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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서른다섯 절반의 인생을 살아왔고 나머지 절반 의 인생을 남겨둔 나이에 한번쯤 쉬어 가고 싶 었다 세상에 발을 딛던 첫 열정은 사라지고 세월이 준 관록만으로 살고 있었다 내 꿈도 저 언덕 너머에 무지개처럼 멀리 달아 나고 아내와 서로에게 물었다 이대로 살아도 좋은가? 결혼 후 10년 되던 해 사막, 길, 무지개, 여행자, 등 아내와 나를 길 위에 서게 했다 처음에는 1년 정도 계획했지만 3년으로 자라났 고 여행은 또 하나의 삶 이 책은 세계 47개국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살 아보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은, ‘낯선 곳에서 만난 낯익은 삶’에 대한 기록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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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서른다섯 절반의 인생을 살아왔고 나머지 절반의 인생을 남겨둔 나이에 한번쯤 쉬어 가고 싶었다

세상에 발을 딛던 첫 열정은 사라지고 세월이 준 관록만으로 살고 있었다

내 꿈도 저 언덕 너머에 무지개처럼 멀리 달아나고 아내와 서로에게 물었다

이대로 살아도 좋은가?

결혼 후 10년 되던 해 사막, 길, 무지개, 여행자, 꿈 등 아내와 나를 길 위에 서게 했다

처음에는 1년 정도 계획했지만 3년으로 자라났고 여행은 또 하나의 삶

이 책은 세계 47개국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살아보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은, ‘낯선 곳에서 만난 낯익은 삶’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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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안나 푸르나에서 15일간의 트래킹

네팔의 안나프르나 트래킹 4일째

목적지에 가는 갈림길에서 네 명의 여인을 만났다

이방인이 던져놓은 말에 격론

넷 중 젊은 여성의 손짓으로 양쪽 길은 만나다는 뜻

만약의 경우 산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아내와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었다

30분이나 걸어가다 아내의 길은 멀어져 간다는 것을 알았고 도착하기도 전에 해가 질 것이 분명하여 아내의 길로 다시 뛰었다

하지만 아내는 영문도 모른 채 네 명의 여인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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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안나 프르나에서 15일간의 트래킹

네명의 여인은 탄촉 마을에 살고 할머니의 딸, 친구, 친구의 딸이며 길을 가르쳐 준 젊은 여성인 푸르나는 시집갔다가 잠시 지내러 오는 길인데 친정에 오기 위해 4일 동안 걷는 셈

만년설산 쿠쿰부로(해발 5,900미터), 지도에 없는 마을 티망. 그리고 그 할머니 친구 댁에서 화롯불에 감자도 구워 먹음

아내의 정보는 80점 이상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데는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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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밤에서 만난 친구들

어둠이 삼켜버린 도시는 차도르(천막텐트)의 불빛이 전부

힘겹게 찾아간 호텔도 건물 잔해 뿐 폭격 당한 것처럼 처참

차도르에서 난(세숫대야만한 이란 빵)과 참치 통조림 차이(이란 차)를 대접

낯선 외국인의 출현으로 동네 아이들과 청년들이 모여들었고 질문을 퍼붓고 대답하면 신나게 웃고 자기소개

지진이 할퀴고 간 도시에 살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표정이 밝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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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밤에서 만난 친구들

다음날 아침 어둠에 덮여 있던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 졌다

120여 가구가 산다는 지역은 거대한 철거촌

처참한 광경 앞에 넋을 놓고 있을 때 열살 소녀가 어디론가 데려갔다

제르젤레(지진)로 엄마 아빠를 모두 잃고 오빠와 남았다며 슬리퍼 한 짝을 주워 들고 훌쩍 훌쩍

삶이 뭔지도 모르는 나이에 가족의 죽음을 먼저 경험한 아이에게 해줄게 없어 껴안고 머리만 쓸어주며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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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밤에서 만난 친구들

차도르에서 지낸 지 4일 째

한국의 매운 맛을 보여주리라는 생각으로 닭볶음탕

매운 맛에 놀라서 소리치고 혀를 내밀고 땀을 흘리면서도 다 먹고 착한 사람들, 눈물, 콧물 찍어내는 이란 사람들

한국의 매운맛이 그들의 지루한 일상에 자극이 되고 오늘 흘린 눈물이 그들 상처에 새살을 돋게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즐거움

이란의 밤도 지진 전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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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val TIP

부부의 배낭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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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코시티의 기예르모 가족

여행 철학

도시에 도착한 첫날은 걷는 것

특별한 목적지 없이 하루 종일 돌아다닌다

걸어보지 않은 도시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지낼 때 만난 어학원 친구 기예르모를 만남

기예르모는 선술집 처럼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bar로 안내

TV에서는 축구경기가 한창이었고 맥시코시티 홈팀이 골을 넣어 광란의 도가니

축구가 끝나고 친구들은 맥시코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없고 정치가 엉망이라고 했다

사람 사는 것 참 비슷하구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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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코시티의 기예르모 가족

드디어 아내와 내가 기다린 시간

기예르모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

현지인을 만나서 함께 밥을 먹고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는 일은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

헤어질 시간이 왔다

겨우 한나절 함께 했을 뿐인데 기예르모 가족들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언제라도 맥시코에 다시 온다면 꼭 들리라고 한다

언제나 헤어짐은 힘들다 세상 모든 일은 반복해서 겪으면 익숙해지는 법이지만 만남과 헤어짐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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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코치 밤바의 스페인어 개인교사 안나

여행 내내 길거리 영어와 몸짓언어 벼텨오다 라틴 아메리카카 매력적이기에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로 함

언어를 배우는 일이 신날 줄 몰랐는데 수업 시간 빼고도 매일 세시간씩 공부

동네를 순찰하고 공원을 어슬렁거리다 아이크림 사먹고 비디오대여점을 가다보니 단골 슈퍼마켓, 단골 식당, 단골 비디오점, 단골 아이스크림 가게 생겨남

처음에는 겨우 물건 이름만 말하다 날씨 인사 등 농담까지 놀라운 발전

어느 날 개인교사 안나가 집으로 초대

길고 느린 요리시간에 안나의 살아온 이야기도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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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코치 밤바의 스페인어 개인교사 안나

그러던 어느날 안나의 생일을 알게되어 안나의 아이들과 함께 깜짝 파티를 준비

안나가 오기전 생일상을 차리고 수업 시간 전 오기로 한 안나의 아이들이 오지 않음

엄마의 생일파티에 연락조차 없이 펑크 내고 갑자기 생긴 아르바이트가 아닌데 흔쾌 히 약속???

황당한 일이겠지만 여기 사람들은 우리의 직선적인 세계관과 다르다

특정한 몇시가 아니라 그때쯤...

일에 대해서도 언제까지 하기로 한 일이라고 해서 그 때까지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둥근 원에는 시작과 끝이 없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데에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볼리비아 사람들은 황당하고 답답했지만 그들 눈에 비친 이방인은 매사에 안달하고 조급해 하는 존재였을지도...

다름을 받아들이는 순간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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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쿠스코의 아리랑 식당 남사장님

온몸이 불덩어리 구토, 어지럽고 몸이 욱신거리며 힘듬->아내의 고산병

호스텔에서 한 발짝도 못나가고 3일을 보냄

한국 음식을 해 먹일 수 있는 부엌 사용이 가능한 곳으로 옮길 생각으로 골목골목 헤매고 있었다

그 때 아리랑 식당 생각지도 못한 모국어를 만남

식당에서 일하는 한국인. 세상이 좁다 인도에서 만난 사람 방콕에서 만난 사람을 알고 있었고 다시 페루에서 만난 것이다

식당의 사장님은 아내의 사정을 듣고 흰 쌀밥과 김치 곰탕을 주심

아내는 뽀얀 곰탕 한그릇에 흰 쌀밥을 말아 김치를 얻어 먹고나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고산병과 곰탕?!! 의학논문이라도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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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개 호텔에 볼일 보러 가자

아내와 독일에서 중고차 한 대 구입

내리고 싶은 곳에 내리고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기 위해서

경비 절감은 기본 두 명의 동행

=>누이와 열 한살짜리 조카

알프스 인터라켄 도착했을 때 숙소가 없어 도로변에 차를 주차하고 새우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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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개 호텔에 볼일 보러 가자

조카에게 배낭여행족의 일급노하우 전수

볼 일 해결하는 방법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점이 최고

백화점. 백화점은 높은 층에 화장실이 있음

별 다섯개 짜리 호텔

=> 90도로 인사할 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음

두세개 어중간한 호텔은 '어서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곤란

별 다섯개짜리 호텔에서 시원하게 볼일 양치까지 마무리 준비되어 있는 새 비누와 수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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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땅 끝에 사는 한국 사람들

아르헤티나 파타고니아 한달 간 여행

칠레 안티아고에서 우수아이아에도 한국 사람이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만나보고 싶었다

우리 부부는 세계 최남단의 땅 우수아이아에서 여객선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한국 드라마를 보며 밤을 지샜다

우수아이아에는 2대째 뿌리박고 있는 'Vivero los Coreanos(한국인의 농장)

운영하는 부부가 살고 있음

꽤 유명해서 길을 물어보면 누구나 알려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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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땅 끝에 사는 한국 사람들

길가에 핀 민들레를 보고 채소농장을 하겠다고 했는데 미쳤다고도 하고 기특하기도 함

이 추운 땅에서 채소를 길러보겠다고 했으니 신기할 정도

몇 년의 실패 끝에 성공

1987년 한국대통령 표창 신문에도 났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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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치즈의 대결

스위스 친구 로마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우리는 김치가 그리운데 너희는 어떤 음식이 그립냐고?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치즈와 초콜릿

그때는 웃을 뻔 했지만 여행에 돌아온 지금 이해할 수 있다 스위스 초콜릿이 진하게 생각나기 때문

한번은 파키스탄에서 프랑스 요리사를 만났다

토마토를 썰어 접시에 담고 모차렐라 치즈를 얻고 빵과 와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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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치즈의 대결

요리사의 길고 지루한 설명이 이어졌는데 요점은 어느 지방의 몇년 묵은 유명한 치즈, 어느 지방의 방식의 곡물로 구운 빵

치즈는 치즈고 빵은 빵일 뿐 다만 치즈의 엄청나게 역한 냄새가 그날 저녁까지 남아 괴로움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알 것 같았다

우리에게 겉절이, 생김치, 묵은지, 배추김치, 물김치 등 제각각 다르듯이 그들에게도 치즈와 빵도 그럴 듯

여행에서 돌아오자 그들의 음식이 그리워진다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메일이 온다 김치 맛을 안 그들 역시도 한국 식당을 찾아다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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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3년이라는 나이

눈가의 주름살

비어버린 호주머니... 그것들 말고 무엇이 남았을까?

비행기에서 와인잔을 받아 들고 3년을 비춰본다

길, 나그네. 무지개. 꿈...

여행은 친구를 만나는 것 나를 만나는 것

일하고 노래하고 시를 쓰며 울고 웃는 세상 사람들, 그들과의 만남은 여행자에게 선물이자 마법.

사람들 사이로 흘러 마침내 도달한 그 낯선 길 끝에서 그 동안 잊고 있던 오래된 꿈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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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의 꿈이었던 배낭여행을 간접적으로 경험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경비도 많이 확보해야 하는구나?

낯선 곳에서 만나는 인연들, 생각들, 문화, 풍경들 부럽고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어 좋음

47개국까지는 아니지만 삶에 있어서 여행은 꼭 필요하고 여행을 배울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