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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17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인사·조직 운영 전략 황인경 1. GE가 변신을 꾀하는 이유 2. 모든 기업은 디지털 기업을 지향해야 하는가? 3.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할까? 4. 디지털 전략을 실행할 조직 역량 갖추기 5. GE의 Going Digital 사례: 스타트업 사단을 꿈꾸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인사·조직 운영 전략 · 2017. 2. 17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인사·조직 운영 전략 황인경 1. ge가 변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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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17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인사·조직 운영 전략황인경

1. GE가 변신을 꾀하는 이유

2. 모든 기업은 디지털 기업을 지향해야 하는가?

3.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할까?

4. 디지털 전략을 실행할 조직 역량 갖추기

5. GE의 Going Digital 사례: 스타트업 사단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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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최근 몇 년간 GE는 “디지털 제조업(Digital Industrial)을 하겠다”라며 전략적, 조직적으로 굵

직한 변화들을 추진해 왔다. 패스트웍스(FastWorks) 도입, 연간 성과 리뷰 폐지, 상대 평가

폐지, 리더십 변혁 등 수 십년간 GE라는 거대한 회사를 움직여 왔던 제도/시스템의 변화는

많은 기업들을 놀라게 했다.

“디지털 기업이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모든 기업은 GE처럼 디지털 기업을 지향해야 할

까? 당장 서둘러야 할까? 디지털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디지털 기업이란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초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이다. 디지털 기업은 물리

적인 현실 세계를 디지털 세계로 복사하여 옮기고,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관리한다. 예컨대

아마존은 서점과 백화점을 디지털 세계로 복사했고, 테슬라는 자동차와 주행 도로를 디지털

세계로 옮겼다. 이들은 수시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컴퓨터로 움직이는 세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기업들이 디지털화(Digital Transformation)를 피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과거 기계장치/장비

로 구현되던 제품/서비스들이 전자장치/장비와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가 마크 안드레센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잡아먹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기존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기술로 무장한 디지털 기업들이 앞장

서서 기존 사업들을 혁신해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움직여야 할까? ‘두고 보자(Wait and See)’ 전략을 택하는 기업들도 있다. 디

지털 기술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발전해 나갈지, 기업 성과에 어떻게 기여할지 아직 불확실

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반

론들도 만만치 않다.

전략·조직 전문가인 마이클 터쉬만의 연구를 보면 선제적으로 움직인 기업들의 성공 확률

이, ‘두고 보자’ 전략을 선택한 기업보다 높다. 새로운 전략 실행에 필요한 사람, 시스템 등

조직적인 역량을 단시간에 갖추기란 쉽지 않아, 조금이나마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접근하는

쪽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조직 이론에 따르면, 조직 설계 시 고려해야 할 기본 요소는 사람, 조직 구조/시스템, 조직

문화 등 크게 세 가지다. 성공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는

첫째, 산업 전문성과 소프트웨어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필요하다. 둘째, 시시각각 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하버드 대학의 마

이클 포터는 ‘이슈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Experimentation) 해보는

팀 조직’을 새로운 조직 체계로 소개한다. 셋째, 사람들을 적절히 동기부여할 시스템이 필요

한데, 상대 평가보다 절대 평가/보상 방식을 강화하는 것이 팀 조직 운영에는 더욱 적절하다.

마지막으로, ‘실험과 속도를 중시하고,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협력과 수평적 커뮤니케

이션을 장려하며,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디지털 문화를 배양해야 한다.

GE는 디지털화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 중 하나이다. GE의 방식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유일한 방식(One Best Way)’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확실성과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며

한발 앞서 선도적으로 움직이는 GE의 사례를 통해, 기업들은 구체적인 변화를 위한 단초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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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인사·조직 운영 전략

1. GE가 변신을 꾀하는 이유

작년 8월 GE가 성과 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한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기업들이 깜

짝 놀랐다. 19세기 말 토마스 에디슨이 개발한 전구로 사업을 시작하여, 20세기 굴뚝

산업시대의 대표적인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한 GE는 그 동안 전 세계 기업들의 벤치

마킹 대상이었다. GE의 식스 시그마, 바이털 커브(Vital Curve)1, 크로톤빌 리더십

센터 등의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기업들은 적지 않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했다.

그런 GE가 “오늘 날의 변화된 환경에서 기존의 성과 관리 시스템은 더 이상 유효하

지 않다”라며 과거의 제도를 부정했다. GE를 예의주시하던 수 많은 기업들이 그 배

경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GE가 구성원들의 등급

(Ranking)을 매겨서 상, 중, 하로 강제 할당하는 상대 평가 제도를 폐지한 점에 주목

했다. GE의 사례를 들어 “창의력, 협력이 중요한 시대에 경쟁을 부추기는 상대 평가

제도는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실 GE의 성과 관리

시스템 개편은 단순히 ‘상대 평가냐, 절대 평가냐’와 같은 평가 제도 개편의 이슈가

아니었다. GE는 성과 관리 시스템을 포함한 전반적인 인사·조직 운영 시스템을 개

편 중이다.

GE가 인사·조직 운영 시스템 전반을 개편하는 이유는 구글, 아마존 등과 같은 디지털

기업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GE의 CEO인 제프리 이멜트는 “우리는 디지

털 제조업(Digital Industrial)을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경쟁자는 구글과 같은 디지

털 기업들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GE는 20세기의 기업을 운영하던 기존의 방식으로

는 디지털 세계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믿는다. GE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인 패스트웍

스(FastWorks) 도입, 연간 성과 리뷰 폐지, 상대 평가 폐지, 리더십 변혁 등 굵직한 변

화를 동시다발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업의 인사·조

직 운영 방식은 아날로그 기업과 달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MIT 슬로안 매니지

먼트 리뷰는 지난 여름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조직(Aligning the Organization for its

Digital Future)’이라는 연구 보고서에서 “한 두개의 제도를 손질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디지털 시대의 특성에 맞게 사람과 조직을 관리하

는 방식 전반을 ‘디지털 정렬(Digital Congruence)’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1]

2. 모든 기업은 디지털 기업을 지향해야 하는가?

GE는 전 세계 기업들의 주목을 받는 선도적인 기업이고, GE가 택한 ‘디지털’이라는

1 ‘상:중:하=2:7:1’ 등 상대 평가 등급을 책정하기 위한 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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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인사·조직 운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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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도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임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모든 기업들이 GE처럼 디

지털화를 추진해야만 하는 것일까? 많은 기업들은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여러 질문을 던진다. ‘디지털 기업이 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모든

기업들이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디지털 기업이 되어야 할까? 그냥 디지털 기술을 조

금 활용하여 내부 생산성을 높이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1) 디지털 기업의 의미

디지털 기업이란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초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이다. ‘기하급수적

으로 성장하는 기업’의 저자인 살림 이스마일은 이들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물리적인

현실 세계를 디지털 세계로 복사하여 옮기고,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관리한다”고 말한

다.[2] 전문가들은 복사된 디지털 세계를 ‘디지털 쌍둥이(Digital Twin),’ ‘가상 세계의

쌍둥이(Virtual Twin),’ ‘거울로 보는 현실 세계(Mirror Worlds)’ 등 다양하게 부른다.

한 예로 GE와 지멘스(Siemens)는 기차의 핵심 엔진인 로코모티브(Locomotive)와

그 주변 상황을 디지털화 했다. 미국 철도회사인 암트랙(Amtrak)은 GE와 지멘스의

로코모티브 엔진을 주로 사용한다. 과거에 암트랙은 엔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기계

공을 현장에 불러와서 고쳤다. 기계공들은 엔진을 직접 뜯어 보거나 다양한 테스트를

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요즘 암트랙은 예전만큼 자주 사람을 부르지 않는다. 로코

모티브 상태에 대한 정보들은 실시간으로 GE나 지멘스의 데이터 센터로 직접 전송

된다. 데이터 센터 직원들은 현장에 직접 나가보지 않아도, 모니터로 현장의 로코모

티브 이미지를 띄워볼 수 있다. 실제로 눈으로 보거나 만져보지 않아도, 전송된 정보

를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할 수 있다. 때로는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문제의

여지가 있는 사항들을 예측하기도 한다. 여전히 엔지니어가 현장에 나가야 하는 경우

도 적지 않지만, 그 빈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데이터 센터에서 소프트웨어 업그레

이드로 해결 가능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더 살펴 보자. 미국 종자·비료 회사인 몬산토(Monsanto)는 ‘디지털 농

업(Digital Agriculture)’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몬산토는 논밭을 디지털 세계로 옮

기고 있다. 앞으로 몬산토의 장비를 사용하는 농부들은 굳이 현장에 나가 보지 않더

라도, 태양은 얼마나 밝은지, 바람은 얼마나 부는지, 온도와 습도는 적정한지, 흙의

상태는 어떤지, 병충해는 없는지 등을 집에서 파악할 수 있다. 상상력이 충분한 농부

는, 눈을 감으면 자신이 직접 논밭 한가운데에서 주변을 살펴 보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농부들은 집에서 컴퓨터나 태블릿으로 논밭을 살피고 씨를 뿌리고 농약

도 치며 농사지을 것이다. 또한, 이 과정을 농부가 직접 하기 보다 소프트웨어에 관

리를 일임할 수도 있다. 사전에 씨를 뿌리기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 흙의 상태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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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해 놓으면, 이에 따라 장비들이 자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혹은 상황에 대한

판단까지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할 수도 있다. 아직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는 않지만, 현재 몬산토는 미국과 브라질 등지 1억 에이커(Acre)2의 농지에 대한 정

보를 자신들의 디지털 농업 플랫폼 ‘필드뷰(FieldView)’를 통해 확보하고 있고 10만

명 이상의 농부들과 협업하고 있다. 2025년까지 3~4억 에이커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다.[3]

이 외에도 아마존은 서점과 백화점을 디지털 세계로 복사했고, 테슬라는 자동차와 주

행 도로를 디지털 세계로 옮겼다. 이들 기업들은 수시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하

면서, 컴퓨터로 움직이는 세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 컨설턴

트인 램 차란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CEO 등을 포함한 C-레벨의 경영

자들은 경영 회의에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 대해 주로 이야기할 것이다. 알고리즘

을 어떻게 개선해야 경영 성과가 높아질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2) 피하기 어려운 디지털 혁신 (Digital Disruption)

모든 기업이 디지털 기업을 지향해야 할까? 그 동안 20세기를 대표하는 유수의 기

업들은 물리학, 기계공학 등 하드웨어 역량을 중심으로 사업을 발전시켜 왔다. 이들

기업들은 “디지털 기업이 되어야 한다”라는 이야기에, “앞으로 소프트웨어가 중요해

지겠지만, 하드웨어 역량 중심으로도 충분히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경우

든 하드웨어 없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지

곤 한다. 이들에게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는 보완

적인 솔루션에 가깝다. 예컨대 디지털 기술이 개발된 이래 ERP, SCM, 생산자원계

획, 유연생산시스템, CAD/CAM 등 다양한 솔루션들이 기업 생산성 제고 차원에서

도입되었다.

하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혁신 현상들을 살펴 보면, 과거의 익숙한 사업 방

식대로 하드웨어에 주력하려는 생각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요즘에는 과거와 달리 하

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기

계장치/장비로 구현되던 기능들이, 전자장치/장비와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는 현상들

이 나타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 투자가인 마크 안드레센은 “소프트

웨어가 세상을 잡아먹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라고 표현했다.[4] 로

코모티브, 항공 엔진, 터빈 등 중후장대 장비들을 제조하던 GE나 지멘스 같은 회사

가 “소프트웨어 역량이 제조업 성장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누가 예

상했을까.[5] GE는 소프트웨어 운영 플랫폼으로 프레딕스(Predix)를, 지멘스는 마인

2 1 에이커= 4,047m2= 1,224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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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인사·조직 운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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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스피어(MindSphere)를 개발하며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역시 컴

퓨터로 변해가고 있다. 구글과 테슬라에 놀란 포드, GM, 도요타 등 기존 자동차 회

사들은 앞 다투어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기술 등에 대규모의 투자를 진행

하고 있다. 굴뚝 사업 중의 하나로 여겨졌던 통신 네트워크망 사업도 디지털화가 진

행되고 있다. AT&T는 2020년까지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하드웨어 장비 중심에서 소

프트웨어 기술 중심 네트워크인 SDA(Software Designed Architecture)로 바꿀 것

이라고 선언했다.

디지털화는 한두 산업에 국한되어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디지털 아메리카(Digital America)’라는 보고서에서, 산업별로 속도의 차이는 존재

하겠지만, 디지털 혁신을 ‘한 때의 유행(Fad)’이 아니라 앞으로 모든 산업에서 끊임없

이 일어날 현상으로 분석한다.[6] 무엇보다 기존 기업들이 하드웨어에 안주하고 움직

이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기술로 무장한 디지털 기업들이 앞장 서서 기존 사업들을

혁신해 나갈 것이다.

AT&T의 사례를 좀더 자세히 살펴 보자. 미국 AT&T, 버라이존 등 주요 통신 사업

자들은 통신망 구축과 운영을 위해 관행적으로 에릭슨, 시스코, 루슨트 등 전문 네

트워크 장비업체들로부터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여 사용했다. 몇 년 전 구글이 통신

사업을 시작하면서 업계 분위기가 변했다. 구글 파이버(Google Fiber)는 통신업계

기술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자사의 소프트웨어 기술자들과 협업시켰다.3 이를 통해

확보한 통신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구글은 통신 하드웨어 기능을 단순화하는 대

신, 소프트웨어를 강화하여 고가 네트워크 장비들을 상당 부분 대체했다. 구글은 하

드웨어를 ‘하얀 박스(White Box)’라고 부르면서 심플하게 표준화시켜 대만의 여러

제조업체들로부터 저렴하게 조달하고 있다. 하드웨어 관점에서 네트워크를 바라보

던 기존 업체들은 생각하지 못한 방식이었다. 기존 통신 사업자들은 구글의 서비스

지역 확대를 지연시키기 위해 우선 법률적 규제(Regulation)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AT&T는 “우리도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구글은

“통신업계의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고 가격은 낮추어, 고객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7]

공유 경제(The Sharing Economy)의 저자이자 뉴욕경영대학 교수인 아룬 선다라

라잔은 “여전히 많은 리더들이 물리적 세계의 마인드(Physical World Mindset)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물리적인 세계에서 오랜 기간 통용되고 굳건하게 시장을 지켜

온 제품의 경우, 디지털 기술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잘못

된 생각(Wrong Attitude)”이라고 말한다.

3 구글 파이버는 2011년 미국 캔자스에서 서비스를 시작, 현재 10개 도시에서 사업 중이며 서비스 지역 확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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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할까?

미국의 통신업자 버라이존과 AT&T는 디지털화에 임하는 태도가 조금 다르다.

AT&T는 ‘비전 2020’을 내세우며 “2020년까지 기존 물리적 네트워크의 75%를 소프

트웨어 기반 구조 SDA로 운용하겠다”며 디지털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지만, 버

라이존은 “앞으로 시장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좀 더 두고 보겠다”라며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1) Wait and See를 택하는 기업들

버라이존과 같은 일부 기업들과 전문가들은 ‘두고 보자(Wait and See)’ 전략을 선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기술이 각 산업 영역에서 어떤 형태로

발전해 나갈지, 기업 성과에 어떻게 기여할지 아직 불확실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

문이다. 미국에서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5~2015년 사이 모바일을 필

두로 디지털 기술은 다양한 형태로 급속히 발전해 왔지만, 정작 기업들의 생산성

증가률은 과거보다 그다지 나아지진 않았다. 작년 여름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

러한 현상을 놓고, “실리콘밸리여, 하늘을 날아다니는 차는 그만 잊어 버리고, 경

제적인 성과를 보여달라”라는 글을 실었다.[8] MIT 대학의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는

“디지털 기술을 사업 현장에 적용하여 의미 있는 결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지독히 어

렵다 (Disappointingly Difficult). 기업들은 디지털 혁신을 이루어내는 데 시간과 비

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배우며, 생존을 위한 싸움을 힘겹게 하고 있다(Companies

are Struggling)”라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일부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생산 자동

화 등 기존 가치사슬 상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적용하는 선에서 만족하고 있다.

(2) 조직의 ‘실행 역량’은 하루 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컨설팅사 딜로이트의 디지털 혁신 센터(Center for the Edge) 의장인 존 하겔은 “기

다리면 기다릴수록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들

의 배경에는 우선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에 대한 이견이 자리잡고 있다. 그간 지지

부진했던 디지털 기술의 상용화가 바야흐로 기하급수적으로 개화할 시점(Inflection

Point)에 도달했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시점에 대한 논란과 함께, 실제 실행의 관점

에서 보다 중요하게 눈 여겨 봐야 할 주장 중의 하나는 “디지털 전략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조직적인 역량을 구축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견해이다. 아무리

훌륭한 디지털 전략을 만들어 내더라도, 실행에 옮길 조직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그림 속의 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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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인사·조직 운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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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조직 분야 전문가인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터쉬만은 “기술 변화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이유로 주저하는 것은 단견적인 선택이다. 불확실성을 감내하며

갖은 종류의 시행착오를 통해 고생스럽게 학습하는 것이 오히려 성공의 토대가 된다”

라고 주장한다. 터쉬만은 과거 중대한 기술 변혁기에 처했던 기업 사례들을 토대로 다

음 두 가지 사항을 발견했다. 첫째, 환경 변화에 따라 조직 정렬(Congruence)이 이루

어져야 한다. 새로운 기술 인력 확보/육성, 적합한 조직 구조/시스템 구축, 문화 변경

등 환경 변화에 맞는 실행 조직을 다시금 구축해야 한다. 둘째, ‘두고 보자’ 전략을 선

택하는 기업들이 더 위험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한 기업들의 성공 확률이 ‘두고 보자’

전략을 선택한 기업보다 더 높다. 전략의 경우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외부 환경, 고

객, 경쟁자 분석 등을 통해 수립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전략 실행에 필요한 역량을 갖

춘 실행 조직은 단시간에 만들어 지기 어려워, 조금이나마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접근

하는 쪽이 혁신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9][10]

4. 디지털 전략을 실행할 조직 역량 갖추기

조직 체계를 갖출 때 고려해야 할 기본 설계 요소들은 무엇일까? 조직 이론에 따른

설계의 주요 주춧돌들을 살펴 보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디지털 기업들이 갖추어

야 할 조직의 모습’을 요약해 보자. 현실에서 실행 조직의 구체적인 모습은 외부 환

경, 기술, 전략, 내부 가용 자원 등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디지털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지향하는 기본 방향을 살펴 보자.

사람

조직 문화

정렬(Congruence)전략

기업의상황적 요인

■ 외부 환경 - 시장, 경쟁자, 정부 등

■ 내부 자원 - 기술, 역량, 설비 등

■ 히스토리 - 주요 의사결정, 가치 등

조직 설계의기본 요소

- 전략 실행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사람

조직 구조/시스템

-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 구조/시스템- 관행적·습관적 절차

-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조직화/조율할 구조- 동기부여 시스템

조직 설계의 기본 요소 1

자료 : Nadler, D. et al. (1992). Organizational Architecture: Designs for Changing Organizations. Jossey-Bass Inc.

Kane, G. et al. (2016). Aligning the Organization for Its Digital Future. MIT Sloan Management Review. 수정하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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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인사·조직 운영 전략

(1) 조직 설계의 기본 요소

조직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기본 요소는 사람의 역량, 조직 구조/시스템, 조직 문화

등 크게 세 가지이다(차트 1 ). 첫째, 사람이다. 전략 실행에 필요한 기술 역량 등을

갖춘 사람들을 조직에 확보해야 한다. 둘째, 조직 구조/시스템이다. 역량 있는 사람

들을 확보하면 이들을 효과적으로 조율(Coordination)할 수 있는 조직 구조와, 제대

로 동기부여 할 수 있는 논공행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조직 문화다. 조직

문화란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 구조(Informal Organization)다. 비록 공식적으로 문

서화된 절차는 없지만, 일을 할 때 사람들이 관행적으로 밟는 모든 절차가 조직 문화

이다. 그렇기에 조직 문화가 공식적인 조직 구조/시스템과 조화를 이루면 조직의 실

행력은 강력해 지지만, 서로 맞지 않을 경우 조직은 혼란에 빠지기 쉽다.

(2) 사람 : 산업 전문성 + 소프트웨어 전문성

어떤 조직을 설계하든지 가장 첫 출발점은 사람이다. 결국 일을 수행하는 당사자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일을 하는 시대가 본격화 되더라도, 알고리즘을 고

민하는 것은 주로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

는 시점(Singularity)이 올 것이라 예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은 먼 미래의 일

로 예상된다.[11]

디지털 기업에 필요한 인력의 핵심 역량 요건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산업 전

문성이다. 전자, 화학, 통신, 제약, 금융 등 자신이 일할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

요하다. 둘째, 소프트웨어 전문성이다. 단순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기술적 활

동만을 의미하기 보다, 각자의 업무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디지털 세계에서 어떻게 구

현 가능할지 이해함을 뜻한다.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한다.

첫째, 외부 영입이다. 소프트웨어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나 소규모 스타트업을 확보

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몬산토는 2010년 이후 프리시전 플랜팅(Precision

Planting)4, 클라이밋 코퍼레이션(Climate Corporation) 등 일련의 스타트업 M&A

를 통해 디지털 농업 기술들을 확보했다. 몬산토는 클라이밋 코퍼레이션을 별도 조직

으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통합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기존 조직과 융합시켜 나갔다.

기존 조직 리더들을 평가할 때 ‘디지털 제품/서비스에서 발생한 매출’과 같은 평가 항

목을 포함시켰고, 클라이밋 코퍼레이션의 COO 포지션에 몬산토의 핵심 사업 리더이

던 마이크 스턴을 임명했다. 몬산토 내부 IT 조직도 강화하여 클라이밋 코퍼레이션

기술 인력들과 기존 사업부간 가교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들

4 2015년 존 디어(John Deere)에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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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몬산토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성공적으로 소화해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둘째, 내부 육성하는 방법이다. AT&T는 내부 육성의 길을 선택한 대표적인 기업이

다.[12] AT&T는 ‘비전 2020’을 발표하면서, 28만명이나 되는 임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신규 채용보다는 기존 인력을 신속히 재교육하고, ‘평생 학습’

을 조직 문화로 만들기로 했다. AT&T는 연간 교육 예산을 25% 늘렸고, 현재 직원의

절반 가량인 14만명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 AT&T는 미래

에 필요한 신규 직무 요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마련하고, 이에 기반하여 180만

개 이상의 개별 강좌, 사내 전문 학위 과정(Nano-degrees), 정규 학위 과정 등 다양

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적잖은 구성원들은 일주일에 5~10시간 정도를 자발

적으로 교육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5 요즘 많은 기업들은 AT&T의 방식에 보다 주

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품절 현상, 스타트업들의 몸값 상승 등 외부 확

보에 드는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3) 조직 구조 : 실험(Experimentation)하는 팀 조직들

과거 표준화된 제품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던 기업들은, 중앙에서 전 조직을 통

제·관리하기 편리하도록 사전에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따라 체계적으로 조직화했다.

마치 기계처럼 인풋(자원)이 들어가면 절차와 규정을 거쳐 표준화된 아웃풋(제품/서비

스)이 나왔다. 하지만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디지털 경영 환경에서 기업들

은, 그때그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을 만드는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전략 분야 대가인 하버드 대학 마이클 포터 교수는 디지털화가 진행됨에 따라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조직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DevOps(Development and Operations)

를 이야기 한다.[13] DevOps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Experimentation) 해보는 팀

조직이다. R&D, IT, 제조, 서비스 등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멤버들로 구성되며,

고객, 시장, 경쟁사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실험

해 보고, 시장 반응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언제든 해산한다. 원래 DevOps라는

용어는 소프트웨어업에서 주로 사용되던 용어이다. 예컨대 온라인 게임회사의 경우

주요 게임별로 개발과 운영을 전담하는 팀들이 있는데, 각 팀은 자신들의 게임 베타

버전을 개발하면 고객 테스트를 하고 인터넷에 배포한다. 이후에도 버그 같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능 개선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개발, 업그레이드한다. 이렇

게 개발부터 운영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책임지는 팀을 DevOps라 한다. 최근 산업

전반에서 제품/서비스가 소프트웨어화 되는 영역들이 많아지고, 팀내 IT의 역할이

5 AT&T는 “향후 일자리의 1/3 정도가 줄어들 것이며, 교육을 원하지 않는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으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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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되면서 DevOps, Scrum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업계 용어들을 쓰는 경우가 많아

지고 있다. GE의 패스트웍스처럼 독자적인 명칭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DevOps 팀들을 활성화 하면서, 기업들은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Data-Driven

Decision Making)이 빠르고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데이터를 분석·지원해 주는 애

널래틱스(Analytics) 팀도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로 검증된 구체적인 숫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 기업의 CEO는 “데이터가 없으면 이야기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기도 한

다. 마이클 포터는 “부서별로 데이터 분석팀을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 전사 관점에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조직(Unified Data Organization)이 나타나고 있다”

라고 말한다. 전사 차원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더욱 많이 확보함으로써, 더 의미 있는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GE, 몬산토, Ford 등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C-레벨의 핵심 스탭으로 CFO, CHO 외에 CDO(Chief Data Officer) 혹은

CIO(Chief Information Officer)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조직 구조를 도입하고자 기업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기능 단위로 분화

된 전통적인 조직 모델이 단기간 내에 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의 ‘인적자원 트렌드 2016’ 보고서를 보면 많은 기업들은 급진적으로 조직을

전면 개편하기 보다,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팀 조직을 파일럿 테스트 해 보면서 점

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새로운 형태의 수 많은 작은 팀 조직을 운영하면

서도, 기존의 장점인 규모의 경제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4) 조직 시스템 : 절대 평가·보상을 강화한 성과 관리 시스템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 그때그때 대응하는 팀 조직이 활성화 됨에 따라, 1년에 한번씩

이루어지던 조직 및 개인 평가는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이에 따라 GE,

Microsoft, IBM, Cisco 등 많은 기업들이 연간 평가를 폐지하고 있다.

평가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평가의 주요 목적은 등급을 매겨서 보상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랭킹, 등급 제도를 폐지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랭

킹은 구성원들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사내 정치를 초래하기 쉬워 오히려 팀 조직을 운

영하는 데 해가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평가는 이제 육성의 관점에서 주로 이루

어 진다. 필요에 따라 주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수행 업무에 대해 피드백을 하면서

잘한 점, 개선할 사항, 지원해 줄 사항, 향후 커리어 등을 논의한다.

보상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있다. 랭킹이 사라져 감에 따라 평가 등급과 보상의

연결고리는 약화되고 있다. 아직 지배적인 형태(Dominant Type)의 새로운 보상 방식

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각 기업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자신들에게 적합한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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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절대 평가 방식을 접목하면서,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Pay for Performance)을 어떻

게 반영할 것이냐”이다. 예컨대 GSK(GlaxoSmithKline)은 25% 정도를 고성과자로

추려내어 이들에게는 스톡옵션, 현금 등의 인센티브를 지급하지만, 다른 구성원들은

특별히 차등하지 않는다. 포천 500대 기업인 자동차 부품 회사 리어(Lear)는 구성원

들의 임금 인상 수준을 개인의 성과가 아니라 외부 노동 시장 상황을 감안하여 결정한

다. 리어는 승진, 육성 기회 부여 등으로 고성과자에 대한 동기부여가 가능하다고 믿

는다.[14]

(5) 조직 문화 : 디지털 문화(Digital Culture)

팀 조직, 절대 평가 방식의 강화 등 조직과 시스템의 변화는, 조직 문화의 변화 없이

성공하기 어렵다. 조직 문화 때문에 혁신에 실패한 사례는 수 없이 많다. 아무리 좋

은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새로운 조직 문화는 새롭게 변하는 조직 구조, 시스템과 정합성(Congruence)을 가

져야 한다. MIT의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조직’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화에 적극적

인 기업들은 조직 구조/시스템 뿐만 아니라 ‘디지털 문화(Digital Culture)’를 배양하

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차트 2 ). 이들은 과거에 ‘효율성을 높이고, 마진

어도비의 새로운 성과 관리 시스템

2012년 봄, 어도비의 HR 부사장 도나 모리스는 자신들의 성과 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

다고 판단했다. 당시 어도비는 1년에 한번 리더들이 구성원들에 대해 4단계 상대 평가(High,

Strong, Solid, Low)를 실시했다. 전체 2,000명의 리더들이 평가에 쏟는 시간은 약 8만 시간으

로 추정되었다. 모리스는 “리더들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성과 평가/보상 시

즌이 끝나면 구성원들의 이직률이 크게 높아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왜 많은 구성원들이 평가

직후 오히려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가? 이는 우리의 성과 관리 시스템이 구성원들을 효과적으로

동기부여 하지 못한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어도비는 기존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여 새로운 성과 관리 시스템 ‘체크인(Check-Ins)’을 도입

했다. 체크인 제도는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된다. 첫째, 리더와 구성원은 최소 분기에 1회

체크인 논의를 한다. 둘째, 향후 기대사항, 기존의 활동에 대한 피드백, 향후 성장과 개발을 위

한 방안 등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 셋째, 체크인 논의 내용은 기록되지 않으

며, 리더가 회사에 추후 작성/제출해야 할 서류도 없다.

보상과 관련해서는, 4단계의 기존 상대 평가 등급을 없앴다. 대신 고성과자를 선별하는 별도의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고성과자들은 전체 구성원의 2%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들에게는 스톡옵

션, 현금 등을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어도비는 “사람들을 해방시켰다(It’s

liberating people)”,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도록 동기부여 할 수 있었

다”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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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개선하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면, 지금은 ‘실험과 속도를 중시하고,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협력과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하며,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강조한다.[1]

조직 문화에 영향을 주는 핵심 레버는 리더십이다.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기업에서

리더십을 바꾸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사람을 바꾸는 인적 쇄신의 방법이

다. 둘째, 교육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적 쇄신의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지

만, 대체 인력 확보 한계, 조직 사기 저하 등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이런 이유로 교육에서 답을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몬산토의 CIO(Chief

Information Officer)인 짐 스완슨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디지털 혁신 교육에 쏟고 있다. 나의 중요한 역할은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일깨우는 것(Brining Awareness about What Digital Can Do for Us)”

이라고 말했다. 스완슨은 작년에 임원 교육 프로그램인 글로벌 리더십 익스체인지

(Global Leadership Exchange) 등에서 ‘디지털’을 핵심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했

다(차트 3 ). 뿐만 아니라 수시로 현장에 방문하여 사업 리더들과 “디지털이 실제 사

업에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등의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디지털 기술의 현업

활용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검토한다. 몬산토는 리더십 교육이 디지털화를 성공적으

로 이끌기 위한 핵심 요소라고 믿고 있다.[15]

기민성

리스크 감수도

의사결정

리더십 구조

일에 대한 열정

업무 스타일

직관적인

위계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분권화된

협력적인

디지털 문화경직적 문화조직문화

Category*

느릿한/신중한

조심스런/위험을 피하는

독립적인/벽이 있는

살기 위해일하는

유연한/재빠른

대담한/실험적인

일하기 위해살아가는

초기 단계인 기업 보통인 기업 디지털화 수준이 높은 기업

기업들의 디지털화 수준별 조직 문화 양상 2

* MIT 슬로안 매니지먼트 리뷰와 딜로이트가 2015년 가을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

131개국, 27개 산업,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로부터 3,700명의 임원, 관리자, 애널리스트 대상으로 서베이.

응답자들에게 “이상적인 디지털 기업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기준에 비추어 자신의 조직을 1~10점 척도로 평가하라”고 요구.

(Imagine an ideal organization transformed by digital technologies… Rate your company against that ideal).

1~3점은 디지털화 수준이 초기 단계인 기업(Early), 4~6점은 보통(Developing), 7~10점은 높은 기업(Maturing)으로 분류

자료 : Kane, G. et al. (2016). Aligning the Organization for Its Digital Future. MIT Sloan Management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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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GE의 Going Digital 사례: 스타트업 사단을 꿈꾸며

GE는 디지털화라는 측면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 중의 하나이다. 처음 GE가 디지털화

를 이야기했을 때 많은 애널리스트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전통적인 제조업 공룡이 디

지털 기업이 된다”라는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소프트웨어 솔루션

회사를 하나 만들려나 보다” 정도로 이해하기도 했다.

요즘 GE의 디지털화 전략과 실행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블룸버

그는 토마스 에디슨의 사진을 커버로 실으며 “토마스 에디슨 시대의 영광을 재현할지

도 모른다”라고 평가했다.[16]

물론 GE가 추진하는 디지털화 방식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단 한가지 방법인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기업이 GE처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GE의 방식이 지금

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패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확실성과 실패의

리스크 속에서 한발 앞서 선도적으로 움직이는 GE의 사례를 통해, 기업들은 각자의

구체적인 변화를 위한 단초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100년 전 전구에서 출발한 GE는 매출 100조, 임직원 30만명에 이르는 20세기의 대표적

인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2016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GE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목 적: 리더십 스킬, 사업 감각, 회사의 중요한 사상(Critical Enterprise Thinking) 습득

대상자: 글로벌 및 지역별 사업 리더들

주요내용: • 몬산토의 ‘디지털 혁신 비전’ 소개 (CIO) • 디지털 기업이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IT 혁신 책임자) • 프로젝트 주제 및 팀들 소개 (HR)

모듈 1: 과학적 의사결정(Decision Sciences)에 기반한 사업 운영 모델 - 데이터에 기반한 사업 운영 모델 모색

모듈 2: 디지털 세계에서의 장기 파트너쉽 구축 - 우리의 디지털 전략 촉진에 필요한 주요 파트너들과의 협업 방안 모색

모듈 3: 데이터의 경쟁 우위 평가 - 서로 다른 데이터 자산의 가치 평가, 데이터에 기반한 제품 로드맵 평가

모듈 4: 디지털 제품/서비스 수익 모델 정의 - 현재의 사업 모델 평가, 향후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에 따라 바뀌어 나갈 미래의 사업 모델

모듈 5: 디지털 시장에서의 제품 프로비저닝(Product Provisioning) 구상 - 디지털 유통 채널 전략 구상 및 평가

몬산토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액션 러닝(Action Learning) 프로젝트’ 예 3

자료: Educating the Enterprise on Digital Transformation. (2016). Interview with Jim Swanson and Chris Moore. C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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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인사·조직 운영 전략

첫째, GE는 본업인 제조업에 충실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60달러 하

던 GE의 주가는 6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제프리 이멜트는 그 주요 이유가 GE캐피털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전통적인 본업인 제조업에 집중하기 위해 캐피털 사업 대부분을

매각했다(차트 4 ).

둘째, 디지털화이다. GE가 말하는 디지털화는 하드웨어(Physics)와 데이터 분석

(Analytics)을 통합하는 것이다. GE는 자신들의 하드웨어에 단순히 센서를 붙이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하드웨어의 많은 부분을 전자장비와 소프트웨어로 바꾸고

있다. GE의 수석 분석가인 마르코 애눈지아타는 “이제 우리는 제트 엔진, 로코모티

브, 윈드 터빈 등 기계만 팔지 않는다. 고객사의 성과를 높여줄 데이터와 솔루션을

함께 제공한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활용되는 운영 시스템 소프트웨어(Operating

System)가 프레딕스이다. 특히 GE는 고객사가 자신들에게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스스로 개발할 수 있도록 프레딕스를 오픈하고 있다. GE는 이미 적지 않은 고객들

과 협업하며 디지털 제조업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GE의 항공 엔진

고객들은 제트 엔진의 상태를 디지털 정보로 실시간으로 얻고 있으며, 엔진 정비를

위한 일정도 평균 운항 횟수에 따른 어림치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계획

한다. GE의 풍력 발전 터빈들은 스스로 판단해서 좀 더 많은 풍량을 얻으려 방향을

조정한다. 예컨대 GE는 에너지 분야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파워업(PowerUp)을

개발했는데, 유럽의 에너지 기업 이온(E.ON)은 이를 통해 풍력 터빈당 생산성

(Energy Output)을 4% 이상 개선했다. 터빈당 이익(Profit)으로 보면 약 20% 개선

되었다.[17]

GE의 주요 사업 개요 4

자료 : 2015년 연간 보고서, GE 홈페이지

영역/회사 주요 사업 분야2015년

매출 규모

제조업(Industrial)

Power - 전력 발전 설비, 운영 시스템

$101조

Renewable Energy - 풍력, 수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솔루션

Energy Connections - 송·배전 설비, 운영 시스템

Lighting - 실내·외 조명

Current powered by GE - 빌딩, 그리드 등 통합 에너지 관리

Healthcare - 의료 장비, 진단지원 시스템

Aviation - 항공 엔진, 운영 시스템

Transportation - 기차 엔진, 드릴 모터 등 구동 엔진

Oil & Gas - 석유/가스 시추, 이동, 운송 장비

Digital - 프레딕스 등 디지털 제조업 SW

금융업 Capital - 항공 리스 등 기업 금융 $1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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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인사·조직 운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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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 기술 인력 확보 및 융합부터 시작

2011년 GE가 ‘디지털 제조업’을 이야기할 때 “제조업이라는 대규모 산업 스케일로 소

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디지털 회사가 되겠다”는 시도를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

은 많지 않았다. GE의 이상에 맞는 M&A 대상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프리 이

멜트는 M&A를 시도하기 보다, 함께 디지털 제조업을 개척해 나갈 사람들을 찾기 시

작했다. 이멜트가 낙점한 인물은 당시 시스코 시스템즈의 부사장인 윌리엄 루였다.

처음 GE가 루에 접촉했을 때, 루의 반응은 “GE는 소프트웨어의 S도 모르는 회사이

고, 조직 문화도 소프트웨어 회사와 전혀 맞지 않다”였다. 이멜트는 루를 설득했다.

“디지털 제조업의 과정이 50단계쯤 된다면, 나는 1~2단계 정도 밖에 모른다. 당신이

도와줘야 그 길을 갈 수 있다”라는 말에 윌리엄 루는 GE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1~2년은 변화를 주도할 소프트웨어 조직을 구성하는데 가장 큰 공을 들였다.

GE 글로벌 리서치 센터(GE 스토어) 산하에 소프트웨어 센터가 설립되었다.6 이멜트

는 루에게 $10억을 주며 자유로이 조직을 구성하라고 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모이

지 않았다.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재들은 GE가 소프트웨어 조직을 만든다는 데 의아해

했고, 굳이 GE로 오려고 하지도 않았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위하여 캘리포니아

샌라몬(San Ramon)에 구글 분위기가 나는 오피스를 만들고 보상 패키지를 새롭게

설계한 후에야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비행기, 기차, 의료기기 등 다양한

기계들이 알아 듣는 새로운 언어(A New Language for Machines)를 만들 것이다”라

며 TV 홍보도 대대적으로 했다. 2011년 말 30명 정도이던 조직은 2012년 연말에는

500명까지 늘어났고, 2013년 무렵엔 750명, 최근에는 1,300명까지 늘어났다.

GE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 인력들과 기존 사업부들 간의 협업을 강조했다. 에너지,

발전, 운송, 항공 등 GE의 각 산업 분야의 전문 지식과 소프트웨어 지식이 융합되어

야 의미있는 제품/서비스 개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각 사업부에는 디지털 책임자

가 생겼고, 샌라몬과 사업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KI(Key Indicator)도 조정하

여 디지털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함께 공유하도록 만들었다. 수 많은 사업부 사

람들이 샌라몬에 출장을 가서 소프트웨어 센터 사람들과 교류·협업했다. 이렇게 사

업부와 긴밀히 협업하며 GE 소프트웨어 센터는 프레딕스 개발에 집중했고 2013년

연말 무렵 초기 버전이 개발되었다.[16]

(2) Speed to Market을 위한 패스트웍스 팀 도입

소프트웨어 센터와 사업부가 함께 협업하여 프레딕스 등을 포함한 여러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지만, 전반적인 성과들은 이멜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

6 2015년 9월 GE Digital로 별도 법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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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고객의 니즈와 시장 기술 변화에 재빠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제품/서비스 개발

사이클도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다. 이멜트는 “디지털 기술을 확보하면 나머지는 모두

자연스럽게 해결될 줄 알았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라며 다른 방법을 찾았다.

2013년 GE는 새로운 대안으로 패스트웍스 팀을 도입했다. 블룸버그는 “패스트웍스

는 GE가 21세기의 스타트업처럼 행동하기 위해 고안된 조직 운영 방안”이라고 소개

했다. 패스트웍스 팀은 제품/서비스나 사업 개발 등 개별 이슈를 중심으로 다양한 경

험/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한 팀에 모여 일을 한다. 이슈별로 시작부터 끝까지 한

팀이 모두 챙기고 책임진다. 일이 마무리되면 해당 팀은 해산되어 다른 팀으로 배치

된다. 팀멤버 및 팀간 조율(Coordination)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모바일 GE@PD 앱을 통해 언제든 근황이 확인 가능하고, 서로 의견을 교류할 수 있

다. 패스트웍스 팀은 경영진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경우도 있지만,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만들어 지는 경우도 있다.

패스트웍스 팀들은 작은 스타트업처럼 행동한다. 주요 특징들을 세 가지 살펴 보자.

첫째,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정도면 그럭저럭 쓸만한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만든다. 식스 시그마 등 품질 관리를 목숨처럼 생각하

던 GE에서 ‘베타 버전’ 같은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

다. GE에서 개발은 ‘일단 만든 다음에 업그레이드’ 하자의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마

치 온라인 게임 회사가 우선 1차 버전을 배포한 후에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것과 같다.

둘째, 수시로 고객 테스트를 한다. 과거에는 제품개발 초기에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하

여 스펙을 확정했다. 패스트웍스는 베타 버전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평가를 받고, 평가

를 바탕으로 새로운 버전을 만든다. 고객 의견을 수시로 들으면서 스펙을 계속 바꾸며

개발한다. 셋째, 벤처 캐피탈의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것처럼 패스트웍스 팀을 평가한

다. 예전에는 연초에 프로젝트가 결정되면 예산과 인력이 함께 결정되었다. 지금은 연

중에라도 각 과정을 달성할 때마다 평가를 하고 다음 단계에 필요한 자원을 다시 배정

한다. 시장 의미가 없어진 프로젝트는 사라진다. 이러한 패스트웍스는 작은 소형 제품

뿐만 아니라 대형 발전, 가스오일 등을 포함한 GE의 전 사업 부문에서 활용되고 있

다. 최근 이멜트는 “패스트웍스는 성공적으로 안착되어 가고 있다. 예전에는 가스 터

빈을 새롭게 개발하는 데 5년 정도 걸렸지만, 지금은 30개월 만에 개발해 낸다”라며

조직의 시장 대응 스피드가 크게 개선되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GE가 작은 스타

트업들이 모인 대기업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라고 평가한다.

(3) 파일럿 테스트가 한창인 평가·보상 시스템

GE는 조직의 외양적 구조를 어느 정도 완성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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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춘 인력들도 확보했고, 이 사람들을 어떻게 조직화하여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

을지 구조도 만들었다. 그 다음 행보로 GE는 평가·보상 시스템을 만지고 있다. 조

직에 논공행상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구성원들 입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서 성과를 내도 적절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최선을 다

해 몰입하지 않을 것이다. GE는 다양한 파일럿 테스트를 하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

2015년 8월, GE는 우선 1년 단위의 평가 리뷰를 중단했다. 패스트웍스 조직 운영 방

식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멜트는 “1년에 한번씩 경영진들이 모여 앉아 조직도를

바꾸고 평가를 진행하는 제도가 이제 이상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한다. 강제 등급 할

당 제도도 폐지했다. 사전에 등급을 정해 놓고, 2:7:1처럼 배분하는 방식을 버렸다.

팀 조직 운영에 있어, 팀웍을 저해하는 상대 평가 제도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숙제는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Pay for Performance)을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가 남

았다. 다른 기업들처럼 일부 고성과자만 추려 내어 보상을 하는 방법, 금전적 보상보

다는 승진/육성 기회를 제시하는 방법 등 여러 옵션을 놓고 테스트를 해 보고 있는데

아직 명쾌한 답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4) 조직 문화 변혁을 위한 리더십 교육

GE는 리더십 교육을 적극 실행하고 있다. 조직 문화 형성에 결정적인 리더십의 변화

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리더십 교육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첫째, 패스

트웍스라는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을 가르쳐 준다. 예컨대 패스트웍스를 처음 도입했

을 때, 구매부서 담당자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폭발하기 직전까지 몰렸다. 생산

공장의 일정과 계획에 맞추어, 정해진 단가, 공급자, 일정 등에 따라 자재를 구매하

던 과거와 달리, 수시로 달라지는 개발 일정과 생산 일정 때문에 구매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GE는 이러한 구체적인 실행상의 문제들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리더들에게 가르쳐 줬다. 2013년 패스트웍스를 도입한 직후, 4개월 동안 GE 임원 5

천 명 전원을 대상으로 패스트웍스 교육을 진행했다. 리더들이 패스트웍스에 익숙해

질 수 있도록 도입 초기에 80명 이상의 전담 코치를 육성하여 현장에서의 변화를 돕

게 했다. 덕분에 패스트웍스는 안정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

둘째, 팀원들의 협업과 팀웍을 이끌어 내기 위한 소프트 스킬을 교육한다. HRD 담

당 부사장인 라구 크리슈나무디는 오늘 날 GE가 지향하는 리더십 모델을 다음 세 문

장으로 요약한다. “과거의 리더는 이기기 위해 경쟁했지만, 오늘 날의 리더는 이기기

위해 협력한다(Collaborate),” “과거의 리더는 사람을 하나의 틀에 끼워 맞추려 하지

만, 오늘의 리더는 다양성을 중시한다(Values Diversity),” “과거의 리더는 명령하고

통제하지만, 오늘의 리더는 연결하고 영감을 준다(Connects and Inspires).” GE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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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기관인 크로톤빌도 바뀌고 있다. 건물 외관, 인테리어부터 수업 내용에 이르

기까지 편안하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리더들로 하여금 구성원 육성, 팀빌딩,

코칭 등 소프트 스킬을 갖추도록 요가, 명상, 일본 미술인 스미나가시 등 다채로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GE가 ‘보스가 없는 조직(Bossless

Organization)’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점쳐 보기도 한다. 최

근 GE 항공(GE Aviation)은, 과거에 일부 소수의 공장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하던

‘보스가 없는 자율경영팀’을 사업부 전체로 확산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패스트웍스

와 맞물려, “보스 없는 조직이 향후 GE 전사에 확산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예측들

도 나오고 있다.

(5) 대기업 Scalability의 상징, 브릴리언트 팩토리

작은 스타트업들이 쉽게 실패하는 핵심 이유 중의 하나는 사업 확장(Scalability) 방

법을 마땅히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이템도 좋고 초기 반응도 좋

은데 결국 실패하는 사례들이 많아, “사업 확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

업들이 많다. 많은 고민 끝에 기존 대기업에 사업을 매각하기도 한다.

GE는 작은 스타트업들로 구성된 커다란 하나의 기업을 구상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제품/서비스들을 하나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시스템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방

법을 추구한다. GE는 2015년 인도 푸네에 항공기 엔진, 로코모티브, 풍력 발전 터빈

등 GE의 4개 사업부 제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첫번째 스마트 팩토리인 ‘브릴리

언트 팩토리(Brilliant Factory)’를 설립했다.[18] 이를 시작으로 향후 GE는 브릴리언

트 팩토리를 계속 업그레이드 해 나갈 계획이다. GE는 패스트웍스 조직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의 장점을 살리면서, 기존 대기업들의 강점인 규모의 경제를 조화시키는 방

향으로 조직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세계에 보다 관심을 가질 때

디지털 혁신 시대에 임해서, 우리는 ‘역량 트랩(Competency Trap)’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이클 터쉬만 교수는 “기업들은 자신들이 쭉 잘해오던 일에서 평안

을 찾고자 한다. 이러한 경향성이 기업들을 실패하게 만든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

러한 트랩에 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에 경험하지도 않은 길을 볼 때 사람들은

누구나 경직되기 쉽고, 그 길을 외면하기 쉽다.

현 시점에서 기업들은 과거의 하드웨어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중심

의 세계에 보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자, 소재 부품,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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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주요 하드웨어 제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자동화 진행 수준도 높

아, 제조업 인당 생산성은 다른 나라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의

인사·조직 최우선 관심사는 인건비 개선이었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드웨어

중심의 세계에서 ‘인건비=비용’이기 때문에 이러한 고민과 성과는 자연스러워 보인

다. 낭비를 그저 두고 볼 사람은 없을 것이고, 가급적 인건비를 절약하는 것은 당연

한 일이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 인사·조직 상의 보다 중요한

이슈가 무엇일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한 조사는 10년 안에 Fortune

500대 기업의 40%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는 비용 문제(Cost Issue)라기

보다, 기존 패러다임에 발목이 잡혀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각 자

의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맞는 인력 육성, 조직 역량 확보에 주목해야 할 때

이다. 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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