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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 만난 법원사람들 6월호 표지에는 문화와 예술이 함께 하는 고양지원의 김용국 참여관, 김종욱 실무관, 박은정 속기사(표지 앞쪽 좌측부터), 오성우 부장판사, 황규연 주임, 나승택 사무국장(표지 뒤쪽 좌측부터)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달에만난법원사람들 … · 나의삶Ⅰ 글_ 최미정순천지원대리 일이생겨봉사활동2주일을앞두고동화구연의파트너가강 계장님에서오현석실무관님으로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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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만난법원사람들

6월호표지에는문화와예술이함께하는고양지원의김용국참여관, 김종욱실무관, 박은정속기사(표지앞쪽좌측부터),

오성우부장판사, 황규연주임, 나승택사무국장(표지뒤쪽좌측부터)이참여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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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Vol. 326 06공정한 눈으로 밝은 세상을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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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STORY03 테마이야기 | 누리지 않는 자 유죄

04 테마에세이 | 문화와 삶

06 테마코트 | 생활을 예술로 바꾸는 사람들

10 테마앙케트 | 문화생활 얼마나 즐기고 계십니까?

12 테마인터뷰 | 감동 전하는 문화행복전도사를 꿈꾸다

발행일2012년6월1일 통권326호 발행인법원행정처장차한성 편집인공보관윤성식

편집총괄홍보심의관서동칠 편집기획팀김관호, 김훈, 박지은 발행처법원행정처공보관실

주소서울특별시서초구서초 로219 전화02)3480-1456 팩스02)533-5484

E-mail법원사람들@scourt.go.kr

기획∙디자인∙인쇄 (주)서울기획케이투전화02)512-3296

블로그 http://blog.naver.com/law_zzang, http://blog.daum.net/law_zzang

04테마에세이

_ 정윤수문화평론가

문화예술, 우리삶의본질과연관된것

흔히 문화예술을 적당한 여가와 취미 정도로 여기곤 한다. 바쁜 일

상 속에서 잠시 틈을 내어 클래식을 감상하는 것, 잡다한 인터넷 정

보에 허덕 다가 오랜만에 정갈한 시집을 펼쳐 읽는 것. 이러한 행

위들의 일상적인 소중함은 틀림없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곤란하다.

이를테면 휴가를 생각해보자. 휴가, 그 자체가 목적이고 그것을 어

떻게 알차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할 텐데, 산업화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살아온 한국의 관습에서 휴가는 개‘재충전

의 시간’으로 작동한다. 이는 인간의 삶을 충전과 방전이 거듭되는

기계로 여기는 것이다. 휴가, 여유, 쉼, 성찰 같은 것은 방전된 배터

리를 충전하는 부수적인 행위로 전락한다. 문화예술을 여가와 휴식

정도로 접근하는 것 역시 그 소중한 가치들을 부수적인 수단으로

여기는 일이 되고, 이는 결국 자신의 삶을 항상 닦고, 조이고, 기름

쳐야하는기계로전락시키는상황이되고만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이 짬이 나면 잠시 가까이 해보는 취미가 아니라

우리 삶의 본질과 연관된 소중한 것임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19세기 말, 프랑스 인상파 미술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인상파 화가들에 한 단편적인 인상은, 이를테면 밝고 자연

스러운 빛을 찾아 야외로 나간 화가들이며 파리 근교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에 담은 화가들이라는 점이 아닐까. 과연 그럴까. 표면

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야외 풍경화를 그럴 듯하게 그렸다는 것

으로 그들이 근 까지 이어져온 서구 미술의 오랜 전통과 관습을

해체하고, 현 의 새로운 시선과 사상을 실천한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았다고는보기어렵다.

끌로드 모네를 생각해 보자. 파리에서 태어난 모네는 1874년의 전

시회에 출품한 <인상, 해돋이>로 주목을 끌었다. 이 그림을 중심으

로 일련의 젊은 화가들이 모이기 시작하여 인상파가 되었다. 그가

그린 걸작은 파리의 생 라자르 역 시리즈 작품이다. 생 라자르 역은

파리에서 두 번째로 번화한 역으로 1837년 프랑스 왕 루이 필리프

의 아내 마리 아멜리에가 준공하 다고 한다. 처음에는 생제르맹 앙

레로 가는 단선이었다가 1843년에는 3개 노선의 시발역이 되었고,

1900년 에는노선수가3배로늘어났다.

모네는 밝은 햇빛과 하얀 증기로 인하여 시시각각 풍경이 변하는

문화와삶

05법원사람들_2012.06

생 라자르 역을 그렸다. 왜 그렸을까. 그것은 바로 철도가 가리키는

것, 곧 현 의 질주하는 속도, 팽팽한 긴장, 새롭게 다가오는 20세

기적 삶의 생생한 증거가 바로 생 라자르 역이었기 때문이다. 진부

하고 관습적인 화풍을 강요해온 프랑스 왕립아카데미 화풍을 떨쳐

내고자 했던 모네에게 생 라자르 역은 단순한 교통 시설이 아니라

현 문명의 상징이었다. 기차역을 가득 채우는 증기, 뿌옇게 소멸

하 다가 다시 환하게 개는 플랫폼, 자연 채광을 위하여 광 하게

펼쳐져 있는 유리 천장, 그곳을 투과하여 역사 안으로 환하게 스며

드는햇빛들.

시인 기형도는“빛 속에 드러나는 한때의 광과 패잔의 흔적을 최

한의 지각능력으로 읽어내어 화폭 위에 담으려 했던 모네는 눈으

로 빛을 사고하고 색으로 표현한‘눈의 인간’이었다”고 쓴 적 있다.

이 표현은 바로 모네가 중세 혹은 근 까지 이어져온 서구의 합리

적 사고나 계몽적 시선, 더 나아가 유럽이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세

계를 장악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단일 시점을 벗어나, 세계는 끝없

이 유동하고 쉼 없이 변화하며 단 하나의 시선(강 국의 지배적 위

치)으로는결코다양하고다변하는세계를헤아릴수없다는당 의

시 정신을화폭에담아냈던것이다.

지적인세계가펼쳐져있는문화예술

이렇게 문화예술은 우리의 직관력을 드높이고 성찰적인 정서를 길

러주는 한편 세계를 사유하는 성찰의 힘을 단련시켜 준다. 단순한

여가나 취미가 아니라, 인류사의 변화와 지향을 모색해온 예술가의

치열한 가슴과 명민한 창조력을 도움 삼아 지금 우리 시 의 아픔

과 우리 내면의 황폐함을 직시하고 깨우치는 과정이 곧 문화예술을

가까이하는일이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일종의 한가로운 여가 선용이 아니라, 조금은

힘겹더라도‘날마다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하는

경지를 지향해야 한다. 슈베르트의 한없이 아득하고 매혹적인 선율

이 사실은 1820년 왕정복고에 따른 억압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예술가들이 탄식하고 방황하며 정서적 모색을 한 결실임을 깨달아

보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 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가 극

단적으로 립하던 19세기 중엽의 러시아 혼의 비 을 파헤친 것

이며, 피카소의 그림이 서구 강 국의 단일 시점(원근법) 신 다양

한 시선으로 세상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표현(인식)하고자 했던 노

력임을공부해보는것이다.

물론 이런 공부를 진짜 수험생이 공부하듯이 한다면 하루 이틀 만

에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화예술은 무슨 공식 외우듯이 그

렇게 몰입한다고 다 습득되는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여유

있게, 이를테면 도스토옙프스키의 소설 <악령>을 10년 격차를 두고

평생에 걸쳐 너덧 번씩 읽고 또 읽어본다는 마음으로, 높은 산에 오

르듯이 한걸음씩 내딛어 보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렇게 걷다

보면, 단순히 여가 생활로 여겼던 문화예술 작품들이 우리에게 오묘

한 정서적 감동, 감각의 경이로운 상태, 신선한 지적인 충격 등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도저히 그것을 그만 둘 수가 없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진부한 여가 생활이 아니라 치명적인 매혹의

정서적 충격과 경이로운 지적인 세계가 펼쳐져 있는 문화예술이라

는 신성한 숲. 그 속에서 한번쯤 길을 잃어보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필자는1994년문화비평지<계간리뷰> 편집위원

과2003년인터넷신문<오마이뉴스>의논설위원

및문화스포츠담당편집위원을지냈으며, 2005

년인문예술아카데미‘풀로엮은집’의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클래식, 시 를듣다>, <인공

낙원> 등이있다.

COURT STORY14 나의 일 나의 삶 Ⅰ | 봉사활동의 보람

18 나의 일 나의 삶 Ⅱ | 국민가요 소양강 처녀와 오봉산

22 행복에세이 Ⅰ | 주례(主禮) 이야기

25 행복에세이 Ⅱ | 한민국에서 아들 둔 엄마로 살아가기

28 행복에세이 Ⅲ | 좌충우돌‘딴따라’記

30 Book Cafe | 책 읽어 주는 부모

34 조사심의관 코너 | 두 가지 에피소드? 토막 이야기!

38 Court & People | 그림이 곧 내 생각이요, 나 자신

FUNNY STORY40 건강레시피 | 단호박

42 트렌드 | 나도 한번 귀농귀촌 해볼까?

44 세계오지기행 | 에티오피아의 꽃‘아디스아바바’

48 藝스러운 사람들 | 779m 정상을 뼛속까지 즐기다

49 Court News

52 러브메신저 | 전지방법원 유계 실무관이 보내는 편지

53 문화산책 | 2012 여수세계박람회, 울지마 톤즈 외

54 Quiz Quiz

55 칭찬합시다

행복에세이Ⅰ

공정한 눈으로 밝은 세상을 만드는

2012 Vol. 326 06

테마에세이

지난 연말, 12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미정씨, 이번‘성신원’

봉사활동에서 동화구연을 맡아주면 어떻겠습니까?”총무과

서무계의전화 다. 고아원에가서청소하고아이들 빨래정도

를 하고 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동화구연이라니? 말썽꾸

러기 아이들을 키우느라 평소에 목이 많이 잠겨 있어서 예쁜

목소리가 나올까 걱정이 앞서기는 했어도 아이들 앞에서 동화

구연을 할 상상을 하니 재미있을 것 같아, “해 보겠습니다”라

고 답하고 말았다.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분위기에어울릴만한동화를골라야하는데어떤이야기

가 좋을까?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좋을 것 같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배고픈

호랑이한테 잡힌 토끼가 기지를 발휘하여 호랑이를 골탕 먹이

고위기를모면하는전래동화를구연하기로결정을보았다.

호랑이 탈을 쓸까? 루돌프 머리띠를 두를까? 기왕에 하는 것이

니재미있게해보자는생각으로의상까지구상해가며파트너

인 강경미 계장님과 의기투합하여 함께 전문가의 지도를 받기

시작하 다. 그러나 얼마 후에 강 계장님이 병원에 입원하는

14나의일나의삶Ⅰ _ 최미정순천지원 리

일이 생겨 봉사활동 2주일을 앞두고 동화구연의 파트너가 강

계장님에서오현석실무관님으로바뀌었다.

우리 순천지원의 봉사활동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동화구

연이성공리에마무리되도록토끼목소리, 호랑이목소리에감

정을 넣고 표정을 바꿔가며 맹연습에 들어갔다. 일과 시간 후

에는 집에 가서 우리 아이들을 상으로 연습했고, 반복하여

연습하다 보니 여섯 살인 막내가 이야기를 모두 외워서 다음

부분을먼저 구연할정도 다. 소품으로밤송이가필요하여고

민하고 있었는데 셋째가“엄마, 밤송이는 만들면 되지요”라고

걱정을 해결해 주었다. 이쑤시개 30개를 반으로 잘라 뾰족한

부분에 색색의 물감을 묻힌 다음, 물감이 묻지 않은 쪽을 동그

란 모양의 스티로폼에 꽂으니 정말 예쁜 밤송이가 되었다. 아

이들이쓰던 나무피리도챙겨두었다.

순천지원에는법관과직원들로구성된‘사랑나눔회’라는봉사

모임이 있다. 명절, 크리스마스 등이 되면 불우한 가정에 쌀과

생필품 배달을 하기도 하고, 독거노인 가정에 연탄배달을 하기

도 하고, 사회시설 등에 가서 청소를 하기도 한다. 마음은 늘 있

었지만 한 번도 참여를 못하고 있었던 차에 크리스마스이브에

하는이번봉사활동에동참할수있는기회가주어진것이다.

고아원이라면 내가 꼭 가야 한다는 왠지 모를 강한 끌림을 느

꼈다. 크리스마스이브라면 우리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데……. 봉사도 기회가 있을 때 하는 것, 지금이 아니면 늦겠다

는생각으로우리아이들에게는 양해를구하 다. 고아원에가

서 청소하고, 빨래만 하고 돌아와도 보람될 것 같은데 동화구

연까지준비해서가니꽤괜찮은선물을가지고간다는생각에

어깨가으쓱해지기까지했다.

고교 시절에 친구 자취방이‘성신원’근처이어서 자주 그 앞을

지나곤 했었다. 고아원에 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참에 어

느 날 친구가‘성신원’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들어갔다가

적막한정원만산책하고돌아나왔던기억이아련하다.

그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세월의 흐름을 말해 주는 듯 새로운

건물들이 세워져 예전 정원의 맛이 줄어든‘성신원’에 들어섰

다. 최수환 지원장님을 비롯한 봉사단원들이 산타 복장과‘사

랑나눔회’조끼를 나눠 입고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

내고있을때에도오실무관님과나는 동화연습에여념이없었

다. 고아원에 왔으니까 아이들의 손도 잡아 보고 이름도 불러

보며 함께 만든 음식을 나누어 먹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우리는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

다. 내 마음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초조함으로 가득했다. 유

난히도 추위를 타는 내가 난로도 없는 곳에서 덜덜 떨면서 연

습했지만, 시간은쏜살같이지나갔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다가와 동화구연이 시작되었다. 예상했던

로 그 많은 아이들과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의 얼굴에 꽂혔

다. 바로 앞에 앉아 눈을 크게 뜨고 이야기를 듣는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연습했던 만큼만 하자’는 생각으로 연극에 몰입하

다. 오현석 실무관님도 기 이상으로 실력발휘를 해 주셨

다. 아이들이즐거워했고주위에서는잘했다는말 들을해주

셔서‘잘끝났구나’하는안도의한숨을쉬었다.

동화구연을 마치고 나니 비로소 주위의 아이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에도 네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뜰

에 나와 노닐고 있었고, 큰 아이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이

친형제들처럼 보 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이 고아원일 뿐 여느

15법원사람들_2012.06

행복에세이Ⅰ _ 김수학 구고등법원법원장

주례입문

지난 4월 꽃샘추위도 잠시 머뭇거리던 화창한 주말에 결혼

식 주례를 섰습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지인들의 요청을 거

절하지 못하고 승낙하다 보니 주례를 선 것이 벌써 열 손가

락으로 헤아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지원장으로 근무할 당시

같은 직원끼리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하여 첫 주례의 테

이프를 끊었는데, 그때가 마흔이 갓 넘은 나이 으니 가히

약관의경력이라할만합니다.

과거 사무실에서 이혼부부의 이혼의사 확인을 한 것이 이혼

주례를 선 것이라면, 이제는 젊은이들의 출발을 축복해주기

위한 결혼주례를 서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이 되어

법원장으로 근무한 최근 몇 년 동안 간간이 주례를 서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생을 함께할 젊은 부부의 중 사를 앞두

고 주례를 한다는 것은 항상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젊은이들

에게 주례사를 들려줄 자격과 인격을 갖추었는지 반문하면

서스스로자신을돌아보게됩니다.

법정과예식장

예식장을 둘러볼 때는 항상 법정의 모습을 연상합니다. 법정

과 예식장은 닮은꼴입니다. 재판장의 자리에 주례가 서고 바

로 앞에 신랑 신부가 당사자처럼 주례를 향해 섭니다. 신랑

및 신부의 양가 혼주가 서로 상 방을 향해 마주 보고 앉으

니 양쪽의 리인 내지 검사와 변호인의 모습을 보는 듯합

니다. 역할은 많이 다르나 자리가 흡사하고, 엄숙하고 진지

한분위기를연출하는점에서공통점을가지고있습니다.

사회자의 소개에 따라 주례가 먼저 단상에 올라 하객을 향

해 정중하게 인사를 합니다. 이때는 재판장이 법정에 들어서

서 당사자와 방청객을 향하여 인사를 드리는 시간입니다. 신

랑 신부의 입장이 끝나면 주례가 맞절을 시키고 혼인서약

및성혼선언을한다음주례사를하게됩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이지만 주례는 위와 같은 순서

를 진행하면서 식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경

건하면서도 즐겁고 축복받는 예식이 되도록 하는 데에 주례

의 역할이 큰 점은, 법정에서 엄숙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는 재판장의 역할과 매우 비슷합니다. 국민들이

“판결문을 잘 쓰는 판사”보다“재판을 잘하는 재판장”을 원

하듯이 유창한 주례사보다는 예식장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

면서도 혼인의 엄숙함을 보여주는 주례의 역할을 더 원할

것입니다.

主禮

22

주례사

주례사는모두가 동소이합니다. 신랑신부의새로운출발을축

하하고백년해로를기원하는내용을담고있습니다. 축복의의미

를 담아 간결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주례사를 하기란 그렇게 쉽

지가않습니다. 개의경우주례사를미리작성하여낭독하거나

보면서말하게되는데, 간결하고정제된판결문을작성하는것이

쉽지 않듯이 예식장의 분위기나 신혼부부의 집안 사정에 맞추어

인생의 선배로서 축하와 충고의 말을 전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아닙니다.

저는 주례사를 만들 때 기본 매뉴얼을 정해 놓고 이를 수정해

가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인사말

과 신랑 신부의 인적사항을 소개한 후에“부부는 사랑하기 위하

여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는 서로

가 존경심을 가져야 하며, 부부간에 의견 충돌이 생기더라도 인

내심으로극복해야하고, 화목한가정을유지하기위해서는건강

이필수적이라는것”등을말한다음에마무리를합니다.

좀 더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부부간의 사랑을 말할 때는

“태초에 신이 여자를 남자의 머리로 만들지 않은 것은 남자를

지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발로 만들지 않은 것

은 그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갈비뼈로 만들었던

것은, 여자는 남자의 가슴 곁에 있게 함이다”라는 탈무드의 말을

인용합니다.

부부 사이의 존경과 예를 강조하는 부분에서는“부부간에는 서

로가‘여보, 당신’이라는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존경과 예를 표시

하여야 합니다. 이제는‘자기, 오빠, 너’등과 같은 가볍고 예스

럽지 못한 호칭을 쓰지 않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고

쑥스럽겠지만 그렇게 호칭하는 것이 상 방에 한 배려이고 나

아가 앞으로 태어날 자녀들에 한 좋은 교육이 될 것입니다”라

고말합니다.

인내심의 필요성에 하여는“부부가 가정을 이루어 살다 보면

넘어야 할 고비도 있고 가끔 불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서로가

이것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의견충돌이

생기더라도 이와 관련이 없는 상 방의 약점을 지적하거나 자존

심을 건드리는 말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며 끊임없는 인내와 사랑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기 바

랍니다”라고충고를합니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외국의 어느 주교 신부의 말 을 인용함으

로써 끝을 맺습니다. “결혼하면 싱 때보다 덜 예뻐 보이지만

더 안전해진다. 결혼하면 슬픔과 기쁨이 동반되고 더 힘겨운 짐

이 기다리지만, 사랑이 버팀목이 되어 주니 어떤 짐인들 무거우

리오.”

저는주례사를만들때

기본매뉴얼을정해놓고

이를수정해가면서사용하고있습니다“

23법원사람들_2012.06

나의일나의삶Ⅰ

트렌드

못 생겼다는 말을 비유할 때 '호

박 같다'라고 하지만 이제 옛말

이 되어버렸다. 호박의 모양새

도 동 동 예뻐졌지만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단호박은 타임지

가 선정한 세계 10 슈퍼푸드

로당당히그이름을올렸다. 단

호박은 씨, 껍질 등 버릴 것이

없는훌륭한건강식품이다.

슈퍼푸드

40건강레시피

_ 권은미푸드칼럼니스트

단호박

단호박

베타카로틴 : 100g 당 1145mg

비타민A : 100g 당 191mg

칼로리 : 100g 당 29Kcal

*악성빈혈, 신경과민예방

맛과 양이 뛰어난 단호박은 식이섬유와 미네랄, 탄수화물, 당

질이 풍부하고 비타민A, B, C, E 등을 함유해 비타민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단호박은 아주 특별한 성분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동물성 식품에 주로 많이 있는 비타민B12다. 이 성분이 부

족하게 되면 악성빈혈과 신경과민증세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

에아주중요하다.

*면역력, 항암효과

단호박은 무엇보다 옐로우 푸드의 표적인 특징인 항암효과로

호박의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세포가 늙고 질병이 퍼지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미네랄과 비타민 B, 비타민C, 필수 아미노산(호

박씨)이 풍부하여 면역력 강화 및 성장기 어린이의 성장발육과

두뇌발달에 좋다. 단호박은 인슐린 분비를 도와주는 효능으로

당뇨병환자에게도좋은음식이다.

*노화, 감기예방

단호박은 항산화 작용을 하는 루테인 성분과 베타카로틴 성분

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노화방지, 각종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특이 노란색이 진할수록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비타민과 칼슘

특히 당질이 풍부하여 피로회복을 촉진시켜준다. 또한 비타민

이 풍부하고 따뜻한 성질이 있어 몸이 찬 사람에게 좋으며 열을

식히고해독작용을하기때문에감기예방에도탁월하다.

*장운동에효과적

베타카로틴 성분이 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고 몸의 원기를

보충해주는데 도움을 준다. 단호박은 수분의 함량이 높고 섬유

질이 풍부해 갈증해소에 좋고 변비에 효과적이며 팩틴이라는

성분은 장의 운동을 도와 배변활동을 원활하게 도와준다. 호박

은 익을수록 당분이 높아지는데 이 성분은 소화 흡수를 도와 위

장이약한사람이나위궤양환자에게좋다.

*다이어트식품

단호박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면

서 눈의 피로와 백내장을 완화시키기 때문에 장시간 전자파에

노출되거나책을봐야하는사람에게도효과적이다. 고구마의절

반정도의 낮은 칼로리에 비해 포만감이 크고 소화속도가 다른

음식물에비해느리기때문에다이어트식품으로도알맞다.

41법원사람들_2012.06

디저트로좋은단호박양갱

재료 |껍질 깐 단호박 500g, 물 200g, 우유100g, 한천가루

10g, 설탕60g, 올리고당1T, 소금약간

요리하기

1. 껍질을벗겨찐단호박은뜨거울때곱게으깨둔다.

2. 한천가루는 찬물과 우유에 섞어 10분 정도 충분히 불린 후

약불에서설탕, 소금을넣고잘저어가며바 바 끓인다.

3. 2에 으깬 단호박을 넣고 고루 섞어 끓여준 후, 걸쭉해지면

물엿을넣고불에서내려한김식힌다.

4. 원하는틀에양갱반죽을부어1시간정도굳힌다.

Tip. 틀에물스프레이를한후반죽을부어주면굳은후잘떨어진다.

1 2 3 4

R e c i p e

42트렌드

_ 편집실

귀농귀촌이진화하고있다

최근 서점가를 유심히 살펴보면 귀농귀촌 관련 책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귀농귀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는 얘

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2000년 이후에 도

시에서 농촌으로 거주지를 옮긴 인구는 약 93만 명인 반면, 농

촌에서 도시로 거주지를 옮긴 인구는 약 83만 명이라고 한다.

매년 귀농인구 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2001년 귀

농인구가 880세 으나 2010년에는 4,067세 로 늘어났고,

2011년은1만503세 에이른다. 이는전년 비158%가증가한

수치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세 또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고 한다. 통계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 귀농귀촌이 일시적인 것

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인 트렌드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

아가고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너도 나도 귀농귀촌을 하고 있고, 희망하

고 있는 것일까. 사실 전원생활이라고 하면 도시인 누구나가

꿈꾸는‘로망’이다. 도시의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높이고 자연과 더불어 여유 있게 살기 위해 귀농귀촌을 꿈꾼

다. 또한 올해부터 베이비부머 세 (1955~1963년 사이에 태어

난 세 )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인생 2모작에 한 관

심이 높아졌고, 그 안으로 귀농귀촌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이러한 관심이 중장년층에 한정되지 않

는다는 것이다. 실제 2011년 귀농 연령별 현황을 보면, 50 가

33.7%, 40 가 25.5%, 30 이하가 16.5%로 나타남으로써 젊은

층의귀농이활발해졌음을알수있다.

귀농귀촌이 과거에는 도시에서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었다면, 지금은 도시에서의 기

43법원사람들_2012.06

‘친구따라강남간다’는말은옛말이됐다. 이제는친구따라

강남이 아니라 시골로 간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시 가 됐기

때문이다. 즉, 이전에는 산업화로 인해 농촌의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을 의미했던‘이촌향도 현상’이 사회적인 문제

다면, 오히려 지금은 역으로‘이도향촌’이라고 말을 바꾸어

야 할 만큼 귀농귀촌을 하는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당분간이러한현상은지속될것으로전망되고있다.

반을 바탕으로 그것을 농업과 접목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

출하고자 귀농귀촌을 결심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도시형 농부’, ‘도시형 농

업’이 주목받게 됨으로써 귀농귀촌이 새롭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공적인귀농귀촌을위해서라면

서점에 놓인 귀농귀촌 관련 책 제목만 보면, 나도 당장 귀농귀

촌을 하면 성공해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말처

럼 쉽지 않은 것이 귀농귀촌이며, 또한“할 일 없으니 시골 내

려가서 농사나 짓지 뭐”하는 식으로 우습게 봤다가는 큰 코 다

칠 경우의 수가 많은 것이 바로 이 귀농귀촌이라 할 수 있다. 그

래서가장중요한것이귀농귀촌을위한준비단계이다.

그동안 귀농학교를 졸업한 사람만도 3천5백 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정착해서 잘 사느냐 하면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말 그 로 귀농귀촌은 이상이 아닌 현

실이기 때문이다. 한 번도 시골에서 살아보지 않은 이들이 이

론을 습득했다고 해서 교과서 로 살아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반기면서, 이들이 안정적으로 생활 기반을 닦고, 성공적으로

귀농귀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 및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귀농귀촌 종합센터(www.returnfarm.com), 통합농업교

육정보 서비스(www.agriedu.net)’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교육

서비스를제공받을수있으니꼼꼼하게체크해봐야한다.

지난 5월 19일에는 농림수산식품부 주최로 귀농귀촌 전문가와

성공적인 귀농인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는‘제1

회 귀농귀촌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

는 곳이라면 발품을 파는 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오랫동

안 살아온 터전을 떠나 낯선 곳에서 그것도 농촌에서 또 다른

삶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꿈꾼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기꺼이 수고로운

삶을살겠다는굳건한마음가짐이아닐까.

건강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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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눈으로밝은세상을만드는사람들

S t o r yT H E M E

드라마작가노희경은“사랑하지않는자는

모두 유죄”라 했다. 사랑만이 아니라 눈앞

에 자연을 두고도 방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유죄가 아닐는지. 문화생활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집 앞 공원에 가

서 자연 위를 걷고, 꽃과 하늘을 감상하고,

시원한 바람을 느끼는 것. 자연은 한 번도

예술을동경한적이없다고하지않았던가.

누리지

않는자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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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테마에세이

_ 정윤수문화평론가

문화예술, 우리삶의본질과연관된것

흔히 문화예술을 적당한 여가와 취미 정도로 여기곤 한다. 바쁜 일

상 속에서 잠시 틈을 내어 클래식을 감상하는 것, 잡다한 인터넷 정

보에 허덕 다가 오랜만에 정갈한 시집을 펼쳐 읽는 것. 이러한 행

위들의 일상적인 소중함은 틀림없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곤란하다.

이를테면 휴가를 생각해보자. 휴가, 그 자체가 목적이고 그것을 어

떻게 알차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할 텐데, 산업화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살아온 한국의 관습에서 휴가는 개‘재충전

의 시간’으로 작동한다. 이는 인간의 삶을 충전과 방전이 거듭되는

기계로 여기는 것이다. 휴가, 여유, 쉼, 성찰 같은 것은 방전된 배터

리를 충전하는 부수적인 행위로 전락한다. 문화예술을 여가와 휴식

정도로 접근하는 것 역시 그 소중한 가치들을 부수적인 수단으로

여기는 일이 되고, 이는 결국 자신의 삶을 항상 닦고, 조이고, 기름

쳐야하는기계로전락시키는상황이되고만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이 짬이 나면 잠시 가까이 해보는 취미가 아니라

우리 삶의 본질과 연관된 소중한 것임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19세기 말, 프랑스 인상파 미술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인상파 화가들에 한 단편적인 인상은, 이를테면 밝고 자연

스러운 빛을 찾아 야외로 나간 화가들이며 파리 근교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에 담은 화가들이라는 점이 아닐까. 과연 그럴까. 표면

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야외 풍경화를 그럴 듯하게 그렸다는 것

으로 그들이 근 까지 이어져온 서구 미술의 오랜 전통과 관습을

해체하고, 현 의 새로운 시선과 사상을 실천한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았다고는보기어렵다.

끌로드 모네를 생각해 보자. 파리에서 태어난 모네는 1874년의 전

시회에 출품한 <인상, 해돋이>로 주목을 끌었다. 이 그림을 중심으

로 일련의 젊은 화가들이 모이기 시작하여 인상파가 되었다. 그가

그린 걸작은 파리의 생 라자르 역 시리즈 작품이다. 생 라자르 역은

파리에서 두 번째로 번화한 역으로 1837년 프랑스 왕 루이 필리프

의 아내 마리 아멜리에가 준공하 다고 한다. 처음에는 생제르맹 앙

레로 가는 단선이었다가 1843년에는 3개 노선의 시발역이 되었고,

1900년 에는노선수가3배로늘어났다.

모네는 밝은 햇빛과 하얀 증기로 인하여 시시각각 풍경이 변하는

문화와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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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법원사람들_2012.06

생 라자르 역을 그렸다. 왜 그렸을까. 그것은 바로 철도가 가리키는

것, 곧 현 의 질주하는 속도, 팽팽한 긴장, 새롭게 다가오는 20세

기적 삶의 생생한 증거가 바로 생 라자르 역이었기 때문이다. 진부

하고 관습적인 화풍을 강요해온 프랑스 왕립아카데미 화풍을 떨쳐

내고자 했던 모네에게 생 라자르 역은 단순한 교통 시설이 아니라

현 문명의 상징이었다. 기차역을 가득 채우는 증기, 뿌옇게 소멸

하 다가 다시 환하게 개는 플랫폼, 자연 채광을 위하여 광 하게

펼쳐져 있는 유리 천장, 그곳을 투과하여 역사 안으로 환하게 스며

드는햇빛들.

시인 기형도는“빛 속에 드러나는 한때의 광과 패잔의 흔적을 최

한의 지각능력으로 읽어내어 화폭 위에 담으려 했던 모네는 눈으

로 빛을 사고하고 색으로 표현한‘눈의 인간’이었다”고 쓴 적 있다.

이 표현은 바로 모네가 중세 혹은 근 까지 이어져온 서구의 합리

적 사고나 계몽적 시선, 더 나아가 유럽이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세

계를 장악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단일 시점을 벗어나, 세계는 끝없

이 유동하고 쉼 없이 변화하며 단 하나의 시선(강 국의 지배적 위

치)으로는결코다양하고다변하는세계를헤아릴수없다는당 의

시 정신을화폭에담아냈던것이다.

지적인세계가펼쳐져있는문화예술

이렇게 문화예술은 우리의 직관력을 드높이고 성찰적인 정서를 길

러주는 한편 세계를 사유하는 성찰의 힘을 단련시켜 준다. 단순한

여가나 취미가 아니라, 인류사의 변화와 지향을 모색해온 예술가의

치열한 가슴과 명민한 창조력을 도움 삼아 지금 우리 시 의 아픔

과 우리 내면의 황폐함을 직시하고 깨우치는 과정이 곧 문화예술을

가까이하는일이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일종의 한가로운 여가 선용이 아니라, 조금은

힘겹더라도‘날마다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하는

경지를 지향해야 한다. 슈베르트의 한없이 아득하고 매혹적인 선율

이 사실은 1820년 왕정복고에 따른 억압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예술가들이 탄식하고 방황하며 정서적 모색을 한 결실임을 깨달아

보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 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가 극

단적으로 립하던 19세기 중엽의 러시아 혼의 비 을 파헤친 것

이며, 피카소의 그림이 서구 강 국의 단일 시점(원근법) 신 다양

한 시선으로 세상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표현(인식)하고자 했던 노

력임을공부해보는것이다.

물론 이런 공부를 진짜 수험생이 공부하듯이 한다면 하루 이틀 만

에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화예술은 무슨 공식 외우듯이 그

렇게 몰입한다고 다 습득되는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여유

있게, 이를테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악령>을 10년 격차를 두고 평

생에 걸쳐 너덧 번씩 읽고 또 읽어본다는 마음으로, 높은 산에 오르

듯이 한걸음씩 내딛어 보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렇게 걷다

보면, 단순히 여가 생활로 여겼던 문화예술 작품들이 우리에게 오묘

한 정서적 감동, 감각의 경이로운 상태, 신선한 지적인 충격 등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도저히 그것을 그만 둘 수가 없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진부한 여가 생활이 아니라 치명적인 매혹의

정서적 충격과 경이로운 지적인 세계가 펼쳐져 있는 문화예술이라

는 신성한 숲. 그 속에서 한번쯤 길을 잃어보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필자는1994년문화비평지<계간리뷰> 편집위원

과2003년인터넷신문<오마이뉴스>의논설위원

및문화스포츠담당편집위원을지냈으며, 2005

년인문예술아카데미‘풀로엮은집’의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클래식, 시 를듣다>, <인공

낙원> 등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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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고양시는사방으로한발내딛기만해도삶을풍요롭게하고가슴

설레게 하는 것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는 문화예술도시이다. 일

일이 장소를 다 열거하지 않아도 도시가 하나의 거 한 복합문화

예술 공간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이러한 환경적∙문화적

혜택을 오롯이 누리고 있는 고양지원 사람들은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하며몸에맞는문화생활을즐기기에여념이없다.

의 정 부 지 방 법 원 고 양 지 원

테마코트_ 김경순기자 사진_ 장현선포토그래퍼

일상을격조있게

생활을예술로바꾸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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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법원사람들_2012.06

문화와예술이함께하는고양지원

최근 고양지원 청사 내에서‘봄, 설렘’이라는 테마로 화랑전이 열려 화제다. 단순히 청사 벽면을 미술

작품으로 장식해 놓은 것이 아니라, 한국미술협회 고양시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계절별로 테마에 어

울리는 정상급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로 한 것. 한 마디로 법원 자체가 문화공간인 셈이다. 작가들

은 비용 부담 없이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고 또 민원인들은 법원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며 잠

시나마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법원 속의 화랑展’은 평소 법

원의 분위기가 무겁고 딱딱한 것이 마음에 걸렸던 조원철 지원장의 아이디어다. “법원은 소송당사자

들이 이용하는 공간이지만 넓게는 관내 시민들의 공간이고, 보다 넓게는 국민 전체의 공간입니다. 고

양지원에서의 그림 전시가 법원을 밝게 정화(淨化)하고, 또‘시민들의 법원’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조

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앞으로도‘법원 속 화랑’에서는 단체전 및 개인전을 기

획하고있고, 화가뿐만아니라사진작가, 서예가들에게도전시공간을개방할계획이라고한다.

남신향 판사와 곽용헌 판사는 복합예술문화센터인 고양아람누리를 추천한다. 문화생활이라고 해봐야

화관람 정도 던 곽 판사는 아람누리에서 뮤지컬, 콘서트, 전시회 등 말 그 로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수있고, 특히주변에맛집들이많다고전한다. 남판사는아람누리에서‘서울모테트합창단’공연

을 본 적이 있는데 지휘자의 설명과 지도를 받으면서 직접 노래할 수 있는 연주회라 인상 깊었다고 한

다. 음향시설은물론, 교통편도편리하고무엇보다고양지원에서걸어갈수있어더욱좋다고한다.

깊이있는시선으로삶을풍요롭게

같은 것을 보고 얼마만큼 감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풍요와 빈곤이 나뉜다고 한다. 곧 삶의 풍요는 감

상의 폭이라는 것. 때문에 다른 시선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들여다 볼 수 있는 깊이를 가지기 위해 문

화생활이필요하다.

조정근 사법보좌관은 디지털 시 에 냉철한 이성 이상으로 정서적으로 뛰는 가슴이 필요한데, 아날

로그의 감성을 자극하는 표적인 것이 바로‘책’이라고 믿는다. 가족들과 파주출판단지를 종종 찾

는 그는 문화적인 쉼터이자 교육적인 면에서 매우 좋은 장소라며 강추한다. 주말에 가볼 만한 곳으로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헤이리예술마을’. 작년 초 고양시로 이사 온 서 국 참여관이 첫 번째로 가족

나들이한 곳이기도 하다. 매달 문화 스케줄을 작성할 만큼 문화생활에 열성적인 그는 헤이리예술마

을이가족나들이하기에안성맞춤이라고말한다.

올 4월 결혼한 새내기 부부 강 목, 이초아 실무관에게 일산호수공원은 남다른 추억 장소다. 호수공

원 잔디밭에서 즐기는 점심식사는 마냥 즐거운 시간이라고. 무엇보다 호수가 있고, 나무가 있고, 너른

잔디밭이 있는 이곳에서 분위기 있게 데이트를 즐기며 사랑을 키웠으리라. 정경민 주임에게 아픈 기

억(?)을 선사했던‘중남미문화원’은 우리에게 조금 낯설고 접하기 힘든‘마야, 아즈텍, 잉카문화’등

중남미문화를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그녀는 조각공원에서는 조각품도 감상하고

사색을즐길수있어부족함이없는문화공간이라고적극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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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을 즐기는6人6色

팍팍한 삶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주는 것 중에 하나가‘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일 게다. 그리고 다행

히도 이 세상은 그러한 빛이 되어 주는 문화생활이 참으로 다양하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알차게

문화생활을즐기는6인의이야기를들어보았다.

08

조원철지원장

법원 속 화랑을 계획한 것이 계기가 되

어 시간 여유가 있을 때면 미술관, 전시

회를 찾는다는 조원철 지원장. 최근에

는 생전 처음 그림 한 점을 구입했다고

한다. 성남지원에 근무했을 때는 광주,

이천, 여주 일 에 있는 도자기를 보러

다녔던 그에게 문화생활이란‘삶의 향

기’다.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마음에

서 우러나오는 로 하고 싶은 것을 하

면서 나 자신을 표현하는 가운데 나만

의향기가나기때문”이라고말한다.

남신향∙곽용헌판사

남신향 판사는 공연전시 다이어리를 쓰

는 것을 추천한다. 보고 싶은 공연이나

전시회를 놓치지 않아서 좋고, 감상평을

정리해 두면 감정의 여운을 두고두고 느

낄 수 있어 좋다고. 그녀에게 문화생활이

란‘비타민’이다. 지친 마음의 피로를 풀

어주기 때문이다. 곽용헌 판사에게 문화

생활은‘삶의 활력소’다. 기분전환을 하

고 싶을 때마다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아름답거나 재미있는 것’을 보면 기분

도좋아지고, 일도더잘되는것같다고.

조정근사법보좌관

문화생활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라는 게 조정근 보좌관의 얘기. 가

깝고 쉽게 그리고 마음이 원하는 것을

즐긴다면, 바로 그게 알찬 문화생활이

라는 것이다. 그의 경우도 손이 닿는

곳에 책을 두고 읽고, 틈만 나면 테니

스장으로 달려 가곤 한다. 그에게 문화

생활이란‘자기의 재발견’이다. 문화

를 즐기면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자신

의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

이라고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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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법원사람들_2012.06

이초아∙강 목실무관

새내기 부부답게 아기자기하게 문화생

활을 즐기는 두 사람은 고양시청 홈페이

지를 자주 방문해 공연일정을 체크한다.

특히 고양아람누리를 자주 이용하는 편

인데, 이곳에 회원가입을 해 두면 할인

혜택이 있어 그 재미가 쏠쏠하다고 귀띔

해 준다. 두 사람에게 문화생활이란‘충

전소’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문화생

활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 국참여관

서 국 참여관은 고양시로 이사 온 뒤

소식지를 정기 구독하면서 매달 문화

스케줄을 계획하고 작성한다. 계획만

으로도 이미 문화생활의 반은 했다고

보는 그에게 문화생활이란 로맨틱하

게도‘데이트’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부부만의 문화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

은데,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난 후

늦은 밤 아내와 오붓하게 바깥나들이

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초

등학교 저학년생 아이를 둔 부모들은

절 공감할거라고.

정경민주임

꼭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만 좋은

문화생활이 아니라는 게 정경민 주임

의 지론이다. 전국의 유명한 곳을 찾

아 보는 것도 좋지만, 주변을 둘러보

면 소박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의외로 많다고 말한다. 눈을

크게 뜨고 잘 찾아보라는 조언까지 아

끼지 않는 그녀에게 문화생활이란

‘103배 절 수련’과도 같다. 그 이유는

더 행복한 삶의 원동력이 되고, 더불

어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찾아주기 때

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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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문화생활’을테마로진행된6월호앙케트에는115명의고양지원직원들이참여했습니다.

그 결과를 보면, ‘문화생활을 즐기는 횟수’를 묻는 질문에‘한 달에 한 번’이라고 답한 직원이

45명(39%)으로 가장 많았고, ‘한 달에 두세 번’이라고 답한 직원이 43명(37%)으로 그 뒤를 이

어 고양지원 직원들의 상당수(응답자 중 76%)가 정기적으로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문화생활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직원도 18명(16%)으로 그 뒤를 이었습

니다. ‘한 달 문화생활비로 지출하는 액수’를 묻는 질문에 42명(37%)이‘5~10만 원 미만’이라

고 답했으며, 그 뒤를 이어‘3~5만 원 미만’(23%), ‘1~3만 원 미만’(15%), ‘1만 원 미만’(12%) 순

으로나타났습니다.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유’로는 47명이‘여유 있는 삶을 즐기기 위해서’(41%), 38명이‘가족 나

들이 겸 자녀교육 목적’(33%)이라고 답했으며, ‘문화생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30~50점 미

만’(35%)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50~70점 미만’(28%), ‘1~30점 미만’(26%) 순으로 나타나

문화생활만족도는비교적낮은것으로나타났습니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는 건 큰 행복입니다. 복합문화예술

공간인 고양아람누리를 비롯해 일산

호수공원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문

화적인 혜택을 다양하게 받고 있는

고양지원 직원들의 문화생활 스타일

을알아봅니다.

문화생활얼마나즐기고계십니까?

테마앙케트 의정부지방법원고양지원

Q1.문화생활을즐기는횟수는어느

정도입니까?

�한달에한번

� 한달에두세번

� 일주일에한번

� 일주일에여러번

� 거의하지않는다.

Q2.한달문화생활비로지출하는액수는

어느정도입니까?

� 1만원미만

� 1~3만원미만

� 3~5만원미만

�5~10만원미만

� 10만원이상

� 기타

1%(1명)

7%(8명)

37%(43명)

16%(18명)

39%(45명)

10%(12명)

3%(3명)

12%(14명)

15%(17명)

23%(27명)

37%(4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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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가장기억에남는문화생활은?

11법원사람들_2012.06

Q3.당신이문화생활을즐기는이유는

무엇입니까?

�여유있는삶을즐기기위해서

� 자기계발및소양을쌓을목적으로

� 가족나들이겸자녀교육목적으로

� 연인(배우자)과데이트를즐기기위해서

� 특별히다른할일이없기때문에

5%(6명)

33%(38명)

8% (9명)

13% (15명)

41%(47명)

Q4.현재당신의문화생활만족도는

몇점입니까?

� 1~30점미만

�30~50점미만

� 50~70점미만

� 70~90점미만

� 90~100점

Q6.법원가족들에게추천하고싶은문화생활장소는?

26%(30명)

3%(3명)8%

(9명)

28%(32명)

35%(41명)

① 뮤지컬관람 ② 역동적이고생생한현장감

① 꽃박람회관람 ② 가깝고봄의기운을느낄수있었다.

① 수목원관람 ② 공기좋고, 밤에조명설치가멋있었다.

① 양평농촌체험 ② 아이들과함께시골생활체험

① 조수미콘서트 ② 평소좋아하는성악가의공연

① 운동 ② 스트레스해소

① 뮤지컬 ② 종합공연예술의미학

① 클래식공연 ② 혼을울리는감동

① 노트르담드파리 ② 남자배우들의수준높은노래실력과박진감있는안무

①작품(공연, 전시, 뮤지컬, 체험등) ②이유

① 정선레일바이크 ② 경치가좋다.

① 고양아람누리 ② 쾌적한공연관람가능

① 방산계곡캠핑 ② 여름휴가로좋은장소

① 장흥아트파크 ② 가까운곳에서문화생활만끽

① 상암하늘공원 ② 캠핑하기좋은장소

① 화관 ② 여름에시원한문화생활 위

① 서울시내미술관 ② 다양한장르의전시

① 워터파크 ② 시원한물놀이

① 2012 여수세계박람회 ② 가족, 연인과뜻깊은체험

①장소(전국어디든) ②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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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테마인터뷰

_ 김성주기자 사진_ 장현선포토그래퍼

감동적인 공연으로 중에게 문화의 가치를 일깨우기 위해 20여

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방울을 흘려 온 이가 있다.

기획, 컨설턴트, 조연출, 프로듀서 등 다양한 역할로 공연계에서

실력있는문화예술기획자로자리잡은김순국씨이야기다.

감동전하는문화행복전도사를꿈꾸다

공연기획은좋은인력을키우는일

흔히 문화예술공연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이 정해져

있다. 무 위에서 관객에게 직접 감동을 전해주는 연기자나 공

연자 그리고 전체 무 를 지휘하는 연출가나 작가 정도다. 하지

만 하나의 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그 외에도 많은 사람의 열

정이 필요하다. 각종 기술 스태프들은 물론이요, 공연을 기획하

고, 마케팅하고, 현장을 조율하는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합쳐져야

비로소 하나의 온전한 공연이 준비되는 셈이다.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공연예술의 진짜 드라마는 공연이 펼쳐지는 무 위가

아니라무 를준비하는현장에서펼쳐진다고.

지난 23년 동안 문화공연예술의 다양한 분야에서 그 현장들을

체험해 온 김순국 씨는 그 드라마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이라 할 수 있다. 바쁜 와중에도 지난해 12월, <김PD의 공연기

획>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된 것도 바로 그 애정에서 비롯

된일이다.

“이쪽 일을 하다 보면 가장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게 바로‘사

람’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공연기획은 전문 지식과 경험과 종합

사고를 필요로 하는 사업 분야이거든요. 기술이나 자본도 중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좋은 인력을 키우는 일이라

는거죠. 제가오랫동안현장에서겪은경험들을통해한사람이

라도 더 문화예술기획에 관심을 두게 되고, 또 그 일을 하는데

실질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문화예술기획자김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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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법원사람들_2012.06

각종 극단 및 예술단, 협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해 왔던 그

는 지난 3월부터 경기도립극단에서 기획실장 일을 하고 있다.

지역시민에게감동을전할수있는공연을기획하고, 경기도문

화예술의발전을위해궂은일을마다치않는자리다.

“사실 국내 지자체마다 각종 문화시설이 많잖아요. 하지만 부

분의시설이각지역특유의색깔이나역사, 문화등을아우르고

있지는못한상태죠. 제가고민해야할부분은단순히어떤공연

을 기획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문화로 어떻게 주민에게 감동을

줄수있느냐는거예요.”

꿈 많은 할리우드키드에서 능력 있는 문화예술기획

자로

지금이야 문화예술, 그중에서도 공연예술계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파 프로듀서로 자리 잡은 그이지만, 원래 그는 화의 매력

에 사로잡혀 있던 전형적인‘할리우드키드’ 다. 화가 주는

감동에 사로잡힌 까닭에 그 자신도 그 감동을 자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서울예 에 진학해서 졸업 후에는 화판에 뛰어

들리라 각오를 다지고 있던 시절, 우연한 기회에 공연계에 발을

디디게된다.

“선배이기도 한 연출가 이윤택 선생의 제의가 있었어요. 잘 맞

을 것 같다고, 해보지 않겠냐고. 그 후 4년을 연희단거리패에서

이윤택 선생과 함께 일했죠. 그러면서 공연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된것같아요. 예술기획의일에도매력을느꼈고요.”

1990년 연극계에서 가장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작품 중 하

나인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조연출을 담당했던 그는 그 뒤로

도 연희단거리패의 많은 작품과 함께했다. 이후 97세계연극제,

과천공연예술제 등에서 기획 및 프로듀싱을 담당했고, 2006년

에는 국립극장의 기획위원이자 국립극단의 책임프로듀서로 일

했었다.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진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어야 좋은

기획을할수있어요. 사실 한국사회에서공연예술분야에종사

한다는것은 그리쉬운 일이아니거든요. 때로는수입이전혀 보

장되지 않는 경우도 많죠. 하지만 그럼에도 공연예술을 사랑하

는진실한마음이있기에모두최선의노력을다하는거아닐까

요? ”

그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바쁜 와중에도 사이버 학에

서 공부하며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고, 소년소녀가장들을 초

청해 공연을보여주는일도오랫동안해왔다. 그외에도경 이

나 마케팅에 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고, 조만간 공연기획에

이어극장경 에 한책을내기위해준비중이기도하다.

“언젠가는 국립극장장이 되고 싶거든요.(웃음) 농담이고요. 될

수 있다면 물론 좋지만, 제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에요. 그저 지

금까지 그래 왔듯이 제 일에 최선을 다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공

연을 보여주고,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 주는 것, 그것이 진짜 제

꿈이고 목표죠. 문화예술이 선사하는 좋은 에너지를 더 많은 사

람과함께나누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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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12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미정씨, 이번‘성신원’

봉사활동에서 동화구연을 맡아주면 어떻겠습니까?”총무과

서무계의전화 다. 고아원에가서청소하고아이들 빨래정도

를 하고 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동화구연이라니? 말썽꾸

러기 아이들을 키우느라 평소에 목이 많이 잠겨 있어서 예쁜

목소리가 나올까 걱정이 앞서기는 했어도 아이들 앞에서 동화

구연을 할 상상을 하니 재미있을 것 같아, “해 보겠습니다”라

고 답하고 말았다.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분위기에어울릴만한동화를골라야하는데어떤이야기

가 좋을까?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좋을 것 같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배고픈

호랑이한테 잡힌 토끼가 기지를 발휘하여 호랑이를 골탕 먹이

고위기를모면하는전래동화를구연하기로결정을보았다.

호랑이 탈을 쓸까? 루돌프 머리띠를 두를까? 기왕에 하는 것이

니재미있게해보자는생각으로의상까지구상해가며파트너

인 강경미 계장님과 의기투합하여 함께 전문가의 지도를 받기

시작하 다. 그러나 얼마 후에 강 계장님이 병원에 입원하는

14나의일나의삶Ⅰ _ 최미정순천지원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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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생겨 봉사활동 2주일을 앞두고 동화구연의 파트너가 강

계장님에서오현석실무관님으로바뀌었다.

우리 순천지원의 봉사활동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동화구

연이성공리에마무리되도록토끼목소리, 호랑이목소리에감

정을 넣고 표정을 바꿔가며 맹연습에 들어갔다. 일과 시간 후

에는 집에 가서 우리 아이들을 상으로 연습했고, 반복하여

연습하다 보니 여섯 살인 막내가 이야기를 모두 외워서 다음

부분을먼저 구연할정도 다. 소품으로밤송이가필요하여고

민하고 있었는데 셋째가“엄마, 밤송이는 만들면 되지요”라고

걱정을 해결해 주었다. 이쑤시개 30개를 반으로 잘라 뾰족한

부분에 색색의 물감을 묻힌 다음, 물감이 묻지 않은 쪽을 동그

란 모양의 스티로폼에 꽂으니 정말 예쁜 밤송이가 되었다. 아

이들이쓰던 나무피리도챙겨두었다.

순천지원에는법관과직원들로구성된‘사랑나눔회’라는봉사

모임이 있다. 명절, 크리스마스 등이 되면 불우한 가정에 쌀과

생필품 배달을 하기도 하고, 독거노인 가정에 연탄배달을 하기

도 하고, 사회시설 등에 가서 청소를 하기도 한다. 마음은 늘 있

었지만 한 번도 참여를 못하고 있었던 차에 크리스마스이브에

하는이번봉사활동에동참할수있는기회가주어진것이다.

고아원이라면 내가 꼭 가야 한다는 왠지 모를 강한 끌림을 느

꼈다. 크리스마스이브라면 우리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데……. 봉사도 기회가 있을 때 하는 것, 지금이 아니면 늦겠다

는생각으로우리아이들에게는 양해를구하 다. 고아원에가

서 청소하고, 빨래만 하고 돌아와도 보람될 것 같은데 동화구

연까지준비해서가니꽤괜찮은선물을가지고간다는생각에

어깨가으쓱해지기까지했다.

고교 시절에 친구 자취방이‘성신원’근처이어서 자주 그 앞을

지나곤 했었다. 고아원에 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참에 어

느 날 친구가‘성신원’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들어갔다가

적막한정원만산책하고돌아나왔던기억이아련하다.

그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세월의 흐름을 말해 주는 듯 새로운

건물들이 세워져 예전 정원의 맛이 줄어든‘성신원’에 들어섰

다. 최수환 지원장님을 비롯한 봉사단원들이 산타 복장과‘사

랑나눔회’조끼를 나눠 입고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

내고있을때에도오실무관님과나는 동화연습에여념이없었

다. 고아원에 왔으니까 아이들의 손도 잡아 보고 이름도 불러

보며 함께 만든 음식을 나누어 먹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우리는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

다. 내 마음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초조함으로 가득했다. 유

난히도 추위를 타는 내가 난로도 없는 곳에서 덜덜 떨면서 연

습했지만, 시간은쏜살같이지나갔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다가와 동화구연이 시작되었다. 예상했던

로 그 많은 아이들과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의 얼굴에 꽂혔

다. 바로 앞에 앉아 눈을 크게 뜨고 이야기를 듣는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연습했던 만큼만 하자’는 생각으로 연극에 몰입하

다. 오현석 실무관님도 기 이상으로 실력발휘를 해 주셨

다. 아이들이즐거워했고주위에서는잘했다는말 들을해주

셔서‘잘끝났구나’하는안도의한숨을쉬었다.

동화구연을 마치고 나니 비로소 주위의 아이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에도 네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뜰

에 나와 노닐고 있었고, 큰 아이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이

친형제들처럼 보 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이 고아원일 뿐 여느

15법원사람들_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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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다 같은 아이들이었다. 봉사를 간 우리

‘사랑나눔회’회원들을 위해 그곳 아이들이 준비한 벨리댄스

는 가히 일품이었다. 전남시설아동 종합예술제에서 우승한 실

력이라고했다.

순천지원의‘사랑나눔회’봉사활동에는 광주 KBS TV 방송국

의‘행복 실은 달구지팀’도 합류하여 케이크용 스펀지 빵 만들

기 체험, 짤주머니를 이용한 생크림장식 케이크 만들기 체험,

마술쇼 등의 이벤트를 아이들에게 선보여 우리의 봉사활동에

다채로움을더해주었다.

뭐라고 해도 아이들에게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산타할아버지

의선물을받는시간이었다. 여기저기서아이들의함성이울렸

다. 총무과에서는 미리‘성신원’측과 연락하여 아이들이 원하

는 선물을 파악해 두었는데, 최수환 지원장님께서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가며 선물을 전달하셨다. 갖고 싶었던 선

물을 끌어안고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어른들

이더행복해하 다.

금강산도식후경, 모두함께준비한그날의점심은아주특별했

다. 100인 분량의 떡을 한꺼번에 투하하고 2분 안에 접시에 담

아내는자칭‘자취경력20년’베테랑인정기운형사과장님만의

비법으로만든떡볶이는냄비바닥을 을정도로맛있었고, 꿀

맛 같은 자장면, 케이크, 쿠키, 찰보리빵 등 그곳에 있는 아이들

과어른들모두가푸짐하게먹고즐기는축제의시간이되었다.

그로부터 보름 후, ‘사랑나눔회’에서 연탄배달을 간다는 공지

사항을전해왔다. 동화구연처럼 연습이필요한것도 아닐것이

고 남들 앞에 나가 말하는 것도 아닐 것이어서 이번에도 선뜻

참여하 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순천의 구도심에 위치한 오래된 주택가

다. 할머니 혼자 사시는 두 집에 연탄을 배달하 는데 추운 날

씨 탓인지 골목은 더 그늘지고 쓸쓸해 보 다. 큰길에서 50여

미터 거리를 1m 간격으로 줄을 지어 연탄을 받아 다음 사람에

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배달이 시작되었다. 연탄에 한 추억과

경험이 많으신 과장님들께서 창고에 차곡차곡 연탄을 쌓아 올

리고 우리는 옮기는 작업을 맡았다. 연탄배달을 처음 해 본 나

는 덩치 큰 남자들이 서너 번 오갈 때 여자들은 두세 번 오가면

될거라생각을했는데그건오산이었다. 여자라고해서예외가

있을수없었다. 나보다도몸집도작고연약한정현설판사님도

힘든 내색하지 않고 똑같이 동참하셨다. “사랑이 갑니다! ”, “군

고구마! ”등의 구호로 한 장의 연탄을 상징화하여 주고받기를

계속하는 손 위에서 연탄 1,000장이 옮겨지고 있었다. 춥고 다

리도 아프고 잠시 앉아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사랑을 전

달한다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모두의 얼굴에서는 힘든 기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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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달 후, 우리의 봉사 활동하 던 모습들이 KBS 광주방

송의‘열린 마당’이라는 아침 생방송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될

것이라고한다. 서무계장님은동화구연을한나도방송에출연

해야된다고하신다.

생방송전날오후4시, 큐시트를받아보았다. 이건아닌데……?

잠시후지원장님실에서내일생방송을위한짧은미팅이있었

다. 지원장님께서는 나를 보시자마자“미정 씨는 왜 사가 하

나도 없어요?”라고 물어보셨다. “ 쎄요, 원장님, 같이 준비하

고 함께 공연했는데 마치 혼자서 한 것처럼 방송이 나간다면

그것은어색할것같습니다.”

“미정 씨, 방송이라는 것은 전적으로 PD의 오더에 따라 움직

이는겁니다.”

사가 한 마디도 없다면 출연하는 게 의미가 없을 듯싶어 다

음날새벽5시의집결 장소에가야 되나 말아야되나 고심하며

잠을설쳤지만일단 가기로하 다. 방송국에도착해서분장실

에 있는데 작가 선생님이 내 옆으로 오더니“동화구연자 맞으

시죠? 못 오신다는 말을 듣고 원고에서 뺐는데 바로 수정해 드

릴게요. 준비하세요”잽싸게 말하고 휙 가버린다. 준비한 것도

없는데 무얼 준비하라는 말인가? 생방송은‘성신원’의 봉사활

동과‘연탄배달’등의 활동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며 출연

자들과그때의즐거움을되살려 보는식으로진행되었다. 진행

자의 요청에 따라 봉사활동 가서 했던 그 로 동물 분장을 하

고 오 실무관님과 함께 동화구연의 실력을 생방송에서 재연해

보는기회를가졌다.

봉사라는 것은 꼭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성신원’에 갔을

때 실감했다. 아이들과 함께 트리를 만들고 풍선을 불며 놀아

주고, 빵을 잘 만드는 분은 빵을 만들고, 마술을 잘하는 분은

마술을 보여주고, 음식을 잘하는 분은 맛있는 점심을 준비해

준 것처럼 자신이 가진 재능을 즐겁고 재미있게 함께 나누는

것이‘봉사’라는것을느꼈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하듯 그곳의 아이들에게 동화 구연을

해주었다. 아니, 나의 정성을 다하여 동화책 한 권을 몸과 마

음으로 읽어 주었다. 봉사하는 사람은 장수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종일 봉사하는 우리 모두의 얼굴에서는 웃음

꽃이 떠나지 않았으니 건강해질 수밖에 없으리라. 다녀온 내

가 얻은 것이 더 많은 봉사, 순천지원‘사랑나눔회’의 다음 봉

사활동메뉴는무엇인지궁금해진다.

17법원사람들_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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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일나의삶Ⅱ _ 오은주서울중앙지방법원실무관

망의 2012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나에게‘설렘’을 준 무언가가 있었으니, 그

것은 단연 중앙지법 산악회의 신년 산행 일정이었다. 매 연초에 분기마다 마련

된 여러 후보 산들의 지역구와 특징을 하나씩 확인해보면서 탁상달력의 해당

일자에 동그라미를 그려보는 깨알 같은 재미는 이제 나의 소박한 기쁨 중 하나

가되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올해의 첫 번째 산이 시산제 장소로 낙점된 오봉산이었으니,

나는‘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싶은 마음에 어린아이처럼 신이 났다. 내가 산악

회 회원이 된 2년 남짓의 짧은 역사로 보았을 때, 지금까지의 산을 감히 일명 동

틀 무렵에 새벽같이 출발하여 해지고 한참 후에 돌아왔던 꽉 찬 하루의 당일치

기 산으로 분류한다면, 이번 산은 서울 도심을 살짝 벗어난 그곳, 춘천에 있는

다섯 개의 봉우리 가운데서 산정(山頂)이 고작(?) 779m 정도인 제법 쉬운 이미

지의산으로남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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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착각에 가까운 넘겨짚음 하나만으로 배낭은 금세 가벼워졌고, 짐을 꾸

리던 내 마음은 오직 산행 후 유람! 소양강 댐에서 뱃놀이를 즐기기에 바빴다.

심지어 간밤에 나 홀로“해에~저어문~~소오양 가앙에~”로 곡절이 이어지는

국민가요‘소양강 처녀’를꺼이꺼이구성지게불러보다가‘혹시버스에서 노

래라도 시키면 빼지 말고 이걸로 할 거야’라며 배가 삼천포로 빠지는 상상까

지 해봤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이날 함께한 법원 가족 여러분들도 즐거운 마

음으로주말의귀한시간을내어이번산행에참여하셨을것이다.

“룰루랄라~”그렇게 강산(江山)에 다녀오는 기분으로 출발한 3 의 버스가

서울을 벗어나면서부터 갑자기……. 웬걸? 성긴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도로 갓길과 저 멀리 바라보이는 강원도 초입의 풍경에는 이미 흰 눈이 뒤덮

여 있었다. 잠시 들른 휴게소에서 삼삼오오 모여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던

일행들과 나는 어느새 봄날의 낯선 눈을 하는 신기함만으로는 오늘 산행이

조금 버거워질 수 있겠다는 불편한 진실을 느꼈다. 그나마 준비물이었던 장

갑, 아이젠과바람막이를간과하지않고챙긴것이다행스러웠다.

또한, 일행 중에는 보온병의 따뜻한 물과 컵라면을 센스 있게 챙겨 오신 분도

계셨다. 아! 그 온기를 생각하니 다시 기쁜 마음에 불끈 힘이 솟았다. 지난 12

월 중앙지법 태백산 송년 산행을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엄동설한의 눈 산에서

맛보는 라면 국물 맛이 생각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갈 만큼 기막히다는 것을

아실 테지. 설령 연말의 다채로운 행사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치신 분들이라 하

더라도 이번 설산 등반은 그날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덤’으로 주어진 선

물이라고여기셔도될것같다.

그럼 여기서 잠깐 오늘 오를 산에 한 개략적인 소개의 말 을 드리려 한다.

강원 춘천시 북산면과 화천군 간동면 사이 소양강댐 옆에 있는 이 산은 비로

봉, 보현봉, 문수봉, 관음봉, 나한봉의 다섯 개의 봉우리가 있다 하여‘오봉

산’이다. 배후령에서 올라오면 오르게 되는 첫 번째 봉우리가 1봉, 평탄한 바

위의 암릉이 있는 멋진 전망 가 2봉, 첫 번째 쇠줄이 걸린 봉우리가 3봉, 2번

째쇠줄이걸린암봉이4봉, 그다음정상이오봉이다.

五峯山

19법원사람들_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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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와 배를 타고 떠나는 철도 산행지이자 산과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

는 호반산행지로도 잘 알려진 참으로 멋진 산에 우리를 실은 버스가 멈춰

선 시간은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때 다. 해발 700m가 넘는 배후령에서

귀가 먹먹할 정도의 고도를 느끼며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고 나서 아이젠

과 등산화를 고쳐 맨 뒤에 일행 모두는 본격적인 입산을 감행했다. 발아래

한껏 쌓인 흰 눈을 힘주어 밟으며 내딛는 우리의 걸음걸음은 가녀린 가지

에 한가득 눈을 얹고 낑낑 는 길옆의 소나무만큼 무거웠다. 간간이 불어

오는 바람은 장난처럼 나무 위의 눈을 흩뿌려댔고, 이따금 등을 돌려 멈춰

선 순간 아득한 곳에서는 또 다른 바람의 음성이 쇳소리처럼, 때론 아직 물

러나지않은겨울의마지막몸부림처럼고독하게들려왔다.

그렇게 얼마쯤 올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마른 가지 사이로 바라본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마치 연륜이 묻어나는 화가

가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고 그려낸 한 폭의 수묵화 같다고나 할까? 그는 산

능선을 향해 거침없는 필치를 발휘하기보다는 정성껏 한 굽이 한 굽이 종

이에 베어내는 섬세한 그림을 그리는 듯했다. 자연이 지어낸 아름다움에

동양의‘여백의 미’와‘절제’를 담은 이 수묵화를 내 나름‘오봉제설도’라

고명명해보는것으로고단함을달래다보니어느새시산제를올릴장소에

도착했다.

이날의 행사는 알뜰하게 마련된 공간에서 경건하게 잔을 올린 뒤 산신께

절을 하고 축문을 낭독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헌작 후에 철상을 하고 이른

점심이된제사음식과막걸리를나누어마시며내마음속으로도중앙지방

법원산악회의무사산행과사법부의희망찬한해를간절히염원해보았다.

현 위치가 어디쯤인지 이정표를 살피다가 틈틈이 사진도 찍고, 담소를 나

누면서 도착한 오봉산의 정상(779m). 그 높이에 비하자면 결코 녹록치 않

았지만‘이제부터는 발걸음과 마음가짐을 가볍게 해야겠다. 아기자기한

매력을 갖춘 결코 심심하지 않은 산이라고 기억할 테니 앞으로는 편안한

하산길을내어주면좋겠다’라고소망하던찰라…….

너무나도 소중한 가느다란 로프(두근두근 무서워서 차마 제 로 확인해본

바는 없지만, 그 옆은 낭떠러지)가 나타났다. 이곳을 지나려고 동아줄을 잡

昭陽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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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법원사람들_2012.06

듯이 휘청휘청 내려와 잠시 한숨을 돌리다가 얼마쯤 더 내려가다 보니 의

문의 정체구간이 나타났다. 산 중에 때 아닌 병목현상의 원인은 잠시 후 등

거리에 철심을 알알이 박고 우리를 기다리던 또 다른 암릉 구간의 등장으

로 밝혀졌다. 폭과 높이가 좁아 장정들도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춰야 겨우

지날수있는공간은아슬아슬한경사면으로이어졌다.

‘후아~ 이제 큰 고비는 넘겼다’며 다시 한 번 숨을 고르고 적멸보궁 터를

지나 내려오다 보니 가까운 곳에서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앉

아서아직은차가운맑은물에손을첨벙해보는장난으로아쉬움을달래고

햇볕에슬러시처럼녹은눈을조심스럽게피해내려오다보니어느새청평

사에도착했다.

이 절은 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고찰로 청평사 회전문과 중국 원(元)

순제의 공주와 상사뱀의 전설이 얽힌 삼층석탑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15분 남짓 휴식 후, 우리 일행은 구성폭포를 지나 선착장에서 소

양강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은 맑은 햇살에 반짝반

짝 별이 뜬 듯 일 거렸고, 각자 마음속으로 충만한 감성의 노래를 불러보

는 듯 사람들의 표정은 온화하게 미소 짓는 것만 같았다. 도시 생활에 알게

모르게 지쳐있던 심신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끼며 소양강댐 선착장에 내렸

을 때는 평화로워 보이던 풍경과 달리 거의 태풍 수준의 강바람이 불어댔

다. 그 거친 강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전망 좋은 곳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소

양강을 굽어보다가 개인별로 자유롭게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는 것을 끝으

로오늘의회식장소로이동했다.

춘천의 명물! 지 지 숯불 닭갈비가 익어가는 동안에 모두가 무사히 올

해의 첫 산행을 마친 것을 기념하는 뜨거운 건배를 했다. 화기애애한 시간

을 보내고 해거미가 깔릴 무렵, 하룻밤의 꿈같았던 짧은 일정의 아쉬움을

뒤로한채우리모두는다시서울행버스에몸을실었다.

그리고 후기를 작성하는 지금…….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기억 속에 각

인된 이날의 추억 몇 장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 한편이 훈훈해지는 듯하

다. 바쁜 일상의 업무를 핑계로 곁에 있는 사람들과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누

고,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재발견의 시간을 마련해준 중앙지방법원 산악

회! 우리들의다음행보를기다리며부족한 을마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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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세이Ⅰ _ 김수학 구고등법원법원장

주례입문

지난 4월 꽃샘추위도 잠시 머뭇거리던 화창한 주말에 결혼

식 주례를 섰습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지인들의 요청을 거

절하지 못하고 승낙하다 보니 주례를 선 것이 벌써 열 손가

락으로 헤아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지원장으로 근무할 당시

같은 직원끼리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하여 첫 주례의 테

이프를 끊었는데, 그때가 마흔이 갓 넘은 나이 으니 가히

약관의경력이라할만합니다.

과거 사무실에서 이혼부부의 이혼의사 확인을 한 것이 이혼

주례를 선 것이라면, 이제는 젊은이들의 출발을 축복해주기

위한 결혼주례를 서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이 되어

법원장으로 근무한 최근 몇 년 동안 간간이 주례를 서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생을 함께할 젊은 부부의 중 사를 앞두

고 주례를 한다는 것은 항상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젊은이들

에게 주례사를 들려줄 자격과 인격을 갖추었는지 반문하면

서스스로자신을돌아보게됩니다.

법정과예식장

예식장을 둘러볼 때는 항상 법정의 모습을 연상합니다. 법정

과 예식장은 닮은꼴입니다. 재판장의 자리에 주례가 서고 바

로 앞에 신랑 신부가 당사자처럼 주례를 향해 섭니다. 신랑

및 신부의 양가 혼주가 서로 상 방을 향해 마주 보고 앉으

니 양쪽의 리인 내지 검사와 변호인의 모습을 보는 듯합

니다. 역할은 많이 다르나 자리가 흡사하고, 엄숙하고 진지

한분위기를연출하는점에서공통점을가지고있습니다.

사회자의 소개에 따라 주례가 먼저 단상에 올라 하객을 향

해 정중하게 인사를 합니다. 이때는 재판장이 법정에 들어서

서 당사자와 방청객을 향하여 인사를 드리는 시간입니다. 신

랑 신부의 입장이 끝나면 주례가 맞절을 시키고 혼인서약

및성혼선언을한다음주례사를하게됩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이지만 주례는 위와 같은 순서

를 진행하면서 식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경

건하면서도 즐겁고 축복받는 예식이 되도록 하는 데에 주례

의 역할이 큰 점은, 법정에서 엄숙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는 재판장의 역할과 매우 비슷합니다. 국민들이

“판결문을 잘 쓰는 판사”보다“재판을 잘하는 재판장”을 원

하듯이 유창한 주례사보다는 예식장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

면서도 혼인의 엄숙함을 보여주는 주례의 역할을 더 원할

것입니다.

主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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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

주례사는모두가 동소이합니다. 신랑신부의새로운출발을축

하하고백년해로를기원하는내용을담고있습니다. 축복의의미

를 담아 간결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주례사를 하기란 그렇게 쉽

지가않습니다. 개의경우주례사를미리작성하여낭독하거나

보면서말하게되는데, 간결하고정제된판결문을작성하는것이

쉽지 않듯이 예식장의 분위기나 신혼부부의 집안 사정에 맞추어

인생의 선배로서 축하와 충고의 말을 전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아닙니다.

저는 주례사를 만들 때 기본 매뉴얼을 정해 놓고 이를 수정해

가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인사말

과 신랑 신부의 인적사항을 소개한 후에“부부는 사랑하기 위하

여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는 서로

가 존경심을 가져야 하며, 부부간에 의견 충돌이 생기더라도 인

내심으로극복해야하고, 화목한가정을유지하기위해서는건강

이필수적이라는것”등을말한다음에마무리를합니다.

좀 더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부부간의 사랑을 말할 때는

“태초에 신이 여자를 남자의 머리로 만들지 않은 것은 남자를

지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발로 만들지 않은 것

은 그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갈비뼈로 만들었던

것은, 여자는 남자의 가슴 곁에 있게 함이다”라는 탈무드의 말을

인용합니다.

부부 사이의 존경과 예를 강조하는 부분에서는“부부간에는 서

로가‘여보, 당신’이라는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존경과 예를 표시

하여야 합니다. 이제는‘자기, 오빠, 너’등과 같은 가볍고 예스

럽지 못한 호칭을 쓰지 않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고

쑥스럽겠지만 그렇게 호칭하는 것이 상 방에 한 배려이고 나

아가 앞으로 태어날 자녀들에 한 좋은 교육이 될 것입니다”라

고말합니다.

인내심의 필요성에 하여는“부부가 가정을 이루어 살다 보면

넘어야 할 고비도 있고 가끔 불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서로가

이것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의견충돌이

생기더라도 이와 관련이 없는 상 방의 약점을 지적하거나 자존

심을 건드리는 말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며 끊임없는 인내와 사랑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기 바

랍니다”라고충고를합니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외국의 어느 주교 신부의 말 을 인용함으

로써 끝을 맺습니다. “결혼하면 싱 때보다 덜 예뻐 보이지만

더 안전해진다. 결혼하면 슬픔과 기쁨이 동반되고 더 힘겨운 짐

이 기다리지만, 사랑이 버팀목이 되어 주니 어떤 짐인들 무거우

리오.”

저는주례사를만들때

기본매뉴얼을정해놓고

이를수정해가면서사용하고있습니다.“

23법원사람들_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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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賜芳緣佳約結鴛鴦琴瑟百年和

(천사방연가약결원앙금슬백년화)

우리 모두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이룬다는 건 우연한 만남

이 아니라 스스로의 소중한 선택입니다. 부부가 매사에 모범

이 되는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도록 노력하고, 가족의 따뜻한

품 안에서 사랑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해야 합니다. 가

정은 평화와 행복을 누리는 보금자리요, 바깥세상의 힘든 풍

파를막아주는안식처입니다.

마르틴 부버는『인간의 길』이란 책에서“보배를 찾을 수 있

는 곳은 다름 아닌 바로 이곳이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환경, 나에게 운명으로 주어진 처지, 날마다 내게 생기는 일

들, 매일같이 나를 부르는 일들이 나의 주요 소임과 내게 가

능한실존의성취를내포하고있다”라고말합니다.

하늘이 내린 아름다운 인연으로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가 금

슬 좋은 한 쌍의 원앙처럼 백년해로 하시기를 기원하면서,

법원의모든가족들에게이 을바칩니다.

결혼과인생

집의 딸아이가 지난 2월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결혼식을 올

렸습니다. 요즘 결혼연령이 늦어져 조금은 이른 듯한 나이지

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몄습니다. 혼

례를 치르고 나니 개혼이어서 그런지 모든 것이 서툴고 생

소하여 정신이 없었던 기억만 납니다. 좀 더 신경을 쓰고 챙

기지못했던점도떠올라아쉬움으로남습니다.

결혼식 날 보통 신부의 부모가 섭섭해 눈물을 흘린다고 하

는데 딸아이가 일찍 우리 곁을 떠나 생활해서 그런지 실감

이 나지 않아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집사람은 시

간이 지나면서 차츰 빈자리가 느껴지는지 요즈음 조금씩 허

전해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내와 결혼식을 올린 지도 벌써 삼십 년이 훌

쩍 넘었습니다. 주례사를 되뇌면서 그동안의 생활을 되돌아

보니 부끄러움과 회한이 앞섭니다. 제가 그렇게 살아오지 못

했으니 앞으로라도 후회 없는 훌륭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

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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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세이Ⅱ _ 최미화서울북부지방법원사법보좌관

한민국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참 힘든 일

이다. 옛날은 옛날 로 많은 자녀를 낳아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느라 그야말로 등골이 휘었다. 그리고 지

금은 지금 로 자녀를 하나나 둘을 낳아 최고로 키우겠다는 일념

하에 뱃속에 있을 때부터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

은 생각을 하고 최상의 조건을 유지하며 열 달을 키워 세상을 보게

한다. 태어나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각 과정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지원을 하여 일차 목표인 학에 이르게 된

다. 그런데 이 무렵 아들을 둔 엄마에겐 한 가지 의무가 더 추가된

다. 아들군 보내기, 아니아들의병역문제해결해주기.

한민국의 남자로 태어나면 피해 갈 수 없는 것(유력한 권 주자

를 낙마시키고, 선거 때나 청문회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이

병역문제이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

을 마칠 무렵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내가 봐도 군

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왜소한 체구와 지독한 근시, 소심한 성

격의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군 는 가기 싫다고 했었다. 요즘 아

이들은 단체생활을 싫어하는데 특히 우리 아들은 그 정도가 심했

다. 병무청에서 정해준 기한을 이틀 남겨 두고 울며 겨자 먹기로

몇 년 전에 천식을 앓았다는 병사용 진단서를 첨부하여 혹시나 공

익 판정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 를 가지고 신체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3급, 아들은 시 를 잘못 만나 예전 같으면 충분히 공익근

무를 할 수 있었는데 연일 매스컴에 등장하는 병역비리와 인적자

원 부족 탓으로 현역을 가게 되었다며 자신이 병역비리의 최 피

해자라고운도없다고하 다.

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어 2011년 9월

27일 한민국 국민의 4 의무의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의정부에 있는 306 보충 로 입 하게 되었다. 아들은 입

전날까지 청춘이 끝나기라도 하는 양 아쉬워하며 친구, 친지들

과 작별하는 의식(?)을 거행하 다. 2주에 한 번씩 306 보충 로

입 하는 인원은 약 1,000명 정도 되는데 1명당 따라오는 가족들

과 친구들을 합하여 평균 4~5명은 되다 보니 주변 음식점들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입 하는 오후 2시 전까지 손님을 여러 팀 바꿔

25법원사람들_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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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아들앞에남겨진시간도무사히지나가길…….

그리하여오성장군부럽지않다는병장계급장도달고,

더건강하고멋진모습으로전역할수있기를간절히기도한다.

받아 가며 호황을 누리고 있어 심란한 마음에 음식도 제 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과

조를 이뤘다. 오후 2시 드디어 아들은 민간인과 격리되어 병 안으로 들어가 버

리고, 난허탈한마음으로발길을돌렸다.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다. 내 아들만 군 가는 것 같아 억울하기

도 하고,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한민국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복무기간이 짧아

졌다고는 하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찬란하고 빛나는 이십 초반을 뚝 잘라 군복

속에 가두고 마음껏 누리던 자유를 반납한 채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막막함에 얼마나 답답할까. 분한(?) 마음에 난 큰 결심을 했다. 앞으로 병역을 마치

지않은사람은 통령이든국회의원이든구청장이든절 찍어주지않겠다고…….

며칠후입고갔던옷과걱정하지말라는짤막한편지한통을받았다. 또한번눈물을흘리고…….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나 아들이 25사단으로 배치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때부터 엄마들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우선 25사단 제1신교 (신병교육 )에서 운 하는 카페에 가입하여 등업신청을 해 놓고 소속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편지를쓰고가끔씩올려주는훈련하는모습을찍은사진에서아들도찾아봐야한다. 훈련소카페

에들어가아들앞으로편지를쓰면주말에정훈장교가출력하여훈련병들에게나누어준다고한다. 그렇게

도 할 말이 많을 것 같더니 막상 쓰려고 하면 쓸 말이 별로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자식에 한 사랑과 관

심을뽐내기라도하듯매일그것도재미있고길게편지를쓴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5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면회(천안함 사건 이후 훈련기간이 8주로 늘어나면서 중간

에 면회가 허용됨)를 가게 되었다. 1주일 전부터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여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시고 갔다. 당시는 외 면회가 안 되어 내에서 돗자리를 깔고 휴 용 버너에 음식을 조

리해서 먹었다. 어떤 집은 곰솥까지 들고 와 닭백숙을 끓이는 집도 있었다. 정말 단한 모성이다. 입 전

까지 불규칙한 생활로 불쌍할 정도로 말라 비틀어졌던 아들은 규칙적인 생활 탓인지 얼굴에 살이 오르고

햇볕에적당히그을려오히려보기좋았다. 군 체질인가보다고다한마디씩덕담(?)을했다.

아들은 5주 만에 만져보는 휴 전화로 친구들과 전화하느라 우리와 말할 틈도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동안의 훈련이 견딜만했던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고 의기양양했다. 짧은 면회시간이 끝나고 아들은 나

머지3주간의훈련을받기위해 25사단제2신교 로갔다. 엄마들은재빨리제2신교 카페에가입하여또

편지를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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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로부터 제2신교 에서의 훈련은 지난 5주간의 훈련과 비교할 수도 없이 힘들고, 그보다 더 견디기 힘

든 것은 배고픔이라며 6시에 저녁을 먹은 후 아무것도 먹지 않고 10시에 잠자리에 들면 배가 고파 잠이 오

지 않는다는 편지를 받았다. 아들의 편지를 받고 너무 속상하고 안쓰러워 울었다. 이렇게 먹을 것이 흔한

세상에서 내 아들은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는다니……. 3주간의 훈련도 무사히 마치고 파주에 있는 25사

단 8567부 로 배치를 받고 부 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는 훈련병이 아닌 이등병이 된 것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부 내에 있는 공중전화로 전화도 할 수 있고, 신검 때 받은 나라사랑카드로 매점도 이

용할수있다고한다.

자 배치 받고 처음 2주간은 적응기간이라며 특별한 임무를 주지 않고 선임병들이 잘 적응하도록 지도해

준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부분 첫 면회∙외박을한다기에우리도 자 배치를 받은 그다음주에 면회∙

외박을 신청하여 위수지역 내에 있는 동두천에 숙소를 정하고 아들과 하루를 보냈다. 아들은 시간 가는 것

이안타까워잠자는시간도아까워하며TV도시청하고, 컴퓨터도하고, 전화도하고, 한정된공간에서민간

인이 누릴 수있는 자유를 최 한누리려 애를 썼다. 아들의안타까움은 아랑곳하지않고 시간은흘러 귀

할 때가 되었다. 앞으로 기 할 것은 휴가밖에 없다고 하면서 정말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부 로 돌아갔다.

이제부터진정한군생활의시작이라고했다.

자 배치를 겨울에 받으면 더 고생이라고 하는데 아들은 한겨울에 졸병생활을 시작하 다. 저녁 먹고 10시

까지는 자유시간이라며 가끔 전화를 걸어 푸념도 하고, 필요한 물품(스킨, 로션, 폼클렌징, 과자류, 방한용품

등)도보내달라고하 다. 아들이부탁한물품을보내기위해준비를할때면남편은옆에서꼭한마디한다.

“군 많이 좋아졌다. 우리 때는 어쩌고, 저쩌고….”, “어쩌겠어요 당신은 20세기의 군인이었고, 아들은 21

세기의 군인인걸요.”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고 하더니 혹한기 동계훈련도 무사히 마치고 지난 3월 19

일 일등병이 되어 4박 5일의 첫 휴가도 다녀갔다. 아들은 이제 많은 부분을 포기했는지, 피할 수 없으면 즐

기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아 나름 군 생활에 의미를 부여하며 잘 지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보는 이의 마

음도조금편해졌다.

아들이 입 한 이후 뉴스를 열심히 본다. 특히 북한의

동향과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지난 총선 때

는 사병 월급을 50만 원으로 올려 주겠노라는 어느 후

보자의 선심성 공약도 귀에 들어왔다. 월급 인상까지는

기 하지도 않는다. 그저 팔팔한 젊음을 저당 잡힌 그

시간에 한 보상이라도 제 로 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

마도 아들을 군 보낸 엄마들의 한결같은 소망일 것이

다. 그럭저럭 복무기간의 3분의 1이 지나갔다. 제발 아들

앞에 남겨진 시간도 무사히 지나가길……. 그리하여 오

성장군 부럽지 않다는 병장 계급장도 달고, 더 건강하고

멋진모습으로전역할수있기를간절히기도한다.

27법원사람들_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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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세이Ⅲ _ 유철희전주지방법원판사

결혼식 10분전. 여느결혼식장이그러하듯북적 고부산하다. 지금은수도권에서판사로재직하

고 계신, 당시 사법연수원 같은 반 형님의 결혼식이다. 하객들의 떠들썩한 목소리가 한가득하고,

예식장 관계자들도 이리저리 뛰어다니시는데-어찌 관계자들의 이마에 송 송 맺힌 땀방울이

식은땀같다. 전화를받으면서표정이일그러지는게, 긴장한빛이역력하다.

순간내귀가먼저반응했다. 아하, 음악이없구나. 하객들의왁자지껄소리가아무런거침없이예

식장 안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지나가던 예식장 관계자를 붙잡고 물었다. “오늘

식장 연주해 주실 분들이 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데요.”땀을 닦는 젊은 여자 관계자가 곧 울

음을 터뜨릴 판이다. 이렇게 크고 좋은 예식장에 결혼행진곡 MR 하나가 없을까 싶긴 한데, 관계

자들이고개만이리저리돌리고별 책이없어보인다. 당황해하는관계자에게조심스럽게말문

을열었다. “제가…해드려도되겠습니까?”

그리하여 예정에도 없던 결혼식 반주를 시작하게 되었다. 악보도 없고, 결혼식 순서에 맞춘 레퍼

토리도 없었다. 지난 사법연수원 생활 동안 형, 누나들의 결혼식에서 반주를 해왔던‘감각’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럴 때는 곡을 길게 연주하면 할수록 실수가 드러나는 법이다. 다행히 신랑 형은

남자답게 성큼성큼 걸어오셨고, 형수님은 아버님의 품보다는 새신랑의 팔짱을 좋아하셨던 것 같

다. 그 이후에는 뭐……, 하객들은 내가 무슨 곡을 연주하는지 별 관심이 없으니까, 유키 구라모

토, 쇼팽, 이루마, 김광민등그냥아는거다했다.

하객들은 전혀 모르는 풍파가 지나간 후, 구석진 곳에서 뒤늦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예식장 관계

자분들이오셨다. “고맙습니다. 저희가이답례를어떻게해드려야하는지…….”가뜩이나하객들

거의 다 빠져나간 후에 식사를 해서 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물음을 하기

에, 하마터면 체할 뻔했다. “별말 을. 제 기쁨인걸요. 나중에 혼주 어르신들 정산할 때 참작만 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더라면 정말 멋있었을 텐데, 그리스 역사에 나오는 데모스테네스만큼 지독한

선천적 말더듬이라, 실제로는, “그, 그거, 그, 그냥 놔 두두세요. 하하. 뭐, 히, 힘든 일두 아닌데요.

하하, 뭘. 하하.”얼굴이새빨개져서부끄러운웃음만지은채입도안닦고나왔다.

피아노와나의인연은7살때부터시작되었다. 교회성가 반주하는누나의모습이너무아름답고

부러워서무작정배우기시작한피아노 다. 할아버지는종이판에건반을그려연습하는손자의모

습이 안타까웠는지, 당시(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너무나 생소한 브랜드인 고가의‘ 우 피아노’를

선뜻선물해주셨다(아이러니한사실이지만, 당시에는삼익이나 창보다 우가훨씬더비쌌다).

이렇게 햇수로만 따진다면 20년이 훌쩍 넘어야 하겠지만, 음악 하면 가난하게 산다는 어머니의

2011년 9월 문을 연 남양주‘프라움 악기

박물관’에서 기념촬 . 필자 뒤의 피아노는

1890년 에‘Steinway & Sons’社에서

만든 제품으로서, 상감기법으로 문양을 가

미한피아노계의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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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과 실제로 내가 어릴 적 읽었던 위인전의 슈베르트, 베

토벤, 모차르트, 쇼팽이 모두 가난이나 질병 중 어느 하나에는 해

당(?)되는 분들이셨기 때문에, 나는 교회 반주 이상의 음악 활동은

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것은 핑계이고 그 이상의 재능이

없었던것이맞기는하다.

사법연수원에 들어오니 어찌나 재주가 뛰어난 분들이 많으시던

지…….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뮤지컬 등 각 방면에서 전문가,

‘virtuoso’의 터울을 넘나드는 분들이 많으셔서 나는 엄연히‘딴따

라’다. ‘공부는 어떻게 하셨지?’하는 부러움을 품고, 나는 그냥

연수원후문근처의조그마한피아노학원만드나드는정도 다.

그래도 신랑신부, 그것도 나와 삶의 역을 잠시나마 같이 했던 분

들이 나의 반주를 필요로 하고, 하객들이 음악도 없는 썰 한 예식

장에 나앉아 있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했다. 언제인가, 현재

신랑은 판사로, 신부는 변호사로 계시는 커플의 결혼식에 플루트를

전공하신 신부님 친구분과 함께 축주를 하게 된 적이 있었다. 전화

상으로 연주곡에 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처음 접하는 곡이었다.

사전에 함께 맞춰 볼 기회가 없었고, ‘프리랜서’인 내가‘협연(?)’이

라는것을해본적은더더욱없었다. 뿐만아니라, 더욱이그분은모

시향에서 플루트 주자를 맡고 계신, 그야말로 나와는‘신분’자체가

다른분이셨다. 많은상념을할수록머리만복잡해지니, 마음을비우

고 결혼 커플을 축하하는 마음만 충만히 담아 연주하기로 마음먹었

다. 결혼식이끝난후피아노를정리하는데그분이다가오셔서하는

말“잘 치시는데요? 곡 분위기를 잘 살리시네요.”이 말을 듣는 순

간, 요즘 표현 로 한다면‘보이스코리아’에서 신승훈이 버튼 누르

고의자를돌려박수쳐주는것만큼이나기분이날아갈것같았다.

내가 피아노 연주 자체를 잘하는 편은 못되지만, 피아노, 나아가

‘음악’전체를 경애(敬愛)하는 마음은 누구 못지않다. 음악은 청각

적 유희, 그 이상의 힘을 가졌다. 몇 년 전 안산 성포고등학교에 강

연을 간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지루해 하는 것 같아 이루마의

‘너를 그리다’를 피아노와 함께 불러주었다. 물론 순서에 없던 것

이라 실수도 있었지만, 꿋꿋하게 끝까지 소화했다. 아이들 앞에서

무슨 망신인가 싶었는데, 이게 웬걸 아이들은 내 강연 내용보다 자

신들을 집중시키려고 노래도 불러주고, 실수를 하면서도 끝까지 열

심히 해내는 나의 모습에 더 감명을 받았다고 하 다. “얘들아, 사

인한장해줄까?”

판사 임관 이후, 결혼식 반주‘일감’이 폭 줄었다. 주변에 미혼인

남자들도, 나를 비롯하여 이제는‘멸종위기종’이 되어간다. 어떤

지인 분이 남들 결혼식 반주는 다 해주면서 정작 내 결혼은 언제

하느냐고 농을 건네신다. 그러면 한껏 거창하게 답한다. “하하, 음

악에서배운조화(harmony)의정신을재판에쏟아본이후에요.”

요즘에는 소박한 꿈이 하나 생겼다. 어느 CF를 보고 감을 얻

게 된 것인데, 내가 결혼도 하고 나이가 들어, 내 아들딸이 결혼

하게 된다면, 내가 직접 반주를 해주고 싶다. 지금뿐만 아니라 그

때가 되어서도 음악 자체를 사랑하는‘아마추어’로 살고 싶은 것

이다. 그 사랑인지 집착인지 모를 감정 때문에 얼마 전에는 전주

시내를 다 뒤져 괜찮은 중고 피아노 한 를 관사에 들여놓았다.

좌충우돌로 가득했지만, ‘지금까지의’특별한 경험이‘앞으로의’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겉

으로는 실수투성이인‘딴따라’이지만, 마음만은 정녕‘베토벤’이

다.

필자의최근피아노연습장면

29법원사람들_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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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Book Cafe

_ 김호준 양지원참여관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길 바란다. 축구선수 중에서 독서를 취미로 가진 선수가 몇이나 될까? 나는 다시

태어나면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사람이다. 이런 꿈을 갖고 있어서일까, 나는 사실 책을 잘 안 읽는다. 학

교 다닐 때 교과서를 제외하고 읽은 책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손으로 꼽히는 몇몇 책을 살펴보면 어릴

때 집에서 할 일이 없어서 집에 있는 책을 뒤지다 우연히 발견한「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이 책의 내용

은정확하게기억하지못하지만, 아직도기억하고있는건내가책을읽으면서눈물을펑펑흘렸다는사

실이다.

그리고 중학생 시절 한창 사춘기일 때 우연히 집에 있던 정비석 작가의「노변정담」이라는 책도 읽은 기

억이 난다. 노변정담의 이야기는 여행을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잡담 같은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내가 읽은 당시에 총 8권 정도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틀인가 삼일 안에 다 읽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군에 복무할 때「혼자 뜨는 달」이라는 소설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난다. 이렇게 나는 살면서 책

을 많이 읽지 않았기에 그동안 읽었던 책을 다 기억하고 있는지 모른다. 만일 내가 책을 많이 읽었다면

이렇게몇가지를특정해서기억하지는못할것이다.

특히 두 아이의 아빠가 된 후로는 나를 위한 독서는 없었다. 읽기 싫어서가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여유

가 없어서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책

을 많이 읽어 주려고 한다. 그러한 이유는 빌 게이

츠의 얘기로도 유명하듯이 상상력의 원천은 책

이고, 21세기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앞서 가

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 이다. 이것은 책

상머리 공부가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자

책읽어 주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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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학부모들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 독서 운동가 버니

스 E 컬리컨 박사의 말처럼‘우리가 자녀에게 책 읽는 버릇을 길러주는 것은 놀라운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다.

또한,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니 누구나 자기 아이 교육에 해 생각하고, 누구보다도 똑똑한 아이로 키

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의 아내는 초등학교 교사인데 아내가 담임으로 있는 반에서 공

부 잘하는 아이의 독서습관을 알아본 결과, 부분 상당한 독서량을 가진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독서

를 많이 하는 아이들이 공부도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특히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기 전부터 아

이의엄마가책을읽어줬다는얘기를듣고서는더욱더독서습관의중요성을알게되었다.

그러다 보니 평생 책 한 권 잘 읽지 않던 나와 부부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

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물론 생각한 로 잘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고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귀차니즘에 빠진 나는 초심을 잃고 책 읽는 걸 사실

아내에게많이미룬다.

하지만 아이가 둘이기 때문에 첫째가 엄마랑 책을 읽으면 둘째는 엄마와 언니가 책 읽는 것을 방해하기

도 하고 때때로 자기도 책을 읽고 싶으면 마치 술 취한(?) 것처럼 책을 들고 나에게 다가와“빠 빠”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하면서 내 무릎에 앉는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나는 마치 자상한 아빠인 것처

럼기차소리, 동물소리를내어가면서최 한재미있게책을읽으려고노력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동화책을 읽은 권수가 하나 둘 늘어나 차츰 동화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이

젠 하루라도 동화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칠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책들은 주로 동화책이기

때문에 내가 추천하고 싶은 책을 써 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

을 때 상당히 난감하 다. 하지만 나는 수많은 동화책을 읽었

기 때문에 내가 읽은 동화책 중에서도 아이를 둔 부모들이 아

이들과 같이 읽어서 재미있고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책을 몇

권소개하기로하겠다.

첫 번째로 추천하고자 하는 책은「클로드의 깜짝 선물」이

다. 인생에는 깜짝 선물이 있어야 재미있겠죠? 북극 할머니

에 갔다 오면 깜짝 선물을 준비해 두겠다는 말을 듣고 난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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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혼자 북극에 간 클로드(곰)는 북극 체험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엄마, 아빠에게 줄 선물로 눈사람

을 포장해 왔는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 눈사람은 이미 다 녹아 있었다. 실망한 클로드에게 부모님이 준

비한 깜짝 선물을 주었다. 무엇인지 궁금하죠? 그건 바로 클로드의 동생이랍니다. 우리 첫째도 동생을

처음 만날 때 이런 비슷한 경험을 겪었는데 이런 떨어짐의 시간을 통해 가족에 한 그리움과 사랑을

배우게되는것같다.

두 번째로, 「소시지가 먹고 싶어」이다. 고양이

가족이 소풍을 갔는데 깜박 잊고 소시지를 두고 왔

다. 소시지가 너무 먹고 싶은 막내 티미가 가족들이

소시지를 구해오지 않아 자기 혼자 집까지 소시지

를 가지러 갔다 오는 과정의 이야기다. 얼핏 보면

고집쟁이 아이에 불과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바

를 이루어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 준다. 집에

서 돌아올 때에는 가족들을 위한 간식까지 챙겨오

는 배려심까지 보인다. 돌아오는 길은 어둑한 저녁

길인데 무서워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에서 어릴 적 심부름 갔다 오던 무섭고도 꼭 오줌이 마려웠던

밤길의 향수까지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모든 것에 일장일단이 있다고 했던가? 애독자인 우리 딸도 소시

지를무척좋아하는반면자의식도강해졌겠지요? (아직은알수없으니)

세 번째로, 공원 산책길에 꽃단장하고 나들이 나온 애완견만 봐도“꼼짝마”하는 우리 부부, 동물비애호

가로서 동물 이야기로 가득한 아이들 세상에 그래도 자신 있게“사랑하자, 예쁘지”하고 말할 수 있는

건 토끼밖에 없다. 그런 엄마, 아빠의 유전자를 그 로 물려받은 소심한 우리 딸이 좋아하는 토끼를 소

재로한「태티레티는어디있을까」는우리집도서관에서가장많이읽히는책이다.

어린 딸 몰리가 잠잘 때 껴안고 자는 토끼인형 태티레티를 잃어버려 상실감에 빠져 있다. 하지만 몰리

는 태티레티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곰 세 마리, 신데렐라, 해적선, 공룡, 달나라 아저씨 등 온

갖 환상적인 모험을 겪으면서 돌아오고 있다고 상상한다. (어른의 눈으로 본다면 토끼 인형가게에 가서

새 인형을 구입하는 과정에 불과하지만) 아이들이 자주 겪게 되는 상실감을 이렇게 기분 좋게 극복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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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부모인 나에게 심어준 책이다. 그리고 토끼를 잃어버린 이야기 속에 토끼가 주인

을 찾아오는 모험이야기가 펼쳐진다. 액자식(?)스토리가 전개되는 동안 처음에는 미아가 된 토끼처럼

책을 읽어주는 부모나 듣는 아이도 책 속에서 길을 잃게 되지만 결국에는 토끼도, 부모도, 아이도 모두

액자식 구성에 감격하면서 집에 돌아오게 된다. 집을 잃어버린 슬픈 경험을 하면서도 낙심하지 않고 흥

미진진한 모험을 겪어내고 돌아온 토끼처럼 우리 딸도, 나도 인간관계든 결혼생활에서든 슬픔을 기쁨

으로승화시킬줄아는지혜를선사한책이다.

네 번째로, 한 생명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하는 부모가 되면 근거가 있든 없든 몹쓸 공포감에 시달린다.

나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과 관련된 기분 나쁜 뉴스만 봐도 세상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무시무시한 꽥꽥이」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공포에 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책이라고 무시하지 마시길 바란다. 쓸데없이 자주 드는 공포감을 극복해야 하는 아이

도, 혼자서극복하기힘든공포감극복을도와주어야하는부모에게도꼭권하고싶은책이다.

둘째를 키우면서 큰 곤경에 빠졌다. 몸이 약한 아내와 잘 때 신경질적인 첫째를 위한답시고 밤중에 둘

째가‘빽’하고 울면 신속하게 달려가 안고 두세 번 다독이다 안 그치면 얼른 엎었더니 지금 16개월 돼가

는 둘째가 밤마다 한 시간 간격으로 벌떡 일어나 먼저 엄마에게“안아 안아”(섬뜩하게도 정확한 발음으

로)하고 엄마가 바로 안아주지 않자 휘청휘청 아빠에게 달려와“빠 안아”한다. 그럼 난‘큰 여자 눈물엔

강했는데작은여자눈물엔왜이리마음이약한지’오늘밤에도아빠인내가아이를업게된사연이다.

그래서 우리 큰 아이는 내가 퇴근할 때 문 앞에서 그러죠, “윤하 엄마 온다, 윤하 엄마”(퇴근길 당연 아

내와 첫째는 시큰둥하니 나를 맞지만 둘째는 집 나간 엄마가 돌아왔는지..빠. ..빠 하며 와락 안긴다) 이

맛에 아이를 또 업는다. 오늘 밤도(피곤하게 살죠). 이런 동생과 운명적으로 한방을 써야만 하는 첫째는

정말 여동생이 싫을 것이다. 업기 전쟁에서 지친 엄마아빠가 하소연하듯이 첫째에게

“동생 밖에 버릴까?”하면“아니”하고 답한다. 내 생각엔 이것이 독서의 위

력이라고 본다. 주인공은 동생의 탄생과 함께 질투와 상실감을 겪게

되지만 여러 사건을 통해서 동생을 점점 인정하고 사랑하게 된다.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듣는(차 안에서) 이 책으로 우리 첫째도

둘째를진정으로사랑하게되었다. 정말이랍니다.

33법원사람들_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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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조사심의관

코너 _ 조찬 법원도서관조사심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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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몇 년 전 우연히 일본에서 형사법정을 방청했을

때 일입니다. 10 후반 정도 되는 남자 피고인이 법

앞에 섰습니다. 재판장이 법정에 들어온 다음 인정신문

을하는것같은데재판장과피고인이한참 화를나누

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사람 이름 확인하고 주소

확인하는데, 이 나라는 인정신문도 정말 길게도 하네.

이러니 한 사건을 10년씩이나 재판하지! ’본론에 들어

가 재판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보고 싶은데 인정신문하

느라날을새겠다싶은생각이들면서슬슬짜증이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사정이라도 생겼나 해서 법정을 안

내해준 분에게 살짝 이유를 물었습니다. 설마 했는데,

정말 피고인의 주소와 본적을 확인하느라 한참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알고 보니 일본에서

는 우리나라‘이두’처럼 같은 한자라도 어떤 경우는 음

독으로, 어떤 경우는 훈독으로 읽는데, 특히 지명의 경

우한자읽는방법이매우 다양해서이렇게확인하는경

우가종종있다는겁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법정을 바라보는데, 이번에는 재판

장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면서 피고인을 훈계하고, 피고

인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면서 뭐라고 꾸하는 것이 아

니겠습니까. 피고인이 뭔가 큰 잘못을 했나 싶어 다시

옆에있는 분에게이유를 물었습니다. 웬걸요. 피고인이

반성문인가 자술서인가를 제출했는데, 한자를 쓸 줄 몰

라 전부 발음 나는 로‘히라가나’로 작성하여 제출하

다고합니다. 읽는 것이불편하여짜증이나서 그랬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재판장이“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한자를 쓸 줄 모르냐? ”라고 하면서 요즘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다며 핀잔을 주었다는 겁니다. 피고인도 재판

장한테서 꾸중을 듣다 보니 겁이 났던 모양이죠? 머리

를 들지 못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변명하는 듯 보 습

35법원사람들_2012.06

니다. 들어본즉슨 부모가일찍이혼하여직장에다니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는 바람에 제 로 교육을 받지 못

하 다고하네요. 그리고선한참동안자신이 어떻게살

아왔는지성장배경을늘어놨다고합니다.

방청을 마친 후 해당 일본인 판사를 면담할 기회가 있

었습니다. 안내해준 분 소개로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제 명함을 건네고, 일본인 판사한테서도 명함을 건네받

았습니다. 으레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나누는 인사가 그

렇듯 저도 명함을 건네받고 충 훑어본 후 지갑 속으

로 명함을 집어넣으려고 하 습니다. 그 순간 일본인

판사가 잠깐 설명할 것이 있다고 하면서 건네준 자신의

명함을 다시 손에 쥐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나

서 연필로 명함에 뭔가를 써가면서 진지하게 설명을 하

기 시작하 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해서 통역하

는 분에게 물어보았더니, 쎄 명함에 있는 자기 이름

이 한자로만 기재되어 있어서 읽기 어려울 거라며 어떻

게 읽는지 설명해준 다음‘히라가나’로 읽는 법을 써주

었다는 겁니다. ‘아~ 이 황당함은 뭐지? ’우리나라에서

는 자신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기 위해 명함을 보면서

설명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자기 이름을 어떻게

읽는지 모를까 봐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경우는 좀처

럼 없으니까 말입니다. 모름지기‘문자’는 말로 표현하

지 않더라도 쉽게 그 뜻이 전달되도록 만든 인류문명의

산물인데, 말로 설명하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명함’

구실 못하는‘명함’을 보면서 문자의 한계를 살짝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문자의 불완전성은 일본어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인류공통어라고 하는‘ 어’는 얼마나 완전

할까요? 얼마 전 딸아이에게 어를 가르쳐 보겠다고

어로 된 동화책을 하나 샀습니다. 문장 중에‘knight’

라는 단어가 나오자 딸아이가 [크니그흐트]라고 읽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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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니겠습니까. 틀렸다고 하 더니 [크나이그흐트]라

고 읽더군요. 조근조근‘k’나‘gh’는 소리가 나지 않으

니 [나이트]라고 읽어야 한다고 얘기하 더니, 버럭 화

를 내면서 왜‘k’와‘gh’가 있는데 읽지 않느냐며 되레

화를내는 겁니다. 읽지도않는데 왜쓰냐고반문하면서

말이지요. 억지스럽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틀린 말도 아

닌 것 같아 저도 모르게“그러게 말이다.”라며 꼬리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어디 어 철자에 문제가 있겠습니

까. 자기는중학교때부터배웠으면서어설프게남들따

라 한다며 철없는 어린 딸내미에게 어를 가르쳐보겠

다고한제가어리석은것이겠지요.

‘knight’는 그래도 봐줄 만합니다. ‘a’가 나오면 딸아

이의 불만은 불평을 넘어 분노 수준에 이릅니다.

cake(에이), arm(아), many(에), all(오), adult(어),

village(이)와 같이, 같은 철자라도 발음이 천차만별인것

을어린아이가알리가있겠습니까. 그런데 기억을되새

기면제가 어 공부를할때는딸아이가불평하는내용

을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당연히뜻과발음을외워야한다고배웠고, 같은

철자가 달리 발음되는 단어는 시험에 자주 출제되기 때

문에 오히려 주의 깊게 살펴보았으니까요. 이것도 딸아

이 어 공부시켜보겠다는 제 욕심에서 비롯된 억지일

까요?

그러고 보니 우리말만 어렵다고 불평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국어는 말할 필요도 없고 일본어와 어도

어렵긴 마찬가지이니까요. ‘a’처럼 어떤 경우는 우리말

보다훨씬 비과학적인면도있고요. 그런데 이런생각도

듭니다. 불완전한문자 덕분에잠깐스치고 지나가는만

남일수도있는데, 한참자기이름을소개하 던일본인

판사이름을저는몇년이지난지금도또렷이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어설프게시류에편승하는엄마, 아빠

한테 놓고 말은 못하지만, 자기에게 어 공부시키지

말고 마음껏 놀게 해달라는 철부지 딸내미의 강력하면

서진한 요구는명확히전달되었다는 점말입니다. 물론

제가 모른 체하고 있긴 합니다만……. 문자의 불완전성

으로 인한‘소통 부재’가‘새로운 소통’을 낳았다고나

할까요. 갑자기‘소통 부재’덕분에 판사 앞에서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열심히 변론해야만 했던 젊은 피고인은

어떻게되었는지궁금해집니다.

띄어쓰기완전정복법

작년 조사심의관 코너 중에 이런 말이 있었는데

기억하십니까? 법 중에 제일 어려운 법이‘맞춤법’이라

고. 어렵다는 이‘맞춤법’중에서‘띄어쓰기’를 따라올

만한 경쟁자가 있을까요? ‘띄어쓰기’야말로 법 중에서

제일어려운법일 것입니다. 사실띄어쓰기원칙은간단

합니다.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쓴다.”라는 원칙만 지

키면 됩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조사는 그 앞말에 붙

여 쓴다.”든가, “의존명사는 띄어 쓴다.”든가,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쓴다.”등 조금만 주의하면 모두

극복할수있습니다.

그런데 띄어쓰기는 다들 어렵게 느낍니다. 문제는 어

떤것이단어냐아니냐를구별하기가쉽지않다는데있

습니다. 복합어(합성어)만 예를 들어봐도 그렇습니다.

같은‘작은’이라 하더라도‘작은 마을’은 두 단어이므

로 띄어 쓰고, ‘작은아버지’는 복합어이므로, 즉 한 단

어이므로 붙여 니다. ‘작은’의 예와 같이 특별한 원칙

이 있어서 하나는 두 단어로 취급하고, 다른 하나는 복

합어로보는것이 아닙니다. 결국어떤 것은복합어이고

어떤 것은 두 단어, 즉 구(句)인지를 구별하는 기준은 아

직뚜렷하게확립된 게없습니다. 그때그때알아서판단

할수밖에 없다는얘기이지요. 복합어중에특히 어려운

것은 동사끼리 결합한 것일 겁니다. 말하자면 띄어쓰기

의 에베레스트라고 할 수 있지요. ‘먹다’만 예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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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법원사람들_2012.06

보겠습니다.

각각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와 문맥에 따라 어떤 경우

는 붙여 쓰고 어떤 경우는 띄어 쓰고 있습니다. 어디 이

뿐이겠습니까. 제가 지금 한참 설명드리고 있는‘띄어

쓰기’도 국립국어원이 발간한‘한국 어문 규정집’에 보

면 명사형은‘띄어쓰기’라고 하여 붙여 쓰지만, 동사형

은‘띄어쓴다’라고띄어쓰니말입니다.

그런데 띄어쓰기는 우리말만 어려울까요? 일본어는

아예 띄어 쓰는 것 자체를 포기하고 한 줄로 이어서 쓰

고 있습니다. 붙여 쓰다 보면 앞 단어 끝말과 뒤 단어 앞

말이결합하여오해를낳을 수도있는데도띄어쓰는것

은 엄두도 못 내고 여전히 붙여 쓰고 있습니다. 일본인

중에는“일본인은 한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

고 계속 사용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만, 사실은 붙여 쓸 경우 위와 같이 오독의 가능성이 있

기 때문에 단어와 단어를 구분한다는 의미로 싫든 좋든

한자를계속사용하고있는지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는 띄어쓰기가 완전할까요? 어에서

는복합어의띄어쓰기가세가지나됩니다. 다복합어인

데도‘chairman’, ‘high chair’, ‘ape-man’에서 보듯 붙

이기도 하고 띄어서 쓰는가 하면 하이픈으로 묶기도 합

니다. 제 어 실력이 부족한 탓이겠습니다만, 아직도

이세가지를구분하는기준이뭔지는잘모르겠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복합어라면 무조건 붙여서 쓰기

때문에더간단한편이지요.

띄어쓰기가어려운것은우리말뿐만은아니기때문에

불평만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띄어쓰기’를

잘하는 방법을 말 드리면……. 불행히도 모르는 어

단어가 나오면 무조건 외우듯이 외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외국어야 별수 없이 외우더라도 우리말까지

외워야 한다는 게 좀 억울합니다만, 띄어쓰기도 그때그

때 사전을 찾아가며 외우는 것이 정답이 아닌가 생각합

니다. 그리고 사전 찾는 것도 귀찮으시면 빨간 펜 선생

님! ‘법률문장 맞춤법 검사기’도 있으니 적절히 활용해

보시는것도좋을것같습니다.

1. 빼먹다/빼먹다

가. 한문제를빼먹고쓰고말았습니다.

나. 곶감빼먹듯그렇게하지마.

2. 떼어먹다/떼어먹다

가. 남의돈떼어먹고달아난사람을찾고있습니다.

나. 그렇게단단히붙어있는엿을잘도떼어먹는구나.

3. 말아먹다/말아먹다

가. 그많은재산을다말아먹다니.

나. 물에말아먹으면잘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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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림을그리게된계기가궁금합니다.

A. 언제부터 그렸다고 말하기가 좀 애매해요. 사실 그림은 누구나 어릴 때

그리잖아요. 다만 많은 사람들이 어른이 되면서 그림 그리는 것을 잊어 가

죠. 스스로 못 그린다고 생각하거나 재미가 없거나, 여러 이유에서 그만

그릴뿐이지못그리는것은아니라고생각해요. 저는어릴때낙서하기를

좋아하는 아이 는데, 친구들에게 만화를 그려주거나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거나미술시간이즐거웠어요. 그런 시간들이쌓이면서그림에서손을

놓지않았던게지금까지왔네요.

Q. 어떤풍의그림을즐겨그리시나요?

A. 딱히 특정 화풍의 그림을 그리진 않아요. 평소에 낙서를 자주 하는 편이

고, 작업은 캔버스에 아크릴화로 할 때도 있고, 종이에 그릴 때도 있어요.

내용은 주로 일상에서 느끼는 재밌는(?) 생각들이나 화나 로 표현하고

싶지만그럴수없는것들을그림으로그리죠. 사무실풍경을그릴때도있

고요. 지하철에있는사람들을그릴때도있고요. 딱정해진것은없어요.

Q. 특별한사연이있는작품이있다면?

A. 우연히 아는 계장님의 소개로 전국공무원미술 전에 응모한 적이 있어

요. 당시 전지방법원 개인회생실에서 근무할 때 는데 그곳 사무실 풍

경을 그린 그림이었죠. 한 달 정도 준비해서 출품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깜

짝 놀랐던 적이 있어요. 저도 물론 기뻤지만 주위에서 신기해하고, 또 그

림의 배경이 우리 사무실이다 보니 많은 직원들이 제 그림을 보고 이런저

런이야기를나누는것을봤어요. 굉장히재밌고소중한기억이에요. 그그

림은 전지방법원회생사무실에두고왔는데잘있는지모르겠네요.

Q. 미술작품을많이보러다니나요?

A. 지방에 있을 땐 어렵게 올라와서 인사동이며 삼청동도 가고 그랬는데

오히려수도권으로올라오고나선더미술관을안가게되요. 집이과천현

미술관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데 말이죠. 또, 어떤 전시는 기 를 하고

갔지만 막상 보면 실망하는 경우도 있어요. 특히 유명전시는 사람들에 치

여서 더욱더 그렇고요. 저 같은 경우는 미술관련 책이나 미술 소개 프로그

램에서 정보를 얻고,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찾아보는 게 더 재밌더라고요.

38Court &People _ 김경순기자 사진_ 전준후실무관제공

그림이곧내생각이요,

나자신수원지방법원 의왕등기소 전준후 실무관

▲사무실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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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술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진중권 씨나 임준근 씨 책을 찾아보길 추천

해드려요.

Q. 좋아하는화가와작품이있다면?

A. 초현실주의 화가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르네 마그리트’와‘살바도르 달

리’그림의 상상력을 좋아해요. 현 화가 중에는‘프란체스코 클레멘테’라

는 이탈리아 화가가 있는데 독학출신으로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화가죠. 한

국 작가는 서용선 선생님 그림을 좋아해요. 과천에서 전시할 때 가본 적이

있는데, 특별전이라작가와의 담이마련된전시 어요. 작가에게이런저

런 이야기를 듣고서 같이 관람을 했는데 역시 작가를 좀 더 이해하고 나니

그림이더특별하게느껴지더라고요.

Q. 앞으로어떤그림을그리고싶나요?

A.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다기보다 기회가 된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생각을표현할기회가생기면좋겠다는바람은있어요. 누구나 을쓰던노

래를부르던자신을표현하고싶은욕구가있을거라고생각해요. 제게그림

은그런것이죠. 살면서이런저런생각이들때그것을그림으로표현하려고

하죠. 작가 한명 한명이 작은 방송국이라면 더 큰 안테나를 세워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화면을보여주고싶다는, 뭐그런상상을해봅니다.

39법원사람들_2012.06

▲혜화동

▲나에게도이런날이올줄이야

▲파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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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생겼다는 말을 비유할 때 '호

박 같다'라고 하지만 이제 옛말

이 되어버렸다. 호박의 모양새

도 동 동 예뻐졌지만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단호박은 타임지

가 선정한 세계 10 슈퍼푸드

로당당히그이름을올렸다. 단

호박은 씨, 껍질 등 버릴 것이

없는훌륭한건강식품이다.

슈퍼푸드

40건강레시피

_ 권은미푸드칼럼니스트

단호박

단호박

베타카로틴 : 100g 당 1145mg

비타민A : 100g 당 191mg

칼로리 : 100g 당 29K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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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빈혈, 신경과민예방

맛과 양이 뛰어난 단호박은 식이섬유와 미네랄, 탄수화물, 당

질이 풍부하고 비타민A, B, C, E 등을 함유해 비타민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단호박은 아주 특별한 성분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동물성 식품에 주로 많이 있는 비타민B12다. 이 성분이 부

족하게 되면 악성빈혈과 신경과민증세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

에아주중요하다.

*면역력, 항암효과

단호박은 무엇보다 옐로 푸드의 표적인 특징인 항암효과로

호박의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세포가 늙고 질병이 퍼지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미네랄과 비타민 B, 비타민C, 필수 아미노산(호

박씨)이 풍부하여 면역력 강화 및 성장기 어린이의 성장발육과

두뇌발달에 좋다. 단호박은 인슐린 분비를 도와주는 효능으로

당뇨병환자에게도좋은음식이다.

*노화, 감기예방

단호박은 항산화 작용을 하는 루테인 성분과 베타카로틴 성분

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노화방지, 각종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특이 노란색이 진할수록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비타민과 칼슘

특히 당질이 풍부하여 피로회복을 촉진시켜준다. 또한 비타민

이 풍부하고 따뜻한 성질이 있어 몸이 찬 사람에게 좋으며 열을

식히고해독작용을하기때문에감기예방에도탁월하다.

*장운동에효과적

베타카로틴 성분이 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고 몸의 원기를

보충해주는데 도움을 준다. 단호박은 수분의 함량이 높고 섬유

질이 풍부해 갈증해소에 좋고 변비에 효과적이며 팩틴이라는

성분은 장의 운동을 도와 배변활동을 원활하게 도와준다. 호박

은 익을수록 당분이 높아지는데 이 성분은 소화 흡수를 도와 위

장이약한사람이나위궤양환자에게좋다.

*다이어트식품

단호박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면

서 눈의 피로와 백내장을 완화시키기 때문에 장시간 전자파에

노출되거나책을봐야하는사람에게도효과적이다. 고구마의절

반정도의 낮은 칼로리에 비해 포만감이 크고 소화속도가 다른

음식물에비해느리기때문에다이어트식품으로도알맞다.

41법원사람들_2012.06

디저트로좋은단호박양갱

재료 |껍질 깐 단호박 500g, 물 200g, 우유100g, 한천가루

10g, 설탕60g, 올리고당1T, 소금약간

요리하기

1. 껍질을벗겨찐단호박은뜨거울때곱게으깨둔다.

2. 한천가루는 찬물과 우유에 섞어 10분 정도 충분히 불린 후

약불에서설탕, 소금을넣고잘저어가며바 바 끓인다.

3. 2에 으깬 단호박을 넣고 고루 섞어 끓여준 후, 걸쭉해지면

물엿을넣고불에서내려한김식힌다.

4. 원하는틀에양갱반죽을부어1시간정도굳힌다.

Tip. 틀에물스프레이를한후반죽을부어주면굳은후잘떨어진다.

1 2 3 4

R e c i p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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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트렌드

_ 편집실

귀농귀촌이진화하고있다

최근 서점가를 유심히 살펴보면 귀농귀촌 관련 책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귀농귀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는 얘

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2000년 이후에 도

시에서 농촌으로 거주지를 옮긴 인구는 약 93만 명인 반면, 농

촌에서 도시로 거주지를 옮긴 인구는 약 83만 명이라고 한다.

매년 귀농인구 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2001년 귀

농인구가 880세 으나 2010년에는 4,067세 로 늘어났고,

2011년은1만503세 에이른다. 이는전년 비158%가증가한

수치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세 또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고 한다. 통계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 귀농귀촌이 일시적인 것

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인 트렌드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

아가고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너도 나도 귀농귀촌을 하고 있고, 희망하

고 있는 것일까. 사실 전원생활이라고 하면 도시인 누구나가

꿈꾸는‘로망’이다. 도시의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높이고 자연과 더불어 여유 있게 살기 위해 귀농귀촌을 꿈꾼

다. 또한 올해부터 베이비부머 세 (1955~1963년 사이에 태어

난 세 )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인생 2모작에 한 관

심이 높아졌고, 그 안으로 귀농귀촌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이러한 관심이 중장년층에 한정되지 않

는다는 점이다. 실제 2011년 연령별 귀농 현황을 보면, 50 가

33.7%, 40 가 25.5%, 30 이하가 16.5%로 나타남으로써 젊은

층의귀농이활발해졌음을알수있다.

귀농귀촌이 과거에는 도시에서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었다면, 지금은 도시에서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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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법원사람들_2012.06

‘친구따라강남간다’는말은옛말이됐다. 이제는친구따라

강남이 아니라 시골로 간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시 가 됐기

때문이다. 즉, 이전에는 산업화로 인해 농촌의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을 의미했던‘이촌향도 현상’이 사회적인 문제

다면, 오히려 지금은 역으로‘이도향촌’이라고 말을 바꾸어

야 할 만큼 귀농귀촌을 하는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당분간이러한현상은지속될것으로전망되고있다.

반을 바탕으로 그것을 농업과 접목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

출하고자 귀농귀촌을 결심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도시형 농부’, ‘도시형 농

업’이 주목받게 됨으로써 귀농귀촌이 새롭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공적인귀농귀촌을위해서라면

서점에 놓인 귀농귀촌 관련 책 제목만 보면, 나도 당장 귀농귀

촌을 하면 성공해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말처

럼 쉽지 않은 것이 귀농귀촌이며, 또한“할 일 없으니 시골 내

려가서 농사나 짓지 뭐”하는 식으로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다

칠 경우가 많은 것이 바로 이 귀농귀촌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가장중요한것이귀농귀촌을위한준비단계이다.

그동안 귀농학교를 졸업한 사람만도 3천 5백 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정착해서 잘 사느냐 하면

그렇지가 않다. 말 그 로 귀농귀촌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번도 시골에서 살아보지 않은 이들이 이론을 습

득했다고 해서 교과서 로 살아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반기고

있으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생활 기반을 닦고, 성공적으로 귀

농귀촌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 및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귀농귀촌 종합센터(www.returnfarm.com), 통합농업교육

정보 서비스(www.agriedu.net)’등에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교육서비스를제공받을수있으니꼼꼼하게체크해봐야한다.

지난 5월 19일에는 농림수산식품부 주최로 귀농귀촌 전문가와

성공적인 귀농인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는‘제1

회 귀농귀촌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

는곳이라면발품을파는일도마다하지않아야한다.

오랫동안 살아온 터전을 떠나 낯선 곳에서 그것도 농촌에서 또

다른 삶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성공

적인 귀농귀촌을 꿈꾼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기꺼이 수고

로운삶을살겠다는굳건한마음가짐이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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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세계오지기행 ∙사진_ 함길수자동차탐험가

고원위의도시, 새로운꽃아디스아바바

촉촉한 기운이 넘치는 자연의 천국, 하늘에서 바라본 아디스아바바는 마치 푸름의 천국 같았다. 야트막한 구릉

과 산림으로 무성한 자연의 파라다이스, 그러나 공항을 빠져 나오자 도시의 모습은 천국의 이미지와는 다른, 아

프리카최빈국의면모를드러내고있었다. 자연으로축복받은땅이지만, 여전한가난으로신음하고있었다.

공항을 빠져 나와 도심으로 향하는 길에 촉촉이 비가 내린다. 차분한 도시 분위기와는 달리 도시 외관은 마치 북

한 땅을 연상하듯 경직되고 생경하기만 하다. 고도가 높은 도시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도시 중심을 기점으로 구

릉과언덕이도시를감싸고있다. 하지만언덕너머로집들이옹기종기모여앉아포근한전원마을과도같다.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는 적도에 가까운 편이며 고원에 있어 기후는 쾌적하다. 4, 5월의 아디스아바

바는 여전히 선선했다. 해발고도가 2,400m나 되어 공기가 희박하기 때문에 외국인은 고산병(高山病)에 걸리기

쉬우며 천천히 적응해야 한다. 공항을 빠져 나와 시내 중심가로 이어지는‘Bole African Avenue’는 외국인들을맞

이하는첫번째도로인까닭에밝고활기차며잘정돈된얼굴이다.

도심의 도로는‘카메룬스트리트, 수단스트리트, 브룬디스트리트’이런 식이다. 중앙역이 위치한 시내 중심가 북

쪽이 도심의 번화가다. 사관과 주요 호텔들이 집해 있으나, 언덕 위에서 바라보면 여전히 도시는 한가롭고

오래된 고도의 풍모를 지니고 있다. 도시는 여전히 낙후되어 있었으며 에티오피아의 근 화에 공이 컸던 메넬리

크2세때비로소도시재건이시작되어새롭게변모중인오늘에이르고있다.

아디스아바바는‘이동하는 텐트의 집단’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었는데, 다른 땅을 찾아 이동하지 않고 현재의 자

리에 눌러앉아 오늘에 이르 다. 이동을 취소한 것은 생장이 빠른 유칼립투스가 도입됨으로써 연료 확보가 가능

해졌기 때문이다. 도심의 산언덕과 가로수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즐비하여 호주의 중남부 사막지형을 연상시키

기도한다.

근교의 엔토토 언덕에서 시가지를 바라보면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흙벽들은 녹색의 유칼립투스에 가리고 새로

세워진 건물들이 솟아 보여 아름다운 고원도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산언덕엔 여전히 흙벽에 함석지붕을 얹

은 집들이 정겹게 자리하고 있으며 근 적인 건축물이 중심부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오래된 고도의 느낌을 지울

수는없지만, 약동하는기운도느껴지기시작한다.

에티오피아의아디스아바바

아프리카의본질, 에티오피아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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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법원사람들_2012.06

바람도머뭇거리는초록의 지, 천국의땅은에티오

피아를 찾아오기 전 마음속으로만 상상하던 이미지

다. 모든 사람들의 슬픈 표정 속에 진실한 아름다움

이스며들어있고, 겸허하고절제된인내심이그들의

선량한 국민성을 잉태한 듯하다. 하강하는 비행기

안, 초록의 숲으로 무성한 원시 자연과 오랜 가난으

로신음하던아디스아바바를온마음으로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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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디스아바바로가는길 |

에티오피아항공이 방콕을 경유하는 루트를 연결하 고,

케냐항공을 통해 나이로비를 거쳐 아디스아바바를 갈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항공이나 터키항공도 취항한다. 경유

시간을 포함 15시간을 예상해야 한다. 아디스아바바는

호텔 편의시설이 썩 훌륭한 편은 아니지만, 최근 전문 여

행가가자주드나드는추세를띄자공항주변으로괜찮은

중저가 호텔, 게스트 하우스들을 선별하여 이용할 수 있

게 되었다. 아디스아바바 시내는 택시나 버스를 이용, 이

틀정도면둘러볼수있다.

| 남부 자연트레킹 |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도 숨겨진 보석이다. 북부 지

역은기독교와관련한광 한문화유산이산재해있으며,

수단, 케냐와 인접한 남부 지방은 자연의 파노라마를

만끽할 수 있는 아프리카 최고의 순수 자연이 펼쳐진다.

특히남부자연은고급커피의주산지예가체프를비롯하

여, 중소도시의시장과마을을찾아가는트레킹에제격이

다. 지프를 렌트해 2명, 4명이 그룹으로 이동하면 안전

하고효율적인여행을즐길수있는곳이다.

WORLDT R A V E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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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법원사람들_2012.06

여행자에게 위로가 되는 원초적이며

소박한모습들

‘아디스아바바’란 에티오피아 말로는 새로

운 꽃(New Flower)이란 뜻이다. 아디스아바

바는햇볕은따갑지만고원지 에위치해우

리나라의 가을 날씨를 연상케 할 만큼 사시

사철 서늘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우기와 건

기로 나뉘어 비가 집중되지만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고할만큼도심을벗어나면주변의

땅은 비옥하다. 이런 기후는 바로 에티오피

아가 커피의 발생지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못사는 나라로 분류되듯 사람들의 행색과

도시 풍경은 여전히 소박하다. 유럽 혹은 아시아의 도시에서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한다면 전통은 있으나 낙후

된 도시의 모습에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전통을 지켜온 도심의 모습과 친절하고 따스한 아디스아

바바사람들에익숙해지고나면, 이고원도시의매력에빠져들기시작할것이다.

아디스아바바는 에티오피아의 수도답게 경제, 행정, 정치, 교육, 문화의 중심지이며 시내 중심에 에티오피아를

상징하는 사자 동상이 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전역에 다른 언어, 다른 문화를 가진 92개의 부족이 있을 정도로

국민 전체의 통합은 어려운 실정이다. 1991년 자본주의 정권으로 바뀐 후 2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경제의 부흥

을위해열심히노력하고는있으나아직은힘이부쳐보이는모습이역력하다.

세계의 온갖 오래된 자동차를 보려면 아디스아바바를 가보면 될 정도로 오래 되고 낡은 차들이 검은 매연을 내

뿜으며 좁고 가파른 언덕길을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나라답지 않게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공해문제

또한 심각하다. 현재도 여전히 도로 공사가 한창이며, 메인 도로를 연결하는 도심의 연결지점엔 좁은 도로로 인

한교통체증이여전한것이현실이다.

화려하고 세련된 것만이 21세기의 얼굴은 아니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하면 모든 것이 낯설

고 남루하여 불편해 보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그러한 원초적이며 소박한 모습들이 여행자

에겐 위로가 되기도 한다. 변화를 위해 순응해 가고 있지만 한편, 예전의 모습을 간직한 느리고 오래된 아디스아

바바가오히려정겨운것은스피드와문명에지친오늘우리들의초상인것이다.

하늘에서는 초록의 지, 땅 위에서는 소박한 평화의 지, 커피의 원산지답게 검고 비옥한 지 위에 자리한 아

디스아바바. 세계의 급속한 변화에 려나 아프리카 변방의 약소한 국가의 소박한 도시 이미지로 비쳐지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람들과 커피를 사랑하는 그들의 향취, 진정한 예우와 나눔, 그리움과 우정을 간직

한채이방인들에게푸근한정겨움과향수를잔잔하게전해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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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藝스러운사람들

779m 정상을뼛속까지즐기다

이상희서울중앙지방법원행정관

2012년 3월 24일.

춘천과 화천 경계점의 오봉산 시산제산행에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오봉산 정상에서

오즈는 아닌 서울중앙지방법원 산악회 회원들!

법원사람들의 재능을 마음껏 뽐내는 공간입니다. “藝스러운 사람들”에 응모

하여 당첨되신 분께는 소정의 기념품을 드립니다. 많은 응모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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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JuneCourt News

법원

법원방송작가초청견학

-법원은2012. 5. 22.(화) 한국방송작가협회소속방송작가19명을초청하여분당

전산정보센터,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가정법원, 법원견학을시행하 습니다.

이번 견학은 TV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을 만드는 방송작가들에게 재판과 사법제도에

해 올바로 알리고, 법원이 국민에게 친숙한 기관으로 다가서게 하려는 취지에서 마

련되었습니다. 이날 방송작가들은 분당 전산정보센터에서 사법 정보화 프레젠테이션,

전자소송 체험관 관람 등을 한 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종합민원실과 법정, 서울가정법

원 협의이혼실, 면접교섭실, 가사조사실 등을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법원을 견학하

습니다.

법원 법정에서는 법원행정처와 법원도서관 소속 법관이 참석하여 방송작가들이

궁금해 하는 법원과 재판의 모습에 해 판사와의 화 시간을 나누었고, 법정 앞

에서기념촬 을마지막으로견학일정을마쳤습니다.

법원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국민들을 초청하여 직접 소통하는 기

회를만들고, 더욱신뢰받는사법부가되기위해노력할것입니다.

49법원사람들_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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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방법원

지역어른초청행사개최

-의정부지방법원(법원장 박홍우)은 2012. 5. 3.(목) 가

정의 달을 맞아 지역어른 초청 행사(경로잔치)를 개최하

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행복나눔봉사단(단장 김수천 수석부장

판사) 주관으로 중회의실에서 법원 인근에 거주하는 60

세 이상 노인 46명을 초청해 지역어른 초청 행사를 실

시하 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형사1부 권소 판사의

클라리넷연주와오르골테라피스트황 옥씨의오르골

연주 및 설명 등이 있었습니다. 이후 법원장의 법원소개

와 청사안내 및 법정방청, 법원 현관 기념촬 , 법원 정

원에서 소연회가 이어졌습니다. 소연회에서는 법원장을

비롯한 행복나눔봉사단 회원들이 초청된 노인들에게 음

식을 제공하 고, 법원장과의 자유로운 주제로 환담이

이어졌으며, 소정의기념품(수건)이제공되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친근하고 열린 법원

이 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으며, 의정부

지방법원은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지역사회와

소통할수있도록노력할것입니다.

구지방법원

제49회법의날기념

법원오픈하우스행사개최

-구지방법원(법원장 김창종)은 2012. 4. 24.(화) 법

의 날 기념행사의 하나로 구법원어린이집 원생들과

교사들을 초청하여 법원 오픈 하우스 행사를 실시하

습니다.

이번행사는법원직원가족들을초청하여법원의역할과

기능을이해시키고, 법원견학을통하여부모님들이일하

는 현장을 방문함으로써 법원에 한 긍정적 이미지를

제공하기위한것이었습니다. 원생들과교사들은중회의

실에서 사법부 홍보 상 시청을 시작으로, 법정에서 직

접 법 에 앉아 재판장 역할 해보기, 부모님들이 일하는

사무실 둘러보기, 법원장과의 단체사진 촬 및 선물교

환, 부모님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등 각종

체험을통해엄격하고권위적인법원의이미지를새롭게

바꾸는좋은계기가되었습니다.

구지방법원은 앞으로 이런 다양한 법원 체험프로그램

을 계발∙실시함으로써 국민과 소통하고 법원의 이미지

개선을위해노력할것입니다.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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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오늘은우리가판사”함평 화학교학생초청

-광주지방법원(법원장 지 운)에서는 장애인의 날 및 어린

이날을맞이하여2012. 5. 1.(화) 사회∙문화에쉽게접

근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에 한 문화 지원을 위하여

전남 함평에 있는‘특수교육의 요람’함평 화학교와 쌍

방향소통을위한법원견학및문화생활등의행사를실

시하 습니다. 이날 행사는 장애 학생들에게 작은 사랑

나눔을 실천하여 사회참여 의욕을 높이고, 꿈과 희망을

가지는계기가되도록하기위해마련했습니다. 오전에는

법관과의 화를 통해 그동안 법원에 해 궁금해 하던

것들을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처음

본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 등의 좌석에 앉아 역할 체험

을 하 으며, 학생들은 판사가 되고자 직접 법복을 입고

법 에앉아기념사진도촬 하 습니다. 이번행사는기

존의 수동적인 법원견학에서 벗어나 평소 법원을 방문하

기 어려운 지체장애인 학생들을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초

청함으로써 학생들은 법원견학과 문화체험을 하는 능동

적인 행사가 되었으며, 동시에 법원은 사회적 약자를 배

려하고국민과소통하는소중한기회가되었습니다.

창원지방법원

개원20주년기념행사

-창원지방법원(법원장 우성만)은 2012. 5. 1.(화) 창원

으로 이전∙개원한 지 20주년을 맞이하여 다채로운 기

념행사를개최하 습니다.

이날 행사는『새로운 도약, 국민 속으로』라는 슬로건 아

래, 창원지방법원의역 법원장과사무국장을초청하여

지난 시간 동안 우리 법원의 변화된 모습과 앞으로 나아

갈 미래의 모습에 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시

민과 함께하는 기념음악회’및 법원장이 직접 실시한

‘창원지방법원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의

프레젠테이션, 각계각층의다양한시민의목소리를직접

듣는‘시민과 함께하는 소통의 시간’순서로 진행되었습

니다.

창원지방법원은 이번 개원 20주년 기념행사를 통하여

법원이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더 큰 사

랑을 받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창원지방법원은국민으로부터신뢰받는법원, 국민속으

로 들어가 함께 소통하며 사랑받는 법원이 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노력을다할것입니다.

51법원사람들_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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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닮고싶은

권윤옥계장님

윤옥~계장님~^̂ 그동안 별다른 연락도 없다가 오랜만에 편지를 보내 놀라셨죠? 그것도 공개적

인 법원사람들에ㅎㅎ 제가 전으로 온 이후 만나진 못했지만 전 그래도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계장님 소식을 전해 듣고 있었어요. 최근 소식통에 의하면 사무관시험 준비하느라 정신없으셨다

들었어요.

이렇게 을쓰고있으려니어느덧제기억은시간을거슬러10여년전으로향하네요. 제가처

음 발령받은 청주지방법원 민사과! 전이 집인 제가 청주로 발령받아 외롭기도 하고 업무에 적

응하느라 힘든 시기 죠. 그때도 계장님은 주사보승진 시험 준비하느라 바쁘셨는데, 업무 중간

중간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공부에 매진하느라 여유도 없으셨을 텐데 후배 입사했다고 먼저 와

서 아는 척해 주시고, 밥도 사주시고, 언니처럼 이것저것 챙겨주셨죠. 그러다 시험 결과 발표하

는 날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집안 살림에, 육아에, 업무에, 거기다

공부까지. 원더우먼이 아니고서야 다 잘해내기 힘들잖아요. 아마 그때부터 던 거 같아요. 제가

계장님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요. 그래서 계장님을 따라 합창단에도 가입하고, 매달 후원하

는 사회복지사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무엇보다 사내 커플이 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었죠

(박정흠계장님도안녕하시죠?).

계장님을 완벽히 닮아가려면 아직 멀었지만 고된 법원생활에서 계장님처럼 순수하고 배려 깊은

선배를 멘토로 삼아 힘들 때 떠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조만간 연락드릴게요. 만나서 그간

못나눈수다떨어요.̂ ̂

“처음 발령받아 어눌하고 정 붙이기 힘든 성격인 제게 먼저 다가와 주신, 평소 마음의

빚처럼 생각하고 있던 분이에요. 독실한 크리스천인 계장님은 주위 분들에게 항상 친절

하고 베풀 줄 아는 분이며, 업무며 가정생활 및 자기 관리도 잘 하시는 항상 닮고 싶은

분이시죠. 첫 발령을 받아 설레며 출근하던 시절,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청주지방법

원 식구들과 여러 가지 추억을 쌓았던 시절 등 한동안 잊고 지내던 모든 이들을 잠

시나마 떠올리며 웃음 지을 수 있어 무척 기쁩니다.”

52러브메신저

전지방법원유계 실무관이보내는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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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법원사람들_2012.06

Festival2012 여수세계박람회장소_ 전라남도여수시신항일일시_ ~2012. 8. 12.(일)

Musical울지마톤즈장소_ 성균관 학교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일시_ ~2012. 7. 15.(일)

Concert2012 옹달샘쇼장소_ 올림픽공원우리금융아트홀일시_ 2012. 6. 22.(금)~24.(일)

Movie마다가스카3감독_ 에릭다넬주연(목소리)_ 벤스틸러, 크리스록개봉_ 2012. 6. 6.(수)

1 23 4

1

2

3

4

2012 여수세계박람회아름다운 물의 도시 여수에 온갖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고 있다. 누구

나 한 번쯤 여수를 방문하고자 일정을 계획해 봤을 것이다. ‘살아 있

는바다, 숨쉬는연안’을주제로100여개국이참가해각나라의해

양산업에 한비전과미래를전시하는‘2012 여수세계박람회’의화

려한막이올랐기때문이다. 국내최 규모의아쿠아리움은물론, 참

가 국가의 나라별 전시장, 규모 바다전시장, 다양한 문화축제가 시

시각각 펼쳐질 예정. 세계박람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

축제에 속하는 국제행사로 2006년 유치 신청을 낸 이후, 6년간의

완벽한준비와기 속에오는8월12일까지열린다.

울지마톤즈마흔 여덟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故 이태석 신부의 감동 이야기

가 다큐멘터리에 이어 무 에 오른다. 최 빈국인 수단의 톤즈 마을

에서 가난한 원주민들을 도우며 그들의 아버지로, 선생님으로, 친구

로 한 가족이 되어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만끽하는 이태석 신부.

말기 암 선고를 받게 되면서 더욱 더 헌신적으로 톤즈 사람들과 브라

스 밴드를 만들어 음악을 연주하고 인생의 마지막을 평화롭게 맞이한

다는 스토리는 음악적 요소와 어우러져 큰 울림을 준다. 특히 이태석

신부의 뜻을 이어 공연수익의 일부를 사회공헌사업에 쓰일 계획이라

고한다.

2012 옹달샘쇼뼈 개그의 일인자 뼈그맨 유세윤, 충 개그 그까이꺼 장동민, 상처

개그 유상무상무 유상무가 TV를 벗어나 무 위에서 관객들을 만난

다. ‘옹달샘’이라는 팀으로 뭉친 10년 우정의 세 사람. 지금껏 보지

못했던 초특급 블록버스터 개그쇼를 위해서 세 사람은 개그는 물론,

춤과 노래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준비했다고. 무 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살아 있는 개그를 제 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고,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개그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기

회로, 더신선하고더 범하게웃기기위해뭉친세명의개그맨들의

신개념라이브개그쇼다.

마다가스카3‘알렉스(사자), 마티(얼룩말), 멜먼(기린), 로리아(하마)’가 돌아왔다.

뉴욕의동물원에서도망친뉴요커4인방의동물들이펼치는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마다가스카’는 2005년 1편 개봉에 이어 2008년

에 2편, 그리고 4년 만에 새로운 캐릭터로 무장했다. 펭귄 4인방을

찾기 위해 몬테카를로로 떠났다가 우연히 유럽 서커스단과 함께 하게

되면서 서커스 공연을 펼치며 일어나는 스릴과 웃음 넘치는 스토리를

담았다. 목소리연기에벤스틸러, 크리스록, 데이빗쉼머등이참여

해캐릭터들의개성넘치는모습을그려낸다.

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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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노인, 장애인, 산모, 아동 등 사회서비스

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교육, 주택, 의료 등 복지

서비스 구매에 해 직접적으로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을

말하며 이때 지급되는 것으로 일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수있는증서와같은이것은?

답 : ���

02

5월호 법원사람들의‘테마인터뷰’에는 이것으로

각종 환자들을 치료하는 이요셉 소장님의 인터

뷰가 실렸다.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

기도하는이것은?

답 : ��

03 5월호 법원사람들에는 구고등법원의 이상국

리님을 인터뷰하 다. 리님은 동호인 밴드에

서 스틱으로 두드리는 악기를 연주하는데 스트레스 해소

에도좋다고하는이악기는?

답 : ��

04

Q U I Z

원 고 모 집

법원 가족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원고가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더불어“Court & People”과“러브메신저”에 사연을 보내주시면 소정의 기념품을 드립니다.

�원고 분량 : PC로작성할경우A4용지 2장내외 �원고 마감 : 수시

�보내실 곳 : E-mail_ 법원사람들@scourt.go.kr �문의전화 : 02-3480-1456 공보관실

◉사법부홍보를위해 법원블로그“명쾌한판사와함께하는법원스토리”를운 하고있습니다.

법원가족여러분의많은방문을부탁드립니다.

◉블로그의 주소는 �http://blog.naver.com/law_zzang �http://blog.daum.net/law_zzang

당첨자 및 정답

2012년 5월호 정답

∙생물종다양성

∙플라시보

∙소망 학

∙로타섬

퀴즈 정답은 메일로해당 월 20일까지 보내주세요.

∙메일 : 법원사람들@scourt.go.kr

∙매월 추첨을 통해 법원 기념품을드립니다. 정답 및 당첨자는 다음호에 게재합니다.

미국 어도비시스템즈에서 만든 문서파일 유형으

로, 윈도우, 맥, 유닉스, 안드로이드 등 거의 모든

운 체제에서 읽고 인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도비

의 설립자 존 워녹이 1991년‘카멜롯’이라는 코드명으로

발표했으며디지털문서의표준을제시한이것은?

답 : ���

01

2012년 5월호 퀴즈 정답자

서울북부지방법원김 희판사

구지방법원최경곤행정관

중부산등기소박순희 리

서울고등법원지미연주임

서산지원조범래법원경비관리 원

Quiz Quiz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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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마음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총무과 유진항 행정관 -

저는 지난 2월 천안지원에 등록부 정정신청을 한 사람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법원에 신청서류를 제출하게 된 저는 근엄하신 판사님과 법조

인들이 근무하시는 곳이라는 선입견으로 문의 전화도 드리지 못했습니

다.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저의 기준과 생각으로 나름 로 갖추어 제출

하 는데 뜻밖에도 사실 확인차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이것저것

두서없는 저의 질문에 한결같이 친절로 일관하며 답변해 주셨습니다.

바쁘신업무중에도그렇게친절하실수가없었습니다.

이번 일로 법은 우리 가까이에 있으며,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

라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한,

진실이 누구에게나 통하기에 앞서 법이 먼저 알고 해결해 주는 것임도

깨달았습니다. 친절한 업무처리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법원 홈페이지를 찾았습니다. 부디 진심으로 감사해 하는 제 마음이 오

롯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한 마음 가슴 속 깊이 간직하

며살겠습니다. 늘건강하시고행복하시길빌겠습니다.

이��

칭찬합시다55법원사람들_20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