨

한마디에, 그는 입을 다문 채 배시시 웃어 보이고

는 묵례를 하고 일어섰다. 그는 돌 캐는 노동자, 이

가 없어서 밥을 오래 씹어야 하는 노동자다. 일터

Page 42: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40

1588-3088은 1995년 전국 지방노동관서에서 설치,

운영하는 위험 상황 신고실의 통합 전화번호다. 현

장에서 위험 상황을 신고하면 가까운 지방노동관

서에서 위험상황 신고실로 연결한다. 그러면 담당

감독관이 현장에 출동하여 상황을 확인하고, 위

험이 급박한 경우에는 작업 중지를 하는 등 조치

를 취한다. 노동부는 위험상황을 주로 건축물 붕

괴, 화재, 폭발, 유해물질 누출 등 사업장 대형사고

발생 징후로 제한하여 안내하고 있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신고 전화를 활용해 위험 상황을

중단시켰던 사례가 있다. 이번에 만난 금속노조 현

대 다이모스 지회 최찬규 조합원도 그러했다.

환기도 안 시키고 하는 페인트칠 신고했죠

그 당시 제가 노안부장이었거든요. 저도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일하는데 현장에서 페인트 냄

새가 많이 난다”고 전화를 받았어요. 전화가 두 통

이나 와서 가 봤죠. 현장에 사람 다니는 통로를 표

시하는 라인이 그려져 있는데, 다음 날 외국에서

높은 사람이 온다고, 그 라인을 새로 칠하고 있더

라구요. 현장에서 작업하는 옆에서 페인트 칠을 하

니까 냄새가 나잖아요. 조합원들이 냄새나서 일하

는 데 지장이 많다고 노안부장인 제게 전화를 한

거죠. 라인 보수 같은 것은 현장에 작업자들이 없

는 휴일에 하는 게 바람직하죠. 사실은 예전에도

그런 식으로 일하는데 옆에서 칠하는 일이 가끔

있었어요. 당연히 거기에 대한 불만들이 현장에서

도 있었지만 유야무야 넘어가는 상황이었죠. 제가

봤을 때 이건 좀 영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어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했죠.

고민 끝에 금속노조 노안실에 전화로 문의를 했더

니,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신고를 권했다고 한다.

노조는 신고를 했고 그 사실을 회사에 알리자, 곧

바로 페인트 칠 작업을 중단시켰다.

1588-3088. 전화를 해서 상황 설명을 하고 이 작

업을 중지시켜도 되겠느냐 그러니까 본인들이 와

봐야 알겠대요. 올 때까지는 한 시간 반이나 시간

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어떻게 하냐, 내가 중지를

시키겠다 그랬더니 대답을 안 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신고 전화를 해 놓고, 현장에 있는 페인트 칠

담당자, 현장 부소장한테 가서 현재 작업자가 냄새

가 나서 일을 못하겠다고 하니까 중단해 달라, 노

동부에서 조금 있으면 올 거다 얘기를 해서 페인트

칠이 중단이 됐습니다.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1588-3088로 작업 중지현대 다이모스 지회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Page 43: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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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시간 반 정도 지나서 노동부에서 나왔습니

다. 현장을 살펴보고, 현실적으로 국소배기장치를

할 수 없다면 환기를 충분히 하고, 창문 다 열고

작업자들이 없는 쪽에서 일을 해야 되는데 잘못

됐다고 얘기하더군요.

당장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위험이 아니었는

데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뭔가 문제라

고 생각되면 그 작업을 멈춰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건 이전에도 작업 중지를 했던 경험 때문이었다.

전에 사고가 나면 작업 중지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으니까요. 현대정공 울산공장에 있을 때 달기구

가 추락한 적이 있었어요. 다친 사람이 없었는데

도 당시에 나름 노동조합이 파업을 했어요. 대의원

이 라인을 중지를 시키고 전 공장이 다 올스톱 됐

었어요. 그러고 나서 달기구를 전체적으로 다 점검

해서, 볼트가 풀려서 물체가 떨어지지 않도록 볼트

위에도 와이어를 다시 걸어놓게 됐습니다.

그 동안은 현장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도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새로운 공정이 도입되고 라인을 새로

깔 때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제대로 열거나, 안전

조치를 똑바로 협의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위험한

작업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간혹 위험하다고 생각

될 때도 조합원들이 그냥 넘어간 적도 있다.

우리 공장은 크게 위험하거나 이런 부분은 적어

요. 그래서 딱히 작업 중지를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게 많지는 않았어요. 위험한 공정이라면 열처리 같

은 부분은 장비를 끄면 시간과 돈이 엄청나게 드니

까, 보전 작업을 할 때도 가동을 멈추지 않고 하게

현장 순회 중인 최찬규 조합원

Page 44: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42

돼죠. 로 안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끄

고 하지만 바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장비를

중지하지 못하고 수리나 보수를 합니다. 이럴 때

로를 중단시켜야 한다 이런 요구는 못 했죠.

노동부가 휘젓고 간 현장, 변화와 과제

이번 신고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던 회사 측의 태

도에 일침을 가하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노동부

에서는 나온 김에 현장 점검을 하고 갔다. 그 동안

현장에서 지적해도 회사가 슬쩍 넘어가던 부분들

까지 노동부가 시정을 요구하고 회사에 과태료를

청구한건 예상 밖의 효과다. ‘관에서 휘젓고’ 가니

이후 회사 태도도 달라졌다.

우리가 그동안 누차 주장했어도 시정되지 않던 것

들, 예를 들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가 작업하

는 데에 비치가 되지 않고 반 사무실에 있다든가,

경고 표지가 제대로 안 돼 있는 부분을 노동부에

서 지적하고 갔어요. 그런 게 관에 신고를 해서 얻

은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다른 단위사

업장에서도 이 신고 전화를 활용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얘기를 해도 대화가 잘 안됐는데 그 이

후에는 무슨 얘기를 해도 좀 쉽게 통하는 것 같아

요. 그런 일이 터지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대하

는 게 좀 달라지고 노동자의 위상이랄까 말발이 좀

서더라구요. 그런 게 부수적인 효과인 것 같아요.

아쉬운 것은, 이번 건으로 회사의 태도는 달라졌

는데, 정작 조합원들에게는 별로 영향이 없었다는

점이다. 위험한 작업을 멈추게 하는 것 자체도 중

요하지만, 조합원들이 위험한 상황을 인식하는 것,

스스로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작업 중지와 이후 조

치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하

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신고 전화를 이용한 위

험 작업 중지는 조합원 교육과 변화의 계기를 만드

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신고 건에 대해서 평가를 따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선전을 따로 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요. 잘은 모

르겠지만, 나름 알고 있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알

음알음 얘기도 되어서 알고 있는 분들도 있긴 있

을 거예요. 전체조합원들한테 다가갈 정도는 아니

구요. 그 현장에 있었거나 내용을 알고 있는 조합

원들은 이런 경우가 있구나,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알게 됐을 거고, 그래도 조합이 좀 움직이고 있구

나 이런 얘기는 듣기는 했죠.

Page 45: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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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관의 힘을 빌긴 했지만 결국 조합원들

의 항의와 신고로, 회사의 못된 관행을 고치고, 현

장 감독도 하게 만든 셈인데 이를 널리 선전하고

이번 기회에 현장에서 위험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점은 없는지 새로 발굴하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

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업중지 제대로 되면

아까운 죽음을 줄일 수 있을 텐데

작업중지권과 관련해 현장 밖에서 어떤 연대가 필

요하냐는 질문에, 최찬규 조합원은 작업중지권의 법

적 정비를 지적했다. 위험한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거부하는 권리가 명확히 보장된다면, 아까운 여러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지금 작업중지권은 법적으로 명확하게 중지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안 되어 있지요. 애매하게 되어 있

어서 회사에서 손해배상 때리고. 또 법적으로 하

다보면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리고 그런 상황이니.

그 문제가 나는 제일 크다고 봐요. 법적으로 명확

하게 중지를 시킬 수 있어야 되는데, 그리고 징계

나 손해배상 등을 피할 수 있도록, 노동자에게 명

확한 권한이 주어져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니까

요. 명예산업안전감독관도 회사에 이야기해서 회

사가 중지를 하는, 실질적으로 현재는 그런 수준

으로만 법이 허용하고 있잖아요. ‘아, 그래, 이건 안

된다, 세우자’ 그렇게 돼야 하는거죠. 일단 위험하

다 싶으면 우리는 한시적으로라도 위험한 걸 중지

시켜놓고 너희들이 위험하지 않다는 거를 입증할

때까지는 중지를 시켜라, 이정도까지라도 할 수가

있어야 되는데.

회사에다 얘기해서 거기에서 뭔 결정을 내리게 되

면 시간적으로 많이 걸리는데. 지금 당장 떨어질

것 같은데 그게 말이 되나요? 실질적으로 법 취지

라는 것이, 현장의 작업자가 스스로 작업을 중지시

키고 피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솔직히

안 되잖아요. 정말 위험하다면 ‘아, 나 일 못 한다’

하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런 것조차도 현재는

자유롭지 못하죠. 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이 있다

고 얘기하지만 법에서는 명확하지가 않으니까요.

최찬규 조합원은 ‘용기’를 내야만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고,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현재의 상황

에서 신고전화를 통한 작업 중지가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 다이모스 지회에서는

그 뒤에 안전 장치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설비

가동을 시작하려는 회사 측 시도를 막기도 했고,

최근에는 라인이 새로 깔려도 제대로 열리지 않

던 산보위를 요구하고, 안전 장치나 조합원 교육이

마무리 된 후에야 신설 라인에서 작업을 시작하도

록 할 계획이다.

이런 경험들이 ‘노안부장’과 회사와의 관계, ‘노동

조합’과 회사와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 현

장과 작업에 대한 노동자들의 인식의 변화,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일터

Page 46: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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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지 고소 철회! 안전하게 일할 권리 위협하는 갑을오토텍 규탄!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적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산재 사망 왕국으로, 한 해에 공식 통계만으로

도 2,000 여명이 일 때문에 죽어간다. 그런데도 최근에는 위험 상황에 직면한 노동자가 위험을 피하

기 위해 작업을 중지한 것을 두고 회사측이 고소, 고발, 징계를 남발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그 결

과 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기 어렵게 만들고, 노동자들이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작업

환경을 감수하고 일하게 된다. 한마디로 ‘가만히 일만하라’는 것이다.

갑을오토텍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사측의 명백한 잘못으로 문제가

발생해 작업이 중지됐고, 이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회사 측의 잘못을 노사가 공동 인정하고 재

발 방지를 위한 합의까지 했다. 그런데 사측은 뒤늦게 노동조합과 간부를 폭력과 업무방해로 고소했

다. 이는 전형적으로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생산성과 이윤을 중시하는 태도다.

뿐만 아니라 갑을오토텍의 이번 작업중지권 고소 사태는 회사 측의 조직적인 노조 파괴 공작의 일

환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어용노조 신규 설립으로 노사가 첨예하게 맞

서는 시기에, 노사가 합의했던 안전 문제를 가지고 노동조합을 고소한 것은 노조파괴공작에 노동자

의 안전 문제까지 활용하겠다는 파렴치한 행위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가 배운 것이 있다면, 안전은 서비스가 아니라 권리라는 것이다. 돈과 이윤을 안

전과 생명보다 앞세우는 사회에서 참사는 불가피하다.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을 중단하고, 원인 규명

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다. 이런 권리가 짓밟히는 사회에서 참사

는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자신들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발생한 사건의 책임을 노동조합에 뒤집어씌우는 갑을오토텍을

규탄한다. 우리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

회를 지지하며,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때까지 한결같이 연대

할 것이다. 갑을오토텍은 정당한 작업중지에 대한 고소를 철회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

2015년 4월 8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안전위원회,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다산인권센터,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

연합,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사회진보연대, 산업보건연구회,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인권

운동사랑방, 일과건강,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

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충남 노동인권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한 연대

차량 공조 시스템을 만드는 충남 갑을오토텍에서 지난 2월 로봇 설비 아차 사고가 발생했다. 노조 노안부장이 회사 측에

요청해 작업이 중지됐다. 이후 설비 방호장치에 안전상 문제가 있고, 로봇 운전 노동자들에게 안전교육이 전혀 이루어지

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임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고 해당 작업자 특별안전교육 및 노사합동 특별안전점검을 노

사가 합의하여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사건발생 한 달 후 회사는 노동조합과 간부를 업무방해와 폭력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였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사측 잘못이 원인이며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노사가 합의했던 사안을

뒤늦게 고발한 회사의 횡포에 맞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연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44

Page 47: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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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굴지의 장시간 노동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한편으

로는 초 단시간, 단기간 일할 수 밖에 없는 불안한 노동시간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노동시간의 길이와 불안정성은 비단 일터

에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일상의 시간에까지 막대한 영

향을 끼칩니다.

노동시간센터(준)은 지난 기획 [노동시간에 대해 말해야 하는 것

들]을 마치고, 일상에서 느낀 시간과 노동을 에세이로 풀어나가

는 [시간의 재구성] 연재를 시작합니다. ‘노동시간’에 방점을 두

고 재구성하는 삶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내가 하고 있는 업무 중에 직접 간호사나 의사를 고

용하지 않은 사업장들에게 위탁받아 사업장의 보건

관리를 수행하는 일이 있다. 주기적으로 계약을 맺

은 사업장들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의 다양

한 지역으로 출장을 다니게 되는데 시간도 절약하고

편하게 다니고자 주로 택시를 이용하여 이동한다.

한 달쯤 전 역시 낮에 택시를 타고 출장을 가던 중

이었다. 택시 안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던 라디오를

듣던 기사님께서 갑자기 음량을 높이셨다. 가만히

들어보니 서울시에서 택시 운행과 관련된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었나 보다. 그 중 특히 개인택시에게

밤 12시부터 2시까지의 시간에 대해 의무적으로

운행하도록 한다는 내용에 대한 서울시 관계자와

의 인터뷰였다.

인터뷰가 끝나자 집중해서 듣고 있던 기사님은 이

내 “이런 탁상머리들!” 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기 시

작했다. 마침 차에 타고 있던 내게 하소연하신 내

용은, 몸도 힘들고 취객들 상대하는 것도 스트레스

받아서 수입을 좀 포기하더라도 주간에 주로 운행

을 하고 있는데 강제로 밤에 운행하라고 하는 것

은 정말 너무하다, 밤에 택시 잡기 힘들다고들 하

지만 특정지역에, 주로 주말에 쏠린 문제인데 이렇

게 해서 해결이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개인택시 심야 의무운행

노동시간 문제에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함에도 이런

뉴스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살짝 부끄러움을 느

끼며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2월에 발표된 <서울형

택시 발전모델>에 포함된 사업이었다. 아마도 서울

시가 택시와 관련된 민원 때문에 꽤나 골치가 아팠

던 모양이다. 민원의 두 축은 ‘승차거부’와 ‘불친절’

이었는데 이번 개인택시 심야 의무운행은 승차거

부를 해결하겠다고 제시한 방법이다.

서울시 발표자료에 의하면 개인택시가 서울 택시

의 67%로 법인택시의 두 배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

나 심야시간대 영업이 매우 저조하다고 한다. 서울

시가 작년 12월 한 달간 24시~02시의 개인택시 결

제실적을 분석해 본 결과 심야시간대에 한 번도

시간의 재구성_ 노동시간 에세이

심야노동과서비스 정신

이혜은 노동시간센터(준),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Page 48: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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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하지 않은 개인택시가 15,261대(30.9%)에 이르

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달에 20

일 운행하고 있는 개인택시들에게 의무적으로 24

시~2시 운행을 하도록 하고 6일 미만으로 운행 시

에는 12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10일 미만으

로 운행할 때는 카드결제 수수료와 관련된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것이 요지이다. 불이익이 없

으려면 일하는 날의 절반은 새벽 2시까지 운행을

해야 하다니 평소 야간 운행을 안 하고 있던 사람

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 쉽게 예상된다.

이후 다른 기사님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

여 택시를 탈 때 시간이 있으면 노동시간과 서울시

정책에 대해 여쭤보았다. 한번은 꽤 젊은 기사님의

차를 타게 되었는데 “전 어차피 회사택시라 상관없

어요. 2교대로 일하니까 절반은 야간에 일하고 있

으니까요. 만약에 돈 벌고 나이 들어서 개인택시

하게 되었는데 강제로 밤에 운전시키면 당연히 싫

겠죠”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말투에서 살짝 체념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긴 법인택시 노동자의

심야노동과 장시간 노동은 훨씬 심각한 문제인 게

틀림없다. 또 다른 기사님께 자세히 들어보니 보통

2인 1차, 즉 2교대로 운행하기 때문에 거의 하루

12시간씩 일을 하고 교대를 하지 않는 ‘1인 1차’의

경우 노동시간은 더 길어서 보통 15시간 많게는 17

시간까지 일을 한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 노동시간에 대한 제

한이 있지만, 택시의 경우 ‘공익성 사업의 근로시간

특례’라는 제도에 따라 연장근로에 대한 제한 규정

에서 벗어날 수가 있어 이런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

게 된다. 만났던 분 중 한 분은 장시간 노동에 대

해 “사납금이란 게 있어서 12시간씩 하고 야간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어요” 라고 하기도 하고 “실

제로는 12시간씩 일하는데 근로계약에는 왜 6시

간 반 일하는 거로 하는지 모르겠어요.” 라는 하소

연을 하기도 했다. 이는 서울시에서 노사합의로 결

정된 임금지급 시간이 6시간 40분이기 때문이다.

2012년도 서울시 조사에 의하면 법인택시 노동자

의 평균 수입은 월 187만 원에 불과했다.

심야의 택시수급 문제에 대해 여쭤봤던 기사님

들께 공통으로 들을 수 있었던 얘기는 심야의 택

시 수요는 종로와 강남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고

90% 이상의 손님들이 유흥을 즐기고 귀가하는 시

민들이라는 것이다. 택시를 타는 곳은 몰려있는데

내리는 곳은 서울 전 지역으로 흩어지니 손님을 내

려주고 다시 강남이나 종로로 돌아가기에 시간이

걸린다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

Page 49: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47

로 역시 강제 택시 운행보다는 심야시간대에만 합

승을 할 수 있게 해주거나, 수요 분석을 더 자세히

해서 심야버스를 충원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

도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밤의 도시

운수업에서의 장시간노동과 심야노동은 노동자 자

신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

한 문제이다. 서울시 조사결과, 택시 관련 교통사고

건수는 2011년 기준 전체 교통사고의 23.8%를 차

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고 특히 법인택시 교

통사고가 개인택시 교통사고의 5.7배 수준으로, 전

체 택시 교통사고의 80.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

타났다. 만대당 교통사고 건수를 비교하자면 법인

택시는 2,092건이었던 것에 비해 개인택시는 366건

에 그쳤다. 사납금을 채우기 위한 무리한 운전과

장시간 노동이 개인택시와 확실히 비교되는 부분

으로 이러한 법인택시의 높은 교통사고율 원인으

로 추정된다. 2006년에 출판되었던 우리나라 법인

택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한 달

중 야간운행 비율과 수면시간은 교통사고 건수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성이 있었다.

‘공익성 사업의 근로시간 특례’라는 말처럼 공공성

을 내세워서 심한 노동강도를 강요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법인택시에서도 장시간노동과 심야노동을

줄여야 할 텐데 이것으로 모자라니 개인택시에도

심야 운행을 의무화하자는 서울시의 발상은 참으

로 폭력적이다. 더욱이 개인택시 운전자들은 현재

60대 이상이 절반을 넘는다. 고령자는 야간노동에

더욱 민감한 집단으로 건강에 대한 영향이 더욱

클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찾아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은 모 인터넷 신문에서 뽑은 기사 제목으로 “서울

심야택시, 서비스정신이란 이런 것” 이다. “서울은

전 세계에서 몇 안되는 밤의 도시이다”로 시작되는

기사는 “서울 심야택시, 말 안 들으면 면허 취소를

해서라도 관철해야 한다”는 일부 과격한 누리꾼들

의 지지 반응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밤의 도시인

것이 별로 그리 자랑스럽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

들이 밤에 일하지 않고 잘 수 있는 서울이 되길 바

란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심야의

교통 서비스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제공되는 게 아

니라 착취당하지 않고 존중받는 노동을 통해서 제

공되어야 할 것이다. 일터

Page 50: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48

4월이 되었다. 새순은 연두색 어여쁨을 뽐내고, 개

나리는 봄의 상징인양 한껏 만발한다. 두꺼운 외투

는 이제 벗을 때가 되었다. 긴 겨울 끝낸 것이 실

감 나는 4월이 왔다. 이토록 아름다운 4월, 아프지

만 기억해야 하는 날이 유독 많기에 더욱더 비감

하다.

오래전 4월 초순 나는 강의실과 도서관을 바쁘게

오가며 학우들의 눈총에도 아랑곳없이 소란을 떨

었다. “우리가 오늘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정의로운

민중의 봉기와 무참히 학살된 민중을 잊는 것이고,

그들을 잊는다면 비극의 역사는 반복될 것입니다.”

이렇게 나는 제주 4·3 항쟁을 기념하고 추모하는

집회에 함께할 것을 호소였다. 당시 대다수 대학생

조차 4·19는 알아도 제주 4·3 항쟁과 학살에 대해

서는 잘 알고 있지 못할 때라 이날을 기억하자는

호소는 더욱더 절박했다. 그로부터 20년이 훨씬 지

나 청년이 중년이 된 즈음, 다행히 4·3은 우여곡절

끝에 국가의 공식적인 추모기념일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4·3항쟁의 성격과 이를 바라보는 태도는

논쟁 중이고 때로는 적대적이지만, 적어도 항거의

불가피성과 국가에 의한 학살은 쉽게 부정될 수 없

는 ‘사실’이 되었다. 수모와 거짓 그리고 은폐의 세

월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이겨

내고 마침내 세상으로 그 살과 피를 드러낸 4.3.

나는 우연히 방문한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긴 세

월 많은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서는 감히 수줍고, 부끄러운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때의 눈물과 위로를 잊을 수 없다.

4·3이 4월 추모의 시작이라면 4월 끝자락에 또 한

날이 있다. 마땅히 기억하고 추모해야 할 날이다.

1993년 4월 10일 만화 캐릭터 심슨가족의 인형을

만드는 태국의 장난감 회사 케이더에서 큰불이 나

188명의 노동자 사망했다. 노동자 대부분은 여성

또는 미성년자였다. 다수 사망의 원인은 충격적이

었다. 노동자들은 인형 도난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감금된 상태에서 일했고, 자물쇠가 잠긴 공장 안에

서 오도 가도 못하고 화마에 휩싸였다. 북미와 유

럽 어린이들의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저개발국 미

성년 노동자들이 희생되었다는 반성과 비판이 세

계적으로 쏟아졌다. 이 참사를 계기로 1996년 4월

28일 뉴욕의 UN 센터 앞에서 산재로 사망한 노동

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게 되었고 이후 국제

자유노련(ICFTU)과 국제노동기구(ILO)가 4월 28

일을 공식적인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로 제정

하였다. 현재 110개국 이상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

및 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4월 28일에 2002

년부터 매년 세계 산재 사망노동자를 추모하고 있

문화읽기

아, 잊으랴,어찌 우리 이날을

김재광 회원

Page 51: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49

다. 노동현장에서 하루 6~7명이 사망하는 한국,

OECD 산재 사망률 수위를 차치하는 우리로서는

남다른 추모의 날이다.

국가권력 또는 자본에 희생당하고 저항했던 4월의

날들은 우리에게 여전히 진행형이기에 4·3, 4·19,

4·28을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작

년 4월 16일,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참담하다는 말

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이 4월 한가운데 박혀

버렸다. 작년 나는 외국에서 참사를 접하게 되었

다. 그곳 TV에서 외신을 전하는 이국 앵커의 흥분

된 목소리와 함께 창문을 두드리는 누군가와 그냥

떠나버리는 해경의 영상을 보았다. 나는 눈을 의심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말은 ‘세상에’뿐

이었다. 익히 알다시피 ‘세상에’는 그 이후 1년 내

내 수도 없이 터져 나왔다. 사고 은폐와 망자와 유

가족에 대한 조롱 그리고 국가의 무책임은 한국사

회 전체를 절망하게 했다. 심지어 한쪽에서는 유족

과 희생자를 적대시하는 풍조마저 조장되고 있다.

진통 끝에 합의된 ‘416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특별

위원회’는 아직도 온갖 모함과 보이콧으로 시동조

차 못 걸고 있다. 자국민의 집단 사망을 이렇게 방

치하고, 사실과 진실을 소문으로 확인하게 하는 국

가가 국가로서 가치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 징

그러운 권력의 행태는 수치스럽게도 어쩐지 익숙

하다. 온갖 왜곡과 은폐 그리고 조롱은 부당한 권

력의 민낯이다. 내가 기억했던 4월의 다른 날들과

다르게 내가 직접 동시대에 겪는 일인지라 더 치가

떨린다. 하여 20여 년이 훨씬 지나서도 다시금 이

말을 반복해야 하니 원통하다.

우리가 오늘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잊는다

면 비극의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원통하니 더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제주 4·3 평화공원에 있는 글을 새기지 못한 비석, 4·3백비 (출처 : 통일부)

일터

Page 52: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50

지난 2월 13일 노동부 태백지청은 (주)동양시멘트

와 도급계약을 맺고 석회석 채굴을 하였던 동일

(주)과 (유)두성기업에 대하여 도급업체의 실체가

미미하여 사실상 노무 대행기관에 불과하다는 이

유로 동양시멘트의 위장도급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도급업체들은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에 불

과하므로 도급업체에서 근무한 노동자들은 동양시

멘트와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인정

한 것이다. 즉, 도급업체 노동자들은 원래부터 동양

시멘트에 고용된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동양시멘트는 하청 노동자들과 근로계약 관계를

부정한다. 도리어 하청에 도급계약 해지통보를 했

고, 하청업체는 노동자들에게 해고통지를 하였다.

노동부는 불법파견이 아니라 위장도급이라는 점에

서 근로자파견법에 의한 처벌은 어렵다고 한다. 노

동자들은 추가로 고소하여 직업안정법, 근로기준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특별근로

감독을 실시할 뿐 엄중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도급업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판정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동일(주)에 형식적으로

도급계약 해지통보서를 보냈고, 101명의 노동자들

은 하루아침에 해고통지를 받았다. 동양시멘트는

불법파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파견법을 위반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노동부의 입장이다. 그래서

민사소송을 통해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

이다. 법과 현실의 괴리된 상황은 노동자들을 하루

아침에 해고자로 전락시켰다.

노동자들은 노동부로부터 위장도급 판정을 받던

날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동양시멘트

가 진짜 사용자라는 것을 확인했고, 지금까지 하

청 노동자가 받았던 차별과 부당한 처우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동

양시멘트는 노동부의 판정과 직접고용 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정부 기관인 노동부

의 자존심도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인데 노동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동양시멘트는 기존

의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동양시멘트의 이러한 뻔뻔함은 마치 노동부

와 검찰의 보호 아래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사건은 노동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책상에 둘

러앉아 사건을 정리하면서 세미나를 하는데 아주

적절한 주제이다. 노동부, 검찰은 책상 앞에 앉아

노동법을 공부하며 이론을 연구하는 기관이 아니

다. 법을 위반해서 위장도급을 한 사업장이 존재하

고 이를 확인했는데 도리어 노동자가 해고가 되어

유노무사 상담일지

'위장도급' 판정을 받았는데 집단해고를

당하다니?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Page 53: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51

야하는 현실은 엄청나게 잘못된 것이다. 때문에 동

양시멘트와 같이 사용자들의 뻔뻔한 행위에 대해

정책적으로 단호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 이런 꼼

수를 사회적으로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현대자동차, KTX승무원, 삼성전자서

비스 등 외주, 용역, 도급에 따른 문제에 대하여 그

동안 정부는 기업이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방관

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 결과 자본들은 점점 더 악

랄하고 뻔뻔해지면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하청 노동자들은 동양시멘트에서 길게는 20년 동

안 노예처럼 일하다가 위장도급이라는 판정을 받

자마자 해고자가 되었다. 노동부는 ‘뭐할라꼬?’ 있

는 행정기관인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즉시 동양

시멘트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주객이

전도된 지금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방

안이다. 이런 사건에 대하여 노동부는 사용자들의

법적 책임을 단호하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직접

고용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용자들의 부당한 행위는 사회적

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도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동양시멘트는 지금이라도 즉시 모든 하

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

불법파견/위장도급 근절! 간접고용 비정규직 철폐!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 (2014년 9월)

(사진 출처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일터

Page 54: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52

'일터 다시보기'에

다시 임하는 소박한 자세

일터 다시보기

‘일터 다시보기’는 훌륭한 기사 꼭지이다. 나와 연구소 그리고 노동보건 운동을

되돌아보는 강압적이고도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

에 쉽게 써지지 않는다. 일단 칩거하고 있던 과월호들을 소환해야 한다. 언젠가

받게 될지 모를 원고 청탁을 기대하며 미리미리 책 모서리를 접어두는 넓은 오

지랖은 아닌지라 몇 년 치 기사목록을 스캔하는 수고는 기본이다. 기사들을 리

뷰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의 각축.

2004년 1월 기획 노동안전보건 현장 활동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2004년 5월 기획 조선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문제

2004년 6월 기획 자본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유해요인 조사를 뛰어넘자

2006년 6월 특집 현대자동차 작업중지권 투쟁사례

‘일터 다시 보기’ 꼭지의 기사를 쓰기로 작정하면서 “다시 보기”라는 말을 곱씹

어 본다. “다시 본다... 또 본다... 새롭게 본다...” 다시 보고 새롭게 봐도 그 시절

과거의 기록이 바로 오늘의 기록인 것처럼 느껴지는 데서 오는 비애감과 피로감

이 먼저 다가든다. 2013년 12월 “일터 다시보기에 임하는 소박한 자세” 중에서

노동보건의 답답한 현실을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했던 10년 전의 기사가 마치 엊

그제 기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2013년 겨울 일터 다시보기에 소박하

게 임했던 순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다시 솟아나는 비애. 물론 감정의

각축에는 물론 비애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0년 전 일터 곳곳에서 발견되는 사

진 속 꼭 그만큼 젊은 얼굴의 한노보연 회원들. 묘하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반가

움과 탄성. 아! 10년 전 기사들처럼 마치 엊그제 찍은 것 같았으면.

어쨌든 활자화 되어 타인에게 읽힐 글을 쓴다는 것이 원래 약간의 긴장을 동반

하는 법이지만 ‘일터 다시보기’ 기사 쓰기는 긴장감을 넘어선 감회에 젖어 도무

류현철 회원

Page 55: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53

지 글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는 엄살.

각설하고. 2007년 10월 일터에는 당시 한노보연 궤도팀이 특집으로 “노동자 고

용을 위협하는 업무적합성평가, 그 올바른 원칙과 대안은?”이라는 기사가 실렸

다. 그 기사가 비판했던 제도는 여전하여, 2013년에 10월호에 직업환경의학 의사

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에서 50대 조선소 노동자 이야기 “배치전건강진단의

역설”로 기사를 실었다. 그리고 나는 이번 달에 직업환경의학 외래협의회라는

곳에서 “보건관리자로서의 업무적합성 평가”라는 주제의 발표를 할 예정이다.

2007년 기사에서 채용시 건강검진의 문제 업무적합성 평가가 왜곡된 사례를 비

판하면서 우리가 내세운 원칙과 대안은 이렇다.

여전히 옳다. 그리고 여전히 옳은 바대로 되고 있지 않다.

일터 다시보기는 훌륭한 꼭지이다. 미리 준비해두었던 발표 자료를 다시 한 번

열어본다. 10년 후에 다시 똑같은 현실을 개탄하는 기사가 일터에 올라오지 않

으려면 지금 나는 무슨 이야기를 준비해야 하는가? 비록 제도를 뒤바꾸는 격렬

한 싸움의 장은 아니지만 주어진 자리에서 할 말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일터

다시보기에 다시 임하는 나의 소박한 자세이다. 오늘 밤도 짧을 것이다.

1) 채용시 건강검진을 꼭 해야 하는 업종과 직종인가?

2) 꼭 해야만 하는 검사인가?

3) 질환이 아닌 노동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는가?

4) 개인의 신체상의 비밀과 정보를 구체적으로 회사에 알리지 말고 업무적합 여부만을 평

가해야 한다.

5) 고용상태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배치 전 검진인가?

6) 일반건강진단이나 특수건강진단 실시 후의 사후관리는 작업 전환 외에 작업환경개선

에 대한 의견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7) 산재 요양이나 개인 질병 요양 후 복귀 시에 업무적합성 평가를 해야 하는 경우, 다음

의 원칙이 확인되어야 한다.

가) 충분히 치료되었는가? (평가를 위한 적절한 시점인가?)

나) 작업장 환경에 노동자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해당 노동자의 능력에 작업환경을

맞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다) 객관적인 평가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가?

라) 해당 노동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였는가?

마) 충분한 설명과 정보제공을 통해 해당 노동자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제공되었는가?

일터

Page 56: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54

이러쿵저러쿵

이른 봄에는 해마다 날씨의 변덕으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길고 추웠던

겨울이 끝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일찍 피는 꽃들의 화사함과 향기에 야외활

동이 활발해지고 마음이 부풀어 간다. 주꾸미, 봄 도다리, 냉이 등 제철 음식에

맞춰 또는 매화, 벚꽃, 진달래 등 개화시기에 맞춰 전국에서 온갖 행사들이 열린

다. 한마디로 나라가 들썩인다. 해마다 맞는 봄 풍경이었다.

그러나 1년 전 우리는 봄을 겨울처럼 보냈다. 세월호라는 선박을 타고 제주도

로 향하던 승객들 중 3분의 2 정도가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장되었다. 대부

분이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교 2학년 어린 학생들이었다. 무더운 여름이 오고,

‘어려운 경제를 생각해서’ 여름휴가를 가기 시작한 때까지 적어도 3개월 동안 우

리의 마음은 사고 당시 바닷물 온도 13도였다. 차가운 물에 갇혀 있는 아이들

이 느낄 한기를 많은 국민들이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래야 손도 쓰지 못하고 그

들을 보낸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뭘 해야 할지도 몰랐고,

무슨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눈앞에서 아이들이 탄 배가 바닷속으로 사라져

가는 모양을 그대로 지켜본 사람들은 그 몇 달 동안 TV나 인터넷을 통해 전해

지는 소식에 민감히 반응하며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심하던 정부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경제를 살릴 기회를 버

릴 거냐며 국민을 협박하고 유족을 외면했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 한국을 방

문한 교황이 대신 그들을 품었다.

“진상조사 규명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기약 없는 시간에 매달려 대한민국이

세월호 암초에 걸려 상호 비방과 비통에 사로잡혀 지낼 수는 없다.”라는 정부 주

도 영결식이 작년 말에 있었다. 참극 발생 1주기를 앞둔 4월 1일에는 느닷없는

보상금액 발표가 있었다.

다시 맞는 4월

최종배 선전위원

Page 57: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년 4월

55

유가족들은 비극적인 사고발생 직후 인명구조를 원했고, 시신의 인양을 원했고,

보상보다 진실규명을 원했다. 사고 전날 밤 있었다던 배의 기울어짐 후 복원, 정

부가 주장하는 사고 시간(오전 8시 56분)과 생존자들이 말하는 사고 시간(7시

40분), 구조요청 시각(8시 56분)과 침몰 시각(11시 21분), 최후 교신(9시 37분)과

승무원 탈출(9시 46분), 정확한 탑승객 숫자, 잠수사 최초 투입 시각(오후 5시)

과 인원, 세월호와 특정 종교집단, 세월호의 소유관계 등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수많은 원인들은 정부 주장대로 재판에서 밝혀지고 있는 것일까? 승무원, 해당

선사 임직원, 해경 등 세월호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은 2월 12일 모든 1심이 끝났

다.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종결한 1심에서 밝혀진 것이 무엇인지, 2심과 3심에서

무엇을 밝혀낼지 모르지만 보통 사람이 가진 평범한 상식으로 납득할 만한 진

실규명은 기대할 수 없다.

해방 직후 제주도민에게 가해졌던 학살에 대해서 좌익세력 소탕이라는 망언이

다시 시작되고, 전두환 세력이 자행한 광주학살도 북한 게릴라의 소행이라는 소

리들이 다시 싹트는 것은 비극이다. 세월호에 대해서도 비상식적인 언행과 대응

이 난무했다. 재판에서 모든 것이 밝혀질 거라며 경제를 살리자던 정부의 말대

로 경제는 살려졌는가?

다시 봄이다. 그러나 꽃 피고 마음 부푸는 봄이 아니다. 장미의 계절 5월을 잔

인한 5월이라 했었다. 5월에 광주 망월동에 가는 것처럼, 4월이 되면 진도 팽목

항에 가게 될 것 같다. 4월이 통곡의 달이 되지 않기 위해 진실규명이 되어야 한

다. 그때까지 마냥 들썩이는 봄은 아니면 좋겠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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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가로열쇠

1 4.28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은 1993년 4월 10일 만

화 캐릭터 ○○가족의 인형을 만드는 태국의 케이더 공장에서

난 화재로 18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을 기억하기 위해 제정

되었다.

2 3월 30일 박근혜 정부가 ○○○○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이번 마스터 플랜이 참사와 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보

호와 예방에 관한 국가의 책무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어

벌써부터 실효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 제주 4.3을 기념해서 만든 제주 4.3평화○○은 제주시 명림로

에 위치해있다.

5 강원도에 위치한 ○○○○○는 도급업체 노동자를 직접 고용

하라는 노동부 태백지청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도급업체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것은 물론 101명의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해고

해 사회적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7 3월 27일 정부가 세월호 ○○○ 시행령(안)을 발표했다. 이 안

은 정부가 진상조사위원회를 직접 관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한,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의 범위를 해상사고로 국한하려는 의

도를 갖고 있다

세로열쇠

1 3월 18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작

년 5월 부족한 인력에 따른장기간 새벽 근무와 특근, 교대근무

로 인해 급성○○○○으로 사망한 나 모씨의 죽음에 대해 산업

재해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2 석면○○○○○과 시행령에 따르면 토양이나 암석 등에 분포

하고 있는 자연 석면에 의한 주민 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의 자연 석면 분포 현황을 담은 석면지질도를 작성해 인터

넷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3 수원지역의 50여 개의 시민 · 사회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참

사 수원시민 ○○○○은 정부가 제출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을 철회하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힘을 모아낼 예정이다.

4 현장에서 발생한 위험상황에 대해 위험상황○○○○ 1588-

3088로 신고하면 가까운 지방노동관서에서 담당감독관을 현

장에 출동시켜 상황을 확인하고, 급박한 경우 작업 중지를 하는

등 조치를 취하게 한다.

5 ○○○○○○는 현대자동차 자본의 꿈의 공장에서 6명이 민주

노조를 만들고 활동하는 노동조합이다. 최근 재심사 청구까지

불승인됐던 과로로 인한 뇌경색 건을 투쟁을 통해 다시 재조사

를 하게 해 산재로 인정받았다.

6 공익성 사업의 ○○○○○○는 공익성 사업에 대해 사용자가

노동자 대표가 서면합의를 한 때에는 주 12시간을 초과하여 연

장근로하게 하거나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8 ○○○○는 A-Z 노동이야기 인터뷰 주인공이 일하는 곳으로

소수의 자본가나 정치권력에 의해 장악된 매스미디어에서 소외

된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상 미디어 센터다.

1 3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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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135호 2015년 4월

발행인 김형렬 선전위원 경희, 민, 성호, 승종, 연아, 영우, 이령, 재천, 재현, 종배, 하나 만평 박원종 편집 영 인쇄 동광문화사 발행기관 한국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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