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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 우리말과글쓰기 비평적글쓰기 드라마에 드러난 판타지와 현대인의 욕망 -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중심으로 1346011 서은지 목차 Ⅰ. 들어가며 Ⅱ. <너의 목소리가 들려>, 현대인의 욕망이 충족되는 공간 A.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다면 B. 성공과 정의가 함께 이루어지는 사회라면 Ⅲ. 마치며 Ⅳ. 참고문헌

드라마에 드러난 판타지와 현대인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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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드라마에 드러난 판타지와 현대인의 욕망

2013-2우리말과글쓰기비평적글쓰기

드라마에 드러난 판타지와 현대인의 욕망-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중심으로

1346011 서은지

목차

Ⅰ. 들어가며

Ⅱ. <너의 목소리가 들려>, 현대인의 욕망이 충족되는 공간 A.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다면 B. 성공과 정의가 함께 이루어지는 사회라면

Ⅲ. 마치며

Ⅳ.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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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시작부터 온·오프라인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는 동시간대 드라마들이 10%를 밑도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평균 20%가 넘는 시청률1)을 기록하며 시청자들과 제작자, 양측 모두의 즐거운 비명 속에 끝을 맺었다. 이렇게 올 여름 우리나라 드라마 시장을 흔든 <너목들>은 법정물, 로맨스, 스릴러 그리고 판타지2)를 합친 혼합 장르로서 다양한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3). 특히 <너목들>은 판타지 요소로 인해 극이 전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판타지 요소가 두드러지는데, 시청자들이 <너목들>에 열광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는 현실을 바탕으로 하되, 판타지 요소를 가미하여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을 드라마 세계 속에서 실현한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환상적 세계에 빠져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하며 그에 공감하고, 그와 같이 기뻐하는 등 여러 감정을 함께 느낀다. 즉 시청자들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던 욕망을, 드라마의 판타지 요소를 통해서나마 충족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욕망이 반영된 것이 두드러지는 드라마에는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나인> 등 굉장히 다양한 유형이 있다. 본고는 기존의 드라마와는 다소 다른 유형의 판타지 요소를 가지고 있는 <너목들>에 초점을 맞추어 현대인들의 욕망이 담긴 드라마의 판타지 요소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Ⅱ. <너의 목소리가 들려>, 현대인의 욕망이 이루어지는 공간

A.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다면

“나는 다른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어.4)” 이것은 바로 <너목들>의 남자 주인공, ‘박수하’의 대사 중 하나이다. ‘박수하’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을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이러한 초능력은 자신의 평소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여자 주인공인 변호사 ‘장혜성’에게도 도움을 줌으로써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것, 그것은 절대 실재할 수 없는 능력이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1) 박영웅(2013.08.02.), 「'너목들'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 마지막까지 웃었다」, 스포츠서울 http://news.sportsseoul.com/read/entertain/1218191.htm2) 판타지(환상) :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을 뜻한다. [네이버 국어사전]3) 문지연(2013.08.02.), 「‘법정스릴러+로코+판타지’ 심장쫄깃한 이들의 복합장르란」, TV리포트 http://www.tvreport.co.kr/?c=news&m=newsview&idx=3772864) <너의 목소리가 들려>, SBS, 2013년 6월 6일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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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가지고 있는 ‘관음증5)’, 즉 ‘엿보기 심리’를 자극한다. 연세대학교 교수 황상민은 “사람들이 진짜 관심을 가지는 건 정치나 사회, 관습 등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 자체다. 즉, 타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특정 상황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한 것이다”고 분석6)했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누구나 타인의 삶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호기심으로 인한 엿보기 욕구를 현실에서 충족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그러나 드라마와 같은 가상 세계, 특히 <너목들>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다. ‘박수하’는 자신이 가진 초능력으로 짝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거나, 대학 면접고사에서 면접관의 생각을 읽고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답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시청자들은 타인들의 생각이나 행위를 엿보며 일종의 쾌락을 느끼게 된다. 즉, 현대인들은 드라마를 통해 타인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고 엿보기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판타지 요소를 통해 인간의 엿보기 심리를 자극하는 또 다른 드라마로는 <시크릿가든>이 있다. <시크릿가든>은 남녀 주인공 서로의 영혼이 교체된다는 판타지적 상황을 설정하였다. 영혼이 교체되면서 두 주인공이 상호 간의 삶을 경험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계기가 된다7)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현대인들은 주인공들이 서로의 삶을 체험하는 것, 특히 가난한 여자 주인공이 ‘재벌 2세’인 남자 주인공의 삶을 체험하는 것을 보며, 백만장자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여 대리만족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이의 생활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게 된다.

또한, 인간의 엿보기 심리는 곧 진실을 보고자 하는 욕구와 이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인간의 욕구는 ‘박수하’가 ‘장혜성’이 사건을 해결할 때 난관에 부딪치면 피고인이나 검사의 마음을 읽고 그녀에게 알려줌으로써 사건 해결을 돕는 상황에 잘 반영되어 있다. 현대 사회에는 거짓이 난무하다. 특히 옥살이나 벌금 등의 형벌이 걸린 재판이 이루어지는 법정에서 진실은 은폐·축소되고 거짓이 판을 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중 변호사인 ‘장혜성’마저 “진실이 법정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이기는 것이 진실8)”이라고 할 정도이다. 그러나 ‘박수하’의 초능력은 법정에서 진실이 이기는 것에 큰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도 진실이 가장 중요한 법정에서 ‘박수하’의 초능력을 통해 진실이 밖으로 드러남으로써 그것이 승리를 거둘 때, 진실을 알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구가 충족되는 것이다.

B. 성공과 정의가 함께 이루어지는 사회라면

‘장혜성’은 매사 불성실하고 재판에 성의 없이 일하는 삼류 변호사였다. 그녀는 월급이 정기적으로 지급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선전담변호사를 지원했으며, 면접에서는 지원동기를 묻는 면접관의 말에 사실대로 월급이라고 대답하였다. 심지어 면접관 중 한 명이 그녀의 ‘20초’라는 별명9)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한 답변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경쟁률

5) 관음증은 원래 정신질환의 일종이지만,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물을 감상하는 즐거움의 바탕은 타인의 행위를 지켜보는 것에 있다는 점에 따라 영화이론에서 새롭게 받아들여 해석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6) 네이버 지식백과 : 리얼리티 쇼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838489&cid=542&categoryId=5427) 박진희(2013), 「텔레비전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판타지 연구」, 8쪽8) <너의 목소리가 들려>, SBS, 2013년 6월 6일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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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뚫고 국선전담변호사에 합격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쟁쟁한 실력자들이 치열히 경쟁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기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국선전담변호사는 2년마다 평가를 통해서 재위촉되기 때문에 ‘엉터리 변론’을 계속하게 되면 2년 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10). 하지만 이렇게 ‘장혜성’이 비현실적으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인간의 ‘존경욕구’와 ‘자아실현욕구11)’를 자극한다.

매슬로의 욕구5단계설에 의하면, 인간은 모두 자기존중과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성공이나 성장, 자존심, 인정 등에 대한 욕구를 누구나 다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극중에서 ‘장혜성’은 초능력을 가진 소년 ‘박수하’를 만난 후부터 그와 함께 진실을 좇아, 점차 피고인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시청자들은 ‘장혜성’이 변호사로서 성장함과 동시에 성공하는, 판타지적 상황을 간접적으로 겪게 된다. 즉, ‘장혜성’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신감을 얻고, 동시에 존경욕구와 자아실현욕구를 충족하는 것이다.

또한, 개인의 성공과 사회의 정의가 양립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러나 <너목들>에서는 변호사로서의 ‘장혜성’ 개인의 성공과 함께 재판에서의 정의가 동시에 실현되면서 또 하나의 판타지를 이룬다. ‘사회 정의’의 사전적 정의에는 이해가 상충되는 당사자들을 어느 한편을 일방적으로 부당하게 희생시키지 않고, 모든 당사자의 이익을 공정하게 고려하여야 한다는 원칙12)이 포함된다. 그러나 현대 경쟁 사회에서 다른 이들의 이익 또한 고려하며 개인이 성공을 이루어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또한 현재는 국선전담 변호사가 법원에 종속되어 있어 대법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결국은 온전히 피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재판부를 위한 재판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13). 즉, ‘장혜성’처럼 피고인의 억울한 누명을 풀어주어 정의를 실현함과 동시에 변호사 본인이 재판에서 검사를 상대로 이겨 성공하는 것 또한 비현실적인 것이다. 하지만 <너목들>은 이러한 판타지를 드라마 세계 속에서 실현함으로써 현대인의 성취욕과 정의 실현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킨다.

Ⅲ. 마치며

톨킨은 판타지동화의 본질 가운데 하나가 ‘벗어나기’라 말한다. 벗어나려는 절실한 바람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판타지 동화라는 것이다14). 또한 드라마는 실제 현실을 반영한 듯

9) 극중 ‘장혜성’은 재판에서 변론을 20초 안에 끝낼 정도로 성의 없이 한다고 하여 ‘20초’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언급된 바 있다.

10) 전준우(2013.07.28.), 「'너목들' 자문 변호사가 말하는 '국선전담'」, 뉴스1 http://news1.kr/articles/125636611) 아브라함 매슬로(Abraham H. 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5단계로 분류하였

다. 그 중, 4단계의 욕구는 존경욕구(esteem needs)로서 스스로 자신을 중요하다고 느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인정되고자 하는 욕구이다. 지위, 존경, 인정, 명예, 위신, 자존심, 성공 등에 대한 욕구를 말한다. 5단계 욕구는 자아실현욕구(self-actualization needs)로서 성장, 자아실현 등을 통해 자신의 잠재 가능성을 실현하려는 욕구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 매슬로의 욕구5단계설]

12) 네이버 지식백과 : 사회 정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41452&cid=3432&categoryId=3432 13) 전희란(2013.08.06.), 「내가 바로 이보영·윤상현! 현실 속 국선 변호사를 만나다」, 여성조선 http://news.chosun.com/dhtm/css/fbapp_2012041314) 이재복(2001), 『판타지 동화 세계』, 사계절, 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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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실상은 실제 현실과 정반대의 이데올로기를 내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청자들은 실제 현실에 대한 불안감을 판타지적 요소가 담긴 드라마를 통해 해소한다. 동시에 그다지 개선되지 않는, 그래서 별반 기대할 것 없는 현실에 대한 불만감을 현실 전복적인 드라마를 통해 충족하기도 한다15). 이와 같이, 드라마는 판타지 요소를 통해 현실에서 일어날 법도 하지만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을 현실화하면서 현대인들이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 대리 만족하고, 억압된 ‘욕망’을 해소하도록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너목들>은 기존의 드라마들이 주로 신데렐라 스토리, 재벌2세 등을 판타지 소재로 삼은 것과는 달리 초능력, 개인의 성공과 동시에 실현되는 사회적 정의를 소재로 하여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차원의 판타지 세계를 제공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드라마는 현대 사회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한 계속 판타지 요소를 통해 현대인들의 소망과 같은 판타지 세계를 경험하게 해 줄 것이다.

Ⅳ. 참고문헌

<너의 목소리가 들려>, SBS 네이버 국어사전네이버 지식백과문지연, 「‘법정스릴러+로코+판타지’ 심장쫄깃한 이들의 복합장르란」, TV리포트, (2013.08.02.)http://www.tvreport.co.kr/?c=news&m=newsview&idx=377286박영웅, 「'너목들'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 마지막까지 웃었다」, 스포츠서울, (2013.08.02.)http://news.sportsseoul.com/read/entertain/1218191.htm박진희(2013), 「텔레비전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판타지 연구」, 동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윤석진(2007), 『드라마 공방전』, 북마크이재복(2001), 『판타지 동화 세계』, 사계절전준우, 「'너목들' 자문 변호사가 말하는 '국선전담'」, 뉴스1, (2013.07.28.)http://news1.kr/articles/1256366전희란, 「내가 바로 이보영·윤상현! 현실 속 국선 변호사를 만나다」, 여성조선, (2013.08.06.)http://news.chosun.com/dhtm/css/fbapp_20120413

15) 윤석진(2007), 『드라마 공방전』, 북마크, 1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