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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으로 물신주의를 돌파할 수 있을까?

▦ Can basic income break through

money fetishism?

노동물신주의? 그렇다면 화폐물신주의는 어떤가? Beyond work fetishism? Btw what about money fetishism?

기본소득의 이점은 단지 재분배를 통해 보다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노동(중독)사회와 소비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편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과연 물신주의적인 교환사회를 벗어나는 데에도 도움이 될까. 기본소득운동은 현물지급이 아닌 현금지급을 통해 소득의 재분배를 추구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의 현금 즉 화폐란 어떤 돈을 가리키는 것일까. 그것은 화폐를 너무나 중립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것 아닐까. 기본소득이 상상하는 화폐는 상품유통에서 사용되는 화폐 만을 순진하게 화폐로서 고려하는 것 아닐까. 자본주의적 화폐를 비판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기획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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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지급이 현물지급보다 좋을까 Money form-payment is better than paying in kind?

기본소득은 현물지급 대신 현금지급을 선호한다. 이러한 지급형태의 차이는 기본소득에 있어 중요한 것이다. 기본소득을 옹호하는 이들은 현금지급이 다음의 점에서 현물지급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이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1) 현물지급보다 단순하고 손쉬운 지급방식이다. 2) 꼭 필요한 양만 소비하게 하므로 소비를 줄인다. 3) 사회적 통제를 줄이고 개인들의 자율성을 존중할 수 있다.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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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생각하는 화폐란 무엇인가 What’s the money, supposed from basic income movement?

“모든 종류의 현금지급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서는 안되겠지만 화폐에 대한 비판은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이는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비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비판은 기본소득의 영역을 한참 벗어나 정치적 담론이다. 그렇더라도 기본소득에 대하여 논의할 때 한 부분으로 생각해 봐야 할 주제다. 기본소득은 일정 기간에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보조금 형태로 지급되기 때문에, 재화와 용역 교환을 매개하는 화폐 고유의 기능을 아주 잘 유지하게 해준다. 여기서 화폐는 축재나 그 어떤 투기도 불가능한 형태의 (순수한) 화폐를 뜻한다. ”

(B. 밀롱도, <조건 없이 기본 소득>, 바다출판사, p. 72) 4

보편적 상품권 Universal gift to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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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상품권으로서의 기본소득 basic income as universal gift-token

기본소득의 화폐에 대한 가정은 보편적인 상품권으로서의 화폐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적 화폐의 특성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 그것이 보편적인 상품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자본주의적 사회관계를 객관화하고 있기에 화폐 형태를 제한하고 폐지하지 않는 한 기본소득이 목표로 하는 비자본주의적 사회로의 이행은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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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는 그렇게 손쉽게 순수해질 수 있을까. 화폐는 순진무구한 것이 아닐 것이다. 화폐의 자본주의적 성격을 유념하지 않은 채 기본소득이 비자본주의적인 전환을 위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소박하고 허술한 생각이다. 그러므로 기본소득은 화폐를 사용하되 그것의 자본주의적 성격을 제한하는 데도 역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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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급형태인 현금 즉 화폐에 주의해야 하는가? 가치형태로서의 화폐형태 money form as value form

“다른 것은 몰라도 상품이 그 사용가치의 다양한 현물형태와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그들 공통의 가치형태-화폐형태-

를 지니고 있음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수행해야 할 하나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그것은 부르주아 경제학에서는 한 번도 시도된 바가 없는 것으로, 바로 이 화폐형태의 발생과정을 논증한 것인데, 이는 곧 눈에 띄지 않는 가장 단순한 형태부터 극도로 현란한 화폐형태에

이르기까지 상품의 가치관계에 함축되어 있는 가치표현의 발전과정을 추적하는 일이다. 이 작업을 해냄으로써 우리는

동시에 화폐의 수수께끼도 풀게 될 것이다.”

(K. 마르크스, 『자본 I-1』, p. 104.) 8


“Everyone knows, if nothing else, that commodities have a common value-form which contrasts in the most striking manner with the motley natural forms of their use-values. I refer to the money-form. Now, however, we have to perform a task never even attempted by bourgeois economics. That is, we have to show the origin of this money-form, we have to trace the development of the expression of value contained, in the value-relation of commodities from its simplest, almost imperceptible outline to the, dazzling money-form. When this has been done, the mystery of money will immediately disappear.”

(K. Marx, Capital, Vol. 1., p. 139.) 9


여기에서 마르크스는 화폐가 상품생산이 발달한 사회에서 외부로부터 도입되어야 하는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상품 간의 교환을 돕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화폐는 상품이라는 가치형태를 갖기 위해 처음부터 전제되어야 한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상품소유자는 “생각하기에 앞서 벌써 행동을 한” 사람이다. 화폐를 통해 가치로서 스스로를 나타낼 수 없을 때 상품은 서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따라서 나쁜 화폐를 제거하고 착한 상품들끼리 오손도손 교환될 수 있는 세계란 자본주의에서 불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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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태들이야말로(가치형태) 부르주아 경제학의 범주를 이룬다. 이 형태들이야말로 상품생산이라는, 일정한 역사적 성격을 지니는 이 사회적 생산양식의 생산관계에 대해서 사회적 타당성을 갖는 객관적 사유형태이다. 그러므로 상품세계의 모든 신비, 즉 상품생산의 기초 위에서 노동생산물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마법과 요술은 우리가 다른 생산양식으로 옮아가는 즉시 곧바로 사라져 버린다.”

(K. 마르크스, 『자본 I-1』, p.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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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tegories of bourgeois economy consist of such like forms. They are forms of thought expressing with social validity the conditions and relations of a definite, historically determined mode of production, viz., the production of commodities. The whole mystery of commodities, all the magic and necromancy that surrounds the products of labour as long as they take the form of commodities, vanishes therefore, so soon as we come to other forms of production.”

K. Marx, Capital, Vol. 1., p.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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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화폐는 단순히 경제적인 범주가 아니라는 점 역시 유의하여야 한다. 기본소득운동은 보다 평등한 생존의 기회를 여는 운동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문화적 규범을 구성하고 그에 따른 삶의 실천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화폐에 더욱 유의하여야 한다. 경제생활의 세계를 벗어난다고 해서 화폐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폐는 사회관계를 물화시키면서 모든 곳에서 삶을 사로잡는다. 이미 보았듯이 마르크스는 상품, 화폐, 추상적(사회적) 노동이 객관적 사유형태임을 역설한다. 뒤에서 볼 것처럼 화폐는 이자, 지대, 임금과 같은 소득형태를 통해 “일상생활의 종교”를 만들어낸다. 특히 금융화(financialization) 이후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세상의 부가 이자나 지대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물신주의의 가장 사악한 형태가 판을 치고 있다. 13


“자본-이윤 혹은 더 엄밀하게는 자본-이자, 토지-지대, 노동-임금(즉 가치와 부 일반의 성분들과 그것들의 원천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이 경제적 삼위일체 정식)에서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신비화, 사회적 관계의 물화, 물질적 생산관계와 그것의 역사적·사회적 규정성의 직접적인 결합이 완성되어 있다. 그것은 마법에 걸려 전도되고 거꾸로 선 세계이며, 거기에서는 무슈 르 카피탈(Monsieur le Capital)과 마담 라 테르(Madame la Terre)(자본씨와 토지부인-옮긴이)가 사회적 등장인물로서 괴상한 춤을 추고 있다. 이런 잘못된 외관과 기만, 각기 다른 부의 사회적 요소들 간의 독립화와 화석화, 물적 존재의 인격화와 생산관계의 물화, 일상생활의 종교-이런 모든 것들을 해소한 것이 바로 고전파 경제학의 위대한 공적이다”

(K. Marx,『자본 III-2』, pp. 11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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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tal-profit (or better still capital-interest), land-ground-rent, labour-wages, this economic trinity as the connection between the components of value and wealth in general and its sources, completes the mystification of the capitalist mode of production, the reification of social relations, and the immediate coalescence of the material relations of production with their historical and social specificity : the bewitched, distorted and upside-down world haunted by Monsieur Ie Capital and Madame la Terre, who are at the same time social characters and mere things. It is the great merit of classical economics to have dissolved this false appearance and deception, this autonomization and ossification of the different social elements of wealth vis-a.-vis one another, this personification of things and reification of the relations of production, this religion of everyday life, by reducing interest to a part of profit and rent to the surplus above the average profit, so that they both coincide in surplus-value .”

K. Marx, Capital, Vol. 3. p. 969. 15


자본주의에서 화폐는 일차적으로 자본이다. 마르크스의 자본에 관한 가장 간단한 정식은 더 많은 가치를 낳는 돈이 자본이라는 것이다. 마르크스를 쫓아 우리는 화폐로서의 화폐와 자본으로서의 화폐를 구별할 것이다. 그것은 매매를 순조롭게 돕는 화폐가 아니라 자기증식하는 가치의 사회적 화신으로서의 화폐에 관심을 쏟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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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유통

• C(Commodity, 상품) →M(Money, 화폐)→ C(Commodity, 상품)

C M C

상품유통의 목적은 사용가치를 얻는 것. 어떤 상품은 화폐로 교환된 뒤 그 화폐를 가진 사람이 원하는 상품, 즉 특정한 사용가치를 가진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목적을 위하여 이뤄진다. 그리고 이는 기본소득운동이 생각하는 세계이다. 17

화폐유통

M C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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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유통

M C M’(M+∆M

“이 과정의 정확한 형태는 M-C-M’이고, M’=M+∆M, 즉 ‘처음 투하된 화폐액+일정 증가분’이 된다. 이 증가분(또는 처음의 가치 이상의 초과분)을 나는 잉여가치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처음 투하된 가치는 유통을 통해서 단지 자신을 그대로 보존할 뿐만 아니라 그 유통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크기를 변화시키고 잉여가치를 덧붙인다. 다시 말해 스스로 가치를 증식한다(verwerten/valorize). 그리하여 이 운동은 가치를 자본으로 전화시킨다.” (K. 마르크스, 『자본 I-1』, p.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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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로서의 화폐, 자본으로서의 화폐 money as money vs. money as capital

보편적 상품으로서의 화폐는 그것이 보편적인 구매능력을 가지고 있고 일반적인 회계 단위로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넘어 바로 그것이 자본유통의 형태를 취할 수 있다는 점 자체에 있을 것이다. 상품의 조화롭고 평화로운 교환을 매개하는 수단으로서의 화폐란 자본주의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M-C-M’ M=Money, C=Commodity, M’=M+∆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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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물신주의인가 Why fetishism?

기본소득운동은 노동중독사회의 폐해를 우려한다.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하여 삶을 살아가는 것보다 일에 더 신경을 쓰는 세상은 나쁘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도록 몰고 가는 소비중독 역시 나쁘다. 우리는 소외된 욕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만 이는 단순히 사고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주관적으로 생각하기에 앞서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화폐는 그런 점에서 가장 탁월한 ‘객관적 사고 형태’인 셈이다. 그것은 나의 의도적인 의식과 상관없이, 나를 대신해 사고하고 상상하는 객관화된 사고이다. 그러므로 화폐를 독성 없는 유통수단으로서 길들이는 일은 상품생산을 폐지하기 위한 노력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화폐는 상품끼리의 교환을 돕는 수단이 아니라 화폐가 있기에 노동생산물은 상품이란 형태를 취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본소득운동은 생산의 급진적 사회화를 위한 노력 없이 이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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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사회와 화폐 Exchange society and money

“선험적 주체는 이데올로기의 극단적 한계 사례로서

진리에 밀접히 접근한다. 선험적 보편성은 결코 자아의 나르시시즘적 자기 숭배나 자아의 자율성에 대한 망상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의 현실성은 등가교환의 원칙을 통해 관철되고 영속화되는 지배관계에 있다. 철학이 찬양하는 추상과정, 즉 인식하는 주체만이 가지고 있다는

추상과정은 실제의 교환사회에서 전개된다.”

(Th. W. 아도르노, <부정변증법>, p.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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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hange society and money

“As the extreme borderline case of ideology, the transcendental subject comes close to truth. The transcendental generality is no mere narcissist self-exaltation of the I, not the hubris of an autonomy of the I. Its reality lies in the domination that prevails and perpetuates itself by means of the principle of equivalence. The process of abstraction—which philosophy transfigures, and which it ascribes to the knowing subject alone—is taking place in the factual exchange society.”

(Th. W. Adorno, Negative Dialectics, p. 178) 23

기본소득으로 삶의 화폐화에 맞서자 Against monetization of life with basic income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29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가계부채가 1223조7000억원으로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역대 최대 규모"라며 "서민들은 빚쟁이로 전락하고 소비하락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건전성 양호만 외치고 있다"며 선제적 대응을 철저히 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 의원은 "정부는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가계 빚 증가가 원리금 상환 불능으로 이어져 돈을 빌려 준 금융회사가 부실화될 위험은 적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중 주택마련이 전체의 41.9%였고, 사업자금 마련에 사용된 비율이 22.8%로 50세 이상은 3명 중 1명이 사업자금 마련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언주 의원은 "2015년 4·4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샌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4%로 주요 신흥국(16개) 평균 33.1%에 비해 2.7배나 높은 만큼, 주요 신흥국에 비해 경제상황이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런 류의 신문기사를 우리는 매일 읽다시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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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으로 삶의 화폐화에 맞서자 Against monetization of life with basic income

금융화 이후 삶은 점차 화폐화되고 있다. 근로소득이 축소되자 노동자계급과 민중은 자신들의 부의 원천인 자산의 가치를 믿는다. 그들은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를 위해 대출을 받는다. 나아가 다양한 신용형태를 통해 생존에 필요한 화폐소득을 보충한다. 이러한 금융화에 맞서지 않는 한, 기본소득 운동은 점차 화폐화되어가는 일상생활의 논리에 맞서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더욱 물신주의에 종속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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