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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 다녀와서 1346011 서은지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 다녀왔다. 제1관은 우리학교가 여자대학교인만큼 조선 시대 ‘여인’의 삶을 주 전시 내용으로 삼은 것 같았다. 수업시간에도 보았던, 탯줄을 보관 하는 용도로 쓰였던 태지석과 태항아리를 보았다. 탄생의 순간부터 삶의 한 부분이 기록 되고 보존된다는 것이 굉장히 부러웠다. 또한 카메라가 없던 시절, 태지석과 태항아리를 통해 카메라보다도 더욱 생생한 기록을 한 것 같아 새삼 놀라웠다. 태항아리에 이어 본 것은 나막신, 저고리, 자수턱받이 같은 것들이다. 어린 아기들의 물건이니만큼 작고 아기 자기 해서 아주 귀여웠다. 그리고 자식을 위해 예쁘고 좋은 것을 고심해서 구했을 부모님 의 마음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탄생과 관련된 유물들뿐만 아니라 죽음에 관련된 유물들도 볼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백자청화 묘지명이다. 인생의 끝인 죽음을 그렇게 멋있는 방식으로 장 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또한 묘비명을 볼 때 무리들과 약간 뒤쳐져 있었는 데, 그들을 천천히 뒤따라가며 내 묘비는 어떤 모양으로 세워질 것인지 상상해보았다. 그 래서 나의 묘비에도 적을 것이 많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시간이 되기 도 했다. 여러 회화들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회화 교본 용 도로 쓰였다는 고씨 화보이다. 그것을 보며, 정말 붓이 털이 30개 정도로만 이루어진 것 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우 정교하고 세밀했다. 또한 금방이라도 그림 속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사실성이 느껴졌다. 제14책 ‘강은’은 나뭇가지와 잎이 모양뿐만 아니라 쳐진 각도까지 굉장히 자연스러워 보였다. 특히 옷 주름 부분은 흘러내리는 모습을 어떻게 그 렇게 잘 표현할 수 있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제2책 ‘조창’은 새의 깃털이 가장 눈에 띄었다. 깃털의 짙고 옅음의 표현이 매우 사실적이어서,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으며 깃털에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것 같았다. 장인의 정성 과 섬세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곽분양행락도는 왕실에 혼례가 치뤄질 때 궁중을 장식하던 것이라고 하는데, 그 것을 동경하던 양반들이 곽분양행락도를 모방하여 그린 작품이 함께 전시가 되어있었다. 모방임에도 불구하고, 색이 조금 흐린 것 외에는 미적 아름다움이 전혀 뒤지지 않아 보였 다. 특히 매우 정교했던 학의 깃털 묘사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여성 위인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신사임당의 글씨와 그림을 보았다. 글씨가 정갈해서, 신사임당의 현모양처적인 면모가 글자에서 드러나는 듯 했다. 그리고 그림에서는 나뭇가지에 자잘하게 피어있는 꽃들이 너무 아름답게 표현되어 기억에 남는다. 아름다운 유물들에 취해 정신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내 눈앞에 백자철화 포도무

한미이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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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한미이 감상문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 다녀와서

1346011 서은지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 다녀왔다. 제1관은 우리학교가 여자대학교인만큼 조선

시대 ‘여인’의 삶을 주 전시 내용으로 삼은 것 같았다. 수업시간에도 보았던, 탯줄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였던 태지석과 태항아리를 보았다. 탄생의 순간부터 삶의 한 부분이 기록되고 보존된다는 것이 굉장히 부러웠다. 또한 카메라가 없던 시절, 태지석과 태항아리를 통해 카메라보다도 더욱 생생한 기록을 한 것 같아 새삼 놀라웠다. 태항아리에 이어 본 것은 나막신, 저고리, 자수턱받이 같은 것들이다. 어린 아기들의 물건이니만큼 작고 아기자기 해서 아주 귀여웠다. 그리고 자식을 위해 예쁘고 좋은 것을 고심해서 구했을 부모님의 마음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탄생과 관련된 유물들뿐만 아니라 죽음에 관련된 유물들도 볼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백자청화 묘지명이다. 인생의 끝인 죽음을 그렇게 멋있는 방식으로 장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또한 묘비명을 볼 때 무리들과 약간 뒤쳐져 있었는데, 그들을 천천히 뒤따라가며 내 묘비는 어떤 모양으로 세워질 것인지 상상해보았다. 그래서 나의 묘비에도 적을 것이 많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시간이 되기도 했다.

여러 회화들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회화 교본 용도로 쓰였다는 고씨 화보이다. 그것을 보며, 정말 붓이 털이 30개 정도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우 정교하고 세밀했다. 또한 금방이라도 그림 속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사실성이 느껴졌다. 제14책 ‘강은’은 나뭇가지와 잎이 모양뿐만 아니라 쳐진 각도까지 굉장히 자연스러워 보였다. 특히 옷 주름 부분은 흘러내리는 모습을 어떻게 그렇게 잘 표현할 수 있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제2책 ‘조창’은 새의 깃털이 가장 눈에 띄었다. 깃털의 짙고 옅음의 표현이 매우 사실적이어서,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으며 깃털에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것 같았다. 장인의 정성과 섬세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곽분양행락도는 왕실에 혼례가 치뤄질 때 궁중을 장식하던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동경하던 양반들이 곽분양행락도를 모방하여 그린 작품이 함께 전시가 되어있었다. 모방임에도 불구하고, 색이 조금 흐린 것 외에는 미적 아름다움이 전혀 뒤지지 않아 보였다. 특히 매우 정교했던 학의 깃털 묘사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여성 위인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신사임당의 글씨와 그림을 보았다. 글씨가 정갈해서, 신사임당의 현모양처적인 면모가 글자에서 드러나는 듯 했다. 그리고 그림에서는 나뭇가지에 자잘하게 피어있는 꽃들이 너무 아름답게 표현되어 기억에 남는다.

아름다운 유물들에 취해 정신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내 눈앞에 백자철화 포도무

Page 2: 한미이 감상문

늬 항아리가 펼쳐졌다. 항아리는 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크고 위엄이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우아함마저 느껴졌다. 항아리가 단독으로 전시되어 있어 그 느낌이 더욱 크게 와 닿았다. 항아리에 새겨진 무늬의 색마저 항아리의 우아한 매력을 부각시키는 듯했다. 특히, 가느다란 줄기의 표현은 절로 감탄이 나오게 만들었다.

주전자들 중에는 귀여운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았다. 특히 참외모양 주전자가 기억에 남는데, 그 중 청자로 된 것은 약간 애호박같이 보였다. 그런데 어떤 것은 노란색이라 그런지 진짜 참외처럼 느껴졌다. 주전자들에 이어 그릇들에는 아기자기하고 고운 문양들이 많았는데, 그 중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청화백자이다. 그런데 그릇 자체는 너무나도 아름다웠지만, 문양의 색이 식욕을 떨어트리는 파란색이라서 그런지 식기로 쓰이기보다는 장식품으로 쓰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모란이나 나비 모양 등, 그저 보고만 있어도 봄 향기가 물씬 나는 듯한 문양이 새겨진 예쁜 주전자나 그릇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시간의 제약이 있어 한 시간 정도밖에 감상하지 못했다. 지하에는 수업시간에도 들은 적이 있는 사천왕상과 팔부중상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 학기가 끝나고 여유가 생겨 가본다면 굉장히 반가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박물관 견학은 오랜만에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학교 내에 이렇게 근사한 박물관이 있다는 것은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더욱 단단히 해주었으며, 오랜만에 하는 문화생활이라 끊임없는 과제와 스트레스에 지쳐있던 나에게 힘을 북돋아주었다. 학교생활을 하는 내내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박물관에 이제야 가게 된 것이 아쉽고 이제까지 있었던 전시를 관람하지 못한 것 또한 안타깝다. 나중에 다른 대학교에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포털 사이트에서 인근 맛집만을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 또한 알아보고 관람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앞으로 하게 될 학교 생활동안, 가끔 학업생활에 지쳐 어떤 것도 하기가 싫어질 때 우리학교 박물관에 들러 주위 친구들이 아닌 선조들의 유물들로 ‘힐링’을 할 나의 모습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