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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 Country Diary (Diary for Our Children) Gary Kim July 22, 2011 Vancouver

Cross Country Diary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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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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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Cross Country Diary (Korean)

Cross Country Diary

(Diary for Our Children)

Gary Kim

July 22, 2011

Vancouver

Page 2: Cross Country Diary (Korean)

序言

길에 대해 생각을 해 봅니다.

여행을 계획하며 Routing을 위해 지도를 폈을 때 참으로 여러 갈래의 길이 눈에 들어 왔었지요. 해서,

대강의 가닥만 잡고 나머지는 Navigation에 기대기로 합니다. 늘 그래 왔듯이.

Navigation에 길을 묻자 되레 질문을 합니다. Major, Quickest, 혹은 Shortest 중에서 어떤 길을 택하

겠냐며. 그 중 한길을 택해 길을 가 봅니다만 선택된 그 길이 늘 말 그대로 major, quickest, shortest

가 되지는 않습니다. 보수공사나 혹은 몰려든 많은 차량들이 빗어내는 정체 등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늘 도사리고 있지요.

우리네 인생 길은 어떤가요? 태어나자마자 Navigation역을 자처하는 부모로부터 일찌감치 major,

quickest, shortest를 찾는 방법을 강요 당하고, 그 경쟁에서 반보라도 처질 시는 결코 환대 받지 못합

니다. 아예 다른 길은 돌아 볼 생각 조차 할 수 없지요. 한 틀에서 나오는 같은 모양의 와플처럼 모두

가 같은 양상의 삶을 추구합니다. 우리 대다수는 예외를 인정치 않고 모난 돌에는 가차없이 정을 가합

니다.

돌아 갈 수 있는 여유, 느리게 걸을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아무도 가지 않은, 이정표 없는 길을 선택하

는 것은 진정 이 사회에서의 도태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번 여행으로 반드시 Navigation이 제시하는 셋 중 하나의 길을 택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음을 체득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우회가 그리 늦지도, 가치가 낮지 않음도.

마지막으로, 자신의 애마 검정색 Range Rover를 기꺼이 제공해 주신 선배 상호형, 자칫 무료해질 수

있는 장거리 여행의 깨소금 역할을 제대로 해 낸 후배 상욱군, 남편과 아빠의 긴 시간 공백을 큰 불평

없이 받아 들여준 가족, 그리고 성원과 염려를 보태주신 참한 마음을 가지신 이웃들께 이 일지로 감사

의 표를 대신 합니다.

Page 3: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1일

Gary형,

캐나다에 발을 디딘 이래 늘 꿈꾸어 오던 cross Country를 드디어 오늘 실행에 옮깁니다. 기실 작년

여름에 한번 시도는 했었습니다만, 어린 딸과의 동반이라 그 출발부터 중도회군이 예상되었었지요. 하

지만 이번은 인생의 우여곡절을 일정선 이상 경험한 중년의 남자 셋이어서 사뭇 기대가 큽니다.

일정계획을 위해 작년에 접었던 지도를 펴자 참으로 다양한 형태의 길들이 눈에 들어 옵디다. 굵고 거

의 직선인 그것부터 아주 가늘고 심하게 구부러진, 길거나 혹은 짧은…‘어떤 길을 택해야 이번 계획을

성공리에 마무리 할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을 해 보았지만 가장 우선 목표인 Cross Country를 최단시

간(?)에 마무리 하는 경로를 택했습니다. 물론 가다 보면 더 효과적인 길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시작은 작년의 경로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오전 여덟시 반. 드디어 동반자 중 한명인 상호형 소유의 검

은색 Range Rover의 경쾌한 엑셀음과 더불어 항해의 돛을 넓게 높게 펼쳤습니다. 오늘 열두시 반경에

Tobiano GC(Kamloops)에 도착하여 이번 여행의 성공기원제를 열었습니다. 뭉게 구름 낀 푸른 하늘아

래 진녹색 fairway와 그 주변을 둘러싼 사막, 그리고 발아래 펼쳐진 드넓은 호수. 혼을 빼앗는 경관들

로 저의 평균타수보다 훨씬 높은 스코어로 기원제를 마쳤습니다.

당초 Kamloops에서 묶기로 계획하였으나, 내일 더 많은 시간을 벌기위해 좀 더 동쪽으로 가기로 결정

하고, 오늘 저녁은 이곳 Sicamus까지와서 잠자리를 폈습니다. Boat House로 유명하다나요? 아무튼 주

인장 말로는 그것 말고도 여러 아름다운 골프장으로도 이름이 나 있답니다.

역시 길을 떠나 보니, 이세상에는 저의 얕은 지식과 경험을 살찌워 줄 무한의 도서관이 존재함을 느낍

니다.

Gary형,

아쉽지만 오늘은 이만 줄여야 겠습니다. 내일의 목적지인 Canmore가 너무 기대되기 때문이지요.

Good night.

June 27, 2011

Page 4: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2일

Gary형,

불행히도, 여행의 첫날밤은 요즈음 대세인 Smart(?) Phone 소리에 잠을 설쳤습니다. 그 Smart한 기계

들로 인해 우리네 인간들은 왜 점점 불편을 느끼게 되는지…그러면서도 시간만 나면 그 놈을 손에 들

고 심각해지는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Canmore로 가는 도중 첫 액땜을 합니다. Golden 부근에서 과속으로 만만치 않은 액수의 Ticket을 받

았습니다. 작년 9월부터 BC주 전체가 내리막길은 60km 가 최고 제한속도라네요. 좀은 어이가 없습니

다. 주정부의 바뀐 교통법규에 대한 고지행위를 본 기억이 없어서리…

Three Sisters의 고장 Canmore의 Silver Tip은 변함없는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자랑합니다. 다만 6월

의 Silver Tip은 아직 fairway가 다 마르지 않은 것을 제외 하고는 모든 상태가 작년 8월 딸아이랑 같

이와서 라운딩했을 때보다 더 좋은 느낌입니다. 특히 기온이.

작년 기억을 되살려 Canmore 번화가에 있는 Vic’s 식당으로 안심 스테이크를 먹으로 갔습니다. 작년

에 딸아이와 함께 경험했던, 연분홍색의 고기와 잘 어우러진 육즙의 맛을 기대 했었으나, 그 기대가 커

다란 실망감으로 바뀝니다. 동반자들에게도 많이 미안했었지요. 주방장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아직

Peak season이 아니어서 재료의 회전이 좋지 않은 것인지…

Gary형,

내일부턴 말로만 듣던 대평원을 달릴 것입니다. 과연 사람들의 말 그대로 지루한 시간이 이틀간 계속되

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럼, 안녕히.

June 28, 2011

Silver Tip (Canmore)

Page 5: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3일

광수형,

출발 전의 큰 환송과 중간중간 보내오는 염려를 여행 삼일째인 오늘, 달랑 편지 한 장으로 그 고마움에

답하고자 합니다.

아침에 Canmore를 등지며 Regina(Saskatchewan)로 향합니다. 정말 지금부턴 평원만 존재하는 것일

까? 간접 경험만으로는 양이 차지 않습니다. 눈으로 보고 발로 밟아 봐야 진정 내 것이 되는 것 아니

겠습니까?

Regina로 가는 길은 드넓은 목초지와 하늘 그리고 길! 만약 군데군데 오아시스 같은 연못과 그곳 주위

를 한가로이 노니는 소 무리가 없었다면 무척이나 단조로운 운항이 될 뻔 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것과

는 사뭇 다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예상보다 너무 일찍 Regina에 도착하여 일정을 수정, 조금 무리가 따르더라도 Winnipeg(Manitoba)까

지 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것이 화근이었을까요? 또 한번의 액땜을 치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번엔 더 큰 액수의 Ticket을 받았지요. $300. 경찰관이 Ticket을 건네며 Manitoba Province가 캐나다

에서 가장 높은 과속 범칙금을 부과하는 Province중 하나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이번 여행,

과속과의 전쟁이 또 하나의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긴 운전으로 주변을 자세히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Manitoba Province는 강과 짙은 숲과 넓은 평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길을 가진 곳이라 여겨지네요.

광수형,

이번 길을 통해 참 여러가지를 느끼게 되는데 그 중 하나는 앞으로 더욱 진중해 져야겠다는 것입니다.

미루어 짐작함과 실상은 많은 차이가 있음을 더욱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지요. 여태 살아 오면서 그

리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아는 체 와 경험한 체를 한 적이 있음이 참으로 부끄럽게 여겨 집니다.

특히 아이들과 후배들에게!

June 29, 2011

Way to Regina

Page 6: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4일

Gary 형,

당초 예상은 했었지만 직접 당하니까 조금 힘들어 집니다. 시차 말입니다. 여행 나흘째인 오늘 이곳은

이미 Vancouver와 두 시간 차이가 납니다. 기상 시간은 지켜야 하기 때문에 결국 잠자는 시간을 줄여

야 하는 수 밖에요. 넓긴 넓은 모양입니다. 차로 겨우 몇일 동쪽으로 왔는데 시간대가 다르다니, 참.

어제 무리해서 Winnipeg까지 도착한 덕에 오늘은 예정에 없던 호사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다음 목적지

로 예정된 Thunder Bay로 가는 도중 Falcon Lake GC에서 라운딩을 가졌습니다. 각 홀들을 병풍처럼

둘러싼 방풍림, 하얀색 줄기의 키가 큰 자작나무 군락, 그리고 유월 말임에도 아직 싱그런 향기를 머금

은 라일락. 참으로 인상적이었지요. 한가지 더 자랑 할까요? 몇번 홀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린

으로 향하는 순간 황금빛 야생여우 한 마리가 그린 너머 수풀로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우를 마주한

것은 제 인생을 통틀어 처음입니다.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아쉬움을 제하면 라운딩 내내 기분이 참 좋

았습니다. 토론토에 여우가 많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토론토까지 아직도 만 하루 정도의

운전거리가 남아있는 이곳에서도 여우를 볼 수 있으리라고는…

라운딩 후 Club House내 식당 주인 아저씨의 친절한 안내로 Falcon Lake 3시간 동쪽에 위치한

Ignace라는 곳에서 오늘 밤을 보냅니다.

이미 내일을 준비하기엔 많이 늦은 것 같군요. 그럼.

June 30, 2011

Falcon Lake GC

Page 7: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5일

상훈형,

잘 계시지요? 저는 Cross Country 여행 중인데, 이미 닷세가 지나고 있습니다. 사전에 말씀 드리지 못

한 점 사과 드립니다. 이 여행이 마무리 되는 즉시 찾아 뵙지요.

오늘 아침, Lake Superior 동쪽 끝자락의 Sault Ste Marie(Ontario)로 가는 도중 Toronto에서의 일정

때문에 동반자들 간에 사소한 다툼이 있었지요. 근본 이유는 서로의 이면에 있는 생각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모르긴 해도 다들 좋은 의도에서 주장을 했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나이 오십을 전후

한 우리들의 모습 한 켠에 서린 습쓸한 그림자를 봅니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듣기 보다 나의 주장을 끊

임없이 펼치기를 더 좋아하는,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하려 하기 보다는 자신의 결론을 우겨대는 그런

우리를 보며 가슴이 무거워져 옴을 느낍니다.

상훈형,

오늘 오전의 사소한 일과 더불어 어제 밤, 형께서 전달해 주신 메일이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특히, 과연 어디까지가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한계이며, 그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은 또 어

디까지인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어떤 이는 그 경계가 분명한 반면, 또 어떤 이는 그 경계가 모호 하지

요. 과거 한 건의 그것도 남들은 도움이라고 조차 느끼지 않는 일에 대한 고마움의 보답으로 사회에서

외톨박이가 된 그를 채용하고, 또 그만둔 후에도 달랑 서류 한 장으로 웬만한 기업체의 중견 간부 이

상의 금전적 지원을 하였건만, 그사람은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모양이지요? 참으로 적반하장

입니다. 더 이상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문득, 시간과 공간을 막론하고 접속 가능한 Smart Phone이 괴물체로 다가오고, 그 괴물을 통해 전달

되는 메모들로 자칫 이 동서횡단의 좋은 여행을 망칠까 두려워 집니다.

각설하고, Ignace(ON)에서 Thunder Bay를 지나 Sault Ste Marie로 가는 도중의 소회를 말씀 드리지요.

Lake Superior를 외곽으로 도는 Trans Canada 17번 도로를 달리는 11시간 여의 운전은 참으로 다이

내믹 그 자체였습니다. 물의 Province Ontario답게 엄청난 크기의 호수를 도로 바로 곁에서 접하고 있

습니다. BC의 높고 맑은 호수와는 달리 이곳은 해발이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오히려 그 느낌이 사

뭇 살갑습니다. 강줄기도 군데군데 나타나면서 건강미 넘치는 자연을 자랑합니다. 아름다움의 극치는

아니라 할지라도 적지 않은 볼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이 모든 일을 가능케 해주는 Trans Canada 17번

길에 대한 고마움을 진정으로 표합니다.

두서없는 얘기 많이도 했네요, 또 연락 드리지요.

July 1, 2011

Page 8: Cross Country Diary (Korean)

Lake Superior

제 6일

상훈형,

어제는 기분이 가라앉아 자랑을 못한 것이 있는데요, 바로 Crimson Ridge GC입니다. 어제 저녁 5시

무렵에 Sault Ste Marie에 도착하여, 수소문 끝에 Crimson Ridge에서 기분 좋은 Twilight 라운딩을 가

졌습니다. 멀리 Lake Superior가 내려다 보이고… 경기는 둘째치고 경관 감상에 온 심혈을 기울였지요.

“다시 찾아야 한다”를 되새기면서. 진정으로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시 찾고 싶은 곳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8시, 밤새 살짝 다녀간 비로 더욱 평화스러워 보이는, 옅은 안개 낀 그도시를 떠났습

니다. 그리고 오후 1시경 동반자 중 한명인 상욱군의 외삼촌이 계신 토론토 외곽 Milton에 도착했습니

다. 상욱군의 외삼촌과 함께 댁 근처의 Membership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는데, 칠십이 넘으셨음에

도 노익장을 과시하십니다. 참 보기 좋았지요. 그분을 뵈면서 벌써부터 위축되어가는 자신을 다시 추스

를 수 있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1965년부터 계속되신 상욱군 외삼촌의 이민사를 들었습니다. 독일, 브라질 그리고 캐나

다! 외삼촌께서는 이곳을 천국으로 여기고 계시답니다.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시고 자리잡은 이곳이 이

제는 고향이자 당신의 나라랍니다. (물론 고국 생각은 늘 하시지만)

정체성에 대한 갈등으로 답을 찾고자 나선 이 길에서, 상욱군 외삼촌의 덕택으로 그 두꺼운 껍질의 한

겹을 벗겨 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인지 이미 많이 취했음에도 부어주시는 술잔을 마다

하고픈 맘은 전혀 없습니다.

내일은 Niagara로 갑니다. 상욱군이 처음이라서 뿐만 아니라 저 또한 다시 가서 그 장엄한 기를 다시

느끼고 싶어서지요.

취기가 이미 눈꺼풀을 잡아당깁니다. 이만 들어갑니다 꿈나라로.

July 2, 2011

Page 9: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7일

Gary형,

술 냄새 나는 몸으로 느지막이 일어나 Niagara로 향했습니다. 좀 늦은 출발로 인해 이미 공원주차장이

만원이어서, 생각 끝에 호텔 주차장을 이용키로 하였는데. 다행히 공원주차장보다 폭포로의 접근이 훨

씬 더 용이하였습니다.

다시 찾은 Niagara의 Falls. 처음 대했을 때의 그 강렬함은 다소 떨어졌지만, 웅장함은 여전하더군요.

자신의 맛과 멋을 잃지 않고 있어, Canmore Vic’s restaurant에서 느꼈던 실망감을 다소 덜었습니다.

이것이 자연과 인간의 차이일까요?

오늘 저녁은 Toronto downtown에서 묵기로 하였는데 마침 토론토대에 재학 중인 딸아이와 또한 잠시

다니러 온 집사람을 만나 다섯명이 모처럼 센 곳에서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식사시간 동안은 아무런

감정이 없었는데, 막상 헤어지는 순간에는 마치 멀리 있는 딸아이의 집을 방문한 부모 같은 느낌이 들

어 일순 맘이 찡했었지요. 늙어가는 모양입니다.

호텔로 와서 토론토외곽에 사시는 상문선배를 방문하기 전 Schedule을 잡았습니다. 물론 골프지요.

Glen Abbey Golf Club, Oakville, ON! 몇년전 PGA를 개최했었던 곳이라는데 과연 어떤 모습의 장애물

이 나의 shot을 방해할 지 무척 궁금합니다. 보이지 않는 그 길이.

July 3, 2011

Niagara Falls

Page 10: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9일

Gary형,

어제 저녁은(7/4) 상문선배 댁에서 신세를 졌습니다. 무슨 인연이 있어서인지, 같은 동문이면서도 좁은

한국 땅에서도 이을 수 없었던 인연의 끈을, 머나먼 이국 땅 캐나다에서 오십이 넘은 나이에 이렇듯

반가움의 악수를 나눌 수 있게 되다니. 참으로 삶의 섭리를 이해하기에 제 능력이 턱없이 모자라나 봅

니다.

오늘 아침에는 아침식사와 더불어 여행 중 먹을 김밥까지 만들어 주시는데 참! 작별인사 드리기가 참

으로 민망했습니다. 같이 갈 수 있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Quebec으로 넘어오니 생소한 말투가 들리고 Signboard엔 온통 불어 천지입니다. 도로 양쪽은 전형적

인 동쪽 길의 모습으로 같은 키의 나무군락이 끝 간데 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문득, 세상의 끝까지 이

어져 있는 이들 길의 마지막에는 인생의 답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릅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

가는 온갖 부류의 사람들은 과연 자기가 원했던 삶의 양태 대로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도 궁금하구요.

불현듯, 그들 모두가 다 열심히 자신이 선택한 길 위에서 쉼없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아 심히 부럽습

니다.

말로만 듣던 Quebec이라는 도시는 이렇게 바람처럼 왔다가는 여행으로는 그 맛을 느낄 수 없을 것 같

습니다. 그도시만이 지닌 독특한 문화의 깊이를 느끼기 위해선 좀 더 많은 시간의 투자가 필요할 듯합

니다. 아쉬움 속에서 그나마 시내 한켠과 현지의 식당 분위기는 체험할 수 있었지요. 아마 이 도시도

머잖아 다시 오게 될 것 같습니다.

내일은 New Brunswick의 심장부이자 PEI와 Nova Scotia로 가는 관문인 Moncton(New Brunswick)에

서 머무를 예정입니다.

또 연락 드리지요.

July 5, 2011

Page 11: Cross Country Diary (Korean)

Parts of Quebec city

Page 12: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10일

Gary형,

Quebec downtown으로부터 3시간 반 운전으로 New Brunswick에 진입 했습니다. 오는 길은 마치 동

화 속 길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좌강물 우수풀’이랄까요? 유럽 농촌의 풍경을 물씬 풍기는 구릉에 위치

한 농가와 그를 둘러싼 숲의 절묘한 조화! 그리고 마을을 조용히 감싸고 있는 강물. 단지 아름답다는

말밖에는 형용할 길이 없습니다. “국어공부를 좀 더 충실히 해 둘 걸” 하는 후회가 려 옵니다. 아기

자기한 모습의 구름들도 풍경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를 합니다. Moncton으로 안내해 주는 Trans

Canada 2번도로는 완벽 그 자체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엔 이 나라의 서쪽 끝 Vancouver에서 만난 인연을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Moncton이

라는 도시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정미는 제가 VCC에서 대학교양과정 수업에서 만났는데, 촌각을 아끼

며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에 매료되어, 이 부부가 Halifax에 있는 Dalhousie대학교에 진

학하려고 동부로 이사가기 전까지는 일부러 껀수(?)를 만들어 그녀의 남편과 자주 맥주잔을 기울일 정

도로 친해졌었지요. 만약 이런 인연이 없었다면 이 도시가 New Brunswick의 2대 도시인지도, 그리고

Atlantic Canada 최고(?)의 Beer Pub “Pump House Brewery” 에서 맥주잔을 기울일 기회도 없었겠지

요. 엊그제도 느꼈었지만 참으로 우리 인간사에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작용을 하나 봅니다.

이들 부부는 8월말에 Halifax로 가서 대학 공부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이곳 Moncton은 시부모가 사시

는 곳인데 다행히도 그분들이 한국인 며느리를 잘 대해 주시나 봅니다. 그렇게 열심히 적극적으로 자

기인생을 개척해 가는 ‘정미’를 보면 누구라도 그리하리라 믿습니다. 그 열정과 젊음이 부럽기도 하구

요. 남편인 JM 또한 한국에서의 사회경험으로 한국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는 터라 ‘정미’의 이곳 생활

은 그리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행복하게 잘 살리라 확신합니다.

오늘 밤은 모처럼 각자 방을 하나씩 차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펼쳐 놓고 정리를 하

였는데, 아뿔사! 이곳은 토론토 보다 한시간이 더 빨라 이미 두시를 훌쩍 넘겼습니다. 한 나라에서 네

시간의 시차를 경험하다니…빨리 자야겠습니다. Good night…

July 6, 2011

Pump House in Moncton

Page 13: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11일

Gary 형,

현지시각 오전 아홉시 반 현재 드디어 Prince Edward Island에 입성하였습니다. 캐나다에 온 이래 가

장 방문하고 싶었던 두곳 중 그 한곳을 오늘에야 드디어 밟아 봅니다.

뭍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 위 한 가운데서 바라보는 섬의 전경은 뭐랄까 아담한 무인도 같다고나 할까?

수도 Charlottetown까지 원시를 드러내는 그림 같은 습지, 숲, 감자밭, 공동묘지, 그리고 멀리 조금씩

보이는 바다 풍경…

여행객으로서의 아늑한 이 느낌이 여기서 일생을 사는 사람에게는 어떤 느낌일는지. Prince, Queen, 그

리고 King의 세개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는 이 섬에서 아쉽게도 우리는 King지역의 동쪽 끝 일부와 그

리고 Queen지역의 빨강머리 Anne의 집 Green Gables만 보고 갈 예정입니다.

우선 골프환쟁이들 답게 PEI 최고의 코스 두곳을 선정해서 라운딩을 했는데, Dundarave도 좋았었지만

두번째의 The Links at Crowbush Cove는 정말 환상이었지요. Golfer라면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는 생

각이 들 정도입니다. 직접 경험하시는 편이 극적 효과를 더 높여줄 듯 해서 얼마나, 어떻게 환상적인가

에 대한 설명은 자제하겠습니다. 뭐 그리 기분 나쁘시진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도 다음을 기약하며

이만 아쉬움을 달래야겠습니다.

내일 아침시간을 아끼기 위해 Green Gables로 갔습니다만, 불행히도(?) 온 동네가 축제로 인해 몸을

눕힐 곳이 없었지요. 하루에 두번씩이나 라운딩을 한데 대한 벌이었을까요? 해서 부득이

Charlottetown까지 갔습니다. 그럼에도 별반 힘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July 7, 2011

A fox at Dundarave

Page 14: Cross Country Diary (Korean)

The Links at Crowbush Cove

Page 15: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12일

Gary 형,

어제 잠자리를 찾아 이곳 Charlottetown까지 왔기에, 그 잃어버린 시간을 보출하기 위해 아침 일찍 서

둘러서 Green Gables를 찾아 나섰습니다. Anne의 집은 열시가 지나면서부터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기

시작합니다. 그중 대다수는 일본인 관광객들이어었는데, 그 틈에 반갑게도 London(ON)에서 오신 한국

출신의 한 가족을 만났습니다. 그 가족의 바깥양반은 Halifax의 Peggy’s Cove에 깊은 인상을 받으신

모양입니다. 우리에게 설명하는 것 만으론 당신이 누렸던 그 감동을 온전히 전하기에는 부족한 듯이

보입니다. 그분의 말을 믿고 내일 무조건 Peggy’s Cove에 가 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Anne의 집 내부와 Haunted Wood도 잠시 거닐어 보았습니다. 아마도 저자인 Lucy Maud

Montgomery는 이 숲을 거닐며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일천한 역사에, 참 별 것 아닌 것으로 잘도 꾸며서 많은 수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

국의 관광산업의 현주소를 되집어 봅니다.

열두시 경에 어제 오전에 건넜던 그 다리를 통해 Halifax로 향합니다. Nova Scotia의 주 경계점부터

Sydney로 향하는 길 또한 넓은 구릉 위로 자리를 잡아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맘 껏 감상하며 편히

운전할 수 있습니다. 길 참!!!

차 뒷자리에 앉아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이란 연륜의 반증이라 배워왔

는데, 현재를 사는 우리는 마치 점점 어린 아이가 되어 가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옛말과 달리 이제는 고개 숙이는 사람은 아마 죽기 직전의 인간을 제외하고는 보기 힘들 것

같네요. 숙여야 되는지 아니면 더욱 꼿꼿이 세워야 되는지 아직은 잘 분간이 안됩니다. 숙이는 것이 이

제는 미덕이 아니게 된 것 같아 좀은 씁쓸합니다. 그래도 겸양은 아직도 미덕이 아닐는지…

저녁 후 산책하다 들린 동네 Pub(Governors Pub & Eatery)에서 홀을 메운 Trio의 연주와 이에 호응

하는 젊은 이들의 신나는 박수소리와 청아한 웃음소리가 여행에 지친 심신을 달래줍니다. 내일은 뭍으

로 연결된 캐나다 최동단 국립공원 Cape Breton으로 가는데 또 어떤 길을 만나게 될지 사뭇 궁금 합

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요.

July 8, 2011

Page 16: Cross Country Diary (Korean)

PEI beach

Green Gables

A pub in Sydney

Page 17: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13일

Gary 형,

오늘아침, 안개 낀 Sydney의 Kings Road를 관통하여 북부도시 Ingonish로 출발 했습니다. 약 두시간

예정인데, Cape Breton Highlands National Park의 동쪽관문이 아닐까 합니다. Cape Breton Highlands

는 1497년 John Cabot이 처음 보았을 때와 변함없는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니 캐나다 인들의 환경 보

호력은 세계일위가 아닐까 합니다. 가끔 생뚱맞은 행위를 보여 주기도 하지만요.

어쨌든 John의 성을 따서 명명한 Cabot Trail을 따라 주행을 계속하여 마침내 공원입장료를 내고

Ingonish에 도착, 공원 내에 자리잡은, 2008년 Golf Digest가 선정한 Canada 최고의 Public Golf

Course인 Highland Links 에서 기대를 안고 Tee-off를 했습니다만 날씨가 흐려서 전경을 볼 수가 없

었습니다. 라운딩을 같이 했던 Sten 이라는 이름의 미국인에 의하면, 맑은 날의 View는 환상 그 자체

라는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더하여 그는 내일 비행기로 Newfoundland의 Saint John으로 간다는데 동

행하고픈 맘이 굴뚝같았습니다. Newfoundland야 말로 PEI와 더불어 제가 가보고 싶은 곳이기 때문이

지요.

라운딩 끝무렵부터 기어이 비가 뿌립니다. 라운딩 후 나머지 Trail을 운행하였는데, 고래가 가장 잘 보

인다는 Pleasant Bay에서도 흩뿌리는 비를 맞으며 하릴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River와 Brook들로 미루어, 몇몇 짧은 trail course를 제외하곤 관광객의 발길을 허용치 않는 공원내

부의 원시의 자연을 미루어 짐작케 합니다.

공원 전체를 일주하는 Cabot Trail 곳곳의 절경은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숨을 멎게 할 정도입니다.

겨우 손바닥 만한 Digital 사진기로 어찌 이 광경을 표현해 낼 수 있을까요? 아무리 전문 작가라 할지

라도 전체의 조화를, 그 오묘함을 모두 담아 내기란 불가능할 듯 합니다.

좀은 서운하였지만, 내일의 맑은 날씨를 기대하며 Halifax로 향했습니다. 도중에 New Glasgow라는 마

을에서 기대치 않았던 멋진 저녁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담한, ‘Bistro’라는 이름의 restaurant. Detail이

정해지지 않은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랄까요, 가끔은 이런 우연이 기쁨을 줍니다.

이젠 내일 방문할 Peggy’s Cove와 그 곳까지 나를 대려다 줄 길에 대해 꿈을 꿀 시간입니다. 또 뵙지

요.

July 9, 2011

Page 18: Cross Country Diary (Korean)

Ingonish Island from Highland Links

A View at Cabot Trail

Page 19: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14일

Gary 형,

새로운 도시는 여행객 누구에게나 궁금증을 불러 오는 모양입니다. 어제 밤 늦게 도착한 Halifax도 예

외는 아니어서, 아침에 Peggy’s Cove로 가는 길에 많은 이야기 거리를 간직한 둣한 수많은 구조물과

공간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내인생의 남은 시간들 중에서 언젠가는 이들과 진한 대화를 나눌 기

회가 있을까요? 진정 그리하고 싶습니다.

Peggy’s Cove로 가는 길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 올 지가 무척이나 궁금했었는데, 도심을 벗어나면서

나타나는 크고 작은 Creek과 Bay, 수많은 호수가 이어지며 도로 좌우를 수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

다에 인접한 해발이 낮은 지역임에도 마치 고산준령과 같이 키 낮은 나무들과 암석의 군락이 연이어

등장합니다. 참 이쁘더군요. 일본식 정원의 정갈함을 자연으로 표현해 낸, 물과 풀과, 그리고 돌이 아우

러진 습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정말 그림 같은 길이었지요.그리고 마침내 대서양을 마주한

Peggy’s Cove!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실로 삽십 초반 이후 잊고 지냈던 가곡 한 소절이

절로 나왔습니다. “저 푸른 물결 외치는 거센 바다로 떠나는 배…” 경치와 감상 모두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없음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참으로 PEI에서 만난 그분께 마음 속 깊이 감사를 드렸습니다. 생

면부지의 이들에게 이렇게 큰 선물을 주시다니.

다시 New Brunswick의 St. John으로 가는 길로 들어 섰을 때 짙은 숲의 바다를 가르며 곧게 뻗은 도

로를 보면서 모세의 바닷길을 생각해 봅니다. 잘은 모르지만 생과 사를 결정 짓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 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다지요? 지나온 나의 삶에도 수 많은 길이 있었고, 앞으로도 못지 않은

많은 수의 길이 나타나겠지요. 과거 선택해 걸어 온 길들은 과히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앞

으로 만나게 될 길들은 과거의 그것과는,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하고 싶습니다. 아직 잘 모르겠

지만요. 이번 여행이 끝나면 최소한의 단초라도 잡을 수 있을까요? 그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곳 St. John에서도 시간이 여유가 있어 Rockwood Park GC라는 이름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습니

다. 아이러니 하게도 같이 라운딩을 하게 된 친구의 고향이 PEI의 Crowbush 인근이랍니다. 꼭 다시

가고자 맘먹었던 그 골프장이 있는 곳 말입니다. 아무튼 그 친구 덕분에 식당도 해결하였습니다. 마침

오늘이 동행한 상욱군의 생일이라 좀은 근사한 곳이 필요했으니까요. 여담이지만 생일파티에 투입될

Champaign내기에서 내가 꼴지를 했습니다. 워낙 친한 후배라 내기에서 이겼더라도 당연히 내가 샀을

거라고 하면 꼴지를 한 것에 대한 변명이 될까요?

오늘이 이번 여행 중 캐나다에서의 마지막 밤이 될 것입니다. 모쪼록 미국에서도 캐나다에서와 같은 멋

진 길들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시지요.

July 10, 2011

Page 20: Cross Country Diary (Korean)

Peggy’s Cove

Page 21: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16일

Gary 형,

어제는 밤 열시 경에 미국에서의 첫 여정지인 Springfield(MA)에 도착했었습니다. 캐나다의 여늬 도시

와는 달리 야간 조명과 왕복 육차로의, 그야말로 Freeway가 그 규모를 짐작케 하였지요.

이차 여정지인 Ohio의 Cleveland로 가기 위해, 오늘 오전 일곱시를 좀 지나 I-91도로 남쪽으로 질주

하였습니다. 도심인데도 도로 좌우로 울창한 산림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시 이름이

Springfield 인지도 모르겠군요. 출근 시간대라 넓은 편도 4차로가 차들로 가득 메워집니다. 그 수많은

차량의 열 중 한둘은 현대차의 엠블럼을 부착하고 있습니다. 역시 대단한 한국인의 저력이 느껴져 뿌

듯합니다.

열시 좀 지나서 Pennsylvania주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십여년 전 미국 첫 나들이 때 친구가 살았던

Harrisburg를 방문했을 때의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기대해 봅니다. 너무나 동화 같았던, 초

콜렛 향기가 온 도시를 감싸고, 나지막한 구릉들은 이른 봄임에도 잔설을 몸에 이고 아름다운 자태를

뿜어내고 있던 그 모습을.

이쁜 구릉 사이로 듬성듬성 들어서 있던 Harrisburg 도심 외곽의 농가 모습은 Cleveland로 연결된 I-

80번 도로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대신 Atlantic Canada에서 경험했던 숲의 바다를 재현해내고 있습니

다. 다만 산 능선에 조성된 도로 아래로 캐나다의 촘촘한 침엽수림 대신 연녹색의 솜사탕 모양의 부드

러운 활엽수의 바다가 그 유일한 차이점이지요. 서부의 산세가 직선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해 낸다면 동

부는 곡선으로 그것을 창조해 내고 있습니다. Pennsylvania의 Wild World, 과연 압권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도로의 절반 이상을 컨테이너 트럭들이 점유하고 있어 한가로이 주변을 감상할 여유는 없습

니다. 쇠퇴해 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세계경제를 받치고 있는 대국답게 엄청난 물류를 자랑하는 듯

합니다.

오늘은 웬 일인지 몸이 가볍습니다. 아마도 목표가 단순하기 때문이겠지요. 오로지 목표라고는

Cleveland에 도착해서 삼겹살에 소주한잔! 10시간 여의 운전도 그 단순한 목표로 인해 별반 힘들지 않

게 느껴집니다. 내 좀 더 젊은 시절에도 이런 적이 있었었지요. 오로지 하나만을 향해 열심히 뛰었던

시절 말입니다. 인생 제 2막의 커튼을 열며 다시 한번 이전의 그 가벼운 몸놀림을 느끼는 기쁨을 누려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후 다섯시 경, 드디어 추신수의 Cleveland 권역에 들어 섰습니다. 오대호 연안의 도시답게 거대한 호

수의 양안을 연결하는 다리가 우리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저 멀리 도로의 왼편으로 아담한 빌딩 숲도

보입니다. 마치 대도시 같은 위용을 자랑합니다만 그리 큰 도시는 아닙니다. 인구 40만의 중소규모의

도시이지요. 그 중 한인은 1500명에 불과 하답니다.

그곳에서 삼십년 이상 이민생활 하시고 계신 분들이 운영하는 한식당에 들러, 드디어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였습니다.

투숙 후에 려오는 취기를 달래고자 혼자서 오대호 중의 하나인 Lake Erie의 가장자리까지 걸었습니

다. 걷다 보니 호숫가에 Rock n’ Roll Hall of Fame이라는 이름의 멋진 건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곳 Cleveland가 그 본고장이라니 참 놀랍습니다.

Page 22: Cross Country Diary (Korean)

또 말이 많았네요. 술기운이었나 봅니다.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잘 주무십시요.

July 12, 2011

Lake Erie

Rock n’ Roll Hall of Fame

Page 23: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17일

Gary 형,

Cleveland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사진으로만 대하던 Chicago로 향합니다. 살아오는 동안 많은 미국도

시를 맛 보았지만 유독 이 도시와는 인연이 없었는데, 이번에 주마간산 식의 경험이라도 할 수 있게

되어 맘이 들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오후 한시, 드디어 I-94도로를 통해 Chicago 외곽으로 진입하였습니다. 몇몇 다른 대도시와 마찬가지

로 Chicago에도 키 큰 가로등이 병렬해 있습니다. 오대호 주변의 짙은 안개 때문일까요? 참 키가 크기

도 합니다. 도심으로 들어서기 전 어제 저녁에 계획했던 일을 우선 실행에 옮겼습니다. 물론 골프이지

요. Chicago 북부에 위치한 Harborside International의 Port Course!

하늘과 필드 외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뭉게구름 뿐입니다. 골프를 시작해서, 아니 좋아해서 정말 다행

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만약 골프가 아니었다면 어찌 이런 숨은 비경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요?

Canmore의 Silver Tip, 그리고 PEI의 Links at Crowbush에 이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골프코스였

습니다. 라운딩 도중 멀리 다운타운의 빌딩 숲이 보입니다. 마치 뉴욕의 그것을 보는 듯 합니다.

감탄 속에 라운딩을 끝내고 도심으로 향합니다. 특이하게도 I-94도로 한 가운데로 전철이 지나가고 있

습니다. 도로 가장자리로는 이 엄청난 전철소음에도 불구하고 성냠갑 모양의 집들이 병렬해 있습니다.

어디나 빈부의 차가 극명히 드러나 보이는데 이 도시도 예외는 아닌 모양입니다. 그곳을 지나자 탁 트

인 전방에 downtown의 거대한 빌딩 숲이 나타납니다. 한 때 전세계의 부의 상징이었을 법한 마천루들

이 구름을 뚫고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아직도 미국이라는 나라는 꽤 건재한 모습입니다.

Gary 형,

도심으로 가는 도중 ‘시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가면서 잃어 버렸던 그 시간

들을 거꾸로 이제는 고스란히 되찾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온전한 소유재산은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육신을 제하면 오로지 이 ‘시간’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

냐의 차이가 그 사람의 행과 불행을 결정 짓는 것 아닐까요? 내 인생에도, 이번 여행처럼 시차로 시간

을 되찾을 수 있듯이, 단 한번만이라도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뭐, 잘되겠지요. 그리 믿고 이제 잠을 청하렵니다.

July 13, 2011

Page 24: Cross Country Diary (Korean)

Port Course at Haborside International

Chicago Downtown

Page 25: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18일

Gary 형,

Chicago를 떠나기가 아쉬워 세 사람 모두 이른 아침부터 시내를 어슬렁 거리다가 결국 Skyline 한 컷

을 끝으로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열시 오십분, 한참 때의 타이거 우즈가 호령했던 Cog Hill # 4 Dubsdread Course에서 이번 여행 중 미

국에서의 마지막 라운딩의 Tee-off를 했습니다. PGA Tour course 답게 fairway가 더 없이 좁아 보이

더군요. Back-nine은 누적된 수면 부족으로 집중력이 부쩍 떨어졌습니다. 명문코스를 감상하는 것도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모양입니다.

Yellowstone으로 향하는 US-12번 도로는 Wisconsin을 관통하는데요, 캐나다의 중부와 아주 흡사한

모양샙니다. 광활한 평원의 곡창지대! 하지만 좀 더 남쪽이어서 그런지 도로 좌우로 많은 나무가 보이

고, 가끔씩 보이는 농가도 훨씬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국력의 차이인가요?

오늘은 Chicago로부터 서북쪽으로 3시간 거리의 Madison이라는 도시에서 묶을 작정입니다.

Wisconsin 주의 Capital City랍니다. 그리고 생물분야의 대학으로 유명하답니다.

어쨌거나 이업 여행이 아니었다면 알지도 못했을 이도시에서 저녁으로 한식을 기분 좋게 먹었지요. 12

년을 이곳에서 보낸 주인장과 3년 전에 이민 왔다는 종업원 아주머니. 무엇이 이들을 이곳으로 데려

왔을까요? 어떤 길을 따라 이곳에 왔을까요? 참으로 궁금합니다.

July 14, 2011

Cog Hill

Page 26: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19일

Gary형,

오늘은 미네소타에서 아주 강한 소나기를 만났었지요.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맞는 악천후였습니다. 늘 좋

았다 보니 날씨도 여행의 중요한 한 변수임을 간과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세찬 소나기로 인해 속도를

낮추지 않을 수 없었고, 천만다행으로 I-90번 도로가 오늘의 목적지인 Rapid City(SD) 까지 거의

1000Km를 일직선으로 뻗어 있어 안전운행이 가능했습니다. 저항할 수 없는 위력 이것이 자연의 힘인

가요?

Minnesota 주변은 마치 Canada의 Alberta를 가로 지르는 Trans Canada 1번 도로변과 매우 흡사합니

다. 풍성한 먹이거리와 물놀이를 충분히 즐길 만큼의 연못과 습지, 그리고 실개천. 이 풍요로움에 소들

은 결코 바쁘지 않아 보입니다.

I-90번 도로 263번 Exit에 도달하자 눈에 미주리 강의 들어 옵니다. 가히 강 경치의 백미랄정도의 장

관입니다. 어릴 적 그림책을 옮겨 놓은 듯 합니다. 다리를 건너자 더한 그림들이 나타납니다. 솜사탕

모양의 구릉 사이사이로 크릭이 흐르는데, 초록의 수풀 사이를 뚫고 반짝이며 자신도 이 자연의 한 주

인공임을, 휑하니 지나칠 과객에게도 애써 알리려 합니다. 강변을 벗어나면 더 넓은 평원이 펼쳐 지는

데, 캐나다의 그것 보다 오히려 더 광활하고, 기름져 보입니다. 부럽습니다. 과거 이 땅의 주인들은 어

떤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까요?

형,

길을 가면 가끔은 뜻하지 않은 일들이 생기곤 하지요. 오늘은 두번씩이나 그런 일이 생겼습니다. 우선,

Buffalo Gap National Grassland를 지나며,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의 한장면(Buffalo 사냥 때 인디언

소년을 극적으로 구해주는 장면)을 떠 올렸었는데, 주유를 위해 들른 곳이 바로 그 영화의 로케현장이

었습니다. 우연일까요? 두번째는, 시간 때문에 아쉬움을 삼키며 뒤로한 그 로케현장 대신 Badlands

National Park를 만나 것이지요. 오만가지 형태의 지형을 마치 다큐멘트리를 통해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공원입니다. South Dakoda 소재의 이 공원은 캐나다의 알버타에도 비슷한 지형이 존재한다

고 합니다. 아무튼 넓긴 넓은 나라입니다.

목적지로 가까이 가면서 황홀경의 석양을 만났습니다. 대평원 너머로 몸을 감추며 태양은 온하늘과 땅

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지요. 참으로 볼만 합디다. 하지만 지는 해를 보면서 잠시 회상에 잠기었지요.

지는 해란 힘이 쇠해짐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떠오르는 태양의 강한 햇살과는 달리 지고 있는 해는 인

간이 쉽게 눈으로 마주함을 허용하는군요.

나는 어디 즈음에 걸려 있을까요?

July 15, 2011

Page 27: Cross Country Diary (Korean)

Badlands

Page 28: Cross Country Diary (Korean)

제 20일

Gary형,

오늘은 Yellowstone으로 가는 길에 이 글을 씁니다. 근 이십년 만의 조우라 맘이 설레어 저녁까지 기

다릴 수가 없군요.

Rapid city의 도심을 벗어나자 나무의 키가 커지고 구릉의 높낮이가 깊어지는 것으로 미루어 곧 서부

의 고산 준령의 모습이 다가올 것 같습니다. 출발지로부터 약 100Km 지점부터는 붉은 속살을 드러낸

크고 작은 Plateau들이 군데군데서 시위를 합니다. 어제 보았던 Badlands와는 사뭇 다른 모습인데도

눈길을 빼앗기에 충분 합니다.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을 일일이 다 감탄하기에는 힘이 모자라고, 설명하

기에는 저의 표현력이 너무도 부족합니다.

예상과는 달리 Wyoming주로 진입하자 오히려 더 넓은 초원이 펼쳐 집니다. 산이라고는 그림자조차 보

이지 않는군요. 약 두시간 반(300Km)을 더 달리니 전방에 커다란 산맥이 보입니다. 록키인가도 생각

해 보았습니다만, 본고장 Colorado와는 다소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떠나기 전에 미리 산맥지도를 봐

둘걸 그랬나 봅니다. 드디어 I-90에서 내립니다. 만나는 도시는 Wyoming의 Buffalo. 도심을 지나 예

의 그 산 속으로 바로 진입하는데 소떼를 이동시키는 카우보이들을 만납니다. 이들이 아직 존재한다는

사실이 좀은 놀랍습니다. 산정에는 아직 잔설이 보이고 National Forest로 지정되었으리 만큼 끝간데

없는 침엽수림이 장엄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이들 두 나라 모두 나무부자 맞습니다.

이런 길을 또 300Km 이상 더 가야 Yellowstone에 도착합니다. 정상을 넘은 도로는 가파른 절벽을 끼

고 굽이쳐 한참을 협곡 속으로 내려 갑니다. Yellowstone의 동쪽게이트로 향하는 초입은 경이의 파노

라마입니다. 이번엔 더 웅장한 산맥이 보이는데 머리에 인 것은 만년설처럼 보입니다. 앞선 산맥과 보

이는 산맥 사이의 거리가 서울과 대구의 거리를 훌쩍 넘어섭니다. 드디어 Yellowstone 초입의 도시

Cody를 지납니다. 그로부터 약 70Km의 길을 나의 능력으론 표현할 길이 없어 참으로 미안 합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라는 말 밖에는 드릴 수가 없습니다. 도로의 양쪽이 모두 주름치마 같은 구릉지

의 연속. 그리고 그 뒤를 지키는 산맥의 웅장한 자태,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분지가 세상에 존재할 줄

이야. 아무리 뛰어난 첨단장비가 있어 예술성을 있는 그대로 담아 표현한다 해도 직접 눈으로 보고 느

끼는 그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줄 수 있을까요?

공원입구로 다가갈수록 그 위용에 압도 당합니다. 도로좌측은 기묘한 괴석과 함께 화재로 소실된 나무

의 흔적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앙상한 사목과 타서 시커멓게 남은 믿둥. 그래도 자연의 일부 인지라 전

체를 구성하는데 부조화는 아닙니다.

드디어 7시간 반 만에 근 20년을 기다려온 재회를 합니다. 얼마나 변했을까요?

July 16, 2011

Page 29: Cross Country Diary (Korean)

Cowboys

제 21일

Gary 형,

어제 불에 탄 숲을 보며 자연의 일부라 여기며 위안 삼았었는데, 오늘 아침, 공원 전역에 걸친 상흔을

보고 나니 그 생각이 너무도 안이하였음을 인정해야겠습니다. 참 많이도 상했더군요. 유일한 희망은 그

지독한 화재의 현장에서 커오는 작은 나무들을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을 바라보며 대자연의 위

력과 기다림의 미학을 느낍니다. 어쩌면 번개 또한 자연이라, 오늘의 이 상처들은 긴 시간을 둔

Yellowstone 스스로가 선택한 환골탈태의 과정이라 믿어 봅니다.

오전 아홉시, Old Faithful의 분출을 기다립니다. 십분이 지나자 그 이름을 얻은 이후 백 수십년의 세월

동안 지켜온 그 약속을 어김없이 지켜 냅니다. 명불허전 입니다. 옐로스톤에서의 마지막 방문지는

Mammoth Hot Spring이었는데, 16년전의 엄청난 수량과 함께 호화롭던 모습은 간데없고, 붉게 녹물이

Page 30: Cross Country Diary (Korean)

든 테라스위로 졸졸흐르는 모습을 보노라니… 무엇이 근본 원인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를 사는 인간으

로서 이 쇠락에 일조를 했다는 죄스런 마음이 듭니다. Mammoth Hot Spring을 끝으로 옐로스톤과 별

리를 고하였습니다. 언제 다시올 수 있을까요? 길이 있으니 몸과 맘이 허락한다면 언제나 올 수 있겠

지요. 허나, 유한의 시간 틀 속에 갇혀 살면서….

약 한시간 반 만에 Yellowstone에 들러기 위해 잠시 떠났던 I-90번 도로를 다시 만나 서북쪽으로 향

합니다. Montana주의 길도 주변은 비슷한 양상을 띱니다. 여전히 따가운 햇살 아래 곱게 구겨진 종이

모양의 구릉이 펼쳐지고, 몇 마리의 말들이 평화로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참으로 후미졌을 이곳에 이

렇듯 훌륭한 삶의 터전을 마련해 낸 사람들이 참으로 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형,

오늘 저녁은 Montana의 Capital City 인 Helena에서 머물 예정입니다. 내일 캐나다 Osoyoos까지의

운전시간을 감안하면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최대한 가까이 가는 편이… 솔직히 말하면 좀 더 빨리 집

가까이 가고 싶어서 이지요. 집이 좋긴 좋은 모양입니다. “되돌아갈 집”이 있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

어 감히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July 17, 2011

Page 31: Cross Country Diary (Korean)
Page 32: Cross Country Diary (Korean)

Norris Geyser1,2/Old Faithful/Upper Fall at Canyon at Yellowstone National Park

제 22일

Gary형,

오늘 드디어 Vancouver 에서 차로 다섯시간 거리에 있는 Osoyoos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번 여행에

서 마지막으로 방문키로 한 도시이지요. 이곳 Montana의 Helena에선 약 일곱시간 거리입니다.

I-90번 도로상의 Montana주에서 0번 Exit을 지나치는 순간 바로 Idaho주로 들어 섭니다. 경계점 또한

해발고도가 장난 아니어서 귀가 멍해 질 정도 입니다. 16년 전 Utah주의 Salt Lake City에서

Yellowstone으로 갈 적에 경험했었던 가없는 감자밭이 전부 인줄 알았는데, 남북으로 길게 뻗은 이

Idaho주의 북쪽에선 오히려 평야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심산유곡 그 자체이지요. 도로와 벗삼은 개천이

우리와 경쟁하듯 따라 흐르고 있습니다. 동쪽끝 Boston에서 서쪽끝 Seattle을 잇는 I-90번 도로, 참,

가는 곳 마다 비경을 제공합니다.

Page 33: Cross Country Diary (Korean)

연이어 Washington주 경계선을 넘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거쳐야 할 미국의 마지막 주입니다. 이로

서 한참을 같이했던 I-90번 도로와의 이별의 시간이 다가 옵니다. 다음은 또 어떤 이름의 길을 따라

가게 될지…

Washington주 서쪽의 첫 도시 Spokane에서 US-385를 만나 드디어 캐나다로 가는 길을 잡습니다. 오

후 다섯시 아니 네시경(시차로 또 한시간을 되찾았습니다)에 국경에 도착했습니다. 미국에서의 모든 일

정이 마감된 순간입니다.

불행히도, 동반자 중 한명의 영주권 관련 체류기간 문제로 소중한 두시간을 세관에서 허비하고 맙니다.

어쩔 수 없이 Osoyoos에서 묵지 않고 Hope까지 가기로 합니다. 해가 긴 것이 이렇게 보탬이 되는지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됩니다. Osoyoos에서 Hope으로 가는 길 또한 Yellowstone 주변에서의 그것과

견줄 수 있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골이 깊고, 조용한 개울이 흐르는 평화스런 풍경입니다. 그 작은 개

울이 Princeton까지 오면서 이미 장성하여 제법 큰 물줄기를 자랑합니다. 강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

신의 길을 개척해야하는 운명을 지녔나 봅니다. 그런 운명에 더하여 강은 아마도 주뵨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지녔나 봅니다. 차가 없는 도로를 홀로 달린다거나 맨 앞에 서서 꼬리

긴 행렬을 리드할 때 참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지요. 탁 트인 도로를 눈앞에 두고 전 속력으로 달려

보고픈 충동을 억제하기란 쉽지 않고, 또 행렬의 맨 앞에서 속도를 알맞게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

다. 도로를 따라 함께하는 강으로부터 그의 절제를 배워야겠습니다.

July 18, 2011

마무리에

철없던 시절, 눈앞의 길이 전부라 생각하여 세상을 만만하게 여기고,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썼던 그

시간들이 이제 아쉬움으로 돌아옵니다. 왜냐하면, 걸어보고 싶은 길들은 이리도 많은데, 이젠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식들은 우리와는 분명 다른 차원의 문명시대에 살고 있지만, 안타

깝개도 그들 또한 우리의 전철을 따르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그들이 부모세대 보다 좀 더 일찍 세상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과, 자신들이 가진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우쳤으

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지는 해를 바라보며 회환의 탄식 대신 뿌듯함의 눈길로 송별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