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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音樂論壇 32집 ⓒ 2014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2014년 10월, 163-196쪽 한양대학교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 동등성(aequalitas) 개념을 중심으로 - (전남대학교) I. 이 글의 목적은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354-430)의 악론 (De Musica, 391)과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 음악개론 (Compendium Musicae, 1619)에서 나타난 ‘리듬 이론’의 요 내용과 그 의미를 비교 · 대조함으로써 각 사상가의 고유성을 고찰하는 것이다. 먼저, 왜 리듬인가? 일반적으로 리듬은 음악의 3요소(화성, 멜로디, 듬)에 포함되며, 그 중에서도 음악을 이루는 데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화성이나 멜로디 없는 음악은 가능하지만, 리듬 없는 음악은 불가능하 다.) 음악이 시간 예술인 한에서 리듬은 화성과 멜로디가 펼쳐지는 ‘시간 적 지평’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리듬은 단지 음악의 세부 요소에 머무 르지 않고, 그 자체로 인간의 심리적생리적 활동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음악론 6권에서, 감각적 리듬부터 이성적 리듬(신을 지향하는 리듬)까지, 리듬의 다양한 위를 논하면서 그 리듬에 상응하는 ‘영혼론’을 펼친다. 데카르트는 리듬을 다루면서, 듣는 이의 내적 즐거움을 언급하며, 감정(affectus)이론으로 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mrc.hanyang.ac.kr/wp-content/jspm/32/jspm_2014_32_05.pdf · 2020. 8. 27. · 1) 자크 샤이에(Jacques Chailley), 음악문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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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3

    �音樂論壇� 32집 ⓒ 2014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2014년 10월, 163-196쪽 한양대학교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동등성(aequalitas) 개념을 중심으로-

    추 교 준

    (전남대학교)

    I. 물 음

    이 글의 목적은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354-430)의 �음

    악론�(De Musica, 391)과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의

    �음악개론�(Compendium Musicae, 1619)에서 나타난 ‘리듬 이론’의 주

    요 내용과 그 의미를 비교 · 대조함으로써 각 사상가의 고유성을 고찰하는

    것이다.

    먼저, 왜 리듬인가? 일반적으로 리듬은 음악의 3요소(화성, 멜로디, 리

    듬)에 포함되며, 그 중에서도 음악을 이루는 데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화성이나 멜로디 없는 음악은 가능하지만, 리듬 없는 음악은 불가능하

    다.) 음악이 시간 예술인 한에서 리듬은 화성과 멜로디가 펼쳐지는 ‘시간

    적 지평’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리듬은 단지 음악의 세부 요소에 머무

    르지 않고, 그 자체로 인간의 심리적ㆍ 생리적 활동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음악론� 6권에서,

    감각적 리듬부터 이성적 리듬(신을 지향하는 리듬)까지, 리듬의 다양한 층

    위를 논하면서 그 리듬에 상응하는 ‘영혼론’을 펼친다. 데카르트는 리듬을

    다루면서, 듣는 이의 내적 즐거움을 언급하며, 감정(affectus)이론으로 확

    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 164 추 교 준

    그렇다면 왜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를 비교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먼저 리듬의 기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리듬의 기원을 연

    구할 때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언어적 맥락’이며, 다른 하

    나는 ‘동작적 맥락’이다.1) 언어적 맥락은 가사의 길이, 호흡의 간격으로부

    터 리듬이 나타났다는 입장이며, 이러한 리듬은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을

    띤다. 반면 동작적 맥락은 군중들의 춤이나, 선원들의 노젓기 등 일관된

    동작으로부터 리듬이 나타났다는 입장이며, 엄격한 규칙성을 지닌다. 이

    구분으로 볼 때,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 모두 동작적 맥락에서 규칙

    적인 리듬을 논한다. 둘 다 음악에서의 규칙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 규

    칙성을 반영하는 개념이 ‘동등성’(aequalitas)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동등

    성은 무엇이 같고 다른가? 이것이 이 글을 관통하는 물음이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선행 연구를 살펴보자면, 아우구스티누스의 �음

    악론�을 다루는 국내 논문은 두 편이 있다. 김산춘의 “아우구스티누스의

    음악론: De musica 제6권을 중심으로”(2003)2)와 서인정의 “아우구스티

    누스의 음악관”(2004)3)이 그것이다. 이 연구들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음악

    론�을 큰 틀에서 개관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음악론�에서 ‘동등성’ 개념

    이 가지는 역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국외 연구로는, 대

    표적으로 브래넌(B. Brennan)의 “Augustine’s De musica”(아우구스티

    누스의 �음악론�)(1988)4)가 있지만, 본 연구의 관심사를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 데카르트의 �음악개론�과 관련한 국내 연구는 척박한 상황이다.

    유일하게, 안승훈, “데카르트 �음악개론�에서 산술적 비례의 문제”(201

    4)5)가 있으나 이 논문의 관심은 �음악개론�에서 데카르트가 제시한 ‘산술

    1) 자크 샤이에(Jacques Chailley), �음악문헌학�(Éléments de Philologie Musicale), 김경순 옮김 (서울: 아카넷, 2002), 84-85 참조.

    2) 김산춘, “아우구스티누스의 음악론: De Musica 제6권을 중심으로,” �미학ㆍ예술학� 17 (2003) 135-154.

    3) 서인정, “아우구스티누스의 음악관,” �음악과 민족� 28 (2004), 303-320.

    4) Brian Brennan, “Augustine's De musica,” Vigiliae Christianae 42 (1988), 267-281.

    5) 안승훈, “데카르트 「음악개론」에서 산술적 비례의 문제,” �철학논집� 36 (2014)

    341-373.

  •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165

    적 비례’라는 개념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지, �음악개론�에

    서의 리듬 이론을 고찰하는 것은 아니다. 국외 연구에서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것은 헤크만(H. Heckmann)의 “Der Takt

    in der Musiklehre des siebzehnten Jahrhundert”(17세기 음악 이론

    에서 박자)(1953)6)이다. 데카르트와 더불어 ‘미카엘 프라이토리우스’

    (Michael Praetorius, 1571-1621), ‘볼프강 C. 프린츠’(Wolfgang Caspar

    Prinz, 1641-1717)등 당대 음악학자들의 리듬 이론을 각각 비교함으로

    써, 17세기에 새로운 박자(Takt)가 출현한 사실을 보여준다. 데카르트에

    집중해서, 당대 다른 음악학자들의 리듬 이론과 비교ㆍ 대조를 통해 데카

    르트의 리듬 이론이 가지는 성과와 한계를 드러내는 작업에 반드시 참고

    해야 할 논문이지만, 이는 본 논문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기에 여기에

    소개를 해두고 다음을 기약하려고 한다.

    두 철학자의 동등성 개념을 비교하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서양 철학의

    전통에서 ‘음악은 수학적인 규칙성을 따른다.’라는 언명이 이들에게 각각

    어떤 의미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생각하면, 피타고라스(Pythagoras, 약

    BC 580-490)가 ‘만물의 아르케를 수(數)’라고 주장한 이래, 서양에서 음

    악은 곧 ‘수학의 문제’였다. 우리가 감각적으로 듣는 음악은, 움직이는 도

    형을 탐구하는 ‘천문학’, 정지해있는 도형을 탐구하는 ‘기하학’과 함께 우

    주를 지탱하고 있는 수적질서의 어떤 표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

    다면 아우구스티누스가 자신의 리듬 이론에서 피타고라스의 수적 질서를

    반영한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또 데카르트가 1619년 1월 24일, 비

    크만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직접 언급하는 바, 자신의 첫 저작인 �음악개

    론�에 관하여 ‘음악의 여러 문제들을 수학적으로 논증하려고 시도했다’라

    고 밝히는데, 서양 전통에서 보자면 새로울 것이 없는 이 주장이 도대체

    데카르트에게서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이렇게 우리는 리듬 이론에서의 ‘동등성’ 개념을 중심으로 중세의 출발

    점에 서 있는 아우구스티누스와 근대의 출발점에 서 있는 데카르트를 견

    6) Harald Heckmann, “Der Takt in der Musiklehre des siebzehnten

    Jahrhunderts,” Archiv für Musikwissenschaft 10/2 (1953), 116-139.

  • 166 추 교 준

    주어 봄으로써 각 사상가의 리듬 이론의 특성과 의미를 확인하고자 한다.

    특히 데카르트의 경우, 코기토(Cogito ergo sum)나 심신이원론(The

    Dualism)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으나 초기 저작 �음악개론�, “리듬

    이론”에 대해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기에 본 논문이 뒤이은 확장

    된 논의를 위한 발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II. 아우구스티누스의 �음악론�

    1. 『음악론』7)에 대하여

    아우구스티누스는 젊은 시절, 오랜 방황 끝에 그리스도교로 개종한다. 그

    의 �음악론�은 개종 후 세례를 받기 전, 387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391년

    에 마무리한 저작이다.8) 이 시기에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이 신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서는 신앙과 더불어 학문이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여, 로마

    시대 자유인들이 익힌 교양, 7가지 자유학예(septem arts liberales; 문

    법, 수사학, 논리학, 대수학, 기하학, 천문학, 음악)를 그리스도교적 맥락,

    즉 “물체적인 것들에서부터 비물체적인 것들로 이행”(a corporeis ad

    incorporea)으로 재구성하여 정리하려고 했다. 그에게 �음악론�은 이 기

    획의 첫 번째 작업이었던 것이다.9)

    7) 여기서부터 다루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음악론�은 6권의 경우, 2002년에 출판된

    Martin Jacobsson의 Aurelius Augustinus: De musica liber VI (Stockholm: Acta Universitatis Stockholmiensis Studia Latina Stockholmiensia, 47,

    2002)을 주로 참조 · 인용하였다. 그 외 1-5권의 경우, De musica, Sancti Aurelii Augustini Hipponensis episcopi Operum tomus primus (Paris:

    Franciscus Muguet, 1700)을 참조ㆍ인용하였다. 8) �음악론�과 같은 시기에, ‘수적 비례로서의 질서’라는 동일한 논제를 다루는 작품

    으로는 �질서론�, �영혼 불멸론�, �영혼의 크기에 대하여�가 있다. 이 작품들은 긴

    밀한 내적 관계를 이루고 있으므로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김산춘, “아우구스티누

    스의 음악론-De musica 제6권을 중심으로,” 13 참조. 9) 안타깝게도 이 기획은 �음악론�, ‘리듬 이론’으로 그쳤다. 서인정, “아우구스티누스

    의 음악관,” 306 참조. 아우구스티누스는 원래 리듬, 멜로디, 하모니에 대해 각각

    6권씩 쓰고자 했으나, 결과적으로 리듬 이론만 6권으로 쓰는데 그쳤던 것이다. (실

    제 7가지 자유 학예에 포함되는 �문법론�(De grammatica)이 있지만 ‘물체적인 것들에서부터 비물체적인 것들로 이행’을 목적으로 집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기획이 중단된 사실은 자유 학예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입장 변화 및 �음악론�

  •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167

    아우구스티누스는 수(numerus)를 바탕으로 �음악론�을 다룬다. 여기서

    수는 곧 ‘리듬’을 뜻한다.10) 그는 이런 맥락에서 음악의 정의를 다음과 같

    이 내린다. “음악은 박자를 잘 매기는 것에 관한 지식이다.”(Musica est

    scientia bene modulandi.) 그가 다루고자 하는 리듬은 수사적 리듬이

    아니라 동작적 리듬이다.11) 다시 말해 �음악론�은, 아우구스티누스 자신

    이 탁월한 수사학 교사로서 규칙적인 리듬이 가지는 힘을 발견하고, 당대

    자유로운 수사적 리듬을 엄격한 규칙의 동작적 리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

    였던 것이다.12) 아우구스티누스는 1권에서부터 5권까지, 박자 매기기로서

    의 각권의 집필 시기에 대한 연구자들 사이의 논쟁과 맞물려 있다. 먼저, �음악론�

    1권-5권은 자유 학예에 대한 관점으로 썼지만, 6권에서는 그러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집필 시기에 차이가 난다는 입장이 있다. 이 입장에서는 자유 학예의

    기획 가운데 아우구스티누스가 �음악론�만 완성했다는 점, 후기 저작인 �재논고�

    (Rertractationes)에서도 그 자신의 목소리로 최초에 자유 학예에 대한 기획을 가졌다는 것과 그 기획을 완성하지 않았다는 점을 직접 언급한다는 사실 등을 근거

    로 삼아, 자유 학예에 대한 입장이 변했으며 그것이 �음악론� 각 권의 집필 시기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정당화한다고 본다. 반면 김산춘(2003)은 최근 연구 결과,

    1-6권은 ‘물체적인 것들에서부터 비물체적인 것들로 이행’이라는 일관된 내적 연

    속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연구자들의 상세한 논의는 Martin Jacobsson,

    Aurelius Augustinus: De musica liber VI, 12 이하를 참고하시오.10) �음악론� 3권 1장에서 라틴어 ‘numerus’가 곧 헬라스어 ‘rhythmus’와 동의어임

    을 직접 언급한다. “그러므로 노래 소리로부터 그 자체로 또렷한 것을 분리한 후

    에, 자네는 저것이 더 높은 결합의 종인, 헬라스어로 '뤼트무스'라는 것을 알걸세.

    리듬의 다른 표현은 노래 소리의 박자이며, 라틴어로는 누메루스 또는 멘시오 또

    는 멘수라로 일컬어질 수 있겠지.” A. Augustinus, �음악론�, 350 아우구스티누

    스 원본으로는 Ⅲ권, 1장, 2절. 이하 원본의 쪽수는 ‘( )’안에 표시해두었다.

    11) 그는 �음악론� 1권, 1장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제1장, 소리를 분명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법이 아니라 음악을 살펴봐야 한다. 선생: 박자, 음보가 뭐지? 학생:

    퓌리키우스입니다.…” Augustinus, �음악론�, 329 (Ⅰ, 1, 1) 여기서

    Pyrrhichius는 단단격(短短格;︶︶)의 박자를 뜻하며, 이는 스파르타 젊은이들의

    칼춤, ‘Pyrrhicha’에서 파생된 단어다. �라틴-한글 사전�, 가톨릭대학교 고전라틴

    어연구소, 가톨릭대학교출판부, 721 참조. 이런 사정으로부터 �음악론�의 탐구 대

    상이 동작적 리듬임을 알 수 있다.

    12) 서인정은 이런 아우구스티누스의 시도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고전적 리듬론을

    계승하고 있는 아우구스티누스이지만 그가 살던 시대가 양적(量的) 미터(=음량 운

    율metrica quantitativa)가 끝나가고 액센트 미터(=강세 운율metrica

    accentuativa) 가 시작하는 전환점이기 때문에 문법학자들이나 수사학자들의 리

    듬 방식과는 다른, 순수하게 음악적인 리듬을 되찾기 위해 그 자신도 의도적으로

    엄격한 규칙을 부과했으리라 추측된다.” 서인정, “아우구스티누스의 음악관,” 305.

    이런 사정은 당대 기독교 예배의 활성화와 연관된다. 자세한 내용은 서인정, “아우

  • 168 추 교 준

    의 음악, 수적 비례의 원리에 따라 길고 짧음의 관계로서 음의 장단, 그것

    들로 이루어지는 음보(pes)를 정리한다. 이를 바탕으로 4개의 음절이 장

    단의 조합에 따라 총 28가지 음보들을 분류하고, 이 음보들의 조합에 따

    라 리듬, 운율, 시구(詩句)를 논한다.13)

    6권에서는, 1권에서 5권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영혼과 신체의 관계,

    외적ㆍ 감각적 리듬에서 내적ㆍ 이성적 리듬, 그리고 영원의 리듬으로 오르

    는 혼의 등정을 세세히 논한다.14) 단순한 음악이론을 넘어선, ‘영혼론’으

    로의 확장이다. 1권부터 5권까지가 당시 리듬과 박자, 운율, 시구에 대한

    당대 개별적인 지식에 대한 정리였다면, 6권은 앞서 고찰한 내용들을 형

    이상학적으로 규정하는 작업이다. 다시 말해 1-5권으로부터 6권으로 넘어

    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물체적인 것들에서부터 비물체적인 것들로 이행’

    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의 작업이 단지 당대 많은 음악 이론 가운데

    하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신적인 단일성(unitas)과 그것의 모방이자

    세속적 아름다움의 원리인 동등성(aequalitas)을 중심으로 고대 헬라스의

    수학적 전통과 그리스도교 사상을 결합시키는 중요한 작업이라는 점을 확

    인할 수 있다.

    2. 리듬의 원리로서 동등성(aequalitas)과 그 의미

    아우구스티누스의 규칙성을 강조하는 리듬 이론은 기본적으로 고대 헬라

    스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그 첫 번째 사상적 원류는 ‘피타고라스주

    의’이다. 비록 피타고라스가 리듬을 별도로 다루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의

    음악 이론에서 강조되었던 ‘비례’와 ‘질서’, 형이상학적 ‘조화’(harmonia)

    의 관념들은 아우구스티누스에게 그대로 전승되었다. 피타고라스는 만물

    의 아르케를 수(數)로 보았다.15) 즉 수는, 하늘 위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이

    구스티누스의 음악관,” 305-307을 참조하시오.

    13) 서인정, “아우구스티누스의 음악관,” 307 참조.

    14) 김산춘, “아우구스티누스의 음악론: De musica 제6권을 중심으로,” 138-139 참조. 2장-4장은 ‘감각적 리듬과 신체’, 5장-8장은 ‘감각적 리듬과 영혼’, 9장-11장

    은 ‘이성적 리듬’, 12장-17장은 ‘영원의 리듬’을 다룬다.

    15)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형이상학�(Metaphysica), 김진성 옮김 (서울: 이제

  •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169

    는 행성에서부터 주위에 흔히 관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하학적 도형들,

    현(絃 )의 길이와 음의 높낮이 사이의 비례 관계에 이르기까지, 우주 만물

    의 질서를 ‘일관되게’ 드러내주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우주 신비와

    체계적인 질서, 조화를 드러내는 학문으로서 정수론, 기하학, 천문학, 음

    악을 제시한다.16) 피타고라스에게 음악은 우주의 체계적인 질서를 드러내

    는 하나의 통로였던 것이다.

    이런 피타고라스주의의 수적 비례와 질서에 대한 태도는 아우구스티누

    스의 �음악론�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음악론� 1권에서 음악의 정의와 관

    련된 여러 논의(1장-6장)를 거친 다음, ‘운동에서의 길고 짧음’(7장), ‘영

    속적인 운동과 불영속적인 운동에서의 비례’(8장), ‘이성에 부합하는(셀 수

    있는) 운동과 이성에 부합하지 않는(셀 수 없는) 운동’(9장)을 논하면서 다

    음과 같은 중간 결론을 내린다.

    선생: … 정리하자면, 그 자체로 잴 수 있는 것들은 이성에 부합하는 것

    인 반면 재는 것을 결여하는 것은 이성에 부합하지 않는 것일세.

    학생: 동의합니다.

    선생: 자네는 둘 중 동등하지 않은 것의 운동

    보다 그 자체로 동등한 것들의 이성에 부합하는 운동들이 더 조화롭다

    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세.17)

    이 대화를 통해 우리는 귀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의 차원에서 ‘잴 수 있음’

    과 ‘동등함’, ‘이성에 부합함’, ‘조화로움’이라는 개념들이 꼬리를 물고 이

    이북스, 2007), 54-56. 국ㆍ내외 학자들이 일반적으로 따르고 있는 아리스토텔레

    스의 헬라스어 원전 텍스트인 임마누엘 벡커(I. Bekker)판의 쪽수는 985b-986a.

    16) 구체적으로는 수 자체에 대한 이론으로서 ‘정수론’, 수의 응용론으로서 ‘음악’, 멈

    추어있는 도형에 대한 이론으로서 ‘기하학’, 움직이는 도형에 대한 이론으로서 ‘천

    문학’이다. 김춘미, �음악학의 시원� (서울: 음악춘추사, 1995), 34-36 참조.

    17) A. Augustinus, �음악론�, 335 (Ⅰ, 9, 15) 이하 원문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원문

    에는 없으나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임의적으로 덧붙인 내용

    은 ‘< >’ 안에 적어두었다.

  • 170 추 교 준

    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면, 감각으로 잴 수

    있는(dimetior) 움직임은 이성에 부합하는(rationabilis) 운동, 즉 수적

    비례(ratio)를 이루는 것이며 재는 것을 결여하는 것(잴 수 없는 것)은 이

    성에 부합하지 않는(irrationabilis) 운동, 비례를 이루지 않는 것이다. 그

    런데 이때 ‘잴 수 있다’는 것의 다른 말은 동등한(aequalis) 부분으로 이

    루어져 있다는 것을, ‘잴 수 없다’는 것은 동등하지 않은 부분으로 이루어

    져 있음을 뜻한다. 여기서 감각의 차원에서 동등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동등성이 다름 아닌 조화로움을 규정하는 요소로 나타

    난다.18)

    피타고라스주의자들이 수적 비례로 이루어진 우주의 질서 속에서 음악

    을 보았던 것처럼, 아우구스티누스도 이런 동등성을 가진 움직임, 즉 규칙

    적인 리듬을 더 넓은 지평에서 바라본다. 그것이 �음악론�의 26절에서 29

    절까지의 주된 내용이다. 그는 먼저 26절에서 당시 여러 유형의 운율들을

    나열하며 그것들이 아름다운 이유를 살핀다.

    선생: 자, 이제 시간의 간격 속에서 숙고되는 그 자신의 즐거움과 그러

    한 박자로 조정하려는 자신의 경향성을 살펴보세. 우리가 감각적인 리

    듬에서 즐거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단지 일정한 동등함과 똑

    같은 간격으로 잰 간격이 외에 다른 어떤 것인가? 아니면 단단격

    (pyrrhichius) 또는 장장격(spondeus) 또는 단단장격(anapaestus) 또

    는 장단단격(dactylus), 단단단단격(proceleusmaticus), 장장장장격

    (dispondeus)이 우리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는데, 동등하게

    나뉘어져 그 부분들 가운데 하나가 다른 부분들과 연결되는 것이 아닌

    가? 반면, 단장격(iambus), 장단격(trochaeus), 단단단격(tribrachus)

    은 그것들이 더 큰 부분들과 더 작은 부분들을 동일한 두 부분으로 나

    누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19)

    18) �음악론� 2권에서도 어떤 종류의 리듬, 박자, 운율이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인지, 가

    장 아름다운 음보는 어떤 것인지를 논하는 데에 있어서 ‘동등한 비례를 이루는 것’

    을 미적 판단의 척도로 삼는다. 서인정, “아우구스티누스의 음악관,” 314 참조.

    19) Augustinus, �음악론�, 60. (Ⅵ, 10, 26)

  •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171

    아우구스티누스가 주목하듯이, 당대 여러 운율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

    적인 아름다움을 주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운율들 안에 일관되게 유지하

    고 있는 ‘동등성’ 때문이다. 이런 동등성은 아름다움의 원인이 된다. 동등

    성이야 말로 이성적인 것이며, 조화ㆍ 아름다움을 이루는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26절과 27절에 이어 당시 운율에 내재하고 있는 동

    등성을 상세히 논한다. 27절까지의 논의가 동등성을 척도로 삼아 당대 운

    율들이 지닌 아름다움을 분석하는 일이었다면 28절부터는 리듬 안에서의

    동등성과 그것을 듣는 사람이 가지는 즐거움에 대한 논의로 확장된다.

    이성은 심판관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 영혼에게 육

    체적 즐거움을 요구할 것일세. 그것은 영혼을 즐겁게 해준, 시간 안에

    있는 리듬의 동등성이지. … 또는 비록 이러한 즐거움을 알지 못하고,

    동등하지 않은 리듬을 마치 그것이 동등한 것인 양 즐길지라도, 이러한

    사실이 부정될 수 있을까? 그렇게 잘못 매겨진 리듬과 동등하지 않는

    리듬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것들이 동등성을 이

    루는지 아닌지는 파악할 수 없네. 오히려 동등성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

    는 점을 파악할지도 모르지. 그것들은 동등성을 모방하고 있기에, 우리

    는 그것들이 그것들의 종류와 질서에 있어서 아름다움이라고 말할 수

    없다네.20)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면, “동등성과 유사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우리를

    즐겁게 하지 않는 감각적 사물이란 없다”21) 여기서 동등성은 아름다움의

    전제조건이며, 이때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22) 여

    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아름다움은 어떤 태도가 아니라 객관적

    인 속성’이라는 고대 미학적 전통이다.23) 현존하는 사물에 객관적으로 존

    20) Augustinus, �음악론�, 64. (Ⅵ, 10, 28)

    21) Augustinus, �음악론�, 64. (Ⅵ, 10, 28)

    22) “그러므로 이러한 아름다운 사물들은 그 리듬에 의해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네.

    리듬에서 우리는 이미 동등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지.” Augustinus,

    �음악론�, 82 (Ⅵ, 13, 38)

  • 172 추 교 준

    재하는 동등성은 주관적으로도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설령 감각이 착

    각을 하여 동등하지 않은 것을 동등하다고 느끼며 즐거움을 누린다고 해

    서 객관적인 사물의 동등성과 그로 인한 아름다움은 부정되지 않는다. 그

    런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경우, 그것은 단지 ‘수치스러운’ 문제일 뿐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객관적인 속성으로서의 양적인 아름다움에 머무르지 않

    고, 그것들에 질적인 위계를 부여한다. 감각적 사물에서의 동등성은 그것

    보다 우월한 존재의 동등성을 모방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음악론�에 영향을 미친 두 번째 사상

    적 원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플로티노스(Plotinos, AD

    205-270)의 사상이다.24) 플로티노스는 자신의 저작 �엔네아데스�

    (Enneades)에서 수와 관련하여, “양적인 수, 다시 말해 어떤 단위를 따

    라 계산되는 수는 저 본질적인 수의 복사물 같다”고 보았다.25) 피타고라

    스주의가 우주 만물을 관통하는 ‘수적 비례의 질서’를 보았다면, 플로티노

    23) W. 타타르키비츠(Władysław Tatarkiewicz), �미학사�(Historia estetyki Tom) 2, 손효주 옮김 (서울: 미술문화, 2006), 98 참조.

    24) 384년, 아우구스티누스가 밀라노에서 수사학을 가르치던 무렵, 그는 성 암브로시

    우스의 설교를 들으며 그리스도교에 대해 좀 더 좋게 생각하며 세례 예비자로서

    지내고 있었으나 아직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이 시기

    에 그는 빅토리누스의 라틴어 번역인 ‘플라톤주의’ 서적을 읽었는데, 코플스톤은

    이 책이 플로티노스의 �엔네아데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그

    는 자신을 장악하고 있던 유물론으로부터 벗어나 비물질적인 존재에 대한 관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F. 코플스톤(Frederick Copleston), �중세철학사�

    (A History of Philosophy: Volume II: Medieval Philosophy), 박영도 옮김 (서울: 서광사, 1988), 69 참조. 반면, 타타르키비츠에 따르면 385년에 아우구스티

    누스는 플로티누스의 �아름다움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접했고 그 흔적이 �고백록�

    에 반영되었다고 한다. W. 타타르키비츠, �미학사� 2, 95-96 참조.

    25) “감각적인 조화에 있어서 본래적인 것은 그 어떤 척도 아래 고려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척도는 결코 임의로 파악되는 수(數) 자체와 관련해서가 아니라 오

    로지 이데아의 산출에 종사하는 그 무엇(곧 정신)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해야 할 것

    이다.”(Ⅰ, 6, 3), 플로티노스(Plotinos), �플로티노스의 엔네아데스 선집�

    (Enneades), 조규홍 옮김 (서울: 누멘, 2009), 58. 또 “본질적인 수는 언제나 ‘존재’를 위하여 요구되는 반면, 양적인 수는 다른 대상과의 비교 중에 단순히 양적인

    입장을 고려할 때 요구된다.”(Ⅴ, 5, 4), “본질적인 수는 언제나 ‘존재’를 위하여

    요구되는 반면, 양적인 수는 다른 대상과의 비교 중에 단순히 양적인 입장을 고려

    할 때 요구된다.”(Ⅴ, 5, 4)라고 주장한다. 플로티노스, �플로티노스의 엔네아데스

    선집�, 70 참조.

  •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173

    스는 그러한 질서에 ‘존재의 등급’을 매긴다. 플로티노스에 따른다면, 감

    각적인 수는 곧 ‘임의적인 수’이며, 어떤 단위에 따라 계산할 수 있는 수,

    ‘양적인 수’이다. 이러한 수는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본질적인 수의 복

    사물일 뿐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감각적 사물에서의 동등성을 그것보다

    우월한 존재의 동등성을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에는 이러한 플로티

    노스의 사상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동등한 부분으로 이루어진 리듬과 우리의 즐거움의 관계에 대한 논의

    (10장)속에서 동등성의 존재론적 위계를 제시한 아우구스티누스는 29절에

    서 그의 머릿속에 있는 전체 그림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선생: 자, 그러므로 우리보다 열등한 것을 곁눈질로 보지 말고, 우리의

    신(과 주인)의 도움을 얻어, 우리보다 열등한 것과 우리보다 우월한 것

    사이에 우리 자신을 위치 지어보세. 우리보다 열등한 것으로 불쾌해지

    는 것이 아니라 오직 우리보다 우월한 것으로 즐거워지는 방식으로 말

    일세. 즐거움은 확실히 영혼의 무게(錘)와 같네. 그러므로 즐거움은 영

    혼을 가지런히 놓지.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 또한 있을 것이

    다.’(마태오 6,21) 자네의 즐거움이 있는 곳은 자네의 보물이 있지만 자

    네의 마음이 있는 곳에는 자네의 아름다움이나 비천함이 있을 것이야.

    그러나 우월한 것은 이런 것들을 배제하지. 거기에는 가장 높이 있는

    것, 섞이지 않은 것, 변하지 않은 것, 영원한 동등성들이 존재하네. 거

    기에는 변화가 없기에 시간도 없지. 그리고 시간이 창조되고 질서 지워

    지며, 영원의 모상 속에 형태 지워지는 것으로부터, 천체의 운행이 같

    은 곳으로 되돌아오고, 일, 월, 연, 대재계(大齋戒), 별들의 궤도가 반

    복되는 동안 동등성의 법칙과 단일성, 질서의 복종을 받는

    것이 아닌가? 이런 방식으로 그 자신의 시간의 수적인 계열을 통해 그

    궤도들은 천상의 것에 지배를 받는 세속적인 것들을 우주의 음악에 통

    합하는 것일세.26)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면, 앞서 살펴본 일상적인 음악 가운데 이성적 리

    26) A. Augustinus, �음악론�, 66. (Ⅵ, 11, 29)

  • 174 추 교 준

    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적 동등성이 가장 높은 단계로서 ‘영원의 동등

    성’으로 이어진다. 이 영원의 동등성은 세속적인 것들과의 관계에서 ‘동등

    성의 법칙’으로 나타난다. 그러한 법칙을 바탕으로 하는 질서는 음악에서

    의 규칙적인 리듬뿐만 아니라 천체의 운행, 일상의 시간 등을 지배한다.

    즉 땅 위의 모든 세속적인 것들은 동등성의 법칙을 지킴으로써 우주 전체

    에 도도히 흐르는 음악에 통합되는 것이다.

    동등성과 관련하여 볼 때, 그는 피타고라스주의의 전통을 이어받아 수

    적 비례 질서를, 더 나아가 플로티노스의 영향 아래 그러한 질서에 존재

    론적 위계를 부여했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물음이 나온다. 그 동등성의

    위계질서를 거슬러 올라가면 맨 처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다시 말해, ‘영

    원한 동등성과 그것이 세속적인 것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동등성의 법칙

    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이런 사정을 법에 비유

    해본다면, 순서에 따라 먼저 법을 만드는 ‘입법자’가 있고, 그 다음에 입

    법자에 의해 ‘만들어진 법’이 있으며, 그 결과 이 법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질서’라는 최종 사태가 있다. 마찬가지로 세속적인 만물에 두루 존재하

    며, 사물의 조화ㆍ 아름다움의 전제가 되고 있는 ‘동등성’은 최종적인 결과

    물이며, 이러한 동등성은 ‘영원의 동등성’을 모방한 것으로서 동등성의 법

    칙을 따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영원의 동등성은 무엇으로부터 나

    온 것인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음악론�이 단

    지 고대 헬라스 철학의 전통만을 이어받은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사상

    과의 종합을 통해 ‘일자’(unus)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시도했다는 사실

    이다.

    3. 동등성의 뿌리: 단일성(unitas), 일자(unus), 신(Deus)

    �음악론�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시선은 음악에서의 리듬, 천체의 운동 등

    외부의 리듬에서부터 내부의 리듬, 몸의 움직임과 영혼의 즐거움을 거쳐

    더욱 우월한 존재의 리듬으로 올라간다. 앞서 보았듯이 이 모든 존재자들

    을 갈무리하는 질서의 원리는 바로 동등성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56절에

  •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175

    서 이러한 동등성의 근원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그 누구라도 단일성(unitas)을 바라지 않는 욕망은 없다는 사

    실을 받아들이며, 할 수 있는 한 그 자신과 비슷하게 되거나 적절한 질

    서, 즉 시ㆍ공간적인 질서이든지, 아니면 자신의 안녕과 같은 어떤 비

    물질적인 균형이든지간에 그러한 질서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는 욕망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네.27)

    인간을 포함한 지상의 모든 존재자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존재의

    위계에 따라 동등성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인용문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이렇게 각자의 위치에서 불완전한 방식으로 동등성의 법칙을 따르는 존재

    자들은 ‘적절한 질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그것들이 모두 단일성

    (unitas), 곧 ‘하나됨’, ‘하나다움’을 지향함으로써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일자’(一者)는 순수하고 불변하며 완전한 것인 반면, ‘수다’(數多)

    는 불순하고 쉽게 변하며 불완전한 것이다.28) 존재의 위계에 따라 위로

    올라갈수록 불완전한 ‘수다’에서 완전한 ‘일자’로 모아진다. 정확히 말하자

    면 지상 위의 불완전한 동등성을 지닌 여러 존재자들은 완전한 동등성,

    영원의 동등성을 넘어선, 단일한 일자의 존재를 지향함으로써 조화를 이

    루고 있다.

    여기서 영원의 동등성은 단일성을 지향하는 데에 필요한 수단일 뿐이

    다. 단일성을 최대한 지향하면서도 그 자체는 단일성이 아닌, 동등성의 이

    데아일 뿐이다. 왜냐하면 단일성이 최고의 지향점인 반면, 동등성은 단지

    둘 이상의 부분들이 동일하고 균등함을 가리키는 성질이기 때문이다. 그

    것은 단일성을 지향하는 여러 부분들, 다른 말로는 여러 부분들이 최대한

    단일성을 모방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만물들이 자신을 이루고 있는 여

    러 부분들의 동등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단일성을 지향하는 한에서, 동

    등성이 질서의 원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이러한 동등성의 존재론적

    27) Augustinus, �음악론�, 110. (Ⅵ, 17, 56)

    28) 서인정, “아우구스티누스의 음악관,” 315 참조.

  • 176 추 교 준

    근거가 바로 단일성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일성은 일종의 ‘성질’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성질

    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체’에 귀속하여 존재할 수밖에 없

    다. 이어지는 부분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단일성’의 실체로서 ‘일자’를 제

    시한다.

    …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하지. 일자의 뿌리로부터(ab uno

    principio) 선함(bonitas)의 풍요로움으로 인한 그것과 동등하고 유사

    한 형상을 통해, 말하자면 ‘일자’(unus|聖父)와 ‘일자로부터 나온 일

    자’(unus de uno|聖者)가 매우 큰 사랑(carissima caritatis|聖靈)

    으로 결합하고 그것 을 사용하여 모든 것들이, 그것이 무엇

    이든지, 어떤 방식으로든지 간에, 창조되고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말이

    야.29)

    플로티노스와는 달리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일자’는 곧, 그리스도교의

    ‘신’(Deus)이다. 삼위일체(Trinitas)의 사상에 따라 ‘일자’, 즉 성부로서의

    신은 ‘일자에서 나온 일자’(unus de uno), 즉 성자와 함께 세상에 대한

    큰 사랑 속에서 선함이 가지고 있는 풍요로움(divitia)에 의한 형상

    (species)을 사용하여 무로부터(de nihilo) 만물들을 창조하고 질서 지운

    다.30) 만물들뿐만 아니라 만물들을 질서지우는 형상(영원의 동등성)과 법

    칙(동등성의 법칙)까지도 모두 ‘일자’인 전지전능한 신의 작품들이며, 이러

    한 수많은 작품들은, 안으로는 각자 자신의 부분들의 동등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위로는 신의 속성으로서 ‘단일성’을 지향하면서, 전체 수적인 비

    례 질서 속에서 조화ㆍ 아름다움을 이룬다.

    정리하자면,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우주 만물들은 리듬의 흐름, 즉 수적

    인 질서 속에 놓여있다. 이러한 수적인 질서는 수평적인 질서가 아니라

    29) Augustinus, �음악론�, 110. (Ⅵ, 17, 56)

    30) “그러므로 전능하신 신은 이 땅을 창조하셨고, 이 땅은 무로부터 창조되었

    다.”(Quocirca omnipotens Deus terram fecit, et de nihilo terra facta

    est.) Augustinus, �음악론�, 112. (Ⅵ, 17, 57)

  •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177

    수직적인 질서이다.31) 존재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만물들은 동일하게

    동등성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만물들이 동등성의 법칙을 따른다는 말은

    곧 단일성을 지향한다는 말이다. 자신을 이루고 있는 각각의 부분들을 최

    대한 동등하고 동일하게, 단일성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질서를 지킨다. 이

    런 맥락에서 동등성은 피조물의 최종 지향점인 단일성을 바탕으로, 불완

    전한 피조물이 자신의 여러 부분들을 동등하고 동일하게 갈무리하도록 이

    끄는 원리이다. 그리고 이 모든 질서의 가장 높은 곳에는 자신을 척도로

    삼아 이러한 질서를 부여한 일자, 즉 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III. 데카르트의 �음악개론�

    1. 『음악개론』32)에 대하여

    1616년, 22세의 데카르트는 학교 공부를 마치고, 자기 자신, 혹은 세상이

    라는 커다란 책을 탐구하기 시작한다.33) 세상에 그의 첫 번째 저작이라고

    알려진 �음악개론�은, 졸업 후 떠난 여행에서 수학 문제를 풀다가 만난 이

    삭 비크만(Isaac Beeckman, 1588-1637)에게 헌정하는 작품이었다.34)

    31) 서인정, “아우구스티누스의 음악관,” 314 참조.

    32) 여기서부터 다루는 데카르트의 �음악개론�은 2012년에 출판된 뷔종(F. Buzon)의

    불어-라틴어 대역본, René Descartes, Abrégé de Musique(Compendium Musicae), Traduction par Frédéric de Buzon (Paris: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2012)을 주로 참조하였다.

    33) 양진호, “르네 데카르트를 찾아서-성찰의 시대, 시대의 성찰,” �성찰� (서울: 책세

    상, 2011), 149 이하 참조.

    34) 데카르트의 지적 생애를 정리한 고크로저(S. Gaukroger)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

    이 전한다. “데카르트는 1619년에 비크만에게 �음악개론�을 새해 선물로 보냈다.

    30쪽 분량의 이 짧은 논문은 1618년 여름에서 데카르트가 비크만을 만나기 전에

    쓰였으며, 정확히는 1618년 12월에 완성되었다. 비크만은 교회음악(con-

    gregational singing)에 친숙하지 않았음에도, 화성학과 음향학(acoustic)의 학술

    적 측면에 매우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1610년대에 소리의 입자와 파동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켰다. 먼저 그는 현의 길이와 진동수 사이의 반비례 관계를 기하학

    적으로 증명했으며,(1614/5) 더 나아가 소리의 입자에 관한 이론을 활용하여 협화

    음에 관한 창의적이고 정교한 설명 방식을 창안했다.” Stephen Gaukroger,

    Descartes: an intellectual biography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 178 추 교 준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학적 지식으로 음악 이론을 재구성하는 시도

    를 한다. 이 시기에 비크만과의 교류에서 ‘자연철학과 수학의 관계’에 대

    한 지적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35)

    이런 맥락에서 데카르트는 �음악개론�을 집필하면서 음악의 여러 문제

    들을 수학적으로 논증하려고 시도한다.36) 데카르트는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면서 음악의 대상, 목적과 그 방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음악이론의 대상은 소리/음(sonus)이며, 음악의 목적은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우리 안에 다양한 감정(affectus)들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 그런

    데 그러한 음악은 다른 영역과는 달리 동시에 여러 감정들을 함께 불러일

    으킨다는 것이 특징이다.37) 이러한 음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1995), 74.

    35) 이러한 자극은 학창시절 수학에 대한 그의 생각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수학에 마음이 끌렸는데, 이는 그 근거의 확실성과 명증성 때문이었다. 그러

    나 그 당시만 해도 나는 아직 수학의 참된 용도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기계학에만 응용되고 있음을 보고서는 그 토대가 그토록 확고부동함

    에도 불구하고 왜 아무도 지금까지 이 위에 더 탁월한 것을 세우지 않았는지를 의

    아하게 생각했다” 르네 데카르트, �방법서설�(Discours de la méthode), 이현복 옮김 (서울: 문예출판사1997), 154.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비크만과의 만남은 자연

    철학과 수학의 관계에 있어서 “수학의 참된 용도”를 깨닫는 과정이다. 이런 데카

    르트의 생각은 그들이 첫 만남을 가진 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후, 비크만에게

    보내는 편지구절에서 잘 드러난다. “당신만이 내가 겪는 의기소침으로부터 나를

    끌어내주었고 내가 배웠지만 이제는 거의 기억에서 떠나버렸던 것을 기억하게 해

    주었습니다. 나의 정신이 진지한 작업에서 아주 멀리 떠나 헤맬 때, 당신이 이를

    궤도로 다시 이끌어주었습니다.” R. Descartes, “Lettre à Beeckman du 23

    avril 1619,” Correspondance, tome I, par Ch. Adam et G. Milhaud (Paris: Felix Alcan, 1936), 14.

    36) “만일 당신이 내가 쓴 불협화음에 대한 부분과 음악개론의 나머지 부분을 꼼꼼히

    읽는다면, 당신은 협화음, 음계, 그리고 불협화음의 음정에 대해 모든 문제들을 내

    가 수학적으로 논증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시도했

    던 그 설명 방식은 너무 짧고, 혼란스러워서 좋은 작업은 아니었지요.” 1619년 1

    월 24일, 비크만에게 보내는 편지. R. Descartes, Oeuvres de Descartes, X, pub. par Ch. Adam & P. Tannery (Paris: J. Vrin, 1899), 153. 데카르트는

    여기서 음악을 이론적으로만 다루었다. 사실 실질적인 작곡법이나 당대 음악이론

    의 경향 등은 데카르트나 비크만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당대 음악이론을 다룬 작

    품들은 일반적으로 교과서적인 저술들일 뿐,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루지는 않는

    다. 그러나 데카르트와 비크만은 정확히 그 반대로, 음악이론의 근본적인 문제들

    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이다. F. Buzon, “Présentation,” Abrégé de Musique, 5 참조.

  •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179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음의 두 가지 주요한 작용(afficio)인데, 하나는

    시간 속에서 음이 전개되는 과정, 즉 리듬에서의 작용이고 다른 하나는

    소리의 높낮이의 긴장에서의 작용, 즉 선율과 협화음, 음계 등에서의 작용

    이다. 여기서 데카르트가 음악을 수학적으로 논증한다고 할 때, 그 무게

    중심은 수학에 있고 그의 관심사는 음악의 수학적 질서이므로, 소리 자체

    의 성질(qualitas)에 대해서는, 즉 음이 어떤 물체에서, 어떤 방법으로 더

    적절하게 퍼져나가는지에 대해서는 자연학자들의 몫으로 돌린다.38)

    여기서 우리가 함께 살펴볼 부분은 바로 ‘일러두기’(Praenotanda)와

    리듬 이론(De numero vel Tempore in sonis observando; 소리에서

    유의해야 할 누메루스 또는 템푸스에 대하여)이다. 일러두기는 �음악개론�

    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논의들의 토대를 이루는, 마치 수학에서의 ‘공리’와

    같은 8개의 명제들이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리듬 이론은 �음악개론�의

    전체 분량에 비추어 볼 때 적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중요성은 결코 무

    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가 음악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으로서 제시한

    두 가지가 ‘리듬’과 ‘음의 높낮이’라고 할 때, �음악개론�의 논의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뉘며, 그 가운데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리듬 이론이기

    때문이다.

    특히 화음에 앞서 리듬을 먼저 논의한 것은 당대 음악 이론의 경향에

    비추어볼 때 다소 ‘기이한’ 형식이었다.39) 데카르트보다 한 세대 앞선 음

    37) “음악의 목적은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우리 안에 다양한 감정(affectus)들을 불러

    일으키는 데 있다. 그런데 노래(cantilena)에 서로 다른, 침울함(tristis)과 즐거움

    (delectabilis)이 함께 속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마치 비극 작가

    들과 비극이 우리에게 더욱 큰 슬픔을 불러일으킬수록 더욱 더 우리 마음에 드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R. Descartes, Abrégé de Musique, 55. 38) “이러한 목적 을 위한 수단에는, 소리의 두 가지 주요한 작용(afficio)들이 있다. 두 가지

    차이점인데, 하나는 지속(duratio) 또는 시간(tempus)에서의 차이이며, 다른 하나

    는 높낮이(acutum aut grave)에 대한 긴장에서의 차이이다. 한편, 소리 자체의

    성질(qualitas)에 대해서는, 즉 소리가 어떤 물체에서, 어떤 방법으로 더 적절하게

    퍼져나가는지에 대해서는 자연학자들이 논할 수 있을 것이다.” R. Descartes,

    Abrégé de Musique, 55. 39) Buzon, “Présentation,” 12 참조.

  • 180 추 교 준

    악학자들 가운데 미카엘 프라이토리우스는 �음악대전�(Syntama Musicum)

    전 3권을 집필하는데, 제1권의 처음은 ‘ 시편(詩篇)을 부르

    는 것’(De musica cholari sive Psalmodia veterum sarcram)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리듬에 대한 논의는 한참 뒤인 제3권의 제2부에서 다룬다.

    또 다른 음악학자, 요하네스 리피우스(Johannes Lippius, 1554-1622)의

    후기작 �새음악개요�(Synopsis Musicae Novae Omnino Verae atque

    Methodicae Universae)를 보라. 그는 “음악이란 화음으로 이루어진 수

    학”(Musica est Scientia Mathematica Cantilenae Harmonicae

    factiva.)이라고 정의내린 뒤, 서문에 이어 가장 먼저 화음(Cantilena

    Harmonia)을 다루고 있다.40) 이를 토대로 볼 때, 데카르트가 리듬 이론

    을 �음악개론�의 맨 앞에 배치한 사실에서부터 그의 고유성이 드러난다.

    그는 인간의 ‘감각’을 음악에 대한 논의의 기준으로 삼고,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을 ‘시간의 지속’과 ‘음의 높낮이’라는 큰 구도로 음악의 문제를

    재편하는 바, 이는 동시대까지 이어졌던, ‘천체의 조화’(Arithmethica)와

    ‘음에서의 조화’(Cantilena Harmonia)를 연계하며 결국 이 모든 기예는

    ‘신의 영광’(Dei gloria)을 지향해야 한다는 사고방식41)에서 온전히 벗어

    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서술 방식이었다.42) 이제 구체적으로,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에서 수학적 질서가 어떻게 반영되고 있으며, 그러한 반영이 어

    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자.

    40) Johannes Lippius, Synopsis Musicae Novae Omnino Verae atque Methodicae Universae: In Omnis Sophiae Praegustum Parergōs Inventae Disputatae & Propositae Omnibus Philomusis (Straßburg: Ledertz, 1612), 22.

    41) Lippius, Synopsis Musicae Novae Omnino Verae atque Methodicae Universae, 21.

    42) 이러한 서술방식의 의미는 데카르트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후에도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더 잘 드러난다. 리듬을 먼저 논하고 그 다음에 화음을 다루는 이러한 구성

    은 헤겔(G. W. Hegel)의 �미학강의� 가운데 음악미학에서도 반복된다.

  •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181

    2. ‘일러두기’에서 산술적 비례의 동등성

    리듬에서의 동일성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먼저 ‘일러두기’를 살펴봐

    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일러두기의 8개의 명제들이 리듬 이론을 뒷받침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음악의 목적은 우리에게 즐거

    움을 느끼게 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

    은 어떻게 우리로 하여금 즐거움이나 감정들을 느끼도록 만드는가? 데카

    르트는 이에 인간의 ‘감각’을 제시한다. 우리는 감각을 통해 즐거움을 느

    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데카르트는 ‘일러두기’에서 ‘소리’와 ‘감각’,

    ‘즐거움’의 관계에 대한 명제들을 제시한다.

    1. 모든 감각들은 어떤 즐거움에 관한 능력이 있다.

    2. 이 즐거움을 위해서는 대상과 감각 자체의 어떤 조화(proportio)가

    요구된다. 그 결과, 예를 들어 구식 소총이나 천둥의 소음이 음악에

    는 적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전면에 있는 태양의 광

    대한 빛이 눈을 다치게 하듯이, 귀를 다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3. 대상은 너무 어렵고 혼란스럽게 감각으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천구의(Astrolabio)의 ‘마테르’처럼 비록 규칙적일지라도 너무

    복잡한 어떤 형태는, 천구의의 ‘레테’처럼 더욱 동등한 선들로 구성

    된 다른 것만큼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자

    에는 충분히, 분명하게 지각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있

    으며, 전자보다 후자 에서 감각이 더욱 만족하기 때문이

    다.

    4. 부분들의 차이가 더 적을수록 대상은 더욱 더

    쉽게 감각으로 지각된다. …

    7. 감각 대상들 사이에서 감각에 의해 가장 쉽게 지각되는 것 또는 가

    장 어렵게 지각되는 것은 정신에 큰 즐거움을 주지 않는다. 반면에

    감각들이 대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이끄는 자연적인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않을 정도로 쉽지 않은 것, 또는 감관들이 지칠 정도로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이 정신에 큰 즐거움을 준다.

  • 182 추 교 준

    8. 마지막으로 모든 것들 중에서 다양성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43)

    데카르트에 따르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들은 즐거움을 일으키는

    기관(organum)이다. 그런데 외부 대상의 온갖 무차별한, 모든 자극들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대상의 자극이 너무 크면 오히려

    감각이 다치기 마련이다. 반면 자극이 너무 작아도 감각이 그 자극을 받

    아들이지 못한다. 그리하여 감각이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의 크기와 강도의

    자극만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를 두고 데카르트는 “대상과 감각

    자체의 어떤 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번 명제가 대상의 외적 크기

    에 관한 내용이었다면 3번 명제는 대상의 내적 구조에 대한 내용이다. 대

    상의 구조가 아무리 규칙적이라도 감각으로 받아들이기 복잡한 형태를 이

    루고 있다면, 이런 대상은 우리에게 어렵고 혼란스러울 뿐이다. 반면 구조

    가 단순할수록, 즉 대상을 이루고 있는 “부분들의 차이가 적을수록 대상

    은 더욱 더 쉽게 감각으로 지각된다.”

    그러나 감각으로 쉽게 지각된다고 하여 그것이 곧바로 우리에게 즐거움

    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감각들이 대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이끄는 자연적인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않을 정도로 쉽지 않은 것,

    또는 감관들이 지칠 정도로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이 우리에게 큰 즐거

    움을 안겨준다. 여기서 데카르트는 미적 대상이 가져야 할 속성으로, ‘단

    순성’에 뿌리를 두고 있는 ‘다양성’을 제시한다. 대상이 아무리 비례를 이

    루고 있으며 규칙적이라고 하더라도 어렵고 혼란을 일으킨다면 우리의 감

    각은 아무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쉽게 지친다. 반면, 대상의 자극이

    다양하되 그것의 내적 구조가 단순하여 감각이 지치지 않고 대상에 가까

    이 다가가려는 자연적인 욕구를 채울 때 우리는 비로소 큰 즐거움을 느끼

    는 것이다.

    우리는 일러두기 5, 6번에서 데카르트가 말하는 단순성이 무엇인지 확인

    43) Descartes, Abrégé de Musique, 55-59.

  •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183

    할 수 있다. 이러한 단순성은 ‘산술적 비례에서의 동등성’으로 명시된다.

    5. 우리는 대상 전체의 부분들 사이에 비례(proportio)가 크면, 차이들

    은 더 작다고 말한다.

    6. 그 비례는 기하학적(Geometrica)인 비례가 아니라 산술적(Arith-

    methica)인 비례이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산술학에서는 차이나는

    것들이 모두 동등하므로 주목해야할 것들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

    이다. 그러므로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또렷하게 지각하는 경우

    처럼, 그렇게까지 감각이 지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선분들의 비례

    는 이것들 보다 눈으로 더 쉽게 구별된다.

    그림 ⑴ 그림 ⑵

    왜냐하면 첫 번째의 경우, 각각의 선분들의 차이 대신에 오직 단일한

    것을 주목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두 번째의 경우, AB와 BC

    의 부분들은 약분 불가능한 것 (incommensurabiles)들이

    며, 그러므로 내 생각에는 절대로 감각으로 동시에 완벽하게 인식될 수

    없고 오직 산술적 비례에 따라 차례대로 인식될 수 있다. 예를 들면 BC

    안에 3부분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여기서 감각은 끝없이 속임

    을 당할 것이 명백하다.44)

    데카르트는 대상의 부분들 사이의 차이가 적을수록 비례가 크다는 사실을

    명시한 뒤, 음악에서 부분들의 비례는 기하적인 비례가 아니라 산술적인

    비례이어야 한다고 못 박는다. 왜냐하면 산술학에서는 대상의 각 부분들

    이 유리수로 표현되어 부분의 동등성을 감각으로 포착할 수 있지만, 기하

    44) Descartes, Abrégé de Musique, 57. 그림 ⑴, ⑵는 Walter Robert가 번역한 Descartes, Compendium of Music (Rome: American Institute of Musicology, 1961) 12 재인용.

  • 184 추 교 준

    학에서는 감각으로 포착할 수 없는 무리수가 존재하므로 대상을 받아들이

    는 데에 있어서 혼란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첫 번째 그림에서 각 선분은 각각 2, 3, 4로 유리

    수 1만큼의 일정한 크기로 증가한다. 그리하여 2와 4의 중간 값을 구하고

    자 할 때는 (2+4)÷2=3이고 이를 ‘산술평균’이라 부른다. 즉 산술평균은

    각 수를 모두 더하여 그 개수로 나눈 값이다. 반면, 두 번째 그림에서 A,

    B, C는 2, , 4로서 무리수 만큼 일정하게 늘어나는데, 2와 4의

    중간 값을 구하고자 할 때 무리수 는 산술평균의 방식으로 유리수와

    동일한 차원에서 더할 수 없으므로, 곱셈을 이용한 ‘기하평균’의 방식으로

    구해야 한다. 기하평균은 각 수를 모두 곱하여 그 개수로 거듭제곱을 한

    값인 바, 이 경우 × = 이 된다. 그렇다면 두 번째 그림에서

    AB에 두 부분, BC에 세 부분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AB=

    -2=0.828427… 이며, BC=4- =1.171573… 이다.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만 보자면, 0.8:1.2=2:3이니 AB와 BC는 얼핏 보면 2:3같다. 그러나 이것

    은 그림(1)의 경우와 같이 엄밀한 의미에서 2:3이 아니므로 기하학적인 비

    례는 우리의 감각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이 데카르트의 설명이다. 그리하여

    음악적 대상이 가져야 할 단순성은 산술적 비례에서의 동등성으로서 감각

    으로 쉽게 포착할 수 있는 동등성을 뜻한다.

    정리하자면, ‘일러두기’에서 데카르트가 힘주어 강조하고 있는 점은 우

    리가 가진 감각 능력에 비추어볼 때, 동등한 부분으로 이루어져 쉽게 포

    착할 수 있는 대상이 너무 쉽지도 않고 너무 어렵지도 않는, 적절한 다양

    성을 구현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것에 대해 큰 즐거움을 느낀다는 사실이

    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즐거움의 척도가 ‘감

    각’이며, 대상을 이루고 있는 부분들이 동등해야 하는 이유는 오직 감각이

    잘 포착하기 위해서라는 점이다. 이렇게 데카르트의 음악 미학에서는 인

    간의 감각이 전면에 제시된다. 미적 대상이 동등한 부분들로 이루어져 오

    직 산술적인 비례를 가져야 하는 이유도 우리의 감각이 대상을 쉽게 받아

    들일 수 있기 위해서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신을 지향하기 위한 동등성을

  •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185

    다루었다면, 데카르트는 인간의 감각을 위한 동등성을 다루었던 것이다.

    3. 리듬 이론에서 동등성의 문제

    앞서 우리는 데카르트가 제시한 8가지 명제를 중심으로 그가 다룬 미적 ·

    음악적 대상의 특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를 리듬 이론에 적용해보자면,

    데카르트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소리에서 표상되는 시간도 동등한 부분

    들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고 못 박는다. 그것들을 쉽게 감각으로 지각하

    기 위해서이다. 그 다음, 리듬에서 “2중, 또는 3중의 비례 관계를 맺는 템

    푸스”, 즉 ‘2박’과 ‘3박’만을 인정한다.45) 이것들은 우리의 청각에 가장

    잘 들리기 때문이다.46) 여기서 데카르트는 리듬에서 기본박으로서의 2박

    과 3박을 단지 경험적으로 규정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숫자 2와 3이

    수학적으로 더 이상 약분되지 않는 기본수로서 ‘소수’(primus)임을 밝히

    45) “소리에서 템푸스(tempus)는 동등한 부분들로 이루어져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일

    러두기 4번에서 보듯이 동등한 부분들은 모든 것들 가운데 가장 쉽게 감각으로 지

    각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또, 템푸스는 더 진행해서는 안 되며, 2중, 또는 3중의

    비례 관계에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부분들은 일러두기 5번과 6번에서 보듯이,

    모든 것들 가운데 가장 쉽게 청각에 의해 구별되기 때문이다.” R. Descartes,

    Abrégé de Musique, 59.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에서는 주요한 개념어 4개가 등장한다. 템푸스(tempus), 누메루스(numerus), 멘수라(mensura), 바투타

    (battata)가 그것이다. 템푸스(영: time, 프: temps)는 넓게는 음악적 시간을 가리

    키며, 오늘날에는 박자(meter)와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 여기서는 ‘소리의 지평으

    로서의 시간’으로 읽고자 한다. 누메루스(영: number, 프: nombre)는 소리에 매

    겨진 수(數)를 뜻한다. 멘수라(영: time value, 프: mesure)는 오늘날 ‘싯가’(음가)

    라고 번역되며, 시간의 길이, 다른 말로 음의 길이를 표시하는 것으로서의 서양 음

    악의 부호들은 2:1 비율로 된 일련의 상대적인 싯가를 나타낸다. ‘�’는 온음표,

    ‘�’는 2분음표, ‘♩’는 4분음표, ‘♪’는 16분음표. ‘�’는 32분표를 나타내며, 이런

    식으로 계속 나아간다. 바투타(영: accent, 프: battue) 박차를 칠 때, 물리적인

    때림, 육체적인 움직임으로서 박(beat)을 가리킨다. 17세기 초,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에서 쓰이는 용어들을 오늘날의 용어-의미로 기계적으로 옮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음악개론�의 맥락을 고려하여 각 용어의 적확한 뜻을 파악하고 용어를 선

    택하는 일은 또 다른 과제다. 여기서는 무리하게 번역어로 옮기기 보다는 그대로

    음역하여 두고 나중에 그 뜻을 확실히 헤아려 옮기기로 한다.

    46) “만일 멘수라들이 더욱 동등하지 않다면, 경험에서 보듯이, 청각은 노력을 기울이

    지 않고서는 그것들의 차이들을 인지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만일 내가 하나

    대신에 다섯 개의 음표를 동등하게 놓으려 한다면, 동시에 그것은 노래로 부르기

    에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R. Descartes, Abrégé de Musique, 59.

  • 186 추 교 준

    며, 6박, 8박 등의 수는 그 자체로 고유한 박이 아니라 단지 2박과 3박을

    배로 곱하여 얻은 박이라는 점을 언급한다. 이렇게 데카르트는 음악의 흐

    름을 동일한 부분들로 잘게 나눈 다음, 리듬에서 기본이 되는 2박과 3박

    을 경험적으로, 더 나아가 수학적으로 규정한다.47)

    그렇다면 다음의 물음이 생긴다. 데카르트의 말대로 음악에서 리듬이

    동등한 부분들로 나뉘어 있다면 어떻게 우리는 수많은 부분들로 나뉜 ‘소

    리의 조각’들을 ‘한 곡의 노래’로 들을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하면, 다른

    감각 대상과는 달리 음악은 무형의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무규정적인 시간

    이라는 지평 위에 펼쳐져 있는 예술인 바,48) 유유히 흐르면서 우리에게

    잠깐 들렸다가 곧바로 사라지는 대상이 바로 소리이다. 이렇게 시간의 흐

    름 속에서 잘게 쪼개어지고 곧바로 흩어지는 소리의 파편들은 어떻게 하

    나의 음악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가?

    그런데 흔히들 부르듯이, 이러한 분할은 우리의 상상력을 돕기 위한

    ‘때리기’ 또는 바투타로부터 드러난다. 우리는 그 바투타를 통해 매우

    쉽게 노래(cantilena)의 모든 부분들(membra)을 지각할 수 있으며,

    그 안에 틀림없이 존재하는 비율을 통해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비율이 우리의 파악을 도울 수 있도록 매우 자주 노래의 부분에

    유지되고 있다. 우리가 노래를 끝까지 듣는 동안 노래의 지나간 부분과

    남은 부분 안에 있는 템푸스를 계속 기억하도록 말이다. 만일 전체 노

    래들이 8, 16, 32, 64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모든 분할들은 1:2의

    비율로부터 나아간다는 것이 확실하다. 이때, 우리는 첫 번째 두 부분

    을 듣는 동안 그것들을 한 부분인 것처럼 파악한다. 계속하여 세 번째

    부분을 들을 때 우리는 그것을 처음의 것에 결합시킨다. 그 결과 1:3의

    비율이 된다. 그 다음에 네 번째 부분을 듣는 동안 그것을 세 번째 부

    47) 데카르트는 고대부터 다루어졌던 2박과 3박에 대해 새롭게 수학적인 설명방식을

    도입하는데, 이는 어떤 특정 숫자를 선호하거나 기피하는 수비학(數秘), 또는 이

    당시 비례이론과 연결지어 설명하는 태도와 연관된다고 볼 수 있다.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Nikolaus Harnoncourt), �바로크음악은 ‘말’한다�(Musik als Klangrede), 강해근 옮김 (서울: 음악세계, 2006) 89 참조.

    48) 빅토르 주커칸들(Victor Zuckerkandl), �음악이란 무엇인가�(The Sense of Music), 서인화 옮김 (서울: 민속원, 2010), 107.

  •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187

    분에 잇는다. 그 결과 그것을 하나인 것처럼 파악한다. 여기서 처음의

    두 부분과 마지막의 두 부분을 다시 결합시킨다. 그 결과 네 부분을 하

    나로 파악한다. 그리고 우리의 상상력은 이렇게 끝까지 나아가며, 그

    경우에 결국 모든 노래를 동등한 부분들이 모여 이루어진 어떤 하나로

    파악한다.49)

    데카르트에 따르면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손뼉을 치거나 발을 구르는

    등 음악에 맞춰 육체적인 움직임으로써 음악 안에 존재하는 동등한 부분

    (membrum)들을 감각적으로 지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동등한 부분들은

    낱낱이 개별적인 것으로 들려오는 것이 아니라, 2부분 혹은 3부분으로 무

    리지어, 규칙적으로 우리에게 들려온다. 이것이 ‘2박’ 혹은 ‘3박’이다. 그

    리고 일러두기 1번에서 밝혔듯이, 이러한 기본박으로부터 우리는 즐거움

    을 느낀다. 중요한 것은 음악은 시간이라는 지평 위에 펼쳐지는 예술로서,

    소리는 계속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찰나에 들렸다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소리는 사라짐으로써 마냥 흩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본박이 가지

    는 규칙성이 노래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기에 우리는

    노래를 듣는 동안 지나간 소리를 놓치는 것이 아니라 ‘규칙성’이라는 틀

    안에서 기억해둔다. 이렇게 ‘기억력’으로 모아둔 소리의 파편적인 부분들

    을 ‘상상력’을 발휘하여 순서대로 결합시킨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데카르트가 주장하는 바, ‘동등성’은 소리 자체에

    있는 반면, 이러한 ‘규칙성’이 소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부르

    는 가수 혹은 노래를 듣는 청자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소수의 사람들은, 우리가 잘게 쪼개지고 여러 목소리로 이루어

    진 음악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멘수라 또는 바투타를 귀로 들을 수

    있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이에 관하여 나는 성악(vocali musica)에서

    의 호흡과 악기 연주에서의 퉁기는 것이 어떤 긴장을 일으킨다

    고 말하고 싶다. 그 결과 소리는 각각의 바투타의 첫 시작에서 더욱 명

    49) Descartes, Abrégé de Musique, 61.

  • 188 추 교 준

    확하게 발산된다. 가수들이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이를 자연스럽

    게 지킬 수 있으며 특히 우리는 선율에서 어떤 누메루스에 따라 곧잘

    춤이나 3박자 춤을 추곤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단일한 몸동

    작을 통해 단일한 음악의 바투타를 구분하기 위해 이러한 규칙들을 지

    키기 때문이다. 또한 음악은 우리를 그렇게 하도록 자연스럽게 추동한

    다. 왜냐하면 종소리나 천둥소리에서 알 수 있듯이 소리가 도처에서 몸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 이유들은

    자연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바, 소리는 각각

    멘수라의 처음에 더욱 강하고 분명하게 발산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한 소리들이 우리를 움직이도록 만드는 정기(spiritus)들을 더

    욱 강하게 뒤흔든다는 사실도 확실히 언급되어야만 한다. 이로부터 우

    리가 가르치고 숙달시킨다면 야생 짐승이 누메루스에 따라 춤추도록 만

    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관해서는 오직 자연스러운 충동만이 필요하

    기 때문이다.50)

    몇몇 사람들은 음악을 들을 때, 여러 가지 소리가 울려 퍼져 나오는 가운

    데 멘수라 또는 바투타를 어떻게 2박 혹은 3박과 같이 규칙적인 것으로

    지각하는지 관심을 가진다. 데카르트는 2박과 3박을 이루는 소리의 부분

    들의 첫 박에 ‘강세’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리듬의 규칙성을 이끌어낸

    다.51) 즉, 노래를 부르는 가수나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뿐만 아니라 음

    악을 듣고 몸동작을 하는 우리 자신도 2박과 3박의 첫 박에 강세를 넣는

    다. 이로 인해 우리가 듣는 노래의 흐름은 단지 각 부분들이 차례대로 계

    50) Descartes, Abrégé de Musique, 63.51) 사실상 지각으로 파악 가능한 리듬은 13세기부터 등장했다. 비로소 ‘막시마’, ‘롱

    가’, ‘브레비스’, ‘세미브레비스’, ‘미니마’ 등 고유한 음의 길이를 가진 음표들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다양한 리듬의 음악이 구체적인 음가로 고정될 수 있었다. 이

    런 음악을 정량음악(mensural)이라 부른다. 이는 새로운 시간 측정 도구인 기계

    시계의 발명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박자들은 움직임을 나타내는 기본

    단위였을 뿐, 마디 안에 강박과 약박이라는 주기적인 강세는 없어서 음들은 자유

    롭게 부유하는 듯 전개되었다. 음악학적으로 보자면 17세기에 와서야 근대적인 박

    자체계, 즉 박절적 박자가 등장했으며 이를 의식적으로 언급한 사람이 바로 데카

    르트였다. ‘모든 마디의 시작에는 좀 더 강하고 분명한 음이 와야 한다’는 마디 박

    자에 대한 서술은 데카르트가 처음이었다. 이희경, “20세기 현대음악과 시간의 문

    제,” �미학� 32 (2002), 333-335 참조.

  •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189

    속하여 전개되는 음의 ‘나열’(짝짝짝짝짝짝… )이 아니라 2박 또는 3박마다

    ‘되돌아오는’ 동등한 부분들의 규칙적인 ‘반복’(3박의 경우; 쿵짝짝쿵짝

    짝… )이었던 것이다.52) 데카르트는 이렇게 음악을 마주한 우리의 능동적

    인 활동, 즉 ① 동등한 부분을 파악하는 육체적인 ‘감각’, ② 규칙성에 따라

    각 부분들을 모으는 ‘기억력’, ③ 한데 모인 부분들을 차례대로 종합하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흘러가는 소리를 한 곡의 노래로 만들어 듣는 것이

    다.53) 이렇게 인간은 자신의 능력들을 발휘하여 흘러 사라지는 소리를

    ‘하나의 음악’으로 구성하는 주체가 된다.

    IV. 매 듭

    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초기 저서 �음악론�에서 우주 만물들이 리듬의 흐

    름, 즉 수적인 질서 속에 놓여있다고 보았다. 이는 피타고라스주의의 반영

    이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의 수적인 질서는 피타고라스와는 다르다. 그

    가 보기에 존재의 질서는 ‘평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높이’를 지녔던

    것이다. 여기서 플로티노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리하여 우주 만물은

    만물들은 동일하게 동등성의 법칙을 따르지만, 동시에 존재에 따라 각각

    정도(gradus)의 차이를 지니고 있다. 여기서 만물들이 동등성의 법칙을

    따른다는 말은 곧 ‘단일성’을 지향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단일성은 ‘일자’

    (一者)의 속성이며, 아우구스티누스에게 그것은 곧 신(Deus)이었다. 그리

    하여 신의 피조물로서 우주 만물은 본성적으로 자신을 이루고 있는 각각

    52) 이는 마치 무규정적인 시간의 흐름을 동등한 부분(초, 분, 시)으로 나누고 시계의

    침이 한 바퀴 돌아서 원점에 되돌아오도록 60개의 간격으로 이루어진 원, 즉 시계

    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든 것과 같은 상황이다. 13세기 이전에 끝없이 흘러

    가는 시간을 13세기 기계 시계의 발명 이후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기계 시계의 운

    동으로 표상함으로써 우리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더욱 일관되게 표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53) 데카르트는 음악의 동일한 부분인 ‘멤브룸’이라는 개념으로 새로운 시간 포착 개념

    을 제시했다. 이는 강세적 박자의 등장과 맞물려있다. 데카르트는 이렇게 고전적인

    노래의 뒤에 숨어 있는 근대적인 의미의 강세의 힘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오직 신체와 감각의 차원에서 우리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을 주목했

    던 것이다. Wilhelm Seidel, “Descartes’ Bemerkungen zur musikalischen

    Zeit,” Archiv für Musikwissenschaft 27/4 (1970), 303 참조.

  • 190 추 교 준

    의 부분들을 최대한 동등하고 동일하게 만들려고 하며, 단일성, 곧 창조주

    인 신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질서를 지킨다. 이런 맥락에서 동등성은 피조

    물의 최종 지향점인 단일성에 근거하여, 불완전한 피조물이 자신의 여러

    부분들을 동등하고 동일하게 갈무리하도록 이끄는 원리였던 것이다. 이러

    한 원리 아래 세계는 질서와 조화를 획득하게 되었다. 이것이 아우구스티

    누스가 열어 보였던 서양 중세 세계의 전체 그림이었다.

    한편 데카르트는 첫 번째 저작 �음악개론�에서 리듬을 다룬다. 그는 음

    악의 형식적ㆍ 수학적 문제를 탐구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며, 음악에서의

    리듬이 동등한 부분들로 이루어져있음에 주목한다. 그런데 여기서 데카르

    트가 주목하는 동등성은 다름 아닌 ‘산술적 비례’에서의 동등성이다. 그는

    소리를 산술적 비례관계를 통해 감각으로 쉽고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

    고 보았다. 그러니까 그는 인간의 ‘감각’을 미적 대상의 척도로 전면에 내

    세워 음악을 마주하려 했던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인간의 감각적 차원의 동등성은 낮은 단계의 동

    등성이며 이러한 동등성들의 가장 높은 자리에는 우주 만물이 지향하는

    단일성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단일성이 음악에서의 동등성뿐만 아니라

    우주 만물의 동등성의 척도였던 것이다. 반면 음악을 마주하는 데카르트

    에게는 신적인 단일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미적 대상을 받

    아들이고 재구성할 수 있는 토대로서의 감각이 유일한 척도다. 데카르트

    에게 단일성은 오직 대상의 여러 동등한 부분들 가운데 ‘한 부분’에 지나

    지 않는다. 대상을 쉽게 파악하기 위해 일자, 즉 대상일 이루는 하나의 단

    위를 주목하면 된다. 그러니까 ‘하나’(unus)는 대상을 더욱 쉽게 파악하기

    위한 ‘매개물’에 불과했던 것이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시간 속에서 흘러가 사라져버리는 소리의 동등한

    각 부분들을 하나의 노래로 모아서 듣기 위해 우리가 가진 여러 능력들을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하는 바, 우리는 첫 번째로, 동등한 부분을 파악하는

    육체적인 ‘감각’, 그 다음에, 동등한 부분에 규칙적으로 강세를 넣어, 사라

    지는 소리의 각 부분들을 모으는 ‘기억력’, 마지막으로, 한데 모인 부분들

    을 차례대로 종합하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흘러가는 소리를 한 곡의 노래

  •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191

    로 만들어 듣는 것이다. 이렇게 데카르트는 단지 신의 질서를 추구하는

    피조물로서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감각과 기억력, 상상력을 중심으로 음

    악을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활동의 주체로서 음악을 듣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감각을 척도 삼아 주체로 일어설 때, 음악에서 나타나는 질서는

    더 이상 우주를 지탱하고 있는 수학적인 질서의 한 갈래, 혹은 신적인 질

    서와 균형, 조화를 모방한 불완전한 질서가 아니다. 다만 포착하기 쉬운

    감각 대상으로서의 규칙적인 소리의 흐름에 불과하다. 중세 초기의 아우

    구스티누스뿐만 아니라 프라이토리우스, 리피우스 등 당대 음악학자들이

    신의 영광과 천체의 조화와 관련지어 음악을 다룬 것과 달리, 신으로부터

    벗어나 오직 자신의 감각 및 정신의 능력(기억력, 상상력)만으로 대상과

    정면으로 마주선 것, 이것이 22살 청년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근대성의 씨앗이다.

    한글검색어: 아우구스티누스, 데카르트, 리듬, 동등성

    영문검색어: Augustinus, Descartes, Rhythm, Equality(aequalitas)

  • 192 추 교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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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 추 교 준

    국문초록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동등성(aequalitas) 개념을 중심으로-

    추 교 준

    이 글의 목적은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354-430)의 �음

    악론�(De Musica)과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의 초기 저

    작, �음악개론�(Compendium Musicae)에서 나타난 ‘리듬 이론’의 주요

    내용과 그 의미를 비교하여 각 사상가의 고유성을 고찰하는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음악론�에서 제시하는 동등성은 ‘일자’(一者)인 신의

    속성인 단일성을 모방하려는 피조물들의 속성이다. 그리하여 피조물들의

    동등성은 일자의 단일성에 따라 세계를 수적ㆍ미적으로 조화롭게 만드는

    원리이다. 반면 데카르트가 �음악개론�에서 제시하는 동등성은 오직 소리

    라는 감각 대상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다. 소리가 동등한 부분으로 나뉠

    때만이 우리는 정신의 능력들을 동원하여 연이어 흘러가는 소리를 하나의

    완결된 음악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소리의 동등성이란, 피조물이 신의 단일성에 의

    해 조율되어 있다는 것을 드러내주는 원리라면 데카르트에게서 소리의 동

    등성은 흘러가는 소리들을 하나의 음악으로 수렴하기 위한 대상의 규칙성

    이다. 우리는 만물에 깃들어 있는 동등성, 그것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신

    의 단일성을 그려 보인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중세 세계관의 전체 상(像)

    을 확인할 수 있으며, 감각의 주체로서, 미적 대상에 규칙성을 부여하는

    데카르트에게서 근대성의 씨앗을 찾을 수 있다.

  •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의 리듬 이론 비교 195

    Abstract

    The Comparison of Rhythm Theory of

    Augustine and Descartes

    - Focused on the Conception of “Equality” -

    Kyo Jun Choo

    In this article my purpose is to confirm the seeds of Modernity

    in Descartes’ Rhythm theory, by comparing the concept of

    equality(Aequalitas) in Descartes’ Compendium Musicae with that

    in Augustinus’ De Musica.

    In De Musica Augustinus suggests that equality is an attribute

    of creatures that imitate the God as ‘One(Unus)’. Therefore

    such an equality is a kind of principle that makes world

    numerically and aesthetically harmonious in accordance with

    the unity(Unitas) of God. In Compendium Musicae, however,

    Descartes suggests that equality is just an attribute of sound as

    a mere sensible object. Only when sound is divided into equal

    parts, we can grasp successively flowing sounds as one

    completed music using some powers of the spirit. For

    Augustinus, equality of a sound is a principle which reveals that

    creatures are tuned by the unity of God. For Descartes,

    however, equality is a regularity of object by that flowimg

    sounds can be converged into a single music.

    We can find the blue print of Middle Age from Aug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