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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랑스학논집 제 36 (2001) pp. 177~194 - 177 - 들뢰즈의 영화미학 : 시간-이미지와 모데르니테 김 호 영* < > Ⅰ. 들어가는 말 Ⅱ. 영화와 모데르니테 Ⅲ. 현대 영화와 시간-이미지 Ⅳ. 맺는 말 Ⅰ. 들어가는 말 들뢰즈 Gilles Deleuze는 영화에 관한 그의 미학적 입장들을 모아놓은 영화 1. -이미지 Cinéma 1. L'Image-mouvement 영화 2. 시간-이미지 Cinéma 2. L'Image-temps 1) 에서, 무엇보다 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지니는 모데르니테 Modernité 에 주목한다. 그 이유는, 영화가 그 탄생 시기부터 그 전까지의 모든 예술이 감히 재현 représentation의 대상으로 삼지 못했던 운동 mouvement’시간 temps’을 표현 의 질료이자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 영화는 19세기의 철학에서조차도 비사유 의 대상이었던 운동을 사유하고, 분석하고, 이미지화하는데 성공함으로써 탄생 초기 부터 다른 어떤 예술과도 현저하게 구별되는 독자성과 변별성을 얻게 된다 . 특히, 이러한 운동의 재현은 르네상스 이후 서구의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부단하 게 추구되어 온 리얼리즘의 시도들 중 가장 혁신적인 도약으로 평가될 수 있다. 사 시대의 동굴 벽화이래, 인류는 빛, 소리, , 형태 등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모든 현실의 구성 요소들을 가능한 완전하게 재현하려 노력해왔지만, 운동이라는 또 하나 의 요소에 대해서는 불과 1, 2세기 전까지도 재현의 꿈조차 꾸지 못했던 것이다. , 영화는 그 탄생과 함께, 르네상스 이후 예술과 문화 제 분야에서 추구되어 온 근 대성의 여러 특성들 중 리얼리즘이라는 주요 특징을 본성으로 내포하게 된다. 그런데 들뢰즈는 영화 2. 시간-이미지 에서 과연 영화가 운동의 재현을 통해 부 여받았던 이러한 태생적 모데르니테를 성공적으로 이어나갔는지에 대해 되묻고 있 . 근대사의 가장 마지막 예술장르라 할 수 있는 영화가 20세기라는 단 한 세기를 거치면서 타 장르의 수많은 변화와 실험들을 수용해 빠르게 발전해온 것이 사실이지 *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강사 1) Gilles Deuleuze, Cinéma 1. L'Image-mouvement et Cinéma 2. L'Image-temps, Ed. de Minuit, 1983 et 1985. 이후의 각주에서는 Cinéma 1. L'Image-mouvement Cinéma 1 , Cinéma 2. L'Image-temps Cinéma 2 로 표기한다.

들뢰즈의 영화미학-시간이미지와 모데르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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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랑스학논집 제 36 집 (2001) pp. 177~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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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화미학 : 시간-이미지와 모데르니테

김 호 1)*

< 차 례 >

Ⅰ. 들어가는 말

Ⅱ. 화와 모데르니테

Ⅲ. 화와 시간-이미지

Ⅳ. 맺는 말

Ⅰ. 들어가는 말

들뢰즈 Gilles Deleuze는 화에 한 그의 미학 입장들을 모아놓은 화 1. 운

동-이미지 Cinéma 1. L'Image-mouvement 와 화 2. 시간-이미지 Cinéma 2.

L'Image-temps 1)에서, 무엇보다 화라는 장르 자체가 지니는 모데르니테 Modernité

에 주목한다. 그 이유는, 화가 그 탄생 시기부터 그 까지의 모든 술이 감히 재

représentation의 상으로 삼지 못했던 ‘운동 mouvement’과 ‘시간 temps’을 표

의 질료이자 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즉, 화는 19세기의 철학에서조차도 비사유

의 상이었던 운동을 사유하고, 분석하고, 이미지화하는데 성공함으로써 탄생 기

부터 다른 어떤 술과도 하게 구별되는 독자성과 변별성을 얻게 된다.

특히, 이러한 ‘운동’의 재 은 르네상스 이후 서구의 다양한 술 분야에서 부단하

게 추구되어 온 리얼리즘의 시도들 가장 신 인 도약으로 평가될 수 있다. 선

사 시 의 동굴 벽화이래, 인류는 빛, 소리, 색, 형태 등 가시 이고 물리 인 모든

실의 구성 요소들을 가능한 완 하게 재 하려 노력해왔지만, 운동이라는 하나

의 요소에 해서는 불과 1, 2세기 까지도 재 의 꿈조차 꾸지 못했던 것이다. 결

국, 화는 그 탄생과 함께, 르네상스 이후 술과 문화 제 분야에서 추구되어 온 근

성의 여러 특성들 리얼리즘이라는 주요 특징을 본성으로 내포하게 된다.

그런데 들뢰즈는 화 2. 시간-이미지 에서 과연 화가 운동의 재 을 통해 부

여받았던 이러한 태생 모데르니테를 성공 으로 이어나갔는지에 해 되묻고 있

다. 근 사의 가장 마지막 술장르라 할 수 있는 화가 20세기라는 단 한 세기를

거치면서 타 장르의 수많은 변화와 실험들을 수용해 빠르게 발 해온 것이 사실이지

* 서강 학교 불어불문학과 강사

1) Gilles Deuleuze, Cinéma 1. L'Image-mouvement et Cinéma 2. L'Image-temps,

Ed. de Minuit, 1983 et 1985. 이후의 각주에서는 Cinéma 1. L'Image-mouvement

은 Cinéma 1 로, Cinéma 2. L'Image-temps 은 Cinéma 2 로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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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어쩌면 20세기 반이 지나도록 탄생 순간의 새로움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

지 못하지 않았나, 하고 자성하는 것이다. 신생 장르인 화로서 이 반세기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한 성숙의 기간이었을지 모르지만, 타 장르에서 이미 화 탄생 시기 이

인 19세기 반부터 각성되고 있던 근 성의 다른 특성들을 화는 20세기

반에 와서야 비로소 자각하고 구 해내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다.

때문에, 들뢰즈가 시간-이미지를 통해 설명하는 화들의 모데르니테는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화가 보여주려 하는 주 인 시간과 실재의 이 성

은 이미 20세기 반부터 여러 술 분야에서 흔히 보고 들어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즉, 들뢰즈가 화에 부여하는 모데르니테는 결코 화만이 지니는 어떤 차별

특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화가 하나의 진정한 술 장르로

서 살아남기 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덕목을 가리킨다2).

본고에서는 그러므로 화에 있어서의 모데르니테의 문제, 혹은 모데르니테와

화의 상 계를 재론해본다. 이를 해 먼 서구 문화사에서 추구되어온 모데르

니테의 개념과 화사에서 일반 으로 거론되었던 모데르니테의 개념을 재검토할 것

이고, 들뢰즈가 고 화와 화의 분류 근거로 삼는 시간-이미지에 해 살

펴볼 것이다.

Ⅱ. 화와 모데르니테

다시 질문해보자. 모데르니테 modernité란 무엇인가? 어쩌면 불가능한 이 질문에

앞서, 먼 모데르니테라는 표 에 내재되어 있는 상이한 두 개념을 구별해야 한다.

바로 ‘근 성 modernité’과 ‘동시 성 contemporainéïté’이다. 자가 서구의 문화

사 인 맥락에서 르네상스 이후 세 특성과 차별되어 나타나는 새로운 특성을 규

정짓기 해 발생된 개념이라면, 후자는 이와 무 하게 ‘가장 최근의 것 nouveau,

mode’, ‘지 재의 것 actuel, contemporain’을 가리키기 한 보다 단순한 개념

이다. 일상 역에서 나아가 문화 역에서조차 이 두 개념은 혼동되고 있지만3), 여

2) 이것이 어쩌면 들뢰즈가 1983년과 1985년이라는 뒤늦은 시기에 Cinéma 1 과 Cinéma 2

를 내놓은 이유인지도 모른다. 제2권에서 주목하듯 화는 1960년 후의 유럽 화들을

심으로 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게 되었지만, 실제로는 1980년 까지도 끊임없이

술이냐 아니냐의 여부를 놓고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들뢰즈는 일반인들이 화에 해 갖

는 이러한 술 불신은 어디까지나 화 자체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3) 모데르니테에 해 최 로 진정한 사고를 보여주었던 보들 르조차 모데르니테의 개념을

‘탈 세 인 가치’와 ‘가장 재 인 가치’로 혼용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모데르니테는 근

성의 미학의 본령이기도 하나, 동시에 ‘ 재 인 것의 미학’이기도 하다. 그의 모데르니테는

종종 “ 재를 승화하려는 의지(Une volonté d'héroïser le présent)”로 표 되기도 한다.

C. Baudelaire, "Le peintre de la vie moderne : la modernité", paru dans Le

Figaro, Paris, 1853, in Baudelaire, oeuvres complètes, éd. Robert Laffont,

coll. Bouquins, 1980, p. 797를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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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서는 논의의 을 자에만, 즉 근 성으로서의 모데르니테에만 국한시킨다.

따라서 우리가 모데르니테라는 개념의 정의를 단순한 '동시 성 contemporainéïté'

의 범주에서 벗어나 생각해본다면, 그리고 서구 산업사회의 태동과 함께 발아된 합리

주의 이고 이성 심주의 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생각해본다면, 모데르니테에

한 정의는 보다 넓게 확장되면서 동시에 몇 가지 분명한 특징들로 나뉘어 설명될 수

있다. 즉, 개의 시 은 나라마다 조 씩 다르지만 어도 서구 문화사에서 모데르

니테란 인간 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주의 가치 에 반(反)하는 상 주의 가

치 , 이분법 인간 에 반하는 이 인간 , 체주의보다는 개인주의, 계 타

를 지향하는 평등의식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그런데 화에서 언 되는 모데르니테의 개념은 이와 다소간의 차이를 보인다. 아

니 그 보다는 들뢰즈의 화 1, 2권이 발표되기 까지, 각기 다른 기 을 갖는

모데르니테의 개념이 혼용되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 일 것이다. 일반

으로, 화 이론가 화사가들은 보통 세 부류의 화들에 ‘모더니티’ 혹은 ‘모

더니즘’이라는 성격을 부여해왔다.

1920년 유럽의 화

모더니즘 계열의 첫 번째 화들은, 1920년 유럽에서 주로 랑스와 독일을

심으로 시도되었던 ‘ avant-garde 화들’이다. 이 화들은 주제 면에서나 기

법 면에서 당시 회화와 음악 등에서 추구되었던 술운동들로부터 깊은 향을 받는

다. 먼 랑스를 심으로 개된 실주의와 인상주의 화들은 화를 순수하

고 자유로운 형태의 술로 간주하면서 다양한 카메라 기법을 실험한다. 당 술계

를 휩쓸었던 실주의 운동이나 시 회화의 인상주의 기법으로부터 직 인

향을 받은 이 화들은 흔히 동일 장르의 작품들간의 상호텍스트성 intertextualité

을 넘어 이질 장르의 작품들간의 상호텍스트성을 논할 때 가장 모범 인 사례로 꼽히

곤 한다. 음악, 회화, 사진, 문학 등 그야말로 각 분야의 술가들이 화라는 이 새

로운 장르에 막 한 호기심을 보이며 하나의 구성원으로 직 참여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르네 클 르 René Clair가 감독한 막간극 L'Entr'acte (1924)의 경우,

시나리오는 란시스 피카비아 Francis Pacabia, 음악은 에릭 사티 Eric Satie가

담당했으며 맨 이 Man Ray와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에릭 사티, 살바

도르 달리 Salvador Dali 등이 출연했다. , 실주의 화의 표작인 안달루

시아의 개 Un Chien d'Andalou (1928) 역시 루이스 뉴엘 Luis Bunuel과 살

바도르 달리의 공동 창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20년 랑스의 실주의나 인

상주의 화운동은 화라는 한 장르의 제작 과정에서 술의 분야의 문가들이

말 그 로의 공동작업을 행했던, 실은 화사 뿐 아니라 술사 체를 통틀어 총체

인 상호텍스트성 작업의 가능성이 타진되었던 유일한 장인지도 모른다.

한편, 독일에서는 20세기 자국의 회화에서 나타나던 표 주의 경향을 그 로

수용하는 표 주의 화운동이 일어난다. 카메라 즈나 인화술 등 화의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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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도 주로 기계 인 면을 탐구했던 랑스의 실주의나 인상주의 화들과는

달리, 독일의 표 주의 화들은 화면의 구도나 임의 역, 빛의 기능 등 주로

화의 추상 형식에 한 연구에 집 한다. 특히 원근법의 규칙을 거부하고 기하

학 공간을 무시하면서 화의 리얼리즘 기능 자체를 부정하는데, 끊임없이 변형

되고 단 되는 선의 유희를 활용하면서 화 공간에 한 집요한 탐구를 벌인다.

여하튼, 이 시기의 유럽의 화들의 공통된 특징은 화라는 매체에 해 치

열하면서도 폭넓은 실험을 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당시까지 화 제작의

행을 지배하고 있던 두 개의 경향, 즉 뤼미에르 형제 Les Lumières 식의 기록

주의 경향과 멜리에스 Georges Méliès 식의 허구 스토리 주 경향에 모두 반발

하면서 화라는 장르의 고유한 형식을 탐구하는데 몰두한 것이다. 한, 당시 미국

화들의 인기에 힘입어 속히 확산되어가던 화 표 의 보수 추세를

복하려는 데에도 일단의 목 이 있었다. 따라서, 1920년 유럽의 화들은

화의 표 형식을 넓히고 심화시키는데 커다란 기여를 한다.

1960년 미국의 구조 화와 유럽의 새로운 화

두 번째 모더니즘 화들은 1960년 후 미국을 심으로 일어난 구조 화들

을 가리킨다. 1920년 의 유럽의 화들이 당 의 타 술 장르에서 일어났던

모더니즘 운동을 그 로 수용한 것이라면, 이 시기의 화들은 화라는 매체 내에

서 숙고되었던 모더니즘을 지칭한다. 특히, 제1기 모더니즘 화들이 추상 인 표

에 있어서 심리극 이고 신화 인 체했던 것에 해 단호하게 반발한다. 이 새로운

모더니즘 화들은 1950-60년 에 유럽에서 개되었던 네오 리얼리즘과 벨 바

그 등의 화 운동으로부터 방법론 향을 받고 당시 유행처럼 번지던 구조주

의 운동으로부터 사상 감을 얻지만, 무엇보다 화라는 매체에 한 자기반 성

을 가장 요한 탐구 목표로 삼는다. 즉, 매체를 비개성화시키고 매체에 해 거리를

느끼게 하면서, 화라는 하나의 매체를 냉정하게 실험하는 것이다. 이처럼 매체의

구조 실험을 통한 반복성과 변형가능성의 연구는 술로서의 화에 한 일종의

반환상주의 시도로도 볼 수 있다. 머리 자르기 , 귀 (1964) 등 단 하나의 쇼트

로 단순한 인간의 행 를 기록한 앤디 워홀 Andy Warhol의 화들과4) 45분 동안

어느 한 다락방을 가장 넓은 각도로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해 벽에 걸린 한 액자의

극단 인 클로즈업에서 끝이 나는 마이클 스노우 Michael Snow의 장 (1967)

등이 그 표 인 작품들이다.

세 번째 모더니즘 경향은, 두 번째 모더니즘 화들과 거의 동시기에 발표되었던,

그러나 이탈리아와 랑스, 스웨덴 등 주로 유럽을 심으로 개되었던 소 ‘ 술

화’5)들에서 발견된다. 네오 리얼리즘과 벨 바그의 유산을 그 출발 으로 삼지만,

4) 앤디 워홀의 화들은 “네오 다다 Neo Dada”라는 명칭으로도 불리며, 당시 미국을 심으

로 일어났던 회화의 미니멀리즘 경향으로부터 향을 받은 것이다.

5) 실제로 ‘ 술 화 art cinema’라는 명칭은, “주로 특정한 유형의, 즉 기법과 내러티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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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화들의 특성은 감독을 화 작품 film 체를 책임지고 통제하는 한 사람의

작가 auteur6)로 간주하면서 주로 작가의 개인 비 이 담긴 화를 추구한다. 화

의 기본 인 표 형식을 지키되, 그 틀 속에서 작가의 표 성을 최 한으로 강조하는

화들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펠리니 Fellini, 안토니오니 Antonioni, 솔

리니 Pasolini, 랑스의 고다르 Godard, 스웨덴의 베르히만 Bergman 등이 표

인 감독들인데, 이들의 화는 느슨하고 불분명한 서술구조를 바탕으로 상징과 은유

를 즐겨 사용하면서 추상 이거나 념 인 문제들을 주제로 삼는다는 공통 을 갖

는다. 특히, 이 제3기 모더니즘 화들은 실을 있는 그 로 반 하려는 객 리

얼리즘보다는 이른바 심리학 리얼리즘 혹은 주 리얼리즘에 입각해 만들어지는

데, 주인공들은 심리 으로 이 이거나 혼란스러운 인물들이 부분이며, 그밖에도

주 으로 구성된 시공간과 주 이미지들이 자주 등장한다.

화와 주 리얼리즘

들뢰즈가 주목하는 것은 물론 제3기 모더니즘에 해당하는 화들이다. 그의 입장

에서, 1기와 2기 모더니즘 화들은 신생 장르인 화가 하나의 술 장르로서 정착

하고 성숙해나가는데 필수 으로 거쳐야했던 단계에 더 가깝다. 제1기의 실험 화들

은 1910년 후반 미국의 그리피스 Griffith를 심으로 형성되기 시작하던 고 주

의 화기법에 즉각 으로 반발한 것으로, 실상은 극복하고 뛰어넘어야 할 통

인 화 형식조차 제 로 성립되어 있지 않았던 실 모순을 안고 있다. 즉, 실험

성과 항성이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기에는 당시의 화 기반이 매우 취약했던 것

이다. 제2기의 구조 화들이 보여 매체에 한 자기 탐구 역시, 반세기 동안 다

양한 형태 , 주제 실험을 이어왔던 화가 하나의 술장르로서 자리잡기 해

수행해야했던 자성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반면, 60년 를 후로 등장하기 시작한 유럽의 새로운 화들은7), 화가 드디

실험 인 화”를 가리키기 해 1960년 의 미국의 이론가들이 유행시킨 용어다. “이 화

들은 산 혹은 간 수 의 산으로 만들어진 화들인데, 화의 미학과 실천에 해

언 하려 하며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개 지배 화 시스템 외부에서 만들어진다.” 그러

나 이 명칭은 뒤이어 그 애매한 개념과 기 때문에, 술 화와 화의 립을 낳으

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게 된다. 수잔 헤 워드, 화 사 [이론과 비평] , 이 기 역, 한

나래, 1997, p. 217-219 참조.

6) 따라서 이 시기의 유럽 화들은 1950년 반 랑스에서 논란이 개되었던 “작가주의

Auteurisme" 이론으로부터 직, 간 으로 향을 받고 있다. 잘 알려진 로, 작가주의는

랑수아 트뤼포에 의해 발단되었지만 앙드 바쟁과 미국의 앤드류 새리스에 의해 하나의

확고한 화 이론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런데, 작가주의는 결코 화에 반 하여 술

화를 옹호하는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주의 인 화를 지향하는 이론으

로, 화가 공동창작의 산물임을 인정하면서도 한 개인의 개인 인 비 이 분명하게 각인되

어야만 하나의 술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입장을 표방한다. 이에 해서는, Bazin

André, "De la politique des auteurs", Cahiers du cinéma, n 70, avril 1957 를

참조할 것.

7) 이 유럽 화들 외에도, 1950년 후의 일본 화들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모데르니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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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타 술 장르와 마찬가지로 모데르니테의 본령에 해 질문하고 탐구할 수 있다

는 가능성을 보여 다. 마침내 화도, ‘모던’한 시 에 존재하는 다른 술 장르들과

마찬가지로 모데르니테 자체에 해 사색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그러한 사

색은, 바로 화의 장 이자 한계 던 리얼리즘 기능에 한 재고로부터 시작된다.

즉, 탄생 당시 리얼리티의 완벽한 재 이라는 근 소망에 격 인 걸음으로 다

가갔던 화는, 이제 그 업 에 한 지나친 평가 상의 굴 에서 벗어나 리얼리티

의 재 이라는 문제 자체에 해서 뒤늦게 진지한 사고를 시작한 것이다. 외 으로

는 시작부터 리얼리티의 재 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이지만, 내 으로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리얼리티라는 개념 자체에 해서 제 로 숙고해볼 겨를조차 없었

던 것이다.

60년 의 새로운 화들, 안토니오니와 고다르의 화들은 그 까지의 화들이

고민하던 리얼리즘과 표 주의 사이의 갈등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즉, 제1기 모더니

즘 화들에 결핍되어 있던 리얼리티를, 제2기 모더니즘 화들에 결여되어 있던 주

성을 모두 담아내면서 이른바 주 리얼리즘을 화 안에 소화해낸 것이다. 기

존의 다른 술이 이미 보여주었던 것처럼, 이 화들의 주 리얼리즘은 고

인 이분법으로부터 벗어나 세계와 각 개체의 이 성에 한 사고를 바탕으로 하며,

주의와 체화를 거부하는 상 주의 이고 개인주의 인 가치 을 내포하고 있

다. 이는, 르네상스 이후 서구의 모든 술가들이 세와 다른 새로운 세계를 해

탐구해온 주요 특성들을 집약 으로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같은 주

리얼리즘의 구 을 통한 모데르니테의 본성에 한 자각은, 모데르니테에 한

질문과 탐구가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던 시기에 태어나 뒤늦게 그것들을 수용해

나가야 했던 화가 마침내 타 술들과 동일선상에 치하는데 결정 인 역할을 했

다고 볼 수 있다.

Ⅲ. 화와 시간-이미지

운동-이미지에서 시간-이미지로

앞서 언 한 것처럼, 화는 그 자체로 운동과 시간이라는 두 개념에 한 인식을

바탕으로 탄생된 장르이다. 그러나 화 탄생 이후 약 반세기 동안에 제작된 수많은

화들에서, 시간은 항상 공간 속에서 실행되는 운동을 통해 간 인 방식으로만

재 되었다. 즉, 화가 재 해내는 운동-이미지는 시간의 경과 각 재들의 순차

연결에 의거하면서 시간을 경험 인 형식으로 구성해냈던 것이다. 이 때, 들 사

이의, 시 스들 사이의 연결은 언제나 유리수 인 컷 découpage rational에 의해

연결되었고, 이 게 연결되는 이미지들은 체 속에 내면화되고 체는 다시 각 부

본성에 다가간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들뢰즈는 오즈 야스지로의 화들에서 자신이 강

조하는 이 인 시간-이미지의 훌륭한 사례들을 발견한다. Cinéma 2, p. 22-2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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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들로 분화되는 유기 조직을 이루었다.

그러나 들뢰즈가 언 하는 화들은 바로 이 같은 공간과 시간의 계를 역

시키면서 그 까지의 모든 화 시도들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즉, 이 화들

에서 시간은 공간과 운동으로부터 해방되어 거꾸로 그것들을 자신에게 종속시키는데

성공하는 것이다. 이 때, 재 되는 시간은 과거와 재가 공존하는 시간이고, 변화와

열림을 지향하는 시간이며, 비연 기 인 시간이고 생성으로서의 시간이다. 안토니오

니의 정사 L‘Avventura 에 나타났던 한없이 늘어지는 시간들이나 고다르가 내 멋

로 해라 A bout de souffle 에서 보여 정반 의 소략 이고 숨가뿐 시간들(

컷), 혹은 오즈의 유명한 “정물화 씬”( 부 )들이 표 해낸 그 충만한 시간성 등

을 상기해보라.

Les natures mortes d'Ozu durent, ont une durée, les dix secondes

du vase : cette durée du vase est précisément la représentation de ce

qui demeure, à travers la succession des états changeants. Une

bicyclette aussi peut durer, c'est-à-dire représenter la forme

immuable de ce qui se meut, à condition de demeurer, de rester

immobile, rangée contre le mur ("Histoire d'herbes flaottantes"). Le

bicyclette, le vase, les natures mortes sont les images pures et

directes du temps. Chacune est le temps, chaque fois, sous telles ou

telles conditions de ce qui change dans le temps. Le temps, c'est le

plein, c'est-à-dire la forme inaltérable remplie par le changement. Le

temps, c'est "la réserve visuelle des événements dans leur justesse".8)

이 화들에 나타난 시간은, 상의 움직임이나 들의 유기 몽타주를 통해 지

각될 수 있는 일반 인 시간의 법칙에서 이미 상당히 벗어나 있는 시간이다. 따라서

이 새로운 화의 스크린에서는, 우리가 실에서 수없이 부딪히게 되는 바로 그 시

간, 자유롭고 제 인 형태로서의 시간이 나타난다. 실에서 시간이 하고 있는

공간과 운동에 한 우 가 마침내 화에서도 이미지를 통해 재 되는 것이

다. 이러한 시간 이미지를 통해 화는 보다 충일한 리얼리티의 재 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한 단계 더 발 시킨다. 그리고, 시간을 재와 과거, 실성과 잠재성의 공

시 인 발 의 상태로 보여 으로써 주 이고 상 인 리얼리즘을 구 하는 데

성공하는 것이다.

크리스털 이미지와 크리스털 시간

한편, 이처럼 공간과 운동의 법칙으로부터 해방되고 유기 구성원리로부터 벗어

나는 시간은 스스로를 탈구시켜 일종의 순수 상태에서 제시하게 된다. 들뢰즈는, 이

순수 상태의 시간을 해 화에서 비되고 보여지는 것들을 ‘순수 시청각 상황

8) Cinéma 2, p.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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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uation optique et sonore pure’이라 부르며9), 이 상황을 바탕으로 발생되는

이미지들을 ‘크리스털 이미지 image cristalle’라 명명한다10). 이 때, 크리스털 이미

지란 한 마디로 동 이미지 image actuelle가 자신의 잠재 이미지 image

virtuelle와 첩되며 결정화 cristalliser될 때 발생하는 이미지를 가리킨다. 즉,

‘ 실성/잠재성’, ‘실재 인 것/상상 인 것’, ‘ 재/과거’ 사이의 별이 불가능한 이

미지다.

Il faut donc que l'image soit présente et passée, encore présente et

déjà passée, à la fois, en même temps. Si elle n'était pas déjà passée

en même que présente présente, jamais le présent ne passerait. Le

passée ne succède pas au présent qu‘il n'est plus, il coexiste avec le

psrésent qu'il a été. Le présent, c'est l'image actuelle, et son passé

contemporain, c'est l'image virtuelle, l'image en miroir.11)

들뢰즈는 화가 이와 같이 표 해내는 크리스털 이미지의 개념을 설명하기 해

베르그송 Bergson의 시간 에서 그 원천을 찾는다. 우선 베르그송에 따르면, 시간

이란 본래 매 순간 ‘지나가는 재’와 자신 속에 ‘보존되어 있는 과거’로 분열된다. 왜

냐하면 재 자체가 ‘지 재 일어나는 것’이면서 동시에 ‘변화하거나 지나가는 것’

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 과거란, 비연 기 으로 선재하는 체로서의 과거이기

도 하지만, 동시에 거 한 과거의 지 에 공시 으로 존재하고 있는 무수한 시간의

낱장들의 합이기도 하다. 결론 으로, 베르그송이 말하는 시간이란, 매 순간 “무수한

낱장들이 공존하고 있는 거 한 과거”와 “이 과거의 낱장들이 향하고 있는 응축된

으로서의 재”와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시간인 것이다12). 이러한 베르그송 시간,

9) 들뢰즈는 이탈리아의 기 네오 리얼리즘 작품들에서 이미 이와 같은 ‘순수시청각 상황’이

구 되고 있다고 본다. 비토리아 데시카(Vittoria De Sica)의 움베르토 D Umberto D

에서 임신한 사실을 고백하는 은 하녀의 무심한 일상의 동작들을 담은 화면이 바로 그

에 해당한다 : “Voilà que, dans une situation ordinaire ou quotidienne, au cours

d'une série de gestes insignifiants, mais obéissant d'autant plus à des

schémas sensori-moteurs simples, ce qui a surgi tout à coup, c'est une

situation optique pure pour laquelle la petite bonne n'a pas de réponse ou de

réaction. Les yeux, le ventre, c'est cela une rencontre...” (Cinéma 2, p. 8)

10) 크리스털 이미지에 한 설명은 Cinéma 2, p. 92-94 참조. 그런데, 들뢰즈에게 있어서

화 이미지란 어디까지나 유동 이고 생성 인 이미지다. 즉, 화 필름의 각 임 같

은 단편 이미지들은 엄 히 말해 화 이미지라 할 수 없으며, 이러한 단편 이미지들이

사기를 통해 돌아가면서 서로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바로 화 이미지인 것이다.

들뢰즈가 말하는 크리스털 이미지는 오로지 생성 이고 운동 인 이미지만을 상으로

하고 있다.

11) Cinéma 2, p. 106

12) 이와 같은 베르그송의 시간 은 그의 유명한 ‘ 복된 원추형 모델’을 통해 더 분명하게 설

명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해서는 Henri Bergson, Matière et mémoire,

P.U.F., 1993, p. 302의 도형과 설명을 참조할 것.

Page 9: 들뢰즈의 영화미학-시간이미지와 모데르니시

들뢰즈의 화미학 9━━━━━━━━━━━━━━━━━━━━━━━━━━━━━━━━━━━

- 185 -

즉 응축된 과거와 그 과거의 응축 으로서의 재가 공존하는 시간이 바로 크리스

털 시간 le temps cristal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 크리스털 시간을 표 해내는

이미지가 바로 크리스털 이미지다.

L'image cristal est bien le point d'indiscernabilité des deux images

distinctes, l'actuelle et la virtuelle, tandis que ce qu‘on voit dans le

cristal est le temps en personne, un peu de temps à l'état pur, la

distinction même entre les deux images qui n'en finit pas de se

reconstituer. Aussi y aura-t-il différents états du cristal, mais non

pas encore les états cristallins ; chacun de ses états, nous pouvons

l'appeler maintenant cristal de temps.13)

를 들어, 안토니오니의 정사 는 이러한 크리스털 시간을 크리스털 이미지로

표 해낸 최 의 화들 하나다. 앞서 언 한 로, 이 화에서는 우선 운동과

경험에 종속되는 연 기 시간의 법칙이 무 지고 있다. 그러나 일견 느슨하고 미

완성 인 것처럼 보이는 이 화의 시간구조는 화의 화면 속에 등장하는 일련의

이미지들을 통해 복합 이고 다 인 의미를 얻는다. 일단 화는 표면 으로 화

의 제작 시기인 1960년 후의 이탈리아 사회, 특히 부르주아 사회의 권태로운

일상과 거짓된 욕망들을 보여 다. 하지만, 화는 그 이면에 2차 이라는 엄청난

역사 사건의 경험이 이탈리아인들의 마음과 머리 속에 무엇을 남겼는지 그리고

후 약 15년 간 이탈리아인들은 어떻게 변모되어왔는지를 담아내고 있다. 즉, 우리

가 화의 화면을 통해 직 으로 바라보는 것은 1960년 후의 이탈리아 사회

라는 화 ‘ 재’이지만, 화면에는 그 이 의 ‘과거’가 잠재된 이미지로 첩되어

있는 것이다. 한, 주인공들의 모습에도 목 없이 사랑을 찾아 방황하고 모험(이

화의 원 제목은 ‘l'avventura 모험'이다)을 떠나는 그들의 ‘실제’ 욕망과 그 모든

실 욕망과 일상 삶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잠재된’ 욕망이 교묘하게 겹쳐져

나타난다.

그런데 여기서 요한 것은, 개인이나 사회의 이 같은 이 이미지, 즉 재와

과거 혹은 실성과 잠재성이 응축되어 있는 이 크리스털 이미지가 바로 안토니오

니 특유의 ‘시각 기술(記述)’을 통해 구 된다는 사실이다14). 안토니오니는 통

인 화들이 흔히 보여주던 특별히 선정된 사물이나 공간과 립되는 일상의 범용한

사물들과 공간들을 화 내내 의도 으로 집요하게 묘사하는데, 단속 이거나 비어

있는 듯한 이 공간들( 를 들면, 화 반에 오랫동안 배경으로 등장하는 무인도나

안나가 산드로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서성이는 건물 뒤 회랑, 혹은 안나와 산드로가

사랑을 나 는 도시외곽의 쓸쓸한 벌 등)에 한 시각 묘사는 일종의 ‘마음의 상

13) Ibid., p. 109-110

14) 동시 에 알랭 로 그리 는 이 같은 시각 기술의 효과를 보 로망 계열의 소설 작품들

에서 보여 다.

Page 10: 들뢰즈의 영화미학-시간이미지와 모데르니시

10 김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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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로서의 풍경’을 이루어낸다. 즉, 후 이탈리아 사회의 폐허 같은 상태부터 1960

년 후 불안정하고 공허한 사회 심리가, 그리고 그 시간을 살아온 이탈리아인들

의 권태와 무기력이 이 황량하기 그지없는 사물과 공간들을 통해 표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불연속 으로 지루하게 나열되는 황폐한 화의 이미지들은 한 사회와 개인

의 재와 과거, 실 욕망과 잠재 욕망을 동시에 응축해 담아내는 하나의 크리

스털 이미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두 시간 이십 분에 걸쳐 이 크리스털 이미지들

을 표 해내는 화 시간은 무한한 과거의 시간들과 무정형의 잠재 시간들이 공

존하고 있는 크리스털 시간이 된다.

한편, 크리스털 이미지의 내부에서는 지나가는 재의 실 이미지와 보존되어

있는 과거의 잠재 이미지가 끊임없이 서로를 교환하고 있다. 즉, 크리스털 이미지

안의 동 이미지 image actuelle와 잠재 이미지 image virtuelle는 분명히 서로

다르나 분리해낼 수 없는 특성을 가지며, 항상 ‘ 도가능한’ 특성도 지닌다. 그것의

표 인 화 표 하나가 바로 ‘거울 miroir’의 씬인데, 화에서 거울 속의

이미지는 등장인물과의 계에서는 잠재 이나 거울 안에서는 동 인 것이 되며,

만일 카메라의 시선이 거울 속 이미지에 집 하게 되면 등장인물이 오히려 하나의

잠재 이미지가 되어 화면 밖으로 려난다. 특히 다면의 거울일 경우, 등장인물의 잠

재 이미지는 무한히 증가하게 되며, 그 잠재 이미지들의 합은 등장인물로부터 동

성 자체를 빼앗아 등장인물을 수많은 잠재 이미지들 하나로 바꾸어 놓는다. 이러

한 거울의 이미지를 가장 잘 이용한 감독 하나는 바로 오손 웰즈인데, 시민

인 Citizen Kane 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 인이 양 측면이 모두 거울인 복도

를 지나가는 씬이나 혹은 상하이 백작 부인 La Dame de Shanghai 의 유명한 거

울 방 씬이 그 표 인 일 것이다.

이러한 이 이미지의 다른 화 는 바로 배우 acteur이다. 배우는 자신

이 맡은 배역 rôle과 본래의 자신이라는 두 개의 이미지, 즉 동 이미지와 잠재 이

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런데 배우가 경험하는 시간은 실제 삶에서 우리가 경험

하는 시간과 다르지 않다. 인생의 매 순간은 실 이자 잠재 이기 때문이다. 즉 한

편으로는 지각이며, 한편으로는 기억이다15).

“L'acteur est accolé à son rôle public : il rend actuelle l'image

virtuelle du rôle, qui devient visible et lumineux. L'acteur est un

"monstre", ou plutot les monstres sont des acteurs-nés, siamois ou

homme-tronc, parce qu‘il trouve un rôle dans l'excès ou le défaut qui

les frappent. Mais plus l'image virtuelle du rôle devient actuelle et

limpide, plus l'image actuelle de l'acteur passe dans les ténèbres et

devient opaque.”16)

15) Ibid., p. 94-98 참조.

16) Ibid.,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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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화미학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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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들뢰즈는 베르그송을 따라 ‘기억 이미지 images-souvenir’와 '순수 기억

souvenir pur'을 구분한다17). 기억 이미지는 기억을 이미지화한 것으로 잠재 인

것을 이미 재화시켜 놓은 이미지다. 이 재화된 기억은 새로운 재와 연 기

으로 계한다. 반면, 순수 기억은 비연 기 인 것으로 재의 ‘동시 인 과거’를 이

룬다. 그러므로, 크리스털 이미지 안에 동 이미지와 동시 으로 공존하고 있는 잠

재 이미지는 기억 이미지가 아닌 순수 기억들에 해당한다. 크리스털 이미지의 특성

은 잠재 인 것의 재화, 잠재 이미지의 동 이미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

체로 재 이고 동시에 잠재 인 본성에 있기 때문이다.

결론 으로, 거 한 과거와 찰나 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크리스털 시간을 표

하려는 크리스털 이미지는 항상 두 개의 차원을 갖게 된다. 하나는 모든 잠재된

이미지들의 내 인 극 으로서의 차원( 동 이미지의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잠재

이미지들이 첩첩이 쌓여있는 차원(잠재 이미지의 차원)이다. 즉, 크리스털화된 작은

결정핵과 크리스털화될 수 있는 거 한 세계의 차원이다. 따라서, 우리가 크리스털

이미지를 통해 보게 되는 크리스털 시간은 끝없는 분열, 비 칭 인 분열을 겪고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게 매 순간 재와 과거로 갈라지는 시간은 당연히 비연

기 이며, 차라리 크로노스 Cronos 인 시간에 가깝다18).

한 가지만 덧붙이자. 들뢰즈는 시간에 한 각자의 경험이 주 인 것이 아니라,

시간 자체가 주 이라고 강조한다. 즉, 개인의 특수한 상태에 따라 각자 체험하는

시간의 지속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애 에 시간 자체가 어떤 법칙으로도 설

명될 수 없는 주 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주 인 것은 각 개인의 경험이나

단이 아니라, 시간 자체인 것이다. 아니, 이 세계의 유일한 주 성은 시간일 뿐이

며, 그 주 인 시간 속을 우리가 살아갈 뿐이다.

La seule subjectivité, c'est le temps, le temps non-chronologique

saisi dans sa fondation, et c'est nous qui sommes intérieurs au

temps, non pas l'inverse. [...] Le temps n'est pas l'intérieur en

nous, c'est juste le contraire, l'intériorité dans laquelle nous sommes,

nous nous mouvons, vivons et changeons.19)

17) Ibid., p. 74-75 참조 : “Or l'image-souvenir n'est pas virtuelle, elle actualise

pour son compte une virtualité (que Bergson appelle "souvenir pur"). C'est

pourquoi l'image-souvenir ne nous livre pas le passé, mais représente

seulement l'ancien présent que le passé "a été"."(p. 75)

18) 들뢰즈는 Cinéma 2에서 ‘Chronos’ 인 시간과 ‘Cronos’ 인 시간을 비교하면서 주

시간의 개념을 설명하려 한다. Chronos 인 시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연 기 시간

(temps chronologique)을 가리킨다. 반면, Cronos 인 시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 신의 아버지 크로노스로부터 유래된 용어인데, 자기의 자식들을 잡아먹는 그의 행

를 일종의 반-연 기 행 , 즉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려는 행 로 해석하는 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Cinéma 2, p. 109-111 참조.

19) Cinéma 2, p.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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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김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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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서사화에서 허 의 서사화로

소설과 화를 포함하는 서사 술은 통 으로 유기 인 작품 체계의 구축을 최

우선 인 과제로 삼아왔다. 고 화들에서 이러한 유기 체계는 항상 ‘유기 인

서사화’를 발 시켜왔는데, 이 유기 인 서사화 구조에 따라 작품 속의 인물들(특히

주인공)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작용하거나 반작용하며 개 그 사건이나 상황을

밝히고 드러내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한 이 때, 주인공은 항상 자신이 진실이라는

것을 제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유기 서사화는 곧 “진실의 서사화 narration

véridique ou narration de la vérité”이기도 하다. 이 같은 진실의 서사화는 각각

의 작품 속에서 공간의 법칙 연결과 시간의 연 기 계를 따라 유기 으로 발

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행동을 진실에 연결시키는 자료 는 증언이 함축된 요소

를 반드시 포함하며, 항상 어떤 하나의 ‘ 단 체계’에 거하게 된다. 나아가, 이러

한 단 체계에 따른 단은 언제나 ‘진실’을 원하며, 한 작품의 외부와 내부에서

월 존재로서의 ‘진실의 인간(주인공이나 객)’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La narration organique consiste dans le développement des schèmes

sensori-moteurs suivant lesquels les personnages réagissent à des

situations, ou bien agissent de manière à dévoiler la situation. C'est

une narration véridique, en ce sens qu‘elle prétend au vrai, même

dans la fiction. 20)

그러나 통 인 서사 구조가 보여 이와 같은 ‘진실’에의 의지 는 ‘진실화’에의

의지는, 사실 ‘부정 인 권력’에의 의지와 다를 바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진실화에의

의지는 결국 진실되고 선한 이상 세계의 월 에서 인간의 세계를 단지 기

만 이고 환 인 상으로만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일종의 라톤주의 인

의지로서, 진실의 이미지 속에서 구체 인 삶의 의미를 지우고 모든 생성의 노력을

억압하는 의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벨 바그를 후로 등장하는 유럽의 화들은 들뢰즈가 말하는 ‘크리스털

시간’ 을 바탕으로 '불연속 인 서사화' 혹은 ‘비유기 인 서사화’를 제시하기 시

작한다. 불연속 인 서사란 미래의 재, 재의 재, 과거의 재가 각각 다른 인

물들에게 배분되면서 동시 으로 공존하는 서사이며 잠재 인 과거의 낱장들이 편

화되어 재 속에 불규칙 으로 나타나는 서사이다. 알랭 로 그리 Alain Robbe-

Grillet의 시나리오를 알랭 네 Alain Resnais가 연출한 화 지난 해 마리앵바

드 L'année dernière à Marienbad (1961)는 이 같은 불연속 인 서사 구조를

보여주는 좋은 일 것이다21). 한 불연속 인 서사는 감독, 등장인물, 객 등 한

20) Ibid., p. 166. 진실의 서사화와 허 의 서사화에 한 논의는 Cinéma 2의 ‘chapitre

VI. Les Puissance du faux’를 참조.

21) 데이빗 노먼 로도 역시 알랭 네의 지난 해 마리앵바드 L'année dernière à

Marienbad 와 사랑해, 사랑해 J t'aime, je t'aime 에 나타나는 서사구조의 허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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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화미학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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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작품에 개입하는 각 개인의 ‘주 인’ 기억에 비연 기 인 시간을 연결시키는

데, 이러한 연결에서 연속성이란 단지 허 일 뿐이다. 따라서, 주 이고 비연 기

인 시간을 바탕으로 하는 불연속 서사화는 일종의 “허 의 서사화 la narration

falsifiante”로 나아간다. 이 때, 창작과 수용과정에서의 유희는 더 이상 실과 상상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과 허 사이에서 가능하게 되며, 진실과 허 는 더

이상 구분할 수 없게 뒤얽히게 된다.

이러한 ‘허 의 서사화’에서 진실성과 성에 근거하는 단 체계란 무의미하다.

서사화 자체가 불연속 인 시간과의 계 속에서 부단히 변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진실의 서사화가 통일화와 동일화를 지향하는 것과 달리, 허 의 서사화는 ‘환원 불

가능한 다 성’을 제한다. 화를 포함한 모든 서사 술 작품에서 진실이란 처음부

터 없는 것이고, 단지 각 단 주체(감독, 등장인물, 객)의 '주 성'이 그것을 임

의 으로 체할 뿐인 것이다. 이 주 성 자체는 바로 무수한 타자들이며, 동시에 무

수한 비연 기 시간, 타자 이고 비주체 인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La narration cesse d'être véridique, c'est-à-dire de prétendre au

vrai, pour se faire essentiellement falsfiante. Ce n'est pas du tout

"chacun sa vérité", une véritabilité concernant le contenu. C'est une

puissance du faux qui remplace et détrône la forme du vrai, parce

qu‘elle pose la simultanéité de presents incompossible, ou la coexistence

de passés non-nécessairement vrai. La description cristalline atteignait

déjà à l'indiscernabilité du réel et de l'imaginaire, mais la narration

falsifiante qui lui correspond fait un pas de plus, et pose au présent

des différences inexplicables, au passé des alternatives indécidables

entre le vrai et le faux. L'homme véridique meurt, tout modèle de

vérité s'écroule, au profit de la nouvelle narration.22)

따라서, 허 의 서사화는 서사 술 작품에서의 진실과 허 의 문제에 한

면 인 재검토를 필연 으로 요구하게 된다. 그런데 화들이 허 의 서사화를

통해 허 를 담론화하고 허 에 의지해 서사구조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몇 가지

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 ‘진실보다 더 진실한 허 le faux plus vrai que le

vrai’의 구 . 화들이 이야기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허 의 유희들은 종종 우

리의 일상 맹목성을 깨우쳐주거나 우리의 이성과 의식에 의해 억압받고 있는 무의

식의 지 를 드러내주는 기능을 갖는다. 고다르의 미치 이 피에로 La Vie mode

d'emploi (78)이나 베르톨루치의 거미의 계략 Un cabinet d'amateur (79) 같

속성을 각 시 스들을 분석하며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에 해서는, David Norman

Rodowick, Gilles Deleuze's Time machine, Duke University Press, 1997,

100-118을 참조할 것.

22) Cinéma 2, p. 17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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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김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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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화들은 거짓의 서사화를 통한 속임수로 독자와의 유희를 즐기면서 동시에 독자

에게 자신의 인식의 한계와 무의식 인 맹목성을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사실 벤야

민의 지 처럼, 우리의 시청각 인식의 버려진 지 나 무의식의 지 를 드러내주는

기능은 화가 이미 기부터 클로즈업이라는 기본 인 기법을 통해 이행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23).

둘째, ‘거짓보다 더 거짓된 허 le faux plus faux que le faux’의 구 . 이는

진실의 존재가 무의미해지고 온갖 허 의 담론이 진실의 담론을 기만하고 지배하는

사회에 한 경멸 혹은 복의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드리야르가 숙명

략 Les Stratégies fatales (1983)에서 말한 ‘내 implosion’의 의도와도

유사하다24). 즉, 거짓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거짓보다 더 거짓된 극단 인 허 의 세

계를 구축한 후, 그 허 의 세계를 심으로 모든 것의 의미를 유보시키고 소멸시켜

려는 일종의 자기 괴 인 시도인 것이다. 이것은 한 데리다가 주장하는 해체론

과도 연결되는데, 이처럼 허 의 세계를 통한 해체 략은 새로운 세계의 재구성

보다는 재 세계의 면 인 재검토에 더 큰 의의를 둔다.

셋째, ‘유희 le ludique’로서의 술. 허 의 서사화는 유기 체계를 통한 진실의

확립이나 통일성 동일성의 제시를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완성된 작품보다는

작품의 생산 과정에 더 큰 의미와 요성을 부여한다. 술의 의미는 어디까지나 그

술 행 자체에 있으며, 그 행 과정에서 얻는 기쁨과 유희가 술 창작의 진정

한 목표인 것이다. 때문에, 독자나 객으로 하여 완성된 작품의 의미를 악하거

나 구조 완성도를 평가하는 일보다 작품의 창작과정에 질문을 던지며 거기에서 작

품의 진정한 의미를 캐내도록 유도한다. 작가와 수용자가 만나는 곳은 완성된 작품

이 아니라, 작품의 창작과정인 것이다. 따라서 진실성, 인과 계, 논리, 개연성 등에

의존하는 통 작품들의 진실의 서사화보다는 불연속성, 우연성, 상 성 등을 요

23) Walter Benjamin, “L'oeuvre d'art à l'époque de sa reproduction mécanisée"

[1936], dans Ecrits français par Walter Benjamin, Gallimard, 1991, p. 162 :

"si le film, en relevant par ses gros plans dans l'inventaire du monde

exterieur des détails généralement cachés d'accessoires familiers, en explorant

des milieux banals sous la direction géniale de l'objectif, étend d'une part

notre compréhension aux mille déterminations dont dépend notre existence, il

parvient d'autre part à nous ouvrir un champ d'action immense et

insoupçonné."

24) Jean Baudrillard, Les Stratégies fatales, Grasset & Fasquelle, 1983, p. 10 :

“Nous ne chercherons pas le changement et n'opposerons pas le fixe et le

mobile, nous chercherons le plus mobile que le mobile : la métamorphose...

Nous ne distinguerons pas le vrai du faux, nous chercherons le plus faux

que le faux : l'illusion et l'apparence...".

혹은, J. Baudrillard, "Baudrillard : le sujet et son double", entretien avec

Francois Ewlad, dans Le Magazine littéraire n 264, avril 1989 을 참조할 것 :

"s'il y a une espèce d'éclatement des choses, il faut être dedans, aller plus

vite ou plus loin, mais dedans”(p.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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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화미학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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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는 허 의 서사화가 이와 같이 술에서의 유희의 의미를 추구하는데 더욱

하다.

결국, 허 의 서사화는 허 에의 의지를 추구하며, 이는 니체 인 의미에서의 ‘허

권력’에 한 의지, 즉 삶에 한 정의 의지로 나아간다. 허 의 서사화가 의

지하는 허 의 권력은 모든 술작품들로 하여 원하고 자기동일 인 진실모델을

설정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며, 삶과 그것의 창조 가능성을 정하고 삶이 가진

변화와 생성의 힘을 믿게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러한 허 의 서사화는 ‘새로운’

존재 양식을 창조하려는 일종의 술가 의지를 반 하는 것이기도 하다.

Ⅳ. 맺는 말

있는 그 로의 자연과 실을 재 하는 데 있어서 아직까지 화 카메라만큼 탁월

한 기능을 가지는 도구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자명한 사실이라 할 수 있

다. 그러나 화는, 화 카메라가 갖고 있는 바로 그 탁월한 실재 réalité의 기록

photographer 능력 때문에 오랫동안 화사에서 크고 작은 논쟁을 일으켜 왔다. 그

논쟁들 가장 표 인 두 입장은, 지그 리트 크라카우어 Siegfried Kracauer와

앙드 바쟁 André Bazin으로 표되는 리얼리즘 경향과 루돌 아른하임

Rudolf Arnheim을 심으로 개된 형식주의 경향일 것이다. 자가 카메라가

갖고 있는 몇몇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화만큼 훌륭하게 실재를 잘 나타내주는 매체

가 없기 때문에 화는 리얼리즘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후자

는 바로 그러한 한계들이 결국엔 화로 하여 실을 왜곡해서 보여주게 하는 치

명 인 결함이 되기 때문에 화는 애 에 실재의 재 에 한 환상을 포기해야 한

다고 강조한다. 차라리 매체의 특성을 의식 으로 강조하여 실세계로부터 독자

일 수 있는 하나의 술작품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쪽이던, 결국

화의 탁월한 실재 기록 능력은 인정하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의 두 입장이 서로 상반된 견해를 취하는 화의 리얼리즘 기

능 여부가 사실은 다소 구태의연한 객 리얼리즘을 가리키고 있다는 데 있다. 즉

이 두 입장은 모두 20세기 반을 넘어서는 시기까지도, 화 cinéma가 동시 의

다른 술 장르들이 이미 답습하고 있던 주 리얼리즘을 작품 film으로 표 해낼

수 있으리라고는 고려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들뢰즈의 시간-이미지 개념은, 화가 그 동안 자신의 표 수단인 카메

라의 탁월한 실재 기록 능력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이 이고 상 인 실 세계

를, 그리고 주 인 시간성을 표 해내는데 방해를 받아왔다는 입장에서부터 출발

한다. , 화가 운동을 이미지로 재 해낸 것은 술 표 의 역사에서 놀라운 진보

로서 평가될 수 있지만, 순차 인 시간성과 물리 인 인과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운

동 자체의 속성 때문에 화는 오랫동안 주 이고 이 인 실재를 표 하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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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김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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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을 바탕으로 한다.

들뢰즈는 화가 공간의 정복으로부터 시간의 정복으로 방향을 환하고 있

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명제는 어디까지나 화만의 독자 인 행보를 언 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 신생 장르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여타 술과 동등한 수 으로 올라

서고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모데르니테의 시 다. 근 성으로서의

모데르니테이건 동시 성으로서의 모데르니테이건, 아직도 인류의 문화는, 어도 서

구 문화는, 고 세의 문화와 확실하게 차이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

다. 들뢰즈의 언 처럼 화가 다양한 시간-이미지들을 통해 이 이고 상 인

실재, 주 인 시간의 속성을 지속 으로 표 해낸다면, 화는 객 사실성이라

는 태생 인 한계를 딛고 모데르니테의 탐구 열에 하나의 술장르로서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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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ésumé>

L'image-temps et la modernité selon Deleuze

KIM Ho-Young

Deleuze, philosophe contemporain français, réexamine sur la notion de

modernité dans ses deux essais concernant la cinématographie, Cinéma

1. Images-mouvements et Cinéma 2. Images-temps. Car, dès sa

naissance, le cinéma prend comme matière de représentation le

mouvement et le temps qui n'ont jamais été, jusqu'à-là, l'objet de la

représentation dans d'autres domaines artistiques.

Or, dans l'histoire du cinéma, on donne en général ce nom de la

"modernité" à trois différentes tendances cinématographiques. Le

premier, c'est le cinéma "avant-garde' qui prospère en europe dans les

années 1920, dont on peut se rappeler notamment du cinéma surréaliste

en Frence. Le deuxième, c'est le cinéma structuraliste qui se développe

aux Etats-Unis autours des années 1960 ; à la même époque, nous

observons émerger en Italie ou en Frence la troisième tendance du

cinéma moderne lancée par certains cinéastes français ou italiens com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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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ioni, Godard ou Fellini.

Deleuze découvre évidemment dans cette troisième tendance le modèle

du cinéma "moderne", puisque on parvient à représenter dans une

oeuvre filmique la subjectivité du réel. Selon lui, à partir de ce

moment-là, le cinéma commence à représenter non seulement le

mouvement mais aussi le temps : le film se consitue des

images-mouvements en même temps que des images-temps. A travers

ces images-temps représentées qui sont toujours à la fois présentes et

passées, actuelles et virtuelles, réelles et fictives, on peut rencontrer

dans le film la subjectivité du temps ou le réel subject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