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물 이야기 · 2019-12-19 · 경우가 많다. 2001년 개봉한 ‘번지점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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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물�이야기

이지현�칼럼니스트

고대�그리스의�철학자�탈레스(Thales)는�물을�만물의�근원이라�정의하였다.�실제로�물은�모든�생명의�근원이며�지구�환경의

대부분을�차지하고�있다.�물은�비와�눈,�안개�등으로�우리의�일상에�스며들기도�하고,�강과�바다,�호수�등�자연환경으로�주변

에�펼쳐져�있기도�하다.�동전의�양면처럼�때로는�생명의�열쇠가�되고,�때로는�성난�재해로�공격하는�물의�모습은�영화�속에도

고스란히�녹아�있다.

위협적으로�느껴지는�재난�영화�속�물

영화�속에서�물이�중요한�모티브가�되는�장르는�대부분�재난�영화로�물은�갑작스럽게�닥친�위기�상황을�표현하기에�적절한

소재이다.�그중에서도�1972년�제작된�‘포세이돈�어드벤처(The�Poseidon�Adventure)’는�물�관련�재난영화의�효시로�평가받

는다.�영화는�해저지진과�그로�인해�좌초된�초호화�여객선�포세이돈�호를�배경으로�하고�있다.�50m�이상의�거대한�해일에

배가�뒤집히자�내부에�있던�사람들은�점차�차오르는�바닷물로�생사의�기로에�선다.�탈출의�통로마다�가득�차�있는�물은�관객

들을�숨�쉴�수�없는�공포�속으로�밀어�넣는데,�일촉즉발의�위기상황�속에서�주인공�프랭크�스콧은�헌신적인�자기희생으로�많

물은�지구상에�존재하는�모든�생명체에게�필수적인�요소이다.�ⓒ�pixabay

은�사람을�살린다.�이�영화는�세계적으로�1억�2,700만�달러가�넘는�흥행�성적을�거두었으며�아카데미�시상식에서�특수효과

상을�수상하기도�하였다.

포세이돈�어드벤처의�성공�이후�비슷한�해양�재난�영화는�많이�만들어졌지만�영화사에�남을�만큼의�흥행�영화는�25년�후�등

장한다.�1997년�개봉한�‘타이타닉(Titanic)’은�1912년에�실제�있었던�타이타닉�침몰�사고를�각색한�영화로�개봉�후�12년간

전�세계�흥행�1위에�랭크될�만큼�성공을�거두었다.�빙하�충돌사고로�물이�차오르면서�배는�서서히�침몰하게�되고�주인공�로

즈와�잭은�얼음장같이�차가운�대서양�한가운데서�생존을�위한�사투를�벌이게�된다.�영화�속에서�물은�잭과�로즈의�사랑을�견

고하게�만드는�장치이자�비극적�결말로�이끄는�매개체가�되었다.

포세이돈�어드벤처는�대표적인�고전�재난�영화의�명작으로�손꼽힌다.�ⓒ�20세기�폭스

물로�죄와�고난,�불행을�씻어주다

재난�영화�속에서�물이�극적인�장치로�제�역할을�다�할�수�있었던�이유는�대부분의�사람들이�물�자체에서�위협감과�공포감을

느낄�수밖에�없기�때문이다.�오랜�시간�동안�농경�사회를�유지해온�인류는�해일이나�홍수�등의�자연�재해의�위험성을�피부로

느껴왔으며�서구�문명에서는�성경에�등장하는�노아의�방주를�통해�물을�죄의�심판의�결과로�받아들였다.�하지만�동시에�물

은�목마름을�가시게�해주는�구원이자�죄를�씻어주는�치유의�매개체로�여겨지기도�한다.

타이타닉은�아카데미�시상식에서�전체�17개�중�14개�분야에�최다�노미네이트�되었고,�11개�부문

을�수상하며�작품성과�흥행성�모두를�인정받았다.�영화�속에서�잭과�로즈는�차가운�대서양의�바

닷물�위에서�영원한�이별을�하게�된다.�ⓒ20세기�폭스

이러한�상징성이�반영된�대표적인�영화가�1994년�개봉한�‘쇼생크�탈출(The�Shawshank�Redemption)’이다.�촉망받던�은행

부지점장인�주인공�앤디는�누명을�쓰고�쇼생크�교도소에�수감된다.�짐승�취급을�받는�열악한�수감�환경�속에서�재소자들과

우정을�나누며�버티던�그는�악덕�교도소장이�무죄를�입증할�기회를�짓밟자�탈출을�감행하게�된다.�주인공이�좁고�구역질나

는�하수관로를�기어�세상으로�나온�순간�그를�맞이하는�것은�장대같이�쏟아지는�비다.�그는�마치�고통스러웠던�지난�세월을

빗물�속에�씻으려는�듯�두�팔을�벌려�비를�맞는다.�물을�중심소재로�하지�않았음에도�이�장면은�영화의�포스터가�될�만큼�인

상적인�순간이며�추상적인�개념인�자유를�빗물을�통해�극명히�드러내고�있다.

오래�전부터�물로�손과�몸을�씻는�것은�액운을�몰아내고�죄를�씻는�행위로�여겨졌다.�이러한�이유

로�여러�종교의�세례식에는�물이�사용된다.�ⓒ�pixabay

사랑의�매개체가�되는�물

때로�물은�영화�속에서�사랑의�매개체가�되기도�한다.�무색무취의�맑은�물은�주인공들의�순수한�첫사랑을�상징하는�장치로

활용되기도�하고�갑자기�사랑에�빠지는�계기를�마련해�주기도�한다.�가장�대표적인�작품이�1952년�개봉한�뮤지컬�영화�‘사

랑은�비를�타고(Singin'�in�the�Rain,�1952년)’이다.�무성영화에서�유성영화로�전환되는�시기를�배경으로�한�영화�속에서�하

락세를�걷던�주인공�돈은�우연히�캐시의�도움을�받게�된다,�아름답고�재능�있는�그녀를�사랑하게�된�돈의�설레는�감정은�빗물

속에서�행복하게�춤을�추는�모습을�통해�관객에게�전달된다.

스티븐�킹�원작의�쇼생크�탈출은�개봉�당시�큰�관심을�받지는�못했지만�입소문을�타고�비디오와

DVD의�2차�판권시장에서�큰�수익을�거두었다.�미국필름연구소(AFI)에서�선정한�최고의�할리우

드�영화�100에�선정되기도�하였으며�문화적으로�역사적으로�가치가�있다고�판단되어�미국�국회

도서관에서�영구�보관되는�작품�중�하나이다.�ⓒ�캐슬�록�엔터테인먼트

물에�젖는�것이�사랑에�젖어드는�것과�같음을�은유적으로�나타내는�이�장면은�이후�등장한�많은�영화와�뮤지컬,�광고,�드라마

에서�오마주�될�만큼�매력적인�순간으로�손꼽힌다.�이러한�이유로�로맨스�장르�영화에서는�비�내리는�날�주인공들이�만나는

경우가�많다.�2001년�개봉한�‘번지점프를�하다’에서는�비�오는�날�여자�주인공이�남자�주인공의�우산�안으로�뛰어드는�장면

으로,�‘클래식(2003년)’에서는�주인공들이�우산�없이�옷을�쓰고�함께�뛰는�모습으로�사랑이�싹�트는�사랑을�그려내고�있다.

사랑은�비를�타고는�미국�영화�연구소에서�선정한�25대�뮤지컬�영화�중�1위를�차지할�만큼�유명

한�영화로�관객은�빗물�속에서�춤을�추며�노래하는�돈의�모습을�통해�주인공의�마음을�확인할�수

있다.�ⓒ�cine21

물�부족을�통해�기후변화�위협을�경고하는�영화

영화�같은�현실,�현실을�담은�영화라는�말이�있는�것처럼�영화는�현실을�반영하는�창이다.�따라서�영화에�등장하는�물을�다루

는�방식은�시대의�현실과�맞닿아�있는�경우가�많다.�최근�온실가스�배출과�환경�파괴로�인류는�기후변화의�위협에�노출되어

있다.�이러한�지구�환경의�변화는�영화�속에서도�고스란히�드러난다.�앞서�살펴본�재난�영화처럼�해일이나,�홍수가�아닌�물이

없는�세상을�배경으로�하는�영화가�많아지고�있다.�2014년�개봉한�‘더�라스트�서바이버(The�Last�Survivors)’은�비가�내리지

않는�미래를�배경으로�하고�있다.�오랜�가뭄으로�땅은�갈라지고�지하수는�말라간다.�영화는�물을�독점한�세력을�물리치고�물

을�되찾으려는�주인공의�사투를�그리고�있다.�2011년�개봉한�‘랭고’�역시�물�부족으로�위기에�처한�마을을�구하는�카멜레온

이야기이며,�2015년�리메이크�된�‘매드맥스:�분노의�도로’에서는�핵전쟁으로�인류�대부분이�멸망한�22세기를�배경으로�소수

의�사람이�물을�장악한�세상을�비극적으로�그려내고�있다.�이들�영화의�장르는�모두�다르지만�물�부족으로�농사가�불가능해

지고,�얼마�남지�않는�물을�차지하기�위한�전쟁이�벌어지는�상황을�공통적으로�표현하고�있다.

갑자기�쏟아지는�비에�겉옷을�덮어�쓰고�함께�뛰는�장면은�관객들에게�주인공들이�사랑을�시작하

게�되었음을�알려주는�동시에�청량한�느낌의�첫사랑을�고스란히�전달한다.�ⓒ�네이버�영화

물을�모티브로�한�색다른�작품도�있다.�베니스�국제�영화제와�아카데미시상식에서�각각�황금사자상과�최우수�작품상을�수여

한�‘셰이프�오브�워터(The�Shape�of�Water,�2017년)’는�물속에�살고�있는�양서류�생명체와�주인공�엘라이자의�사랑을�그리

고�있다.�푸른�물속을�유유히�헤엄치는�양서류�생명체의�모습은�태초의�생명을�탄생시킨�물의�신비스러움을�상징한다.�어두

운�바닷물�속으로�사라지는�두�사람을�뒤로�등장하는�시의�첫�구절은�‘그대의�형태는�알�수가�없고(Unable�to�perceive�the

shape�of�you)’,�마지막�구절은�‘그대는�어디에든�존재하므로�나를�겸허하게�만든다(It�humbles�my�heart,�For�you�are

everywhere)’�이다.�이�시는�형태를�정의할�수�없는�사랑과�물,�둘�다를�온전히�표현하고�있다.

이들�영화�속에서는�물�부족�현상으로�인류의�생존이�위협받는�암울하고�어두운�분위기로�미래

모습을�표현한다.�ⓒ�pixabay

지구상의�모든�생명체는�물�없이�존재할�수�없다.�모든�것의�근원이라�할�수�있는�물이지만�영화�속�물을�통해�세상을�보는�방

법은�만드는�사람에�따라,�보는�사람에�따라,�또�시대에�따라,�계속해서�달라져�왔다.�인류�문명이�지속되는�한�물을�모티브로

한�영화는�계속�등장할�것이고,�형태가�없는�물처럼�영화�속�물은�다양한�상징적�의미로�우리에게�다가올�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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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에서�물은�양서류�생명체의�생존에�필요한�환경이자�두�사람이�사랑의�결실을�맺는�안락

처로�등장한다.�ⓒ�더블�데어�유�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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