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
78 2010년 봄호

kssi.jinbo.netkssi.jinbo.net/maybbs/pds/kssi/view/동향과전망78호.pdf · 2010-06-03 · 동향과 전망 2010년 봄 통권 78호 발행인 박영률 편집인 박영호 동향과

  • Upload
    others

  • View
    1

  • Download
    0

Embed Size (px)

Citation preview

  • 782010년 봄호

  • 동향과 전망 2010년 봄 통권 78호

    발행인 박영률

    편집인 박영호

    동향과 전망 편집위원회

    편집위원장 전병유(한신대, [email protected])

    편집위원 김용현(동국대) 김종엽(한신대) 남궁곤(이화여대) 남기곤(한밭대) 박준식(한림대)

    석재은(한림대) 송위진(과학기술정책연구원) 양문수(북한대학원대학교) 오유석(성공회대)

    유철규(성공회대) 이건범(한신대학교) 이남주(성공회대) 이영희(가톨릭대) 이인재(한신대)

    이일영(한신대) 장홍근(직업능력개발원) 전창환(한신대) 정건화(한신대) 정해구(성공회대)

    조석곤(상지대) 조형제(울산대) 조효래(창원대) 홍석준(목포대) 홍장표(부경대)

    발 행 일 2010년 2월 1일

    등록번호 제1-2136호

    출판등록 1997년 2월 13일

    박영률출판사([email protected])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7474-001

    팩스 02-736-5047

    지식재산권

    이 책의 지식재산권은 한국사회과학연구회와 박영률출판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과 형식을

    사용하려면 지식재산권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저자, 편집위원장, 출판사에게 전

    자우편으로 물어주십시오.

  • 편집자의 글  3

    편집자의 글  

    새해 벽두부터 세종시 문제로 한국 사회가 또 한 번 갈등의 파고를 넘

    어야 할 것 같다. 각 정치 진영들은 세종시 문제의 산법에 바쁘고, 서울

    과 지방의 시민들은 의도하지 않게 서로 다른 입장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지역’은 우리 사회가 피해갈 수 없는 화두이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매번 선거 때마다 ‘지역’이 다른 모든 쟁점들을 압

    도해 버리는 데 허탈해하고, ‘지역’ 때문에(?) 판이 갈리고 진영이 균

    열·분열되는 경험을 하였다. 노무현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은 한국 사

    회에 던져 놓은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였다. 그럼에도 이른바 민주개혁

    진영과 진보 진영은 ‘지역’의 의제에 대해서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균형발

    전이라는 담론과 대안 이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 사회에서의 ‘지역’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

    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과제로 하여 특집을 꾸리고자 하였다.

    ‘지역’ 문제는 계층이나 세대, 인종 등의 문제와 달리 워낙 다양한 맥락

    과 쟁점들이 작용하는 범주이며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단위이기 때문에 특집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

    는 지역 문제와 관련해서 풀뿌리의 현장을 의미하는 지역이 아니라 한

    국 사회에서의 담론의 한 지형으로서, 한국 경제의 발전 모델의 한 축

    으로서 가지는 의미에 집중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에

    다가선다고 하더라도 포괄해야 하는 쟁점과 논의 주제가 워낙 많은 것

    이 사실이다. 이번 호에서는 ‘지역’ 의제에 대한 시론적이고 실험적인

    접근의 차원에서 네 개의 논문을 특집으로 꾸렸다. 한국경제의 발전

    모델에서, 산업정책에서, 금융정책에서, 그리고 교육정책에서 ‘지역’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를 다룬 논문들로 구성하였다.

  • 4  동향과 전망 78호

    먼저 정준호는 지역에 관한 주류 담론을 비판하고 ‘지역’이 진보의 화

    두가 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였다. 지역의 핵심적 문제는 지역 간 자원

    배분과 과밀의 문제이고, 기존 주류 담론은 자원의 이동과 조세를 통한

    외부성으로 해결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지

    역의 문제 자체가 없는 것처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주류 이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직접과 집중의 외부효과가 존재하

    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수도권 일극 집적·집중의 경제는 경제

    구조의 다양성을 해체함으로써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한 경제구조로 만

    들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성장정책은 지역정책으로 가져가야

    하고, 중앙정책은 지역 간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바른 정책 방향이라는

    것이다. 지식과 기술의 외부성을 활용하는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경제

    의 다핵구조와 다양한 지역경제 단위를 형성하는 것이 장기적이고 안

    정적인 경제성장에 필수적이라고 본다. 여기서 다핵구조 경제의 핵심

    은 중소도시 간 네트워크로서의 광역권 경제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광역-다핵경제권의 형성에서 핵심적인 것은 지역경제의 형성

    에 중견기업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김석현의 논문은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노무현 정부의 지역 산업정책을 세계적인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노무현 정부

    의 지역산업정책의 한계와 문제는 사전적 측면에서의 신산업지(클러

    스터론)에의 과도한 경도, 국가 차원과 지역 차원의 의제와 해당 주체

    의 역할의 불명확한 구분과 책임소재가, 지역산업 정책의 양과 비중에

    도 불구하고 그 성과가 불투명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

    역의 산업정책의 방향은 국가에 의한 클러스터의 공급이 아니라 기술

    기반중견기업 중심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사후적으로 클러스

    터가 자발적으로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역 단위의 공간정책 형성을 통해 장인적·지연적 지역 산업 형성도

    지역경제 형성에서 핵심적인 산업정책의 내용이 된다고 보고 있으며,

    또한 지역 에너지 공급 산업의 지역화를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 편집자의 글  5

    한 국가는 소수 전략적 생산 부문의 육성에 집중하는 반면, 지방정부는

    미시적 산업 육성의 책임과 권한을 맡는 산업정책의 분권화가 필요하

    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건범의 논문은 지역경제 형성에서 지역금융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논증하고 있다. 경제성장에 중소기업이 중요하고, 지역경제는 중소기

    업경제이며, 중소기업경제에는 지역금융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경제

    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역금융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은 대면관계가 중요하고 지역금융은 지역 중소기업 대출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금융개혁에서 전혀 관료들의 시야 밖에 나 있는 지역금융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며 관계금융에서 일국 내 지역금융의 관리 방법

    을 개발하는 것을 정책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이일영의 논문은 지역이 교육 개혁의 중요한 장임을 강조하고 있

    다. 한국의 교육문제에 대하여 시장주의적 접근과 국가주의적 접근이

    존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교육은 시장과 국가의 중

    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은 교육의 계약당사자 중 하나

    이며, 경제·산업의 발전과 교육관료제의 해체를 위해서 지역 단위에서

    의 교육개혁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정책 모델로 지역

    수준에서의 교육거버넌스 구조의 형성, 동아시아로 열린 교육모델, 학

    문간 경계를 뛰어넘는 자유 교양교육의 중요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국가’ 차원이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의 성공 사례를 보

    여주는 논문들도 동시에 제출되었다. 강현수의 논문은 낮은 소득 수준

    에도 불구하고 높은 사회적 성취를 보여주는 지역사례로서 인도 케랄

    라의 급진적 개혁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인도 케랄라에서는 이른바

    “분권 계획을 위한 인민 캠페인”으로 지역 발전을 위한 계획 과정에 주

    민들을 직접 참여시키는 모델을 보여주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기호 논문은 동아시아에서의 지역 수준의 시민사회 구상이 국가 구상

    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사례와 담론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동북아

    지역은 국가 담론이 강한 전통 하에서 개인 간 교류에 기초한 시민사회

  • 6  동향과 전망 78호

    교류가 억제되어 왔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국경을 넘는 시민사회 간

    교류가 동아시아 지역의 역사, 환경, 평화 영역에서 활성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기호는 이러한 개인과 단체 그리고 로컬의 활동이

    국가를 인정하면서 국가를 넘어서는 ‘지역’ 구상으로, 20세기 근대국가

    패러다임과 다른 시민사회 패러다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반논문으로서 이남주의 글은 1950년대 중국에서 마오쩌둥

    에 의한 신민주주의 폐기 과정을 분석하였다. 신민주주의론의 폐기는

    사회경제적 변화의 결과인 동시에 정책적 급진주의적 정책 오류에 기

    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전창환의 글은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미국정부의 대응을 FRB의 긴급유동성 지원 정책과 미국 재무부의 공

    적자금 투입 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았고, 오바마 정부의 금융개혁정

    책으로 금융안정화 정책과 금융규제개혁 정책을 검토하였다.

    이번 호에서 ‘지역’을 본격적으로 다루고자 했으나 아직 많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지역’ 관련된 많은 시각과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 지역 문제를 보는 방법과 대응 양식에

    대한 민주개혁 진영의 논의가 좀 더 풍부해지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0년 1월 10일

    전병유(편집위원장)

  • 차례

    3 편집자의 글

    특집 • 지역을 다시 생각한다9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정준호

    50 지역의 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

    김석현

    89 지역경제 성장을 위한 지역금융의 역할

    이건범

    118 교육은 어떻게 지역을 만드는가:

    한국형 교육개혁 시론

    이일영

    일반논문

    148 인도 케랄라의 급진적 개혁을 통한 지역 발전 사례

    강현수

    183 동아시아 시민사회 지역구상에 대한 고찰

    이기호

    215 마오쩌둥 시기 급진주의의 기원:

    신민주주의론의 폐기와 그 함의

    이남주

    250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와 오바마 정부의 새로운 뉴딜?:

    금융안정화 및 금융규제 개혁정책을 중심으로

    전창환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9

    [email protected]

    특집【 지역을 다시 생각한다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정준호❉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조교수

    1. 서론

    한국에서 지역문제는 여전히 화두거리이다. 최근에 논란이 증폭되는

    행정복합도시 건설사업이나 4대강 정비사업 등은 사실상 직·간접적

    으로 지역개발 의제와 맞닿아 있다. 지역은 계급·계층과 달리 수평적

    인 다양한 개인들을 엮어 내어 정치적 동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슈에

    따라 진보의 깃발이 될 수도 있고 보수의 아성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직적인 차원의 부와 기회의 불평등을 시정하려는 계급·계

    층적인 의제가 지역의제에 질식당할 수도 있다(박상훈, 2009).

    한국사회에서는 영호남 대립으로 지역문제가 망국의 고질병으로 인식

    되어 오다 최근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대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

    다. 특히 세계화의 효과에 따른 입지경쟁의 강요, 지방자치제의 도입에

    따른 단기 실적주의 득세, 지나친 성장담론의 위세 등으로 거의 모든

    지역은 지역개발사업에 매진하게 되어 토목과 건설현장의 아수라장이

    되어 가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학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됐

  • 10  동향과 전망 78호

    던 지방자치는 지방 토호세력의 경연장이 되었으며, 내발적인 혁신능

    력의 배양 또한 먼 훗날의 이야기꺼리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염두에 두고서 본고는 경제적 관점에서 지역문제에 관

    한 이론적, 경험적, 그리고 정책적 담론지형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특히 풀뿌리에 기반한 지역문제보다는 거시적인 차원의 지역 간 격차

    와 공간분포에 대한 정교한 주류 경제담론의 비판적 검토를 통해 지역

    문제가 계급·계층문제와 상호침투하면서 여전히 진보의 화두가 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2장에서 지역발전론에 대한 신고전파의 신성장이론, 내생적 성장론,

    그리고 신경제지리학에 대한 검토를 통해 이들 이론들이 지역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상 지역개념이 실종되어 결국은 주류의 일반적 결

    론으로 회귀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3장에서 지역격차에 대한 실증적

    자료를 시·도와 시·군·구 단위에서 제시하고 이와 관련한 주류 해

    석을 소개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한국의 공간구조가 산업의

    입지요구량에 따라 계층적으로 구조화될 수 있다는, 주류 해석과는 상

    이한 해석을 제시한다. 4장에서는 지역정책에 대한 담론지형을 소개하

    고 본래적인 의미의 지역정책이 퇴색되거나 실종되는 단면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5장과 6장에서는 시론적 입장에서 지

    역문제에 대한 대안적 프레임의 구성을 위한 몇 가지 방향들을 제시하

    고 결론을 맺고자 한다.

    2. 지역문제에 대한 주류 경제담론

    주류의 경제담론에서 지역문제는 지역 간의 자원배분과 특정지역의 과

    밀문제로 요약될 수 있다(김광호, 2008). 즉, 국민경제의 효율성의 관

    점에서 전자는 자원이동성, 특히 노동이동성의 제고를 통해, 그리고 후

    자는 외부효과의 내부화, 예를 들면 조세부과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11

    주장한다. 이처럼 주류 경제담론은 지역문제를 효율성과 형평성이라

    는 기존의 프레임에서 이해한다. 이러한 프레임에서 인식된 지역문제

    는 무엇을 의미하고 그것의 담론적 효과는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

    은 유의미하다. 지역문제에 대한 대표적인 경제담론들, 즉 신성장이론,

    내생적 성장이론, 그리고 신경제지리학(또는 지리경제학)의 담론구조

    를 살펴보고, 지역문제에 대한 함의와 그 효과에 대해 논의한다.

    1) 신고전파의 신성장이론: 일시적인 조정과정으로서의 지역문제

    주류 경제담론의 핵심적 지위를 차지하는 신고전파 입장에 따르면 지역

    문제, 즉 지역격차는 균형상태로 가기 위한 일시적인 조정과정에 불과

    하다. 국민국가 내에서 시장기제가 원활히 작동만 한다면 지역 간의 소

    득은 수렴한다는 것이다(Borts & Stein, 1964; Barro & Sala-i-Martin,

    1995). 이는 기본적으로 개별지역의 특수한 성장조건보다 일국 내 지

    역경제 시스템의 장기 진화과정에 초점을 둔다.

    신고전파 성장론은 수확체감(또는 불변), 완전경쟁, 자족성(self-suffi-

    ciency)의 패러다임에 기초하고 있다. 자본과 노동에 대한 수확체감을

    가정하기 때문에 저성장국의 자본의 한계생산성과 수익률은 고성장국

    의 그것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저성장국은 고성장국을 장

    기적으로 추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스완-솔로우(Swan-Solow)

    유형의 성장론을 지역에 적용한 것이 바로 신성장이론이다(Barro &

    Sala-i-Martin, 1995).

    배로와 살라이마틴(Barro & Sala-i-Martin, 1995)은 일국 내 지역 간

    에는 구조적, 기술적, 제도적, 사회적 특성의 차이가 국가 간의 경우보

    다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신고전파의 성장수렴 가설이 지역 차원에

    서 더욱 더 적실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일국 내 상이한 지역은 유사한

    기술, 제도, 취향 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β수렴[1인당 지

    역 소득 증가율과 초기 소득수준 간의 관계가 부(-)]이 나타날 수 있

  • 12  동향과 전망 78호

    다고 가정하였다. 더욱이 이들은 국가보다 지역 차원에서는 요소이동

    성의 문제가 덜하고 법적, 문화적, 언어적, 제도적 장벽이 심하지 않다

    고 생각하였다. 스완-솔로우 유형의 성장론을 지역에 적용시킨 이들

    의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미국, 일본, 유럽 8개국(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스페인), 캐나다에서 지역 간 1인

    당 소득의 β수렴이 발생하고, 지역 간 소득수준의 격차도 감소한다는

    것(δ수렴)을 밝혀내었다. 하지만 β의 수렴속도는 연간 약 2% 내외에

    불과하여 예상치보다 매우 낮았다. 이는 지역 간 소득격차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약 35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지역 간 β수렴가

    설의 한국지역에 대한 최근의 경험적 연구는 선진국의 그것과 큰 차이는

    없다. 왕현근(2006)은 1985∼2004년 기간 3.2%, 최윤기 외(2007)는

    1990∼2005년 기간 2.7%, 그리고 김종일(2008)은 1975∼2005년 기

    간에 약 2% 속도로 β수렴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1)

    이러한 신고전파 신성장이론은 지역문제를 다루는 데 몇 가지 문제점

    들을 가지고 있다. 쿠아(Quah, 1993)가 적절히 지적하고 있듯이, 성

    장회귀모형은 성장추세들을 평균화함으로써 개별지역의 성장은 그 자

    체 조건과 관련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실제로는 지역마다 상이한 수렴

    의 격차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지역에 동일한 수렴과정이 존재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에 따라 지역수준에서도 조건부 β수렴 현

    상이 발생하고(Evans & Karras, 1996), 공간적 자기상관이 일어날 가

    능성(Quah, 1993)이 있음을 고려하지 못한다.

    β수렴 모형은 지역격차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

    도 하지 못하고 단지 그러한 격차가 있거나 그것이 줄어든다고 기술하

    고 있을 뿐이다. 특히 β수렴의 속도가 매우 완만하다는 것은 기존의 신

    고전파 성장론의 적실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자본과 노동의 수확체감 현상이 발생하지 않거나 너무 완만히 진행되

    거나, 아니면 자본, 노동, 기술의 지역 간 파급효과가 기대치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는 지역성장의 내생적인 효과가 존재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13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Martin & Sunley, 1998).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흐름, 노동이동, 기술의 확산효과 등의 상대적 중요성에 대한 논의

    가 배제되고 사회공간적인 불균형 문제와 지역후생에 대한 논점이 이

    들 논의에서 사라지고 있다. 예를 들면, 지역성장의 공간적 군집화는

    자본, 노동, 기술, 기타요소들의 성장 파급효과가 지리적으로 국지화되

    고, 이는 다시 지역 간 격차의 확대를 의미한다(Quah, 1993).

    성장회귀모형은 기본적으로 점근적(asymptotic) 균형을 가정하기 때문

    에 지역 간 수렴의 반전(reversal)을 내생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성장

    의 주기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암스트롱(Armstrong,

    1995)은 미국, 유럽, 호주에 대한 경험연구를 통해 시기별로 수렴속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성장수렴이 경기주기에 따라 변

    동하여 호황기에는 지역 간 격차가 완화되지만 불황기에는 지역 간 격차

    가 확대되었다. 반면, 배로와 살라이마틴(Barro & Sala-i-Martin, 1995)

    은 1970년대 후반 이후 수렴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를 외부충격, 예를 들면, 오일쇼크,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정책, 1980년

    대 동경의 고도성장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이러한 수렴 반전이 지역

    성장에 대한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변화를 의미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제기되지 않는다.

    신고전파의 성장모형은 지역의 동질성 가정을 암묵적으로 깔고 있다.

    지역 간 생산요소의 이동성을 저해하는 각종 정치, 사회, 문화, 언어적

    장벽 등이 지역 간의 격차를 야기한다. 이러한 비경제적인 장벽으로

    인해 지역격차가 발생할 경우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정책 개입은 정당화

    될 수 있지만, 경제 논리로 지역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

    다는 것이다(김종일, 2008). 따라서 신고전파 논리에 의거할 경우 지

    역문제는 여전히 잔여적인 범주, 제거되어야 할 그 무엇으로 규정된다.

    시장기제의 작동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비공간적인 일반 경제정책들이

    일국 내에서 제대로 구사되기만 한다면 경제적 관점에서 지역문제는

    사라지고, 그 대신에 사회, 문화, 정치, 행정차원의 문제들로 축소될 수

  • 14  동향과 전망 78호

    있는 것이다(World Bank, 2009).

    2) 내생적 성장론: 수확체증의 공간적 국지화로서의 지역문제

    신고전파 성장모형은 전술한 바와 같이 요소의 이동성, 규모에 대한 수

    확불변, 지역 간 동질성 가정을 토대로 장기적으로 지역 간 경제적 격

    차는 수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생적 발전론은 외부효과에

    의한 수확체증을 가정하여 저축률과 기술발전이 내생변수로 생산함수

    에 반영되고, 인적자본의 역할이 조명되어 지역 간의 경제적 격차는 수

    렴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Romer, 1986). 내생적 성장론은 기본적으

    로 생산요소들의 이동성보다는 이들의 축적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성장이론과 다르다.

    내생적 성장론은 수확체증의 논리를 수용하고, 이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불완전 시장경쟁구조를 가정한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외부경제를 창

    출하는 요인으로서 자본투자와 관련된 실행에 의한 학습과 그것의 파

    급효과, 인적자본의 축적, 기술변화, 지식의 확산효과를 강조한다. 실

    행에 의한 학습, 지식의 확산효과 등을 통해 기술은 일반 공공재가 될

    수 있다(Romer, 1986). 기술진보와 경제성장은 연구개발 투자와 인적

    자본 축적의 결과물로 이것들은 물리적 자본과 노동의 생산성을 제고

    시키고 확산효과를 야기한다. 또한 불완전경쟁 하에서 각종 혁신들은

    다른 기업의 중간 투입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을 제고시

    킬 수 있다. 기술이전을 가정하면 내생적 성장모형은 조건부 수렴의

    패턴을 쫓아간다. 따라서 국가 간 또는 지역 간의 교역 증진은 기술진

    보와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Romer, 1991).

    지역 차원에서 내생적 성장론의 함의는 인적자본의 축적, 기술혁신, 지

    식의 확산효과가 전역적으로(globally)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국지적

    으로(locally) 발생한다는 점이다(Martin & Sunley, 1998). 이는 지역

    성장의 누적적 인과과정과 이에 따른 경로의존성의 의미를 다시금 성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15

    찰케 하고 산업특화의 잠금(lock-in)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것

    이 자기강화적인 과정을 통해 형성되므로 지역 간 격차와 경제성장의

    비수렴은 시장기제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된다. 덜러프(Durlauf,

    1994)가 잘 지적하고 있듯이, 외부효과에 따른 수확체증의 공간적 확

    산효과는 대부분 인근지역에 국한된다.2) 따라서 인적자본에 대한 투

    자는 지역특수적인 공공재가 된다. 내생적 성장모형에서는 외부효과

    와 확산효과가 지역과 산업부문 간에 이동가능하다고 가정하지만, 실

    상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일국 내에서 동일한 산업기반을 가지고 있

    더라도 산업기술의 지역 간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내생적 성장론은 기본적으로 수학적 모형화를 추구하고 미시적 토대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성장에서 제도와 역사의 역할을 과소평가

    하고 있으며, 1980년대 이후의 지역 간의 비수렴 현상이 구조적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인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 그리고 지역 비수렴

    현상의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는다(Martin & Sunley,

    1998). 또한 외부효과와 확산효과를 기술진보와 성장률에만 관련시키

    고 이러한 과정의 성장경로를 추적하지 않는다. 즉 거시적인 토대에

    대한 인식이 빈약하다. 이러한 균형 프레임에 입각한 사고방식은 경제

    주체의 합리성을 가정한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에 대한 경제주체의 기

    대가 투자수준과 그 유형에 미친 효과가 간과된다. 이러한 기대는 ‘야

    성적 충동’에 의해 설명될 수도 있지만, 사회제도적 프레임에 의해 제

    약되어 있기도 하다. 동아시아의 발전국가는 이러한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된다. 일정한 제도적 조건 하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케 한 제

    도적인 배열과 기대형성 과정의 중요성은 간과될 수 없는 것이다.

    내생적 성장모형에서 기업은 블랙박스로 처리된다. 혁신을 창출하고,

    흡수하고, 적용하고 학습하는 경제주체로서의 기업의 사회적 능력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Gertler, 1993). 기술혁신이 조직적 특성

    과 기업시스템에 착근되어 있다는 네오슘페터주의 통찰은 여기서 실종

    된다. 일정 산업부문 내에서 지역 간의 기술적 차이가 존재하고 이는

  • 16  동향과 전망 78호

    지역 차원의 기술체제(technological regime)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봉쇄한다.

    내생적 성장론은 공급주도의 경제학에 매몰되어 있다. 케인스주의자

    들은 수확체증의 중요한 원천으로서 산출물의 증가가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고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벌둔(Verdoorn)의 법칙3)을 간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McCombie & Thirlwall, 1997). 또한 내생적

    성장모형이 교역과 기술혁신을 연관시키는 시도를 하더라도 지역성장

    에서 수출수요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한다

    (Kaldor, 1981).

    수확체증의 현상만이 지역격차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르크

    스와 네오리카도적인 입장에서 보면 자본과 노동의 한계생산성이 임금

    과 이윤율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자본은 저성장지역에서 고성장지역

    으로 이동하고 지역 간 불균형을 강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계급투쟁, 교

    통비의 하락에 따른 접근성의 제고, 소득의 공간분포에 따라 지리적 불

    균등 발전이 설명된다. 여기서 교통비의 역할은 핵심적이다. 이는 자본

    의 회전시간을 단축시켜 이윤율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Harvey,

    1982; Sheppard & Barnes, 1990).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수확체증은

    우연적인 현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최근의 지역발전론은 내발적 발전전략을 강조한다(Stroper, 1997). 하

    지만 내생적 성장론에 입각한 내생적 발전(endogenous develop-

    ment)과 산업지구의 경험에 입각한 내발적 발전(indigenous develop-

    ment)은 서로 구별될 필요도 없고 사실상 동의어로 사용된다(Martin &

    Sunley, 1998). 인적자본, 기술, 외부효과 등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이 둘 간의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그것의 지역경제에 대한 담론적 효과

    는 다르다. 전자의 내생적인 것은 생산함수에 내부적인 것을 의미하고,

    후자의 내발적인 것은 국민경제 또는 지역경제에 내부적인 것을 의미

    한다. 엄격히 말해 내생적 성장론에서 지역경제에 대한 적극적 사고는

    비어 있다. 지역경제가 그 부분들의 합 이상이라는 사고가 없다. 기술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17

    혁신, 숙련노동, 외부경제의 공간적 국지화를 강조함으로써 지리가 성

    장과정에 중요하다는 논점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지리적 공간이 차별화

    되고 구성된다는 사고는 없다. 따라서 지역은 우연히 이론에 개입될

    뿐이다. 신고전파의 성장론과 같이 재화와 서비스의 지역 간 흐름, 즉

    교역의 중요성과 생산요소의 이동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내생적 발전

    론은 대외개방전략이 미약한 소위 내발적 발전전략은 낙후지역의 성장

    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Armstrong & Taylor, 1993).

    3) 신경제지리학: 자기조직화하는 시장거래의 반영으로서의 지역문제

    신경제지리학은 규모에 대한 수확체증이 지배적인 불완전경쟁 구조 하

    에서 경제활동의 입지에 대한 내생적인 메커니즘을 해명하는 이론적

    시도이다.4) 일반균형의 프레임 내에서 금전적 외부효과, 운송비, 생산

    요소의 이동성이 경제활동의 집적(또는 분산)을 야기하는 요인들로서

    거론된다. 이러한 입지과정은 요소의 비교우위보다는 자기강화적인 시

    장기제에 의해 설명되고, 요소가격의 조정을 통한 공간적 격차 해소는

    사실상 수용되지 않는다. 이 이론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세계

    은행(World Bank)이 새로운 지역정책의 의의를 대변하기 위한 강력한

    논리적 근거로 제시된 바 있다(고영선 외, 2008; World Bank, 2009).

    소위 알프레드 마셜(A. Marshall)의 외부경제 원천으로 알려진 시장규

    모효과(전후방연계), 조밀한 노동시장, 순수 외부경제(정보의 확산효

    과)는 경제활동의 공간적 집중을 야기하지만, 부동의 생산요소(예: 토

    지와 부존자원, 노동), 토지지대, 순수 외부불경제(예: 혼잡, 과밀)는

    공간적 분산을 초래한다. 크루그먼(Krugman, 1995)은 이러한 요인

    중에서 시장규모효과(전후방연계)와 생산요소의 이동성을 경제활동의

    공간분포를 특징짓는 요인들로 규정하고 이를 모형화한다. 두 요인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경제활동의 입지가 좌우되는 것이다.

    크루그먼(Krugman, 1991)의 중심-주변부 모형을 살펴보자(

  • 18  동향과 전망 78호

    신경제지리학의 모형: 공간적 집중과 분산의 메커니즘

    주 1: 가로축의 교통비는 교통비의 역수로 정의되며, 0이면 고립적이지만, 1이면 반대임.

    주 2: 세로축의 기업분포는 특정지역에 입지한 기업비중임.

    주 3: B와 S는 각각 집적이 지속가능하게 되는 전환점과 분산이 와해되는 지점임.

    주 4: 굵은 선은 안정 균형을, 점선은 불안정 균형임.

    자료: Krugman(1995).

    참조). 생산요소의 이동이 불가능한 완전경쟁 구조 하의 농업과 생산

    요소의 이동이 가능한 불완전경쟁 구조 하의 제조업에 종사하는 대칭

    적인 두 지역으로 경제가 구성된다고 하면, 제조업의 전후방연계는 공

    간적 집중의 요인이지만, 생산요소의 이동이 불가능한 농부는 공간적

    분산요인이다. 이 모형에서 두 지역 간의 실질 임금의 차이는 제조업

    의 배치에 의해 좌우된다. 교통비가 높으면 지역 간 교역은 상대적으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19

    로 미약하고 임금수준은 지역 내 치열한 경쟁에 좌우되어 떨어진다.

    반면, 교통비가 낮으면 활발한 교역으로 시장이 확대되어 임금수준은

    상승한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노동의 이동성을 가정했기

    때문에 교통비가 높으면 노동자가 공간적으로 균등 분포하는 하나의

    균형이 성립하는 반면, 교통비가 낮으면 노동자가 균등 분포하는 균형

    과 어느 한 지역에 집중되는 두 균형 등 세 균형이 성립한다.

    교통비가 높으면 지역 간 제조업의 분포는 균등하다. 반면에 교통비가

    점차로 낮아져 B지점에 이르면, 제조업의 공간적 집중이 가속화되는

    누적적 과정이 시작된다. 이에 따라 경제는 자기조직화되어 중심부와

    주변부로 편성된다. 파라미터의 양적 변화가 이루어지다가 일정한 지

    점(B)을 넘어서면 질적으로 새로운 균형, 즉 비연속적인 변화가 초래

    된다. 이러한 모형은 미국 제조업벨트와 농업지대, 그리고 이탈리아 남

    부(농업)와 북부(공업)지역을 염두에 둔 것이다(Krugman, 1995).

    신경제지리학의 논의에 따르면, 교통비의 하락은 경쟁효과보다는 시장

    규모효과를 더욱 더 증폭시켜 집적을 야기하고, 이러한 집적은 자기강

    화적인 누적적 인과과정을 수반한다. 교통비 하락이 처음에는 집적지

    대5)를 증가시키지만 나중에는 감소하는 ∩자형을 그리고, 그 전환점

    을 경계로 집적(과 분산)이 발생하고, 이러한 공간분포는 비연속적으

    로 발생한다. 기업의 초기 입지는 신축적이지만, 그 이후 입지는 경직

    적이게 된다(putty-clay geography)(Fujita & Thisse, 2002). 소위 입

    지의 경로의존성이 지배한다. 그리고 교통비의 하락이 경계점(B)에 이

    르지 못하면 공간집중과 분산이 병존한다(Baldwin, et al., 2003). 자

    기충족적인 기대가 기업입지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는데, 이는 집적지

    대가 충분히 클 경우, 즉 교통비 하락이 너무 크지 않고 충분히 클 경우

    에 발생할 수 있다(Ottaviano, 2003).

    이러한 논의에 대한 비판은 전술한 내생적 성장론의 그것과 사실상 많

    은 부분을 공유한다(Martin & Sunley, 1996). 두 이론은 외부효과, 생

    산요소의 이동성, 불완전경쟁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공유하는 부분

  • 20  동향과 전망 78호

    이 많고 최근에는 두 이론이 통합되고 있다(World Bank, 2009). 첫

    번째 비판은 국가개입과 외생적 수요, 사회제도의 배열 등과 같은 거시

    적 토대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이다. 경제의 자기조직화는 전체 이

    야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정준호, 2008). 두 번째는 다수균형을

    수용하고 있지만 왈라스(Walras)적 균형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임의적인 수학 모형화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수확체증

    과 비대칭정보의 가정 모두를 균형체계 내에서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

    에 어느 하나를 희생하는 순간 다양한 수학 모형화가 가능하고, 이는

    모형개발자의 권위에 따라 그 모형의 적실성이 임의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Dymski, 1998). 세 번째 비판으로, 신경제지리학 모형은 기

    본적으로 산업입지 모형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를 도시경제나 지

    역경제에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뒤따른다. 신경제지리학 모형은 동

    질적인 자본이 비용부과 없이 여러 대안적 사용이 가능하다는 총계생

    산함수를 가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확체증현상은 고정비용을 수반하

    고 한계비용 불변을 가정한 생산함수에서 도출되었다. 그런데 산업특

    수적인 고정비용을 감안할 경우 총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산

    업입지에서 도시·지역경제로 일반화하는 과정에서 자본 특성에 대한

    매우 특수한 가정이 필요하다(Dymski, 1998).

    신경제지리학은 미시적 토대에 입각하여 공간적 규모에 상관없이 동일

    한 논리가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되는 정형화된 사실을 제시하고자 한

    다. 따라서 지리적 차이를 추동하는 과정은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

    고는 일종의 구성의 오류이다. 여기서의 공간은 추상적인 공간이지 실

    질적인 공간이 아니다. 공간적 규모에 따라 경제적 외부효과가 차별적

    일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술적 외부효과는 암묵지의 특성으로 인해 국

    지적이다. 반면에 금전적 외부효과는 이보다 큰 공간규모에서 발생한

    다. 이러한 상이한 공간적 규모에서 발생하는 차별적인 외부효과들을

    구분하고 시장과 비시장적 상호작용과 그것의 효과에 대한 검토를 하

    지 않는다(정준호, 2008).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21

    3. 지역격차의 현황과 그 해석에 대한 담론지형

    1) 경제활동의 지역격차와 공간적 분포

    경제적 관점에서 지역정책은 지역 간의 격차를 완화하는 것, 즉 지역

    간의 성장수렴을 전제한다. 이에 따라 경제활동의 공간적 분포의 문제

    가 주요 이슈가 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여러 대안들이 강구된다. 지

    표상으로 나타난 이러한 경제활동의 공간적 분포를 살펴보는 것은 그

    이상의 논의의 진행을 위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시·도

    단위와 시·군·구 단위에서 나타난 지표상의 공간적 분포를 모두 살

    펴봄으로써 공간적 규모에 따라 지역 간 격차의 의미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지역계정에서 재화와 생산요소들의 지역 간 이출입으로 인해 생산과

    소비지출이 일치하지 않는다. 생산측면에서만 지역 간 격차를 들여다

    보면 해석상의 편의가 생길 수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소비측

    면의 지역 간 격차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문형표, 2003). 또한 자산

    소득의 측면에서 지역 간 격차를 살펴보는 것도 최근의 사회적 양극화

    현상과 관련하여 유용하다. 이러한 측면들을 반영하고 있는 지표들인

    1인당 GRDP, 1인당 소비지출, 1인당 임대료와 교육비, 그리고 1인당

    토지자산에 대한 시·도 지역 간 격차6)를 는 보여주고 있다.

    생산측면의 지역 간 격차를 나타내는 1인당 GRDP의 인구가중 변동계

    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줄곧 매우 가파른 상승 추세에 있다. 인구가

    중 변동계수는 1985년 0.173에서 1995년 0.119로 다소 감소하는 추

    세였으나 그 이후 반전하여 2008년 0.434로 급속도로 상승하였다. 이

    러한 결과는 문형표(2003)와 최윤기 외(2007), 김종일(2008) 등의 연

    구결과와도 부합된다. 이러한 지역 간의 생산력 격차는 한국산업의 지

    리적 분포를 반영하고 있다(문형표, 2003; 김종일, 2008). 즉, 수도권,

    충북·충남, 전남, 울산, 경남 등에 전기전자,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

  • 22  동향과 전망 78호

    시·도 단위의 지역 간 격차

    1인당 GRDP

    0.000

    0.050

    0.100

    0.150

    0.200

    0.250

    0.300

    0.350

    0.400

    0.450

    0.500

    1985 1990 1995 2000 20050.0

    10.0

    20.0

    30.0

    40.0

    50.0

    60.0

    70.0

    인구가중 변동계수(좌)

    GDP대비 수출비율(우)

    1인당 가계소비지출

    0.070

    0.080

    0.090

    0.100

    0.110

    0.120

    0.130

    1995 1997 1999 2001 2003 2005 2007

    인구가중 변동계수

    1인당 임료(및 수도광열비)와 교육비

    0.200

    0.210

    0.220

    0.230

    0.240

    0.250

    0.260

    0.270

    0.280

    0.290

    1995 1997 1999 2001 2003 20050.040

    0.050

    0.060

    0.070

    0.080

    0.090

    0.100

    0.110

    교육비 인구가중

    변동계수(우)

    임료(및 수도광열비)

    인구가중 변동계수(좌)

    1인당 토지자산액

    0.004

    0.005

    0.006

    0.007

    1997 1999 2001 2003 2005

    인구가중 변동계수

    주 1: 1인당 GRDP의 경우는 13개 시·도 기준이고, 1인당 소비지출과 임료(및 수도광열비)와 교육비는

    15개 시·도 기준임. 전자의 경우 시계열의 유지를 위해 대전은 충남, 광주는 전남, 그리고 울산은

    경남에 포함시키고, 후자의 경우에는 울산만 경남에 포함시켰음. 또한 1인당 토지자산의 경우에는

    16개 시·도 기준임.

    주 2: 모든 자료는 2000년 가격기준이고, 소비지출은 가계최종소비지출임.

    자료: 한국은행(http://ecos.bok.or.kr), 통계청(http://www.kosis.kr).

    학산업, 조선산업 등 가공조립과 기초소재 산업들이 집적되어 있으며,

    이들 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

    할을 수행하여 왔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한국경제에서 내수비

    중이 가장 높았던 1980년대 중반과 1990년대 중반 사이에 지역 간 격

    차가 다소 완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경제에서 내수비중의 확대

    가 대외 경기변동에 따른 국민경제의 변동성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대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23

    내적으로 지역 간 격차를 완화시켜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시

    사한다(정준호, 2009).

    1인당 가계소비지출, 1인당 임대료, 1인당 토지자산액 등의 지표들은

    1인당 GRDP의 그것과는 상이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 간 격차

    가 전반적으로 완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구가중 변동계수의 값도

    1인당 GRDP의 그것에 비해 훨씬 작다. 문형표(2003)는 생산보다 지

    역계정의 가계소비가 지역의 진정한 소득수준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지역격차 문제는 그리 심각한 편이 아니라고 지적한다.7)

    1인당 토지자산액의 경우는 예상과는 달리 지역 간 격차가 심하지 않

    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의 규제완화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활성화, 특히 지난 정부 시기의 각종 개발사업의 공표(예: 행정복합도

    시, 기업도시 및 혁신도시개발사업 등)에 따라 지방의 토지자산 가치

    가 상승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경기, 제주 등의 1인당 토

    지자산액이 전국 평균의 그것을 상회하고 있는데, 이는 이들 지역에서

    개발사업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토지시장보

    다는 상대적으로 주택시장이 부동산시장을 좌지우지했다는 점에서 지

    역별 주택자산가치8)를 살펴보지 않고 지역 간의 자산 격차가 완화되

    었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서울 강남권 주택가격

    의 상승은 여타 지역에 비해 폭발적이었지만 비수도권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는 비수도권 주민에게 수

    도권에 필적할 만한 자산가치의 상승기대와 그에 따른 각종 지역개발

    사업에 대한 선호를 낳게 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상호 간에 주택가격 안

    정에 대한 이중적 심리를 표출하도록 만들었다.

    가계소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1인당 임대료(및 수도광열

    비)의 지역 간 격차를 나타내는 인구가중 변동계수는 1995년 0.269에

    서 2006년 0.209로 하락하였다. 필수 생활비를 반영하는 임대료(와 수

    도광열비)의 지역 간 격차가 완화되고 있다는 것은 전국 차원에서 임

    대료의 상향 평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

  • 24  동향과 전망 78호

    1인당 GRDP의 지역 간 변동계수의 요인 분해

    0.000

    0.005

    0.010

    0.015

    0.020

    0.025

    0.030

    0.035

    0.040

    1989 1991 1993 1995 1997 1999 2001 2003 2005 2007

    1인당 GRDP

    생산성

    기타

    취업률

    주: 여기서의 변동계수는 자연로그값의 분산이며, 기타는 공분산항임.

    자료: 통계청(http://www.kosis.kr).

    만 인구가중 변동계수의 절대치가 작지 않아 지역 간 생활비의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문제와 더불어 교육문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전국적인 이슈거리이다. 다른 소비지출과는 달리 1인당 교육비의 지역

    간 격차가 2000년을 전후로 심화되고 있다. 물론 인구가중 변동계수의

    절대치는 다른 소비항목의 그것에 비해 작지만 1인당 교육비의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수도권 등 대도

    시지역에서 사교육비의 지출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러한 1인당 교육비의 지역 간 격차의 확대는 경제성장에서 매우 중요

    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인적자본의 지역 내 축적이 낙후

    지역에서는 상당한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향후

    지역의 경제성장이 지식이나 혁신에 좌우될 경우 지역 내 교육기회 확

    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역 간 격차는 구조적으로 더

    욱 더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어떠한 요인들이 생산의 지역 간 격차에 영향을 미치는가9)를 살펴보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25

    기 위하여 1인당 GRDP의 지역 간 변동계수10)를 요인 분해한 값들을

    살펴보자.11) 에서 보는 바와 같이 1인당 GRDP로 측정된 지

    역 간의 격차는 생산성, 취업률, 기타(생산성과 취업률 간의 상호작용)

    등 세 요인의 조합에 의해 설명될 수가 있으며, 지역 간 생산력 격차의

    상당부분이 일자리의 수급문제보다는 노동생산성의 지역 간 차이에 의

    해 결정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정준호(2001)와 김종일(2008)의 연

    구결과와도 부합된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시장의 요인들이 지역 간 생

    산력의 격차 확대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며 김종일

    (2008)에 따르면 경제활동 참가율이 지역 간의 생산력 격차 확대에 일

    조하고 있다.

    공간규모를 달리하여, 즉 시·군·구 단위에서 지역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지표들을 통해 경제활동의 공간적 분포패턴을 살펴보도록 하자

    ( 참조). 전술한 바와 같이, 인적자본과 연구개발투자는 지역

    성장의 내생적 기반이다. 이러한 요소들의 축적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

    장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무지 기

    준의 전문직 비중과 혁신활동의 성과인 1인당 특허건수는 수도권에 집

    중되어 있다. 반면에 비수도권지역의 경우 광역대도시에 숙련기반이

    그나마 갖추어져 있고 혁신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지식기반 제조업은

    수도권과 충청권 일대에 집중 분포되어 있으며, 영남권의 일부지역에

    도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지식기반 서비스업12)의 경우에는 수도권 집

    중이 높다. 반면에 비수도권 광역대도시의 경우 그 집중도가 상대적으

    로 높다.

    최근의 지역개발 현황을 대리(proxy)한다고 볼 수 있는 지가상승률을

    보면 수도권과 충청권, 즉 서해안 일대에 지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

    다. 이는 충청권 일대에서 시행되고 있는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기

    업도시 개발사업들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최

    근 지역개발사업들이 수도권과 충청권을 마치 하나의 회랑처럼 형성하

    며 이루어지고 있다.

  • 26  동향과 전망 78호

    시·군·구 단위의 경제활동의 공간분포

    숙련기반 혁신 빈곤

    전문직 비중 1인당 특허건수 기초생활수급자 비중

    산업 자산

    지식기반 제조업 입지계수 지식기반서비스업 입지계수 ‘03-05년 지가 상승률

    종합지표

    지역자산 종합지수 신활력 종합지수 신활력지수 Moran 산점도

    자료: 정준호(2007a; 2009).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27

    반면에 빈곤 정도를 나타내는 기초생활수급자 비중을 보면 비수도권지

    역에 상대적으로 집중 분포되어 있다. 특히 경북북부, 서남권의 도서지

    역 등 소위 농산어촌 지역에 그 집중도가 높다. 반면에 수도권, 충청권

    일부지역, 그리고 비수도권 광역 대도시는 이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공간분포는 빈곤문제가 비수도권의 농산어촌 지역

    에서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은

    인구의 고령화 현상까지 겹쳐 지역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빈곤문제가 개인이나 집단의 계층·계급 문제이기도 하지

    만 지역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개별지표 대신에 여러 지표들을 묶은 종합지수를 살펴보더라도 수도권

    중심의 단핵 공간구조에는 변함이 없다. 전국 234개 시·군·구를 대

    상으로 연평균 인구변화율, 인구밀도, 소득, 재정력지수 등의 4개 지표

    를 이용한 신활력 종합지수나 숙련기반, 인프라·생활환경, 빈곤, 재

    정, 사회자본 5개 영역의 13개 지표를 사용한 지역자산지수의 공간분

    포에는 큰 차이가 없다.13) 그리고 신활력 종합지수에 중력 모형의 거

    리조락 함수를 적용한 모란 산점도(Moran Scatterplot)는 한국경제의

    공간구조가 수도권 중심의 단핵구조이고, 영남권에 이보다 협소한 또

    하나의 핵이 형성되어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2) 경제활동의 지역격차와 공간분포에 대한 해석의 담론지형

    시·도 단위에서 생산력의 지역 간 격차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심화되

    고 있다. 숙련, 혁신, 자산, 빈곤, 지식기반 산업 등의 시·군·구 단위

    의 공간분포는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충청

    권으로 광역화되고 있다. 이는 수도권 위주의 단핵 공간구조가 점차로

    충청권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상이한 공간규모

    에 따라 지역격차와 공간분포에 대한 상이한 시각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28  동향과 전망 78호

    이러한 지역격차와 공간분포에 대한 여러 해석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KDI나 균형발전에 미온적인 주류경제학자들은 수도권의 과밀문제와

    지역 간 격차는 심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김광호(2008)는

    한국의 지역 간 격차는 선진국에 비해 심하지 않으며, 공간규모를 통제

    할 경우 프랑스나 일본의 공간집중도가 더욱 더 심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문형표(2003)는 지역의 1인당 소비지출수준은 개선되고 있어서

    생활수준의 관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리고 수도권 과밀이 국가경쟁력에 해가 된다는 주장(변창흠, 2007)에

    대해서도 최영출 외(2007)는 국가경쟁력과 지역격차 간에는 인과관계

    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김광호(2008)는 생산성

    향상과 수도권의 인구집중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경제지리학의 해석에 따르면 경제활동의 집적은 시장기제의 작동에

    따른 자유스러운 현상이고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과도

    한 집적에 따른 외부불경제(예: 혼잡과 과밀)가 발생할 경우 정부개입

    이 필요하지만, 인위적인 공간재배치를 통한 정책개입의 여부에 대해

    서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류 입장이다(김광호, 2008; 김종

    일, 2008, World Bank, 2009). 그러면 현재 수도권 집중이 과도한 집

    적인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류 입장에서도 이에

    대한 정교한 실증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김정훈(2003)은

    수도권지역이 순재정 편익을 누리고 있으며, 이것이 수도권 집중의 한

    요소임을 제시한 바 있다. 변창흠(2007)은 수도권지역의 상대적인 대

    외 경쟁력의 상실은 환경, 삶의 질의 악화 등에서 기인하는 경제활동의

    과밀과 혼잡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였다.

    수도권의 규제완화를 선호하는 주류 입장은 신경제지리학의 최근 논의

    를 환영한다. 왜냐하면 자기조직화하는 경제를 상정하는 경우 정부개

    입은 용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Fujita & Mori, 2005), 그러한 정부개

    입의 시점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 즉 경험적인 차원

    에서 파라미터 추정을 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Fujita, et al.,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29

    1999). 신경제지리학의 중심-주변부 모형에서 공간적 집중과 분산이

    라는 질적으로 상이한 형태를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냐

    하면 두 지역 간의 공간구조가 대칭적이고 이들 간의 거리가 동일할 경

    우 지역 간의 인접성으로 인해 공간적 분산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

    다. 중심지역과 인접하지 않는 비대칭적인 공간분포를 가정할 경우에

    야 공간적 분산의 효과가 제대로 규명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간적 과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론적·경험적으로 명쾌히

    해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그러한 공간적 초집중이 가져오는 경제권력의 행사에 따른

    중심-주변부의 지배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강준만, 2008).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비수도권 내 여러

    지역 간의 이질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김광호, 2008). 이

    는 옳은 지적이지만, 지역 간의 이질성이 갖는 의미에 대한 그 이상의

    분석이나 성찰은 없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신활력 종합지수

    나 지역자산 종합지수를 자세히 살펴보면, 지역격차가 수도권과 비수

    도권 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영남과 호남, 대도시와 중소도시, 도

    시와 농촌 간에 중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지역격차의 패턴은

    중첩적이고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대도시와 중소도시,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 확대가 심각하며, 이는 인근 대도시로의 인구이동과 인

    구의 고령화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김종호(2008)는 지역 간 생산성의 차이가 지역 간의 산업특화에 의해

    발생하였으며, 생산성의 차이가 산업 내부의 물리적 자본과 인적자본

    의 요구량에 의한 것이라면, 이러한 생산성의 차이는 불가피한 것으로,

    즉 시장기제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생산 측면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이러한 변화를 신경제지리학의

    틀에 의해 잘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국내에서 지역 간 요소이

    동성의 제약과 지역 간 제도적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산업집적에 의

    한 규모의 경제 추구에 따라 기업(과 산업)은 기존 집적지에 집중될 가

  • 30  동향과 전망 78호

    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와 산업연관이 큰 중화학산업은

    1970∼1980년대 산업화과정에서 각 지역별로 거점 개발된 것으로 초

    기에는 정책개입이 이루어졌지만, 이후에는 생산효율성과 시장 수급상황

    을 고려하여 기업 선택에 의해 지역별 산업특화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주류 경제담론에서 지역격차는 전술한 바와 같이 지표상의 격차문제이

    다. 하지만 지역격차는 다른 차원의 문제, 즉 경제활동의 지역 매력도

    와 적합성의 차원을 수반한다(Massey, 1979). 후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역격차는 단순한 공간적 분포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의 입지적 요구

    량의 문제와 연관된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차 전문·관

    리직과 연구개발기능은 수도권, 특히 서울과 대전에 상대적으로 집중

    되어 있지만 일반 생산직은 그렇지 않다. 구상과 실행의 분리라는 공

    간분업(spatial divisions of labor)이 전국 차원에서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역 간 격차가 생산성 격차에 의한 것이고 이것이 다시 산업특화, 즉 지

    역의 산업구조에 기인한다는 설명은 너무 단순하다(Fothergill, 2005).

    각 산업은 생산의 자본집약도(capital intensity) 등에 따라 상이한 부

    가가치를 가지며, 이는 입지와는 무관한 것이다. 산업의 공간분포는 역

    사적 우연, 정부개입, 경쟁구조 등에 따라 상이하다. 따라서 중화학공

    업이나 지식기반 서비스업처럼 고부가가치 산업이 특정지역에 입지하

    면 그 지역의 생산성이 높을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특히 동일 산업 내

    의 지역 간 격차가 심하지 않은 한국산업의 지역적 패턴은 ‘숙련절약형

    조립산업화’(핫또리 타미오, 2007)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지역

    별로 고유한 산업 숙련기반을 형성하지 못하고 주로 규모 추구와 자동

    화를 수반한 산업화 경로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수도권과 일부 충청권에 고차기능과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제조업과 서

    비스의 상당부분이 집적되어 있는 공간분업을 고려한다면 이들 지역의

    생산성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이들 산업의 인적자본의

    요구량을 통제하지 않은 결과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상이한 일자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31

    리의 효율성과는 무관하게 이 지역의 생산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 공간분업은 중심부의 경제권력의 지배란 문제를 제기한다.

    내생성장론이나 신경제지리학은 지역격차의 문제를 시장거래의 자연

    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지만 그 이면의 시장권력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시장권력의 행사로 인해 특정 지역에는 금융과 지식기

    반 서비스업에 특화되고, 나머지 지역에는 일반 제조업에 특화된 경우

    를 상정하여 보자. 이 경우 중심지역은 구상기능을 장악하여 경제권력

    의 관제고지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사례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영국이

    다. 영국의 지역문제는 ‘남북분단(North and South Divide)’으로 특

    징져지는데, 이는 ‘두 국민(two nations)’의 문제를 제기한다(장재홍

    외, 2008).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이자율을 조정할 경우 금융

    과 지식기반 산업에 특화된 런던을 위시한 남부지역과 일반 제조업에

    특화된 북부지역은 상이한 이해관계(금융자본 vs 산업자본)를 표출한

    다. 예를 들면, 이자율을 인상할 경우 북부지역에서는 지방의회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왜냐하면 제조업의 대외 가격경쟁력이 저하되

    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역이 동질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실체로서 등장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상이한 민족들로 구성된 것도 아니고 지역단위의 경제적

    격차도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기 때문에 서구적 의미에서의 지역(주의)

    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박상훈, 2009). 하지만 1990년 후반 이후

    의 산업특화와 공간분업이 단순히 공간분포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과

    시장조직에 의해 발생된 것이라면, 지역문제가 시장기제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 영국의 경우처럼 중심부와 주변부 간

    의 경제권력의 문제를 제기하며 구조적인 차원의 새로운 지역문제로

    승화될 수 있음을 알리는 징후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문제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 32  동향과 전망 78호

    4. 지역정책에 대한 담론지형

    최근의 지역정책 담론은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경제를 강조하는 광

    역화 논리이다. 이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006년 5·31 지방선거에

    서 들고 나온 ‘대수도’ 구상과 일맥상통한다. 이 구상은 수도권 일극 중

    심의 성장을 통해 그 효과를 지방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논리이다. 한국

    이 동북아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수도권을 단일의 경제권역으로, 즉

    서울, 인천, 경기를 하나의 대수도 개념으로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수도’는 단일의 도시가 아니라 인접한 여러 도시들

    을 기능적·공간적인 차원에서 네트워크로 연결한 광역대도시권을 가

    정하고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Megacity Region’, ‘Global City

    Region’, ‘Global Mega Region’ 등 다양한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지

    만,14) 이는 핵심도시와 인근 배후지역이 기능적으로 통합되어 일일 생

    활권으로 기능하는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거대도시권을 의미한다(박

    영훈, 2009; 지역발전위원회 정책연구팀 편, 2009). 세계은행(World

    Bank, 2009)도 생산의 3/4이 도시에서 수행되고 있으며, 경제활동의

    집중은 필연적이며 경제성장에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도

    농통합(대도시권) 전략은 경제활동의 밀도를 높이고, 경제주체와 시장

    간의 거리를 좁히고, 자연, 문화, 정책관련 장벽에 따른 지역 간의 분할

    을 제거하는 정책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광역대도시권 구상은 IT, BT 등 지식기반 제조업과 금융, 창조산업 등

    과 같은 지식기반 서비스업을 선도산업으로 하고 이러한 산업들이 주

    로 집적된 대도시권의 집적경제와 산업연관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국

    민경제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환언하면, “세계적인 지

    역정책의 추세는 ‘메가시티’의 강화”이므로 그간 제각각 성장해 온 대

    도시와 주변도시를 하나의 도시권으로 묶어 종합적인 인구·교통·주

    거·산업정책을 펴는 ‘대도시권 발전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는 것

    이다(김선하, 2009). 경기개발연구원 좌승희 원장이 “특정지역과 경제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33

    주체에 경제력을 집적·집중시켜 불균형을 만들어내는 듯 보여도 결

    국에는 이 집적과 집중의 힘이 주변으로 전파되는 게 바로 자본주의의

    원리인데, 지방발전 역시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변윤재, 2009)고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러한 광역대도시권 전략은 수도권의 성장효과

    가 지방으로 확산되는 적하효과(trickle down)를 가정한다.

    서구의 경우에 광역대도시권은 일정한 기능적 보완성을 가진 위성도시

    가 연결되어 대도시권을 형성했지만, 우리의 경우 서울이라는 거대도

    시 주변에 성장기반이 취약한 침상도시들로 이루어져 대수도론 자체가

    성립하기 힘들다. 이러한 광역화 전략의 관건은 대도시 주변 중소도시

    의 핵심도시와의 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능별 전문화와 공간

    적 연계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나 이에 대한 관심

    은 지극히 적다.

    또한, 기존 성장거점의 논의에서 가정하는 적하효과를 강조하고 그러

    한 지역의 선별과 다른 지역의 배제의 논리를 정당화하지만, 그러한 적

    하효과는 과거와는 달리 주변지역이나 국민경제의 다른 부문으로 확산

    되지 않는다. 다국적 자본의 네트워크와 대도시권의 글로벌 네트워크

    가 공유하는 부분이 많은데, 이것은 바로 그러한 경제적 활동의 과실이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순환·확산되고 있음을 함의한다. 예를 들면,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 대기업을 위해 고환율정책을 구사하고 서

    민대중에게 물가상승 압력을 지우지만, 그것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과

    거와는 달리 크지가 않다. 왜냐하면 대기업은 수출산업과 관련된 다양

    한 원자재와 부품소재를 세계적 차원에서 아웃소싱하거나 구매하고 있

    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전후방 산업연관에 의한 적하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 논리가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

    지역정책의 광역화 논리는 국가전체를 도시국가로 만들자는 극단적인

    주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송병락(2009)은 ‘대한민국을 하나의 도시

    로 만들자’고 주장하였는데, 시속 400km의 고속철도를 건설해 서울-

    부산, 서울-목포를 1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선형도시’를 만들고 이

  • 34  동향과 전망 78호

    를 다시 전국으로 확산시키면 가능하다고 제안하였다. 또한 그는 “중

    국의 충칭시는 면적 8만 2,300km2에 인구 2,800여만 명이 하나의 도

    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남한의 면적은 10만km2, 인구는 4,900만 명

    이기 때문에 하나의 도시처럼 사는 게 가능합니다”라고 주장하고, 다시

    “영국의 도시전문가인 피터 홀(Hall) 런던대 교수도 ‘한국은 결국 하나

    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부언하고 있다(방현철, 2009).

    두바이와 같은 도시국가는 외부의 경제적 충격에 민감하다. 마찬가지

    의 논리가 이에 적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대외의존도가 심화된

    경우 글로벌 차원의 투기적 기대, 수요나 기술쇼크 등에 의해 고도로

    전문화된 집적지가 와해될 수 있다. 미국 서브 프라임 사태에 따른 자

    동차 수요의 감소로 울산경제가 일시적으로 불안해진 경험을 상기해

    보면 그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1990년대 후반의 자산버블

    이 발생했을 때 영국 남동부지역이 상당한 위기에 직면하였다. 하지만

    북부지역은 상대적으로 덜하였다. 이처럼 전문화가 심화될수록 위기

    는 지역 특수적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위해서

    라도 지역경제의 다각화는 중요하다.

    고성장지역과 저성장지역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기존의 지역정책은

    이러한 광역화 전략의 맥락에서 실종되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지역이

    형식적으로는 등가로 대우되기 때문에 각 지역은 특성화 전략을 통해

    입지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간의 격차를 해소하려는 지역정책은 사실상 사라지고 국가의 영역관리

    (territorial management)정책으로서 대도시의 성장관리정책만이 현

    실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한 국가 내에서 지역문제를 사고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역 간의 격

    차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을 이론, 분석, 그리고 정책 단위

    로서 수용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는 지역을 계층이나 계급과 같이

    동일(또는 유사)한 정체성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개인들의 영역적

    집합체로 이해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따라서 소득재분배의 경우처럼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35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을 차별대우하듯이 문제의 성격에 따라 지역을 차

    별적으로 대우하겠다는 것을 수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에 대해 주류 입장은 중앙 단위의 지역정책은 사실

    상 의미가 없으며, 지방단위의 지역정책만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김

    광호, 2008; 고영선·김광호, 2009). 즉 지역균형정책은 존재이유를

    상실하였으며, 지역성장정책만이 유효할 뿐이다. 하지만 중앙단위에서

    시행될 수 있는 지역정책은 낙후지역에 한정되어 최소한의 공공재와

    가치재를 공급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정책은 지역의 자생적

    인 성장능력의 확충에 맞추어져야 하고 이러한 정책의 입안과 실행은

    지방단위에서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필요한 재원과 처분권

    은 과감히 지방으로 이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집적의 자기

    강화적인 기제, 이로 발생하는 지역 간 격차의 내생성과 경로의존성,

    경제활동의 비균일적 지리적 분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지역

    간 격차의 완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정책과제이고(김종호, 2008), 그

    문제는 형평성의 문제가 아니며 이에 따른 부작용은 지역 간 생산요소

    의 이동이 활발하면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김광일, 2008).

    지역정책은 지역 간의 형평성을 추구한다. 이는 공간적 차원의 수평적

    형평성(equal treatment of equal citizens at any place)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헌법적 가치15)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평적 재정지원제도나

    지역 간 재정이전은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고 경제적으로 지역 간의 유

    효수효를 관리하는 자동안정화 장치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장재홍

    외, 2008). 지역에는 상이한 유형의 개인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정

    책목표와 부합되지 않는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정책지원의 비효

    율성 때문에 지역차별적인 정책에 대한 반감이 있을 수 있지만, 저성장

    지역은 군집(clustering)되어 있으며( 참조), 이들 지역에 여

    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결부되어 있어 패키지로 파트너십 형태의 정

    책전달을 통해 그것이 시행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가능성이

    크고, 관련 부문정책의 시금석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정

  • 36  동향과 전망 78호

    책의 의의가 있다(Smith, 1999).

    영국정부는 지역격차가 반드시 지역정책을 수반하는 것이 아니라 하더

    라도 네 가지 이유들 때문에 지역문제는 중앙정부의 정책수행에서 여

    전히 중요하다고 지적한다(Department for Communities and Local

    Government, 2008). 첫째, 지역은 생산성 제고와 숙련고용의 유치를

    위한 자산들의 조합을 제공한다. 둘째, 시장실패와 정부정책의 비의도적

    인 공간적 효과, 환경적 차이로 인하여 지역이 경제·사회적 결과에 영

    향을 미친다. 셋째, 저숙련, 입지특수적 숙련, 지리적 특수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의 경우 노동이동성의 제약이 뒤따른다. 마지막으로, 전술한 바와

    같이 취약집단이 공간적으로 집중되어 있으면 이들에 대한 정책대상의

    설정이 용이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지역단위에서 제공할 수 있다.

    중앙정부는 비공간적 정책을 통해 사실상 지역차별적인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의 경우처럼 1980년대 금융정책의 규제완화는 런

    던과 같은 대도시권의 성장에 크게 기여하였다. 오타비아노(Ottaviano,

    2003)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신경제지리학의 논의는 비공간적 정책이

    공간적 효과를 수반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역정책

    과 부문정책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생산요소의 이동성만 확보되면 지역문제는 상당한 정도로 해소되는 것

    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World Bank, 2009)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로

    스만과 헬프만(Grossman & Helpman, 1991)은 노동이동성이 인적

    자본의 축적에서 지역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숙

    련직의 이동성을 강화하면 남겨진 저숙련직의 생산성과 잠재소득이 감

    소할 수 있으며, 이는 형평성 차원의 대응이 더욱 더 강화되어야 하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지리적 이동성은 사회적 네트워크와 공동체를

    와해시켜 사회비용을 수반하기도 한다. 물론 숙련과 비숙련직 간의

    정(+)의 외부효과가 발생하고 기회가 확대되는 장점이 있지만, 그런

    효과는 구체적 조건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난다(Department for

    Communities and Local Government, 2008).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37

    5. 지역문제의 대안적 담론 구성을 위한 몇 가지 고려사항

    최근 지역정책의 방향은 직접적인 지역 간의 격차 해소보다는 총체적

    인 지역경쟁력의 제고, 지방정부의 책임강화와 권한위임, 지식창조와

    혁신능력의 배양, 규모의 확대로 요약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 지역

    정책 목표가 수정되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과거와 달리 지역정책이

    직접적 지원수단보다는 간접적 수단을 통해 지역 간 격차 해소에 주력

    하고 있으며,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의 지역정책 위상도 낮아지

    고 있지는 않다(장재홍 외, 2008).

    하지만 이러한 광역경제권 중심의 지역정책의 가장 큰 파급효과는 수

    도권 규제완화와 대수도론의 현실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

    은 반드시 경계되어야 할 지점이다. 협소한 산업부문에 특화되지 않으

    면서 지식과 기술의 외부효과를 극대화하여 외부의 수요와 기술충격에

    취약하지 않는 지역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이러한 시류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이다. 지식과 규모, 특화와 다양성을 동시에 추구하

    기 위해서는, 즉 “신뢰와 협력이 구축되어 대면접촉이 가능할 수 있는

    규모가 작지만, 규모와 범위의 경제가 향유될 수 있는 규모가 큰 공

    간”(Amin & Thrift, 1994)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이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일정한 광역권 내 지역중심지들 간의 기능적 보완성에 기초한

    교역과 상호작용의 증대, 즉 네트워크의 형성을 통해 경제규모와 다양

    성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다(정준호 외, 2004).

    수도권 일극 성장론은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전략이 아니다. 수도권에 대한 길항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광역경제권

    을 비수도권 지역에 중·장기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는 비수도권 지

    역경제를 생산의 입지요구량에 따른 계층적 구조에서 벗어나 광역단위

    에서 수평적인 연계가 가능한 경제권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광역권 전략은 비수도권지역에 대한 차별적인 대

    우가 미약하다. 예를 들면, 헤비급선수와 플라이급선수를 경쟁시킬 수

  • 38  동향과 전망 78호

    없듯이 기회균등을 위해서라도 출발지점을 공유할 필요가 있는 것이

    다. 특히 작금의 광역화 전략은 대도시-중소도시-농산어촌 간의 비

    교우위에 기반한 상호보완적 기능분담과 협력 시스템에 관한 논의가

    사실상 부재하다. 중간허리에 해당되는 중소도시의 경제적 재생이 없

    이는 이러한 논의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이들 도시들이 핵심도시와

    견줄 수 있는 기능적 보완성을 가져야만 대도시로의 쏠림현상이 방지

    되어 광역화 전략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세계적 기술

    력을 가진 중견기업들이 이들 지역에서 앵커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아래로부터 형성되는 지역순환형 산업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에

    너지·환경산업을 지역단위로 네트워크화하는 것 등을 통해 이러한

    지역의 자생적 능력을 배가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다극 지역성장 체제는 우리나라처럼 수출의존적인 경제에 중요

    한 의미를 지닌다. 수출의존적인 경제는 산업부문의 특화를 가속화시

    켜 왔으며 이러한 성장방식은 국민경제를 대외 수요변동과 기술충격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충격들의 국민·지역경제로의 전이경로는

    투입-산출 연계, 정책적 대응, 노동시장의 유연성 등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지역성장도 자기강화적일 필요가 없으며 심지어는 예기치

    않은 성장의 반전(reversal)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경제 변

    동성의 심화는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우려

    할 만한 문제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내수 확대이다. 지역이

    내수 확대의 고리로 활용될 수 있다. 광역경제권은 대도시-중소도시

    -농산어촌 간의 보완적 기능분담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

    다. 그렇지 않으면 대도시로의 쏠림이 강화되어 공간적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 한편, 중소도시와 농산어촌의 내생적 기반의 마련은 중간재

    공급과 지연산업들의 성장과 개발을 강화한다. 이는 내수를 촉진하고

    사회적 분업을 심화시켜 고용과 혁신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국내

    수요만으로 부족하다면 국내의 각 광역경제권이 동북아(예: 중국과 일

    본)의 연안 지역경제권과 상호교류와 협력을 통해 그 외연을 확대함으

  •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39

    로써 사실상의 내수 확대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김광호(2008: 91)가 적절히 지적했듯이, 현재의 지역 간 격차는 바로

    “한국 경제발전 역사의 총체적 결과”이다. 이러한 점을 수용한다면, 한

    국경제의 진보적 대안의 모색에서 지역 간 격차의 해소는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한국경제는 대기업위주의 규모의 경제, 숙련절약과 노동

    억압, 수출주도형 경제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발전모델은 또 하나의

    ‘가능성의 세계’로서의 중소기업 간의 협력과 경쟁에 의한 아래로부터

    의 산업화를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심각한 격차를 수반하여 소위 진공방진형(hollowed out) 경제구

    조를 초래하였다. 전술한 바와 같이, 중간 고리를 채우는 작업은 한국

    경제의 대안적 모색에서 핵심적인 부분이고 이는 지역의 재생과 연관

    된다.

    제이콥스(Jacobs, 1984)가 지적하고 있듯이, 지역경제가 지속가능하

    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수입대체 과정이 필요하다. 경제가 일부 부문에

    특화되어 기술적인 잠금(lock-in) 현상에 빠질 경우 지속적인 발전이

    힘들다. 이종부문들 간의 교류에 의한 혁신이 지속될 수 있는 개방형

    경제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양한 인적자원과 생산요소들

    이 유치되고 이들이 결합되고 조합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혁신은 지속적인 고용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광역경제권 내에서 지역들 간의 기능분담을 통해 다양성의 경

    제를 창출하는 것은 혁신과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중요하다.

    최근의 지역정책의 화두는 경쟁력이다. 이러한 경쟁력 개념에 대한 엄

    밀한 이론적 논의(Kitson, et al., 2004)는 제쳐두더라도 지역경쟁력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피해갈 수 없다. 지역은 기

    업처럼 성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경쟁력의 요체는 누구든지 공유할 수 있는 그 무엇, 즉 외

    부효과에 의한 공공재를 제공할 수 있는 집합적 능력 또는 효율성이다.

    지역 내외에 존재하는 생산자본, 지식·창조자본, 인프라자본, 문화자

  • 40  동향과 전망 78호

    본, 사회제도자본, 인적자본을 결합할 수 있는 장이 지역이고, 이러한

    자산들의 결합이 갖는 편익의 효과가 지역에 내부적이고 경제주체에

    외부적일 경우에 다른 지역으로 그 효과가 쉽게 전이되지 않는다. 이

    는 경제주체 간의 원활한 조정과 협력을 전제하며, 이러한 외부효과는

    개별적으로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집합적으로 창출된다. 진보적 의미

    에서 이러한 공공재 창출의 기반으로서 지역경제가 이해되어야 한다.

    내생적 발전론이나 신경제지리학이론은 개별적인 시장기제의 공간적

    효과에만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 결과 공간은 여전히 우연히 이론에

    개입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