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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in 돌고래
줄을 타고 올라가면서 고개를 넘어가는 꿈을 꾼 적이 있다. 차는 내 옆을 쌩쌩
잘도 지나가는 데, 나는 줄을 붙잡고 낑낑대며 더디게 올라가야 했다. ‘무슨 동
네가 이러나 놀이터에 있는 줄타기도 아니고…’ 꿍시렁 댔었다.
2013년 3월쯤 빈집으로 이사왔다. 공부집(현재 넓은집으로 개명)으로 와서 빈
가게로 처음 혼자 걸어가보는 날이었다.
골목 경사가 겁네 가파랐다.
그 순간 꿈이 떠올랐다.
‘아… 여기구나….
내가 지금 꿈에서 와 본 곳에 서있구나..’
완전 신기했다.
게다가 동네 이름이 해방촌이라니 이름까지 마음에 들었다.
나는 이 날 부터 해방촌에서 내 영혼의 해방을 꿈꾸게 되었다.
후기
한 달 정도 함께한 중간에 멈춰버렸지만 전시 작업 마무리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다. 신택리
지 사업 진행 사이의 5주를 뻥 뛰게 되어 신택리지를 그만 두기로 했을 땐 너무 안타까웠다.
함께 작업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무겁기도 했고, 스케치를 하던 게 애착이 가서 그만 두는
게 선택을 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었던 것은 해방촌
팀원들이 나의 여행을 축하해주고, 행복을 빌어준 덕분이었다.
신택리지 사업을 시작한 건 내가 해방촌에 온지 3~4개월 됐을 때였는데, 그때만해도 낯선 곳이
무서워 동네 어르신들께 인사하는 것도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었다.
신택리지를 시작했을 때도 무서운 건 마찬가지였는데 달라진 점은 이제는 함께 신흥시장을 둘
러보고, 골목 탐사할 팀원들이 있었다는 거다.
날카롭게 굴어도 용서해준 곰자, 신흥시장 약도를 멋지게 완성해준 밀, 팀내 회계로 힘써준 윤
자, 녹취와 자료 수집을 열심히 해준 정민, 마지막까지 자기분량을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고 있
는 하람, 우리를 당근과 채찍으로 리드해 준 든든한 지음, 전시 작업 준비하느라 애쓴 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로 참여할 수 있었던 기회를 선물해 준 신택리지 사업…
돈도 벌었고, 좋은 사람들도 알게 됐고, 내가 사는 동네도 안심하고 돌아 다닐 수 있었던, 그림
을 그리면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다.
이제는, 스토리텔링북과 전시물이 사람들의 마음에 선물이 되었으면 바라본다.
- 돌고래 2013.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