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적 관점에서 바라 본 통일교육교재

분단 고(苦)를 넘어 불국정토로

불교와

통일

4

발

간

사

지난 2000년 6월, 남북의 두 정상이 만나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이후 우

리 민족은 이념과 체제를 넘어 하나의 민족공동체를 실현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업을 맞

이했습니다. 이러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우리 불교와 종단이 해야 할 임무는 대단

히 크다고 봅니다.

그동안 종단은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를 비롯한 남북불교교류, 북한동포돕기 인도

지원, 북한 사찰에 대한 연구조사, 남북공동행사 참가 등 다양한 교류사업 추진을 통해,

미진하나마 민족의 화합과 남북불교의 동질감 회복을 위한 소중한 성과를 쌓아왔습니

다. 그리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불교적 정서와 사상에 맞는 평화통일교육과 대중통일사

업 또한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불교는 역사적으로 평화를 강조해 온 민족의 전통을 면면히 이어오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원융과 화쟁사상으로 화합의 역사를 이끌어 온 위대한 가르침을 가지고 있습

니다. 그렇기에 우리 불교는 민족공동체 실현의 사상적 토대를 형성하고, 분단된 한반

도에서 새로운 통합의 가능성을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5발 간 사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지홍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발간하는 ‘불교와 통일’은 불교의 사상과 이론을 민족의 문제

에 접목하여, 어려운 분단과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 실생활과 불자로서의 삶 속에

서 돌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이 교재를 통해 불자대중들의 통일의식을 고취시

키고 불교적 관점에 기초한 다양한 평화통일교육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

습니다.

아무쪼록 많은 불자님들이 불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통일교육교재 ‘불교와 통일’에 많

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격려와 비판을 아끼지 말아주시기 바라며, 이를 통해 남북불교교

류가 더욱 활성화되고 통일정토를 향해가는 노정이, 보다 완성되어 가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교재 발간을 위해 집필진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이창희 선생과

기꺼이 감수를 맡아주신 권영경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민족 간

화합과 평화의 통일정토를 실현하기 위해 사부대중 여러분의 끊임없는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지 홍

불교와

통일

6

목

차

발간사 | 4

머리말 | 9

1. 우리가 꿈꾸는 세상··································· 15

1) 평화를 위한 부처님의 가르침····································· 16

2) 평화, 불국정토로 가는 길·········································· 17

2. 분단국가에서 살아간다는 것···················· 19

1) 언제 터질지 모를 전쟁의 위협·································· 20

현실로 다가온 전쟁의 공포

코리아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2) 분단국가에서의 낮은 복지 수준································ 23

3) 증오를 부추기는 사회 - 분단의식의 내면화··········· 25

4) 치유되지 않는 이산가족의 아픔································ 27

5) 불교적 가치에 위배되는 분단 속의 삶····················· 30

3. 분단의 원인 ; 휴전선은 왜 생겼을까요?··· 33

1) 한반도 분단의 탄생 배경············································ 34

2) 한반도는 강대국의 세력 각축장································ 36

7목 차

3) 분단은 현재진행형······················································· 38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 중

극단적인 이념대립

4. 통일이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 43

1) 통일은 민족 역사를 새롭게 쓰는 일························· 44

2) 통일비용과 통일편익··················································· 45

3) 평화와 번 의 한반도················································· 48

전쟁위협 없는 평화복지국가

사통팔달로 번영하는 한반도

4) 지구촌과 상생하는 한반도·········································· 53

5) 불국정토로 가는 길목················································· 56

5. 어떻게 하면 통일이 되나요? ··················· 59

1) 극단을 떠난 바른 길 - 중도····································· 60

2) 통일방법론으로서의 화쟁(和諍) ································· 62

화쟁, 민족화합의 원리

통일의 역사에서 구현된 화쟁

3) 통일을 위한 과제························································ 65

대북인도지원사업은 동포애 차원에서 지속되어야 합니다

민족화해의 상징이자 불교성지인 금강산도 다시 열려야 합니다

경제협력을 통한 남북경제공동체의 건설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불교와

통일

8

6.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불교·················· 77

통일을 위한 남북불교도의 노력

평화와 통일을 위한 보살행

참고자료 | 85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

6.15남북공동선언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남북정상선언)

참고문헌 | 97

머리말

불교와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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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과학문명의 발달로 물질이 풍성해지고 생활이

편리해졌습니다 하지만 풍성하고 편리해진 생활을 누리는 반면

경제논리를 앞세우게 되면서 생긴 역기능도 적지 않습니다 물질만능

주의가 만연하고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생활방식이 퍼지면서

전통적 가치관의 파괴와 도덕과 규범의 상실로 인한 다양한 사회적

국가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개개인은 오늘날 초래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국가

적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국가적 문

제는 정말 나와는 상관없는 걸까요 나는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나요 아무리 나만 아니면 된다고 소리친다 해도 우리는 매순간 다

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사회는 환경파괴 인종갈등 종교갈등 빈부격차 전쟁 등

다양한 사회적 국가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문제에

11머 리 말

위) 민통선 지뢰 표지판

아래) 2009년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 돌리고 있는 순간에도 이 고통들

은 우리에게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반세기가 넘게 분단되어 있는

한반도의 현실은 우리 민족에게 닥

쳐있는 사회적 고통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입니다 수백 만 명이

죽고 다치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

으며 지금까지도 갈라진 채 서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분단현

실이 주는 고통은 사실 가장 큰 사회적 고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통일이 되면 지금보다 사회가 불안해지고 경제가 어

려워지기 때문에 지금의 안정된 상황이 더 좋다는 얘기들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지금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만족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나요

전쟁이 끝난 지 여 년이 흐른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언

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나라로 여깁니다 우리는 크게 인식

하지 못하지만 외국 사람들은 우리가 위험천만한 상황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무장한 군대가 대치

하고 있는 나라가 안정된 나라라고 여기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 분단은 안정 통일은 불안이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새기고 살아 왔는지도 모릅니다

일부 사람들은 전쟁만 없다면 분단된 평화가 더 낫다고도 생각하

지만 그러한 평화는 사실 휴전 상태의 한반도에서는 거짓 평화에 불

불교와

통일

12과합니다 이러한 평화는 당장 전면전을 발발시키지 않는다 할지라도

끊임없이 우리를 전쟁의 위협에 시달리게 할 것이며 이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력을 통해 보장되는 평화는 전쟁의 위협을 근본적

으로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쟁의 불안 속에서 계속해서 많은

군사비를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민족이 분단된 불행한 시대에 살면서 분단을 크게 인

식하지 못하며 살아왔습니다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에 빠진 채 부끄럽

고 괴로운 대결과 반목의 시대를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왔으며 이것

을 평화로운 상태라고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분단이 존재하는 한 지

금 이 상황은 거짓 평화의 세상 언제든 깨질 수 있고 깨지기 쉬운 평

화의 세상일 뿐입니다

세기 한반도에 살고 있는 불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통일은 꼭

해야 하나요 통일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이 책은 통일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화두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분단이 우리에게 주는 고통과 원인을 살펴보고 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평화와 통일의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자 했습니다

장 분단국가에서 살아간다는 것에서 분단에 의한 고통과 현상을

명확히 인식하고 깨닫고자 하 습니다 장 분단의 원인 휴전선은

왜 생겼을까요 에서는 그 괴로움의 원인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장 통일이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와 장 어떻게 하면 통일이

되나요 에서는 고통의 해결과 이를 위한 실천방향을 찾고자 했습

니다

이것은 고통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부처님의 가르침 즉 사성제

四聖諦 고苦 집集 멸滅 도道에 따라 분단과 통일의 논리를

13머 리 말

풀이해 본 것입니다 전쟁의 위협과 분단으로 인한 사회적 고통은 사

성제 중 고제苦諦이며 분단의 원인은 집제集諦 분단이 멸한 상태

인 통일은 멸제滅諦 그리고 평화와 통일로 가기 위한 과정과 노력

은 도제道諦에 해당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연기의 세상에 살면서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에

대해 확실히 인식하는 것부터가 사성제의 출발이라 했습니다 한반도

에 살면서 우리가 처해있는 분단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부터가

이미 분단의 고통을 멸하기 위한 과정에 들어선 것입니다 오늘날 평

화와 통일은 중요한 민족적 과제이며 이미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이

분단의 공업共業을 소멸하기 위한 평화와 화해의 사성제를 실천하

고 있습니다

1. 우리가 꿈꾸는 세상

불교와

통일

16

1

우리가 꿈꾸는 세상

1) 평화를 위한 부처님의 가르침

부처님께서는 우리를 한 결 같이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쿠나라의 전생이야기는 물싸움이 발단이 돼서 전쟁 일보 직전에 이

른 싸움터를 찾아가 중재하는 부처님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고향인 카필라와 이웃 부족인 콜리야는 사돈지간으로

로히니 강을 두고 사이좋게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습

니다 그런데 어느 해 여름 가뭄이 심하게 들어 물이 부족해지자 양

쪽 부족 사람들은 물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 강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다투게 됩니다 처음에는 말싸움으로 시작한 것이 급기야

군대를 동원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부처님

은 이 두 부족 간 전쟁을 막기 위해 서둘러 분쟁지역으로 달려가 두

부족의 대표들을 불러놓고 싸움을 중재하셨습니다

1) 평화를 위한 부처님의 가르침

2) 평화, 불국정토로 가는 길

17우리가 꿈꾸는 세상

“그대들은 물과 사람 중에 어느 쪽이 더 소중하오?”

“물보다는 사람이 훨씬 소중합니다.”

“그런데 물 때문에 소중한 사람의 목숨을 버리려고 합니까? 그건 옳지

못한 일입니다. 부디 마음속에 원한을 품지 말고 살아가시오. 원한을 벗고

고뇌도 벗고 탐욕도 벗어 놓고 살아가시오.”

부처님의 중재로 싸움은 끝이 났습니다 하마터면 피로 물들 뻔한

로히니강은 다시 두 부족의 소중한 식수원이 되었습니다 전쟁을 막

고자 끝까지 헌신하 던 부처님의 일화를 통해 우리는 평화의 중요성

에 대한 가르침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2) 평화, 불국정토로 가는 길

세계적인 평화학 학자이면서 한반도 평화문제와 불교의 평화사상

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요한 갈퉁 교수는 불교사상의

가장 큰 특징을 평화주의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불교의 평화사상이 목적으로서의 평화뿐만 아니라

평화에 이르는 길은 평화 그 자체 라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평화를 추구하기 위한 방법도 평화적

※ 요한 갈퉁(Johan Galtun, 1930~ )

1930년 노르웨이 오슬로 출생. 세계적인 석학이자 평화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평화학자입니다. 오슬로대

학교에서 평화와 분쟁 연구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반도 평화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평화의 개념을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로 구분하였고, 사회통합의 단계를 적극적인 평화로 보았

습니다. 대표적인 저서로 그의 논문을 모아 출간한 평화연구논문집 Essays in Peace Research (1980)이

있습니다.

불교와

통일

18이어야 하며 전쟁과 폭력이라는 수단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

니다

인류는 끊임없이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추구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구현하는 것은 모든 인

류의 소망입니다 불교에서는 고통

에서 벗어나 평화와 안락을 얻은

이상세계를 정토淨土라고 합니다

수행으로써 청정함을 이루는 곳이며

세상을 정토로 만드는 것이 불교의

궁극적 목표이자 불자들이 그리는

세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

께서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운 것도

전쟁과 폭력으로는 정토를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반도의 분단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불자들이 불

국정토로 다가가기 위한 길을 원천적으로 방해하는 장애물입니다 분

단은 언제 또 발발할지 모르는 전쟁의 가능성을 품은 채 상대방에 대

한 끊임없는 분노와 적대감을 키우도록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한 평화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며 분단이 극복되지 않는

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결코 불국정토에 다가갈 수 없을 것입

니다 무엇보다 분단을 없애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민족의 통일

은 전쟁을 막을 수 있는 평화가 핵심입니다 통일은 동족 간의 전쟁을

막고 우리 불자들이 궁극적으로 불국정토에 도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