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이용자는 아래의 조건을 따르는 경우에 한하여 자유롭게 l 이 저작물을 복제, 배포, 전송, 전시, 공연 및 방송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조건을 따라야 합니다: l 귀하는, 이 저작물의 재이용이나 배포의 경우, 이 저작물에 적용된 이용허락조건 을 명확하게 나타내어야 합니다. l 저작권자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으면 이러한 조건들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저작권법에 따른 이용자의 권리는 위의 내용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이것은 이용허락규약 ( Legal Code) 을 이해하기 쉽게 요약한 것입니다. Disclaimer 저작자표시. 귀하는 원저작자를 표시하여야 합니다. 비영리. 귀하는 이 저작물을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변경금지. 귀하는 이 저작물을 개작, 변형 또는 가공할 수 없습니다.

Disclaimer - Seoul National Universitys-space.snu.ac.kr/bitstream/10371/132157/1/000000133500.pdf · 분류 방식 혹은 분류 기준 또한 서로 다르다. 예컨대 관련된

  • Upload
    others

  • View
    1

  • Download
    0

Embed Size (px)

Citation preview

  •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이용자는 아래의 조건을 따르는 경우에 한하여 자유롭게

    l 이 저작물을 복제, 배포, 전송, 전시, 공연 및 방송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조건을 따라야 합니다:

    l 귀하는, 이 저작물의 재이용이나 배포의 경우, 이 저작물에 적용된 이용허락조건을 명확하게 나타내어야 합니다.

    l 저작권자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으면 이러한 조건들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저작권법에 따른 이용자의 권리는 위의 내용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이것은 이용허락규약(Legal Code)을 이해하기 쉽게 요약한 것입니다.

    Disclaimer

    저작자표시. 귀하는 원저작자를 표시하여야 합니다.

    비영리. 귀하는 이 저작물을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변경금지. 귀하는 이 저작물을 개작, 변형 또는 가공할 수 없습니다.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legalcode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

  • 문학석사학위논문

    한국어 약어 유형에 대한 연구

    2016년 2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국어학전공

    林昱廷(임욱정)

  • - i -

    한국어 약어 유형에 대한 연구

    임욱정

    기존 연구에서 형태론적 삭감이 적용된 약어의 하위 유형에는 줄곧 두음절

    어와 절단어만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 용례를 살펴보면 약어 중에는

    두음절어와 절단어라는 개념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현상들이 많으므로 선

    행 연구에서 다루어 온 약어의 개념뿐만 아니라 약어의 하위 유형도 다시 검

    토할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는 경제성에 의해 다양하게 나타나는 약어의 하위 유형의 정의 제

    시에서, ‘단순화’라는 개념을 따라, 즉 약어의 각 하위 유형을 설명하는 데 하

    나의 정의가 단순히 하나의 경우에만 적용된다. 두 가지 이상의 경우에 동시

    적용되는, 애매모호하며 복잡한 상황을 피해야만 사람들이 이 정의를 보고 약

    어의 어떤 하위 유형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

    하여 원래 한국어 약어 관련 기존 연구에 없는 ‘축합어(縮合語)’와 ‘절취병합

    어(截取倂合語)’라는 유형 명칭을 새로 설정하였다.

    그 중 ‘축합어’라는 용어는 중국어 축약어(縮約語) 유형 중의 하나인 ‘축합

    식 약어’를 참고하여 한국어 실제 약어 현상에 맞춰서 설정한 것이다. 여기서

    ‘축합’은 한자어 ‘縮合’을 일컫는 것으로, 그 뜻은 ‘축(줄어듦)’과 ‘합(합해짐)’

    으로 이루어진, 즉 ‘줄어들어 합해진다’라는 것이므로 약어의 현상을 그대로

    설명하는 가장 중립적인 용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존 연구에서 ‘약어를 이루는 대표 음절(대표자)을 취하는 위치’

    에서는 늘 두음절어(acronym)와 비교를 이루지만, 공식적인 명칭이 없기 때

    문에 설명하기가 복잡한 이 약어 유형을 본고에서는 ‘축합어’라고 칭하였다.

    또한 기존 연구에서 ‘절취’+‘병합’으로 이루어진 약어를 많이 발견할 수 있

  • - ii -

    지만, 공식적인 용어가 없으므로 역시 설명하는 데 통일되지 못한 이 약어 유

    형에 대해, 이와 유사해 보이지만 실은 한국어에 적합하지 않은, 주로 영어에

    서 사용하는 ‘절단합성어’라는 용어를 참고하여, 한국어 실제 약어 현상에 맞

    춰서 ‘절취병합어’를 새로 명하였다.

    따라서 본고에서 설정한 이 ‘축합어’ 및 ‘절취병합어’는 기존 연구에서 서로

    다르게 이루어진 약어에 대해 하나의 유형으로 묶어서 다루고 있어 온 통일

    되지 않으며 복잡한 현상을 밝히는 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외에, 기존 연구 중에는 약어가 약어 인접 범주에 속한 유형과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연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으로 약어와

    비(非)약어의 유형들을 명확하게 구분한 연구의 수가 많지 않다. 이 점에서

    본고는 기존 연구와 다른 약어를 구별하는 방법과 약어를 분류하는 방식을

    새로 제시하였다.

    주요어: 약어, 원어, 의미 성분, 의미 경계, 의사 약어, 어순도치류, 의미중복

    류, 지시대상 명확성 부각류, 선후관계 불분명류, 역추정류, 숫자 총

    괄류

    학 번: 2013-22425

  • - iii -

    차 례

    i

    1. 서론 1

    1.1. 연구 목적 및 대상 1

    1.2. 연구 방법 1

    1.3. 선행 연구 5

    1.4. 논의의 구성 9

    2. 기본 논의 11

    2.1. 용어 설정 기준 11

    2.2. 약어와 관련된 개념들 15

    2.2.1. 약어와 준말의 개념 18

    2.2.2. 기존의 약어 성립 조건 19

    2.2.3. 융합형 21

    2.2.4. 혼성어 37

    2.3. 약어와 그 인접 범주의 구별 42

    2.4. 새로 정의된 ‘약어’ 45

    2.5. 소결 49

    3. 약어 유형 51

    3.1. 한자어 약어 유형 51

    3.1.1. 두음절어 51

    3.1.2. 축합어 56

  • - iv -

    3.1.3. 절취병합어 58

    3.1.4. 절단어 69

    3.2. 고유어 약어 유형 72

    3.2.1. 두음절어 72

    3.2.2. 축합어 75

    3.2.3. 절취병합어 77

    3.2.4. 절단어 80

    3.2.5. 구약어 81

    3.3. 소결 84

    4. 의사 약어 86

    4.1. 어순도치류 86

    4.2. 의미중복류 87

    4.3. 지시대상 명확성 부각류 88

    4.4. 선후관계 불분명류 90

    4.5. 역추정류 90

    4.6. 숫자 총괄류 92

    4.7. 소결 92

    5. 결론 94

    97

    103

    105

  • - 1 -

    1. 서론

    1.1. 연구 목적 및 대상

    약어는 어느 나라 말에나 다 있는 언어 공통의 현상이다. 약어가 형성되는

    이유는 언어의 경제성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어떤 약어가 의사 전

    달에 있어서 의미 손상을 가져온다면 오히려 그 약어의 경제성의 가치를 손

    상시키게 된다. 즉 원어1)가 형식이 줄어들어 약어가 되더라도 원래 전달하려

    는 의미가 바뀌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줄어들기 전의 원어와 줄

    어든 후의 약어는 언어학적으로 서로 유의 관계(즉, 동의 관계 및 유의 관계

    까지 다 포함하는 광의(廣義)의 동의 관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 약어로 보고 있는 유형 가운데 서로 이질적인 성격

    을 갖는 것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학자마다 약어에 대한 정의나 용어 사용의

    기준 역시 통일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약어의 하위 유형을 밝히는 데에는 어

    려움이 많다. 특히 한국어를 연구할 때 늘 참고 기준이 되는 『표준』2)의 ‘약

    어’는 반대말, 높임말, 낮춤말, 의성 · 의태어 등과 달리, 명확히 기술되어 있

    지 않아 사전 이용자에게 불편을 주기도 한다.

    1.2. 연구 방법

    본고에서는 원어와 약어가 유의 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주요 조건으로

    하여, 더 나아가 약어가 되기 위한 조건 및 경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본고는

    주로 기존 연구에서 제시한 예, 국립국어연구원에서 간행한 『현대 국어의 준

    1) 여기서 ‘준말’에 대응되어 널리 쓰이는 ‘본딧말/본말’과 구별하기 위해 ‘원어’라는 표현

    을 사용하기로 한다.

    2) 본고에서는 논의의 편의상 『표준국어대사전』을 이하 『표준』으로 대신한다.

  • - 2 -

    말 목록』3)의 예, 그리고 언어 변화 · 발전의 흐름에 따라 함께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신어의 예까지 본고의 약어 관련 자료에 포함하고자 한다.

    그리고 『표준』을 검색 보조 수단으로 삼아, 이들에서 약어로 볼 수 있는 것과

    약어로 볼 수 없는 것들을 찾아내서 그들이 약어가 될 수 없는 이유를 밝힌

    다음, 약어의 하위 유형을 밝혀보고자 한다.

    기존 연구에서 형태론적 삭감이 적용된 약어의 하위 유형에는 줄곧 두음절

    어(acronym)4) 및 절단어(clipping)와 같은 것만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

    제 용례를 살펴보면 약어 중에는 두음절어와 절단어라는 개념만으로 포착할

    수 없는 현상들이 많기 때문에5) 선행 연구에서 다루어 온 약어의 개념뿐만

    아니라 약어의 하위 유형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기존 연구 중에는 약어의 하위 유형으로 정착된 두음절어나 절단어

    같은 인접 범주의 개념들을 바탕으로, 그들 사이의 차이점을 밝히는 것을 목

    적으로 한 연구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으로 약어와 비(非)약어

    의 유형들을 명확하게 구분한 연구, 특히 음운론이 아닌 형태적 · 의미적 접

    근의 연구는 그 수가 비교적 많지 않다.

    본 연구는 이 같은 기존 연구의 부족한 점을 보태는 데에 목적을 둠으로써,

    기존 약어 연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본고의 연구 자료는 한국어 한자어 및 고유어의 예들을 대상으로 삼는다.

    한편, 연철(連綴)로 표기된 일본어,6) 그리고 영어와 같은 유럽계 외래어를 바

    탕으로 구성된 것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한다. 일본어 및 영어와 같은 유럽계

    외래어를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는 (1)과 같다.

    3) 본고에서 구별하고 있는 ‘준말’과 ‘약어’의 두 개념을 김희진(2003)에서는 ‘준말’로 통

    칭하고 있다.

    4) 한국어 연구에서 acronym을 ‘두자어’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지만, ‘두자어’라는 개념

    은 본래 영어와 같은 음소언어에 적합한 용어이다. 따라서 이 개념을 음소언어이지만

    음절 단위로 모아쓰기를 하는 한국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

    다. 이지양(1996:25)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5) 이호승(2014)에서 약어에는 전형적인 두음절어나 절단어 외에도 특정한 명칭을 부여하

    기 어려운 축소형들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6) 외래어와 한자어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일본어 고유어를 가리킨다.

  • - 3 -

    (1) ㄱ. ‘약어’의 형성은 음절과 큰 관련을 맺고 있다. 한자는 한 글자

    (즉, 한 음절)당 하나의 뜻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음절이 ‘의미를

    갖는 언어 단위’로 분석된다는 점에서 음절 단위로 표기하는 한국어

    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한자어 원어인 ‘師範 大學’

    에서 ‘師’와 ‘大’를 택하여 두음절어인 ‘師大’를 형성할 수 있는데,

    이를 한글로 표기해도 마찬가지로 ‘사범 대학 → 사대’와 같이, 음절

    단위로 그 구성을 나타낼 수 있다.

    ㄴ. 영어와 일본어는 원래의 언어에서와 달리 한국어로 옮기면 어휘 전

    체가 아예 하나의 의미 성분이 돼버린다. 예컨대, ‘navigation’은 원

    래 영어에서는 ‘navigate + ion’의 내부 구조를 가지지만, 한국어에

    서는 내부 구조가 인식되지 않아 하나의 형태소로 이루어진 단일어

    로 취급된다(노명희(2009:12-14), 노명희(2010) 재인용). 본고에서

    약어를 분류할 때, 의미 성분(즉 의미 토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

    에, 이같이 내부 구조를 분석할 수 없는 어휘들은 분석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고에서는 일본어 및 영어를 논의의 대상

    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본고의 주된 연구 대상인 ‘약어’와 관련하여, 기존 연구에서 제시한 분류

    방식을 크게 (2), (3)과 같이 간추려 볼 수 있다.

    (2) [한자어 부분]

    ㄱ. 사범 대학(師範 大學) → 사대

    (ㄴ-1). 임진왜란(壬辰倭亂) → 임란

    (ㄴ-2). 동맹 휴업(同盟 休業) → 맹휴

    (ㄴ-3). 대량 생산(大量 生産) → 양산

    (ㄷ-1). 동물(動物) · 식물(植物) → 동-식물7)

    (ㄷ-2). 해군(海軍) · 육군(陸軍) → 해륙-군

    (ㄷ-3). 의수(義手) · 의족(義足) → 의-수족

    7) 본고에서는 예를 제시할 때, 설명의 편의상 『표준』에 따라 ‘-(hyphen)’까지 제시하도

    록 한다. 『표준』에서는 ‘-’을 사용하여 단어 내부의 구조를 보여 주었다.

  • - 4 -

    (3) [고유어 부분]

    ㄱ. 김치 볶음밥 → 김볶

    ㄴ. 듣기 · 말하기 · 쓰기8) → 듣말쓰

    (2)의 한자어 예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원어로부터 대표적인 의미를 가

    진 음절을 택하여 약어를 형성할 때, 선택한 대표 음절들의 위치는 서로 다르

    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는 이렇게 다양하게 이루어진 약어를 하나의 유형으

    로 묶어서 다루는 경우가 많다. 이렇기 때문에 기존 연구에서는 이러한 예들

    을 설명할 때 경제적이지 않은, 즉 각 예에서 대표 음절을 택한 위치에 따라

    각각의 특징을 일일이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고유어 약어의 분류도 한자어 약어와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기존 연

    구에서 (3ㄱ)과 (3ㄴ)을 역시 같은 유형으로 다루어져 왔다. 하지만 이 두 유

    형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즉 (3ㄱ)에서의 원어인 ‘김치 볶음밥’은 구성요소

    가 통사적으로 결합되어 이루어진 것인 반면에, (3ㄴ)에서의 원어인 ‘듣기 ·

    말하기 · 쓰기’는 병렬적으로 나열된 것이다.

    본고에서는 이렇게 (2), (3)과 같은 약어의 예를 분류하는 데 있어서, 서로

    이질성을 지니고 있는 유형들을 하나의 유형으로 묶어서 다루는 것과 설명하

    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경제적이지 않고 그 분류가 정

    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약어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본고는 이러한 판단을 기초로 하여 이들 약어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본고의 연구 대상이 되는 약어 목록은 (4)와 같다.

    (4) ㄱ. 『현대 국어의 준말 목록』, 국립국어연구원, 2003.

    ㄴ. 『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연구원, 1999.

    ㄷ. 『신어 자료집』, 국립국어원, 2010, 2014.

    8) 본고에서 제시한 ‘A · B · C...’와 같은 표시 방식을 기존 연구에서 ‘A, B, C, ...’로 표

    시하는 것도 있다.

  • - 5 -

    ㄹ. 약어 연구와 관련된 기존 개인논저

    ㅁ. 최근 등장한 인터넷 유행어

    1.3. 선행 연구

    어형 삭감 현상과 관련하여 쓰이는 용어가 다양한 만큼, 학자마다 설정한

    분류 방식 혹은 분류 기준 또한 서로 다르다. 예컨대 관련된 용어로는 약어,

    준말, 줄인말, 축소어형, 축약어, 단축 표현, 혼성어,9) 융합형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용어 중 약어와 준말만 해도 그 개념이 동일하게

    사용되지 않는다. 기존의 연구를 약어와 준말을 처리하는 방식만을 기준으로

    정리하더라도, 아래 (5), (6), (7)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5) 기존 연구에서 약어와 준말이 통용된다고 보는 입장

    ㄱ. 김영석 · 이상억(1993:46): 어떤 어형의 일부를 생략한 형, 또는 다

    른 어떤 수단으로 본래 어형보다 간략하게 한 형으로서 본래 의미

    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약어이다. 준말이라고도 하며 고유명사에 대

    해서는 약칭이라고도 한다.

    ㄴ. 이은정(1994:466/791): 약어(=준말). 준말(=약어, 단축). 형태의 일부

    를 생략하여 이루어진 어형(語形)을 말한다. 명사의 경우는 ‘약칭(略

    稱)’이라고도 한다. 이에는 다음과 같은 유형이 있다.

    (ⅰ) 단어 또는 단어 연결체에서 형태소의 일부를 생략하는 것: 아니하

    다 → 않다, 여기 보오 → 여보,

    (ⅱ) 단어의 앞이나 뒤 부분을 잘라 버리는 것: 서울대학교 → 서울대,

    데몬스트레이션 → 데몬, 플랫폼 → 폼,

    (ⅲ) 단어 연결체에 있어서, 단어의 한 음절을 취하여 결합하는 것: 상

    업 고등학교 → 상고, 농업 협동조합 → 농협, 한국 교원 단체

    9) 혼성어를 ‘혼효형(混淆形)’이라고 칭하는 학자도 있다.

  • - 6 -

    총연합회 → 교총,

    (ⅳ) 영어 이름에서, 각 단어의 첫 글자만을 취해 하나씩 읽는 것:

    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 → YMCA,

    (ⅴ) 영어 이름에서, 각 단어의 한 글자를 취해, 그것들을 결합시켜 단

    어 형태로 붙여 읽는 것: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 UNESCO(유네스코).

    ⇒ 약호.

    ㄷ. 『표준국어대사전』:

    ‘약어’:

    「1」 =준말.

    「2」 두 단어 이상으로 이루어진 표제어를 원말로 하여 각 단어에서

    주로 한 음절씩 뽑아 만든 어휘.

    ‘준말’:

    단어의 일부분이 줄어든 것. ‘사이’가 ‘새’로, ‘잘가닥’이 ‘잘각’으로

    된 것 따위이다. ≒약어01(略語) 「1」.

    (6) 기존 연구에서의 약어에 대한 정의

    ㄱ. 우민섭(1974:69)에서는 말을 간단하게 하거나 발음을 편하게 하고 속

    도를 빠르게 하기 위하여 음이나 음절을 줄인 말이 약어다. 넓게는

    원어(밑말)의 발음이나 형태가 조금이라도 줄면 약어(준말)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협의(狹義)의 약어는 같은

    시대에 원어와 항시 같이 쓰일 수 있어야 하며, 원어와 약어는 상호

    교체 가능해야 한다.

    ㄴ. 이석주(1988:124)에서는 ‘약어’를 ‘한국어의 단형화’라고 일컫는다. 두

    음절 이상으로 된 단어나 구문을 줄여 간략하게 만든 형태가 약어형

    이다.

    ㄷ. 정근용(1998:101)에서는 ‘약어’를 준말의 하위 술어로 보는 관점에서,

    단어나 구를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 중 음운이나 음절을 생략, 축약,

    절단하여 본래 형태보다 간략한 형태로 만든 것으로 보고, 의미나 통

  • - 7 -

    사범주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본말과 자유롭게 교체될 수 있는 말이

    된다. 이에는 음운을 줄인 말과 음절 단위 이상을 생략하거나 자른

    약어가 포함된다.

    (7) 기존 연구에서의 준말10)에 대한 정의

    ㄱ. 김동언(1986:126)11)에서는 “현재 원어가 사용되지 않아도 준말에 대

    한 원어를 분명히 인식할 수 있으면 준말로 인정한다.”라고 한다.

    ㄴ. 이승명(1987:202)에서는 “음절 또는 형태의 단축이라는 관점에서 두

    음절 이상으로 된 말이 그 이하 단위로 줄어진 말. 본딧말과 준말은

    상호 교체 · 환원이 가능해야 하며(불가능한 예: ‘바느질고리-반짇고

    리’, ‘여린무우-열무’, ‘버찌꽃-벚꽃’), 통시적으로 이미 굳어진 것(예:

    ‘점잖다-젊지 아니하다’, ‘귀찮다-귀하지 아니하다’)은 준말이 아니다.

    준말은 본딧말이 지니고 있는 뜻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만들

    어져야 한다.”라고 한다.

    ㄷ. 송철의(2008:120)에서는 “단어(파생어와  복합어12) 포함) 혹은 하나

    의 氣息群으로13) 묶일 수 있는 句에서 인접한 두 음절이 의미변화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한 음절로 줄어들어 형성된 언어형식(단, 본말도

    표면음성형으로 실현될 수 있어야 함).”이라고 보았다.

    ㄹ. 이희자(1997:27)에서는 “준말은 단어에서 그 구성 부분의 일부를

    줄여서 간략하게 만든 형태를 이르는 말이다.”라고 한다.

    ㅁ. 이지양 (2003:293)에서는 “음운론적 축약 이외에도 형태론적 축약을 더

    하고 있는데, ‘준말’은 단어 또는 통합 관계를 이루는 구에서 음운론

    적 · 형태론적 삭감이 일어난 결과 음절수가 줄어 형성된 단어”라고 한

    다. 또한 준말은 음운의 수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음절의 수효를

    10) 여기서의 ‘준말’은 기존 연구에서 글자대로 ‘준말’로 적혀 있다는 것이다.

    11) 김동언(1986)에서는 준말을 본격적으로 정의하고 있지는 않고, 우민섭(1974)의 견해를

    비판하면서 ‘원어를 인식할 수 있는 경우만을 준말로 보고 있다’고 하였다.

    12) 송철의(2008)에서는 ‘복합어’로 기술한 것인데, 본고에서는 고영근 · 구본관(2011)에서

    조어법 분류에 따라 이를 ‘합성어’로 본다.

    13) 본고에서 이것을 한꺼번에 발화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 - 8 -

    줄이는 경우에 사용된다고 한다. 예컨대, ‘주어’가 활음에 의해 ‘줘’로

    줄어든 것이 음운의 수효에는 변함이 없고 단지 음절의 수효만 두 개

    에서 하나로 줄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준말’은 자음의 탈락만을 대상

    으로 할 때는 사용되지 않고, 모음 탈락이 일어나거나 활음을 형성하

    여 음절의 수가 줄어드는 경우에 사용될 수 있다.

    ㅂ. 정희창(2004:22)에서는 “단어나 구, 또는 의존 형식에서 음운론적

    · 형태론적 삭감이 일어나 음절수가 줄어들면서 만들어진 형식”이

    라고 한다.

    ㅅ. 이재현(2005:187)에서는 준말이란 한 음절 이상으로 이루어진 단

    어나 구적 구조를 가지는 단어군에서 음운이 하나 이상 줄거나 두 개

    이상의 음운이 합쳐지면서, 본어형보다 줄어들어 한 단어의 형태로

    꼴이 바뀐 말이다.

    ㅇ. 도원영 · 김의수 · 김숙정(2007)에서는 ‘본말/준말’류에 대해 고찰

    하고 있는데, 사전기술의 차원에서 ‘동의 관계에 있으면서 형태상으로

    도 밀접한 관련성을 보이는’ 어휘들 간의 관계를 대상으로, 이를 체

    계적으로 기술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논의에서는

    ‘본말/준말’류의 단어들을 ‘(광의의)긴말/짧은말’이라는 용어로 대체하

    고 그 하위 유형을 나누고 있다.

    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존 연구에서 어형 삭감 현상에 대한 용어 사용

    이 통일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약어 및 준말과 인접한 개념들에 대한 정의

    또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이렇게 방대한 논의 중에 용어

    설정, 분류 방식, 분류 기준 가운데 비교적 합리적이거나 타당한 것이 무엇인

    지, 그리고 이 같은 유형들에서 언중에게 혼란을 일으킬 만한 것이 무엇인지,

    또 그 까닭이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통적인 조어법, 즉 분석을 중시하는 관점에서의 조어법에서는 단어 형성

    법을 합성법과 파생법으로 나눈다. 그러나 합성법이나 파생법에서 제외되는

    단어 형성 방법이 매우 많다. 따라서 최근 몇십 년 사이에는 전통적인 분석법

    과 다르게, 즉 단어 형성을 중시하는 관점의 조어법도 나타난다. 고영근 · 구

    본관(2011:254)에서 제시한 ‘형성을 중시하는 관점에서의 조어법 분류’는 (8)

  • - 9 -

    과 같이 나타난다.

    (8)

    합성법

    단어 파생법

    (형성법)14) 통사 구성의 어휘화

    중첩

    모음교체

    기타 자음교체

    의성어 형성

    품사 전성 혹은 영변화

    약어화15)

    고영근 · 구본관(2011:254)에서는 위와 같은 분류를 제시하면서도 전통적인

    분류를 받아들이므로 기타에 포함된 조어법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

    고 있으며, 그 중 일부에 대해서는 합성법이나 파생법에 포함시켜 다루었다.

    본고의 연구 대상으로 다루고 있는 약어 또한 합성어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약어가 원어로부터 분명히 ‘어형 증가’가 아닌 ‘어형 삭

    감’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합성법에 포함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

    한다. 따라서 약어를 ‘형성을 중시하는 관점’에서의 분류에 따라, 약어화에 의

    한 조어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 까닭은 후술할 제2장에서 자

    세히 다룰 것이다.

    1.4. 논의의 구성

    14) 고영근·구본관(2011:254)에서 제시한 그림은 단어를 구성하는 유형과 단어를 형성하는

    방법을 섞어서 표기되므로 표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본고에서는 여기의 ‘단어’를

    ‘단어 형성법’으로 바꾸었다.

    15) 본고에서는 ‘약어화’도 단어 형성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되므로 고영근·구본관

    (2011:254)에서 제시한 항목 외에 ‘약어화’를 더 추가하였다.

  • - 10 -

    본고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2장에서는 제3, 제4장에서 연구 대상을 다루

    는 데에 필요한 개념과 식별 기준을 제시한다. 우선, 약어와 준말의 정의에

    대한 식별 기준을 비교를 통해 기술한다. 그 다음 기존 연구에서 제시한 약어

    성립 조건16)을 통해 약어와 관련된 인접한 여러 개념 중 약어가 될 수 있는

    부류와 약어가 될 수 없는 부류를 살펴보고, 기존의 약어 성립 조건에 대해

    보충 작업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제3장에서는 한자어 약어에 대해서는 두음절어, 축합어, 절취병합어, 절단

    어 네 가지 유형으로, 고유어 약어에 대해서는 두음절어, 축합어, 절취병합어,

    절단어, 구약어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서 기존 연구에서 제시한 예들을 살

    펴보며, 『표준』을 보조 수단으로 하여 이 예들을 고찰할 것이다.

    제4장에서는 엄밀한 기준에서는 언중들이 약어로 오판할 수 있지만, 약어로

    볼 수 없는 의사(擬似) 약어의 유형을 여섯 가지로 나눠서 살펴보고 그들의

    특징과 그들이 약어가 될 수 없는 이유를 고찰한다.

    제5장은 결론으로서 각 장에서 논의한 내용을 요약하고 본고에서 새로 설

    정한 약어의 개념, 그리고 한자어 및 고유어별로 약어 및 의사 약어의 하위

    유형들을 제시함으로써 결론을 맺는다.

    16) 송철의(2008:118)에서 ‘성립 조건’이라는 용어를 빌려왔다.

  • - 11 -

    2. 기본 논의

    2.1. 용어 설정 기준17)

    기존 연구에서 ‘준말’과 ‘약어’라는 용어를 한쪽만 설명한 학자도 있고, 둘

    다 동일하거나 통용된다고 주장하는 학자18)도 있다. 용어 사용의 문제에 대해

    지적한 기존 연구들을 살펴보면 (9)와 같다.

    (9) ㄱ. 송철의(2008:87)에서는 『이희승-국어대사전』, 『우리말큰사전』, 『조선

    말대사전』, 이 세 한국어 사전에 ‘준말’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예들을

    정리함으로써, 제시된 예에서의 音節數의 減少가 모두 同質的인 性格

    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ㄴ. 이지양(1996:22)에서도 기존 연구에서 준말로 다루어지는 것들에는

    여러 이질적인 현상들이 혼재되어 있다고 하였다.

    ㄷ. 김희진(1995:4)에는 “‘준말’과 ‘약어’는 한자어 대(對)고유어 간의 대

    응어이긴 하나, 연구자에 따라서는 음운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

    은 ‘준말’로, 그렇지 아니한 것은 ‘약어’로 보고자 하는 경향도 보인

    다.”라는 언급이 있다.

    ㄹ. 도원영(2003:102-104)에서도 음운 규칙으로 설명이 가능한 경우는

    ‘준말’로 보며, 음운 규칙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경우는 ‘약어’로 본다

    고 하였다.

    또한 이지양(1996:22)에서는 (10)과 같은 예를 들어 기존 연구에서의 준말

    속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현상들을 설명하였다.

    17) 이지양(1996:22)에서는 ‘준말을 확인하는 가장 손쉬운 길은 글자로 써보는 일이다. 한

    글은 음절적 표기의 원칙을 가지고 있으므로 한 음절은 한 글자로 표기되기 때문이

    다.’라고 주장한다.

    18) 김영석·이상억(1993), 이은정(1994), 『표준』을 들 수 있다.

  • - 12 -

    (10) ㄱ. 줘(주어), 쓰여(쓰이어), 그려(그리어)

    ㄴ. 예(여기), 갖다(가지다), 머물다(머무르다)

    ㄷ. 일로(이리로), 샌님(생원님), 당최(당초에)19)

    ㄹ. 고교생(고등학교 학생), 서울대(서울대학교)

    ㅁ. 미꾸리(미꾸라지), 덩이(덩어리)

    “음운규칙의 결과로 음절이 줄어든 ‘ㄱ’, 음운규칙의 결과로 볼 수 없는 것

    들이 포함되어 있는 ‘ㄴ’, 두 형태소 이상의 연결형에서 이루어진 준말20)

    ‘ㄷ’, 단어의 첫음절을 따서21) 이루어지는 등 약어의 유형에 속하는 ‘ㄹ’, 접

    사의 교체가 일어나 음절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ㅁ’ 등이 다 준말로 처

    리되는 실정이다”(이지양 1996:22).

    따라서 (10)과 같이 준말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현상들은 음

    절수가 줄어들었다는 사실만을 제외하면 하나의 동일한 현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송철의(2008:88)에서 제시한 『이희승-국어대사전』, 『우리말큰사전』,

    『조선말대사전』, 이 세 사전들의 준말에 해당하는 예들을 (11)과 같이 살펴보

    겠다.

    (11) ㄱ. 가을 → 갈, 아이 → 애, 이 아이 → 얘

    ㄴ. 전기축음기 → 전축, 노동조합 → 노조, 사범 대학 → 사대

    ㄷ. United States of America → U.S.A.

    ㄹ. 국산품 → 국산

    “(11ㄱ)의 예들과 (11ㄴ)의 예들은 분명히 성격을 달리하는 것들이다. …(중

    략)… 준말이라는 용어를 학술용어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11ㄱ)과 (11ㄴ)의 예들

    19) (10ㄷ) 유형은 후술하겠지만, 본고에서는 약어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20) 사실, (10ㄱ)도 ‘두 형태소 이상의 연결형에서 이루어진 준말’이라는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이지양(1996:22)에서 기술한 이 (10ㄱ)은 (10ㄷ)과의 차이를 가장 부

    각시킬 수 있는 것으로 하는 ‘활음화’ 여부의 설명을 더 추가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21) 본고에서는 이지양(1996:22)에서 제시한 고교생(고등학교 학생), 서울대(서울대학교)라

    는 예는 첫음절을 따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 - 13 -

    을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11ㄴ)의 예들은 (11ㄷ)의 예, 즉 두자어(acronym)

    에 가장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한다. ‘United States of America’를 ‘U.S.A.’로 줄

    여서 쓰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중략)… 따라서 (11ㄴ)의 예들을 두자어로

    보는 것이 결코 무리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송철의 2008:88-89)

    송철의(2008)에서는 위 (11)에 대해 (12)와 같이 설명하였다.

    (12) ㄱ. (11ㄱ)과 (11ㄴ)의 예들이 다 음절수가 하나 이상 줄어들어 형성된

    언어형식이지만, 서로 이질적인 성격을 갖는 것으로 봐야 한다.

    ㄴ. (11ㄴ)의 예들은 (11ㄷ)의 두자어에 가깝다는 것이다.

    ㄷ. 준말이라는 용어를 학술용어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11ㄱ)과 (11ㄴ)

    의 예들을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송철의(2008)에서

    언급한 이 말에서의 (11ㄱ)과 (11ㄴ)을 모두 ‘준말’로 보면 안 되며

    그 중 하나를 다른 학술용어로 대체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본고의 주된 목적에 해당하는 약어 분류를 위해서라도 서로 이질적인 성격

    을 갖는 유형들을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송철의(2008)

    에서 (11ㄱ)과 같은 유형을 ‘준말’이라고 정의했다는 것으로 보아 본고에서는

    (11ㄴ)과 같은 유형은 더 이상 ‘준말’이라고 칭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본고의 주된 연구 대상이 되는 (11ㄴ)과 같은 유형을 ‘약어’라고 달

    리 칭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송철의(2008:120)에서는 ‘준말’에 대해 (13)과 같이 정의한 것으로

    보아, 본고에서 주장하는 준말과 약어가 다르다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이다.

    (13) 단어(파생어와 복합어 포함) 혹은 하나의 氣息群으로 묶일 수 있는 句

    에서 인접한 두 음절이 의미변화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한 음절로 줄어

    들어 형성된 언어형식 (단, 본말도 표면음성형으로 실현될 수 있어야

    함).

  • - 14 -

    이러한 정의는 적어도 음운론적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유형22)에서 ‘인

    접하지 않는 구성 성분으로 이루어진 어형 삭감’은 준말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그럼 음운론적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유형들 중

    에서 한 유형이라도 준말로 볼 수 없다면, 나머지 유형을 준말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더라도 ‘준말’이란 용어는 음운론적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유형 전체에 적용되지 못한다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도 음운론적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경우는 ‘준말’이라 칭하고, 그 외에 다른 성질을 갖고

    있는 줄어든 어형은 다른 용어로 칭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본고의 ‘준말’과 ‘약어’에 대한 용어 설정 기준은 (14)와 같다.

    (14) “음운론적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어형 삭감은 ‘준말’로 보고,

    음운론적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어형 삭감은 ‘약어’로 보기로

    한다.”

    기존 연구에서 어형 삭감에 관하여 ‘음운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 혹은

    없는 것’을 음운규칙의 측면에서 대별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

    ‘음운론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은 음운론적 ‘규칙’으로 설명될 수 없지만,

    그래도 ‘음절 생략23)’을 겪어서 음운론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라고 생

    각되므로 여기서 ‘음운론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음운

    론적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없다’라고 정하기로 한다. 즉 음절도 음운론과

    관련이 있어서, 정의할 때 단지 ‘음운론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라고 규정한다

    면 다소 불완전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15)와 같은 유형은 음운론적으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유형에 속한다고 본다.

    22) 본고의 ‘음운론적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유형’을 송철의(2008)에서는 ‘음운론적

    으로 설명되지 않은 유형’으로 기술하였다.

    23) 기존 연구에서 ‘준말’, ‘약어’에 관한 분류를 ‘음운 생략’이나 ‘음절 생략’이라고 하는

    “단위 생략”의 차이에 따라 나누는 것도 있다.

  • - 15 -

    (15) 노동조합 → 노조, 전기축음기 → 전축, 주주 총회 → 주총,

    증권 시장 → 증시

    이제 위 (14)에서 설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하여 음운론적으로 충분히 설명

    될 수 있는 ‘준말’을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고 아래 논의를 진행하기로 한다.

    ‘준말’을 제외시키는 이유는 “음운론적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준말’을

    기존 연구를 통해 보자면, 음운론적 규칙인 축약, 탈락 혹은 수의적으로 일어

    난 활음화 규칙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것들이다. 게다가 ‘준말’은 주로

    의도 없이 자연적(빠른 발화, 말속도,24) 말실수, 아동어 등)으로 형성되는 경

    향을 비교적 강하다고 보는 반면에, ‘약어’는 준말보다 인위적이거나 의도적

    (언어 경제성을 추구하려는 의식적인 목적 등)으로 형성되는 경향25)을 강하게

    보인다. 본고의 주된 연구 대상은 어형의 삭감이 의도적이고 인위적으로 줄어

    드는 경향을 보이는 유형이므로, 자연적인 어형 삭감을 특징으로 하는 ‘준말’

    을 본고의 주요 논의대상에서 제외한다.

    2.2. 약어와 관련된 개념들

    기존 연구에서 약어를 지칭할 때에도 ‘약어 현상 자체를 가리키는 용어’와

    ‘약어의 형성 방법을 가리키는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었다. 이제 ‘약어 자

    체’에 관한 용어, 혹은 ‘약어를 형성하는 방법’에 관한 용어들은 어종이 다르

    다는 점을 떠나, 약어의 기본 성립 조건 중 “어형 삭감을 거친 결과 음절수가

    줄어듦”이라는 개념으로부터 출발하여, 종합적으로 정리해 보면 (16)과 같다.

    24) 정희창(2003:42)에서도 빠른 발화는 준말을 형성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고 기술하

    였다. 그리고 준말 형성은 한 번 일어났더라도 형성 조건이 충족되면 계속해서 발생

    할 수 있다.

    25) 『표준』에서 ‘약어’로 볼 만한 표제어의 정의에서 ‘A는 B를 줄여 이르는 말’이라고 기

    술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보아도 인위적인 표현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 16 -

    (16) 약어 준말 줄인말26) 줄임법27) 축소어형28) 어형

    축소29) 형태 축소30) 단축 표현31) 단축 어휘 단축32)

    ⑪ 따오기법33) ⑫ 의미 축소34) ⑬ 축약어 ⑭ 축소어35) ⑮ 단축어36)

    ⑯ 혼성어37) ⑰ 융합형 등.

    용어 사용면에서 보면 ‘준말’, ‘약어’는 한국어학계에서 오랫동안 써온 용어

    이고, ‘줄인말’은 준말이나 약어만큼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그래도 본고에서

    다루는 내용과 관련이 있으므로 함께 살펴보겠다.

    류철우(2011:9)에서 정의한 ‘줄인말’이란 “두 음절 이상으로 된 단어 단위

    와 단어 이상 단위에서 필요에 의해 음절을 줄여서 쓰는 말”로, 넓은 개념으

    로는 약간의 형태 변화라도 그 의미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까지 포함하여, 형

    태가 줄어든 언어형식 전반을 포괄하는 것이다. 류철우(2011)에서 제시한 줄

    인말이라는 용어가 본고에서 다루고 있는 좁은 의미[狹義]의 약어에 해당하지

    는 않는다. 류철우(2011)에서 제시한 이러한 정의는 약어 개념을 정리하고자

    하는 본고의 주된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줄인말에 대한 정의는

    준말, 약어와 마찬가지로 학자마다 상이하게 정의를 내린 경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용어에 대해 동일한 개념으로 보는 선행 연구도 있기 때문

    에, 용어만 보아서는 그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기가 어렵다. 따

    26) 류철우(2011) 용어 참고.

    27) 홍순성(1993) 용어 참고.

    28) 이재현(2005:30)에서는 이에 대해 ‘약어 또는 약어형을 준말과 더불어 축소어형과 관

    련된 개념 가운데서 가장 포괄적으로 쓰이는 용어’라고 주장한다.

    29) 변선화(2013) 용어 참고.

    30) 이주영·김정남(2014) 용어 참고.

    31) 이 연구는 주로 한국어 ‘신어’에서 나타나는 ‘단축 표현’에 대해 논의한 것이다(정근용

    (1998) 참고).

    32) 박영환(1990), 정민영(1994) 참고.

    33) 최규일(1989) 용어 참고.

    34) 김종택(1968) 용어 참고.

    35) 고광진(1996), 김원(2003) 용어 참고.

    36) 권영을(2003) 용어 참고.

    37) 김완진(1973)과 이승재(1983)에서는 ‘혼효(混淆)형’이라고 칭하였다(송철의(2008:90)

    재인용).

  • - 17 -

    라서 그들 용어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기존 연구에서 학자마다 그 용

    어에 대한 정의를 일일이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축소어형’ 혹은 ‘어형 축소’, 그리고 ‘형태 축소’는 형식면에서 보면 ‘준말’,

    ‘약어’, 혹은 ‘줄인말’과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있는 것 같겠지만, 본고에서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 약어 개념의 정리와 성립 조건, 그리고 협의의 분류

    에 있어서는 그리 적당한 용어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단축 표현’, ‘단축 어휘’, ‘단축’은 본고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준말’과 ‘약

    어’ 특징을 설명하는 데에 한계가 있으며, 더구나 용어 자체가 명확하지 않으

    므로 결국 기존 연구에서 다루어 온 준말과 약어를 여전히 구별하지 못한다

    고 생각한다. 송기중(1992:25)에서도 음운론적 현상인 음운탈락에 의한 것을

    단축(contraction)이라 하고, 한자어에서 흔히 일어나는 ‘대한민국 → 한국’과

    같은 형태론적 현상을 축약(abbreviation)이라고 하고 있다.38) 이에 따르면

    ‘단축 표현’, ‘단축 어휘’, ‘단축’은 ‘준말’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 용어들은 본고에서 주된 연구 대상인 약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의미 축소’는 준말이나 약어를 다루는 것과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물론 ‘약어’가 형성되고 나서 의미 확대 혹은 의미 축소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의미에 관련된 확대나 축소는 약어가 먼저 나타난 다음

    에 발생하는 것이지 처음부터 함께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용어

    설정에 있어서 ‘약어’와 같은 개념으로 쓰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김규철(1997:290)에서는 따오기법이 조류의 한 종류인 ‘따오기’가 하는 어

    떤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명사화 접미사 ‘-음’

    과 ‘-기’의 의미특성을 고려할 때 차라리 ‘따옴법’으로 택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따옴법/따오기법’이라고 하면 ‘선택’에 의한 것

    이 아니거나 단순하게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닌 경우, 즉 본고 제3장에서 후술

    할 ‘절단’이나 ‘절취병합(截取倂合)’의 방식을 통해 형성된 어형 삭감 현상을

    포착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축약어, 축소어, 단축어는 기존 연구에서 각각 중국어(한국어 소수 포함39)),

    38) 김규철(1997:290) 참고.

    39) 송기중(1992), 김규철(1997) 등 참고.

  • - 18 -

    출처 정의

    우민섭

    (1974:69)

    말을 簡單하게 하거나 發音을 便하게 하고 速度를 빠르게 하기 爲하여

    音이나 音節을 줄인 말이 略語임. 넓게는 原語(밑말)의 發音이나 形態가

    조금이라도 줄었으면 略語(준말)라 볼 수 있음. 그러나 一般的으로 생각할

    수 있는 狹義의 略語는 같은 時代에 原語와 恒時 같이 쓰일 수 있어야

    불어, 독일어의 약어 현상을 다루는 데 등장한 용어이다. 그 중에서 축소어는

    지소사(指小辭)를 논의한 기존 연구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보아, 용어의 혼동

    을 일으킬 수 있어 적당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 중 단축어는 역시 앞 절에

    서 제시한 단축 표현과 같은 이유로 본고의 주된 내용을 다루는 데에는 한계

    가 있다고 판단되어 적당한 용어가 아니라고 본다.

    앞서 제시한 것처럼 송기중(1992:25)에서는 한자어에서 흔히 일어나는 ‘대

    한민국 → 한국’과 같은 형태론적 현상을 축약(abbreviation)이라고 하고 있

    으나,40) 본고에서는 중국어 약어를 다룰 때 주로 쓰이는 ‘축약(어)’를 사용하

    는 것보다는 한국어에서 훨씬 더 많이 쓰이고, 늘 준말과 함께 언급되는 ‘약

    어’를 용어로서 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본고에서 다루는 주제와 직접 연관된 (16)의 과 , 그리고 이들

    과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⑯과 ⑰을 따로 뽑아서 다음 절에서 자세히 논의

    하겠다.

    2.2.1. 약어와 준말의 개념

    앞서 제시했듯이 기존 연구에서 약어를 지칭하는 데 매우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어 왔다. 이 절에서는 용어 사용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용어 불일치

    문제를 떠나서 이들의 개념 정리라는 목적에 맞게 논의를 진행하기로 한다.

    아래 [표1]은 앞서 제시한 다양한 정의들에서 약어에 관한 부분을 간추려서

    다시 가져온 것들이다.

    40) 김규철(1997:290) 재인용.

  • - 19 -

    하며, 原語와 略語는 相互 交替가 可能해야 함.

    정근용

    (1998:101-

    102)

    ‘약어’를 준말의 하위 술어로 보는 관점에서 단어나 구를 이루고 있는 구

    성요소 중 음운이나 음절을 생략, 축약, 절단하여 본래 형태보다 간략한

    형태로 만든 것으로 의미나 통사범주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본말과 자유

    롭게 교체될 수 있는 말이 됨. 이에는 음운줄인말과 음절 단위 이상을 생

    략하거나 자른 약어가 포함됨.도원영·

    김의수·

    김숙정

    (2007:279)

    사전기술의 차원에서 ‘동의 관계에 있으면서 형태상으로도 밀접한 관련성

    을 보이는’ 어휘들 간의 관계를 대상으로 하여 ‘본말/준말’류에 대해 고찰

    하고 있음.

    이승명

    (1987:202)

    음절 또는 형태의 단축이라는 관점에서 두 음절 이상으로 된 말이 그 이

    하 단위로 줄어진 말41). 본딧말과 준말은 상호 교체 · 환원이 가능해야

    하며(불가능한 예: 바느질고리-반짇고리, 여린무우-열무, 버찌꽃-벚꽃), 통

    시적으로 이미 굳어진 것(예: 점잖다-젊지 아니하다, 귀찮다-귀하지 아니

    하다)은 준말이 아님. 준말은 본딧말이 지니고 있는 뜻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만들어져야 함.42)

    송철의

    (2008:120)

    단어(파생어와 복합어 포함) 혹은 하나의 氣息群으로 묶일 수 있는 句에

    서 인접한 두 음절이 의미변화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한 음절로 줄어들어

    형성된 언어형식 (단, 본말도 표면음성형으로 실현될 수 있어야 함).43)

    류철우

    (2011:9)

    ‘두 음절 이상으로 된 단어 단위와 단어 이상 단위에서 필요에 의하여 음

    절을 줄여서 쓰는 말’로 일컫고, 넓은 개념으로는 약간의 형태 변화라도

    그 의미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까지 포함하여 줄어든 언어형식 전반을 포

    괄하는 것.

    [표1] 기존 연구에서의 약어 관련 개념 정의

    2.2.2. 기존의 약어 성립 조건44)

    41) 이는 이승명(1987)의 독자적인 견해가 아니며, 사전류들의 정의를 종합한 것이다. 사

    전들의 정의에 따르면 두자어도 포함될 수 있으나, 이승명(1987)은 이들을 제외한다는

    입장이다.

    42) 이승명(1987)에서는 일관되게 ‘준말’만으로 기술하였다.

    43) 송철의(2008)에서는 일관되게 ‘준말’만으로 기술하였다.

    44) 이 절은 역시 기존 연구에서 약어, 준말 용어 불일치 문제를 떠나 진행하기로 한다.

  • - 20 -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할 때, 본고에서 다루고 있는 약어는 우민섭(1974)에

    서 제시한 좁은 의미[狹義]의 약어이다. 즉 단순히 원래의 어형이 조금이라도

    줄었다고 해서 모두 약어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대에 원어와 같이 쓰이

    면서 동일한 문맥에서 원어와 서로 교체될 수 있는 것만을 약어로 보는 것이

    다. 본고에서는 이정민 · 배영남 · 김용석(1993:37)에 따라 이는 영어의

    abbreviation45)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며, 그 성립 조건을 (17)과 같이 제시하

    고자 한다.

    (17) [ⅰ] 음절수에서 차이를 보인다.46) 원어는 최소한 2음절 이상의 언어 단

    위를 만족시켜야 한다.47)

    [ⅱ] 약어가 원어에 형태적으로 완전히 포함되어야 한다.48)

    앞서 제시했듯이 약어는 준말49)보다 인위적이거나 의도적으로 형성되는 경

    향을 보이므로, 언중들이 어떤 약어를 보고 그 약어에 대응되는 원어를 환기

    시킬 수 있도록 형태적인 부분은 최대한 유지되어야 하고, 따라서 약어가 원

    어에 완전히 포함되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약어에 형태상 원어에 없는 형식

    이 나타난다면 원어-약어 쌍의 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50)

    45) abbreviation이란 언어의 사용에 있어, 말하기나 쓰기에서 시간과 노력을 줄이려고

    형태를 짧게 하는 것. acronym, clipped word, contraction 등이 있다(이정민·배영

    남·김용석 1993:37).

    46) 송철의(2008) 등 참고.

    47) 정희창(2003) 등 참고.

    48) 도원영·김의수·김숙정(2007)에서는 하나의 원어가 하나 이상의 약어가 있는 경우도 있

    는 것을 고려하여 본고에서 기술한 ‘원어-약어’를 ‘긴 말-짧은 말’로 하였다.

    49) 준말은 주로 음운 규칙인 축약, 탈락, 그리고 수의적으로 일으키는 활음화에 의해 일

    어난 현상이라서 거의 대부분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을 비교적 강하다고 할 수

    있다.

    50) 기존 연구에서 제시한 예들을 살펴보면, 줄어들기 전의 어형에는 없었던 새로운 어형

    이 줄어든 어형에 나타나는 것은 인위적으로 만든 것들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통

    시적으로든 공시적으로든 전형적인 준말과 같지 못하더라도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음운 규칙과 관련될 가능성이 높은 유형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후술할 ‘융합형’

    을 들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을 기존 연구에서 준말과 자주 함께 논의하곤 한다.

  • - 21 -

    [ⅲ] 원어로부터 줄어들어 약어가 된 후에는, 원어와 약어가 지니고 있

    는 의미가 동일해야 하며, 서로 교체될 수 있어야 한다.51) 또한 원

    어는 현재 쓰이는 말이어야 한다.52)

    [ⅳ] 원어로부터 약어가 된 어형은 ‘단어’이다.53)

    그러나 원어는 단어뿐만 아니라 단어 결합체, 구, 절, 혹은 문장까지 다 포

    함될 수 있어서 이와 같이 더 큰 언어단위에서 줄어든 약어는 전형적인 단어

    로 보기에 무리가 있을 수 있으므로 ‘단어’라기보다는 ‘단어 성격을 띤 언어

    단위54)’라고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된다.

    2.2.3. 융합형

    2.2.3.1. 융합형의 정의 및 특성

    융합형(fusion)이란 ‘연결형에서 완전한 단어(full word)에 음절수 줄이기가

    일어나 의존요소로 재구조화되고,55) 문법적·의미적 기능에 변화가 발생하는

    현상56)’을 가리킨다.

    (18) ㄱ. 어휘화 유형: 어제저녁 ⇒ 엊저녁,

    졈지 않다(

  • - 22 -

    ㄴ. 문법화 유형: ‘-려고 한다’ ⇾ ‘-련다’, ‘-다고 한다’ ⇾ ‘-단다’,

    ‘-고 싶-’ ⇾ ‘-곺-’ 등.

    이지양(1996)에 의하면 융합형을 어휘화 유형과 문법화 유형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예는 (18)과 같다.

    덧붙여 이승재(1992:62)에서는 융합형에 대해 ‘기원적으로는 여러 형태가

    배열되는 문법적 구성이었지만, 언어의 통시적 변화에 따라 이들이 하나의 덩

    어리로 굳어져 더 이상 공시적 분석이 불가능해지는 현상’이라고 정의하였

    다.58)

    이지양(1996:26)에서는 융합에 대해 기존 연구에서 명확히 정의된 바는 없

    지만 단순한 축약보다는 더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경우에 사용되어 왔다고 설

    명했다. 또한 교착어인 한국어에서 융합이 일어나면 형태 배열이 불투명해지

    므로, 오히려 형식 이외의 다른 부분에서 변화를 초래하여 새로운 단어나 문

    법형식을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희승(1955:252)에서는 이지양(1996)에서 정의한 융합에 대해 ‘融着癒合’

    이라고 일컫고, 결합의 정도가 아주 긴밀하여 이것을 분리시키면 각 성분 중

    에는 벌써 독립된 단어가 될 수 없는 경지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있다고 보았

    다. 따라서 ‘融着癒合’의 예들은 단순한 긴밀 복합어와 비교해 볼 때 의미의

    표류뿐만 아니라 형식의 변화까지 일어나 “결합의 정도가 극히 긴밀한” 것들

    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 예로 소나무, 부삽, 바느질, 싸전, 곶감, 두루마기, 미

    닫이 등을 들 수 있다.59)

    Matthews(1974)에서는 fusion을 연성현상(sandhi) 중의 극단적인 유형으

    로 보고, 두 연속되는 모음이나 자음의 연결 과정에서 한 음소의 완전한 탈락

    으로 형식과 내용의 일치를 상실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였다(이지양(1996:27)

    57) ‘점잖다’의 원형식은 현대한국어의 ‘젊지 않다’에 대응되지 않는다. 현대한국어의 ‘젊

    지 않다’가 원형식이라면 융합형은 ‘젊잖다’가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점잖다’의 원

    형식은 근대한국어에서 나타나는 ‘졈지 않다’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점잖다’는 이미

    근대한국어에서 형성된 융합형이라고 할 수 있다(이지양 1996:89).

    58) 이지양(2003:28-29)에서 이 정의는 안명철(1990)에서 융합에 대한 정의의 불완전성

    을 보완시킨다고 할 수 있다는 언급이 있다.

    59) 이지양(1996) 참고.

  • - 23 -

    재인용).

    2.2.3.2. 융합형과 약어의 차이

    앞 절에서 살펴본 이희승(1955:252), 안명철(1990:125), 이승재(1992:62) 등

    기존 연구를 통해, 약어와 융합형의 공통점은 모두 언어의 경제성 원리에 이

    루어지는 반면에 융합형과 약어의 차이점은 아래 (19)와 같이 나타날 수 있다

    는 것을 알 수 있다.

    (19) ㄱ. 융합형은 둘 이상의 형태소가 배열된 문법적 구성이 하나의 덩어리

    로 굳어져 더 이상 공시적 분석이 불가능해진 것으로 의미나 기능이

    변화된다.60) 예컨대 ‘-어/아 잇-’ ⇾ ‘-았/었-’, ‘귀하지 않다’ ⇾

    ‘귀찮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ㄴ. 융합형의 형식 감축이 음운론적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님에

    도 불구하고, 약어와의 구성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다고

    한다’ ⇾ ‘-단다’, ‘-고 싶-’ ⇾ ‘-곺-’ 등이 이에 해당한다.

    ㄷ. 준말처럼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아닐 뿐만 아

    니라 인위적으로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약어의 형성 방식과 큰 차이

    를 보인다. 예컨대, 금시에 ⇾ 금세, 백주에 ⇾ 백줴, 당초에 ⇾ 당

    최 등이 이에 해당하는 예이다.

    그러나 융합형에 대해서 이지양(1996)은 기존 연구와 다른 점이 있다. 그는

    융합형을 기준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이들을 다시 각각 두 가지

    세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ⅰ) 내심구성의 융합 및 외심구성의 융합

    60) 이지양(1996:47)에서도 원형식에서 인접한 두 요소가 자주 결합되어 나타날 때, 이 두

    요소의 통사적·의미적 기능은 원래의 구성에서 유도되기보다 하나의 자율성을 가지는

    단위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형식의 변화로 이루어지게 된다.

  • - 24 -

    항목 예 이지양(1996) 이승재(1992)

    ①할먼네[할머니+네],

    예닐곱[여섯+일곱]내심구성 융합 형태론적 차원의 융합

    ②-단다 [다고#한다],

    -잖-[-지#않-] 외심구성 융합 통사적 차원의 융합

    ③엊저녁 [어제#저녁],

    암말[아무#말] 내심구성 융합 통사적 차원의 융합

    ‘융합형이 일어나는 위치’에 관하여 이지양(1996:33)에서는 ‘단어 내부에서

    일어나는 융합’을 Matthews(1974:111-113)에서 제시한 連聲현상61)에서의 내

    적연성(internal sandhi)으로, ‘단어 경계를 사이에 두고 일어나는 융합’을 連

    聲현상에서의 외적연성(external sandhi)으로 밝혔다.

    또한, 이승재(1992)에서는 형태론 차원의 융합은 단어 내부에서 일어나는

    융합을 가리키고, 통사론 차원의 융합은 단어 경계를 사이에 두고 일어나는

    융합을 가리키게 된다. 이들을 서로 비교해보면 아래 [표2]와 같이 제시한다.

    [표2] 이지양(1996) 및 이승재(1992)에서 융합형 유형에 대한 용어 비교

    그러나 [표2] ①~③ 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승재(1992)에서는 ①과 ③

    에 대해 각각 ‘형태론적 차원의 융합’과 ‘통사적 차원의 융합’ 둘로 대별하지

    만, 이지양(1996)에서는 ①과 ③에 대해 융합의 결과를 보면, 모두 내심구성

    으로 이루어진 ‘내심구성 융합’으로 분류하였다. 그러므로 융합현상에 있어서

    ‘형태적 차원의 융합과 통사적 차원의 융합’이라는 구분보다는 ‘내심구성에서

    의 융합과 외심구성에서의 융합’으로 구분하는 것이 설명력이 더 강하다고 하

    였다(이지양 1996:34).

    (ⅱ) 단순 융합형 및 진전된 융합형

    ‘융합 과정에서 의미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관하여 안명철(1992), 이필영

    61) Matthews(1974:111-113)에서는 ‘連聲현상’이란 ‘연결형들에서의 음운 현상’을 가리킨

    다.

  • - 25 -

    (1992)에서는 원래 구성으로의 환원이 가능한 융합형은 ‘환원적 융합형’, 그렇

    지 않은 것은 의미와 기능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 ‘비환원적 융합형’으로 한

    다.62) 그러나 이지양(1996:35)에서는 ‘며늘아기(며느리아기)’, ‘쓰레받기(쓰레

    기받기)’와 같은 예들로 안명철(1992)에 대해 반례를 제시하였다.

    이지양(1996:35)에서는 ‘환원’과 ‘비(非)환원’으로 이러한 예들을 구분해 낼

    수 없다고 밝히면서, 형식의 변화만 일어난 융합형은 ‘단순 융합형’으로, 의미

    와 기능의 변화까지 이루어진 융합형은 ‘진전된 융합형’으로 구분하였다.

    (ⅲ) [어휘적 융합형 및 형태적 융합형]

    이지양(1996:36)에서는 융합형에 대해 융합이 일어난 결과가 어떤 언어 단

    위로 인식되는지에 따라 ‘하나의 단어로 인식되는 것’과 ‘파생접사, 어미 등의

    형태로 인식되는 것’으로 분류한다.

    이제 각 세부유형에 해당하는 예는 (20)과 같이 통합적으로 제시한다.

    (20) ㄱ. 1) 내심구성의 융합: 여섯일곱 ⇾ 예닐곱, 그만 뒤 ⇾ 관둬

    2) 외심구성의 융합: -다고 한다 ⇾ -단다

    ㄴ. 1) 단순 융합형:

    들이밀다 ⇾ 디밀다, 꼼짝말고 여기 앉았어(앉아 있어)

    2) 진전된 융합형:

    고약한 ⇾ 고얀, 비단옷이라도(비단옷이라고 해도) 싫다.

    ㄷ. 1) 어휘적 융합형:

    며느리아기 ⇾ 며늘아기, 쓰레기받기 ⇾ 쓰레받기,

    굼지럭굼지럭 ⇾ 굼질굼질, 고루고루 ⇾ 골고루,

    거머잡다 ⇾ 검잡다, 할머니네 ⇾ 할먼네, 때문에 ⇾ 땜에,

    62) 이지양(1996:35) 재인용.

  • - 26 -

    잡수시다 ⇾ 잡숫다, 여기 보세요 ⇾ 여보세요

    2) 형태적 융합형:

    우리 ⇾ 울, 마주 ⇾ 맞, -어/아 - ⇾ -엏/앟-,

    -지 않- ⇾ -잖-,63) -라(고) 하- ⇾ -라-, -려 하- ⇾ -려-,

    -어야 하겠- ⇾ -어야겠-, -ㄹ 터이- ⇾ -ㄹ 테-

    이제 기존 연구에서 많이 다루지 않고, 본고에서는 약어로 보고 있는 유형,

    즉 단일 형성이 아닌 복합적인 형식으로 이루어진 약어 유형을 살펴보겠다.

    앞서 2.1.에서 준말과 약어의 차이를 이미 살펴보았는데, 원어로부터 복합

    적인 형식으로 이루어진 약어 유형을 찾아내려면,

    ㉠ 먼저 약어 성립 조건 중 삭감된 어형 전후의 의미가 동일하거나 비슷해

    야 한다는 것에 어긋난 ‘혼성어’를 제외해야 한다.

    ㉡ 그 다음, 약어 성립 조건 중 형성 과정에서 동원하게 될 구성 성분이 온

    전한 음절로 되어야 한다는 것에 위반된 ‘준말’을 제외하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지양(1996)에 의하면 준말과 마찬가지로 어형 삭감 전후에

    음절수 차이를 보이는 융합형 가운데, 어형 삭감 전후의 의미변화를 거치지

    않는 ‘단순 융합형’과 의미변화를 거친 ‘진전된 융합형’ 두 가지가 있다. 그렇

    기 때문에 융합형에서 의미변화가 일어난 (20)에서 제시한 ‘진전된 융합형’까

    지 제외해야 진정 ‘약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유형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물론 일차적으로 보면, 융합형 가운데 ‘단순 융합형’이 의미변화가 일어나

    지 않더라도 약어 성립 조건 중 원어로부터 약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동원

    하게 될 구성성분이 ‘온전한 음절’로 되어야 한다는 것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융합형이 가진 독특한 특징 중에는 원형식으로부터 융합형이 된 결과

    어형이 의존요소화를 통해 어근이나 접사의 성격을 갖게 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므로 이렇게 형성된 단순 융합형은 앞이나 뒤에 다른 구성성분과 결합하

    63) 이것은 확인문의 경우이다(이지양 1996:38).

  • - 27 -

    게 되면, 새로운 성격을 가진 어형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차적으로 보면, 여

    기까지 형성된 단순 융합형을 약어에 포함시켜 다룰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

    와 같이 특이한 조어 과정으로서 복합적인 과정을 거치는 경우는 신어에서

    상당히 많이 나타난다.

    그리고 본고의 연구 대상에는 신어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젊은 층이 단순히

    언어 사용의 편리함을 추구하거나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이러한 새

    로운 조어 방식을 통해 형성된 예들도 추출하여 다루기로 한다.

    그렇다면 융합형 가운데 의미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단순 융합형’을 앞서

    제시한 여러 삭감 어형의 유형들로부터 추출하기 위해, 앞서 살펴본 약어와

    준말의 차이점을 토대로 약어, 준말, 융합형 3자(者) 사이의 차이를 (21)~(26)

    과 같이 통합적이고 교차적으로 비교함으로써 밝혀보기로 한다.

    (21) 준말의 형성 조건 및 환경(송철의 2008:121-122)

    ㄱ. 준말은 본말로부터 직접 도출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

    에서 보았을 때 ‘기럭아, 난(‘나’의 주제격), 무얼/뭘, 그건, 미꾸리,

    더레다, 밭사돈’ 등은 준말일 수 없다. 이들은 그 본말로 상정된 語

    形으로부터 직접 도출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이

    준말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데에는 形態論的 情報나 국어사적 情

    報가 필요하다.

    ㄴ. 준말형성에 관여하는 음운規則은 모두 隨意的인 것이다.

    ㄷ. 준말형성은 意味와는 關聯되지 않는다. 즉, 준말은 본말에서 음절수

    가 감소하여 형성되는데, 이때 음절수의 감소가 의미에는 영향을 미

    치지 않는다. 의미가 달라진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준말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ㄹ. 준말형성의 주된 機制는 母音脫落, 母音縮約, 활음화이다. 이러한 기

    제에 의해서 인접한 두 음절이 한 음절로 축약됨으로써 준말이 형성

    된다.

    ㅁ. 위의 세 기제 중에서도 母音脫落이 준말형성의 가장 생산적인 기제

    이다.

  • - 28 -

    항목

    유형

    입/

    출력

    관련

    융합이

    이루어진

    관계

    융합의 성립 조건 및 예

    융합형,

    약어, 준말

    사이의

    성립 조건

    비교

    인접한

    연결형65)

    [융합은 인접한 형태 사이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

    ㉠ (형태소 경계:) 바깥사돈 ⇾ 밭사돈,

    할머니네 ⇾ 할먼네

    ㉡ (단어 경계:) 때문에 → 땜에, 어제

    저녁 → 엊저녁, -라고 해야 →-라야

    약어(x)

    준말(O)

    ㈁형태론적

    관계

    [인접한 형식들에서 항상 융합이 일어

    나는 것은 아니다.66)]

    형태론적 관계의 친소를 결정하는 요소

    로, ‘㉮ 의미 관련의 정도, ㉯ 음운론적

    유사성의 정도, ㉰ 단어의 빈도’를 들 수

    있다.67)

    ㉮ (의미 관련의 정도:)

    다섯여섯 ⇾ 대여섯

    ㉯ (음운론적 유사성의 정도:)

    이리로 ⇾ 일로 / 여기로 ⇾ *열로,

    약어(O)68)

    준말(O)

    ㅂ. C1V1V2C2 → C1V1C2, C1V1C2V2 → C1V1C2와 같이 모음탈락에 의해

    두 음절이 한 음절로 줄어들어 준말이 형성되는 경우, C2(축약된 음

    절의 말음이 될 자음)이 流音이나 비음이면 준말형성이 잘 이루어지

    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이들 流音이나 비음이 음절말에 올 때 安定된

    음절구조가 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 연구에서 다루어 온 융합형, 준말, 그리고 약어의 여러 특징에 대해

    (22)와 같이 통합 · 정리할 수 있다.

    (22) 융합형의 형성 조건64)

    64) 이지양(1996:57)에서는 융합은 하나 이상의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 - 29 -

    할머니네 ⇾ 할먼네 / 오라비네 ⇾ *오랍네

    ㉰ (단어의 빈도:)

    ‘먹고 싶어-’ ⇾ ‘먹고파’, ‘-ㄹ 것이’

    ⇾ ‘-ㄹ게’

    ㈂의미론적

    관련성

    [의미의 부담량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69)]

    다섯여섯 ⇾ 대여섯, 거머잡다 ⇾검잡다

    약어(O)

    준말(△)70)

    ㈃음운론적

    조건

    [음운론적 유사성과 빠른 발화에서 흔

    히 나타나는 음운론적 축약의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음운론적 유사성의 정도:)

    이리로⇾ 일로 / 여기로 ⇾ *열로,

    할머니네 ⇾ 할먼네 / 오라비네 ⇾ *오

    랍네

    (빠른 발화:)

    철수는 젊지 않다. ⇾ 철수는 점잖다.71)

    약어(△)72)

    준말(O)

    ㈄출력

    기존

    단어와

    형식

    [기존의 단어들이 새로 만들어지는 단

    어들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 중

    부정적인 면으로는 ‘저지현상73)’을 들

    수 있다.]

    약어(O)

    준말(O)

    [표3] 융합형 및 약어와 준말의 형성 조건의 비교

    65) 인접한 구성에서 자주 쓰이게 된 요소들은 여러 조건 아래서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

    게 되는데 융합은 자립요소를 의존적으로 만듦으로써 의미, 어휘, 통사적인 인접성을

    갖는 구성을 형태론적으로도 더욱 밀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이지양

    1996:47-48).

    66) 즉 인접한 형식들이 함께 쓰이는 빈도가 높거나 그들 사이의 관계가 음운, 의미상의

    유사성을 가질 때, 혹은 그들 중의 하나 이상이 기능 부담이 적은 요소일 때 융합은

    더욱 잘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이지양 1996:44).

    67) Bybee(1985:122)/이지양(1996:44) 재인용.

    68) 예컨대, 두음절어의 경우를 들 수 있다.

    69) 의미의 관련성 조건은 연결형들 사이의 관련을 통하여 의미의 부담이 적어지므로 융

    합이 쉬워지게 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관련이 없이도 연결형 가운데 한 요소 이상

    이 본래 의미의 부담이 적은 것이라면 융합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의 일부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이지양 1996:50).

    70) ‘준말’은 약어보다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높은 것인데, 의식적으로 이루어

  • - 30 -

    항목

    유형

    거친 과정 융합의 환경

    융합형, 약어,

    준말 사이의

    형성 과정

    비교

    ㈎ 재구조화

    탈락과 축약에 의한 음절의 삭감으로 이루어

    지는데 내심구성의 경우는 주로 선행 요소의

    일부가 탈락되며, 외심 구성의 경우는 대부분

    축약이 일어나 융합형이 만들어진다.

    약어(●)74)

    준말(●)

    삭감요소

    반드시 단어나 형태소와 같은 문법단위는

    아니다.

    융합형은 음절수 줄이기에 의해 이루어지

    므로 삭감되는 요소에 모음이 포함되는 것

    은 필수적이다.

    융합에 의한 삭감이 규칙에 의하여 도식화

    되지 않는다. (이지양 1996:66-68)

    약어(O)

    준말(O)

    약어(O)75)

    준말(O)

    약어(X)

    준말(X)

    ㈏ 의존요소화원형식의 단어에 탈락이나 축약이 일어나면

    그 단어는 형태론적으로 의존요소가 된다.

    약어(▲)76)

    준말(●)

    (23) 융합의 과정

    [표4] 융합의 과정 및 약어와 준말과의 비교

    지는 경향이 높은 약어와 달리 의미부담량과 그렇게 밀접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71) 이와 같은 구적 요소들 사이의 축약은 수의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구 경계

    사이에서 축약이 일어나 선·후행 요소가 한 덩어리로 인식되면 원래의 형식이 가지던

    투명성이 상실되어 의미와 기능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러한 현

    상은 단순히 음운론적인 의의를 가지는 것만이 아니라 형태론적 의의를 가질 수 있다

    (이지양 1996:53).

    72) ‘약어’도 빠른 발화의 의도에서 실현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언어 경제성을 추구하

    기 위한 의식적인 의도에서 실현된다.

    73) ‘저지현상(blocking)’은 Aronoff(1976)에서 제시된 현상이지만 한국어의 연구에서는

    김완진(1973)에서 이미 blocking의 개념에 근거한 논의가 나타나 있다(이지양

    (1996:54) 재인용). 또한 한국어 파생어에서 blocking에 대해 송철의(2008:119)에서

    설명한 바 있다.

    74) 검은 색 기호 ●는 ‘융합의 환경’이 아닌 ‘거친 과정’이란 항목에 대한 표기임.

    75) ‘약어’는 음절수 줄이기에 의해 이루어지며, 형성 과정 중 삭감되는 요소가 온전한 음

    절로 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그에 ‘모음이 포함되는 것이 필수적이다’는 말을 의미한

    다.

    76) 형태적으로는 의존요소화가 되지 않지만, 의미적으로는 ‘사범 대학(師範大學) → 사

  • - 31 -

    항 목 차이점 내 용 융합형 및 준말의 구별

    형성 조건의미론적 관련성

    의미의 부담량과의

    관련성

    (同)

    융합형: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준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형성 과정 재구조화

    ↳ 삭감요소

    형성의 환경

    규칙적으로 설명

    될 수 있는지의

    여부

    (同)

    융합형:

    반드시 단어나 형태소와

    같은 문법단위는 아니다.

    준말:

    반드시 단어나 형태소와

    같은 문법단위는 아니다.

    (異)

    융합형:77)

    융합에 의한 삭감이 규칙

    에 의하여 도식화되지 않

    는다(이지양 1996:68).

    준말:78)

    준말은 규칙에 의하여 도

    식화될 수 있다.

    (24) 융합형 및 준말의 구별

    [표5] 융합형 및 준말의 구별

    Bybee(1985:122)에서는 형태론적 관계의 거리를 결정하는 요소로, ㉠ 의미

    관련의 정도, ㉡ 음운론적 유사성의 정도, ㉢ 단어의 빈도 세 가지를 들고 있

    다.79)

    대’에서처럼 ‘사(師)’와 ‘대(大)’를 따로 볼 때 각각 여러 가지 뜻을 생각할 수 있는데,

    둘이 같이 나타나야 ‘사범 대학’이라는 뜻을 연상할 수 있다.

    77) 일부 기존 연구에서는 ‘비환원적 융합형’으로 하기도 한다.

    78) 일부 기존 연구에서는 ‘환원적 융합형’으로 하기도 한다.

  • - 32 -

    ‘단어의 빈도’와 관련해 (25)에서 제시한 여러 측면에서 보면, 이 ‘단어의

    빈도’는 똑같이 언어 경제성 원리에 이루어진 융합형과 약어 2자(者) 간의 공

    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25) 융합형 및 약어의 공통점:

    ㄱ. 자주 나타나는 요소의 길이가 길어서 불편하다면 형식을 축소시키는

    쪽으로, 즉 융합형이나 약어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80)

    ㄴ. 원래의 온전한 형식이 가지던 의미를 불완전한 형식에 담게 되므로

    빈도가 충분하지 않다면 융합형이든 약어든 사회성을 획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ㄷ. 빈도는 언어능력보다는 언어수행과 더욱 깊이 관련된다고 할 수 있

    으므로 융합형이든 약어든 문어체보다 구어체에서 더 많이 발견된

    다.

    그 외에, 형성 과정 및 성립 조건에 의해서도 ㄹ ~ ㅇ과 같은, 융합이 일어

    난 후 의미변화를 거치지 않은 단순 융합형과 약어의 공통점을 들 수 있다.

    ㄹ. 원래 어형81)으로부터 단순 융합형/약어가 될 때 원래 어형을 이루

    는 구성요소가 재구조화 된다.

    ㅁ. 원래 어형으로부터 단순 융합형/약어가 될 때 원래 어형을 이루는

    구성요소가 융합형은 형태론적으로, 약어는 의미론적으로 일정한

    정도의 의존요소화 된다.

    ㅂ. 의미론적 관련성에 연관된 의미 부담량에 있어서 융합형은 연결형들

    79) 이석주(1989:47)에서도 한국어에서 의미의 관련성 및 빈도가 관련되어 나타날 수 있

    는 현상을 지적한 바 있다.

    80) Bybee(1985:7-8)에서는 빈번하게 나타나는 어휘항목이 낮은 빈도의 항목과는 다른

    유형의 표현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이지양(1996:45) 재인용).

    81) 이지양(1996)에 따라 융합형(단순 융합형과 진전된 융합형 다 포함)에 대응되는 어형

    삭감 이전의 어형을 원형식이라고 한다. 표기 편의상 여기서 단순 융합형에 대응되는

    원형식과 약어에 대응되는 원어를 함께 묶어서 ‘원래 어형’으로 지칭하기로 한다.

  • - 33 -

    사이의 관련성을 통해 구성요소의 의미 부담이 적어지며, 약어도 원

    어로부터 대표 음절을 취하여 약어가 될 때, 약어를 이루는 대표 음

    절들이 원어로부터의 어형 삭감을 통해 융합형의 사정과 마찬가지로

    구성요소의 의미부담이 적어진다.

    ㅅ. 음운론적 조건에 관련해 원래 어형과 융합형/약어 사이의 음운론적

    유사성(형태론적 유사성도 포함)을 최대한 유지한다. 다만 융합형은

    준말과 비슷하게 빠른 발화에서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가능성이 비

    교적 높은 것에 비해, 약어는 의식적인 상황에서 의도적이거나 인위

    적으로 이루어지는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것이다.

    ㅇ. 기존 단어와 형식에 관련해 기존의 단어들이 새로 만들어진 단어들

    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 중 부정적인 면으로는 ‘저지현상’을 들

    수 있다.82)

    (26) 준말, 융합형 2자(者) 간의 관계:

    (26)은 준말과 융합형(단순 융합형, 진전된 융합형 모두 포함)으로 이루어진

    집합이다. 그들을 함께 다룰 수 있는 가장 뚜렷한 기준, 즉 하나의 동그라미

    로 묶을 수 있는 기준은 원어로부터 준말이나 융합형이 될 때, 음운론과 관련

    되어 음절수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 중 빗금으로 채운 부분과 빗금

    으로 채우지 않은 부분의 구별 기준을 규칙화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가령,

    규칙화할 수 있는 것은 준말인 반면에, 규칙화할 수 없는 것은 융합형이다.

    82) 부정적인 영향은 새로운 단어의 형성에 제약을 가하는 현상으로 대표적으로 저지현상

    (blocking)을 들 수 있다. 저지현상은 새로 형성되는 어떤 단어가 그와 의미상 관련

    이 있는 기존 단어의 존재 때문에 나타나지 못하는 현상인데, 이와 유사한 현상이 융

    합에 의해 새로운 융합형이 형성될 때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준 말

    단순 진전된

    융합형 융합형

  • - 34 -

    그 외에 굵은 빗금으로 채운 부분(즉 단순 융합형)과 얇은 빗금으로 채운

    부분(즉 진전된 융합형)을 구별하는 기준은 원어로부터 융합형이 될 때 의미

    변화가 일어나는지의 여부이다. 의미변화가 일어난 것은 진전된 융합형인 반

    면에, 의미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단순 융합형이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융합형에서 약어의 구성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는 부분

    은 어형 삭감 전후에 의미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단순 융합형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본고에서 다루는 자료 중 이렇게 새로운 조어 방식으로 약어를 이

    루는 유형을 사전 등재어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으며, 신어에서 많이 나타나

    는 실정이다.

    (27) ㄱ. 서울대입구 ⇾ [설대입구] ⟶ 설입

    ㄴ. 서울 남자 ⟶ 설남, 서울 여자 → 설녀

    ㄷ. 회원 가입 → 횐갑, 유치원 → 유천, 유모차 → 윰차,

    삼개월 → 삼갤83)

    (27)은 신어에서 나타나는 예들이다. (27ㄱ)의 ‘서울대입구’가 일차적인 융

    합을 거쳐 형성 과정에서 임시적인 양상84)을 획득하여 ‘설대입구’가 된다. 그

    다음, 다시 ‘설대입구’로부터 의미성분85)(접사가 포함된다면 따로 분석하지 않

    음86))에 따라 대표 음절로 살을 만한 첫음절 ‘설’과 ‘입’을 뽑아내 복합적으로

    83) OhmyNews(2014.10.09.) 기사에서 가져온 예들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41407

    참고.

    84) 여기서 ‘임시적인 양상’이란 실제 발화에서 사용하지 않고, 어형 삭감 과정에서 일시

    적으로 형성된 양상을 가리킨다.

    85) 후술하겠지만, 본고에서 언급한 의미 성분이란 “온전한 의미(예: ‘-세’, ‘-회’와 같은

    접사만을 하나의 의미 토막으로 보지 않고, ‘소득세’, ‘위원회’처럼 어휘소 전체까지

    완전한 의미)를 지닌 어휘소에 따라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실질적인 뜻을 지닌 형태

    소를 가리킨다. 즉 원어로부터 대표 음절을 택할 때, 약어를 이루는 구성 성분에서 접

    사가 포함된다면 앞이나 뒤에 그와 결합하는 어근과 하나의 온전한 의미 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