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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TECH & beyond 10월 초 노벨상 위원회는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발명한 아카사키 이사 무(85), 아마노 히로시(54), 그리고 나카무라 슈지(60) 등 세 사람을 선정했다. 우주의 근원처럼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통찰하고 자 연 속의 원리를 발견한 과학자들에게 수여되어야 할 노벨물리학상이 생활에 유용한 것을 ‘발명’한 사람들 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노벨물리학상이 “물리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또는 발명을 한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기준 을 떠올려보면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은 청색 LED 를 발명해 빛의 혁명을 주도한 세 사람의 업적에 대한 당연한 대가라고 본다. 그렇다면 조명기술의 혁신을 이끈 청색 LED는 과연 우리 일상생활 속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여러 분이 지금 컴퓨터 모니터나 대형 TV를 보고 있다면 이 디스플레이 속에 숨어 흰색 빛을 만들어내는 백라 이트 광원은 십중팔구 청색 LED를 품고 있다. TV에 블루레이 디스크가 연결되어 화려한 색감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면 블루레이 플레이어 속에서는 청색 LED 기술에 기반해 만든 청색 레이저 다이오드가 열 심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 책상 위 스탠드, 손전등, 전광판, 광고판, 다리 위 경관조명 등 빛을 만들어 내는 장치나 제품 속에서는 대부분 청색 LED가 주연을 담당하며 화려한 빛의 향연을 지휘하고 있다. 청색 LED 발명으로 백색 LED 탄생 LED(light-emitting diode)는 발광다이오드를 일컫 는다. 반도체에 적당한 불순물을 주입해서 (-)의 전자 가 풍부한 n형 반도체와 (+)의 정공(전자가 비어 있는 자리)이 풍부한 p형 반도체를 만들어 붙인 후 전류를 흘리면 전자와 정공의 결합에 의해 빛이 발생한다. 만들어지는 빛의 색깔은 사용된 반도체의 종류와 조 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 1950년대 말 적색 LED가 개 발되어 간단한 표시등이나 계산기 등에 사용되기 시 작했다. 그 이후 노란색과 녹색 LED가 개발되면서 응 용범위가 넓어지게 됐다. 센서 등과 연결해 감성조명, 지능형 조명 가능 청색 LED 개발로 ‘제2의 빛의 혁명’ issue & trend· 노벨물리학상

센서 등과 연결해 감성조명, 지능형 조명 가능 청색 LED 개발로 ‘제2의 …jhko/Nobel_Prize_TB.pdf · 발표된 백색 led의 발광량은 와트당 무려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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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064-069 이슈&트렌드_노벨상 - 64 -

64

TECH & beyond

10월 초 노벨상 위원회는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발명한 아카사키 이사

무(85), 아마노 히로시(54), 그리고 나카무라 슈지(60)

등 세 사람을 선정했다.

우주의 근원처럼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통찰하고 자

연 속의 원리를 발견한 과학자들에게 수여되어야 할

노벨물리학상이 생활에 유용한 것을 ‘발명’한 사람들

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노벨물리학상이 “물리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또는 발명을 한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기준

을 떠올려보면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은 청색 LED

를 발명해 빛의 혁명을 주도한 세 사람의 업적에 대한

당연한 대가라고 본다.

그렇다면 조명기술의 혁신을 이끈 청색 LED는 과연

우리 일상생활 속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여러

분이 지금 컴퓨터 모니터나 대형 TV를 보고 있다면

이 디스플레이 속에 숨어 흰색 빛을 만들어내는 백라

이트 광원은 십중팔구 청색 LED를 품고 있다. TV에

블루레이 디스크가 연결되어 화려한 색감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면 블루레이 플레이어 속에서는 청색

LED 기술에 기반해 만든 청색 레이저 다이오드가 열

심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 책상 위 스탠드, 손전등, 전광판,

광고판, 다리 위 경관조명 등 빛을 만들어 내는 장치나

제품 속에서는 대부분 청색 LED가 주연을 담당하며

화려한 빛의 향연을 지휘하고 있다.

청색 LED 발명으로 백색 LED 탄생

LED(light-emitting diode)는 발광다이오드를 일컫

는다. 반도체에 적당한 불순물을 주입해서 (-)의 전자

가 풍부한 n형 반도체와 (+)의 정공(전자가 비어 있는

자리)이 풍부한 p형 반도체를 만들어 붙인 후 전류를

흘리면 전자와 정공의 결합에 의해 빛이 발생한다.

만들어지는 빛의 색깔은 사용된 반도체의 종류와 조

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 1950년대 말 적색 LED가 개

발되어 간단한 표시등이나 계산기 등에 사용되기 시

작했다. 그 이후 노란색과 녹색 LED가 개발되면서 응

용범위가 넓어지게 됐다.

센서 등과 연결해 감성조명, 지능형 조명 가능

청색 LED 개발로 ‘제2의 빛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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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990

년대 이전에는 청색 LED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LED의 응용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청색이

없으면 백색광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나 조명과 같은 중요한 응용 분야로 LED의 활용범위

가 확대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번 수상자들은 청색

LED를 성공적으로 개발함으로써 백열등을 발명한 에

디슨 이래 ‘제 2의 빛의 혁명’을 주도하게 된다.

청색 LED는 주기율표상 3족과 5족 원소를 조합한 질

화 갈륨(GaN)을 이용해 구현됐다. 개발 당시 가장 커

다란 걸림돌은 질이 우수한 GaN 단결정을 얇게 성

장시키고 이를 p형 반도체로 바꾸는 것이었다. 대학

과 중소기업에서 연구하던 세 명의 수상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각고의 노력을 통해 1990년대 초 고품질

GaN을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에 고효율의 청색

LED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청색 LED에 녹색과 적

색 LED를 결합하거나 적절한 형광물질을 코팅해서

백색 LED 조명을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마침내 열린

것이다.

물론 여느 기술과 같이 청색 LED 역시 개발 초기에는

매우 비싸고 발광 효율이 낮았다. 하지만 LED 광원의

잠재력에 주목한 연구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광효율과

성능이 놀랄 정도로 빠르게 개선됐다.

반도체 산업에서 이야기되는 무어(Moore)의 법칙과

비슷하게 LED 역시 하이츠(Haitz) 법칙이란 것이 있

다. 이 법칙에 따르면 10년 마다 발광출력은 약 20배씩

증가하고 가격은 10분의 1씩 감소한다.

사람의 눈이 인식하는 빛의 양을 표현하는 단위는 루

멘(lumen)이다. 백열등의 발광량은 와트 당 15루멘 정

도에 불과하고 형광등은 70~80루멘인 데 반해, 최근

발표된 백색 LED의 발광량은 와트당 무려 300 루멘

에 달한다. 이를 감안하면 LED 기술이 전 세계 전력 생

산량의 4분의 1을 소비하는 조명기술의 혁신을 통해 에

너지 절감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지 충분히 예상된다.

2000년대 들어 LED 광원의 주된 응용분야는 액정표

시장치(LCD)와 같은 디스플레이용 광원장치로 확대

되었다. LCD 화면이 잘 보이도록 하는 백라이트에 형

광등 대신 백색 LED를 적용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얇고, 효율이 좋은 디스플레이가 구현될 수 있었다.

풍부한 색감을 연출하는 용도로는 백색 LED 대신 적

녹청 LED가 사용됐다.

최근 LED는 디스플레이용 광원의 영역을 벗어나 일반

조명으로 그 분야를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이같은 추

세를 고려할 때 LED 광원이 멀지 않은 미래에 현재의

조명광원을 모두 대체하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기술의 전환이 단순히 형광등이

나 백열등을 LED로 갈아 끼우는 것에 그친다는 의미

는 결코 아니다.

유연한 색 구현으로 감성조명 가능

LED가 가지는 디지털 광원으로서의 속성은 사실상

기존의 조명이 가지는 수동적 조광 기능을 넘어 매우

혁신적인 기능과 풍부한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 LED

는 본질적으로 모래알 정도 크기의 칩에서 빛을 발하

는 점광원에 가깝다. 또 LED가 구현할 수 있는 발광색

은 빨강에서 파랑까지 모든 색깔을 포함하고 있다. 이

처럼 다채로운 색깔의 점광원들을 조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유연성은 각 개인의 상황이나 감성에 조응하

는 색상과 밝기의 빛을 실시간으로 연출하는 감성 조

명의 출현을 가능케 한다.

인간의 생체리듬에 부합해 건강을 유지하거나 생산성

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는 조명,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

고 영양 성분을 조절해 농업의 혁신을 가져올 조명 등

스마트 바이오 조명의 도래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

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가능성은 LED와 기존 반도체 기술

과의 융합을 통해 예상할 수 있다. LED 칩에 다양한

센서와 전자 소자 및 광학 부품 등을 집적하게 되면 조

명이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가령 실내에 있

는 사람들의 동선을 센서를 통해 파악하면 조명광의

방향이나 세기, 스펙트럼까지 조절하는 지능형 조명

의 구현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조명이 가시광 통신으

로 네트워크와 연결된다면 또 다른 차원의 정보 전송

이 가능해지고 스마트 그리드와 연결, 효율적인 전력

관리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디슨의 백열등에서 출발한 1세대 인공 광원의 혁명

은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수은이라는 유해물

질을 쓸 수밖에 없는 형광등 역시 2020년을 넘어서면

시장에서 퇴출될 운명에 놓일 것 같다.

지난 100여 년을 넘게 인류의 밤을 비췄던 이들의 바통

을 이어받은 LED가 펼칠 ‘제 2의 빛의 혁명’이 앞으로

의 100년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자못 기대가 크다.

글 고재현 한림대학교 전자물리학과 교수

고재현 교수는 서울대를 거쳐 KAIST에서

물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츠쿠바대학애서 레이저 분광학을 연구했고

삼성코닝에서 LED 면광원 백라이트 분야에

대한 연구를 맡았다. 2004년부터 한림대학교

에 재직하며 빛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LED 칩에 다양한 센서와 전자 소자

및 광학 부품 등을 집적하게 되면 조

명이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조명이 가시광 통신으로 연결되면 다

른 차원의 정보전송도 가능해진다.

나카무라 슈지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아카사키 이사무

일본 나고야대학 교수

아마노 히로시

일본 나고야대학 교수

노벨물리학상 노벨물리학상 노벨물리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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