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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공업화학 전망, 제17권 제1호, 2014 적정기술, 그 실천적 가치 강 신 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Appropriate Technology, and Its Practical Values Sin Ho Kang Alternative Energy Laboratory Inc., Mungyeong-si, Gyeongsangbuk-do 745-873, Korea Abstract: 적정기술은 자연환경과 생태계, 그리고 인간사이의 공존적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작은 경제와 대중에 의생산을 지향한다. 해외의 적정기술은 이미 사십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방면에서 적정기술이 실천되있다. 그 예로 인도 오로빌의 공동체들은 산림조성과 유기농 프로젝트를 통해서 생태계를 복원하고 공존을 꾀한다. 국내외의 적정기술을 실천하는 활동가들이나 지역 공동체들은 공통적으로 자원낭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 , 환경과 생태를 중시하고, 작은 경제를 선호하는 삶을 추구한다. 이 논문에서는 적정기술의 배경과 정착과정을 분 석하고 실천적 가치와 구현방안에 대해 논하였다. Keywords: appropriate technology, renewable energy, ecology, community 1. 여는 글 1)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인류의 문명은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증기기관이나 가솔린기관과 같 은 동력장치를 이용함으로써 교통수단에 혁명이 왔고 기계화를 통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19기 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던 산업화의 흐름은 유럽과 북미대륙을 휩쓸고 그들을 앞서가 는 나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인간의 욕 망이 표면적으로 더욱 드러나게 된 것은 이러한 동력장치를 무기산업에 쓰고자 하면서부터일 것 이다. 보다 높은 입력에너지, 즉 입력열원의 온도 가 높으면 높을수록 얻게 되는 에너지효율 또한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높은 열원더 급격한 반응을 찾으려 혈안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제트엔진이 나오고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 는 원자로가 나왔으며, 더욱 폭발력이 큰 대량살 저자 (E-mail: gtmemb@hanmailnet) 상무기가 끝도 없이 개발되고 쓰여져 왔다. 흔히들 산업화로 인해 인간의 노동력이 기계에 의해 대체되었다고 한다. 산업노동자로서 기계의 일부(servants of machine)가 되어버렸음을 인정하 고 있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는 도시노동 자의 삶의 고통을 희화화한 영화의 고전이다. 지 수단으로 전락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 고유의 물리적 정신적 능력의 쇠퇴를 경고하고 있다. 기서 인간의 노동력은 물리적인 힘이다. 반면 인 간의 창의력과 상상력, 협동력은 정신적 영역의 힘이다. 이러한 것들이 기계로 인해 사용될 기회 를 잃게 되면서 점점 쇠퇴할 수밖에 없다. 세대를 통해 이어져 오던 전통과 지혜가 단절되고, 언어 와 관습이 바뀌며 사고의 방향이나 가치관이 달라 진다. 문명의 발달이 급격하면 할수록 이러한 변 화도 급격함을 알 수 있다. 기계화로 인한 거대 산업화는 인간 삶의 환경마 저도 바꾸어 놓았다.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 로 인해 대기가 빠르게 오염되어 버렸다. 온실가 스 중의 하나인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함유량은 기획특집: 적정기술

적정기술, 그 실천적 가치 - CHERIC · 12 공업화학 전망, 제17권 제1호, 2014 적정기술, 그 실천적 가치 강 신 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Appropri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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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공업화학 전망, 제17권 제1호, 2014

적정기술, 그 실천적 가치

강 신 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Appropriate Technology, and Its Practical Values

Sin Ho KangAlternative Energy Laboratory Inc., Mungyeong-si, Gyeongsangbuk-do 745-873, Korea

Abstract: 적정기술은 자연환경과 생태계, 그리고 인간사이의 공존적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작은 경제와 대중에 의한

생산을 지향한다. 해외의 적정기술은 이미 사십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방면에서 적정기술이 실천되고

있다. 그 예로 인도 오로빌의 공동체들은 산림조성과 유기농 프로젝트를 통해서 생태계를 복원하고 공존을 꾀한다.국내ㆍ외의 적정기술을 실천하는 활동가들이나 지역 공동체들은 공통적으로 자원낭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

며, 환경과 생태를 중시하고, 작은 경제를 선호하는 삶을 추구한다. 이 논문에서는 적정기술의 배경과 정착과정을 분

석하고 실천적 가치와 구현방안에 대해 논하였다.

Keywords: appropriate technology, renewable energy, ecology, community

1. 여는 글1)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인류의 문명은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증기기관이나 가솔린기관과 같

은 동력장치를 이용함으로써 교통수단에 혁명이

왔고 기계화를 통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19세기 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던 산업화의

흐름은 유럽과 북미대륙을 휩쓸고 그들을 앞서가

는 나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인간의 욕

망이 표면적으로 더욱 드러나게 된 것은 이러한

동력장치를 무기산업에 쓰고자 하면서부터일 것

이다. 보다 높은 입력에너지, 즉 입력열원의 온도

가 높으면 높을수록 얻게 되는 에너지효율 또한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높은 열원’과

‘더 급격한 반응’을 찾으려 혈안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제트엔진이 나오고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

는 원자로가 나왔으며, 더욱 폭발력이 큰 대량살

저자 (E-mail: gtmemb@hanmailnet)

상무기가 끝도 없이 개발되고 쓰여져 왔다. 흔히들 산업화로 인해 인간의 노동력이 기계에

의해 대체되었다고 한다. 산업노동자로서 기계의

일부(servants of machine)가 되어버렸음을 인정하

고 있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는 도시노동

자의 삶의 고통을 희화화한 영화의 고전이다. 단지 수단으로 전락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 고유의

물리적 정신적 능력의 쇠퇴를 경고하고 있다. 여기서 인간의 노동력은 물리적인 힘이다. 반면 인

간의 창의력과 상상력, 협동력은 정신적 영역의

힘이다. 이러한 것들이 기계로 인해 사용될 기회

를 잃게 되면서 점점 쇠퇴할 수밖에 없다. 세대를

통해 이어져 오던 전통과 지혜가 단절되고, 언어

와 관습이 바뀌며 사고의 방향이나 가치관이 달라

진다. 문명의 발달이 급격하면 할수록 이러한 변

화도 급격함을 알 수 있다. 기계화로 인한 거대 산업화는 인간 삶의 환경마

저도 바꾸어 놓았다.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

로 인해 대기가 빠르게 오염되어 버렸다. 온실가

스 중의 하나인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함유량은

기획특집: 적정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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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 그 실천적 가치

KIC News, Volume 17, No. 1, 2014 13

지난 이천 년의 기간 동안 280 ppm 부근의 일정

한 값을 보이다가 1880년 이후부터 증가하기 시작

했는데, 2010년까지의 증가폭이 35%에 달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1]. 뿐만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심화될수록 지구환

경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치명적인 추세로 흐

르고 있음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원자력 발전소

에 사고가 났을 경우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를 벗어난다. 구 소련이 무너진 것도 체르노빌 원

전 폭발사고의 여파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

며, 체르노빌 지역이 속한 우크라이나는 아직도

사고의 마무리에 애쓰고 있는 실정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노심의 멜트다운이 여전히 진행 중인

대재앙이다.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해 본들

쓰나미라는 자연재해 앞에서는 무기력했던 결과

이다. 원전기술을 과신한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불행은 자연이 온 세계에 주는 심각한 경고이다. 거대한 철골과 콘크리트 구조물로 덮일 체르노빌

과 후쿠시마 원전지역, 그 죽음의 땅이 얼마나 더

넓어질지 언제까지 가야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

한다. 적정기술은 70년대 초에 등장한 용어이다. 그렇

지만 특정한 실체를 지니고 있는 기술분야를 지칭

하는 말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고급기술(High Technology)과 저급기술(Low Technology)의 중

간정도 수준을 지향한다고나 할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지속가능한 관계의 회

복이다. 이것이 적정기술의 정신이라 생각된다. 이 글에서는 적정기술의 의미와 탄생하게 된 배

경, 국내ㆍ외에서의 적정기술 운동,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2.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

2.1. 적정기술의 의미

적정기술이란 그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

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

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

어진 기술이다. 따라서 인간의 삶의 질을 궁극적

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2]. 다시

말해서 적정기술은 기계화로 인해 인간의 노동력

이 배척된 대량생산 방식을 거부하는 대신, 마을

단위와 같은 작은 집단 내의 공동 협업을 통한 소

규모 생산을 지향한다. 이때 주변에서 구할 수 있

는 재료를 사용하고, 그 시대의 문화적 수준에 맞

는 기술로써 생산시스템을 구축한다. 당연히 생산

에 들어간 비용이 낮아지므로 소비자를 위한 가격

도 낮아진다. 적정기술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전에 중간기술

이라는 용어가 제안되었다. 중간기술(Intermediate Technology)은 영국의 경제학자 E. F. Schumacher에 의해 창안된 개념으로 부자들의 거대기술과 대

비된다. Schumacher는 자신이 주도하여 1966년에

런던에다 만든 중간기술개발집단(Intermediate Tech-nology Development Group)의 제3세계 기술원조

에 대한 연구결과가 부유한 사회의 미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였다

[3]. 그 이유로 인간의 얼굴을 한 중간기술이 실제

로 존재할 수 있고, 지속가능하며, 능숙한 손과 창

조적인 두뇌를 지닌 인간을 생산과정에 재통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중간기술의 개념은 관심 있는 사람들에

의하여 적정기술이라 불리게 되었는데, 이는 기술

수준의 우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는

‘중간기술’ 보다 ‘적정기술’이라 부르는 것이 더

선호되었기 때문이다.

2.2. 작은 것이 아름답다

Schumacher는 적정기술은 대량생산이 아니라

대중에 의해 생산에 기여하는 기술이라고 설파하

였다. 지금의 산업기술은 거대주의로 나아가는 기

술이기 때문에 인간의 환경을 파괴하고, 궁극적으

로는 인간 자체를 파괴하는 기술이라 주장하였다. Schumacher에 의해 제안된 적정기술의 목표는 다

음과 같이 네 가지이다. 1) 사람들이 현재 살고 있는 곳이되, 이주를 부

추기는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

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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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적정기술

14 공업화학 전망, 제17권 제1호, 2014

2) 큰 규모의 자본도입이 필요치 않은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다량 생산이 가능한 제품들

일 것

3) 생산방식은 상대적으로 간단해서 고급기술

이나 생산조직, 원재료 수급, 재정규모, 마케

팅 등에 대한 수요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

4)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지

역 내의 수요에 맞는 생산일 것

Schumacher는 위의 네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적 접근과 적정기술 적용이라는 두

가지 이슈를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으로 전제

하였다. 사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거대재벌이나

대기업에 의해 움직여지는 산업경제 체계의 대량

생산 방식과는 조금도 일치하는 바가 없다. 이에

길들여진 일반 대중 소비자들로서도 사고의 전환

을 가져오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기업을 운영하

고 있는 기업가들로써는 적정기술을 달갑게 생각

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Schumacher가 주창한 적정기술은 저개발국가

의 토착기술보다는 훨씬 우수하지만 부자들의 거

대기술에 비해서는 저렴하다. 그가 지적하고 있는

거대기술의 폐해로는 지난 백년 동안 과학기술로

인하여 기회보다는 위기가 빠르게 증대되어 왔으

며, 생태계를 파괴하고 희소한 자원을 낭비해왔다

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써, 근대

의 지식과 경험을 잘 활용하고 분산화를 유도하

며, 재생할 수 없는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대중에

의한 생산을 제안하고 있다. 대량생산을 추구하는

거대산업의 부작용이 환경에 미치는 부작용은 회

복이 어렵거나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실로 ‘인간은

작은 존재이므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2.3. 오늘날의 적정기술

적정기술은 1980년대에 들어서서 그 열기가 시

들해졌다. 그 이유로는 저개발 국가에 막대한 규

모의 원조금이 투입되었어도 그들의 경제적 상황

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회의론에 빠진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비전과 방법론을 제시한

사람은 정신과 의사이자 기업가인 Paul Polak이다. 그는 빈곤퇴치를 위한 적정기술을 주창하며, 개발도상국 빈곤층을 포함한 90%에 관심 갖고 이

들을 위한 활용도 높은 기술혁명이 필요하다고 말

한다. 그는 전체 다자이너 중 90%는 10%에 해당

하는 전 세계 고객을 위해 디자인한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4]. 즉 10%의 잘 사는 계층만을 위한

비싼 제품보다는 대다수의 계층이 살 수 있고 쓰

기에도 적합한 물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이다. 그는 저개발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을 원조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고객으로 봐야 하고, 어설픈 기술자가 아니라 기업가가 적정기술을 주도

해야 하며, 적정기술 제품에도 디자인 개념이 적

용되어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그의 이러한 접근방

식은 적정기술을 통한 사회적 경제의 실현이 가능

함을 보여주었고, 적정기술이 제2의 전성기를 맞

는 계기가 되었다. 적정기술 소스북(Appropriate Technology Source-book)을 발간하여 적정기술 활용방안에 관한 지침

을 제시한 K. Parrow et al.은 같은 책에서 적정기

술의 적용이 가능한 자립형 공동체들에 다음과 같

은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고 했다. 1) 광범위한 재활용을 통해 자원 낭비의 감소를

추구

2) 재생불가 에너지 보다는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높은 선호도

3) 친환경적인 생활방식을 중시

4) 소규모 산업을 중시

5) 높은 수준의 공동체적 결속성과 소속감

또 Mark Roseland는 적정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은 지역주의로부터 출발한다고 하였다. 지역

내에서의 문화와 정서에 맞고, 서로 호환가능한

기술일 때 적정기술의 정신과 부합한다는 것이다

[5]. 그의 설명에 따르면, 태양열을 이용한 냉난방

형 패시브 하우스나 집광장치를 활용한 액티브 건

축물, 작은 풍력발전기, 옥상 정원, 수경재배식 비

닐하우스, 퍼머컬쳐, 그리고 숙련노동자에 의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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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 그 실천적 가치

KIC News, Volume 17, No. 1, 2014 15

공업 등이 현재 진행 중인 적정기술 프로젝트들이

다. 오늘날 적정기술의 활동범주로서 폭넓은 공감

을 얻고 있는 것으로는 지속가능함을 전제로 한

생계수단의 확보, 고용증가, 수입의 증대, 남녀평

등, 생태계와 환경보존, 물과 같은 기초자원 확보

등이 있다. 또한 많은 적정기술 활동가들은 공동

체 경제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유럽이나 북미

지역의 적정기술 활동가들이 지역단위로 흩어져

서 공동체를 이루며 그 정신을 실천하기 시작한

지는 이미 30년도 더 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2.4. 인도의 공동체 오로빌에서 보는 적정기술

인도의 타 라두 주(Tamil Ladu State)의 폰디

체리 시(Pondicherry City) 북부에는 오로빌(Auro-ville)이라는 생태공동체가 있다. 1966년에 새로운

도시에 대한 구상안이 발표되고 1968년 2월에 다

국적인들이 모여 출범식을 가진 이 공동체는 영성

적이고도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다. 출범할

당시 사방 20 km2 면적에 자리잡고 최대 50,000명의 오로빌리언이 살 수 있는 새로운 도시를 꿈꾸

며 시작하였다. 2014년 1월 현재 49개국의 2,333명이 오로빌리언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34명의 한국사람도 포함되어 있다[6]. 오로빌 내

에는 성격이 다른 공동체와 개별 사업조직 등을

통틀어 110개가 넘는 조직들이 오로빌을 살아 숨

쉬게 하고 있으며, 오로빌 타운의 전반적인 운영

은 오로빌 재단에서 책임지고 있다. 오로빌 내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적정기술 프

로젝트들을 다음과 같이 나열할 수 있다. 1) Reforestation - Forestry - Water Reservation 2) Permaculture - Organic Farming - Food Self Sufficiency and Supply Chain - Land Rehabilitation 3) Renewable Energy Projects - Mission Tejas - Solar Power Packs

- Waste Water Treatment - Solar Stree Lamps - Solar Water Heaters - Hybrid Vehicles - Water Purification 4) Research, Education and Training - Design, Energy and Water Institute (DEW) - Meditation, Yoga - Education on the Human Unity

오로빌 지역은 채식과 유기농을 중심으로 생태

적인 환경을 꾸려왔다. 일부 전력계통에 연결되어

있지만,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일상화하려 했던 흔

적은 곳곳에서 보인다. 하지만 1970년대 오로빌

건설의 신화에 참여했던 Sulivan에 의하면, 현재

오로빌의 에너지 자립도는 15∼20%에 불과하다

[7]. 외부의 기술들을 도입하기는 했으나, 오로빌

의 기후와 환경에 맞지 않아 도태되었거나 개량되

어 왔다. 풍력발전기의 경우 바람이 약해 발전을

할 수가 없었고, 인도 대기업 연구소에서 디자인

한 풍력 펌프는 초창기에 여러 대가 설치되었으

나, 오로빌의 여건에 맞게 개선작업을 반복하여

지금처럼 꾸준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8]. 아래의 Figure 1은 오로빌 내 솔리튜드 팜

(Solitude Farm)에 설치되어 있는 풍력 펌프를 보

여준다. 오로빌 공동체 중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사다나 포레스트(Sadhana Forest)는 황무지

를 일구고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비영

리 공동체이다. 이곳에서의 에너지 자립도는 매우

높아서 극히 일부분만 제외하고 대부분 자립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채식 위주의 생태적

인 생활 방식은 오로빌 내에서도 매우 엄격하고

독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화장실

의 소변과 대변을 분리하여 건조형 거름을 만들

고, 수도꼭지 대신 구멍난 컵에 물을 따라서 구멍

을 통해 나오는 가는 물줄기로 손발을 씻는다. 샤워나 세탁 시에는 일일이 재래식 펌프로부터 쓸

만큼의 물을 양동이에 받아 사용한다. 샴푸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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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적정기술

16 공업화학 전망, 제17권 제1호, 2014

Figure 1. 지하 150미터 깊이의 물을 뽑아 올리는 SolitudeFarm의 풍력 펌프.

Figure 2. 절수형 급수대로서 식당과 주방 앞과 화장실 부

근에 설치되어 있다.

치질용 가루, 세탁비누 모두 자연에 해를 주지 않

는 것만 사용하게 한다. 사용한 물을 의미 없이 외

부로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물이 필요한 정원이

나 나무숲으로 흘러가게 유도하는 지혜가 돋보인

다. 몬순시기를 대비하여 물이 곳곳에 모일 수 있

는 웅덩이를 만들고 평지에 둔덕을 쌓아 웅덩이로

물을 유도하는 등 물 저장에 고심한다. 몬순기와

건조기 사이의 물 관리는 오로빌 전체의 해결 과

제이기도 하며, 인도 전체에 모델이 되고 있다. 사다나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비전력화

를 실천하고 있는데, 전력생산은 5000와트급 태양

광 판넬이 담당하고 있다. 아래의 Figure 2는 사다

나 포레스트의 물을 아껴 쓰기 위한 급수대를 보

여주며, Figure 3은 사다나 포레스트의 태양광 발

전소를 보여준다. 퍼머컬쳐를 중점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솔리튜드

팜(Solitude Farm)에서는 농장이 세워진 이래 18년 동안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곡물과 채소류, 과실수의 조화로운 혼작과 윤작을

통해서 각 식물별 생육특성을 최대한 반영한다. 같은 밭에 키가 크고 낮은 식물들을 섞어 심되, 일조량에 의한 영향을 감안하여 작물의 종류를 결정

하고, 토질이 손상된 땅에는 수확 후에 그 자체가

퇴비가 될 수 있는 작물을 심는다. 우리나라에서

비닐을 멀칭재료로 사용하는 것에 반해, 솔리튜드

팜에서는 주변의 잡초, 바나나 잎, 밭 주변의 나뭇

가지, 떨어진 낙엽 등 자연에서 온 식물성 소재이

면 무엇이든 멀칭(mulching)재료로 쓴다. Figure 4는 멀칭이 완료된 밭을 보여준다. 또 전체 면적

24,300평방미터의 농장에는 모세혈관처럼 급수관

이 깔려 있어서, 태양광 발전과 풍력으로 구동되

는 펌프에 의하여 급수가 이뤄진다. 수시로 수확

되는 채소와 과일류는 CSA (Customer Supported Agriculture)라 불리는 제도로 연결된 주문자에게

직접 공급이 된다. 이 농장의 에너지 자립도는 높

지 않다. 태양광 어레이가 설치되어 있으나, 급수

용 펌프를 돌리는 것 외에는 별도의 저장을 하지

않는다. 부족분은 계통으로부터 받는 전기로 해결

한다.

2.5. 우리나라의 적정기술

우리나라의 적정기술의 역사는 그다지 깊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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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 그 실천적 가치

KIC News, Volume 17, No. 1, 2014 17

Figure 3. 5 kW급의 태양광발전소, 수동조작으로 하루 세

번 태양을 향해 각도를 조정해준다.

Figure 4. 멀칭(mulching)이 완료된 밭, 바나나 잎이나 잡초

더미,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 등 모든 식물성 소재를 멀칭할

때 쓴다. 수분증발과 잡초를 억제하며, 나중엔 영양분이 된다.

Figure 5. 부안 시민발전소의 옥상과 마당에는 태양광 어레

이가 설치되어 있고 건물 내에는 지열 이용설비가 있다.

하다. 적정기술이라는 용어가 제대로 알려지기 시

작한 것도 2000년대 초반 무렵 이후부터이다. 국내에서 적정기술이 발달해온 과정은 다음의 세 단

계로 나눌 수 있다.

(1) 자발적 태동의 단계

대안에너지의 필요성을 느낀 의식 있는 지식인

층에 의해 시작된 자발적인 움직임의 단계이다. 오일피크가 도래하였음을 깨닫고 에너지 위기를

예감하기 시작한 지식인들의 계몽과 이에 동참한

시민활동가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그 예로 2002년과 2003년에는 서울 종로와 안성에 태양광 발전소

가 생겼다. 시민단체가 출자금을 모으고 발전소를

세운 뒤 시민 햇빛발전소라 불렀다.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가들은 대안에너지 교육에

나섰으며, 청소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들도 대열

에 합류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키워드도 생겨났

다. 귀농을 선택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새로운 생

활터전에 에너지 자립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고민

하기 시작했다. 농촌 복구를 기치로 내걸고 이미

여러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던 종교단체도 있었

다. 한편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지역 간의 갈등은

에너지 자립에의 주민의식을 고양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즉, 2003년에 터진 부안지역의 방사

성 폐기물 처리장 유치 반대운동은 대안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지역주민이 에너지 전환

을 주도한 결과를 낳았다. 현재 부안에는 태양광

과 풍력을 이용한 발전시설 및 지열이용 시설을

보유한 시민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Figure 5는

부안 시민발전소의 전경이다.

(2) 활동가들에 의한 기술개발과 보급의 단계

주로 오일피크와 기후변화라는 이슈에 적극적

으로 대응하고자 했던 몇몇 국내 활동가들에 의해

2000년대 중반부터 적정기술이 개발되고 전파되

는 단계이다. 이들은 외국의 적정기술 사례와 교

육을 통해 배운 자료나 정보를 국내에 전파하기

시작했다. 2008년에 경남산청의 작은 공동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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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적정기술

18 공업화학 전망, 제17권 제1호, 2014

Figure 6. 풍력발전기와 타워를 정기점검 하는 모습. 대형

동력 장치 대신 수공구와 적정기술로 발전기와 타워를 만

들었고, 이웃과의 협업으로 타워를 세웠다.

에서 시도한 에너지 자립 생활기가 TV 방송의 전

파를 타면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당시에는 유채와 폐식용유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축분을 활용한 바이오 가스, 자전거 발전기, 풍력과

태양광과 태양열 장치를 활용하여 공용전기에 의

존하지 않는 에너지 자립을 시도하였다. 그 이후

에너지 전환이나, 적정기술, 퍼머컬쳐를 주제로 한

교육과 홍보의 기회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대도시

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햇빛발전소가

더 많이 들어섰다. 마을 단위로, 아파트촌 단위로, 또는 학교 건물 옥상 위에 자발적으로 낸 출자금

으로 발전소를 세웠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적이고

산발적으로 전개될 따름이었다. 적정기술의 저변

이 넓어질 수 있었던 것에는 인터넷 매체와 전파

교육의 역할이 컸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통

해 관심있는 회원들을 모으고 소통하면서 정보와

노하우를 나누는 방식의 활동이 적정기술을 대중

에 알리는데 큰 몫을 차지했다. 게다가 소수의 관

심있는 사람들이 지역마다 찾아다니며 교육을 받

은 뒤, 이를 자신의 지역에 알리는 것으로 저변이

넓혀져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활동가들을 중

심으로 한 온-오프 기반의 운동만으로는 적정기술

을 알리거나 실천하는 동력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정부나 지자체의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아래의 Figure 6은 적정기술

로 세운 1 kW급 풍력발전기를 점검하는 장면이

다.

(3) 조직화 및 지자체와의 협력확대 단계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지역적으로 떨어져 움

직이던 적정기술 전문가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조직적인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서로 교류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연결망이 절

실했다. 2012년에 공주 마곡사에서 열린 대안에너

지 행사에 모인 활동가들은 조직적인 활동체계 구

축에 대한 공감을 나누고 네트워크를 구성하자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과 같은 사회적 경제 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때였다. 협동조합 붐은 지역별로 활성화되어있던

적정기술 활동가들을 조직안으로 모으는 효과를

가져왔다. 2013년 4월에 전북 완주에서 창립총회

를 가진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은 적정기술에

대한 연구, 교육, 생산을 아우르는 조직을 표방하

고 나선 첫 사례이다. Figure 7은 전환기술 사회적

협동조합이 주관한 2013년 제3회 ‘나는 난로다’ 행사장면을 보여준다. 활동가들의 조직화 추세와 더불어 지자체도 적

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 완주의 로컬푸드와 재생에너지 보급

사업, 화천의 에너지 자립 마을 만들기, 순창의 귀

농귀촌 유치 정책 등은 모범 사례에 속한다. Figure 8은 지난 해 10월에 서울광장에서 열린 에너지의

날 행사 전경이다. 지자체에서 실행적 하부기구로

‘지역 의제21’이나 ‘지역 그린스타트 네트워크’ 등의 실무조직을 둔 것도 적정기술의 보급과 실천을

활성화시켰다. 이렇게 지자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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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 그 실천적 가치

KIC News, Volume 17, No. 1, 2014 19

Figure 7. 완주에서 열린 제3회 나는 난로다 행사의 시상식

장면.Figure 8.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일환으로 추진된 에

너지의 날 행사 전경.‘그린(Green)’ 사업들은 얼핏 보면 정부나 대기업

이 표방하는 ‘녹색기술산업’과 비슷하여 혼동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하지만 ‘녹색기술산업’을 자

세히 들여다보면, 대규모 산업자본과 생산체계가

투입되어야만 가능한 장치산업임을 알게 된다. 지금보다는 더 많은 지자체가 관심을 가지고 적정기

술을 배우고 실천하려 할 때, 지방과 지역이 훨씬

먼저 살만한 곳으로 앞서 나가게 될 것임에 틀림

없다.

3. 적정기술, 어떻게 실천할까

3.1. 적정기술을 바로 알리자

국내에서 적정기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는

뿌리가 깊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성세대 중 대

부분이 적정기술이란 용어를 아예 들어보지 못했

거나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다. 젊은 세대들의 경

우 교육기관이나 인터넷 자료를 통해 비교적 정확

한 정보를 접하고 있지만 여전히 추상적이다. 귀농이나 시골에 살면서 당장 환경문제나 에너지 문

제를 접하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무엇을 어떻게 시

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 적정기술 교육장에서 시행하는 설문을 통해 접

하는 일반인들의 적정기술에 대한 인식에는 많은

오해와 오류를 지니고 있다. 적정기술의 정의와

정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는 올바른 실천 또한

어려울 것이므로 아래와 같이 바로 잡는 글을 달

아보고자 한다.

(1) 오해 1. 후진국 원조를 위한 기술이다.

인터넷에서 ‘적정기술’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가난한 후진국에서 쓰고 있는 적정기술 사례들을

쉽게 접하게 된다. 예를 들면, 라이프 스트로, 자전

거 곡물분쇄기, 페달 세탁기, PET병 태양광 조명, 식수여과장치, Q-드럼, 차콜, 대류순환식 난방장

치 등 종류와 기기명도 다양하다. 외국의 엔지니

어나 대학연구소, 대학생 등이 개발해 주었거나

지원한 것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원한 품목들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적정기술을 국

내에서보다 가난한 후진국에나 필요한 기술이라

는 왜곡된 지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또

이보다는 나은 경우이지만 농촌에서나 필요한 기

술이라고 믿는 경우도 오류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후진국은 후진국대로 생활수준을 개선할 여지

가 있다치지만, 선진국은 문명화의 과정에서 지구

환경을 오염시킨 주범이다. 산업을 발달시키는 과

정에서 자원을 남용하고 생태계를 파괴해왔다. 적정기술은 이러한 과오를 반성하고 이제라도 제대

로 방향을 잡고자 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면 지나

치게 석유자원과 전기에 의존하는 삶의 양식을 바

꾸어야 한다. 적정기술은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우리에게 먼저 필요한 기술이다.

(2) 오해 2. 대충 적당히 해도 되는 DIY (Do It

Yourself) 수준이다.

적정기술은 지역의 정서와 자원의 가용성에 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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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적정기술

20 공업화학 전망, 제17권 제1호, 2014

점을 맞춘 쉽고 언제든지 호환가능한 기술이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도 목적하는 용도에

맞는 견고함과 정 함을 지녀야 하며 오래 쓸 수

도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공정과 방법이 체계화되어야 하고, 품질과 성능도 검증되어야 한다. 앞에 시도한 사람

의 시행착오가 뒷사람에게 물려지지 않도록 충분

한 설계와 검토단계를 거친 뒤 적절한 교육매체를

통해서 전달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면 그야말로 DIY에 불과할 뿐 적정기술이라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적정기술은 매우 유연하

면서도 신중하고 계획적인 기술이며, 광범위한 영

역에 걸쳐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

(3) 오해 3. 농촌에서나 쓰일 수 있는 기술이다.

대도시의 잘 발달된 주택단지에서 지역난방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 겨울철에 난방 에너지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시

가스가 공급되고 있는 아파트 촌에 사는 한, 석유

보일러에 드는 비싼 기름값을 걱정할 필요조차 못

느낀다. 그런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은 농촌이

적정기술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한 일

이 아니다. 지역이라 하면 흔히 농촌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도시에서도 동네나 아파트 단위의

작은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웃끼리 마음맞는

사람끼리 자신들의 지역의 환경이나 에너지나 교

육 등의 주제로 얼마든지 적정기술을 논하고 실천

할 수 있다. 대량생산, 대형유통, 대단지 아파트, 중대형 승용차를 선호하는 생활 패턴 속에서는 전

기나 석유에너지의 소비가 극대화될 수밖에 없음

을 자각해야 한다. 석유에너지에 인간의 삶이 얼

마나 종속적인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도시와 자연의 지속가능한 조화를 위해

서 도시에서 실천해야 할 적정기술 주제는 무수히

많다. 텃밭을 가꾸고 아파트 베란다에 태양전지를

부착하여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늘리며, 대중교통

을 이용하는 등 전혀 생태적이지 않았던 도시적

삶의 방식을 바꾸기 위한 작은 노력들이 모두 적

정기술의 정신을 실천하는 일이다.

(4) 오해 4. 불편을 자초하는 기술이다.

Schumacher가 적정기술의 개념을 주창했을 때

‘왜 최상의 것을 뒤로하는 대신, 열등하고 낡은 방

식과 같이 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한다. 첨단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굳이 노동력이

요구되는 방식으로 소규모 생산을 한다는 것이 경

제학자로써 주장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편리함만 추구하다 초래된 결과는 환경오염, 지구

온난화, 이상기온, 자원고갈 등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하지 못하는 한

편리함은 사치스런 장식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나, 불편함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담고 있다. 적정기술이 자초하는 것은 불편함이 아니라, 인간

이 지닌 거룩한 창의적인 사고력과 노동력의 생산

과정과의 재결합이다. 이것이 원활해야만 하나밖

에 없는 지구 안에서 자연 생태계와의 영예로운

조화를 유지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미래가 가까워

지기 때문이다.

3.2. 적정기술에의 공학적 접근

전술한 바와 같이 적정기술은 간단한 공정을 통

해 필요한 장치나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을 추

구한다. 하지만 이렇게 유연한 설계와 공정들의

근간에는 공학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 공학적

접근을 통한다면 문제점을 도출하고 해법을 찾는

과정이 효과적으로 단축될 수 있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도 있으며, 신뢰성 높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어서 기술제공자나 수혜자 모두 만족할 수 있

다. 이러한 시도는 공학자 또는 기술자의 몫이며

의무라 생각한다. Schumacher도 과학기술자의 역

할에 대해, 작은 규모로도 쉽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과 도구를 찾아내는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고 공학적 접근이 누락된 적정기술이

완전치 못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시행착오가

늘거나 해법 찾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적정기

술의 다양한 영역 안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조화롭게 협조하는 것이 기본 정신에도 부합된다. 고효율 화목난로를 예로 설명을 진전시켜보자. 연소과정에서 대기오염 물질의 발생을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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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 그 실천적 가치

KIC News, Volume 17, No. 1, 2014 21

적정기술 기법/장치명[9] 기술목표 요소기술

휠펌프

햇빛조명

햇빛온풍기

풍력펌프

태양광펌프

태양광/태양열곡물건조기

초소수력발전

중소형풍력발전기

쏠라월

슬링리버펌프

쉐플러 태양광집열판

수격펌프

고효율진공관열매체가열조리기

안개잡이망

빗물저금통

페달펌프

페달세탁기

자전거왜건

자전거세탁기

자전거곡물분쇄기

가전대체용비전력도구

축사의 난방기술

대류냉각용 태양광굴뚝(Solar Chimney)생태단열

냉방부하를 줄이는 외부차양

건축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생태흙건축

Wind Catcher폐식용유 경운기

소규모 축분바이오가스 발효기

나무가스화 트랙터

나무가스 자동차

화목대류식 온풍기

축열식 벽난로

이중열기고리를 가진 개량 가마솥화덕

벽난로형 개량구들

로켓스토브

로켓매스히터

대류식화목난로

이동식 로켓열기고리 화덕

고효율 가마솥 화덕

거꾸로 타는 고효율화목 보일러

TLUD 고효율화목보일러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수자원확보

수자원확보

인간동력

인간동력

인간동력

인간동력

인간동력

인간동력

생태건축

생태건축

생태건축

생태건축

생태건축

생태건축

바이오디젤

바이오가스

바이오가스

바이오가스

바이오가스

고효율연소

고효율연소

고효율연소

고효율연소

고효율연소

고효율연소

고효율연소

고효율연소

고효율연소

고효율연소

기계

기계, 건축

기계, 전기, 목공

기계, 전기, 목공

기계, 전기

기계, 전기, 전자, 목공

기계, 용접, 전기, 환경, 건축, 토목

기계, 용접, 전기, 환경, 건축

기계, 전기, 건축

기계, 전기

기계, 용접, 전기

기계, 용접

기계, 용접

기계, 용접, 건축

기계, 용접, 목공, 건축

기계, 용접

기계, 용접

기계, 용접, 목공

기계, 용접

기계, 용접

기계

기계, 목공, 용접, 건축

기계, 건축, 용접

건축, 목공

기계, 목공, 건축

건축, 목공

기계, 건축, 목공, 용접

화학, 기계, 자동차

화학

기계, 용접, 전자, 화학, 연소

기계, 용접, 전자, 화학, 연소

기계, 용접, 화학, 연소

연소, 건축, 기계, 전자, 연소

연소, 용접, 기계, 연소

건축, 연소

연소, 용접, 기계

연소, 건축, 용접, 기계

연소, 용접, 기계

연소, 용접, 기계

연소, 용접, 기계

연소, 용접, 기계

연소, 용접, 기계

Table 1. 국내 응용되고 있는 적정기술 관련 장치나 시스템에 요구되는 기술

장작을 완전 연소시켜야 한다. 연소실로의 산소

투입이 원활한 구조이어야 한다. 연료인 화목의

경우 고온에서 나무가스를 뿜어내므로 이를 효과

적으로 연소시키기 위해 연소구간을 단계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고온의 연소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연소실 내벽의 단열에 신경써야 한다. 이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단열재료로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어떤 공법으로 연소실 구

조를 만들지도 고려해야 한다. 스테인리스강과 같

은 내열재료를 레이저로 절단하여 용접조립하면

간단히 끝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공법이 여의치

않을 지역이 많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체재료

로도 동일한 성능과 수명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그것도 재현가능한 공법과 함께 말이다. 이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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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적정기술

22 공업화학 전망, 제17권 제1호, 2014

공학기술분야 많이 쓰이는 개념과 기법들

기계단위와 환산, 치수와 도면, 기계요소, 수공구와 공작, 온도와 열, 단열, 유체, 배관, 재료, 열전달, 열역학법칙, 하중, 강도와 경도, 팽창과 수축, 피로, 파단, 기계안전 등

용접 납땜, 접합, 열영향, 변형, 부식, 응력, 용접봉, 전기용접, 가스절단, 용접결함, 파단, 용접안전 등

목공 목재종류, 목재별 특성, 수공구/전동공구 사용법, 목재접합법, 표면다듬기, 표면처리(도장) 등

에너지(원) 화석연료, 희토류금속, 우라늄, 피크오일, 대체연료, 대체에너지, 전력피크, 온실효과, 전력계통, 방사능, 후쿠시

마, 탈핵 등

전기전압과 전류, 저항, 전력, 직렬과 병렬, 전선용량, 발전기 원리, 정류기, 변압기, 배터리, 전기안전, 기본 배선법, 멀티테스터, 수공구/전동공구 사용법, 인버터/컨버터, 충전제어 등

전자전자부품 종류와 기능, 회로도 기초, 납땜, 정전압/정전류, LED, 멀티테스터, 솔라셀, 발전소자, 센서의 종류와

활용 등

건축콘크리트, 건축구조재료, 보, 건축물 바닥, 건축물 단열, 채광, 조명, 일조, 음향, 냉난방, 방화 및 소화, 환기, 통풍, 온도 등

화학/연소바이오가스, 바이오디젤, 이산화탄소, 탄화수소화합물, 산화와 환원, 질소화합물, 유전자조작, 먹거리, 다이옥신, 불완전연소, 대기오염, 독성물질,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등

재료금속과 비금속의 종류, 철강, 스테인리스강, 알루미늄합금, 구리합금, 도금, 플라스틱, 목재, 물리적 성질, 내산화

성, 내열성, 자성체와 비자성체, 내구성, 피로와 파단 등

농사 땅, 농사법, 관행농과 유기농, 수로, 비료와 퇴비, 생명농법, 저농약, 밭작물, 과수, 조경, 채광, 온실 등

환경기후변화, 지구와 태양, 태양계, 달과 조석, 계절, 온실효과, 이산화탄소, 화석연료, 대륙, 해양, 대기오염, 극지기

후, 온열대, 사막화

디자인

도면, 캐드, 구글 스케치업, 제도법, 치수기입법, 도면 읽는법, 도면 그리는법, 창의적 디자인, 효용, 효율, 경제

성, 재생, 재순환, 재활용, 탄소배출, 기후변화, 대안에너지, 환경보호, 자원절약, 고효율과 저비용, 대중에 의한

생산,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Table 2. 적정기술에서 적용할 수 있는 공학기술의 개념과 기법들

공학적 접근의 시작이다. 앞쪽의 Table 1은 적정기술의 세부 기법이나 장

치들에 소요되는 요소기술들을 공학적으로 분석

해 본 것이다. 요소기술란에 표기된 기술들은 대

부분 기초수준이지만 용접과 같은 경우 다소 숙련

을 요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문적 직업적인 수

준이 아님을 밝혀둔다. 또한 이 표는 국내에서 일

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요소기술들로 분류한 것이

므로, 해외원조를 위해 쓰이는 기술항목들과는 차

이가 있을 수도 있다. 적정기술에서 적용할 수 있는 공학기술의 개념

과 기법들은 대부분 기초적이고 조금만 관심을 가

지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중고교의 기술․가정

시간에 배우거나 대학 때 교양실습을 접해 본 것

들도 아주 유용하다. 특별히 깊이 있게 알아야 할

것들은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이해할 수 있고, 조언

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 개념과 기법들

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정리해 본다면 위의 Table 2와 같다.

3.3. 생활 속에서 적정기술 실천하기

적정기술에 요구되는 기법과 도구들은 일상생

활에서 얼마든지 쉽게 배우고 적용할 수 있다. 기본적 지식과 능력은 이미 중고등학교 기술과 가정

시간에 모두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인

의 경우 배운지 오래되어서 잊어버렸다 해도 살면

서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다. 특별히 개설된 교육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않고도, 취미가 같은 동호인

이나 주변의 공방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 학교

나 가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배웠지만, 실생활에

서 써 볼 기회가 없으니 자연 퇴화할 수밖에 없었

던 기술이며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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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 그 실천적 가치

KIC News, Volume 17, No. 1, 2014 23

Figure 9. 대안학교 학생들이 실천하는 태양광 발전. Figure 10. 적정기술로 만든 햇빛온풍기와 태양광 판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고등학생들.

농촌은 말할 것도 없지만, 도시에 살더라도 목

공, 농사, 디자인, 생태집짓기, 환경과 기후변화, 에너지 자립, 대안에너지, 자원 재활용, 생태숲 알

기, 유기농, 퍼머컬쳐 등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이

모두 적정기술의 영역이다. 정치나 경제 이슈에

밝은 것보다 이러한 주제들에 눈과 귀를 열어두는

것이 갈수록 더 중요해짐을 인식해야 한다. 도시의 삶보다 농촌의 삶에 눈을 돌리는 이가

갈수록 많아지는 시대가 되었다. 농촌에서는 자신

이 생태적 삶을 주도할 좀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된

다. 도시의 아파트촌에 살면서도 얼마든지 적정기

술을 실현하며 살 수가 있다. 예를 들면 베란다 난

간에 태양광 판넬을 걸고,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

로 거실의 조명을 밝히거나 스마트폰을 충전시켜

보자. 계통연계형 인버터를 연결하면 내 집의 계

량기를 거꾸로 돌게 하거나 늦출 수 있다. 태양광

판넬은 가장 쉽게 접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재생에

너지 장치이다. 생활협동조합원이라면 생산자와

의 만남을 통해 유기농법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먹거리 환경에 대해 지식을 넓혀보는 것도 좋겠

다. 대량생산의 관행농업이 사람과 생태계 모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자그마한

텃밭이라도 구해서 유기농법을 실천해보면 한줌

의 흙이나마, 또는 그 속의 지렁이나 미생물이나

마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또 아파트

지하의 쓰지 않는 공간이나 관리실 지하에 골프연

습장을 만들기보다, 작은 공방이라도 만들어서 생

활에 필요한 가구나 도구를 만들고 고치면서 자원

재활용의 기회를 늘려보는 것도 좋겠다. 폐식용유

로 바이오 디젤을 만들어 내 디젤차에 넣고 운전

을 해보면, 얼마나 조용하고 매연없이 깨끗한지를

알 수 있다. Figure 9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외

딴 산속 오두막집에 대안학교 학생들이 태양광 판

넬을 만들어 조명을 다는 모습이다. Figure 10은

고등학교 학생들이 재생에너지 체험교육에 참가

하고 있는 장면이다. 적정기술을 공통의 화두로 사람 간의 만남을 가

져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도시의 치열한 경

쟁적 관계나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여유를 가져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새로운 만

남을 찾아 나서라고 적극 권하는 바이다. 언제나

크고 거창하고 치열한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강박

에 빠져 사는 것은 내게 주어진 생의 시간마저도

불확실하게 만드는 삶이다. 반면 작고 소박한 것

을 통해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며 이웃과의 공존

을 모색하면서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은 내 아이의

미래까지 내다보는 삶이다.

4. 맺는 글

적정기술은 특정한 실체를 가진 기술의 한 분야

가 아니다. 기획하고 구현해 나가는 과정에서부터

고려해야 할 기본개념이자 원칙이다. 따라서 적정

기술의 적용 영역은 인문사회과학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적정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

로 실천해 나갈 때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시작되

며, 지속가능한 미래가 더욱 공고히 담보된다.

Page 13: 적정기술, 그 실천적 가치 - CHERIC · 12 공업화학 전망, 제17권 제1호, 2014 적정기술, 그 실천적 가치 강 신 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Appropriate

기획특집: 적정기술

24 공업화학 전망, 제17권 제1호, 2014

강 신 호1997 연세대학교 기계공학 석사

2006 연세대학교 기계공학 박사

1993∼2012 한전KPS(주) 책임연구원

역임

2012∼현재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국내에서의 적정기술 활동은 여전히 진행과정

이 더디고, 효율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일반 대

중의 적정기술에 대한 인식이 금방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도 더욱 그렇다. 더구나 정부나 많

은 지자체들은 여전히 대규모 첨단기술에 주목하

고 있고, 산업경제 활성화에 대한 미련을 버릴 생

각이 없다. 적정기술이란 단어를 들어보지도 못한

공무원들이 아직도 많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꾸준히 긍정적인 사례를 자꾸 만들어내는 것

이 필요하다. 외형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

니라, 지역의, 공동체의, 사람들의 관계가 점점 더

밝아지고 주변 생태계와의 관계가 회복되고 있는

실례를 보여주어야 한다. 국외의 후진국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기획할

때,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현지에 대

한 정확한 정보이다. 현지 기술의 문제점과 수요

가 무엇인지, 그들의 환경으로부터 허용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새로운 기술과 그에 따른 결과물이 도출되어야 한

다. 그들이 이해할 수 있고, 생산할 수도 또 고치

고 개선할 수도 있는 기술로 정립해야 한다. 그 위

에 적당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그들만의

작은 경제를 구성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것

이 적정기술 정신의 구현이며, 현실적인 실천이다. 끝으로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덧붙이고자 한다. 이 분야에 종사하거나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적정기술의 정신과 가치를 알

필요가 있다. 왜냐면 지금의 환경위기, 생태계와의

불협화음, 자원낭비를 부추긴 주범이 선진국으로

부터 개발된 과학기술이기 때문이다. 오류를 지닌

기술은 지금 후진국으로 여과없이 이전되고 있다. 우리는 거꾸로 많이 배우려고 덤벼들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첨단기술만 바라보고 가다보니 끝도

없이 첨예하고 치열할 수밖에 없다. 내가 배우고

연구하는 이 기술이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하는

길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내가 개발하

려는 해법이 혹시 소수 10%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참 고 문 헌

1. Website, Center for Climate And Energy Solutions, Atmospheric Carbon Dioxide & Global Surface Temperature Trend.

2. 장하원,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적정기술, 네이버캐스트 (2012).

3. E. F. Schumacher, Small Is Besutiful, Hartley & Marks (1999).

4. P. Polak,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에딧 더

월드 (2013). 5. M. Roseland, Dimensions of the Eco-City,

Elsevier, 14-4 (1997). 6. Website, www.auroville.org. 7. Personal communication with W.M. Sullivan. 8. W. M. Sullivan, The Dawning of Auroville,

Auroville Press (1994). 9. 김성원, 적정기술 사례모음, 이메일 교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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