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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집 8 Polymer Science and Technology Vol. 27, No. 1, February 2016 고분자를 이용한 메타물질 연구 Polymer Metamaterials 박해동 1 ㆍ권형호 1,2 ㆍ허가현 1* | Haedong ParkㆍHyungho KwonㆍKahyun Hur 1 Computational Science Center, 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5 Hwarang-ro 14-gil, Seongbuk-gu, Seoul 02792, Korea 2 Department of Mechanical & Automotive Engineer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232 Gongneung-ro, Nowon-gu, Seoul 01811, Korea E-mail: [email protected] 박해동 2007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학사) 2014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박사) 2014-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계산과학연구센터 박사후연구원 권형호 2016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과 (학사) 2015-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계산과학연구센터 인턴 허가현 2002 서울대학교 화학부 (학사) 2004 서울대학교 화학부 (석사) 2012 Cornell University Materials Science (박사) 2013-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계산과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 1. 메타물질이란? 흔히 재료과학의 지상 과제는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동화나 공상 과학 영화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재료가 마법과 같은것이라면, 재료과학은 그것을 진짜 마술을 부리기라도 한 듯이 실제로 구현한다. 이러한 재료과학이 때때로 연금술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실제로 재료과학자들의 연구활 동은 연금술의 행위와 비슷해 왔다. 고온 초전도체를 예로 들어보자.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기존의 방법은 주 기율표에 존재하는 원소를 적절한 온도와 압력에서 합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기율표의 원소 중에서 재료과학 에서 흔히 사용하는 것의 수는 약 80개 정도이다. 초전도체 분야에서는 고온으로 갈수록 필요한 원소의 수도 많 아지는 경향이 있다(그림 1a). 그리고 내가 원하는 고온 초전도체를 만들기 위해 N개의 원소가 필요하다고 할 , 그 후보군 수는 엄청난 숫자로 증가하게 된다(그림 1b). 상온 초전도체를 얻기 위해서는 사실상 10 10 개 수준 의 후보군을 탐색해야 하는데, 연구에 있어 이만한 비효율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재료과학에는 이러한 연금술 대신 새로운 방법으로 신소재를 만들어 내는 분야들이 있으며 그 중 하 나가 메타물질(metamaterial) 분야이다. 이 단어에 등장한 Meta-(μετά)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사이에, , 넘어서와 같은 뜻이다. 따라서 메타물질은 기존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은새로운 물질이라는 뜻을 가 진다. 학술적으로는 자연에서 얻은 물질에서는 관찰되지 않은 성질을 가지도록 인공적으로 배열및 설계한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성질이란 대개 빛이나 음파를 조작하는 특성과 관련되어 투명망토, 고효율 안테나, 음파 은폐 물질, 음파 증폭 물질 등으로 구현된다. 배열이란 말이 암시하듯, 메타물질은 구성 성분이 어떤 물질이냐보다도 구성 성분이 이루는 구조가 중요하다. , 메타물질이란 원소의 합성 대신 물질의 구조를 통 하여 개발한 신소재라고 할 수 있다.

Polymer Metamaterials - 화학공학소재연구정보센터(CHERIC) · 2016-03-02 · 특 집 | 고분자를 이용한 메타물질 연구 10 Polymer Science and Technology V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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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집

8 Polymer Science and Technology Vol. 27, No. 1, February 2016

고분자를 이용한 메타물질 연구Polymer Metamaterials

박해동1ㆍ권형호1,2ㆍ허가현1* | Haedong ParkㆍHyungho KwonㆍKahyun Hur 1Computational Science Center, 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5 Hwarang-ro 14-gil, Seongbuk-gu, Seoul 02792, Korea2Department of Mechanical & Automotive Engineer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232 Gongneung-ro, Nowon-gu, Seoul 01811, KoreaE-mail: [email protected]

박해동2007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학사)2014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박사)2014-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계산과학연구센터 박사후연구원

권형호2016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과 (학사)2015-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계산과학연구센터 인턴

허가현2002 서울대학교 화학부 (학사)2004 서울대학교 화학부 (석사)2012 Cornell University Materials Science (박사)2013-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계산과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

1. 메타물질이란?

흔히 재료과학의 지상 과제는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동화나 공상

과학 영화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재료가 ‘마법과 같은’ 것이라면, 재료과학은 그것을 진짜 마술을 부리기라도 한

듯이 실제로 구현한다. 이러한 재료과학이 때때로 연금술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실제로 재료과학자들의 연구활

동은 연금술의 행위와 비슷해 왔다. 고온 초전도체를 예로 들어보자.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기존의 방법은 주

기율표에 존재하는 원소를 적절한 온도와 압력에서 합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기율표의 원소 중에서 재료과학

에서 흔히 사용하는 것의 수는 약 80개 정도이다. 초전도체 분야에서는 고온으로 갈수록 필요한 원소의 수도 많

아지는 경향이 있다(그림 1a). 그리고 내가 원하는 고온 초전도체를 만들기 위해 N개의 원소가 필요하다고 할

때, 그 후보군 수는 엄청난 숫자로 증가하게 된다(그림 1b). 상온 초전도체를 얻기 위해서는 사실상 1010개 수준

의 후보군을 탐색해야 하는데, 연구에 있어 이만한 비효율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재료과학에는 이러한 연금술 대신 새로운 방법으로 신소재를 만들어 내는 분야들이 있으며 그 중 하

나가 메타물질(metamaterial) 분야이다. 이 단어에 등장한 ‘Meta-(μετά)’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사이에’, ‘뒤

에’, ‘넘어서’와 같은 뜻이다. 따라서 ‘메타물질’은 기존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물질이라는 뜻을 가

진다. 학술적으로는 자연에서 얻은 물질에서는 관찰되지 않은 ‘성질’을 가지도록 인공적으로 ‘배열’ 및 설계한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성질’이란 대개 빛이나 음파를 조작하는 특성과 관련되어 투명망토, 고효율 안테나,

음파 은폐 물질, 음파 증폭 물질 등으로 구현된다. 또 ‘배열’이란 말이 암시하듯, 메타물질은 구성 성분이 어떤

물질이냐보다도 구성 성분이 이루는 ‘구조’가 중요하다. 즉, 메타물질이란 원소의 합성 대신 물질의 구조를 통

하여 개발한 신소재라고 할 수 있다.

박해동ㆍ권형호ㆍ허가현

고분자 과학과 기술 제27권 1호 2016년 2월 9

그림 1. (a) 초전도체를 이루는 원소의 수와 초전도 임계 온도의 관계. (b) 재료과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80가지의 원소 중 N개를 뽑는 경우의 수. 즉, 80CN.

그림 2. 메타물질이 다루는 빛 혹은 소리의 주파수와 메타물질 규모의 관계. 그림 3. 메타물질의 규모 및 응용에 따른 제조 방식.

이러한 메타물질을 구성하는 소재로는 금속이나 반도체

가 주로 이용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메타물질 연구와 고분자

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메타물질 연구와 고분자 연구의 교

차점에는 바로 ‘구조화(structuring)’가 있다. 금속 및 반도

체 소재를 원하는 ‘구조’로 만들기 위한 핵심 소재가 바로 고

분자이며 여기에서는 고분자 소재가 메타물질을 제작하는데

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2. 메타물질의 크기와 성질의 관계

메타물질은 기본적으로 빛 혹은 소리의 ‘파동’을, 특히 파

장을 중요하게 다룬다. 파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메타

물질의 세부 구조의 규모(배열간의 간격)가 입사 파동의 파

장과 비슷해야 한다. 파동의 주파수( f )와 파장( λ ) 및 속도

( ν )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vf

λ= (1)

광 메타물질의 경우 구성 물질의 원래의 굴절률이 대개 1에

서 2 사이에 분포한다. 따라서 스넬(Snell)의 법칙에 따라

ν ~ c / 1.5 ~ 0.67c 정도로 볼 수 있다. 여기서 c는 빛의 속도

(3 × 108 m/s)이다. 또 위에서 언급했듯이 메타물질의 규모

( d )는 입사 파동의 파장과 비슷해야 한다고 했으므로(입사

파동 파장은 메타 물질의 규모보다 약간 큰 수준: λ ~ 10d) 위

의 식은 다음과 같이 바뀐다.

710~

m sf

d(2)

음향 메타물질의 경우, 고체에서의 소리의 속도를 약 ν ~ 5 × 103

m/s라고 잡는다. 또 파장과 물질의 규모에 대해서는 λ ~ d를

활용하면, 식 (1)은 다음과 같이 바뀐다.

35 10~

m sf

d

×(3)

식 (2)와 (3)을 이용하여 입사 파동의 주파수와 메타물질 규

모의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그림 2와 같다. 달리 말하면

이 세상에는 모든 주파수에 대해서 특별한 성질을 보이는 메

타물질은 존재하기 힘들다는 뜻이다(‘불가능하다’라는 말

대신 ‘힘들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입사파에 대해 스스로의

규모를 바꿀 수 있는 메타물질이 언젠가는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고주파를

다루는 영역에서는 메타물질을 얼마나 미세하게 만들 수 있

느냐도 관건이 된다. 초창기의 메타물질 연구가 제조하기 쉬

운 큰 구조의 구조물을 기반으로 연구되어 긴 파장을 가진

라디오 파동(radiowave)이나 마이크로 파동(microwave)

영역에서 이루어졌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3. 다중 스케일에서의 메타물질 제조 방법

메타물질을 제작하기 위한 정확하고 정밀한 방법들이 몇

가지 존재한다. 만들고자 하는 메타물질의 규모에 따라 어떤

특 집 | 고분자를 이용한 메타물질 연구

10 Polymer Science and Technology Vol. 27, No. 1, February 2016

그림 4. 블록 공중합체를 이용하여 만들 수 있는, 혹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조체의 모식도: (a) 1차원, (b)와 (c) 2차원, (d)~(l) 3차원 정육면체구조군, 그리고 (m)~(o) 3차원 비 정육면체구조군.1,12,38

방법을 사용하는지가 달라지며(그림 3), 여기서는 3D 프린

팅, 간섭 리소그래피, 블록 공중합체 자가조립, 나노 DNA를

언급한다. 3D 프린팅과 간섭 리소그래피는 공정을 사전에

입력한 대로 컴퓨터가 처리하므로 ‘프린팅’이라는 개념을

가지는 반면, 블록 공중합체와 나노 DNA는 컴퓨팅과는 거

리가 있기 때문에 ‘프린팅’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반면 외

부의 힘이 아닌 자기 스스로 구조를 만들게 되므로 ‘자가조

립’이라 분류된다.

3.1 3D 프린팅

3D 프린팅 기법은 주어진 3D 도면을 기반으로 컴퓨터 시

스템을 이용하여 3차원 물체를 만드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

리고 3D 프린팅을 구현하는 장치를 3D 프린터라고 한다. 특

히, 본 주제인 고분자를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는 용융적층

방식(fused deposition modeling, FDM)이 있다.

이 방식은 폴리젖산개질(polylactic acid, PLA)이나 ABS 수지

(acrylonitrile-butadiene-styrene), 혹은 폴리우레탄( thermoplastic

polyurethane, TPU)과 같은 열가소성 고분자 재료를 고온

(약 200 도)의 노즐에서 치약통에서 치약이 나오듯 분사 및

적층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미시재료응집방식(bottom-up

method)이므로 이론상으로는 소재가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일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또 가장 오래 전부터 개발되기 시

작한 방식이기 때문에 현재는 가정용 3D 프린터가 존재할

정도로 가격 경쟁력과 보급률이 높다.

하지만 고분자 적층 방식이므로 고분자와 고분자간의 결

합이 약하며, 열경화성 고분자에는 활용하기 힘들다는 문제

점이 있다. 그리고 만들고자 하는 3D 구조체의 아래 부분에

빈 공간이 존재하거나 아래쪽이 불안정한 구조체의 경우에

는 이 방식으로 이용하기가 힘들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바가지나 원동기용 헬멧은 간단한 구조체임에도 용융

적층방식으로는 의외로 제작이 힘들다는 점에서 이 방식의

치명적인 단점을 알 수 있다.

3.2 간섭 리소그래피

간섭 리소그래피(interference lithography)는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하여 수십 나노미터 수준의 구조체를 제작하는

방법이다. 둘 이상의 간섭성 전자기파를 이용한 포토레지스

트(photoresist)의 경화 과정을 통해 웨이퍼에 원하는 형상

(대개 나노미터 수준의 배열 형상)을 패터닝하는 것이 기본

원리이다.

간섭 리소그래피의 장점이라면 넓은 영역에 걸쳐 빠른 속

도로 정밀한 패터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방식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파장에 기초한 리소그래피 기술에 대해

포토 레지스트 공정을 시험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또한,

이 방식은 금속, 세라믹 및 고분자의 표면 처리에 이용될 수

있는데, 이것은 간섭된 고출력 레이저 빔에 의한 광열 또는

광 화학적 메커니즘에 의한 것이다.

간섭 리소그래피의 단점이라면, 반복된(periodic) 형상 패

터닝에만 특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반복된 형상이 아닌 경우

에는 다른 리소그래피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

장 큰 단점이라면 이 방식이 거시재료분해방식(top-down

method)이라는 점이다. 동일한 규모의 형상을 제작하는 경

우에는 자연스럽게 앞서 설명한 용융적층방식 3D 프린팅에

비해 많은 재료가 소모된다는 뜻이다.

3.3 블록 공중합체 자가조립

메타물질은 기본적으로 구조로부터 오는 특성이 매우 중

요하며, 앞절에서 언급한 메타물질의 특성 중 상당수는 배열

단위의 크기가 수백 나노미터 이내의 규모를 가져야 구현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조그마한 것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

방법 중 하나가 재료가 ‘스스로’ 조립(자가조립) 및 형성하는

방식이며, 주로 사용되는 것이 블록 공중합체(block copolymer,

둘 이상의 고분자 단량체들이 공유결합으로 연결된 고분자

사슬)의 자가조립이다. 이 방식은 순수 고분자 나노 구조를

만들 때 뿐 아니라 금속으로 이루어진 나노 구조체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코넬 대학교의 비즈너(Wiesner) 교수 연구팀을 비롯

한 여러 연구팀에서는 블록 공중합체를 이용하여 다양한 구

조체를 합성한 바 있다.1 그 예시로, 가장 단순한 1차원 구조

체2(그림 4a, 높이 방향으로만 서로 다른 두 개의 레이어가 교

대로 등장)나 육각 실린더형 2차원 구조체(그림 4b, 높이 방

향으로만 균일하고 평면 방향으로는 서로 다른 구조체가 교

대로 등장), 혹은 뜨개질 패턴(knitting, 그림 4c)을 들 수 있

다. 이러한 구조체는 공정이 쉽고, 실험을 통해 구조체를 얻을

확률도 높으며, 하이브리드 블록 공중합체와 같은 application

에 매우 중요하게 활용된다는 장점이 있다.

박해동ㆍ권형호ㆍ허가현

고분자 과학과 기술 제27권 1호 2016년 2월 11

그림 5. 나노 DNA를 이용한 3차원 나노 구조의 설계 (a) 및 실제 제작 사례:(b) 정사면체, (c) 정10면체, (d) 버키볼(buckyball).39

블록 공중합체를 이용한 3차원 구조체는 많은 경우 정육

면체구조이다. 이 구조는 다시 비연속구조(구성 고분자 블록

중 어느 하나가 연속적이지 않는 경우)와 연속구조로 나뉜

다. 비연속구조의 예시로는 그림 4d의 체중앙 정육면체

(body-centered cubic)를 들 수 있고,3 연속구조의 사례로는

자이로이드(gyroid, 그림 4e, f)나 플럼버스 나이트메어

(plumber’s nightmare, 그림 4g)가 있다. 자이로이드 구조

는 이미 자연계에서도 이미 발견되는 안정적인 구조체를 실

험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4,5

자이로이드는 때때

로 역의(inversion) 관계에 있는 두 네트워크로 구성되는 경

우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중 자이로이드(double gyroid)

(그림 4e)이다. 플럼버스 나이트메어구조체는 블록 공중합체

/산화물 하이브리드 소재로부터 얻을 수 있다.6,7

이 구조체

는 쉽게 말하면, 한 단위격자(unit cell)의 한가운데의 점이

다른 단위격자의 해당 점들과 x, y, z 방향으로 모두 연결된

구조체이며, 압축된 이중 자이로이드와 비슷한 형태를 지닌

다. 그러나 이미 실험적으로 구현된 3D 구조 외에, 리디노이

드 구조체(Lidinoid structure)8나 I-WP,

9 네오비우스 구조

체(neovius structure),10

K 표면(K surface)11과 같은 다양한

3D 구조(각각 그림 4i, j, k, l)에 대해서는 아직 시도된 바가

없다. 하지만, 블록 공중합체와 다른 물질의 복합체를 만들거

나 블록 공중합체 내부의 단량체 적층(packing) 조절에 의해

서 새로운 3차원 구조체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한편, 블록 공중합체를 이용한 3차원 구조체 중에는 비 정

육면체구조도 존재한다. 이 구조들도 다시 비연속구조와 연

속구조로 나뉜다. 비연속구조의 예시로는 다공성 라멜라 구

조체(그림 4m)와 우드파일(woodpile) 구조체(그림 4n, 장작

을 쌓아올린 듯한 형상)12를 들 수 있으며, 연속구조로는 그

림 4o의 O70 구조13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이들 구조체는 앞서

설명한 3차원 구조체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므로 원칙적으

로는 형성될 수 없으나, 구성 고분자 사슬의 형태나 엔트로피

환경 덕분에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블록 공중합체를 이용한 준결정체(quasicrystal, 단위격

자의 회전 대칭만 존재하고 병진 대칭은 존재하지 않는 배열.

1982년 이스라엘의 셰흐트만(dan shechtman) 교수에 의해

발견. 그 공로로 셰흐트만 교수는 2011년 노벨화학상 수상)

도 개발된 바 있다. 나고야 대학교의 마쯔시따(matsushita)

교수 연구팀에 의해 2차원 구조체가 합성되었고,14 미네소타

대학교의 베이츠(bates) 그룹에서 3차원 구조체를 개발한 사

례들이 있다.15

다만, 준결정 구조체 자체에 대한 연구 역사가

오래 되지 않다보니 블록 공중합체를 이용한 준결정 구조체

의 역사는 지극히 짧다.

3.4 나노 DNA

DNA 나노기술은 DNA의 자가 조립을 이용하여 2차원

혹은 3차원 나노 구조체를 만드는 미시재료응집방식(bottom-

up method)의 기술이다. 흔히 DNA 나노기술을 이야기할

때 쓰는 비유가 어린이용 블록 장난감이다. 블록을 조립하여

자동차나 건물을 만들듯이 DNA를 이용하여 나노미터 규모

를 가지는 2차원 패턴, 혹은 3차원 다면체나 결정 구조를 제

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능성 소재를 추가하여 복합

체를 형성하면 고용량 커패시터나 약물 전달체와 같은 기능

성 나노 소재도 구현할 수 있다.

많이 알려진 대로 DNA는 이중 나선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 내부를 보면 DNA는 총 네 개의 핵염기(nucleobase)로

구성되는데, 아데닌(adenine)과 티민(thymine)이 상보적인

관계이고 구아닌(guanine)과 시토신(cytosine)이 또한 상보

적인 관계이다. 상보적인 관계의 핵염기끼리는 인력이, 동일

핵염기끼리는 척력이 작용한다. DNA가 ‘이중 나선’으로 존

재하는 것은 나선을 구성하는 핵염기가 대부분 상보적인 관

계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를 이용하여 위에서 언급한 DNA 나노기술을

실제로 구현한 사례들이 있다. 이들 연구는 DNA를 이용하

여 2차원 또는 3차원 구조체를 제작하였으며(그림 5),16,17

러한 구조체에 기능성을 부과하기 위해 다른 물질과 하이브

리드 형태로 제작하기도 하였다.18-20 특히 앞서 설명한 3D 프

린팅이나 간섭 리소그래피, 블록 공중합체 기술들이 수십 나

노미터 이내의 규모를 가지는 구조체 제작에는 한계를 보이

기 때문에 DNA 기술이 앞으로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4. 멀티스케일 전산모사기법(Multiscale Computation Approach)

새로운 메타물질을 개발하는 제일 원시적인 방법은 몸으

로 부딪치는 것(trial and error)이다. 연구자가 생각하기에

그럴 듯한 구조를 일단 만들어보고 거기에 파동을 통과시켜

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당연히 시간과 돈이 엄청 든다. 만일

특정 물질 구조 안에서 파동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컴퓨터 시

뮬레이션으로 예측할 수 있다면, 새로운 메타물질 개발 과정

이 매우 효율적으로 바뀔 것이다.

특 집 | 고분자를 이용한 메타물질 연구

12 Polymer Science and Technology Vol. 27, No. 1, February 2016

메타물질 규모에 따라 제조 방법이 달라지듯이, 메타물질

규모에 따른 시뮬레이션 방법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원자 및

전자 단위에서 시작하는 것으로는 제1원리 계산법이 있으며,

분자 동역학, 유한 체적법, 유한 차분법 및 유한 요소법이 거

시 세계에 대해 쓰이는 방법이다.

4.1 제1원리 계산법

현대물리학을 이야기할 때 슈뢰딩어(erwin rudolf josef

alexander schrödinger)의 파동 방정식을 빼놓고 이야기하

긴 힘들 것이다. 당장 겉으로 보기에도 풀기 어려운(이 이유

때문에 여기서는 방정식 자체를 보여주지는 않기로 한다) 이

방정식을 단 둘 이상의 전자에 대해 풀려고만 해도, 그간의

수학적 기술이 모두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심지어 재료과학

은 다량의 원자와 전자를 다룬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제1원리 계산법이다. 이 계산법을 라

틴어로는 ‘ab initio’라고 일컫는데, 그 이유는 이 계산에서

는 오직 양자역학적 기본 방정식과 관련 상수 및 입자 정보

만 가지고 계산하고 그 외의 경험적인 법칙은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제1원리 계산법은 슈뢰딩어 방정식으로부터 유도된 하트

리-폭(hartree-fock)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개별 전자

간 힘을 일일이 고려하기에는 계산량이 많아 전자의 오비탈

(orbital) 대신에 전자 밀도함수로 표현하는 DFT(density

functional theory) 방식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1원리 계산방식으로 메타물질을 연구하기

에는 계산량이 너무 커서 메타물질 자체를 계산하기는 힘들

며 대신 구조화될 소재의 기본 물성을 예측하는데 이용한다.

이를 통해 유한요소법과 같은 큰 규모의 계산에 쓰이는 유전

율 및 기계적 물성과 같은 물리값을 얻는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4.2 분자 동역학

기체, 액체, 고체를 막론하고 원자는 주변의 다른 원자들

과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 영향의 종류는 원자가 주변 원자

와 맺고 있는 결합의 종류(공유결합, 이온결합, 반 데르 발스

결합 등)에 따라 달라지며, 나름의 수학적인 기술 방식이 존

재한다. 이들의 공통적인 기술 방식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원

자가 다른 원자들의 영향을 받아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를

고전물리학의 관점에서 기술한 관한 미분 방정식이다.

이러한 개념의 계산이 바로 분자 동역학(molecular

dynamics)이다. 이 계산의 개념은 위에 언급한 것처럼 단순

하지만, 물질의 원자 및 분자 규모를 직접 다루기 때문에 높

은 신뢰성을 제공한다. 대개의 계산 규모는 수백 내지 수억

원자의 계산을 다루며, 효율적인 계산을 위해 슈퍼컴퓨터가

활용되는 빈도가 많다. 금속 및 세라믹, 고분자, 생명과학과

같은 학술적인 목적으로 자주 활용되며, 램스(LAMMPS),

그로맥스(GROMACS), 앰버(AMBER)와 같은 프로그램이

널리 활용된다.

그러나 공학적인 목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덜 활용된다. 이

는 이 계산이 마이크로 및 나노미터 수준을 다루고 매우 짧

은 시간(길어야 수백 나노 초)을 다루므로 연속체를 다루는

공학에서 활용하기에는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분자 동역학 계산방법은 메타물질 연구에 있어 나노구조

메타물질의 특성을 예측하는데 유용하게 이용되며 특히 기

계적 특성이나 열전달 특성들을 연구하기에 유용하다.

4.3 유한 요소법

과학에서 연구되는 물리 현상은 대개 방정식으로 표현되

며, 그 방정식은 편미분 방정식인 경우가 많다. 학창시절에

수학의 방정식(대수 방정식: 찾고자 하는 것이 x, y, z와 같은

단순한 상수)을 공부하느라 진땀뺐던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는 상미분 방정식(대수 방정식과 달리 구하고자 하는 해가

함수 형태인 것. 그리고 하나의 변수에 대한 미분이 등장)만

하더라도 큰 벽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넘어선 존

재인 편미분 방정식(둘 이상의 변수에 대한 미분이 등장하는

미분 방정식)은 사실 과학자들에게도 달갑지 않은 존재이다.

더군다나 메타물질에서는 물질에 대한 미분 방정식뿐 아니

라 파동에 대한 미분 방정식까지 풀어야 하니 그야말로 첩첩

산중이다.

이러한 편미분 방정식을 풀기 위한 유용한 도구가 바로 유

한 요소법(finite element method, FEM)이다. 만일 내가 어

느 미분 방정식을 풀어서 얻은 해가 y=x2이라면 나는 모든 x

좌표에 대해 해를 얻은 셈이다. 그러나 사람이 이렇게 완벽하

게 풀 수 있는 편미분 방정식은 몇 안되므로 과학자들은 방

정식과 약간의 타협을 한다. 모든 시공간에 대한 해답을 요구

하는 대신 주요한 몇 개의 점에 대해서만 해답을 요구하고,

이를 가지고 나머지 공간에서의 답은 적절한 방법으로 유추

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유한 요소법의 핵심 이념이다.

이러한 타협 기술이 축적된 유한 요소법은 기계공학, 대기

과학, 화학공학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는 주어진 구조

체(geometry)를 다뤄야 하는 재료역학,21-26

유체역학, 전기

역학 분야에 유한 요소법이 적절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하지

만, 구조체가 주어지지 않거나 질점(point mass)을 다루는

분야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유한 요소법에 사용되는 프로그램으로는 아바쿠스(ABAQUS)

나 콤솔(COMSOLTM)이 있는데, 이중 아바쿠스는 포트란

(FORTRAN) 기반으로서 역학 문제에 특화되어 있다. 반면

에 콤솔은 매트랩(MATLAB®) 기반으로서 전반적인 편미방

문제에 고루 사용되며, 전자기파를 다루는 메타물질 연구에

도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박해동ㆍ권형호ㆍ허가현

고분자 과학과 기술 제27권 1호 2016년 2월 13

(b)(a)

(c) (d)

그림 6. 매질의 유전율과 투자율에 따른 빛의 진행 양상.그림 7. (a) 음의 굴절률을 가지는 메타물질, (b) 이것을 이용한 투명망토의원리,27 (c) 음의 굴절률의 메타물질이 고분해능 렌즈로 활용될 수 있는 원리.28

5. 응용

이 장에서는 지금까지 개발된 메타물질을 광 메타물질, 음

향 메타물질, 형상 메타물질로 나누고, 각 분야에서 주요한

것 몇 가지를 소개한다. 이중에는 고분자를 활용하지 않은 메

타물질들도 있으므로 언뜻 보기엔 본 주제와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현재까지 완전한 메타물

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동일한 구조의 메타물질이라도 무

기재료 대신 유기재료로 교체하면 또 다른 특별한 효과가 나

올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고분자 메타물질 분야에 참고할 만

한 자료들이기에 여기서 소개하기로 한다.

5.1 광 메타물질

고교 물리를 정상적으로 이수한 사람이라면 물리학 교재

의 내용에 ‘빛의 이중성’이라는 말이 등장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것은 빛이 파동의 성질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가지

기 때문에 붙은 말이다. 파동으로서의 빛을 가리키는 말은 전

자기파(electromagnetic wave)이다. 이 말이 암시하듯, 광

메타물질의 내부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면 전

자기파 특성과 관련이 깊은 유전율(전기적 특성과 관련)과

투자율(자기적 특성과 관련)이 될 것이다. 두 가지의 값이 각

각 양수일 때와 음수일 때의 빛의 진행 양상은 그림 6에 그려

져 있는데, 이들 특징을 잘 활용하면 음의 굴절률이나 고굴절

률의 성질을 지니는 광 메타물질을 만들 수 있다.

광결정은 빛의 거동에 영향을 주는 나노 구조물이다. 나노

구조체가 빛을 반사 및 산란하는 것이 기본 원리이다. 광결정

의 역할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광밴드갭(photonic

bandgap)이다. 광밴드갭은 물질 내에서 전자기파가 전달될

수 없는 주파수 대역을 말하는데, 이는 반사된 빛의 간섭에

기인한다. 광자 결정은 빛의 흐름을 조작하기에 유용한 물질

이다. 그래서 광결정 섬유, 광 집적회로 및 광 트랜지스터, 센

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내가 만일 투명 인간이 된다면’이라는 주제로

친구들과 재미있는 상상(나쁜 친구들을 혼내주거나 마음에

드는 이성 친구의 책상에 몰래 선물을 가져다 놓는 등)을 나

눠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메타물질 전 분야에 걸쳐

가장 많이 예시로 드는 것이 바로 투명망토다.

미국 듀크(Duke) 대학교의 스미스 교수와 영국 임페리얼

대학의 펜드리 교수는 2006년, 초보 수준이긴 하지만, 투명

망토를 구현하는데 성공하였다.27 이 투명망토는 SRR(split-

resonator ring)이라는 기본 단위를 구리관 주변으로 여러

겹으로 배열하여 만든 것이다(그림 7a). 또 코넬 대학교의 비

즈너 교수 연구팀은 블록 공중합체를 이용하여 만든 자이로

이드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4 이렇게 설계하

면 전체적인 유전율과 투자율이 모두 음수를 가짐으로써 굴

절률도 음수가 되어서 빛이 그림 6c의 거동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물질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투명망토를 만들게 되면,

자연히 그림 7b의 경로로 빛이 이동함으로써 관찰자는 마치

피사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러한 투명망

토는 군사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원리는 광학현미경의 회절한계를 극복하기 위

한 매개로도 활용될 수 있다. 현미경에는 ‘회절한계’라는 것

이 존재하는데, 이는 현재 측정에 사용되는 빛의 파장보다 훨

씬 작은 물체는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음의 굴절률을

이용하면 파장보다 작은 물체도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

능은 초고분해능 이미징이나 리소그래피에 활용될 수 있다.28

5.2 음향 메타물질

학창시절 지구과학 시간에 많이 언급된 내용 중 하나는 우

주 공간에서는 소리가 전달이 되지 않으며, 대기중에서의 소

리의 속도와 바닷속에서의 소리의 속도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소리가 매질을 필요로 하는 파동이라는 사실

하나로 설명이 된다. 특히 매질이 고체이면, 그것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들은 인접한 원자나 분자와 연결되어 진동운동

을 한다. 소리의 전달이란 바로 이 진동에 의한 것이다.

과학자들이 연구가 늘 그렇듯 ‘음파의 원리가 물질 내부

의 진동이라면, 물질의 구조를 통해 음파의 진행 양상을 조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고, 그것은 음향

메타물질이라는 결과물로 나왔다.

특 집 | 고분자를 이용한 메타물질 연구

14 Polymer Science and Technology Vol. 27, No. 1, February 2016

그림 8. (a) 음향 증폭 물질의 모습과 (b) 작동 원리.29 (a)에서의 scale bar는40 mm.

그림 9. (a) 음향 메타물질의 예시, (b) 이 메타물질에서 음파의 주파수에 따른 음속의 변화.30

그림 10. 음의 푸아송비 메타물질을 이용한 스마트 음의 굴절률 메타물질.33

변형 없는 상태(a)에서의 파동의 진행 모습(b)과 변형 있는 상태(c)에서의 파동의 진행 모습(d)이 거의 유사하다.

그림 11. 여러 가지 음의 푸아송비 메타물질. (a) 육각격자(honeycomb) 형태를 변형한 물질.34 Reproduced with Permission of J. Elast. Copyright(1985) Springer. (b) 회전을 이용한 물질.40 이 물질은 x 방향으로의 변형률이 동일 크기의 y 방향의 변형률을 유도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c) 오리가미를 이용한 2차원 음의 푸아송비,41 (d) 3차원 음의 푸아송비 스텐트.42

지난 2014년 3월 8일 말레이시아 항공 370편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2015년 11월 현재까지도 사건의 원

인 및 경과를 밝힐 그 어떤 단서도 찾지 못했는데, 이는 블랙

박스를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의 기능 중 하나

로 블랙박스가 외부로 초음파 신호(f=37.5 kHz)를 보냄으로

써 그 위치를 알리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블

랙박스가 인도양의 깊은 곳에 가라앉았기 때문에 블랙박스

가 송출하는 신호를 잡지 못하였다. 만일 블랙박스가 내보내

는 신호를 증폭시키는 물질이 있었다면, 사건 조사에 큰 진전

이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해결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사운드

센서 메타물질이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의 미아오 유

(Miao Yu) 교수 연구팀은 음향 증폭 기능을 가지는 이방성

메타물질(그림 8a)을 제작하였다.29 이렇게 제작된 메타물질

은 음파에 대해 고굴절률을 가지는데, 이 특성은 메타물질 내

부로 진입한 음파가 부분적으로 압축됨으로써 센서에 감지

된 소리가 증폭된 것과 같은 결과를 준다(그림 8b). 연구팀은

메타물질에 대해 소나 시스템, 음향 통신 및 네비게이션 시스

템, 노이즈 소스 식별, 미파괴 손상 탐지 및 의료 영상에 활용

가능하며, 더 넓은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고 언급하였다.

한편, 광학 메타물질 분야에 투명망토가 있다면, 음향 메

타물질 분야에는 소음 차단 및 흡수용 물질이 존재한다.30-32

이것은 음의 질량(negative effective mass) 및 음의 체적탄

성계수(negative bulk modulus)를 통하여 ν에 의해

음파가 원래의 진행 방향으로 진행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다(그림 9). 광밴드갭과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음향 밴드갭

이 등장한다. 음향 밴드갭은 물질 내에서 음파가 전달될 수

없는 주파수 대역을 말한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는 층간 소음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는데, 이러한 메타물질이 그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전투기나 잠수함에 은폐 기능을 추가하는 등의 군

사 목적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5.3 형상 메타물질

광학 메타물질 분야에서 투명망토가 많이 연구되었음을

앞에서 언급하였다. 그런데 눈치가 빠른 분들이라면 망토가

펄럭거릴 때 굴절률도 함께 변해야 완벽한 투명망토가 될 것

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복잡해보이는 문제의 해답은 의

외로 간단하게 풀렸다.

연세대학교와 듀크대학교의 합작품은 음의 굴절률 메타

물질의 매질에 음의 푸아송비 물질, 그러니까 옥제틱(auxetic)

구조를 도입한 것이다(그림 10).33

일반적인 소재를 한쪽 방

향으로 당기면(누르면), 그 방향과 수직인 다른 방향에 대해

서는 소재의 수축(팽창)이 일어난다. 이는 이들 소재가 가급

적 현재의 밀도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

이다. 그러나 같은 소재라도 특별한 형상을 취하게끔 구조를

박해동ㆍ권형호ㆍ허가현

고분자 과학과 기술 제27권 1호 2016년 2월 15

그림 12. (a), (b)펜타모드 메타물질의 모식도. 아래쪽 한가운데에는 단단한실린더가 장애물로 존재하고, 그 겉을 서로 다른 두 종류(각각 빨간색 및 흰색)의 펜타모드 레이어가 싸고 있다. (c) 실제 만들어진 메타물질. 여기에표시된 1, 2, 3 위치에서의 세로방향 변형을 측정한 것이 각각 (d), (e), (f)이다. Reference라고 표시된 대조군은 가운데 실린더가 아예 없을 때에 대한것이고, obstacle이라고 표시된 대조군은 가운데 실린더를 균일한 펜타모드로 둘러쌌을 때에 대한 것이다.36

만들면 그림 11에서 보듯 한 방향으로의 수축(팽창)이 다른

방향으로의 수축(팽창)도 함께 유도하는 구조체를 만들 수

있다.34

물론 이 경우 밀도는 큰 폭으로 증가(감소)하게 된다.

음의 굴절률 메타물질의 한계를 극복한 것은 바로 밀도 변화

에 의해 유도된 굴절률 변화이다.

이러한 옥제틱 구조를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대표적인

분야가 충격방지 소재이다. 왜냐하면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외부 압력에 대해 물질이 수축하되 압력이 작용하는 방향으

로 물질이 집중되게끔 수축하기 때문이다. 이런 수축이 물질

뒤쪽에 존재하는, 원래 보호해야 할 물체를 정말로 보호하는

효과를 부르는 것이다.

안데르센의 동화 ‘공주와 완두콩’에서는 바닥에 완두콩

하나를 놓고 침대 매트리스 20장을 깔고 그 위에서 수면을

취했던 공주가 다음날 아침 잠자리가 불편했다고 하소연하

는 대목이 나온다. 만일 그 침대 매트리스가 물침대였다면 그

잠자리는 훨씬 편하지 않았을까? 혹은 물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는 고체 구조라면 어땠을까?

침대는 과학이라는 오래 전의 광고 카피는 특별한 방법으

로도 실현되는 것 같다. 독일 칼스루헤(Karlsruhe) 연구소의

베게너(Wegener) 교수 연구팀은 펜타모드에 관한 실험 연

구 결과를 발표했다.35,36

이론은 이미 1995년에 제안되었지

만,37

실험적인 구현은 2012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지기 시작

했다(그림 12).35,36, 펜타모드 메타물질은 구성 물질은 고체이

다. 그러나 전체적인 특성은 압축(체적탄성계수가 유한한

값)은 힘들고, 변형(전단계수가 0에 수렴)이 쉬우며, 이는 유

체의 특성과 일치한다. 위의 사례에서 침대 매트릭스가 펜타

모드 메타물질이 되고 완두콩은 다른(좀더 큰) 물체가 된다

면, 펜타모드 메타물질은 물체의 존재를 감추는(cloaking)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참고로 penta-라는 접두사는 ‘다섯’이라는 뜻을 가진다.

이것은 수학적으로 6차 정방행렬을 이용하여 고체를 기술하

는 고체역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메타물질에서는 고유값이

단 하나만 0이 아니고 나머지 다섯 개는 모두 0이라는 뜻에

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이 문서는 수학적으로 깊이 들어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이에 관한 더 이상의 자세한 설

명은 생략한다.

6. 결론

고분자를 이용한 메타물질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을 소개

하였다. 먼저 메타물질이 무엇이고 왜 등장했는지를 언급했

고, 여러 종류의 메타물질이 왜 존재하는지를 전자기파/음

파의 주파수와 연결지어서 설명하였다. 또 메타물질 제조에

필요한 공정 방법과 메타물질의 이론 연구에 필요한 시뮬레

이션 방법을 설명하였으며, 실존하는 메타물질의 종류와 원

리, 그리고 그 활용 분야를 소개하였다.

사실 지금까지 연구된 메타물질의 양은 여기서 언급한 분

량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며, 미개척 분야는 그보다도

더 많다. 특히 전자기파나 음파의 주파수를 골라서 써야 하는

불편함은 메타물질의 응용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하며, 더 많은 활용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

로 남아 있다. 이렇게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지만, 이 문서

에 모두 담기에는 여백이 너무 좁기에 여기서 마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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