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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 Sharing a Common Vision for Asia's Future

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결과자료집 미래 비전 공유jejuforum.or.kr/data/publications/file2_1503649665.pdf · 제3장 환경·기후변화 산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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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결 과 자 료 집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Sharing a Common Vision for Asia's Future

  •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결 과 자 료 집

    2017

  •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기 위한 역내 다자협력 논의의 장으로 2001년 ‘제주평화포럼’으로 출범했

    습니다. 2011년 제6회 포럼부터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매년 5~6월에 개최되고 있습니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은 한반도

    및 동아시아의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을 위해 창의적 발상에 기초한 국제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역내 평화와 협력을 위한 대화의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

    여 세계 평화 및 국제협력에 기여하는 데 개최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일관된 주제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동

    아시아의 평화와 상호협력, 발전에 대한 실천적 방안을 찾는 동시에 이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www.jejuforum.or.kr

    제주평화연구원은 대한민국 외교부 및 제주특별자치도의 출연기금으로 설립된 비영리 전문연구기관입니다. 제주평화연구원은 창의적 연구활동, 다양한 교육

    활동, 폭넓은 교류활동을 통하여 한반도 및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정착과 협력증진을 사명으로 삼고 있으며, 나아가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러

    한 설립취지에 따라 제주평화연구원은 한반도 및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을 위한 정책연구, 다자적 협력과 평화안보를 위한 이론 연구(제주프로세스), 국내외 연

    구학술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위한 사업 등을 수행하며,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을 비롯한 국내외 학술회의를 주관하고 있습니다. � www.jpi.or.kr 제주평화연구원 제주포럼 사무국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Sharing a Common Vision for Asia’s Future

    2017 평화와 번영을 위한제주포럼 결 과 자 료 집

  • [ 개회식 영상 축하메시지 ] 문재인 • 010[ 개회사 ] 원희룡 • 012[ 개회식 축사 ] 앨 고어 • 015[ 세계지도자세션 모두연설 ] 한승주 • 017[ 세계지도자세션 기조연설Ⅰ ]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 018[ 세계지도자세션 기조연설Ⅱ ] 아니발 카바코 실바 • 021[ 세계지도자세션 기조연설Ⅲ ] 푼살마 오치르바트 • 023[ 세계지도자세션 기조연설Ⅳ ] 이홍구 • 026[ 환영만찬사 ] 임성남 • 028[ 폐회사 ] 서정하 • 030[ 특별강연 ] 기후변화의 도전과 기회: 더 나은 성장은 가능한가 • 032[ 특별대담 ]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 개방적이고 유연한 정부를 위한 제안 • 036

    제1장 외교·안보

    [ 아세안 50주년 특별세션Ⅰ ] 아세안 저널리스트 라운드테이블: 한-아세안 협력의 미래 • 042[ 아세안 50주년 특별세션Ⅱ ] 한-아세안 협력과 싱크탱크의 역할 • 045[ 외교안보 글로벌리더 세션 ] 아시아의 미래를 위한 중견국의 역할 • 048트럼프, 푸틴 그리고 제2차 핵시대의 미래 • 052세계 평화도시 간 연대방안 모색 • 054북한의 실상: 우리 동포들은 왜 고통 받는가? • 057동북아 지정학의 미래: 현안과 담론 • 060한중관계: 차이를 좁히고 신뢰를 회복한다 • 06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 정책은 지속될 것인가? • 066미국 없는 TPP, RCEP, 한중일 FTA: 전망과 과제 • 069한중관계와 공공외교: 싱크탱크의 역할 • 072자유주의 이후의 지역주의: 아시아의 과제와 미래 • 075새로운 파트너와 새로운 리더십의 아시아 • 077한국과 미중일의 대북정책 • 079핵 선제 불사용 원칙과 아시아·태평양 • 082

    C O N T E N T S

    PEA

    CE

  • 제3장 환경·기후변화

    산림을 통한 아시아의 지속가능 발전과 녹색성장 • 196동북아 슈퍼그리드와 녹색협력의 새로운 기회 • 199지속가능하고 안전한 도시를 위한 지방정부의 역량 개발: 도로안전과 도시이동성 • 203도시 회복력을 위한 재난 위험 관리: 아시아·태평양 지역 지방정부의 역할 • 205[ 하논분화구 복원 국제 심포지엄 ] 하논분화구 복원의 의미와 국가정책 추진 방안 • 209탄소 없는 사회 실현을 위한 생태효율성 증대 방안 • 212

    제4장 여성·교육·문화

    칭찬해! 우리 청춘 • 216한중일 청소년 교류를 통한 상호이해의 가교 만들기 • 218평화롭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청년과 문화의 역할 • 221여성 창의성 역량 개발을 통한 미래사회 변혁 • 225아시아의 미래를 위한 시민교육의 과제 • 227한국 문화콘텐츠의 중국 진출과 지적재산권 • 231아시아 국제자유도시의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 234

    제5장 글로벌 제주

    [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라운드테이블 ] 제주도, JDC, 제주 지역사회의 협력 모델 모색 • 238애기바당에서 할망바당까지: 제주해녀문화 세계화와 지속가능성 • 240지속가능한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친환경 광역교통 인프라 구축 방안 • 243제주 스마트 시티 조성 방향 • 246아시아 지방의회 발전 및 교류 활성화 방안 • 249동아시아 평화공동체와 제주 시민사회의 역할 • 254미래의 개인용 이동수단에 대한 전망과 관련 산업생태계의 제주 내 구축을 위한 고찰 • 256경제적 발전과 자연 보전의 균형 • 259제주 헬스케어타운의 현재와 미래 • 264제주 4·3, 동아시아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 그리고 평화 • 268

    새정부에서의 한강하구 중립지역 평화적 활용 전략 • 085한중수교 25주년 평가와 과제 및 새로운 제안들 • 090아시아 핵 경쟁 억제: 비 핵무장 국가의 역할은? • 093폭력적 극단주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아시아 대화: 테러단체 대응논리를 중심으로 • 096평화통일과 글로벌 한인공동체의 기여방안 • 099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민간교류 • 102사이버안보: 국제적, 지역적, 국가적 맥락에서 • 105핵확산방지조약: 2020년 평가회의를 위한 도전과제 • 107한반도 비핵화: 돌파구를 마련한다 • 111지속가능한 통일·대북정책을 위한 도전과 과제 • 114동아시아에서의 국제법 역할 • 118[ 외교관 라운드테이블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 • 120남중국해 해양분쟁 중재판결 이후 동아시아 해양안보 질서와 발전 • 122동북아 안보 협력과 한반도 통일: 동북아 안전과 평화, 어떻게 할 것인가 • 124동아시아와 유럽의 역사화해 • 129전환기의 한미중 협력 • 134변화의 국제질서와 평화의 새로운 과제 • 137한국의 다자협력외교: 동북아평화협력구상 민관네트워크 구축 평가와 향후 추진 과제 • 140동북아 신안보환경과 북핵정책 • 144아시아 미래를 이끌어 가기 위한 글로벌 변화에 적응하는 능동적 리더십의 필요 • 149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아시아 소프트파워 • 151동아시아 평화와 남북협력의 비전 모색 • 154

    제2장 경제·경영

    4차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미래 • 160아시아 장수기업의 신가치 창조와 경영자 철학 • 163트럼프 시대의 동북아 경제 전망과 대응 전략 • 165아시아 협력네트워크와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 168[ 경제자유구역 라운드테이블 ] 한중일 성장거점의 협력 • 172조직 혁신을 위한 여성 리더십 역량 강화 • 176글로벌 개방시장을 위한 아시아의 역할 • 180트럼프 행정부와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통합의 지정학적 함의 • 183동중국해 수산자원 공동관리 및 이용에 관한 협력 방안 • 186한중일의 제4차 산업혁명을 논하다, 선진국형 지역협력 인더스트리 4.0 • 189해외투자를 위한 리서치센터 역량 강화 • 192

    G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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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5. 31 수 - 6. 2 금제주국제컨벤션센터

    주최 제주특별자치도,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 중앙일보

    주관 제주평화연구원

    협찬 국민은행, 대한항공, 아모레퍼시픽,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한국관광공사, 주식회사 한라산

    후원 외교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파트너 국립외교원, 국제개발협력학회, 김포시, 다마대학, 동북아역사재단,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세계여성발명

    기업인협회, 세종연구소, 아시아경제자유네트워크, 아시아미래연구원, 우리들의 미래, 유네스코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유엔협회세계연맹, 인간개발연구원,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재외동포재단, 제주4·3연구소, 제

    주국제연수센터, 제주국제협의회, 제주대학교, 제주연구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한라대학교, 제주해양수

    산연구원, 차하얼학회, 코리아타임스, 통일연구원,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 한국경제매거진, 한국고등교육재단,

    한국국제협력단,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컬러유니버설디자인협회, 한국해양전략연구소, 한중일3국협

    력사무국, 한중지역경제협회, 핵군축및비확산을위한아시아·태평양지도자네트워크, 100년경영연구기구

    2017

    아 시 아 의 미 래 비 전 공 유 | S h a r i n g a C o m m o n V i s i o n f o r A s i a ’ s F u t u r e

  • 011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010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7•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으로

    [ 개회식 영상 축하메시지 ]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는 제주포럼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새정부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

    화와 번영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구상, 담대한 실천을 시작할 것입니다. 국제사회와 협력하겠습니다. 미국,

    중국 등 관련국들과 함께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하여 대화의 장으로 이끌고,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및 북

    미 관계 개선을 함께 이뤄내겠습니다. ‘외국 역할론’에 기대지 않고 한반도 문제를 대한민국이 주도해 나가

    겠습니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국제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도전입니다. 저는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하게 대처할 것입니다. 아울러 북한이 무력도발을 감행한다면 굳건한 한미동맹과 대

    한민국의 방위 역량으로 즉각 강력하게 응징하여 평화를 지켜낼 것임을 분명하게 약속합니다.

    전쟁 위협이 사라진 한반도에 경제가 꽃피게 하겠습니다. 남북이 아우르는 경제공동체는 대한민국이 만

    든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으로 확장시켜 세계 경제 지도를 바꾸는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어 낼 것

    입니다. 또한 한반도와 동북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둘째 날 열리는 북한 인권 세션에도 주목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인권변호사로 국민의 인권을 위해 노력

    해왔습니다. 인권은 인류 보편의 가치인 만큼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서도 주저 없이 노력할 것입니

    다.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북한당국의 정책과 제도 개선을 유도하겠습니다.

    평화로운 한반도는 더 이상 꿈이 아닙니다. 제 임기 내에 한반도 평화의 획기적인 전기를 만들 것입니다.

    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앞장서서 열어 가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이 담대한 꿈을 여러분이 함

    께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의 개막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바쁘신 중에 이 자리에 참석해 주

    신 내외 귀빈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특별히 70여 개국, 해외에서 오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제주는 세계자연유산 등재,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세계지

    질공원 인증까지 유네스코 3관왕을 차지한 ‘세계의 환경 보물섬’입니다. 짧은 일정이지만 이 아름다운 제

    주를 맘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제주를 아름답게 만든 것은 사람입니다. 제주는 예로부터

    도둑, 거지, 대문이 없다 하여 삼무(三無)라고 불렸습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남의 것을 탐내거나 구걸하

    는 일이 없었고,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왔습니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아름다운 공동체입니다. 인류사

    회가 지향해야 할 ‘평화 공존의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제주 사람들’의 매력에도 흠뻑 빠져 보

    시기 바랍니다.

    69년 전,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제주에 큰 아픔이 있었습니다.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수만 명의

    선량한 주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무고하게 희생되었습니다. 세계적인 냉전시대의 최전선에서 겪었던 고

    통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과 제주는 그 아픔을 극복하고 평화와 화해의 문을 열어 가고 있습니다. 국

    가적인 진상규명에 이어 드디어 2006년 대통령이 직접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국가를 대표하여 공식적인

    사과를 했습니다. 새정부는 앞으로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 남아 있는 국가의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 4·3사건에 대한 세션이 처음으로 운영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내년 4·3 사건

    70주년을 앞두고, 아직도 남아 있는 제주도민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제 제주

    는 대립과 갈등의 낡은 유산을 해소하고,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열어 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동북아시아의

  • 013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012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7•

    [ 개회사 ]

    원희룡 제주포럼 조직위원장,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평화산업’의 플랫폼, 제주

    든 국가가 나서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지방정부도 적극적으로 참여

    하고 있습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지금 이곳 제주를 보십시오. 풍력과 태양력을 이용하는 ‘카본프리 아일

    랜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혁명은 21세기 최대의 세계적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지구 환경의 지속가

    능성이 세계의 미래 비전이 된 것입니다. 최근 들어 세계는 인류 평화를 위협하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약소국의 꿈과 미래를 위협하는 강대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질서의 형성 때문입니다. 강대국 중

    심의 보호주의와 패권주의가 발흥하기 시작했지만 그 어떤 국가도 ‘불편한 진실’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있

    습니다. 세계가 다시 새로운 냉전시대로 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평화는 강대국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약소국이나 약자의 이해와 관심이 반영되지 않는 세계는 평화롭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겉으로만 평

    화롭게 보이는 ‘가짜 평화’를 이끌 뿐입니다. 우리 세계가 마주하고 있는 또 다른 ‘불편한 진실’입니다. 진정

    한 세계 평화를 찾기 위해서는 인류 공동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비전을 공유해야 합니다. 힘의 강약, 인종

    의 다름, 이념과 종교의 차이까지 뛰어 넘어 인류의 공존과 상생을 지향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로 가는 길

    입니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일국 중심의 배타적 국익 추구를 위한 경쟁과 갈등을 자제하고 국가 간 협력과 지

    역적 통합을 추구해야 합니다. 제주포럼이 지향하는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은 국가 간 협력 없이는 불가능

    평화와 공동 번영은 인류 역사의 오랜 숙제입니다. 20세기 냉전의 한복판을 지나온 우리 제주 역시 평화

    와 인권, 상생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제주는 동아시아에서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

    으로 평화와 공동 번영의 시대를 열기 위해 2001년부터 제주포럼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여

    러분은 글로벌 이슈의 중심에서 시대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오신 분들입니다. 글로벌 리더

    와 세계 지성들의 경험과 지혜가 제주에서 큰 울림의 기폭제가 되어 제주포럼은 이제 세계 70여 개국에서

    5000여 명이 찾는 아시아의 대표적 국제공공포럼으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번 제주포럼에서 아시

    아의 평화 질서를 확장하고 평화의 우산 아래 세계가 함께하는 미래지향적인 논의의 장이 펼쳐지기를 기

    대합니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제주포럼의 대주제는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입니다. 현재 탈세계화로 상징되는

    복잡하고 다양한 현안 과제들이 우리 인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안보 위협은 핵을 넘어 에너지·식량·사

    이버로 더욱 다양해지고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기후변화와 저성장, 양극화, 역사·영토 분쟁, 테러리즘과

    같은 초국경적인 도전과제들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인류가 공동으로 직면하고 있는 이러한 초국

    경적 현안들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지구적, 지역적 비전의 공유가 있어야 합니

    다. 이번 제주포럼은 인류의 보편적 희망과 미래를 만들어 나갈 아시아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국가 간 협력을 위한 담론과 창조적 방안들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세계는 지금 심각한 환경 위기로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지구온난화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말하는 ‘불편한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강대국은 물론 개발도상국까지 모

  • 015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014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7•

    합니다. 그리고 그 협력은 세계 평화와 공동 번영을 향한 아시아의 미래 비전에 대한 공유로부터 시작되어

    야 할 것입니다. 평화로운 세계란 전쟁이 없는 상태의 평화뿐 아니라 무질서와 차별, 갈등과 불평등이 없는

    상태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공동체가 조화롭게 통합되고 협력의 기운이 넘치는 상태가 되어야 합니

    다. 그래야 ‘진짜 평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는 2005년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이래, 10년 넘게 평화를 실천해 온 지방정부입니다. 그리고

    최근 제주는 통념적 평화의 개념을 넘어 ‘새로운 평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청정 제주의 대자

    연이 주는 ‘치유의 평화’, 다양한 가치와 이해를 모두 포용하는 ‘관용의 평화’,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 전 과정

    이 평화롭게 이루어지는 ‘에너지 평화’가 제주의 새로운 평화입니다. 제주가 중심이 되어 실천하는 ‘새로운

    평화’는 우리의 관념 속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평화가 발원되고 확산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이익이 창출되

    는 동시에 경제적 이익이 평화를 확산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평화산업’입니다. 제주가 추진하

    는 카본프리 아일랜드 프로젝트는 세계를 향한 제주형 평화산업입니다.

    평화가 관념적 논의의 대상이나 바람직한 상태를 제시하는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류가 직

    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실천적 솔루션이 되어야 합니다. 평화는 인류가 공동 번영

    으로 가는 길에서 반드시 마주해야 할 가치이고 비전입니다. 세계는 지정학적 긴장과 보호무역주의로의 회

    귀, 자유주의의 퇴조와 포퓰리즘의 확산으로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불안하

    게 만드는 문제들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하는 ‘글로벌 평화 플랫폼’이 필요

    합니다. 그 역할을 제주포럼이 하겠습니다.

    제주포럼은 새로운 평화를 토론하고 진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뜻을 모으는 광장으로, 평화산업을 발

    전시키는 평화 기업가로서의 역할을 꾸준하고 충실하게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공동번영을

    위한 ‘새로운 평화’의 토양을 일구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제주포럼이 평화와 번영의 아시

    아를 위한 새로운 가치 창출과 안정적 질서 구축을 위한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주가 세계를 향해 발신하는 평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머무시는 동안 평화롭

    고 아름다운 제주의 대자연이 주는 매력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세계 진보의 열쇠는 ‘비전 공유’

    [ 개회식 축사 ]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200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참석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먼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님

    의 훌륭한 연설과 그 연설에 담긴 생각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이 포럼을 개최하

    신 포럼 관계자 모든 분께 축하를 전하고 싶습니다. 올해 제주포럼은 정말로 고무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었

    습니다.

    각국 장관, 전임 장관, 전직 국가수반, 정부 지도자 그리고 모든 귀빈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저

    는 한국의 문재인 신임 대통령께서 보내주신 메시지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문 대통령의 의견은 훌륭

    했습니다. 저는 제주도 방문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섬에 와서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주포럼은 아시아의 미래를 위한 비전 공유라는 고무적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공동의 비전은 오늘날 세계가 만들어가야 할 번영에 필수적 요소입니다.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는데, 그것은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

    께 가라’는 것입니다. 2017년 세계가 맞은 도전과제의 핵심은 우리가 멀리 그리고 빨리 가야 한다는 것인

    데, 이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어야 함을 뜻합니다. 그리고 아시아가 부를 축적해가는 이때에 아시아의 공통

    된, 절대적으로 필수적이고 고무적인 목표입니다.

    2015년 12월 파리기후협정에서 우리는 전 세계 공통된 비전의 등장을 목격했습니다. 이 비전은 우리가

    빠르게 가면서도 멀리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것입니다. 제주포럼은 여러 해 동안 외교에 초점으로 두

    고 외교정책, 환경, 안보, 경제 이슈에 관한 동아시아와 아시아를 아우르는 국제협력의 공간을 제공해 온

    결과, 평화와 번영에 관한 모범적인 다자 대화의 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국제적으로 협력과 협동을 위한

  • 017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016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7•

    공통의 비전을 추구하고, 평화와 번영에 직결된 기후문제 해결을 포함한 우리 시대 최대의 도전과제를 극

    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능력을 모두 발휘해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훌륭한 행사를 멋지게 개최해 왔을 뿐 아니라 2030년까지 카본프리 아일랜드로 변모하

    겠다는 약속으로 기후위기 해결에 헌신해 온 제주도에 특히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2009년부터 추

    진해 온 스마트그리드 사업과 2011년 전기차 선도도시로 선정된 것에 대해 제주도를 높이 사고 싶습니다.

    원 지사께서도 전기차를 운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미국에서 전기차를 운전합니다. 제주

    도는 현재 등록된 37만 대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축사를 마치며, 유명한 경제학자 루디 돈부시의 말을 인용하겠습니다. ‘모든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만, 그것이 벌어지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휠씬 빨리 벌어진다.’ 우리는 다양한 기술혁명에서 이러한 일

    을 목격했습니다. 또한 많은 사회적, 정치적 혁명에서 이런 일을 경험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지구 기후를 보

    전하기 위한 환경운동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후손에게 도덕적, 윤리

    적 책무를 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공할 것이고, 성공했을 때 감사의 대상은 제주

    도가 될 것입니다.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하려면

    [ 세계지도자세션 모두연설 ]

    한승주 전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를 주제로 한 세계지도자세션 좌장을 맡게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아

    시아가 불안정과 안정적인 발전이라는 상반된 두 측면을 함께 보여 주는 상황에서 오늘 이 세션이 열리게

    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삶의 모든 영역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분

    열됨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은 글로벌화라는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자유무역, 첨단

    기술, 즉각적인 디지털 소통수단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이 같은 발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국제

    질서 때문에 실현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가결, 이후 미국 대통령 선거 결

    과, 전 세계적 민족주의 경향의 확산 현상을 보면 글로벌화, 진보주의적 질서, 다자주의로 인해 나타난 변

    화들 때문에 세계적으로 많은 계층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와 관련해 비관론과 낙관론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이는 수정주의

    적 신흥국과 기성 강대국 간 갈등의 배경을 설명해 주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거론합니다. 다른 이는 신흥

    강국이 자신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않아 위기를 초래하는 ‘킨들버거 함정’에 대해 말합니다. 여기에

    다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위협 문제도 있습니다. 민족주의 발호, 무기경쟁, 지역분쟁으로 인한 문제까

    지 있습니다.

    그러나 밝은 미래를 전망할 만한 여지도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발전 속도가 빠르고 지역 간 협

    력체제가 충분하진 않아도 서서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역내 국가 간 상호의존도, 인적 교류, 문화협력 역시

    하루가 다르게 커지거나 확대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미래에 가로놓인 문제와 장애물이 눈앞에 보일지라

    도 우리는 마음속에 아시아의 미래를 향한 밝고 긍정적인 비전을 가질 수 있습니다.

  • 019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018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7•

    저는 이번 제주포럼에 슬픈 심정으로 참석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종교적 아집에서 비롯된 이러한 사건은 인도네

    시아에서 처음 발생한 일이 아닙니다. 비슷한 사건이 태국 방콕에서도 발생했습니다. 또한 오늘까지도 필리

    핀 말라위시가 IS와 연계된 단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것은 슬픈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테러

    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영국 맨체스터 폭탄 테러를 포함해 전 세계 다른 지역으로도 퍼져 갔습니다.

    이러한 사회를 현대 문명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를 이야기해 보겠습니

    다.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아시아-아프리카 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은

    제한된 여건 속에서 인도네시아 반둥에 모여 1955년에 회의를 했습니다. 이날 다양한 인종, 민족집단, 종

    교, 신앙의 장벽을 제거했습니다. 이 회담은 또한 모든 차이를 그들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흐름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것은 이들 국가에 혜택을 주었을 뿐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 심지어 라틴 아

    메리카 국가들과는 별개로 새로운 문명을 건설할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회담과 늘 함께 해왔

    으며 이 회담을 마음에 깊이 새겼습니다. 이 사건을 오늘날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과 비교해 봅시다. 종교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의 결과로 인해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보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1955년 4월 18일

    아시아, 아프리카 회담의 개막식에서 수카르노 대통령이 한 말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는 다른 어느 대륙보다 다양한 종교와 신앙이 있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전

    세계로 퍼진 신앙과 사상의 탄생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교의 다양한 형식 때문에 갈라져야 하는

    평화·다양성 실현의 디딤돌 ‘판차실라’

    [ 세계지도자세션 기조연설Ⅰ ]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제5대 인도네시아 대통령

    걸까요? 모든 종교가 전파하고자 하는 역사와 개성, 존재 근거, 긍지, 목적, 진실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위대한 종교는 관용을 설파하고 상생의 원칙을 따를 것을 요한다

    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각 종교의 신도들이 다른 이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의무

    로 모든 각각의 신도들에게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다

    면 종교는 타락하고 종교의 진정한 목적은 왜곡됩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

    한 책임을 깨닫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민족적 단결의 원천이자 외국의 간섭을 가로막는

    종교적 믿음의 힘은 분열을 촉발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공동의 노력으로 힘들게 성취한 자유를 파

    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아시아 국가의 창립자들 그리고 아시아, 아프리카 회담 회원국들의 원칙과 이상이 아시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운동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일어나는 극단적 운동에

    대한 대응도 포함됩니다. 지금은 우리의 국가 설립자들로부터 그리고 아시아-아프리카 회의의 역사로부터

    모든 생명체가 지니는 고유한 다양성조차도 공동의 노력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고 유지될 수 없다는 것

    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다양성은 협력을 통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화는 겉으로 보기에 분리되지

    않은 국경 없는 세상을 만들어냈습니다. 다양한 문제가 출현하고 있고 국가단위를 넘어 서로 연결된 문제

    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신매매, 마약거래, 금융범죄부터 테러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문제가 얽혀 있습

    니다. 이 중 독립적으로 각국의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문제가 있을까요? 이러한 문제가 제3세

    계 국가들에게만 영향을 준다고 생각치 않길 바랍니다. 선진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다면적 차원의 위기

    를 잘 관찰해 보십시오.

    이 자리를 빌려 기후변화와 그것이 지구와 인류 문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끊임없이 의견을 표명해 오

  • 021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020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7•

    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께 경의와 함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칸 영화제에서 고어 전 부통령께

    서 밝힌 입장에 동의합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기후변화의 움직임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하나의 권력이

    기후변화를 멈출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그저 가만히 있거나 탄소거래를 통해 기후변화를 상

    업화하는 틀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기후변화에 관련된 국제협약 중 하나인 2015년 기후협정은 논의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과거 교토의정서

    가 규율해 온 탄소배출 감소를 지지합니다. 이제는 파리협약에서 정해진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에게 적극적으로 기후정의 운동에 참여할 것을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지난 수십 년간 누적된 온실가스 배출로 대기권을 파괴해 온 선진국들도 기후변화

    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합니다. 지금은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그들의 부채를 해결해야 할 때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요 원칙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측정하는 또 다른 방법을 고려하고, 개

    인당 배출 속도를 동일하게 할 수 있는 국제적 협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지구상의 개인들은 누

    구나 동일하게 대기권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로부터 72년 전인 1945년 6월 1일은 수카르노 대통령이 역사적인 연설을 한 날입니다. 이 연설에서

    그는 ‘판차실라’를 제시했습니다. 판차실라는 나중에 인도네시아 공화국의 근본 원칙으로 자리 잡았습니

    다. 판차실라는 다섯 가지 원칙을 의미합니다.

    첫째, 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모든 이들은 어떤 종교적 이기주의 없이 문화적으로 신에 대한 믿음을 가

    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신에 대한 믿음, 고귀한 인격, 서로에 대한 존중을 의미합니다. 둘째, 공정하고

    문명화된 인류애입니다. 이 원칙은 민족주의를 발휘합니다. 민족주의는 자유운동이고 억압에 대한 해법이

    며 자유에서 비롯된 위대한 영감입니다. 이 원칙을 통해 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

    을 위한 정의와 번영을 이루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주의자들은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를 함

    께 사랑합니다. 셋째, 인도네시아의 단결입니다. 이 원칙은 서로를 굳건히 끌어안아야 할 필요성을 보여줍

    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민족주의가 국제주의로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민족주의와 국제주의 간에는

    갈등이 없습니다. 국제주의의 원칙을 통해 모든 국가는 큰 나라든 작은 나라든 다른 모든 국가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켜줍니다. 국제주의를 통해 국가는 인종 우월주의, 국수주의, 세계시민주의를 벗어나 성숙하

    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넷째, 협의와 의견 일치입니다. 즉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는 서구가

    독점하거나 서구가 만들어낸 사회적 원칙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특정한 사회적 조건에 따라 시행 과정에

    서 변화를 겪기도 했지만, 인간 본래의 조건입니다. 다섯째, 사회정의는 사회복지와 연결되어 있고 분리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판차실라입니다. 신에 대한 믿음, 민족주의, 국제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

    정의. 이것이 인도네시아 민족의 삶의 방식입니다.

    판차실라는 삶의 중추적 지도원칙이자, 정신적으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문화

    적으로 우리가 쟁취해야 할 원칙입니다. 판차실라가 보편적 의미를 지니고 있고 국제적으로 실행될 수 있

    다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21세기를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해법에 이르는 정신이자 원칙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아무도 증오와 갈등을 젊은 세대로 이전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믿기에 갈등과 분규에 대

    해서는 평화의 길을 택하는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그렇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세계평화에 기

    여하는 수단으로서, 빈곤과 억압을 종식시키는 진지한 노력의 하나로, 여러분에게 판차실라 원칙을 아시

    아 국가의 삶의 방식으로 제안합니다. 지금 그리고 다가올 시대에 아시아가 판차실라 정신으로 세계의 정

    의와 사회복지를 이루기 위해 싸워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국제정치 및 경제질서의 측면에서 엄청난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

    의 징후가 나타났고 세계화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정학적 환경의 악화도 느껴집니다. 일부 국가들은

    군사비 지출의 증대를 준비 중입니다. 사이버 위협도 증가했습니다. 대중 영합적 정치는 세계 여러 곳에서

    기반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 환경 속에서 아시아의 평화, 안보, 번영은 시의적절한 주제입니다.

    유럽연합과 동아시아의 관계 강화가 이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연합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구역으로 미국보다도 넓고, 수출입 규모로 봐도 세계 최대의 무역 강대국입니다. 전

    세계 100여 개 이상의 국가들에게 유럽연합은 최대의 수출시장입니다. 유럽연합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평

    가되어야 하는 것은 유럽의 핵심인 유로 존입니다. 하나의 중앙은행, 단일 화폐인 유로, 단일한 금융정책을

    19개국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유로 존이 붕괴하리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한 국가가 유로 존을 탈퇴

    하면 그 부정적 여파가 너무 커서 어느 정부도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입니다. 영국은 유럽연합에 속하

    지만 유로 존에는 속하지 않습니다. 브렉시트 협상은 매우 힘들 것이며 영국은 다른 27개 회원국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장래에 더 많은 국가들이 유로 존에 가입하리라 확신합니다. 저는 포르투갈이 유럽연합에 가입한 이후

    10년간 포르투갈 총리직을 역임했습니다. 그리고 단일경제, 통화조약 협상의 핵심적 부분에 참여했기 때

    문에 이 위대한 성취가 국제 금융체제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유로는 달러와 함께 이미 국제결제통화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유럽연합이 강해지고 유로화가 국

    제통화가 되기를 바라고 있음이 분명해졌습니다. 유럽연합이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대국이

    동아시아 안보·번영의 돌파구, 유럽과의 협력에 있다

    [ 세계지도자세션 기조연설Ⅱ ]

    아니발 카바코 실바 전 포르투갈 대통령

  • 023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022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7•

    되는 것이 중국의 이해에도 부합한다고 생각

    합니다. 이는 국제문제에서 미국이 행사하고

    있는 영향력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유럽에서는 일관된 공통의 이해와 가치에

    근거하여 역내 질서를 창출해 냈습니다. 아

    시아에는 여러 국가들을 묶을 수 있는 일관

    된 역내 질서가 없습니다. 양자관계가 지배

    적입니다. 동아시아 국가 간 정치적 대화와

    협력의 범위는 매우 제한되어 있고 오해와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조정 없이

    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양국 모두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양국은

    이 지역의 지속가능한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전략에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북한

    체제의 도발적 행동을 묵과해 왔습니다. 그

    러나 북한의 군사도발에 관한 한 중국은 허

    용할 수 없는 최저선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

    합니다. 중국은 핵 개발로 국제사회의 비난

    을 받는 이웃 국가 때문에 자국의 경제, 사회적 발전과 국제사회에서의 지도력이 위협받는 것을 원하지 않

    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동아시아 국가들과 유럽연합의 협력 증진이 이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

    을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미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힘의 균형 구도에 유럽연합이 참여하는 것은 이 지역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럽연합 자체가 이 지역에는 가치 있는 자산이라고 확신합니다. 유럽연합은 평화, 자

    유, 민주주의를 강하게 옹호합니다. 세계의 주요 상품과 서비스 제공 지역으로서 유럽연합은 국제정치 현

    안에 대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이란과 핵 문제 타결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바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다자 간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세계무역기구의 질서를 존중합니다. 유럽연합은 파리기후협정

    실행을 앞장서 지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럽연합은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입니다. 유럽과 동아시아의 경

    제적, 정치적 관계는 이미 굳건합니다. 유럽연합과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었고, 유럽연합은 중국

    의 가장 중요한 수출시장입니다. 유럽연합과 중국의 포괄적 투자협정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유럽연합은 한국과도 전략적 동반자관계와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한국의 세 번

    째 수출시장입니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서 미국과 별개로 동아시아에서 유럽연합이 더욱 적극적 역할

    을 한다면 한국이 이 지역 안보문제에 관하여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연합과 일본은 자

    유무역 및 전략적 동반자 협정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이 주요 정치적 이슈, 국제 문

    제에 대한 중국, 한국, 일본과의 동반자관계를 강화한다면 더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동아시아가 보다 협력적인 체제로 변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부산–몽골–유럽 잇는 번영의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제주포럼에서 세계 리더들이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라는 주제로 우리가 처해 있는 과제와 공통 목표

    에 대한 전망을 구체화하여,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1세

    기는 ‘아시아의 세기’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발전에서 아시아의 위상과 역할이 해마다 높아지

    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면적이 세계 대륙의 30%를 차지하고 있고, 전 세계 인구의 60%는 아시아 48개 국

    가에서 거주하며, 아시아 국가들의 세계 GDP 비중도 5분의 1에서 3분의 1까지 급증했습니다. 세계에서 이

    모든 것을 ‘아시아의 기적’이라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반복하지 않고, 그간의 성과

    와 현재 도달한 수준을 자랑스럽게 여겨 우리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이용해 번영 비전을 구상하고, 실행

    방안과 메커니즘을 모색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평화를

    지키고, 안정을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데 공동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평화 없이 안정적인 번영이 없고, 번

    영 없이 평화를 강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인류는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제주포럼의 의제인 아시

    아의 미래를 평화와 번영과 연결시킨 것을 지지하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2015년에 체결한 유엔기후변화협약의 2030 지속가능 발전의제는 세계 미래 발전의 기초를 마련하는 중

    대한 협정입니다. 이 기회를 빌려, 몽골 국회에서 파리기후협정을 비준하고 2030년까지 몽골의 지속가능

    발전 활동 계획을 수립한 것을 알려드리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경제 안정화를 통해 안정적인 평화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광범위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다각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지식으로 공유하여 보급하고, 기술과 재정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

    [ 세계지도자세션 기조연설Ⅲ ]

    푼살마 오치르바트 전 몽골 대통령

  • 024 025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7 •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

    여 아시아 국가들과 다방면으로 협력을 강화시킨다면 아시아 발전의 기반도 더욱 강화될 것 입니다. 이러

    한 협력은 전 세계적으로 평화와 번영을 다질 것이며, 이것이 아시아 미래의 공통적인 비전이자 그 핵심이

    라고 봅니다.

    몽골의 다자 및 양자 협력을 아시아 미래와 연관시킬 수 있는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동북아는

    몽골에 있어 향후 자국 발전을 보장하는 큰 의미가 있는 지역입니다. 몽골 외국인 투자의 약 40%, 무역의

    약 70%, 수출의 약 80% 가량이 동북아 국가와 이뤄지고 있으며 정치 분야 교류도 활발합니다. 수천 명의

    몽골국민들이 동북아에 장기간 혹은 단기간 방문하고 있으며, 역내에는 역사와 문화가 유사한 국가들이

    공존합니다. 몽골 대외정책 지침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과 양자 우호 친선 교류 관계를 발전시키고, 아태지역 다자 협력에 참여하며, 동아시아

    와 동북아, 중앙아시아에서는 전략적 안정 강화, 안보 협력을 확장하기 위한 정책과 활동을 지원하여

    참여한다.”

    따라서 몽골은 동북아 미래 발전 모형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습니다. 현재 동북아 미

    래 발전 구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정치·안보적 측면이며, 다른

    하나는 경제 통합의 참여도입니다. 이 두 가지 관점에서 보자면, 경제 통합을 우선시하는 일은 정치와 안보

    문제를 저절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시아 미래를 확정하는 데 동북아시아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시아 각 국가는 자국의 과제가 있고, 고유의 전통과 풍습, 가치관이 있습니다. 또한 세계와 공동체지역

    의 공통 권익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공통의 권익을 함께 제시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이곳 제주에서

    모였습니다. 이런 면에서 제주포럼은 오늘날 아시아 지역 평화와 번영을 논하는 책임있는 무대일 뿐만 아니

    라 협력을 위한 아시아 공동사업 시행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것은 세계 평화

    와 번영에서 아시아의 기여도, 위상과 역할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선 우리는 지역

    내 신뢰와 평화로운 공존 조건을 공동의 노력으로 구축해 지속적으로 보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21세기 글로벌 문제 중 하나는 인류 안전 문제입니다. 안전을 무력으로 보장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고 경

    제 성장으로 보장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따라서 동북아를 포함한 아시아 전 지역의 안전을 보장하는 중요

    한 방안은 경제 발전을 위한 협력입니다.

    얼마 전에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일대일로 정상회의’에서의 합의 내용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합

    니다. 인류 안전 보장은 아시아 미래를 위한 비전 중 핵심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식

    품안전, 물 부족, 자연파괴와 전력소비의 증대 등 중요한 글로벌 문제가 많습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인류

    안전을 보장하는 것과 관련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의 다각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

    니다. 아시아의 미래는 다각적인 협력에 의해 발전하는 것입니다. 제주포럼도 이러한 방면으로 진행되고 있

    음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동북아 번영을 위한 몇 가지 의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듯, 동북아는 3개 주요 경로의 교차 지점입니다. 동북아 지역에 한반도가 포함되며 한반도는 유라

    시아의 가장 동쪽 지점으로 실크로드 동부 지역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위치와 경제 성장, 미래 잠

    재력으로 보아 한반도는 동북아 지역에서 협력을 위한 중요한 지역이며 물류, 승객 운송의 교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남북의 철도노선을 회복시킬 수 있다면 지역 내 운송 네트워크가 실크로드와 연결되어

    부산에서 유럽까지 중국 동부 3개 성, 러시아 극동 지역, 몽골, 일본 수출입의 일부가 한국 철도를 통해 이

    용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구상이 가능합니다. 몽골과 북한 등 동북아 여러 국가는 풍부한 자원을 보

    유하고 있습니다.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면 경제 발전 범위가 지역을 넘어 상호 유익한 교류협력을 이루고

    아시아 미래를 위한 공동 노력을 통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027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026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7•

    평화체제 구축 방향, 역사의 교훈에서 찾는다

    [ 세계지도자세션 기조연설Ⅳ ]

    이홍구 전 대한민국 국무총리

    미래 비전의 공유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지난 100년간의 과거에 대해 공감을 이룰 필요가 있습니다. 20세기 전반기에는 제국주의가 몰락하

    는 대신 전체주의와 군국주의가 발호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일본의 식민지배(1910~1945년)를 받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연합국의 결정에 따라 남북 분단(1945년~현재)과 한국전쟁(1950~1953년) 그리고 냉

    전을 겪었습니다.

    독립운동 초기부터 한국인들은 일제로부터 해방된 독립 국가를 추구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독립

    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지향했습니다. 대한민국이 그러한 접근방식을 취한 데에는

    한반도 고유의 지정학적 환경에 근거해 한국인들이 직관적으로 형성한 관점도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합니

    다. 당시 한반도 주변국이었던 중국, 러시아, 일본은 오늘날에도 강대국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우방국

    인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히 확대됐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위상은 이

    들 4대 열강에 둘러싸인 중소국가 정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 있는 한반도와 관련해 전쟁

    과 평화의 문제에 대해 전망하려면 다음 세 가지 측면이 갖는 관계를 먼저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 측면은 남북한 국내정치의 역학입니다. 두 번째 측면은 남북관계와 남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

    관계입니다. 세 번째 측면은 한반도 주변 4대 열강들 사이의 권력관계와 그것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에 작용하고 있는 역학에 대해 잠시 살펴볼까 합니다. 대한민국은 1948년 유엔의 감독 하

    에 총선거를 실시하고 정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규범과 주요한 추세에 걸맞은 국가 발전을 모

    색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군사독재 시대를 경험하는 등 부침을 거듭해야

    만 했습니다.

    한국의 권위주의 체제는 1987년 앞서 남유럽(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에서 일어난 민주화의 바람을 타

    고, 평화적으로 민주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민주화 이후 선출된 한국의 대통령과 국회는 1988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데 이어 남북한의 공존을 인정하는 내용의 새로운 통일방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그 합의에 따라 남한과 북한은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통일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하는 입장

    입니다.

    냉전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독일이 1990년 통일되면서 한반도에도 화해 분위기가 확산되어 남북이 잇따

    라 고위급 회담을 개최한 결과 1991년에는 세 가지 중요한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첫째, 남북한의 화해와 불

    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체결, 둘째,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실현, 셋째,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을 채택한 일입니다. 이와는 별개로 한국은 1990년부터 1992년까지 러시아, 헝가리, 몽골, 중국과 국교를

    수립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도취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1993년부터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재가

    동했고, 그 이후 북핵 문제는 언론을 비롯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당사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됐습니다.

    사실 북핵 문제는 올해 행사를 포함해 제주포럼에서 항상 다루는 토론 주제가 됐습니다. 건설적인 토론을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하려 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에 군사적으로 대응할지도 모른다는 우

    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이 어떤 형식으로든 금명간에 북한과 대화에 나설 조짐

    이 있다는 관측도 미국과 중국의 경로를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이 협상테이

    블로 올라갈 수만 있다면 남북의 1991년 합의서는 향후에 합의를 이루어 나가기 위한 가장 적절한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남북 간 양자합의라는 수준을 뛰어넘어 남북 합의의 실행을 담

    보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합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합의를 모색하는 과정은 주요

    강대국들과 한반도 주변국들 모두가 현재의 갈등을 극복하고 아시아 지역과 세계의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북한의 핵 보유 문제와 관련된 모든 당사국들, 특히 주요국들은 중국을 동아시아 지역의 유일한 핵보

    유국으로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도 핵보유국으로 용인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고려해야 합니다. 약

    반세기 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직접적인 대화

    를 통해 위기를 넘긴 바 있습니다. 오늘날 북한발 위기는 쿠바 위기와 성격이 크게 다릅니다만 이 사례

    는 강대국의 역할과 영향력이 지역평화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전략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얼마나 중요

    한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과거의 사례에서 배울 교훈이 있는지 살펴볼 적절한 시기일 수도

    있습니다.

  • 029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028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7•

    새정부 외교안보 4대 원칙: 평화·책임·협력·민주

    [ 환영만찬사 ]

    임성남 대한민국 외교부 제1차관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제주포럼은 아시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는 대표적 국제포럼

    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규모 면에서도 2001년 1회 포럼 때의 9개국 350명에서 올해 80여 개국 5000여 명

    이 참석하는 행사로 성장하였습니다. 또한 제주포럼은 평화와 번영의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문화, 환경

    등과 같은 광범위한 주제로 논의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은 아시아의 협력과 성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

    사일 위협은 한반도와 아시아, 나아가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하고도 시급한 도전입니

    다. 안보지형의 변화에 따른 도전들과 역사에 기인한 도전들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경제 역시 도전받고 있

    습니다.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고 이로 인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등장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기후변화와 에너지안보, 국제범죄와 같은 초국경적 문제

    도 우리의 일상생활에 커다란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의 도전은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가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면 역내에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최근 새로이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4대 원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평화·책임·협력·민주’ 4대 원칙은 아시아와 관련해서도 적지 않은 함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평화로운 아시아’입니다. 이를 위한 필수적인 첫걸음은 바로 북핵문제의 해결입니다. 우리는 북한

    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북한이 태도를 바꾸고 역사의 올바른 편으로 올 수 있도록 노력을 아

    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할 토대를 마련해 나가고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동북아 평

    화협력 구조를 정착시켜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 모든 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이 필요

    합니다.

    둘째, ‘책임을 다하는 아시아’입니다. 우리는 근시안적인 사고가 우리의 국가 이익을 결정하도록 놔두어

    서는 안 됩니다. 또한 보호무역주의의 유령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아시아를 성장하게 만든 원동

    력이었던 자유무역 질서를 방해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자유무역과 정보의 자유로운 교류, 또 항행의 자유

    는 아시아의 상호 연계성을 강화하고 경제적·사회적 격차를 줄여 하나 된 아시아를 만들 것입니다.

    셋째, ‘협력하는 아시아’입니다. 역내 국가들은 테러리즘 및 극단주의와 같은 지역적·범세계적 문제에 공

    동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세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오늘날, 대부분의 문제들

    은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

    리 공동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넷째, ‘민주적인 아시아’입니다. 민주주의는 한마디로 소통의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

    에서 역내 국가들이 상호신뢰의 바탕 위에 국제 규범의 틀 안에서 소통해 나가야 합니다. 평화적이고 민주

    적으로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때, 아시아는 조화로운 공동체를 향해 더욱 전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를 위해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해 나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적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한다면 많은 것을 이루어 나

    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제주포럼이 여러분들의 생각과 비전을 모을 수 있는 시의적절한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꿈꾸고 행동해야만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 031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030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7•

    불확실성 시대의 집단지성

    [ 폐회사 ]

    서정하 제주포럼 집행위원장/제주평화연구원장

    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었음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 포럼의 성공에 기여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올해 제주포럼은 지난 사흘간 75개 세션에 500명 이상의 연사와 5500명 이상의 청중이 참석하였습니

    다. 각국의 전직 외교장관들을 포함해 전 세계의 저명한 연사들의 참여는 이번 포럼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

    다.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가 제주포럼을 앞으로 더욱 풍성하게 향상시키고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올해의 주제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는 아시아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시의적절하고 의미있는 주제였

    습니다. 세계지도자 네 분께서 적절히 지적했듯 현재 전 세계는 점증하는 불확실성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도 예외는 아닙니다. 실제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환경은 어느 때보다도 더 유동적이고, 가변적

    이고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는 지금이 지속가능한 평화와 발전이라는 공통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하여 우리의 결의를 굳건히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쇠가 쇠를 날카롭게 하듯이 사람이 그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한다’라는 잠언처럼, 제주에서 형성된 연대

    와 우의가 세계의 번영을 향한 길을 개척해 나아가는 데 우리의 집단 지성을 날카롭게 만들어 줄 것을 희

    망합니다. 이 포럼을 위해 헌신하신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님께 다시 한번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립니

    다. 또한 오늘밤 고별 만찬을 주최하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광희 이사장님의 아낌없는 지원에 감

    사드립니다. 외교부, 동아시아재단, 중앙일보의 지원에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모든 후원기관, 협력기관, 제주포럼 사무국 직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분들의 노력이 없었다

    면 포럼 개최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포럼에 많은 지원과 관심을 보여주신 제주도민께 감사를

    표합니다.

    바쁜 일정이지만 아무쪼록 여러분이 시간을 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제주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향유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 모두의 무사 귀환을 기원합니다. 2018년 제13회 제주포럼에서 다시 만나기

    를 기대하겠습니다.

  • 033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032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7•

    기후변화의 도전과 기회: 더 나은 성장은 가능한가

    [ 특별강연 ]

    발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200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리 최은석 한경비즈니스 기자

    수많은 사람이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환경에 대한 우리의 기존 인식과 행태를 바꿔야 하는가’라는 질

    문이다. 나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라고 답한다. 현재 화석연료는 전 세계 에너지의 83%를 생산해 내고 있

    다. 수많은 과학자도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기존 행태를 바꿔야만 지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1969년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 우주에서 찍은 지구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그야말로 ‘파란 보석’이

    다. 하지만 지구 안에서 인류가 겪는 현실은 그다지 평온하지 못한 상황이다.

    요즘 문 밖을 나서면 뿌연 하늘이 우리를 반긴다. 하늘은 얇은 껍질처럼 지구를 덮고 있는 존재다. 오존

    층은 말 그대로 얇은 층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이 막이 파괴되고 있다. 인류가 화석연료 등을

    연소하면서 배출하는 폐기물들이 매 초마다 오존층을 파괴한다. 동물 사육에 의한 메탄올 가스 등도 대기

    오염의 주범 중 하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화석연료에 의한 오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화석연료

    에 의한 환경오염이 급증했다. 1951년부터 지금까지 매일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터졌을 때와 맞먹는 오염물

    질이 대기에 배출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1980년대에 시작됐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 그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구의 평

    균온도는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무더운 날씨로 가축과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의 피해를 입었고, 세계 곳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다는 일종의 커다란 배터리로 지구의 열에너지를 품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배출하는데 이로 인한

    해양온도 상승으로 매년 강력한 태풍이 꼬리를 잇고 있다. 최근 필리핀에서 발생한 태풍은 수많은 인명을

    앗아 갔다.

    지구온난화는 홍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홍수 발생 가능성이 금세기에 30% 증가할 것으

    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서 홍수와 산사태 등 자연재해로 인한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두 달 전에는 남미 페루에서도 홍수로 인한 비극이 일어났다. 우리는 어느새 이러한 자연재해에 익숙

    해져 버렸다.

    해양온도 상승으로 인한 수증기는 가뭄과도 직결된다. 한국도 최근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가뭄이 계속되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등 예측할 수 없는 기후를 촉발한다. 지난해 인도는

    가뭄을 견디지 못한 많은 사람이 자살했고, 아프리카에서도 가뭄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량난 또한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농업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곡물 생산량 감소에 매우 큰 영향을 주

    고 있다고 경고한다. 곡물 생산을 위해서는 적절한 기후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세

    계적으로 곡물 수확량이 급감하고 있다. 지구의 온도 상승으로 가뭄이 지속되면서 산불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 올 초 칠레 등에서는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2010년엔 러시아에서는 역사상 최악

    의 산불이 발생했다. 당시 5만 5000명이 산불에 의한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했다. 이 산불로 인해 러시아의

    곡물 생산량이 감소했고 세계적으로 곡물가가 폭등했다.

    기후변화 위기는 정치적 불안정으로도 이어진다.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최근 식량난을 겪으며 수많은 사

    람이 자살하거나 사망했다. 시리아는 2006년부터 2010년 사이에 비옥했던 토지의 60%가 기후변화로 사

    라졌다. 농민들은 생업을 잃고 난민이 됐다가 내전에 휩쓸렸다. 미국 국방부는 2014년 이미 기후변화가 세

    계 안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리아 내전이 일어나기 전 내린 결론이었다. 이는 현실이 됐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지역 일부는 최고 온도가 상승해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지난해 이

    란의 최고 온도는 섭씨 74도나 됐다.

    기후변화는 특히 인류에 ‘의료비상사태’를 초래한다. 기후변화는 감염병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지목

    된다. 모기 등의 해충은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 현재 남미는 물론 미국에도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선 지카 바이러스로 기형아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임신부의

    50%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다. 최근 남미나 중미 지역에서는 여성들이 향후 2년간은 임신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환경오염이 낳은 결과이며 이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대기오염으로 인한 수많은 질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화석연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각종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된다. 자동차와 공장의 매연 등으로 발생한 미세먼지 등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면서

    세계 곳곳의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현재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은 중국이다. 대기

    오염 탓에 중국 북부 지역의 기대수명은 과거에 비해 5년이나 줄었다. 한국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

    도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국가다.

    이러한 수많은 현상들이 우리가 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이다. 육지 생물의 50%가 기후변화로 우리

    세기에 소멸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우리 자녀 세대에 나타나게 될 일이다. 지구온난화로 육지 생물의 15%

    가 극지 지역으로 이동 중이다.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북극의 빙하도 녹일 정도다. 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린란드에서는 매일 엄청난

    규모의 빙하가 녹고 있다. 빙하가 마치 산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녹아내리는 장면을 헬기에서 촬영한 영상이

    있다. 영화에서나 가능할법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북극 상황도 마찬가지다.

    해수면 상승으로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10대 도시 중 수많은 도시가 아시아 지역이다. 뉴욕도 무려 3위

  • 034 035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7 •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

    에 올라 있다. 해변도시인 마이애미에서는 2016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바닷물이

    도시를 범람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비용은 문명이 지불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기후변화에 대한 해답은 신재생에너지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매년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풍력은 가장 저렴한 에너지다. 유럽에서는 풍력에너지 비율이 매년 폭발적으로 성

    장 중이다. 풍력 에너지 구축을 위한 제주도의 비전은 인상적이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는 풍력발전의 최적

    지다. 제주도는 전기차 100%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고 있다. 이러한 목표가 반드시 현실이

    되길 기대한다.

    태양광에너지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이후부터 세계적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

    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생산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조만간 화석연료 전력 생산 단가와 비슷해질 것이다. 생산 단가 하락세가 당초 예

    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태양열 전지판으로 가정의 전기를 해결하는 사례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과

    인도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은 무려 86%나 되는 등 드라마

    틱한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일자리 창출에도 큰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일자리는 풍력발전

    소 등을 건설하는 엔지니어다. 중국에서조차 화석연료 발전 비율이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 인류는 바꿀 수 있다. 2015년 12월 체결된 파리기후협정은 세계적으로 친환경에너지 비율을 확산

    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우리는 지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나는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인류는 여러 도덕적 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꿨다. 노예제도를 폐지했고 성평등, 인권

    보장 등 위대한 결과물들을 이뤄 냈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열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음 세대에 희망을 줘야 한다. 지구 오염으로 후세의 번

    영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매우 그릇된 일이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어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선물

    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 질의응답 ]

    Q. 내일학교(대안학교) 학생 당신이 20살이라면 환경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겠는가.

    A. 앨 고어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일상에서 누구나 실행할 수 있는 세 가지가 있다. 주변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대화가 이뤄질 때 적극적으로 개입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라. 새로운 상품을 구매

    할 땐 가능하면 친환경 제품이나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제품 구매를 당부하고 싶다. 소비자가 기업

    에게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정치에 관심

    을 가져라. 정치인에게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라.

    Q. 원희룡(제주특별자치도지사)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처럼 정치

    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최근 관련 산업과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 이후 세계 최

    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흔들리면서 기후변화 대응 속도가 느려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

    A. 앨 고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히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유

    감스럽게도 트럼프는 미국이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추진하던 프로그램들을 이미 축소시켰다. 파리기

    후협정 탈퇴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미 미국의 각 주 정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애틀랜

    타와 하와이 등 미국의 수많은 주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선호하고, 기업도 잇따라 100% 신재생에

    너지 전환을 약정했다. 이는 정치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변화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

    리든 미국의 각 주 정부와 재계, 공동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지금 세계는 지

    속가능을 위한 혁명의 초기 단계에 들어와 있다. 규모는 산업혁명 정도이지만 속도는 디지털혁명 수준이

    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 시작되는 혁명이어서 멈출 수 없다. 미국 시민 한 사람으로서 미국은 트럼프의 결

    정에 관계없이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

    ●●●

    정책 제안 및 시사점

    •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 단가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함. 특히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시설은 인프라를

    한 번 구축하면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초기 건설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만회할 수

    있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에너지 산업은 정보통신기술과 융합해 더욱 확대될 전망임.

  • 037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036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7•

    장 뱅상 플라세 디지털은 미래구상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디지털 시대의 효율적 행정을 위해

    서는 어떤 메시지와 가치를 담을 것인지 먼저 생각하고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20세기 이후 각국

    은 제2차 세계대전 등 여러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민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들에게 의식주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공공행정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한편,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변화에 프랑스는 유연성을 갖

    고 적응해 나가고 있다. 전자정부를 주요 목표로 설정한 프랑스 정부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통해 이를 실

    행에 옮겼다.

    개인적으로 한국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은 현재 현실정치에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도

    덕성이 요구되고 있는 시기이다. 많은 시민들이 정치를 불신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시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부정부패 문제는 정보 개방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프랑스 국가개혁담당 장관

    으로서 공공정보 개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프랑스에서는 2000여 명 공직자가 재산을 공개하고 있

    으며, 누구나 이 정보를 웹사이트에서 쉽게 확인하고 비교 분석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재정 부문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자 하며 공공조달 부문에서도 공정한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있다. 입찰 과정에서

    기업이나 관계자들에게 유찰된 이유를 공개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하고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공공부문 관련 시민 참여가 배제되

    어 있었으나 현재는 개방성이라는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시민들이 관중으로 정

    치인들의 국정활동을 지켜보는 데에서 더 나아가 실제로 의원이 되어 법안을 제안하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 개방적이고 유연한 정부를 위한 제안

    [ 특별대담 ]

    사회 박상미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장

    토론 원희룡 제주포럼 조직위원장,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장 뱅상 플라세 프랑스 국가개혁담당 장관

    정리 강현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 석사

    을 독려하고 있다. 그 결과 시민들이 기존 법률에 대해 제안한 25개의 수정안이 실제 정책에 반영된 사례

    도 있다.

    행정자치부 장관으로부터 한국정부에서도 디지털 정책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날 한국과 프

    랑스 간 정책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는데 세계적으로 전자정부 수준이 높은 한국과 프랑스 간 정책

    사례 공유가 활성화되면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애국심이 강하며 공공정책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정부는 다른 국가들과 파트

    너십을 구축하면서 사회의 모든 이들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정한 사회건

    설과 취약계층의 사회 편입을 위한 정책을 다양하게 꾸려나가야 한다. 한 국가의 정부는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시민들은 간접적으로라도 선거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고 정부에서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와 시민 간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나는 한국 출신 입양아로서 한국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평정심을 되찾

    은 지금 한국에 자주 방문하고 있다. 성장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뿌리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한국과 프랑스 간의 협력이 강화되고 양

    국이 디지털 시대로 들어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대담 ]

    원희룡 한국은 급속한 개발 시기를 거친 결과 경제적 발전을 이뤘지만 환경 파괴, 개인 간 갈등과 같은

    부작용을 겪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류가 자연, 인간사회, 기계와의 조화라는 갈림

    길에 서 있는 현대사회의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장 뱅상 플라세 한국 학생들은 학창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 나경원 의

    원을 통해 사회에 어렵게 진출한 학생들이 커리어에 지장이 생길까 봐 출산을 피하는 경우도 많다는 안타

    까운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한국은 문화강국이자 민주주의를 꽃피운 국가로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다. 따라서 한국에만 머무르는 것에서 나아가 세계에서 한국의 홍보대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

    다고 생각한다. ‘똑똑함에 비관주의, 의지에 낙관주의’라는 프랑스 속담처럼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는 것을 전하고 싶다.

    원희룡 프랑스가 전자정부 구축을 위해 노력해 얻은 성과와 향후 과제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장 뱅상 플라세 전자정부는 지난 5년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이 정치적 의지를 갖고 추진한 정책이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정치적 의지가 중요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프랑스는 공무원 수도 많고 행정절차도

    복잡하므로 개혁에 대한 저항이 상당했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정부개혁을 단행하지 못했지만 프랑스 정

    부는 이를 간소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시민들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시민들과

    직접 소통해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방식을 도입해 행정절차와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행정절

    차 간소화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이것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의 목표 달성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화는 효율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프랑스에서는 일련의 개혁

    을 통해 한국의 홈택스 같은 사이트를 활용하여 공공행정이 단순하고 쉬워졌다. 사회보장 분야에서도 전

    자정부 시스템을 통해 우리가 얻는 이득이나 편익, 경제적인 것을 재분배해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정당성

  • 038 039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7 • •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

    을 확보하는 한편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제고할 수 있었다. 전자정부 시스템을 통해 효율성을

    향상시킨 것 외에도 사회통합에 기여했다는 것이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