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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특유의 경제 성장 모델이 있는가? 이에 대한 논쟁이 있어 왔다. 자원 동원력으로 경제 성장을 주도했으나 분권화와 외자 유치를 앞세웠던 면에서는 한국, 일본과 차별되고, 시장화 를 추구하면서도 정부가 개입하여 범위를 제한했다는 점에서는 워싱턴 컨센서스와 차별된다는 것이 지금까지 내려진 대체적인 결론이다. 최근 극명하게 불거진 시장경제의 부작용에 따른 해법 찾기로 충칭모델에 대한 조명이 새롭게 이루어지면서 중국의 발전 모델 논쟁은 이제 새로운 차원에 들어섰다. 민생 개선을 추구하면 서도 고성장을 일구어 낸 충칭모델이 기존의 광둥모델과 대비되며 중국의 차세대 발전 모델로 각광 받게 것이다. 덧붙여 이 논란은 올해 하반기에 있을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더 가열되 는 모양새다. 중국 발전 모델 논쟁

중국발전모델논쟁 - posri.re.kr · 충칭모델은민생과경제발전의선순환구조를만들 었다는데의미가있다. 고속경제성장과글로벌기업 의성공적인유치는이점을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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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특유의 경제 성장 모델이 있는가? 이에 한 논쟁이 있어 왔다. 자원 동원력으로 경제

성장을 주도했으나 분권화와 외자 유치를 앞세웠던 면에서는 한국, 일본과 차별되고, 시장화

를 추구하면서도 정부가 개입하여 범위를 제한했다는 점에서는 워싱턴 컨센서스와 차별된다는

것이 지금까지 내려진 체적인 결론이다.

최근 극명하게 불거진 시장경제의 부작용에 따른 해법 찾기로 충칭모델에 한 조명이 새롭게

이루어지면서 중국의 발전 모델 논쟁은 이제 새로운 차원에 들어섰다. 민생 개선을 추구하면

서도 고성장을 일구어 낸 충칭모델이 기존의 광둥모델과 비되며 중국의 차세 발전 모델로

각광 받게 된 것이다. 덧붙여 이 논란은 올해 하반기에 있을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더 가열되

는 모양새다.

중국발전모델논쟁

22 Chindia Journal 2012. 3.

010년 중국은 마침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국이 되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후 30여

년 동안 연평균 10% 성장을 달성한 결과다. 특히 최근

미국, 유럽, 일본 등 기존 선진국 경제가 모두 심각한

침체에 봉착한 상황에서도 중국이 고속 성장을 지속하

면서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 경제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에 한 논의로 이어진다. 특히 중국

의 경제 성장 방식이 다른 나라의 방식이나 주류 경제

학의 처방과 다른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또 이 방식

이 다른 국가들에도 안이 될 만한‘모델’인지에 한

논의가 등장한 것이다.

이 논의는 2004년에 라모(Joshua Cooper Ramo)가‘워

싱턴 컨센서스’와 비되는‘베이징 컨센서스’개념을

제시하면서 시작되었지만 당시의 논의는 그리 명확하

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았다. 이후 보다 진전된‘중국 모

델’담론이 중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하 는데, 이 주제

에 천착해 온 전성흥 교수는 중국 모델의 개념을“중국

이 경제 건설이라는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

해 온 각종 정책의 근저를 이루는 전략적 구상과 그 결

과에서 발견되는 일정한 패턴”이라고 규정한다. 중국

모델에 한 논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식

자유시장경제에 한 신뢰가 저하되면서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30여 년에 걸친 중국의 경제 성장 과정을 하나

의 정형화된 패턴으로 정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지역적 다양성과 시간적 가변성의 문제가 존재하

는데 지역에 따라 경제 성장 방식에 상당한 차이가 발

견되며 또한 1980~1990년 와 2000년 의 경제 성장 방

식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난점에도 불구하고

개혁개방기 중국의 경제 성장 패턴을 정리하는 시도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주제와 관련된 핵심 이슈는 다음 몇 가지로 정리

된다. 첫째, 과연 중국의 경제적 성공을 이끌어낸 독특

한 방식 곧 중국식 성장모델이 존재하는가? 둘째, 그

모델이 존재한다면 그 핵심 요소들은 무엇인가? 셋째,

그 모델은 향후에도 지속 가능한가? 넷째, 그 모델이

다른 나라에도 적용 가능한가? 등이다. 이들 이슈에

한 연구가 여럿 수행되었지만 아직 합의된 결론에 이

르지 못한 상태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도 위

이슈들에 한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그 논란의 핵심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분권화와외자유치는동아시아패턴과구별

중국의 경제 성장 모델에 한 가장 단순한 가설은

강력한 공산당 정부의 통치와 실용주의적 경제 정책의

결합이 고속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즉 강력한 자원 동원력을 가진 국가가 경제 성장을 최

우선 목표로 설정함과 동시에 경제 성장의 필요조건인

정치적 사회적 안정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

정책을 효과적으로 실시해 왔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강력하고 일관적이며 효율적인 정부의 역할에 초점을

중국 경제 성장의 고유 모델은 존재하는가?워싱턴 컨센서스 베이징 컨센서스 논란

Cover Story

2

2012. 3. Chindia Journal 23

두는데, 정권의 지속성이 담보되어 다양한 이해집단의

압력에 얽매이지 않고 정책결정 과정에서 정치적 협의

절차가 단순하여 경제적 효율성을 극 화하는 정책이

신속하게 실시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바로 4조 위안(약 700

조 원) 규모의 규모 경기 부양책을 채택하고 이를 정

부 재정뿐 아니라 은행 자금을 동원하여 신속히 집행

함으로써 단기간에 경기 하락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 가설은 과거 한국, 타이완, 싱가포르 등에서

정부가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소위 동아시아 모델과

중국의 성장 방식이 유사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특히 정부가

저금리와 은행 통제를 통해 투자

확 를 유도하고 환율 저평가 등

으로 수출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동아시

아 모델과 유사하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분권화 정책

하에서 지방정부들이 서로 경쟁하

며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는 점이나 국내 산업 육성을

통한 수출 증 를 도모하기보다 외국인직접투자를 유

치하여 수출산업을 육성했다는 점 등에서 기존 동아시

아 패턴과 구별된다. 특히 국이라는 특성과 세계화의

진전이라는 국제경제 환경의 변화는 중국이 동아시아

모델을 좇아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위 가설은 중

국의 고속 경제 성장의 한 측면을 잘 설명해 주기는 하

지만 너무 단순한 논리로서 실제 중국 경제의 성과를

설명하는 데 한계를 갖는다.

중국의시장경제, 워싱턴컨센서스와는달라

한편 위와는 정반 시각에서 위 가설을 논박하는

새로운 가설이 존재한다. 중국의 고속 경제 성장은 기

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인 워싱턴 컨센서스에

기반하여 달성되었다는 주장이다. 즉 지난 30여 년간

중국의 경제정책은 거시경제의 안정과 재정 건전성의

확보 그리고 가격결정의 시장화, 무역 자유화,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역점을 두어 왔다. 또 점진적이고 부

분적이지만 국유기업의 사유화와 사유재산권의 제도적

보호에도 큰 진전을 이룩했다. 결국 자유화, 시장화, 개

방화, 사유화를 기조로 하는 시장주의 정책이 중국 경

제 성장의 핵심 원동력이었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은

중국이 체제 개혁을 통해 경제 발전을 달성하려고 했

던 체제 전환국이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으로서, 특히

2000년 초반까지의 성과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설득

력을 갖는다.

그러나 광범위하게 관찰되는 정

부의 선별적 시장 개입, 제한적인

국유기업 사유화와 핵심 산업을

지배하는 다수의 국유기업, 민 기

업의 역 제한과 금융시장 접근

차별 등 워싱턴 컨센서스와 양립

하기 어려운 요소들의 존재는 위

가설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즉 정책적으로 저금리를 유지함으로써 투자 확 를 유

도하고, 위안화를 저평가함으로써 수출을 장려하는 정

책은 선별적 시장 개입의 표적 사례이며, 저금리에서

비롯된 자금 초과 수요에 응하여 중앙정부 또는 지

방정부가 출 결정에 개입하는 신용할당이 광범하게

나타났다.

또한 각급 지방정부가 직접 혹은 산하 국유기업을 통

해 시장 참여자로 활동하며, 일부 형 국유기업이 시

장 참여자인 동시에 규제자인 정부와 접히 얽혀 있는

현상은 중국의 시장경제가 갖는 뚜렷한 한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를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하는데, 특히 근년에 이른바‘국

진민퇴(國進民退)’라는 국유기업 부문의 약진 현상이

나타나면서 시장주의 퇴색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중국발전모델논쟁

분명한 것은 중국이 특정한 성장모델

을 그 로 따라온 것이 아니라 자국이

처한 여건에 맞게 유연하게 응함으

로써 성장을 달성해왔다는 점이다.

중국만의길

결국 중국은 사회주의적 요소와 자본주의적 요소,

개방적 요소와 폐쇄적 요소가 공존하는 혼합형 체제

를 운 하면서 동시에 국내외 여건 변화에 응하여

지속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함으로써 성과를 거두

어 왔다. 예를 들어 중국의 산업과 무역 구조를 보면

외자계 기업이 주도하는 개방적인 수출 부문과 국유

기업이 주도하는 상 적으로 폐쇄적인 내수 부문이

공존하는 이중 체제를 유지해 왔는데, WTO 가입 이후

개방을 확 심화하면서 두 부문 사이의 장벽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한편 중국이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며 고속

성장을 달성해 왔지만 그 부작용으로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나타났고, 이 결과 기존 방식의 성장 지

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투자와 수출이 견인하는 성장을 장기간 지속한 결과

국내 소비의 상 적 위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 는데,

이러한 수요 구조의 불균형이 성장의 지속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즉 과잉 투자가 버블 붕괴와 금융위

기로 이어질 수 있으며 선진국 경제의 장기 침체가 예

상되는 가운데 중국 수출의 급증세는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에너지 등 각종 자원의 과도한 소모와

심각한 수준의 환경오염도 성장의 애로 요인으로 등장

했다. 더욱이 도농, 지역, 계층 사이 소득 격차 확 와

이에 따른 사회적 불만의 누적은 안정을 위협하는 수

준에 이르러 이 문제의 완화 없이는 경제 성장의 지속

도 어려울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은 이러한 경제

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 내지 완화하는 방향으로 성장

방식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자국여건에맞는유연한 응필요

이상의 논의를 정리해 보면 중국 경제는 그동안 혼

합적이고 가변적인 특성을 보이며 고속 성장을 달성해

왔다. 즉 중국의 경제 성장 모델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여러 복잡한 요소를 가진 상황에서 변화가 진행 중인

무정형의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특정한 성장모델을 그 로 따라온 것이 아니라

자국이 처한 여건에 맞게 유연하게 응함으로써 성장

을 달성해왔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중국적 특

성’이 나타났으며 향후 전개 과정에서도 일부 중국적

특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중국 모델을 모방하며

추종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고 판단된다. 다만 중국의 경제 발전 경험을 참고하여

일정한 교훈을 얻는 것이 가능할 텐데, 그 핵심 교훈의

하나는 모든 국가의 경제 성장에 적용될 수 있는 표준

화된 정책 패키지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각

국이 자국의 여건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또 내외 여

건 변화에 기민하게 응하면서 경제 성장의 기본 통

로인 자본 형성과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발전 전략이 될 것이다.

24 Chindia Journal 2012. 3.

Cover Story

김 시 중서강 학교 국제 학원 교수

ⓒ연합뉴스

중국은 특정 성장모델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처

해 왔다. 사진은 중국의 경제 성장을 표하는 광둥시 전경

2012. 3. Chindia Journal 25

중국발전모델논쟁

중국의 고속 성장에 가려진 여러 폐단이 하나 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

면 2011년 기준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텐진시는 구이

저우성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격차도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벌

어졌다. UN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의 지니계수는

0.52를 기록했으며, 2011년에는 0.55에 도달할 것으로 보

인다. 이 같은 지역 간 발전 불균형과 계층 간 소득 격

차 확 는 집단 소요 사태로 나타나고 있다. 2009년 이

후 집단 소요 사건은 매년 10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고 알려져 있다. 자연히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충칭모델이 주목 받고 있다.

호구개혁등민생개선에주력

충칭은 1997년 중국 서부 내륙지역의 유일한 직할시

로 지정되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7년 보시라이

(薄熙來)가 서기로 부임하면서 실시한 일련의 개혁 조

치가 로벌 금융위기로 내우외환에 직면한 중국 경제

상황과 맞물리면서 지금의 충칭모델이 등장했다. 중국

의 기존 경제 발전 모델이 성장에 최우선 순위를 두었

다면 충칭모델은 사회정화, 양극화 해소 등을 통해 민

생 개선을 경제 발전과 동시에 추구한다. 충칭시는

12∙5 규획(2011~2015) 기간에 지니계수를 현재의 0.42에

서 0.35로 낮추고 노동 소득이 총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40%에서 5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

하고 있다.

충칭 사람들은‘쾌적한 주거환경(宜居), 녹화(�化),

소통(暢通), 건강(建康), 평안(平安)’을 충칭모델의 5

핵심 키워드로 인식하고 있다. 과거 5년간 충칭시가 실

시해 온 호구제도 개혁, 공공임 주택 건설, 도심 녹지

확 , 관료의 현장 중시 인식 강화, 식품안전 확보, 부

패척결 및 사회정화 운동 전개 등은 모두 5 키워드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고 시민들의 각광

을 받는 시책은 사회정화, 호구제도 개혁 및 공공임

주택 건설이다. 충칭은 2012년까지 200만 명의 주거 문

제를 해결하기 위해 4천만 ㎡의 공공임 주택을 건설

중이며, 2011년 한 해 동안에만 300만 명에 달하는 농민

공들에게 도시 호구를 부여하고 이들을 사회보장체제

에 편입시켰다. 또한 적인 사회정화 운동을 통해

범죄조직은 물론 이들과 관련이 있는 정부 내 관료들

의 부패행위 척결에도 노력했다. 2009년 충칭시 사법국

장(지방의 사법 총 책임자)인 원치앙(文强)과 그를 배후

로 하는 범죄조직을 일거에 소탕한 것은 중국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산업생태계고려한기업유치

충칭은 경제 발전에서도 기존 모델과는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외자 유치와 가공무역을 중심으로 한 연

해지역의 발전 모델을 답습하지 않고 자체 실정에 맞는

경박단소(輕薄短小)형 첨단 산업의 수직적 통합을 산업

민생과 경제 발전 선순환 보여준 충칭모델민생 개선에 주력하면서도 최고 성장률 기록

정책으로 채택했다. 부품과 완제품 제조의 역내 비중을

높여 연해지역에 비해 상 적으로 물류가 불리한 상황

을 극복했다. 시융(西永)전자산업 클러스터가 표적인

사례인데 이곳에는 휴렛-패커드, CISCO, 폭스콘과 같은

세계 굴지의 전자제품 부품업체와 완제품 업체가 입주

하고 있어 역내 부품 조달 비중이 80%를 넘어 선다.

한편 충칭은 서부 내륙의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보세구역을

설치함으로써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황치판(黃奇帆) 충칭 시장은

기업을 유치할 때‘생태계’논리를

따른다고 밝히고 있다. 크고 강한

기업만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균

형 있는 기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

써 지나친 경쟁을 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종 산업에서 업계 1위

기업을 유치하면 2, 3위 기업에

해서는 유치를 지양하고 신 5, 6위 기업을 택하는 것

이다. 한편 2, 3위 기업은 주변의 청두(成都), 시안(西安)

등 지역에 양보함으로써 지역 간 지나친 유치 경쟁을

완화하고자 했다.

이와 같은 정책은 효과를 발휘해 충칭은 괄목할 만

한 성과를 이루었다.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중국 경

제성장률이 9% 로 주저앉은 가운데서도 충칭은 14.9%

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2010년에는 17.1%로 중국에

서 세 번째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2011년에는

16.4%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택문제해결과부패척결에서도결실

충칭모델은 민생과 경제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고속 경제 성장과 로벌 기업

의 성공적인 유치는 이 점을 뒷받침한다. 호구제도의

개혁으로 역내에 유치한 로벌 기업에 풍부한 인력을

공급했으며 농민들이 떠난 농지를 수용해 공공임 주

택 건설을 위한 규모 부지로 조성하는 부수적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동남 연해지역의 인력난, 토지 가격 상

승에 따른 사업 여건 악화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농지 수용 과정에서 걸핏하면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것

도 정부로서는 커다란 고민거리 다. 충칭은 적어도 그

방면에서는 훨씬 나은 해결 방법을 마련한 셈이다.

공공임 주택 제도의 도입이 고질적인 기업문화를

바꾸기도 했다. 2010년 직원들의 잇따른 자살 소동으로

한때 위기를 맞았던 폭스콘은 충

칭으로 생산 공장을 옮기면서 새

로운 시 를 열었다. 초창기 선전

에 터를 잡은 폭스콘은 규모 인

력을 수용하기 위해 공장부지 내

에 기숙사를 운 했다. 소위‘폭스

콘 모델’이다. 그런데 그‘폭스콘

모델’이 사태의 발단이 되었다.

그러나 충칭으로 공장 부지를 옮

긴 이후에는 근로자들이 부분 산업단지 내 정부가 운

하는 공공임 주택에 기거하면서 폭스콘은 공장 내

기숙사 운 부담을 줄이게 되었고 근로자들은 일과 개

인 생활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어 스트레스를 줄 다.

충칭은 권력층의 부패 척결 과정에서 규범화, 제도

화를 구현함으로써 정치 발전도 달성했다는 평을 받는

다. 관료의 실적 평가에 주민들의 평가권을 폭 포함

시켜 관료들이 진정으로‘인민들의 눈치’를 보게 만든

것이다.

최근지도자들의권력싸움설에휘말려

하지만 충칭의 비상에 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충칭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산성’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중국 최장인 양쯔강이 도심을 가로 지르고

험준한 산령이 도시를 에워싼 입지에서 비롯된 별명이

다. 오천 년 중국 역사에서 산은 기득권에 항하는 항

충칭은 경제 발전에서도 기존 외자

유치와 가공무역을 중심으로 한 연해

지역의 발전 모델을 답습하지 않고

경박단소(輕薄短小)형 첨단 산업의 수

직적통합을산업정책으로채택했다.

26 Chindia Journal 2012. 3.

Cover Story

2012. 3. Chindia Journal 27

거 세력의 근거지 내지는 주류 사회와 담을 쌓은 낙후

한 지역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중국의 통치 정당인

공산당도 초창기 산 속을 전전했다.

‘산성’이라는 별명 속에는 폐쇄적이고 반항적인 이

미지가 내포되어 있어서 충칭모델은 태생적으로 어느

정도 오해를 수반하고 있다. 사회정화 운동이나 혁명가

요 부르기를 일각에서는 21세기판 문화 혁명이라고

보기도 한다. 물론 실상은 많이 다르다. 문화 혁명 시

에는 마오(毛)에 한 개인숭배가 지배적이었으나 충

칭모델에서는 개인에 한 숭배를 찾아보기 힘들다. 문

화 혁명이 보편적 빈곤을 불러 온 반면 충칭모델은

공동 번 에 목적을 두고 있다. 또한 문화 혁명 시기

에는 사법체계가 무너져 혼란이 야기됐지만 충칭모델

은 오히려 사법의 힘을 빌려 사회정화를 이룩했다.

그렇다고 충칭모델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보시

라이가 충칭에 부임하면서 충칭모델이 각광 받기 시작

한 것은 리더 개인적 성향이 지 한 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북방 도시인 다롄에서의 행정 경험과

상무부 경력이 충칭의 외자 유치에 한몫 했음은 자명

하다. 세간의 우려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보시라이

가 충칭을 떠난다면 충칭모델의 유효기간도 종료될 것

이라는 걱정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최근 충칭시 공안국장 왕리쥔(王立軍)이 미국 사

관으로 망명을 신청한 사건이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

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최고위 지도층과 보시라이

서기 간의 갈등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보시라

이는 여전히 건재하다. 중국 정치판을 보는 외부의 편

협한 시각이 만들어 낸 착시 현상은 아닌지 짚어 봐야

할 일이다.

광둥모델과충칭모델, 시차에의한착시?

한편 광둥의 왕양 서기와 보시라이의 정치국상무위

진입을 두고 벌이는 각축의 일환으로 충칭모델을 광둥

모델과 비교하는 여론이 중국 내에서조차 분분하다. 아

이러니하게도 왕양은 광둥으로 부임하기 직전까지 바

로 충칭시의 서기를 역임했다. 경력을 중시하는 중국

관료 사회에서 전임자와 후임자 간의 암투나 경쟁의식

은 아무래도 미미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물며 민생 개선을 통한‘행복한 광둥’만들기와 같

은 왕양의 시정 방침은 충칭모델과 크게 다를 바가 없

다. 다만 광둥과 충칭의 경제 발전 단계가 상이해 현상

이 다르게 보일 뿐이다. 증상이 달라 다른 약을 처방할

뿐‘발전’이라는 명제는 결코 충칭과 광둥에서 다르

지 않다.

2000년 이후 중국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추진한 서부 개발계획(2000), 중부굴기계획(2004), 동북

노후공업기지진흥계획(2006) 등 일련의 개발정책은 개

혁개방 이후 동남 연해지역에서 시행돼왔던 개발 방식

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방식으로는 문

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물류 측면에서만 보더

라도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내륙지역은 근본적으로

경쟁에서 불리하다. 따라서 중국 내륙지역의 발전을 위

해서는 새로운 경제개발 모델이 필요하다. 그 안으로

충칭모델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력해 보인다. 충칭모

델은 중국이 내수 주도의 경제 성장 및 포용성 성장으

로 성장 방식의 전환을 꾀하는 중앙정부의 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

연해지역 선행선시(先行先試)의 발전 모델과 달리 충

칭모델은 기존 문제점에 한 응형 정책 위주로 이

뤄져 문제 해결에 보다 효과적이며, 실패에 따른 기회

비용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그렇다고 충칭모델이 불변

인 것은 아니다. 시 적, 지역적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

하게 변형된 제2, 제3의‘충칭모델’이 결국 중국의 미

래를 밝힐 것이다.

중국발전모델논쟁

이 만 용포스코경 연구소 연구위원 [email protected]

28 Chindia Journal 2012. 3.

중국의 개혁개방은 점(点)→선(線)→면(面) 방식으

로 점진적이고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우리에

게 잘 알려진 최초의 4개 경제특구(점)는 선전, 주하이,

산터우, 샤먼이다. 이 중 3개가 광둥성에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광둥성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니다. 당시 중국 정부가 외개방의 최초 시범기지로

광둥성을 지목한 것은 인접해 있던 홍콩과 마카오 등

화교 자본과 경 노하우를 흡수하여 경제 발전에 필

요한 자금을 조달하려는 데 있었다.

그리고 광둥성은 지난 30여년 동안 정부의 기 에 부

응해 현재 중국 최 수출기지로 자리잡았다. 2011년

광둥성 수출액이 중국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달한다. 광

둥성 인구가 중국 전체의 약 7.8%,

면적은 1.9%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

면 수출 비중이 상당히 높다. 외국

인직접투자(FDI) 유치도 실행 기준

으로 218억 달러에 달해 중국 전체

의 18.8%를 차지한다.

2000년 부터성장정체

광둥성의 제조업은 2000년 초

반까지는 생산성 측면에서 중국 전

체 평균을 상회했다. 하지만 수출

을 목표로 한 단순 가공업이 주를

이루었고 역내 산업 배치도 불합리

했기 때문에 2003년 이후 성장에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

다. 자원낭비, 환경오염 유발 및 부가가치 저하로 가공

업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되었고 노동자들의 임금 인

상으로 기업들의 채산성은 떨어졌다. 역내 경제 발전

격차도 확 되었다. 예를 들어, 광둥성은 주장삼각주와

이를 중심으로 동부, 북부, 서부 등 4 경제구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2007년 주장삼각주의 GDP 비중은 광

둥성 전체의 80%에 달했고 1인당 GDP는 다른 세 지역

의 4배에 달했다.

이외 성장 한계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중앙정부 개

발정책 중심 지역의 북상이다. 1990년 후반과 2000년

광둥성의 성장 정체, 성장통인가 한계인가?산업 고도화와 유연한 정치로 새로운 도전

Cover Story

광둥성 중국 광둥성/중국비중(%)

면적(만 ㎢ ) 17.8 960 1.9

인구(만 명) 10,505 134,735 7.8

GDP(억 달러) 8,360 74,841 11.2

1인당 GDP(달러) 7,958 5,555 -

물가CPI(%) 5.3 5.4 -

PPI(%) 3.7 6.0 -

실업률(%) 2.5 4.1 -

고정자산투자(억 위안) 16,933 311,022 5.4

소비재 판매(억 위안) 20,247 183,919 11.0

외무역(억 달러) 9,135 36,421 25.1

수출(억 달러) 5,319 18,986 28.0

수입(억 달러) 3,815 17,435 21.9

외국인직접투자(억 달러) 218 1,160 18.8

광둥성과 중국 경제지표 비교(2011년)

주: 위안화 환율(위안/달러) = 6.3009 적용(2011년 12월 말 기준)자료: 중국국가통계국(www.stats.gov.cn), 광둥통계정보망(www.gdstats.gov.cn)

2012. 3. Chindia Journal 29

에 창장삼각주 및 환발해만 등이 크게 개발되면서

광둥성은 상 적으로 발전이 둔화될 수밖에 없었고 많

은 인재들도 기회를 찾아 외부로 떠났다. 농민공들까지

타 지역으로 빠져 나가면서 농민공 부족 사태(민공황)

까지 발생했다. 광둥성은 바야흐로 중국 개혁개방의 아

이콘이라는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가 누적

되고 불거지자 2007년 12월 중앙정부는 당시 충칭시 당

서기를 맡고 있던 왕양(汪洋)을 광둥성 당서기로 파견

해 문제 해결을 기 한다.

왕양, 산업고도화프로젝트개시

왕양 당서기는 정치적 배경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현재의 위치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

이다.

1988년 34세 나이로 안후이성 퉁링

시장으로 부임하여 3년 동안 철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한 후 지역신문인

<퉁일일보>에‘잠에서 깨라, 퉁링(醒

來, 銅陵)’이라는 을 싣는다. 이 에

서 왕양은 퉁링시 경제가 낙후한 원인

을 개혁 의지 부재, 개방 관념 부족 등

5가지로 규정하면서 관련 데이터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개혁개방이 필수임을 과감하

게 호소했다. 이 은 중국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되었고 중앙정부의 주목을 받았다. 1992년 개혁개방의 필

요성을 역설한 덩샤오핑이 남순강화를 마치고 베이징으

로 복귀하는 길에 안후이성에 들러 젊은 왕양을 접견했

다. 이때부터 왕양은 중국 개혁개방의 새로운 별로 떠올

랐고 그 이후 중앙 정계에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광둥성에 부임한 왕양 당서기는 현지 조사를 거듭한

후 산업구조 고도화 발전전략을 수립한다. 2010년 9월

〈광둥성 현 산업체계 구축을 위한 총체 규획〉을 제정

해 지식서비스, 중공업, 하이테크, 현 농업, 인프라 및

전통산업 등 6 산업 발전의 세부 역까지 청사진을

제시했다. 중장기 목표는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에 근

접한 현 적인 산업구조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특히 광

둥성에서 가장 먼저 발전했던 주장삼각주 지역 범위를

홍콩, 마카오 및 주변 9개성(푸젠, 장시, 후난, 광둥, 광

시, 하이난, 스촨, 구이저우, 윈안)까지 확장해 범(泛)주

장삼각주로 통합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또한 주장삼각주 주변 지역으로 노동집약산업을 이

전해 균형 성장을 도모하고, 산업구조 개선을 위한 500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금융∙재정∙조세∙교육 분야

를 중점 지원하기로 했다. 2011~2015년간 150억 위안(약

22억 달러)의 투자를 단행하고, 기업들의 세제를 감면

하기로 했다. 금융기관의 융자 확 및 자본시장 참여

허용 등 금융개혁을 추진하며, 고학

력 전문인력 및 전문경 인 채용과

교육 등을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아

울러‘제조 광둥’에서‘창조 광둥’

으로의 전환을 도모하려 한다. 이를

위해 2012년까지 R&D 인력 30만 명

을 유치하고, 매출액 100억 위안(15

억 달러)의 하이테크 기업을 50개

육성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2020년 서비스산업의 비중을 현재의 46%에서 5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선진기업유치박차

이제 중장기 비전을 공유한 광둥성 정부와 지역사회는

중국 개혁개방의 개척자라는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목표

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특히 광둥성의 낙후된 산업구조

개선에는 선진기술과 경험 도입이 필수임을 강조하고

로벌 기업 투자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

의 일환으로 2011년 9월 29~30일에는‘광둥성과 로벌

500 기업의 합작 교류회’가 광저우에서 성 하게 열렸

다. 지멘스, 포스코, ABB 등 로벌 기업들의 경 층을

포함한 외국 기업가 400명과 중국 기업 및 협회 표

중국발전모델논쟁

광둥성의 중장기 목표는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현 적인 산업구조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200명,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광둥성 정부는 현재 로벌 기업들의 중국 지역 본

부를 우선 유치하고, 기존에 추진되던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필요한 행정철자를 최소화하

고 기업들에게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로벌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중앙정부 고위 인사들

의 해외 순방 기회까지 활용한다. 로벌 기업 입장에

서도 중앙정부의 담보가 보증되는 프로젝트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광둥성발전모델이과연중국의미래인가

2011년 광둥성의 1인당 GDP는 8천 달러에 근접했다.

이제 광둥성은 빈부격차 및 노사분쟁 급증 등 일본과

한국이 개발 과정에서 겪었던 성장통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실제로 현재 광둥성에는 농민공 시위

등 소요 사태가 많이 일어난다. 2011년 6월에는 광저우

정청시에서 농민공 1천여 명이 경찰차와 파출소를 공

격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임신 여성 농민공 노

점상에 한 정부의 과잉 단속이 발단이 되었다.

9월부터는 우칸촌에서 농민들이 3개월간 마을을 점령

한 채 시위를 벌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촌 관료들이

주민 공동소유의 토지를 개발업체에 몰래 팔아 넘기고 7

억 위안(약 1,245억 원) 이상을 착복한 사실에 분노가 폭

발한 것이다. 사태가 발생하자 광둥성 정부는 강제 진압

을 하기보다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관련자들을 엄벌했다. 주민들은 민주주의 방

식으로 자치위원회를 꾸려 정치 제도적으로도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직 토지보상 등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우칸촌

사태의 해결 방향은 향후 타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 사태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제 중국 정부가 민

중의 목소리를 함부로 묵과할 수 없는 시 를 맞이했다

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재 광둥성의 발전 모델은 지속 가능한 질적 성장,

친기업 성향, 민의에 기초한 유연한 정치로 변신하고

있다. 광둥성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광둥성은 소위 중진

국 함정이라 불리는 성장 정체를 뛰어 넘어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2 개혁개방의 효시가 되어 다른 지역으

로 널리 확산될 것이다.

왕양 당서기의 입지가 강화되는 등 지금까지 진행

상황으로 보았을 때 광둥성 발전 모델이 중국의 미래

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우리 기업들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1980년 후반과 1990년 초반에 현재 광둥성이 겪었

던 어려움을 경험했고 또한 잘 극복했기에 우리 기업

투자가 현지 사회의 환 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제부터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서 고차원의 비즈니스 기

회를 확보할 때가 되었다.

30 Chindia Journal 2012. 3.

Cover Story

김 창 도포스코경 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mail protected]

지식서비스

� 로벌기업 지역본부

�금융, 물류, 관광,

교육

�정보서비스

�엔터테인먼트

중공업

�자동차제조

�장비제조

�석유화학

�철강산업

�조선산업

하이테크산업

�전자정보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신소재

�친환경

�해양∙우주항공

전통산업

�가전

�식품가공

�방직

�제지

�건축자재

�유색금속

현 농업

�곡물재배

�원예산업

�현 목축∙수산∙

임업

�농산물가공 서비스

인프라

�에너지 생산 및 수송

�교통망 구축

�수로 확장

�수리∙관개 시설

건설

광둥성의 6 산업 발전 계획

자료: <광둥성 현 산업체계 구축을 위한 총체 규획> 2010년

2012. 3. Chindia Journal 31

중국발전모델논쟁

질주하는 중국 경제가 어느새 미국과 함께 G2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중

국이 언제 미국을 누르고 G1이 되느냐가 관심거리다.

중국은 비록 뒤늦게 출발했지만 지난 30여 년 동안 개

혁개방과 시장경제를 내걸고 초고속으로 성장해왔다.

중국토양에맞는모델을찾아

이런 놀라운 성과를 보면서, 어떤 사람들은 중국이

한국이나 일본의 발전 모델을 모방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해‘천만의 말 ’이라고 반박하는 사람이 있다.

오바마 미국 통령의 측근이며, 뉴스위크 편집장이자

CNN에 자신의 코너를 갖고 있는 인도 출신 자카리아

파리드다.

그는 오늘날 중국의 개혁개방을 한국이나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며, 역사상 전례를 찾

아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한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

발전 과정에서 자국 기업들에 경쟁력을 갖출 시간을

주기 위해 비교적 오랫동안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정

책을 추진하고 외국인직접투자를 최소화하는 산업 정

책을 펴면서 개방에 조심스러웠다는 것이다.

뒤늦게 출발한 개도국들은 보통 앞선 나라들의 발전

모델을 이것저것 모방해 가면서 그 뒤를 따라가는‘후

발자의 이익’을 누린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기왕의 어

느 발전 모델을 그 로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

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이 여느 국가와는 다른 수

많은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맞지 않는 기성복

에 몸을 끼워 넣을 수는 없다. 중국은 엄청난 인구와 방

한 면적만으로도 여느 나라들과는 판이하다. 거기에

지역마다 다양하고 특이한 언어와 문화 풍습, 그리고

수천 년 빛나던 봉건시 의 역사를 등에 지고 있다. 바

로 이런 점이 중국을 하나의 국가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문명으로 보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배경이다.

당초 중국공산당은 잿더미 속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들은 기적처럼 일궈낸 통일과 독립으로 새로운 모델

을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 선봉에 마오쩌둥이

있었다. 중국이 자신의 힘만으로 일어서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마오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의 협

력을 기 한 그의 간절한 손짓은 냉전의 현실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소

련과의 협력은 너무나 괴롭고 힘든 것이었다.

결국 그는 혁명의 성공으로 얻은 자신감을 밑천 삼

아‘ 중을 동원한 이상주의적인 발전 방식’을 발전 모

델로 채택했다. 그러나 20여 년 동안 이어진 인민공사,

약진, 문화혁명 등 인류 초유의 실험들은 낱낱이 참

혹한 실패로 끝났다. 비현실적인 실험이었다. 그가 세

상을 떠나 천안문의 초상화로 남게 되자, 그의 가까운

측근인 덩샤오핑이 뒤를 이었다.

그는‘마오쩌둥은 신이 아니다’고 외치며, 마오의

독특한 실험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렇다고 덩이 마오

와 완전히 단절한 것은 아니었다. 덩은 시장경제를 받

아들이는 과정에서 마오가 가장 아꼈던‘중국 토양에

맞는 독창성’을 전제로 삼았다. 마오건 덩이건 특이

중국의 발전 모델 논쟁, 시장경제 부작용에 주목지도부 교체 임박과 맞물려 논쟁 가열

한 중국에 맞는 특유의 옷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덩샤오핑이 선언한‘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시장

경제’속에서도 마오의 꿈은 천안문의 초상화와 함께

살아 남았다. 그리고 마오의‘비현실적이고 독창적인

실패’를 발판 삼아 덩은‘현실적이고 독창적인 성공’

을 일구어 냈다. 마오의 실패가 덩의 성공을 낳은 것

이다.

미∙중, 발전모델재점검에직면

덩샤오핑의 중국식 시장경제는 최근 미국에서 발발

한 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미국

경제는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99% 시위’에서

볼 수 있듯이 병색이 깊어지고, 신자유주의를 내세워

승승장구하던 미국 자본주의는 고개를 숙 다. 개혁파

는 오바마 정부가 목청만 높 지 월스트리트에 포위된

상태라고 비난한다.

이에 반하여 그동안 어둠 속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듯

조심스럽던 중국은 최근 스스럼없이 자신감을 내보이

며 미국식 시장경제에 하여‘우리가 옳았다’고 소리

치고 있다. 이른바 베이징 컨센서스가 워싱턴 컨센서스

를 압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승부를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자본주의

는 지난 200여 년의 호화로운 역사가 증명하듯이 위기

때마다 온갖 처방을 거치며 오히려 발전을 거듭해왔고,

최근 미국 경제는 로벌 금융위기 3년여 만에 미미하나

마 회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의‘99% 시

위’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위한 출발점인지도 모른다.

때마침 중국에서도 지금까지 질주해 온 발전 방식이

최선인가에 한 의심이 커지면서 중국식 발전 모델

을 둘러싸고 당내에서 논쟁 중이다. 많은 중국인들은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 이상으로 빈부 격차가 심각해

지고 부정부패가 일상화한다면 서방 자본주의와 뭐가

다른가?’라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동안 단한 성

장을 이룬 것도 사실이지만, 점차 심각해지는 성장의

부작용들을 이 로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만

만치 않다.

게다가 중국의 현재 발전 모델은 지나친 수출지향성

으로 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취약점을 안고 있다(실

상 우리나라의 외의존도는 중국보다도 훨씬 더 높

다). 사실 중국 경제는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 등 서방

경제에 기 어 발전해온 측면이 크다(이 점은 중국이

한국을 선배로 생각하는 목이다). 중국 경제가 의존

하는 거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고조되고 있는

부채 위기는 중국 경제에도 결코‘강 건너 불’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중국 경제 안팎의 사정을 감안할 때, 그

동안 의지해온 덩샤오핑식 발전 모델을 재점검할 시점

이 다가왔음은 분명하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은 모두 현재 각자의 발전 모델

에 한 재점검이 불가피하다. 양국이 다른 점이 있다

면,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은 시위를 통하여‘아래로부

터’, 중국은 중국공산당 내 지도부의 노선 투쟁을 통하

여‘위로부터’점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빵나누기와빵만들기

지금 중국에서 논쟁의 초점은 기존의 광둥(廣東)모델

과 이를 비판하고 나선‘충칭(重 )모델’에 맞추어져

있다. 전자가‘빵을 어떻게 크게 만들 것인가’에 주목

한다면, 후자는‘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더 관심

을 기울인다. 광둥은 앞서가는 동남부 연안을 표하는

지역인 반면, 충칭은 소외된 서부 내륙지역이다. 그렇

다고 두 모델이 치열하게 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 지도부가 지난 30여년 동안 이룩한 고속 성장을

놓고 벌이는 경제정책 조정을 위한 열띤 토론의 장이

열린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광둥모델’의 뿌리는 덩샤오핑이 광둥성을 중심으로

먼저 개혁개방을 실시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 시켜

나간 데서 유래한다. 덩이 주장한‘선부론(先富 )’에

따라 동부 연안지역을 우선 발전시키는 불균형 발전

32 Chindia Journal 2012. 3.

Cover Story

2012. 3. Chindia Journal 33

노선이 여기서 나왔다. 여기에 2007년부터 이른바‘광

둥모델’이라는 이름으로 광둥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은

사람은 광둥성 서기인 왕양(汪洋)이다. 광둥모델은 앞

서가던 광둥 경제가 설비 노후 등으로 활기를 잃어가

자 개혁과 경쟁, 효율을 강조하며 성장 동력을 살려 내

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에 하여 충칭모델은 현재 충칭시 당서기이며

‘태자당’으로 분류되는 보시라이(薄熙 )로 표되며,

당내 좌파를 앞세워 광둥모델을 비판한다. 이들은 그간

의 개혁개방이 공(功)도 있지만 과(過)도 있다는‘개혁

개방 공과론’을 내세운다. 개혁개방 이후 빈부격차, 도

농격차, 그리고 지역 불균형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이런 구조적 문제들이 부패, 부동산,

교육, 의료, 도덕과 이데올로기, 환경

등 여러 방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일

으키면서 중국공산당의 권위를 약화

시키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성

장의 부작용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

지 않을 경우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충칭모델은 덩의 선부론에 맞서

‘공부론(共同富裕)’을 내세운다. 공동 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자 조화사회를 실현하는 기초라는 것이다.

충칭모델에서 내세우는 안은 사회주의적 도덕과 공동

체 정신의 고양, 그리고 민생안정과 격차 해소를 위한 노

력이다.

지도부세 교체와발전모델논쟁맞물려

이 논쟁에 한 관심은 중국이 올 가을 제18차 당 전

국 표 회에서 10년 만에 지도부 인물 교체를 단행하

는 것과 맞물려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회에서 지

도부가 제5세 로 바뀌면서 당내 세력 판도에도 큰 변

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에서는 정치국 상무위

원 등을 놓고 치열하게 자리를 다투고, 다른 한편에서는

노선 투쟁의 성격을 띤 발전 모델 논쟁이 한창이다.

충칭모델을 옹호하는 세력으로는 올 가을 총서기로

올라설 시진핑과 장쩌민 전 총서기, 우방궈 현 전인

의장(국회의장) 등이 있으며, 광둥모델을 지지하는 세

력으로는 후진타오 현 총서기와 차오스 전 전인 상

임위원장, 그리고 차기 총리 리커창 등이 꼽힌다. 여기

에 상무위원 한 자리를 놓고 보시라이와 왕양의 경쟁

까지 겹쳐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초 시진핑의 미국 방문을 며칠

앞두고 보시라이의 측근이었던 충칭시 전 공안국장 왕

리쥔(王�軍)이 쓰촨성 청두에 있는 미국 총 사관으로

망명을 기도한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지도부 내 두 세

력 간의 힘겨루기가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미국은 시진핑의 미국 방문

을 의식하여 왕리쥔을 이틀 만에 곧

바로 중국 측에 넘겼다.

현재 논쟁 상황을 보면, 충칭모델

이 광둥모델에 공세를 취하는 양상

이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시

진핑과 보시라이가 속한 태자당과

좌파들이 올 가을 정권 교체를 앞두

고 비판의 상으로 떠오른 기존 노선과의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평한다. 우리가 유의할 것은 그동안 추상

적 공론에 빠져 오류를 범하던 좌파들이 충칭을 근거

로 그 현실적 실체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논쟁에서 보는 것처럼 중국공산당은 늘 권력투

쟁적 성격과 노선투쟁적 성격이 겹치는 현상을 반복해

왔다. 마오쩌둥 이래 치열한 노선 결정 과정을 그 로

닮은 전통이기도 하다. 이 전통이 G1으로 가는 중국 특

유의 방식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중국발전모델논쟁

미국과 중국은 모두 현재 각자

의 발전 모델에 한 재점검이

불가피하다.

한 광 수한광수중국연구소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