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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발간하며 - mewebbook.me.go.kr/DLi-File/091/019/001/5561157.pdf · 김춘수 시인의「꽃」이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태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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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을 발간하며...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꽃」이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태산보다 큰 메시지와 반향을 우리 가슴 속 저

    깊은 곳까지 절절하게, 짠하게 전해주지 않습니까? 좋은 시는

    독자도 모르는 사이에 읽는 이의 마음을 공명하게 하고 순화

    시켜 줍니다.

    우리는 바쁜 일상에 매몰된 채 하루를 마감하기 일쑤입니다.

    한가하게 시나 읽을 시간이 어디 있냐고 스스로를 빗장 속에

    가두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없는 시간이지만 마른 수건 짜듯

    짜내어 문학작품을 읽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인문

    학적 소양과 문화적 감성이 뒷받침 될 때 창의적 사고와 창조적

    능률도 증진될 수 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께서도‘문화는 고부가가치를 더하는 21세기

    연금술이며, 문화융성은 창조경제의 토대’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환경가족의 소박한 사연이 담기고, 혼자만 알기 아까워

    동료에게 권하고 싶은 시 70편을 담은 시집을 만들었습니다.

    환경가족의 자작시도 들어있고, 우리에게 익숙한 시도 들어

    있습니다. 직원들의 개성있는 사연과 감상까지 담았습니다.

    가까이 두고 짬짬이 생기는 망중한(忙中閑)을 이용하여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문화의 달 10월에 발간한 이 시집으로 인하여 작지만 의미

    있는 위안과 기쁨, 생의 활력을 발견하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감사합니다.

    2013년 10월

    환경부 장관 윤성규

  • 제목 /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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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 김춘수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 용혜원

    아름다운 사람 / 조제도

    가슴에 내리는 비 / 윤보영

    갈대 / 박필경

    강물이 될 때까지 / 신대철

    공기예찬 / 장옥관

    굴하지 않으리 /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

    귀천 / 천상병

    그 꽃 / 고은

    그대가 별이라면 / 이동순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장관

    차관

    차관,

    백운란(과학원)

    정석철(본부)

    김태승(과학원)

    서문홍(자원관)

    백규석(환경정책실장)

    권정윤(한강청)

    이경훈(본부)

    오창호(생태원법인화추진단)

    허봉조(대구청)

    김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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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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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기현(낙동강청)

    허봉조(대구청)

    이해진(원주청)

    김기덕(본부)

    정종선(본부)

    전태완(과학원)

    김해주(금강청)

    박응렬(환경인력개발원장)

    김대곤(과학원),

    이용덕(금강청)

    정종선(본부),

    홍정호(본부)

    길지현(과학원)

    제목 /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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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원태연

    그리움 / 구석본

    기도 / 헤르만 헤세

    길 잃은 날의 지혜 / 박노해

    꽃밭을 바라보는 일 / 장석남

    꽃씨 / 서정윤

    꽃의 말 / 황금찬

    꽃이 그랬다 / 김영

    나룻배와 행인 / 한용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낙조 / 김남조

    추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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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진영(금강청)

    조영준(본부)

    원혜영(원주청)

    양창식(금강청)

    신동석(과학원)

    박혜윤(자원관)

    김유민(과학원),

    이승환(본부)

    서문홍(자원관)

    강동훈(한강청)

    박상동(본부)

    김신엽(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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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화 / 이형기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 작자미상

    내 마음을 아실 이 / 김영랑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정용철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누워서 바라본 하늘 / 서문홍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담쟁이 / 도종환

    답설야 / 서산대사

    제목 / 지은이 추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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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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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기획조정실장)

    변상윤(본부)

    최동섭(대구청)

    임은옥(과학원)

    백상현(본부)

    김종민(과학원)

    정종선(본부)

    손은상(자원관)

    오승희(새만금청)

    이경락(과학원)

    이남권(본부)

    김영수(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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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 한 알 / 장석주

    무지렁이 발성2 / 고재종

    바다의 육체 / 김현승

    별 헤는 밤 / 윤동주

    봄밤 / 김수영

    비구름 / 김종민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사람이 사람에게 / 이채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

    사평역에서 / 곽재구

    산같이 물같이 살자 / 법정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푸쉬킨

    제목 / 지은이 추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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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상(낙동강청)

    노태권(낙동강자원관건립추진단)

    권군상(금강청),

    구미라(금강청)

    이온길(환경인력개발원)

    최진영(금강청)

    박창진(본부)

    황계영(본부)

    이선혜(원주청)

    김종민(과학원)

    이윤서(낙동강청)

    한진석(과학원)

    이재현(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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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을 맞은 그대에게 / 홍수희

    서시 / 이정록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 / 로버트 헤릭

    술에 취한 바다 / 이생진

    신부 / 서정주

    연탄 한 장 / 안도현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랑

    오월의 노래 / 괴테

    잠 / 하상욱

    저녁눈 / 박용래

    채워지지 않은 잔이 더 아름답다

    / 이정옥

    제목 / 지은이 추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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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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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상윤(본부)

    임세라(과학원)

    고삼상(새만금청)

    김종률(본부)

    이경훈(본부)

    고삼상(새만금청)

    김영희(대구청)

    양창식(금강청)

    서인순(자원관),

    구미라(금강청)

    김동진(본부)

    백규석(환경정책실장)

    이의숙(새만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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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마음 / 정채봉

    청포도 / 이육사

    청춘은 가는데 / 고삼상

    코뿔소는 죽지 않는다 / 최승호

    풀꽃 / 나태주

    해바라기 꽃 / 고삼상

    해바라기 연가 / 이해인

    행복 / 유치환

    행복의 얼굴 / 이해인

    향수 / 정지용

    호수 / 정지용

    톨스토이 명언

    제목 / 지은이 추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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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

    김 춘 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꼭 필요한 지혜와 철학이 깃들여있는 시라서 참 좋아합니다. 우리 환경가족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아름다운 꽃이 되시길 바랍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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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 혜 원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일, 너무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됩니다. 항상 내 곁에 있어주는 가족, 매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건네는 작은 미소, 따뜻한 말 한마디가 행복의 시작입니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나로 인해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놀라운 축복입니까

    내가 해준 말 한마디 때문에

    내가 준 작은 선물 때문에

    내가 베푼 작은 친절 때문에

    내가 감사한 작은 일들 때문에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땅을 살아갈 의미가 있습니다.

    나의 작은 미소 때문에

    내가 나눈 작은 봉사 때문에

    내가 나눈 사랑 때문에

    내가 함께 해준 작은 일들 때문에

    누군가 기뻐할 수 있다면

    내일을 소망하며 살아갈 가치가 있습니다.

  • 12

    아름다운 사람

    조 제 도

    공기 같은 사람이 있다.

    편안히 숨 쉴 땐 알지 못하다가

    숨 막혀 질식할 때 절실한 사람이 있다.

    나무 그늘 같은 사람이 있다.

    그 그늘 아래 쉬고 있을 땐 모르다가

    그가 떠난 후

    그늘의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이가 있다.

    이런 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매일같이 만나고 부딪는 사람이지만

    위안을 주고 편안함을 주는

    아름다운 사람은 몇 안 된다.

    세상은 이들에 의해 맑아진다.

    메마른 민둥산이

    돌 틈에 흐르는 물에 의해 윤택해지듯

    잿빛 수평선이

    띠처럼 걸린 노을에 아름다워지듯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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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이 세상을 사랑하기에

    사람들은 세상을 덜 무서워한다.

    우리는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주는 것 중에 가장 으뜸은 대가없이 주는 것입니다. 베풀되 베풀었다는 생각조차 없는 베풂. 공기 같은, 나무그늘 같은 대가없이 베푸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자 노력합시다. 우리 환경부가 그런 아름다운 사람들의 향기로 가득한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저는 이 시를 읽으면서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소원했습니다. 너와 나 우리 모두‘아름다운 사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백운란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지원과 주무관)

  • 14

    가슴에 내리는 비

    윤 보 영

    비가 내리는 군요

    내리는 비에

    그리움이 젖을까봐

    마음의 우산을 준비했습니다.

    보고 싶은 그대.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그대 찾아 갑니다.

    그립다 못해 비가 됩니다.

    내리는 비에는

    옷이 젖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에는

    마음이 젖는군요

    벗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비 내리는 날은

    하늘이 어둡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열면

    맑은 하늘이 보입니다.

    그 하늘

    당신이니까요.

    빗물에 하루를 지우고

    그 자리에

    그대 생각 넣을 수 있어

    비오는 날 저녁을 좋아합니다.

    그리움 담고 사는 나는.

    늦은 밤인데도

    정신이 더 맑아지는 것을 보면

    그대 생각이 비처럼

    내 마음을 씻어주고 있나봅니다.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15

    비가 내립니다.

    내 마음에 빗물을 담아

    촉촉한 가슴이 되면

    꽃씨를 뿌리렵니다.

    그 꽃씨

    당신입니다.

    비가 오면

    우산으로 그리움을 가리고

    바람 불 때면

    가슴으로 당신을 덮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빗줄기 이어 매고

    그네 타듯 출렁이는 그리움

    창밖을 보며

    그대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내리는 비는

    우산으로 가릴 수 있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은

    막을 수가 없군요

    폭우로 쏟아지니까요.

    비가 내립니다.

    누군가가

    빗속을 달려와

    부를 것 같은 설레임

    내 안의 그대였군요.

    환경부 출신이며 지금은 보건복지부에 근무하는 윤보영 과장님의 시를 소개해 드립니다.

    정석철 (환경부 자연자원과 행정사무관)

  • 16

    갈대

    박 필 경

    떼지어 사는 군집성은

    외로움 때문

    실바람에도 가슴 흔들리고

    허리 굽히는 것은

    헤픈 인정 때문

    삶속에 뼈대로 세운 심지박고

    외로움과 헤픈 인정 도려내는

    은장도를 갈아

    흔들리지 않는 네 삶에 견주어

    가을을 배운다.

    지하철 몇 호선인가? 전철을 기다리다 유리벽에 쓴 시가 눈에 들어 왔다. 빼곡히 들어선 퇴근길 사람들, 갯벌에 발을 지르고 서 있다. 외롭고 인정 헤픈 사람들이 모인 전철은 누군가에겐 굵은 소시지 하나. 전철 안에서 순천만 갈대숲이 생각났다.

    김태승 (국립환경과학원 토양지하수연구과장)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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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물이 될 때 까지

    신 대 철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

    흐린 강물이 흐른다면

    흐린 강물이 되어 건너야 하리

    디딤돌을 놓고 건너려거든

    뒤를 돌아보지 말 일이다

    디딤돌은 온데간데 없고

    바라볼수록 강폭은 넓어진다

    우리가 우리의 땅을 벗어날 수 없고

    흐린 강물이 될 수 없다면

    우리가 만난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사람이 아니고

    디딤돌이다

    모교 국문과 교수님이셨던 신대철 시인의 시입니다. 이과생이었지만 국문과 여학생들이 예뻐서(?) 신대철 교수님 국문과 전공수업(시창작 및 연습, 현대시강독, 현대시인론 등)을 모두 들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받았던 강의 중 가장 진지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서문홍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환경연구사)

  • 18

    공기예찬

    장 옥 관

    시인은 공기 도둑이라는 말도 있지만 *

    공기 한줌을 거저 얻어서

    온종일 넌출넌출 즐거움이 넝쿨로 뻗어간다.

    물이나 햇빛, 공기 따위를

    런닝구처럼 사입듯 사고 팔 수는 없겠지만

    눈썹 펴고 건네는 인사조차 이웃 간에 거저 얻기 힘든 터에

    허구헌 날 지나다니면서도 몰랐던

    동네 카센타

    이야기 나누던 손님 기다리게 해놓고 모터 돌리고 호스 연결해

    낡은 자전거 앞타이어에 탱탱하게 바람 넣어주고

    시키지 않은 뒷바퀴까지 빵빵하게 공기 채워주는데

    삯이 얼마냐 물었더니

    옥수수 잇바디 씨익, 그냥 가시란다

    햐, 공짜! 공으로 얻은 공기 채운 마음

    공처럼 둥글어져서

    푸들푸들 가로수가 강아지처럼 마냥 까부는데

    페달 밟으니 바퀴 버팅기고 있던 살대가 모조리 지워지고

    * 러시아시인 만젤쉬땀(O.Mandel'shtam)의 싯구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19

    동그라미 두 개만 떠오른다.

    비눗방울처럼 안팎이 두루 한겹 공기로 채워진

    무게 없는 것들

    발목 잡는 삶의 수고와 중력 벗어나 구름과 나와 자전거는

    이미 한 형제가 되었으니

    텅텅 속 비운 지구가

    공기 품은 민들레 홀씨처럼 한껏

    위로 위로

    공중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가 공으로 얻는 기쁨이 있다면, 공으로 나눠주는 기쁨도 누려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가슴 훈훈한 시입니다.

    백규석 (환경부 환경정책실장)

  • 20

    굴하지 않으리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

    이 세상 끝까지 지옥처럼 어둡게

    나를 뒤덮은 밤의 어둠 속에서도,

    나는 어떤 신이든

    내게 불굴의 영혼을 주신 것을 감사하노라.

    환경의 잔인한 손아귀에 붙잡혔을 때도

    나는 주춤거리지도 큰소리로 울지도 않았노라

    운명의 몽둥이에 난타당해

    머리에 피가 흐를지라도 굴하지 않으리.

    분노와 눈물의 이 세상 너머에는

    유령의 공포만이 섬뜩하게 모습을 드리운다.

    그러나 세월이 위협할지언정

    내가 두려워하는 모습은

    지금도 앞으로도 보지 못하리라.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21

    상관하지 않으리라

    천국의 문이 아무리 좁고

    저승의 명부에 온갖 죄목이 적혀 있다하더라도.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내 영혼의 선장이나니.

    힘들고 지칠 때 읽으면 좋은 시 추천합니다. 어떤 고난이 와도 이겨낼 수 있을 것같은 힘을 주는 시입니다.

    권정윤 (한강유역환경청 환경감시단 주무관)

  • 22

    귀천(歸天)

    천 상 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수년 전 인사동에서 모임을 갖고 입가심을 위해 호프집을 찾아다니다‘귀천’이라는 멋들어진 간판의 가게가 있어 들어갔습니다. 들어가고 보니 천상병 시인의 아내가 운영하는 찻집이었습니다. 찻집에서 호프를 찾았으니 당연히 퇴짜 맞았지요. 너무나도 유명한 시‘귀천’을 보면 이렇게 웃지못할 싸구려 추억이 떠오릅니다.^^

    이경훈 (환경부 운영지원과 기록연구사)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23

    그 꽃고 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정신없이 나아갈 때 보지 못했던 것들내려갈 때 깨닫는 경우가 많지요.외우기도 쉬운 짧은 시 한편

    다가오는 모든 일에 웬만하면 감사하며한땀한땀 예쁘게 매듭짓는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오창호 (국립생태원법인화추진기획단 운영관리팀)

  • 24

    그대가 별이라면

    이 동 순

    그대가 별이라면

    저는 그대 옆에 뜨는 작은 별이고 싶습니다

    그대가 노을이라면

    저는 그대 뒷모습을 비추어주는

    저녁하늘이 되고 싶습니다

    그대가 나무라면

    저는 그대의 발등에 덮인

    흙이고자 합니다

    오, 그대가

    이른 봄 숲에서 우는 은빛 새라면

    저는 그대가 앉아 쉬는

    한창 물오르는 싱싱한 가지이고 싶습니다

    어쩌면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요. 어떤 송별회 자리에서 이 시를 낭송한 적이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는데, 이보다 더 적당한 말이 없을 것 같았거든요. 어떤 분은 1연의 ‘그대 옆에 뜨는 작은 별이고 싶습니다’라는 표현에, 또 어떤 분은 마지막 연의‘한창 물오른 싱싱한 가지이고 싶다’는 표현에 감동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모든 글자 하나하나에 감동을 하여 틈날 때마다 암송을 해보고는 합니다.

    허봉조 (대구지방환경청 환경관리과 주무관)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25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 석 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26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소중한 그 분! 있을 때 감사했고, 성실한 그 대! 떠날 때 미안하며, 훌륭한 그 님! 접할 때 고맙다면서, 믿었고 소망하며 사랑하면서,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며, 언젠가 또 같이 일하는 기회가 있기를 기원하며!

    김영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주무관)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27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원 태 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눈물이 나올 만큼

    나를 아껴줬던 사람입니다

    우리 서로 인연이 아니라서 이렇게 된 거지,

    눈 씻고 찾아봐도 내겐 그런 사람 없습니다

    따뜻한 눈으로 나를 봐줬던 사람입니다

    어쩜 그렇게 눈빛이 따스했는지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살아도

    이사람은 이해해주겠구나 생각 들게 해주던,

    자기 몸 아픈 것보다 내 몸 더 챙겼던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사랑해 주었던 한 사람입니다

    내가 감기로 고생할 때 내 기침 소리에

    그 사람 하도 가슴 아파해

    기침 한 번 마음껏 못하게 해주던 그런 사람입니다

  • 28

    지금 그사람 나름대로 얼마나 가슴 삭히며 살고 있겠습니까?

    자기가 알 텐데 내가 지금 어떻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을 텐데

    언제가 그 사람 이런 애기를 한적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멀리 있어야 한다고

    멀리 있어야 아름답다고

    웃고 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내가 왜 웃을 수 없는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 사람과 하도 웃어서 너무너무 행복해서

    몇 년치 웃음을 그때 다 웃어버려서

    지금 미소가 안 만들어진다는 걸

    웃고 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인연이 아닐 뿐이지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 사람 끝까지 나를 생각해 주었던 사람입니다

    마지막까지 눈물 안 보여주려고

    고개 숙이며 얘기하던 사람입니다

    탁자에 그렇게 많은 눈물 떨구면서도 고개 한 번 안들고

    억지로라도 또박또박 얘기 해 주던 사람입니다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29

    울먹이며 얘기해서 무슨 얘긴지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 사람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알 수 있게 해주던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눈물이 나올 만큼

    나를 아껴주었던 사람입니다

    우리 서로 인연이 아니라서 이렇게 된거지

    눈 씻고 찾아봐도 내게는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인연이 아닐뿐이지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정말 내게는 그런 사람 없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원태연 시인의 시를 접하면서 젊은 날의 추억을 떠 올렸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가지고 있는 추억, 앞으로 가질 수 있는 추억일 거라 생각 하면서 추천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난 지금은 지난 추억 떠 올리면서 한번 피식 웃어 볼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해 볼 것입니다. 그 때 그런 추억이 없었다면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났을지…….

    노기현 (낙동강유역환경청 총무과장)

  • 30

    그리움

    구 석 본

    나의 애인은 언제나 만 리 밖에 서 있다.

    내가 눈부신 목소리로‘사랑한다’하면

    사랑 밖에 서 있고

    ‘그립다’하면 그리움 밖에 서서

    불빛처럼 깜박이며 나의 가슴을 깨우고 있다.

    나의 그리움이 만 리까지 쫓아가면

    또 만 리 밖에 서는 나의 애인아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이승에서 풀리지 않는 외로움 하나 뿐인 것을

    만 리 밖에서 보내는

    불빛 같은 그대 신호로 비로소 안다.

    대구 문인협회장을 지내신 구석본 시인의 시. 참으로 마음을 졸이게 하는 애인을 둔 것 같지요? 하지만 느끼기에 따라 그 대상이 사람에 한한 것만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웬일일까요?

    허봉조 (대구지방환경청 환경관리과 주무관)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31

    기도

    헤르만헤세

    신이여,

    저를 절망케 해 주소서.

    당신에게가 아니라 제 자신에게

    절망하게 하소서.

    미친 듯 모든 슬픔을 맛보게 하시고

    온갖 고뇌의 불꽃을 핥게 하소서.

    모든 치욕을 맛보게 하소서.

    제 자신을 지탱하기를 돕지 마시고

    제가 뻗어 나가는 것을 돕지 마소서.

    하나 저의 온 자아가 이지러질 때

    그 때에는 저에게 가르쳐 주소서,

  • 32

    당신이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당신이 불꽃과 고뇌를 보내셨다는 것을.

    기꺼이 멸망하고

    기꺼이 죽어 가고 싶습니다만

    저는 오직 당신 속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무에 미숙하고 서툴러서 실수를 할 때마다 되뇌는 시입니다.서투름을 변명하기보다는 그로써 발전할 수 있음을 믿기에 지적해주시고 가르쳐주시는 분들에게 고마워하며, 또는 고마워하려고 애쓰며. 오늘도 기도합니다. 이제…… 기도 좀 그만했으면 하면서…….

    이해진 (원주지방환경청 기획과 주무관)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33

    길 잃은 날의 지혜

    박 노 해

    큰 것을 잃어 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 가십시오

    큰 강물이 말라갈 때는

    작은 물길부터 살펴 주십시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흙과 뿌리를 보살펴 주십시오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

    세상을 닮지 마십시오. 세상을 따르지 마십시오

    작은 일 작은 옳음 작은 차이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십시오

  • 34

    작은 것 속에 이미 큰 길로 나가는 빛이 있고

    큰 것은 작은 것들을 비추는 방편일 뿐입니다

    현실 속에 생활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세상을 앞서 사는 희망이 되십시오.

    바쁜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어떤 것인지 돌아보고, 회복하고, 다시 살아내는 그런 나날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좋은 시 한편 나누고자 합니다.

    김기덕 (환경부 운영지원과 행정팀장)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35

    꽃밭을 바라보는 일

    장 석 남

    저, 꽃밭에 스미는 바람으로

    서걱이는 그늘로

    편지글을 적었으면, 함부로 멀리 가는

    사랑을 했으면, 그 바람으로

    나는 레이스 달린 꿈도 꿀 수 있었으면,

    꽃 속에 머무는 햇빛들로

    가슴을 빚었으면 사랑의

    밭은 처마를 이었으면

    꽃의 향기랑은 몸을 섞으면서 그래 아직은

    몸보단 영혼이 승한 나비였으면

    내가 내 숨을 가만히 느껴 들으며

    꽃밭을 바라보고 있는 일은

    몸에, 도망온 별 몇을

    꼭 나처럼 가여워해 이내

    숨겨주는 일 같네.

    꽃은 신이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꽃밭을 바라보는 일……지상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한 순간…… 꽃의 향기랑 몸을 섞는 나비가 되는 일!!

    정종선 (환경부 국토환경정책과장)

  • 36

    꽃씨

    서 정 윤

    눈물보다 아름다운 시를 써야지.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대 한 사람만을 위해

    내 생명 하나의 유리이슬이 되어야지.

    은해사 솔바람 목에 두르고

    내 가슴의 서쪽으로 떨어지는 노을도 들고

    그대 앞에 서면

    그대는 깊이 숨겨 둔 눈물로

    내 눈 속 들꽃의 의미를 찾아내겠지.

    사랑은 자기를 버릴 때 별이 되고

    눈물은 모두 보여주며

    비로소 고귀해진다.

    목숨을 걸고 시를 써도

    나는 아직

    그대의 노을을 보지 못했다.

    눈물보다 아름다운 시를 위해

    나는 그대 창 앞에 꽃씨를 뿌린다.

    오직 그대 한 사람만을 위해

    내 생명의 꽃씨를 묻는다.

    맑은 영혼으로 그대 앞에 서야지

    나이가 들어가며 좋아지고 있는 시입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전태완 (국립환경과학원 자원순환연구과 환경연구관)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37

    꽃의 말

    황 금 찬

    사람아

    입이 꽃처럼 고와라

    그래야 말도

    꽃같이 하리라

    사람아

    나이 들면서 시 한 편 정도는 외우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나이 들면서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겠다는 생각……ㅎㅎ그렇게 해서 내 마음에 와닿은 시가 원로시인 황금찬 님의‘꽃의 말’입니다. 냉장고 문에 붙여놓고 사춘기 두 아들녀석땜에 울컥~치밀 때 마다‘말도 꽃처럼 해야지~’하고 마음을 다스리며 쳐다보는 시입니다. ㅎㅎ

    김해주 (금강유역환경청 총무과)

  • 38

    햇볕이 꽃을 피운다고 하지마라

    바람이 꽃을 지운다고 하지마라

    피는 것도

    지는 것도

    꽃이 그랬다

    꽃이 그랬다

    김 영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마다 떠올려보고 싶은 시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의 탓, 주변 탓을 많이들 합니다. 그러나 결국은 본인이 그 주인공이죠. 잘 되는 것도, 못 되는 것도 결국은 본인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박응렬 (국립환경인력개발원장)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39

    나룻배와 행인

    한 용 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가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이렇게 애타게 나라를 사랑해 본 적이, 아니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절절하게 고민하던 시절이 아득하네요. 오늘 여러분이 기다리는 행인은 누구신가요? 혹시 만나셨나요, 아님 여전히 기다리고 계신가요? 내가 먼저 행인이 돼서 찾아가는 것은 어떨 런지요…….

    김대곤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환경연구관)

    좋은 시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이용덕 (금강유역환경청 총무과 주무관)

  • 40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 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 석

    * 뱁새 * * 오두막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41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30년 가까이 역사에서 지워졌던 이름...대한민국의 많은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라고 응답한 시인...백석!백석이 사랑했던 여인, 자야(본명 김영한.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하여 길싱사 건립)에게 어느날 기자가 물었답니다.“1000억원이나 되는 대원각을 내놓고 후회되지 않나요?”“1000억원이 그 사람 시 한줄만도 못해…….”

    정종선 (환경부 국토환경정책과장)

    좋은 시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홍정호 (환경부 정책총괄과 주무관)

  • 42

    해 저물어서야

    당신께 올 수 있었지

    울며 두드리던 문에 절망하고

    겨울 바닷가

    피의 홍수로 번지는 낙조만 바라보네

    사랑이란 말은

    눈부셔

    못 만지고

    당신과 연분있는 실바람이면

    간절히 껴안고 싶었었지

    사람에겐 양심이라 부르는

    자의식의 율법이 있다

    당신의 그 마음 열어주지 않으면

    오던 길 천만리도 되돌아가는

    이는 내 계율인 것을

    낙조

    김 남 조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43

    흐느끼며 잠기는 노을

    밤이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수심에

    천천히 이 바램을 떨군다.

    김남조 시인의‘낙조’를 오랜만에 써 봅니다. 중학교 무렵 뜻도 모르면서 반복해서 읽었던 기억이 나 추천드립니다. 좋은시간 보내세요~

    길지현 (국립환경과학원 자연자원연구과 환경연구사)

  • 44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낙화

    이 형 기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45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낙화’는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아픔을 성숙한 미로 노래한 시입니다. 그 아픔이‘실연’,‘이혼’,‘사별’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에게도 지금껏 타인과의‘헤어짐’이 반복된 일상이었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곱씹을수록 애잔함 보다는 용기가 생기는 시입니다.

    최진영 (금강유역환경청 상수원관리과)

  • 46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였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 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 종 환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47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 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좋은 시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조영준 (환경부 국토환경평가과 주무관)

  • 48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식기 전에 밥을 먹었다

    얼룩 묻은 옷은 입은 적도 없었고

    전화로 조용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었고

    늦도록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날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했다

    날마다 집을 치웠다

    장난감에 걸려 넘어진 적도 없었고

    자장가는 오래전에 잊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어떤 풀에 독이 있는지 신경쓰지 않았었고

    예방주사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누가 나한테 토하고 내 급소를 때리고

    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잡아 댕기고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작자미상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49

    이로 깨물고 오줌을 싸고 손가락으로

    나를 꼬집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었다

    내 생각과 몸까지도

    울부 짖는 아이를 두팔로 눌러

    의사가 진찰하거나 주사를 놓게 한적이 없었다

    눈물어린 눈을 보면서 함께 운적이 없었다

    단순한 웃음에도 그토록 기뻐한 적이 없었다

    잠든 아이를 보며 새벽까지 깨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기가 깰까봐 언제까지나 두팔로 안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토록 작은 존재가 그토록 많은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하게 될 줄 결코 알지 못했었다

  • 50

    내 자신이 엄마가 되는 것을 그토록 행복하게 여길 줄

    미처 알지 못했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기분...

    그 가슴 아픔...

    그 경이로움...

    그 성취감을 결코 알지 못했었다

    그토록 많은 감정들을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1999년 독일 프랑크프르트 국제도서전에서 '가장아름다운책'으로 선정된 에바토트의 시집에 실렸으며, 시인 류시화가 엮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것처럼' 에 실려서 유명해진 시입니다.엄마가 되고 보니.. 한구절 한구절 너무 마음에 와 닿네요~읽을 때마다 눈물이 납니다. 정말 그토록 작은 존재가 제 삶에 그토록 많은 영향을 미칠줄 몰랐습니다.저는 한아이의 엄마로서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엄마란 존재는 정말 위대한 것 같습니다!!

    원혜영 (원주지방환경청 기획과 주무관)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51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디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아! 그립다

    내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내 마음을 아실 이

    김 영 랑

    시인은(우리는) 그리워한다. 눈물방울같은 이슬같은, 속 깊이 감추고 있는 내 마음의 보배를 다같이 알아줄 수 있는 사랑을…….

    양창식 (금강유역환경청 환경감시단 주무관)

  • 52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정 용 철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53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보통의 경우 성당에서 미사를 보면 신부님이 성경문구와 관련된 강론을 하십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추석에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뜻으로 강론대신 이 시를 읽어주셨습니다. 저에게는 가족과 직장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삶인지를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의미로 다가와서 지금도 가끔 내 인생을 되돌아보고 싶을 때 읽어 봅니다.

    신동석 (국립환경과학원 수질총량연구과 환경연구관)

  • 54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 지 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버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55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 시인은 원래‘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같은 시대정신이 강한 시를 많이 썼지만 이 시만큼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나름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시 같아서 좋아합니다.‘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가슴에 쿵쿵거린다.’결혼하기 전, 연애시절에 약속장소에 먼저 와서 기다릴 때면 항상 저 대목이 생각났어요. 문이 열릴 때마다 누군가 살짝살짝 들여다보는 마음이 저 마음이 아닐는지……. 그 설렘은 정말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박혜윤 (국립생물자원관 미생물자원과 환경연구사)

  • 56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

    안 도 현

    제가 좋아하고 늘 가슴에 새겨 놓은 시 한 수가 있어 추천해 드리고자 합니다. 요즘같이 개인주의가 팽배해있는 사회에서 꼭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김유민 (국립환경과학원 상하수도연구과)

    참으로 어려운 얘기입니다. 스스로 뜨겁게 살기도 쉽지 않은데, 나로 인해 다른사람까지 뜨겁게 할 수 있다니. 게다가 그렇지 못함을 부끄러워할 수 있다니.누구나처럼 젊은 시절 나와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삶을 살겠노라고 생각했었지만 하루 하루, 일년 일년이 지나면서 나 하나 열심히 사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구나 생각을 하게됩니다. 나는 어떤사람이냐고 다시 묻게 됩니다. 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10여년 전 아무 생각없이 이 시를 좋아한다고 한 친구에게 읽어 준 적이 있었는데, 얼마전 그 친구가 아직 그 시를 잊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놀랐습니다.

    이승환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장)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57

    누워서 바라본 하늘

    서 문 홍

    가뭄 끝에 비가 내렸다

    햇살에 가냘픈 내 지식의 편린들

    하나씩 하나씩 조각나 떨어진다

    회색 빛 건물도 씻겨졌는지 하얗게 빛나 세상의 틈을 비춘다

    그 열린 틈 사이로 무리 지은 뭉게구름 아이떼

    분명 어디로부터인가 새어나와 피어오른다

    한꺼번에 몰아닥친 열로 눈은 좀더 가늘어지고

    머리는 붕 떠 어딘가에 있을 물 위를 떠돈다

    여름감기에 걸려서인가 좀 더 버거운 삶, 아직 여름은 아니다

    신호등을 기다리다 햇살에 지쳐 몸을 그늘 아래로 옮긴다

    간혹 기침은 섬광과 함께 착각에 빠트리며

    잊었던 친구를 되살린다

    분명 민들레 꽃씨처럼 감기는 불현듯 짐을 들고 찾아왔으리라

  • 58

    벚나무 잎사귀 사이사이 까맣고, 빨간 열매들

    콘크리트 바닥을 물들인다.

    그 곁 누워있는 행려병자 한 사람

    병자가 아니더라도 분명 몸은 부자유스러울 것이다

    단, 영혼은 자유로울까 지레 짐작하다

    함께 나란히 누워 햇살을 쬘까 머뭇거리는 사이

    뭉게구름아이들, 자꾸자꾸 피워 올라

    하늘과 땅을 햇살로 잇는다

    제 자작시입니다. 대학생때(2000년 즈음) 지었던 시인데, 조금 수정해서 올려봅니다. 비온 다음 날 세상이 말끔해 보인 하루 였는데요. 전철역으로 가는 둑방길에 행려병자 한 사람 편하게(?) 누워있더라고요. 전 감기몸살로 잠을 못자 비몽사몽 정신없이 지각할까봐 서둘러 가는 상황에서 '왜 살까?' 짧게 고민도 해보고,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하면서 스쳐지나갔던 하루였습니다. 뭐, 그러면서 길가에 꺄르르 뛰어가는 어린 아이들과 파란하늘 뭉게구름을 보며 마음을 바르게 다잡고 뭔지 모를 미래의 희망을 가지고 싶었던거 같습니다.

    서문홍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환경연구사)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59

    늙어가는 아내에게

    황 지 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 60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알 한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61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 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묻힌 손으로 짚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1. 이 시는 4살 연상의 첫사랑 그녀(지금으로부터 8년전 늦여름)와 관련됩니다.2. 친애하는 귀하께서 추천하신 상기 시를 오랜만에 들추어 보다가 참회의 마음 금할 길 없어 아래와 같이 고백하건데, 부디 당신을 며느리, 아내, 아이엄마로만 전락시켜버린 저를 용서하 시옵기를 바라며,3. 아울러, 당신과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은 즈음“임자, 우리 괜찮았지? 사랑해”라고 말 할 수 있는 그날을 벼르고 벼르오며 이만. 풋 *^.^*

    강동훈 (한강유역환경청 환경관리과 주무관)

  • 62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

    도 종 환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여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읽어보시면 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박상동 (환경부 노동조합 위원장)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63

    답설야 (踏雪野)

    서산대사

    힘들고 어려울 때 항상 이 한시는 오롯한 공직자나 사회인으로서의 매무새를 가다듬게 합니다.

    김신엽 (환경부 정보화담당관실 전산사무관)

    눈덮힌 들길 걸어갈 제

    아무렇게나 하지 말지어다

    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不須湖亂行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 64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알고 보니 주위 분들이 함께해주니 자신도 커진다는 것, 한편으로 자연과 신의 섭리가 있음을…….

    이재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대추 한 알

    장 석 주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65

    무지렁이 발성2 - 쏘내기는 휘몰아치는데

    고 재 종

    워매워매 일은 벌어지고

    옹배기는 깨지고

    미꾸라지는 탈출헐 일 보소

    요놈의 일 좀 보소

    아 뒷동산에 쏘내기는 가득 몰려오는디

    마당 가득 나락은 널렸고

    소새끼는 띠어서 앞뒤로 뛰어댕기고

    애새끼는 마루 끝에서 떨어질락 허고

    또 장꽝에 장오가리는 열렸는디다

    워매워매 친정엄니 죽었다고 전보마저 온디다

    그 와중에도 설사는 나서 지랄이니

    아이고 쎄빠질 요놈의 일

    사람 죽고 초상나고 애기 낳고 산고 들 일이네

    아 염병헐 서방놈은 워디 갔는지

    염병헐 주막집 술장에다 코나 박고 있는지

    금낱 같은 나락은 담어야 허고

  • 66

    금쪽 같은 애기도 잡어야 허고

    갱변에 널은 꼬치도 담어야 허고

    아 그뿐인가 그뿐인가 천하없어도

    빨랫줄에 널린 시아비 입성은 걷어야제

    친정엔 더 속히 가봐야제

    워매워매 똥은 더욱 싸야겄는디

    미치고 환장헐 쏘내기는 벌써 투닥이네

    아이고 환장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펄쩍펄쩍 뛸 일이네 요놈의 일.

    시급을 다투는 일 여러개가 동시에 겹칠 때가 왕왕 있죠? 그런시입니다. 구슬프면서도 이상하게 익살맞은…….

    예산자료 급히 작성하는데, 긴급회의 안건 검토해서 국장님 보고는 드려야지, 곧 죽어도 처리시간 내에 민원은 처리해야 하는 데 어제 회식에서 마신 술 때문에 화장실은 급하지, 국회에서 전화 와서 몸을 베베 꼬아가며 예~예~ 듣다보니, 국장님이 자료 가져 오라시고 예산자료도 얼른 마무리해야 하는데, 어린이집에서 울 아가 열난다고 문자 날아오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까진 성과실적 결재 받아 입력해야 하는데 과장님은 출장 중, 내일 있는 행사에 장관님 인사말씀에서 기념품까지 챙겨야지, 약속 없이 들이닥친 민원인들 기다리시는데 벌써 오후 6시, 울 아가 소아과 문닫기 전에는 가야겠는데 자료 독촉 전화는 수없이 울려대고 워매워매~ 뱃속은 부글부글 끓어대는데 이중주차한 차 빼라고 휴대전화가 덜덜대네.

    변상윤 (환경부 국토환경평가과 사무관)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67

    바다의 육체

    김 현 승

    푸른 잉크로 시를 쓰듯

    백사장(白沙場)의 깃은 물결에 젖었다.

    여기서는 바람은 나푸킨처럼 목에 걸었다.

    여기서는 발이 손보다 희고

    게는 옆으로 걸었다.

    멀리 이는 파도(波濤)-- 바다의 자스민은 피었다 지고,

    흑조(黑潮)빛 밤이 덮이면

    천막이 열린 편으로

    유성(流星)들은 시민과 같이 자주 지나갔다.

    별들은 하나하나 천년의 모래 앞에 씻기운

    천리밖의 보석(寶石)들……

    바다에 와서야

    바다는 물의 육체만이 아님을 알았다.

  • 68

    뭍으로 돌아가면

    나는 다시 파도에서 배운 춤을 일깨우고,

    내 꿈의 수평선을 머얼리 그어 둘 테다!

    나는 이윽고 푸른 바다에 젖는 손수건이 되어

    뭍으로 돌아 왔다.

    폭염(暴炎)의 계절...부산 광안리 바닷가 생각이 난다. 이십 수년전, 와이프랑 연애하던 시절...

    이 시(詩)를 떠올리며 광안리 백사장을 걷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 당시 좋아하던 詩가‘바다의 肉體’, 박인환의‘목마(木馬)와 숙녀(淑女)’로 기억난다. 요즘도 일년에 한두번은 해운대나 광안리 바닷가로 간다. 그때나 지금이나 처갓집이 부산이지만, 짙푸른 잉크를 뿌려놓은 듯한 바다가 보고 싶어서.달맞이 고개에서 내려다보는 그 바다 풍경이…….

    최동섭 (대구지방환경청 기획과 주무관)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69

    별 헤는 밤

    윤 동 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70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가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쟘’,‘라이너 마리아 릴케’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71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하게외다.

    좋은 시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임은옥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전략기획과 주무관)

  • 72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봄밤

    김 수 영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73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이 문장은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줄곧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나는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이 문장을 되뇌였으며,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결코 당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물론 매번 완벽하게 당황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백상현 (환경부 대변인실 행정사무관)

  • 74

    물이 있으면 사막도 울창한 숲이 됩니다. 물은 생명입니다. 아프리카도 풍요로워집니다. 2010년 일본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10차 총회에서 세상에 단비가 되고 단비가 내리기를 비는 마음 열었습니다.

    김종민 (국립환경과학원 자연자원연구과 환경연구관)

    길게 하늘 떠돌던 물

    마른땅을 적시었다.

    비구름

    김 종 민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75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 용 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 76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시인의 시집, 산문집이 서점에 나오는 즉시 모조리 사서 읽었습니다. 섬진강의 이야기에 늘 빠져 들어갔고, 그렇게 계절마다 섬진강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어느 겨울 시인을 만났을 때 시인이 제게 말했습니다.‘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쓰여지는 것’이라고……‘이 세상에 가장 위대한 스승은 자연’이라고,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되는 것처럼…….

    정종선 (환경부 국토환경정책과장)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77

    사람이 사람에게

    이 채

    꽃이 꽃에게 다치는 일이 없고

    풀이 풀에게 다치는 일이 없고

    나무가 나무에게 다치는 일이 없듯이

    사람이 사람에게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꽃의 얼굴이 다르다 해서

    잘난 체 아니하듯

    나무의 자리가 다르다 해서

    다투지 아니하듯

    삶이 다르니 생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행동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니 사람이 다른 것을

    그저 다를 뿐 결코 틀린 것은 아닐 테지.

    사람이 꽃을 꺾으면 꽃내음이 나고

    사람이 풀을 뜯으면 풀내음이 나고

    사람이 나무를 베면 나무내음이 나는데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면 사람내음이 날까.

    가끔 아니 자주 욱 하는 성질 때문에 험한 말로 동료에게 상처를 입힌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반성하는 맘으로 내 책상 유리판 밑에 깔아 놓고 있지만……. 동료, 친구, 가족 간에도 항상 말조심, 상처를 주지 말자는 뜻에서 시 한수 보냅니다.

    손은상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 환경사무관)

  • 78

    항상 성실히 노력하면서 제가 읊조리는 시입니다.

    오승희 (새만금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 주무관)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79

    사평역(沙平驛)에서

    곽 재 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 80

    삶이란 항상 고달픔, 슬픔, 외로움으로 엮인 듯 하면서도 아침에 눈뜨면 이내 미지의 희망을 품게 만드는 긍정의 매개체인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 밤 어느 간이역에서 이 시인은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아마 슬픔을 뒤로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떠났을 듯 합니다. 행복하십시오.

    이경락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 환경연구사)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81

    산같이 물같이 살자

    법정스님

    텅 빈 마음엔 한계가 없다.

    참 성품은 텅 빈 곳에서 스스로 발현된다.

    산은 날보고 산같이 살라하고

    물은 날보고 물같이 살라한다.

    빈 몸으로 왔으니 빈 마음으로 살라고 한다.

    집착, 욕심, 아집, 증오 따위를 버리고

    빈 그릇이 되어 살라고 한다.

    그러면 비었기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고 한다.

    수행은 쉼이다.

    이것은 내가 했고 저것은 네가 안했고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다는 식으로

    항상 마음이 바빠서는 도무지 자유를 맛볼 수 없다.

  • 82

    10여년 전 어느 인쇄소에서 나눠준 재미있는 유머와 함께 있었던 시입니다.처음 읽는 순간 맘에 들어 업무수첩에 넣어두고, 해마다 업무수첩을 바꿀 때에도 버리지 않고 보관해 오고 있지요. 보통 사람들이 시에서처럼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그러나, 가끔은 지나온 삶에서 잘못한 일들을 반성하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비우고 느리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지요.

    이남권 (환경부 창의행정담당관실 행정사무관)

    내가 내 마음을

    “이것”에 붙들어 매어놓고

    “저것”에 고리를 걸어놓고 있는데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항상 노예로 살 수밖에 없다.

    수행은 비움이다.

    내가 한다 내가 준다 내가 갖는다

    하는 생각 또는 잘 해야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따위의 생각을 버리고

    한마음이 되는 것이 수행이다.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83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에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 84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성인군자같은 말을 남겼지만 정작 푸쉬킨 자신은 아내의 외도 소문에 발끈하여 상대남을 찾아가 결투를 벌이다 최후를 맞이하였다고 합니다. 세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수 (환경부 운영지원과 주무관)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85

    생일을 맞은 그대에게

    홍 수 희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바로 오늘 태어난

    사랑스런 이여!

    밤하늘의 별처럼

    많고 많은 사람 중에도

    당신은 오직 한 사람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해봐요

    꽃들도 저마다

    하나이듯이

    한낮의 태양도

    하나이듯이

  • 86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사람 생일이 7월이고 저는 음력 8월달입니다.이 시로 영상편지를 만들어 주었더만 엄청 좋아해서 추천해 봅니다.오늘하루도 해피 하십시오 ^!~

    박현상 (낙동강유역환경청 총무과 주무관)

    당신은 이 세상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오직 한 사람이란 걸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기적인가요

    당신은 축복 받아

    마땅한 사람!

    온 세상을

    당신께 드립니다

    산과 바다 이 기쁨

    모두 당신께 드립니다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87

    서시

    이 정 록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

    내 몸이 너무 성하다.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게 우리네 삶인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시!넘기 힘든 커다란 산과 같은 일들 앞에서 다시금 되뇌며 마지막 힘을 쥐어짜게 해주는 시!

    노태권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건립추진기획단 환경연구사)

  • 88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수선화에게

    정 호 승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89

    그리스 신화에 에코라는 이름의 숲 속의 님프가 헤라의 분노를 사서 남이 먼저 말하면 그걸 따라할 수밖에 없는 저주에 걸렸답니다. 그런데 그 숲에 자주 사냥을 오는 나르시스라는 아주 잘생긴 청년을 사랑했지만 나르시스는 차갑게 에코를 거절했다네요. 먼저 말할 수 없었던 에코는 결국 사랑을 전하지 못하고 동굴에 박혀 나오질 않다가 목소리만 남아 메아리가 되었다네요. 에코의 친구들은 복수의 여신 에리스에게 찾아가 나르시스에게 에코의 복수를 해줄 것을 부탁하여, 나르시스는 사냥을 하다가 연못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자신의 모습에 반한 나머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물에 비친 자기 모습만 바라보다가 죽고 말았습니다. 그 자리에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바로 수선화랍니다. 그래서 수선화의 꽃말이 '자기 사랑' 입니다. 시에서 화자는 수선화에게 울지 말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있는 수선화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외로워하고 있는 사람을 비유한 시어인 듯 싶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빠져 하염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기다리며 괴로워하다 죽어버린 나르시스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었겠지요. 그런 지독한 외로움에 살다간 나르시스를 떠올리게 하는 수선화를 제목으로, 그리고 시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강조하고자 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랍니다.

    권군상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이 시를 보면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았어도, 철학자가 아니어도 가슴에 새겨지는 문구들이 정말 많아요.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날이 점점 스산해질 때 산도 새도 나도 모두가 외로울 때 이 시를 읽다보면 오히려 힘을 내어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느낌이 듭니다.

    구미라 (금강유역환경청 환경평가과 주무관)

  • 90

    어여쁜 수선화야, 그처럼 빨리 떠나는

    네 모습 보니 눈물이 나는구나.

    아침 해 비록 일찍 떠올랐으나

    아직 중천에 이르지 못했거늘

    가지 마라, 가지 마

    마음 바쁜 하루해가

    저녁 기도 시간까지

    달릴 때까지라도.

    그때가 되면 우리 같이 기도하고

    함께 떠나면 되지 않겠니.

    우리도 너처럼 머무는 시간이 짧단다.

    우리의 봄도 길지 않아.

    순식간에 자라 곧 쇠하여 버리기는

    너나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지.

    우리도 죽는단다.

    네가 시간이 다 되어 시들어

    떠나듯이

    여름날 비처럼

    혹은 진주 같은 아침이슬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지.

    수선화에게

    로버트 헤릭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91

    Fair daffodils, we weep to see

    You haste away so soon:

    As yet the early-rising Sun

    Has not attained his Noon.

    Stay, stay,

    Until the hasting day

    Has run

    But to the Even-song;

    And, having prayed together, we

    Will go with you along.

    We have short time to stay, as you,

    We have as short a Spring;

    As quick a growth to meet decay,

    As you, or any thing.

    We die,

    As your hours do, and dry

    Away,

    Like to the Summer's rain;

    Or as the pearls of Morning's dew

    Ne'er to be found again.

    To Daffodils

    Robert Herrick

    저는 영시 수선화를 좋아해서 올려봅니다.

    이온길 (국립환경인력개발원 인력개발과 시설사무관)

  • 92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이생진 시인은 충남 서산출생이다.‘현대문학’을 통해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으며 시집「먼 섬에 가고 싶다」로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했다. 술에 취한 바다는 그의 시집「그리운 바다 성산포」에 실린 시이다.지독히도 성산포를 사랑했던 시인...나는 거듭거듭 마시지만 취하지 않고 오히려 취하는 건 바다...

    최진영 (금강유역환경청 상수원관리과)

    술에 취한 바다

    이 생 진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93

    신부는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마음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새를 못 참고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옷자락이 걸려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쓰겠다며 달아나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십년인가 오십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집 옆을 지나가다가

    신부

    서 정 주

  • 94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되어

    폭삭 내려앉아버렸습니다.

    초록재와 다홍재로 내려앉아버렸습니다.

    워낙 좋은 시라…….

    박창진 (환경부 정보화담당관실 주무관)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95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연탄 한 장

    안 도 현

  • 96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이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뭐 특별할 것은 없고, 읽을 때마다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시라서…….

    황계영 (환경부 기획재정담당관)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97

    "오 ―― 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 ―― 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 ―― 매 단풍 들것네"

    오 -- 매 단풍 들것네

    김 영 랑

    고등학생 때, 친구가 읽고 있던 김영랑 시집에서 발견한 시입니다. 그 당시에‘오---매’라는 사투리의 어감이 강렬해 시를 읽고 있던 친구가 당황할 정도로 웃었는데(저 때문에 다른 애들도 다들 웃어서;;), 그 때문인지 가을이 되면 항상 이 시가 생각납니다. 감수성 풍부했던 그 친구와 함께..^^

    이선혜 (원주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 주무관)

  • 98

    찬란하여라.

    자연의 빛!

    해는 빛난다!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수많은 소리가

    떨기에서 들린다.

    가슴과 가슴마다

    기쁨이 솟는다.

    오 대지여, 오 태양이여!

    오 행복이여, 오 환희여!

    오 사랑이여, 오 사랑이여!

    황금빛 아름다운 사랑.

    저 산 위의

    아침 구름 같은 사랑이여.

    오월의 노래

    괴테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99

    자연은 경이이고 횐희입니다. 오월 하늘 푸르고 종달새도 행복합니다. 종달새는 노래와 하늘을 사랑하고 아침에 핀 꽃은 하늘의 향기를 사랑하나니. 자연의 파수꾼이자 수호자인 환경부! 행복합니다.

    김종민 (국립환경과학원 자연자원연구과 환경연구관)

    너의 큰 축복은

    신선한 들에 넘치고

    꽃에 싸여

    대지에 넘친다.

    오 소녀여, 소녀여

    너를 사랑하노라!

    한없이 반짝이는 그 눈!

    한없이 나는 사랑하는구나!

    종달새는

    노래와 하늘을 사랑하고

    아침에 핀 꽃은

    하늘의 향기를 사랑하나니,

    뜨거운 피로

    내가 너를 사랑하듯이,

    내게 청춘을,

    기쁨과 용기를.

    새 노래와 춤출 수 있는 용기를,

    너는 내게 주느니.

    그대여 영원히 행복할지니

    영원히 나를 사랑해다오!

  • 100

    넌,

    필요할 땐 내 곁에 없어.

    넌,

    바쁠 때만 날 괴롭히지.

    하 상 욱

    너무 장난스럽게 보일까봐 걱정도 되지만요...잠을 확 깰 수 있게 해주었던 유머러스한 시라...

    살짝 공유해볼까 하는 마음에...조심스럽게요...☞☜

    이윤서 (낙동강유역환경청 상수원관리과)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101

    좋은 시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한진석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저녁눈

    박 용 래

  • 102

    무명단 치마

    인조 헛 저고리

    빛 바랜 나들이 옷 한 벌로도

    따뜻함을 느끼고

    사랑을 아는

    우리 이웃을 기억하소서

    보리떡 한조각

    된장 한 그릇

    썰렁한 저녁상 앞에서도

    넉넉함을 느끼고

    나눔을 아는

    우리 이웃을 위로하소서

    채워지지 않은 잔이 더 아름답다

    이 정 옥

  • 환경가족 나의 사랑 나의 시

    103

    아주 작은 것에도 크게 감사하고 행복을 느끼게 되는데 도움을 준 시 입니다.

    이재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낡은 양철지붕

    여남은 평 채마밭

    비좁은 한자락 땅 만으로도

    풍족함을 느끼고

    감사할 줄 아는

    우리 이웃을 지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