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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torative justice) - (victim-offender medi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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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따른 갈등경험과

해결과정에 대한 질적 사례연구

-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에 입각한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victim-offender mediation)을 중심으로 -

연세대학교 대학원

교 육 학 과

서 정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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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따른 갈등경험과

해결과정에 대한 질적 사례연구

-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에 입각한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victim-offender mediation)을 중심으로 -

지도 박 순 용 교수

이 논문을 박사 학위논문으로 제출함

2011년 6월 일

연세대학교 대학원

교 육 학 과

서 정 기

Page 3: 서정기 2007313038 박사학위논문 - t1.daumcdn.net

서정기의 박사 학위논문을 인준함

심사위원 인

심사위원 인

심사위원 인

심사위원 인

심사위원 인

연세대학교 대학원

2011년 6월 일

Page 4: 서정기 2007313038 박사학위논문 - t1.daumcdn.net

감사의 글

저 자신에게 교육인류학을 전공하는 것은 일상의 세계에서 세상과 소통하며 그 안

에서 나를 발견하고 성찰하며 성장해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인류학을 통해 현실과 마

주앉아 세상 속의 가려지고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고 잃어버린 목소리를 들을 수 있

게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작은 것 하나에도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교육학을 공부하면서는 교육을 통한 배움과 성장을 보았고 사람

에 대한 더 큰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어울려 평화를 배우고 가르치는

저의 꿈과 비전에 열정을 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이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영광을

돌립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 속에서 공부의 기회를 가졌고

모든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입학이후 지금까지 언제나 애정과

배려 가운데 지도해주시고 학문적 부족함을 채워가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박순

용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꿈과 열정으로 시작한 도전이 가능성을 넘어 성장하고 발

전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믿고 지지해주신 교수님이 계셨기에 가능했었습니다. 또한 긴 시간 학문적 동반자로 함께 공부하고 때로는 함께 꿈꾸며 힘들 때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어주었던 전공생들에게 감사합니다. 함께 하는 시간들이 언제나 즐거웠고

모두의 꿈과 고민이 저의 연구를 수행하고 공부를 지속하는 힘이 되어주었기에 행복

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제 삶과 사역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공부하는데 아낌없지 지원해 준 한국 아

나뱁티스트 센터(KAC)의 김경중 총무님, 이재영, 정용진 그리고 박윤서 간사님께 감사

드립니다. 회복적 정의에 대한 관심을 연구로 이어갈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실천의

현장이 되어준 KAC가 있었기에 연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늦은 공

부를 응원해 주시고 부모님들께 감사드리며 공부하는 동안 믿음과 사랑으로 묵묵히

곁을 지켜준 가족, 아내 형선과 딸 예진, 장인, 장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일과 논문을

핑계로 가족에게 소홀했지만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마칠 수 없었다는 것을 알기에 가

족들에게 기쁨과 영광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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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논문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진심으로 심사해주시고 지도해 주신 이원재

교수님, 서영석 교수님, 홍원표 교수님 그리고 형사정책연구원의 김은경 박사님께 감

사드리며 지도교수님이신 박순용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또한 학업을 무

사히 마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교육학과 모든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011년 8월 서정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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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

차 례

표 및 그림 차례 ⅳ

국문 요약 ⅴ

I. 서론 11.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 12. 연구 문제 53. 이론적 배경 51) 학교폭력에 대한 이해 72) 갈등으로서 학교폭력 123) 회복적 정의와 대화모임(mediation) 17

4. 선행연구 검토 27

Ⅱ. 연구방법 331. 연구방법으로서의 사례연구 332. 자료수집 및 연구절차 351) 연구의 시작 362) 연구대상 및 제보자 선정 373) 참여관찰 414) 심층면담 42

3. 타당도와 신뢰도 424. 자료 분석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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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i -

5. 연구 현장 451) 대화모임의 구성 요소 462) 대화모임의 진행 과정 50

6. 연구의 범위와 제한점 63

Ⅲ. 학교폭력 대응체계와 법적 절차 661. 학교폭력에 대한 정책과 대응 661)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체계 662) 학교폭력의 학교처리 과정 683) 학교폭력의 사법처리 과정 70

2. 학교폭력 대응체계의 문제와 한계 741) 학교폭력 대응체계의 이원적 구조 752) 학교폭력 대응과 실천에서의 문제 773) 응보적 대응방식의 한계 78

Ⅳ. 대화모임 사례분석을 통한 피해자-가해자 갈등의 재구성 811. 갈등의 구조와 원인 821) 당사자들의 오해와 대립 842) 학교의 외면과 무관심 993) 사법과정에 따른 갈등 110

2. 갈등의 영향 1181) 피해자의 고통 1192) 가해자의 상처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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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ii -

3) 피해자로 살아가기 133

V. 회복(restoration)을 위한 피해자-가해자 욕구 1421. 피해자-가해자의 이야기 143

1) 대화모임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 1432) 피해자 이야기 - 살기위한 몸부림 1453) 가해자 이야기 - 버림받은 존재 155

2. 대화모임을 통한 갈등해결 경험의 의의와 한계 1611) 생존자 되기 1612) 끝나지 않은 상처 172

Ⅵ. 회복적 정의에 따른 갈등해결 경험의 교육적 의의 1801. 회복적 정의에 따른 갈등해결의 교육적 실천의 필요성 1802. 회복적 정의의 교육적 적용으로서 회복적 훈육(discipline) 184

Ⅶ. 결론 및 제언 1901. 요약 1902. 결론 1923. 시사점과 제언 195

참고문헌 203

부록 211

ABSTRACT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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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v -

표 차례

<표 1-1> 청소년폭력예단의 학교폭력 위기 개입 모델 11<표 1-2> 학교폭력 갈등유형의 구분 17<표 1-3> 응보적 사법과 회복적 사법 비교

` 20<표 2-1> 연구 제보자 목록 40<표 2-2> 회복적 사법 조정훈련 기초과정 49<표 3-1> 소년법상 보호처분의 종류 73

그림 차례

[그림 1-1]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의 이해 당사자들 16[그림 1-2] 회복적 정의에 대한 꽃과 수레바퀴 모델 26[그림 2-1] 법원의 화해권고실 단면도 56[그림 2-2] 대화모임 진행규칙과 동의서 58[그림 2-3] 대화모임 진행단계 59[그림 3-1] 학교폭력 대응 및 사안처리 흐름도 74[그림 4-1] 피해자의 악순환 136[그림 4-2] 피해자-가해자 순환도식 140[그림 4-3]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의 유형과 원인 141[그림 5-1] 트라우마 치유의 여정: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168[그림 6-1] 학교에서의 규율 형태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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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문 요 약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경험과 해결과정에 대한 질적 사례연구

-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에 입각한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victim-offender mediation)을 중심으로 -

학교현장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심각해지고 확대되면서 학생뿐 아니라 학교 공동체

의 구성원들이 겪는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학교폭력은 폭력으로 인한 당사자들의 고통

뿐 아니라 그 사안처리 과정에서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심화되면서 당사자들과 학

교 공동체는 사건 종결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상

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의 원인과 전개

과정, 해결을 위한 당사자들의 욕구와 필요를 이해하기 위해 학교폭력 이후에 처리과

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및 이해 당사자들이 겪는 갈등경험과 해결과정을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갈등해결을 위해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에 입각해 이루어지는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victim-offender mediation) 사례

를 중심으로 질적 사례연구를 수행하였다. 기존의 응보적 정의(retributive justice)가규범에 따라 잘못을 규정하고 이에 따른 처벌에 초점을 두는 것이라면 회복적 정의는

사건의 영향을 받은 이해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자신들의 실제적인 폐해를 해결

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회복적 정의의 실천으로서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은 당사

자들이 직접 만나 제3자인 전문 조정자의 도움으로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신들의 피해

와 고통, 어려움을 직접 이야기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논의하

고 결정하는 과정이다. 당사자들은 대화를 통해 타인의 경험을 공감하고 종합적으로

이해하게 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을 새롭게 성찰하며 사건의 해결을 위

한 실제적인 필요와 욕구를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대화모임에 대한 참여관찰과 참가자들과의 심층면담을 통해 본 연구는 학교

폭력 사건 이후에 당사자들이 경험하는 갈등의 원인과 구조를 탐색하였고 학교폭력

사건과 갈등으로 인해 당사자들이 겪는 실제적인 고통과 어려움을 고찰하였다. 나아

가 학교폭력 사건의 해결을 위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필요와 욕구를 교육현실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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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맥락 속에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가해자 처벌에 초점을 두는

응보적 방식의 교육적 접근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구를 나누고 직접 잘못으

로 인한 폐해를 회복하고자 하는 회복적 실천의 교육적 의미를 고찰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현재 학교폭력 대응체계의 문

제와 한계는 무엇인가? 둘째, 학교폭력에 따른 해결과정에서 당사자들은 어떠한 갈등

을 경험하는가? 셋째,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에서 회복을 위한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

구는 무엇인가? 넷째, 처벌이 아닌 회복에 초점을 둔 회복적 정의에 따른 학교폭력의

갈등해결경험의 교육적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연구를

수행하였다. 본 논문의 제3장에서는 학교폭력을 둘러싼 학교와 사법에서의 대응체계를 살펴보고

학교폭력 사안처리 구조에 대한 탐색과 더불어 이들 대응체계가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실천되고 있으며 운영에 있어서 현실적 문제와 한계를 살펴보았다. 제4장에서는 대화

모임의 참가자 진술과 심층면담을 바탕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갈등을 재구성하고 갈

등이 발생하고 전개되며 심화되는 원인과 이를 둘러싼 구조, 갈등 과정에서 당사자들

의 경험과 이로 인한 실제적 고통과 상처를 탐색하였다. 나아가 갈등의 해결과정에서

겪게 되는 상처와 고통이 어떻게 당사자 내면의 역동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갈등구조

와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았다. 제5장에서는 해결과정 속에서 대립하고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 및 가해 학생과 그 가족들이 자신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가지는 실제적인 욕구가 무엇인지 탐색하였으며 이와 함께 갈등을 극복하는 전

반적인 맥락을 고찰하고 대화모임의 의미와 한계를 함께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회복적 정의의 교육적 적용으로서 회복적 훈육(restorative discipline)의 교육적

의미와 교육현장에서 갈등해결의 실천적 의미를 고찰하였다. 이와 더불어 갈등이 학

교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회복적 정의에 따른 갈등해결의 교육적 성과

와 의미 그리고 필요를 탐색하였다.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연구의 결과와 결론을 도출하였다. 학교폭력 예방과 대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선도의 사안처

리 원칙과 입법취지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현행 대응체계와 응보적 패러

다임에 따른 사법절차가 갈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

다. 또한 해결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경제적 보상과 처벌을 문제해결의 필수

조건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으며 이와 함께 존중, 배려, 공감 등의 감정적 실익과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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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에 대한 실제적 회복을 위한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당사자들

은 사법 제도와 절차 속에서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어 사건해결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참여를 원하였다. 그러나 처벌로서 사건을 종결하는 응보적 방

식의 사안처리는 당사자들의 교육적 필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선도를 통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지원하고자 하는 교육적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

었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당사자 학생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복귀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학교는 학교폭력 이후에 갈등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교정하고

교육적 성장과 발전을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처벌 중심의 응보적 방식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서 소통하고 참

여하여 주체적으로 자신들에게 일어난 해악과 폐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교육적 개입

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에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공동체의 온전한 회복을 추

구하는 회복적 정의와 그 실천으로서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은 학교폭력에 따른 갈

등을 해결하고 이를 성장과 발전의 교육적 기회가 되도록 하는 대안적 실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핵심되는 말 : 회복적 정의, 회복적 사법,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 학교훈육, 학교폭

력, 갈등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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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1.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

학교 공동체 내에서 교육 주체들 간의 대립과 갈등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교사

와 교사의 갈등,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행정기관 간의 갈

등 등 그 양상도 다양하고 복잡해졌고 특히 이러한 갈등은 쉽게 법적 분쟁으로 비화

되어 당사자들이 겪는 고통이 커지고 있다. 또한 교육이 자율화되고 다양화되면서 교

육 주체들의 권리의식도 높아져 잠재적 갈등의 가능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학생인

권조례나 체벌금지가 교육현장에 적용되면서 교권을 중심으로 한 교사의 절대적 권위

와 학생들의 복종이라는 전통적인 관계의 전환은 갈등의 잠재적 위험성을 높이고 있

다. 또한 참여 민주주의의 확대라는 사회 환경 속에서 교육정책결정 과정에 학부모와

일반 시민의 참여가 증가하면서 사회문화와 교육환경의 변화가 갈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학교는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상호 긴밀한 관계 속에서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

을 지원하도록 설계된 제도이다. 이는 일정한 지역을 기반으로 교육이라는 공동의 목

적을 공유하는 집합이자 공동체로서의 특성을 지닌 사회적 제도이고 조직이다(김성열, 2001). 따라서 학교가 교육적 책임을 다하고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육 주체들

간의 신뢰에 바탕을 둔 협력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교육 주체들 간의 대립과 갈등, 이로 인한 불신으로 오늘날 학교교육의 기능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

는 갈등을 처리하는 것만이 아니라 갈등으로 인해 대립하고 반목하는 공동체를 원상

회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김용, 2008). 특히 학교 내 갈등이 소송으로 비화

되면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뿐 아니라 비록 법적 판단으로 갈등은 종결될지 모르나

상호간의 불신과 대립이 커져 법적판결 이후 교육 공동체가 받는 부정적 영향은 여전

히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갈등에 대한 일반적 이해는 부정적이다. 사람들은 갈등을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받

아들이기 때문에 갈등이 없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갈등해결연

구들은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으며 오히려 잠재된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는

것을 통해 건설적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로 본다(정주진, 2010). 이는 학교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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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교육 현장에서 갈등은 대립과 분열의 위험요소가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규범을 익히고 책임을 배우며 서로가 협력하여 건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적 문제해결 역량을 기르는 기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

다. 하지만 많은 학교 내 갈등이 교육적인 해결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법적 절차로

넘어가고 강제적 해결이 이루어지면서 갈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지속된다. 학교 내 다양한 갈등유형들 가운데 특히 심각성이 높고 피해자-가해자 대립 속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문제이다. 학교폭력은 오랫동안 한국사회

의 대표적인 교육문제이자 사회문제로 인식되어 왔다. 1990년대 초반 학교폭력에 대

한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민간차원의 적극적 관심과 노력으로 ‘자녀안심하고 학교보

내기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 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

가 결성되어 법제정이 추진되었으며 2004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대책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문용린, 2006).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지만 오늘날 학교현장에서 학교폭력은 여전히 긴급하고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폭력행위자의 저연령화, 여학

생 폭력의 증가, 학교폭력에 따른 자살의 증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정신적 괴롭힘

그리고 성폭력의 증가 등이 보여주듯 그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다(박효정 외, 2006; 조정실, 차명호, 2010; 청소년폭력예방재단, 2008). 이처럼 학교폭력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그 해결과정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통한 사안처리에 집

중되어 있어 교육적 해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 선도와 피해

자 보호, 나아가 학교폭력의 재발방지와 이를 위한 학교 내 근본적 문제해결, 당사자

의 화해와 같은 교육적 해결에 대한 지원과 전문성의 부족으로 사건 해결을 둘러싼

대립과 반목이 심화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갈등으로 인해 당사자 개인과 가족, 학교와 지역사회 공동체가 학교폭력으로 야기된 갈등으로 분열되면서 보이지 않는 2차, 3차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급증하는 학교폭력 사건으로 인해 교육 구성원으로서 학교폭력 당사자인 학생과 보

호자 간 사안 처리와 이에 따른 갈등의 해결은 학교의 중요한 역할이자 책임이 되었

다. 학교는 학교폭력대책법에 따라 학교폭력 전담기구와 자치위원회를 두고 학교폭력

문제해결의 책임주체로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학생과 보호자인 학부모,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교사와 학교당국 등 다양한 당사자들이 직간접적인 이해관계

자로 폭력사건의 해결 과정이 복잡해지고 쉽게 악화된다. 그리고 학교의 사안처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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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에서 당사자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많은 경우가 극단적 대립 속에서 사법적 해결로

사건이 종결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교육 공동체와 각 구성원이 협력하여 교육적

책임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학교폭력의 발생 후 이를 처리하는 과정은 응보적(retributive) 패러다임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물질적 보상과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을 중심으로 이

루어진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의 교육적 선도라는 목표를 가지고 학교폭력 대응체

계가 구성되어 있지만 학교의 실제 사건처리 과정은 선도위원회나 자치위원회를 통해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과 피해에 대한 당사자 간의 물질적 보상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학교 뿐 아니라 형사사법 체계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가해

자는 법규범을 어긴 범죄자로서 유죄행위에 대해 국가가 처벌하고 피해는 민사사법

과정을 거쳐 물질적 보상을 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하지만 사법체계 속에서 이루어

지는 이 같은 처벌 중심의 사안처리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결과와 해결과정에서 나타

나는 당사자들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필요와 욕구를 반영하지 못한 채 사건을 일방적

으로 종결짓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는 잘못된 행위와 직

접 관련 없는 응보적 처벌로 책임을 다하게 되고 당사자 간의 직접적인 용서와 화해, 피해자의 실질적인 피해회복과 이를 위한 가해자의 구체적인 책임수행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는 피해 및 가해학생들의 상처와 고통만이 아니라 학교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갈등과 이에 따른 대립과 반목으로 공동체의 교육적 역할에

위기를 가지고 왔다. 하지만 동시에 학교폭력 사건의 처리과정과 경험은 학교 내 학교폭력 발생의 위험

요인을 탐색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은 대립과 반목이 아니라 공동의 노력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고 평화를

되찾는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학교폭력의 사안처리 과정은 위

기가 가지고 오는 위험을 기회로 전환하지 못한 채 위험을 은폐하거나 갈등을 봉합하

고 가해자를 처벌하여 사건을 종식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에 대한 실질적 회복을 얻지 못했으며 가해자는 의무와 책임을 실천하고

학교 공동체 안에 재통합되기보다 처벌을 받고 낙인을 경험했고 학교 공동체는 당사

자 간의 관계회복을 이루지 못하고 학교폭력의 위험요인이 상존하는 안전하지 못한

공간이 되었다. 특히 당사자와 그 가족은 외부의 도움이나 전문적 지원 없이 학교폭

력에 따른 갈등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의 긴 시간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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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물질적, 정신적 고통에 방치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에 따른 대립은 학교폭

력의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이처럼 학교폭력 사건에 따른 갈등이 적절하게 관리되고 해결되지 못함으로 피해자

의 피해회복과 가해자의 책임수행, 교육적 생활지도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학생 및

가족 당사자들이 다양한 유무형의 고통을 겪게 되지만 갈등에 대한 이해와 연구는 부

족한 편이다. 기존의 학교폭력에 대한 이해와 접근은 개별적인 피해 및 가해 당사자

와 학교폭력의 유발 요인에 집중되어 연구되었을 뿐 폭력 사건 이후의 갈등해결 과정

과 이로 인한 교육주체들이 받는 영향, 그 의미에 대한 탐색은 부족했다. 피해자와 가

해자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들이 주로 이루어졌을 뿐 선행연구에서 학교폭력으로 인해

서 피해 및 가해학생, 보호자, 학교와 사법제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건해결 과정

에서 발생하는 대립과 갈등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실정이다(장맹배, 2010). 학교폭력

이후 문제해결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경험하고 당사자 간의 갈등은 어떠한 맥

락과 상황에서 일어나며 그 맥락을 이루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화적 특징이 무엇

인지, 그리고 그것이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이 복잡해지는 데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갈등에서 당사자들의 욕구와 의지는 무엇인지 등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학교폭력 사건 이후 문제해결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갈등 경험에 대

한 종합적인 고찰을 통해 학교폭력에서 갈등이 전개되고 심화되는 원인과 이유, 갈등

을 둘러싼 대응체계와 사회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존 응보적인 사고에

서 벗어나 직접적 문제해결의 구체적 실천 방안을 찾는 대화모임 과정에서 갈등이 해

결되는 과정을 탐색하고자 한다. 학교폭력은 교육적 지원과 개입이 필요한 학교 내

교육문제이지만 오랫동안 사회의 사법적 논리에 의해 사안이 처리되어 왔으며 당사자

의 실제적 필요와 욕구와 무관하게 처리되어 왔다. 필요와 욕구 중심이 아니라 처벌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학교폭력 사안처리 과정은 당사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축소

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게 하였으며 실제적인 피해 회복을 가지고 오지 못하면서 갈등

은 해결되지 못하고 심화되어 왔다. 하지만 기존의 대응방식과 달리 대화모임에서 당

사자들은 문제해결을 직접 논의하고 구체적인 실천대안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창조

적 대안을 찾아 갈등을 해결해 왔다. 본 연구에서는 사건 해결을 위해 자신들의 필요와 욕구를 찾아가는 피해학생과 가

해학생, 보호자와 가족 등 당사자들의 경험에서 갈등의 전개양상과 해결의 과정, 그속에서 드러나는 인간행동의 복합성을 고찰하고 학교폭력으로 인한 갈등을 종합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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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이해하고자 한다. 나아가 처벌이 아닌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위해 당사자들의 필요

와 욕구에 초점을 둔 회복적 정의에 따른 해결 과정의 교육적 의미와 적용의 가능성

을 살펴볼 것이다.

2. 연구 문제

본 연구에서는 학교폭력 사건 이후에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경험하는 당사자들의 갈

등경험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통해 기존 대응체계의 문제를 파악하고 갈등 해결을 위

한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구를 고찰하고 학교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탐색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학교폭력 사건 이후 피해자 및 가해

자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이 갈등의 해결과정에서 겪는 경험을 살펴볼 것이다. 특히

갈등의 전개 양상 및 주요 요인, 그리고 갈등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당사자들의 욕구

에 대하여 학교 및 교육 공동체와 당사자들이 상호작용하는 생활세계의 맥락 안에서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학교폭력 대응체계의 문제와 한계는 무엇인가?둘째, 학교폭력에 따른 해결과정에서 당사자들은 어떠한 갈등을 경험하는가?셋째,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에서 회복을 위한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구는 무엇인가?넷째, 처벌이 아닌 회복에 초점을 둔 회복적 정의에 따른 학교폭력의 갈등해결 경험

의 교육적 의미는 무엇인가?

3. 이론적 배경

이론적 배경에서는 학교폭력의 갈등경험을 고찰하기 위한 이론적 근거와 개념들을

다음과 같은 학교폭력과 대응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리하였다. 기존의 학교폭력

에 대한 연구는 학교폭력을 개인적 일탈행위로 이해하고 개인을 중심으로 원인과 결

과를 연구하여 효과적인 예방과 해결 중심으로 접근을 해왔다. 그러나 당사자들을 중

심으로 하는 개별적 접근으로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심각성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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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사자들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유발하는 학교폭력에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

원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학교폭력을 개인적 일탈이 아닌 공동체에 가해지는 위

기로 인식하고 개인에 초점을 둔 심리․상담, 예방교육, 처벌 중심의 대응을 넘어 가족

및 학교, 지역사회 등 공동체 전체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개입을 통해 대응하

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졌다. 그 일환으로 제정된 학교폭력대책법은 학교폭력에 효

과적인 대응을 위해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하여 예방교육을 강화해 왔으며 효과적

인 문제해결을 위해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신속한 처분과 종합적 개입 방안을 마련

하였다. 이처럼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면서 사법적 대응이 강화되었고 더불어 교육

적 효과를 높이고자 대응체계는 발전적으로 보완되어 왔다. 이에 학교폭력 사건 이후

학교의 대응과 사법과정은 표면적인 분쟁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효과적으로 사건을 종

결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사건의 종결 이후 학교폭력이 만들어낸 갈등을 해결

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당사자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회복하지 못하였으며 학교폭력

으로 인한 고통이 지속되었다. 이는 학교폭력이 개인과 공동체의 위기로서 당사자들

에게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필요가 발생하고 해결이 요청되지만 현행 사법제도와 학

교의 대응은 규범적 판단을 중심으로 사안을 처리하면서 실제적인 필요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 사법과정이 사람들의 필요와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람들 역시

국가의 사법적 개입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순래(2008)는 현대 후기산업사회의

포스트모던적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 지적하였다. 보편타당하다고 믿는 정의구현이라

는 개념적 틀 안에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근대적 사법이 포스트모던 사회를 살아가

는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욕구와 도덕적 감성주의(moral emotivism)에 입각

한 감성적 필요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사람들은 근본적

이고 보편적인 정의라고 여겨지는 규범에 따라 일방적으로 판단되어지고 획일적으로

처벌받기 보다는 자신의 필요, 정서적 욕구, 선호에 의해 문제를 판단하길 원하고 소

통을 통해 당사자가 자신의 정의를 회복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

한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서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양

측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길 원하며 당사자들의 인간적 필요를 중심으로 실제적

회복을 추구하길 바란다. 현대 사법에서 이러한 변화된 사회적 욕구에 부합하는 사법적 실천이 회복적 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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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회복적 사법은 처벌에 초점을 두고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응보적 사법에 대한

대안적 패러다임이자 실천으로 시작되었다. 나아가 회복적 사법은 사법 분야에 제한

되지 않고 사회의 삶의 양식으로 다양한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학교

폭력 사건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당사자들의 갈등을 해결하는 실천적 대안으로 사법과

정과 교육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학교폭력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대응의 변화 속에서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

의 문제를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근거로서 학교

폭력의 개념적 고찰과 현재적 특징, 갈등으로서의 학교폭력을 탐색하였다. 또한 학교

폭력에 따른 갈등해결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직접적 참여를 통한 당사자의 화해와

공동체의 회복에 초점을 둔 회복적 정의의 실천과 이론을 고찰하였다.

1) 학교폭력에 대한 이해

(1) 학교폭력 개념의 확장

학교폭력연구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개념이 연구자들마다 달라 학교폭력의 현황 및

실태조사 연구의 결과가 다르게 나왔으며 결과적으로 학교폭력 심각성에 대한 인식

에는 많은 차이가 나타났다(노성호, 2004). 학교폭력은 전 세계적으로 만연해져 있는

현상이지만 그 정확한 개념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학교폭력이 어떻게

정의되느냐에 따라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실태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학교폭

력의 정의를 직접적인 폭력에만 제한한다면 피해자의 수는 소수일 것이지만 단순 욕

설까지 학교폭력에 포함한다면 대부분의 학생이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학교폭력 연구에서 학교폭력의 범주를 정하는데 있어 다층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 즉, ‘학교’를 물리적 공간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일반적인 교육현장으로 확대

해서 이해할 것인가, 가해자 및 피해자를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정의할 것인가 아니면

연령대로 볼 것인가, ‘폭력’을 정의하는데 있어 의도와 형태 그리고 심각성을 무엇

을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 물리적인 폭력만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정서적 폭력도

고려할 것인가, 결과에서도 피해자의 상처와 고통을 중심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가해

행동에 초점을 둘 것인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김준호, 2006). 학교폭력 개념은 2004년 제정된 학교폭력대책법 이후 공통된 이해를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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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정미경, 2006). 학교폭력대책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

외에서 학생 간에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 유인, 명예훼손, 모욕, 공갈, 강요 및 성폭력,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 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 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되고 있으며 2008년 개정된 법에서는

성폭력 또한 학교폭력으로 추가되었다. 학교폭력에서 학교란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특수학교 및 각종학교와 같은 법 제61조에

따라 운영하는 학교를 말하며(학교폭력대책법, 제2조 2호) 가해학생이란 가해자 중에

서 학교폭력을 행사하거나 그 행위에 가담한 학생으로(학교폭력대책법, 제2조 3호), 피해학생이란 학교폭력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학생이라 규정하였다(학교폭력대책법, 제2조 4호). 이처럼 학교폭력대책법의 법 조항은 학교폭력의 범위를 모욕과 상해에서

성폭력까지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조정실과 차명호(2009)는 과거에는 신체에 대한 폭력과 금품갈취가 많았지만 최근의

학교폭력은 다양화, 지능화, 집단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학교폭력을 신체적 폭력, 금품갈취, 정서적 폭력, 언어적 폭력, 사이버 폭력, 게임을 빙자한 폭력 등으로 유형화했

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2008, 이하 청예단)의 학교폭력실태조사 보고서도 학생들의 학

교폭력에 대한 유형별 인식을 조사하고 그 유형을 신체폭행, 금품갈취, 괴롭힘, 집단따돌림, 언어폭력, 위협 및 협박, 인터넷 및 휴대폰 욕설, 협박, 동영상 촬영 피해, 성적추행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의 학교폭력의 이해와 대응은 학교폭력을

간접적이고 비가시적인 정서적 폭력,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등을 포함해 광의적으로

규정하고 학생 간에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유무형의 폭력을 학교폭력으로 보고 대

응하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이러한 광범위한 개념정립은 학교폭력 발생의 잠재적

가능성을 높이게 되었고 따라서 학교 폭력에 따른 갈등발생의 개연성도 높아졌다. 그리고 학교폭력의 발생이 많아지는 만큼 오늘날 학교폭력과 이에 대한 해결과정은 학

교에서의 교육영역에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현상으로 정착되고 있다.

(2) 위기로서의 학교폭력 문제

오늘날 학교폭력의 양상은 질적인 면에서 흉포화되고 조직화되면서 폭력의 심각성

이 높아지고 있으며, 가해자 피해자가 저연령화 되고, 남학생 편중에서 여학생으로 확

산되어가고 있는 추세다(박효정 외, 2006, 조정실, 차명호, 2009; 청예단, 2008). 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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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문제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중심의 개인 상담을 넘어 보다 종합적이고 적

극적인 ‘위기개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은 내담자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폭력의 위협으로부터 그들을 방어하고 구출해주는 역할이

필요하게 되었고 갈등의 양상이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가족, 학교당국과 교사, 행정

가로 확대되고 복잡해짐으로 단순히 상담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

(문용린, 2008). 학교폭력 발생의 구조적, 근본적 문제해결 없이 개인에 대한 상담으로

는 재발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의 행동을 교정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사건으로 인한 피해와 그에 따른 폐해를 해결하

고 교육적 차원에서 당사자들이 화해하고 이들의 삶을 회복하게 하는 복합적이고 종

합적인 개입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위기개입에서 규정하는 ‘위기’란 개인의 현재 자원과 대처기제로 감당하기 어려

운 사건이나 상황을 지각하거나 경험하는 것으로 이것이 경감되지 않을 경우 위기로

인해 정서적, 행동적, 인지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James & Gilliland, 1994). 위기개

입이란 이러한 위기로 인한 불균형상태를 회복하기 위하여 일정한 원조수단을 개인과

가족 및 집단 그리고 지역사회 등에 적용하는 과정인 것이다(김기태, 2006). 따라서 위

기개입 이론에 입각해 학교폭력의 결과가 만들어내는 교육 공동체에 대한 영향과 갈

등양상의 복잡성을 이해할 때 학교폭력은 교육 공동체가 직면한 중대한 위기이며 종

합적인 대책을 필요로 하는 사건이다. 학교폭력은 그 특징을 볼 때 체계위기1)라 할 수 있다(임재연 외 2008). 학교교육은

교육주체인 교사, 학부모, 학생의 상호관계와 의존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당사자

를 중심으로 교사, 학부모, 또래집단, 지역사회, 교육행정기관까지 교육공동체의 체계

에 영향을 주고 변화를 가지고 오는 위기이기 때문이다. 체계이론으로서 학교폭력 위

기이해는 학교폭력을 단선론적인 원인과 결과에 영향을 받는 개별적 사건으로서가 아

니라 상호작용하는 가족, 지역사회 등에 관심을 확대하도록 하였다. 이는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문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학교폭력은 당사자 뿐 아니라 학교의 구성원인

교사, 학생, 학부모들에게 영향을 주며 이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복잡한 갈등양상을 가

1) 위기개입은 이론적 근거에 따라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진다. Jansoik은 기본적 위기이론, 확

장된 위기이론, 적용된 위기이론으로 구분하여 개념화하였는데 확장된 위기이론에는 정신분

석이론(Psychoanalytic Theory), 체계이론(System Theory), 적응이론(Adaptation Theory),

대인관계이론, 혼돈이론(Chaos Theory)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Richard K.

James의 위기개입을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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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학교폭력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이해 당

사자들 사이의 직․간접적인 갈등은 교육 공동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고 위협하는

위기인 것이다. 이에 오늘날 학교폭력에 대한 접근이 예방과 상담 중심에서 위기개입을 통한 종합

적인 접근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개입의 범위도 개별 당사자에서 학교 전체에 대한 학

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활동이나 당사자들의 갈등을 처리하는 중재 등으로 그 영역

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학교폭력에 따른 개입의 범위를 당사자에 한정하지 않고 또

래집단과 교사, 학부모들에 대한 지원과 협력활동을 통한 안전망 형성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 예로서 학교폭력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청예단은 학교폭력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학교폭력 위기개입 모델을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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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계 위기개입 학교폭력 위기개입 7단계

1단계 정보수집

1단계

사건접수(receive)

Ÿ 학교폭력 상담기록지 작성

Ÿ 내담자 욕구 및 위기상황 안전확보 촉구

Ÿ 이후 진행 설명

Ÿ 지속적 또는 일회성 학교폭력 파악

2단계

위기개입팀 구성(crisis-intervention team)

Ÿ 사례정보 공유

Ÿ 역할 분담

3단계

정보수집(information gathering)

Ÿ 교육 3주체 현장 방문

Ÿ 정보의 적극적 수집

Ÿ 관련정보 제공

2단계 사정하기 4단계

문제의 평가(assessment definition of the problem)

Ÿ 학교폭력 객관적 정보 사정

Ÿ 종합적 사례 분석

Ÿ 학교폭력 관련자들의 욕구 및 긍정적 매개체 파악

Ÿ 언론 노출 여부 결정

3단계 계획수립 5단계

전략수립(construct the response strategies)

Ÿ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전략수립

Ÿ 개입방법 확정

Ÿ 의료 법률 관련 자문

Ÿ 학생, 교사, 학부모 및 학급 체계에 대한 계획 수립

4단계 실행 6단계

전략실행(execution)

Ÿ 합의 도출 및 조정

Ÿ 중재 상담

Ÿ 직․간접 서비스 실행 및 연계

Ÿ 상담, 의료, 법률, 복지

5단계 평가 7단계

평가(evaluation)

Ÿ 적절한 개입이었는가?

Ÿ 대상자 사례기록 정리

Ÿ 체크 리스트

Ÿ 체계적 위기개입 유무평가

Ÿ 사후관리 대책

<표 1-1> 청예단의 학교폭력 위기개입 모델 (임재연 외,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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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갈등으로서 학교폭력

(1) 갈등해결(conflict resolution)과 갈등전환(conflict transformation)

인간은 갈등의 동물(homo conflictus)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갈등은 인간의 삶에

동반되는 일상적 현상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서는 다양한 가치와 의견의 충돌, 입장차이가 나타나고 삶의 공간에서 해결되지 못한 대립은 갈등이라는 사회 현상으로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갈등해결에서 말하는 갈등은 다양한 주체들이 가지는 이해와

입장의 차이에서 오는 충돌을 의미한다. 루단스(Luthans, 1981)는 갈등은 주체들 간의

목표나 가치관의 비양립 상태라고 규정하고 상대의 목표성취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 윌못과 하커(Wilmot & Hocker, 2001)는 갈등이 주체들 간의 상호

의존적 특징을 가진다고 보고 갈등은 양립할 수 없는 목적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호의

존적 관계를 가진 당사자들의 대립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당사자 간의

인지, 정서, 행위 차원의 상호작용 속에서 복잡하게 형성되는 특징을 가진다(서문기, 민승규, 김현진, 2001). 갈등은 작게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 가정에서, 지역사회에 넓게는 국가와 국가

에서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삶의 한 단면이다. 갈등에 대한 이해는 다양하게 이루어

져 왔으나 갈등을 정의하는데 공통적인 핵심 요소는 서로 다른 욕구로 인한 개인 간

혹은 집간 간의 대립과 충돌이다. 갈등 연구에서 갈등 자체는 파괴적이거나 부정적이

지 않으며 동시에 긍정적인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사회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관계의 단절과 사회적 손실 및 피해를 발생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 오기도 하고 반대로 사회발전을 이루는 변화의 기회가 되기도 한

다. 이처럼 갈등은 이를 둘러싼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역동적 현상이다. 갈등은 그 특성의 규정에 있어서 상태라기보다는 일련의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Pondy, 1967) 그 과정 속에서 주변의 환경적 요인과 맥락의 영향을 받게 된다(Moore, 2003). 갈등은 갈등 주체들을 둘러싸고 있는 정치경제와 사회문화의 복잡한 역동 가운

데 존재하며 갈등 당사자들 간의 상호의존적인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갈등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갈등의 상호의존적 특성을 알고 상황적 맥락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갈등의 발생에서 전개과정, 해결의 요소는 당사자들의 상호작용에 따라 달

라지며 이는 문화적 독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각각의 문화 속에는 갈등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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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하는 문화적 양식과 역동의 과정이 독특하게 존재하는 만큼 갈등을 이해하고 해결

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공유되는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그 문화 속에 존

재하는 갈등해결의 방식과 대응과정에 대한 고찰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그렇기에

갈등 자체는 보편적 경험으로 존재하지만 갈등의 발전과 해결은 문화와 사회의 상호

작용 속에서 차이를 보이는 만큼 갈등해결의 접근에 있어서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정주진, 2010). 갈등은 그 행위의 주체, 갈등의 요인 등에 따라 유형화 할 수 있다. 행위 주체에 따

라 개인 간의 갈등,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간의 갈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으며 이

는 가족, 지역, 학교, 직장, 사회, 국가 등 발생하는 단위로 유형화 할 수도 있다. 갈등

은 그 내용으로도 구분하는데 무어(Moore, 2003)는 갈등을 사실관계 갈등, 이해관계

갈등, 구조적 갈등, 관계상의 갈등, 가치관 갈등으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그러나 갈

등을 유형화하는데 있어 중요한 이해는 모든 갈등이 어느 한 가지로 유형화될 수 없

다는 것이다. 사실관계의 갈등이 구조적 갈등을 포함할 수 있고 이는 가치관 갈등으

로 발전할 수 있으며 또한 하나의 갈등 안에서 동시에 다양한 갈등원인과 내용이 복

합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갈등을 다루는 접근방법 또한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는데 갈등예방(conflict prevention), 갈등관리(conflict management), 갈등해결(conflict resolution) 그리고 갈등

전환(conflict transformation) 등 이론적 토대와 실천적 목적에 따라 용어도 다르게 사

용되었다. 갈등의 예방과 관리는 갈등의 발생 자체를 억제하거나 잘 관리해서 확산되

는 것을 막는 것에 초점을 둔 것으로 기본적으로 갈등을 부정적인 사회현상으로 규정

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관점이다. 갈등에 대한 다양한 접근에서 갈등해결이 가장 일반적이자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

된다. 갈등해결은 갈등의 결과로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초점을 둔 접근으로서

갈등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고 당사자의 의사소통을 도우며 조정, 협의 및 중재 등

을 통해 당사자의 실익에 부합하도록 해결하는 것으로 이해했다(지속가능발전위원회, 2005). 라우(Laue, 1990)는 갈등이란 어떤 정답을 찾으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그 답

을 찾아가는 해결이라고 보았으며 따라서 갈등해결이란 협의를 통해 당사자가 만족하

는 결과에 이르는 것으로 이해했다. 정리해보면 갈등은 양립할 수 없는 욕구의 충돌

로서 이를 서로가 협의를 통해 수용 가능하도록 대안을 찾아서 직접적인 충돌의 원인

을 제거하고 당사자들이 실익을 얻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볼 때 갈등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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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단순한 기술이나 기법을 넘어 특정 가치와 철학에 근거해 이론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실천을 수행하는 학문영역이자 실천영역이라 할 수 있다(정주진, 2010). 따라서 갈등해결은 이론적 토대를 가지고 갈등을 둘러싼 사회 구조적 문제, 개인적 환경, 사회와 문화적 특징 등에 대해 맥락을 분석하고 갈등의 원인을 찾아 해결

하며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해관계와 대립의 해소를 이루어가는 실천과정이다. 그러나 이같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직접적 갈등의 해결에 초점을 둔 접근은 드러난

갈등은 해결하지만 갈등상황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인식 가운데 갈등의 근본적인 문

제에 대한 직접적 해결과 사회적 변화를 지향하는 갈등전환(conflict transformation) 개념이 제시되었다(Lederach, 2003). 갈등의 해결에 있어 갈등전환의 실천목표는 갈등

가운데 드러나는 구체적인 변화의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갈등을 둘러싼 구조와 환경, 갈등 당사자들의 관계, 그리고 나아가 갈등을 해결하는 문화를 변화시키고 개인과 사

회의 갈등해결 역량을 강화하여 궁극적으로 사회변화를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갈등전환은 갈등의 원인을 사회적 차원뿐 아니라 개인적 차원 나

아가 문화적 차원에서 다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Lederach, 2003). 오늘날 갈등해결에

있어 많은 학문적 연구가 갈등의 전환적 해결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으며 전환적

접근이 갈등의 해결에 가장 포괄적인 접근으로 이해하고 있다(정주진, 2010). 학교폭력

에 의한 갈등은 피해자의 회복과 가해자의 책임을 통해 학교폭력 사건으로 영향을 받

는 당사자와 그 가족, 학교 공동체와 지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요구되는

만큼 표면적 갈등의 봉합이나 법적 합의를 넘어 구조적 원인을 탐색하고 해결하는 갈

등 전환적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2) 학교폭력과 갈등

갈등의 개념에 대한 고찰과 기본적인 이해를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에 적용하면 학

교폭력은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는 이해 당사자가 양립할 수 없는 목표를 추구하는 가

운데 나타나는 대립으로 인해서 인지(cognition), 정서(emotion) 그리고 행위(behaviour) 차원에서 나타나는 충돌이라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충돌은 공간적으로 사회

문화와 단절된 개별적 사건에서 파생된 것이 아니라 갈등을 둘러싼 학교라는 사회문

화적 구조와 환경 속에서 발전하고 전개된 것이며 시간적으로는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일련의 과정이다. 그렇기에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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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간의 대립과 그 요인들 뿐 아니라 대응체계와 사법제도 등 갈등을 다루는 사회

구조, 이를 둘러싼 학교의 사회문화적 환경도 돌아봐야 한다. 또한 시간적으로는 학교

폭력 사건을 중심으로 그 전(前)역사를 탐색하고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요인들이 어떻

게 상호작용하면서 갈등을 야기해왔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이해 속에서 학

교폭력에 따른 갈등은 사건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탐색하고 이를 둘러싼

학교와 구성원의 상호작용, 학교의 사건처리과정과 사법제도 등에 대한 총체적인 이

해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은 1차적으로 당사자 간의 충돌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욕구나 목표의

대립이라는 직접적 갈등 외에도 학교 안에서 존재하는 학생들의 관계 속에서의 갈등

이 간접적인 학교폭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학생

들의 다양한 충돌들을 적절하게 다루지 못할 경우 이들 사이의 잠재적 갈등이 깊어지

고 이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면서 학교폭력으로 확대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

적 차원에서는 인간관계 능력에 따른 갈등의 해결과 또래집단 내의 관계형성과 연관

되며 구조적 차원에서는 학교가 학교생활에서 발생하는 충돌을 어떻게 적절한 교육적

개입을 통해 해결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느냐와 관련되어 있다. 학교폭력의 유

발요인에 대한 연구들은 학교폭력의 대상이 되는 학생의 의사소통능력, 위기관리능력, 심리․정서적 어려움 등을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적 차원의 유발

요인과 더불어 구조적으로 해소되지 못하는 학생 당사자들의 사이의 갈등 역시 학교

폭력을 유발하고 심화시키는 내적 요인이 된다.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은 다양한 갈등으로 확대된다. 학교폭력과 사건의 처리과정을

통해 당사자들의 갈등은 더욱 확대되고 심화되며 이와 함께 당사자들과 보호자들은

문제해결의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 상황과 부딪히게 된다. 특히 학교폭력 사건에서 당

사자는 학생이지만 사건의 해결주체는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로 바뀌게 된다. 이는 학

교폭력의 해결과정이 대부분 금전적 보상을 포함하는 만큼 실제적인 합의에 대한 결

정과 책임은 보호자가 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갈등의 당사자들이 보호자로 한정되

는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의 해결에서 학교와 학교폭력 전담교사, 담임교사는 학교폭

력대책법에 따라 학교폭력 사건의 사안처리와 이를 통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선도

의 책임을 가지는 만큼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그리고 보호자들과 직접 만나고 사건해

결에 개입하고 협력해야 하는 이해 당사자가 된다. 이와 더불어 학교폭력 사건에서

학급이나 학교의 또래집단, 학교의 학부모들 역시 사건의 간접적 이해 당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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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나 학급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은 직간접적으로 주변 또래집단에 영향을 주며 나

아가 이들은 학교폭력 사건의 원인이 되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 구조에 참여하기도 하

면서 사건의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사건에 있어서 다층적인 이해

당사자 집단이 직간접적으로 사건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갈등을 양산하는 복합적 구조

를 가지게 된다.

[그림 1-1]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의 이해 당사자들

갈등의 당사자가 많은 만큼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은 복잡하게 전개된다. 학교폭력

이 발생하면 정확한 사실 확인에 어려움이 있고 당사자들과 그 보호자가 이해 당사자

로서 갈등해결의 주체가 되면서 갈등의 잠재적 요인들이 많아지고 갈등은 복잡해진

다. 장맹배(2010)는 무어(Moore, 2003)의 갈등구분에 따라 학교폭력 문제해결 과정에서

의 갈등의 요인들을 정리했는데 갈등의 복잡성은 여기서도 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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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정의

사실관계 갈등 사건, 자료, 증거물, 사실자체의 해석 차이에서 오는 갈등

이해관계 갈등한정된 자원이나 지위, 소통의 부재, 자원을 분배하는 과정

에서 생기는 갈등

구조적 갈등입장의 차이, 사회, 정치, 경제구조와 왜곡된 제도, 관행, 관

습 등으로 인해 발생한 갈등

관계상의 갈등 불신, 오해, 편견 등 상호관계의 이상으로 생겨난 갈등

<표 1-2> 학교폭력 갈등유형의 구분 (장맹배, 2010)

이처럼 학교폭력과 당사자들의 갈등은 복잡하고 다층적인 구조를 가지고 사건의 과

거와 현재, 미래에 깊이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 사건의 사안처리는 당사자들

의 갈등에 대한 고려 없이 사건에 있어 가해자, 피해자라는 도식 속에서 처벌과 보상

으로 해결되어 왔다. 학교폭력 사건의 이해는 단편적이고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으

며 학교폭력을 둘러싼 복합적인 갈등과 대립은 법에 따라 단순화되어 이해되었고 피

해는 추상적으로 상정되었으며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구는 제거되어 처리되었다. 이처

럼 사건을 둘러싼 갈등의 깊은 뿌리는 남겨둔 채 표면적으로 드러난 현상에 대한 제

도중심적인 처리는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그리고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되어 당사자들을 지속적인 고통을 부여하고 갈등을 지속시키고 확대하는 이유

가 되었다.

3) 회복적 정의와 대화모임(mediation)

(1) 회복적 정의의 역사

1974년 온타리오(Ontario)주의 키치너(Kitchener)의 작은 마을 엘마이라(Elmira)에서

십대 소년 두 명의 고등학생은 스물두 곳의 집을 돌며 창문을 깨고 자동차 타이어를

찢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로 체포되었다. 이들은 기물파손과 난동으로 체포되어 재판

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이 지역의 보호 관찰관이었던 메노나이트(Mennonite)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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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 마크 얀치(Mark Yantzi)와 동료 데이브 월스(Dave Worth)는 이들에 대한 보고서

를 작성하면서 이들이 피해자와 대면하는 것이 치유적인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서를 첨부하여 제출하였다. 법적 근거도 없었고 전례가 없는 이들의 제안은 판사에 의해 받아들여졌고 가해 소

년들은 보호 관찰관과 함께 당사자들과 직접 만나 합의할 것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직접 피해자의 집을 일일이 찾아가 자신들이 누군지 밝히고 사과하고 피해에 대해 합

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이사를 가서 연락이 끊긴 한 집을 제외한 스물 한 곳

을 직접 방문하여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합의하였

다. 그들은 봉사 활동과 현금 배상을 통해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몇몇 가

정은 이들의 직접적인 사과만으로 용서하고 합의를 해 주었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에 주민들은 충격을 받았으며 막연한 공포로 두려웠

지만 가해 소년들의 직접적인 방문과 사과는 마을에 안정을 가져다주었으며 가해 소

년들은 계속 마을과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2) 일반 재판이었

다면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되어 소년들은 범죄자로 마을 공동체와 격리되어야 했지만

이 작은 사법 실험은 당사자의 직접적 갈등해결, 피해의 회복과 지역사회 공동체의

재통합이라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캐나다 작은 마을의 사법실험은 캐나다 사법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캐나다에서는 다양한 회복적 사법 실무와 모델들이 개발되

고 발전하였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약 1200개의 회복적 정의 실천 프로그램이 진

행되고 있으며(Umbreit, 2000) 미국에서만 약 500여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Amstutz & Mullet, 2005). 이들 프로그램의 참여자와 사건의 특징들을 분석한 결과 대

체로 경미한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소년사건에 적용되는 비율이 높았다. 통계에

따르면 약 90%가 청소년이 연루된 사건들이며 사건들의 유형은 폭행, 절도, 시설파괴등이 회복적 정의 실천의 적용 대상들이었다(Umbreit, 2000). 하지만 오늘날의 사법에

서 회복적 접근은 성인사건과 강력 범죄로 그 적용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Zehr, 1990).

2) 키치너 실험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Peachery, D. E. (1989). The kitchener experiment.

In Wright, M. & Galaway, B. (Eds.), Mediation and criminal justice: Victims, offendersand community (pp 14-26). Thousand Oaks: Sage Publications 를 참고할 것, 또한 YTN에

서 2010년 12월 16일 방영‘[YTN 스페셜] 나쁜 아이들 5부 - 죄와 벌, 그리고 용서’에서 확

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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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응보적 사법(retributive justice) 과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3)

앞에서 지적했듯이 현대의 형사사법은 징벌중심의 응보적 사법 패러다임에 기반을

둔다. 응보적 사법은 잘못된 행동(범죄)를 사회규범의 파괴이자 국가에 대한 공격으로

본다. 그렇기에 응보적 사법은 형벌을 통해 범죄에 책임을 부여하고 이는 정의의 실

현이며 이를 통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피해자는 국가

가 되고 피해는 추상적으로 인식되며 가해자(범죄자)는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받음으

로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진다. 응보적 사법에서는 범죄는 곧 국가에 대한 공격이므로

사법절차는 유죄학정을 짓고 절차적 평등을 안에서 적절한 형벌을 제공하는 것에 초

점이 맞춰진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실제적 피해 당사자는 사법과정에서 배제되고 피해

자의 요구와 회복은 부차적이 된다. 피해자는 사법절차에서 증언자로서 부수적인 존

재로 인식될 뿐이며 사법과정에서 소외된다. 가해자 역시 피해자가 어떠한 고통을 겪

는지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의 행동의 결과에 대해서도 규범의 위반이라는 추상적

이해에 머물게 된다. 나아가 응보적 사법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기에 사법절차에서 양자의 관계적 화해가 추구되는 것도 아니다(Zehr, 1990). 반면에 회복적 사법의 관점에서 범죄는 사람에게 일어난 피해이며 정의란 범죄자를

3) 회복적 정의와 회복적 사법에 대한 용어의 사용은 연구 분야에 따라서 그 사용이 구분된다.

사법 분야에서는 회복적 사법으로 통일해서 사용되고 있으며 갈등해결에 초점을 둔 분야에

서는 사법보다는 회복적 정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 ‘restorative justice’를

원칙적으로는 회복적 정의로 사용하며 사법제도 내에서 사법집행의 일환으로 실천되고 있는

경우로 제한해서 회복적 사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사법은 국가의 기본적인 작용으로 어떤 문제에 대하여 법

을 적용하여 그 적법성과 위법성, 권리관계를 확정하여 선언하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법’은 법에 따른 민사와 형사 재판과 그와 관련한 국가의 역할로서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이자 과정으로 이해한다. 사법을 광의적으로 본다면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 그

자체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사법’은 국가적 체계 안에서 법 집행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절차적 개념으로 사법체계 안에 적용되고 있는 의미로 제한해

‘회복적 사법’을 사용했다.

또한 법체계 안의 형식적인 제도와 절차를 통해서만 구현되는 법적 정의가 사법체계 밖에

존재하는 다양한 갈등의 문제들을 모두 포괄하지는 못한다. 본 논문은 갈등해결의 관점에서

‘정의와 정의의 구현’을 사법체계 내의 제도나 철학으로서의 의미와 구별하여 생활세계에서

철학이자 패러다임 차원에서 접근해 회복적 사법보다는 ‘회복적 정의’를 논문에서 광범위하

게 사용하였다. 회복적 사법과 회복적 정의는 많은 경우 문맥상 혼용해서 사용해도 혼란은

없으나 생활세계의 갈등을 다양한 대안적 실천을 통해 근원적으로 해결한다는 갈등전환

(conflict transformation) 중심의 관점에서 사법제도로서의 함의를 가진 회복적 사법보다는

정의를 실천하는 삶의 방식이자 패러다임으로서 회복적 정의가 본 연구의 의도와 목적에 부

합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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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보적 사법(retributive justice)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

범죄는 국가와 법에 대한 침해이다 범죄는 사람과 관계성에 대한 침해

잘못은 유죄를 만들어 낸다. 잘못은 의무를 만들어 낸다.

정의는 국가의 비난(유죄확정)과 고통

부여(처벌)로 성취된다.

정의는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의 노력

으로 성취된다.

핵심초점: 가해자가 합당한 형벌을 받

는 것

핵심초점: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피해

자의 요구와 가해자의 책임

어떤 법을 위반했는가? 누가 피해를 입었는가?

누가 범인인가? 피해자의 요구는 무엇인가?

어떤 처벌이 합당한가?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가?

처벌하는 것으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법절차는 회복을 증진시키는 것이어

야 하며 이를 위해 범죄로 영향을 받은 당사자들 - 피해자, 가해자, 지역공동체-이 해

결과정에 참여하고 노력해 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범죄로 인한 폐해가 복원되었을 때, 공동체가 회복되고, 피해자는 자아를 회복하고 나아가 강화하며(empowerment)4), 가해

자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책임 있는 모습으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회복적 사법은 범죄자와 피해자의 자발적 참여와 대화를 통하여 화

해를 도모하는 일종의 갈등해결 절차로서 가해자 반성과 재범방지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며, 형사절차와 전과자라는 낙인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피해자에게는 가해

자로부터의 사과와 피해배상 등을 통해 신변의 안전감 확보 등 피해극복에 긍정적 효

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김은경, 2007).

<표 1-3> 응보적 사법과 회복적 사법 비교 (Zehr, 2002)

회복적 사법은 전세계로 확대되어 적용되면서 다양하게 불리어지게 되었다. 그 이

4) 피해자는 사건의 해결과정에 참여하여 범죄로 인한 피해와 폐해를 직접 해결하는 경험을 통

해 상처받은 자아가 원상으로 회복(restoration)되는 것에서 나아가 스스로 책임 있는 구성원

이자 주체로서 스스로의 가능성과 역량을 신뢰하고 자아를 강화(empowerment)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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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는 이를 서로 다른 국가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공통의 개념으로 정의내리는 것이 어

려울 뿐 아니라 각각의 다른 언어로 정확하게 번역해 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기

도 한다(UN, 2006). 오늘날 회복적 사법은 ‘관계적 사법(relational justice)’, ‘적극적 사법(positive justice)’, ‘전환적 사법(transformative justice)’, ‘공동체 사법

(community justice)’ 또는 ‘재통합적 사법(reintegrative justice)’ 등으로 다르게 불

리고 있으며 현재는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이라고 일반화되어 사용되고

있다(임용연, 2004). 회복적 사법이라는 개념은 1977년 바아넷트(Barnett)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는데 당

시 북미지역에 피해자-가해자를 조정(mediation)하는 여러 프로그램의 원칙에 대해 지

칭하는 의미로 사용된 이후 그 개념과 이론이 발전되어 왔다(김용세, 2004).5) 1980년대 이후에 회복적 사법의 다양한 실천 모형이 발전되어 왔고 형사사법의 대안적 패러

다임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이론적 정립이 진행되어왔다. 마샬(Marshall)은 회복적

사법은 특정범죄의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서 범죄의 결과 및 그것이

장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라고 정의 했으며(이호중, 2007 에서 재인용) 브레이스웨이트(Braithwaite)는 ‘범죄로 인하여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서 범죄로 인하여 야기된 손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해 합의를 도출해 내

는 과정’이라고 했다(노성호, 2002 에서 재인용). 그러나 현대 회복적 사법은 1974년 캐나다의 사법실험을 계기로 피해자-가해자 화

해 프로그램(victim-offender reconciliation program, VORP)이 시작되고 회복적 사법이

확산되게 되었다.6) 특히 소년사법에 있어 북미, 호주 및 뉴질랜드를 비롯한 유럽에서

5) 김용세(2004), “회복적 사법의 개념과 활용가능성에 대한 소고”, 피해자학 연구. 12(2), 반면

에 Van Ness․Strong, 『Restoring Justice』,Cincinnati, OH: Anderson publishing Co., 27

쪽.; 박미숙, "회복적 사법과 피해자보호", 『피해자학연구』 제8권 제1호(2000), 201-225쪽,

206쪽; 이호중, "회복적 사법-이념과 법이론적 쟁점들", 『피해자학연구』제9권 제1호

(2001.4), 27-51쪽, 29쪽은 Albert Eglash에 의해 1977년 처음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6) 이 사건 후에 온타리오 주의 메노나이트중앙위원회(Mennonite Central Committee)와 교정국

(Department of Correction)은 피해자-가해자 화해 프로그램(Vinctim-Offender

Reconciliation Program)에 관한 연구 수행을 위한 피해자-가해자 화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

다. 1976년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가 전국적 차원에서 가해자 지원상당원을 임명함으로써

피해자-가해자 화해 프로젝트에 대한 전국규모의 확산되었다. 캐나다에서 시작된 피해자-가

해자 화해 프로그램은 메노나이트교회의 지원으로 1978년 미국의 엘카아트(Elkart)에서도 시

작되었다. 메노나이트(Mennonite)는 기독교 교파가운데 하나로 재세계신앙(Anabaptist) 전통

에 있는 전통적 평화교회(Traditional Peace Church)이다. 메노나이트 중앙 위원회는 메노나

이트교회를 대표해 전세계에 긴급구호활동과 평화와 화해를 위한 활동을 하는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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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1990년대부터 회복적 패러다임을 소년사법제도의 기본원칙으로 삼고 구체적인 실

천방안을 모색해 왔으며 응보적 사법관점에서 회복적 사법으로 일대 전환을 이루었다

(김은경, 2009). 오늘날에는 소년사법에서 뿐만 아니라 성인사건, 강력흉악범죄, 성폭

력 가해자 피해자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이후 한국 현실에서의 회복적 사법의 의미와 실천 가능성, 개념정립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왔다. 국내 회복적 사법의 논의들과 핵심적 원

리에서 정립해 볼 수 있는 회복적 사법개념의 특징은 첫째, 범죄로 인한 피해의 회복

에 주안점을 두며 둘째, 피해의 회복은 가해자와 피해자 등 이해관계자의 자발적인

대화를 통한 달성으로 정리될 수 있다(이호중, 2007). 회복적 사법에 대한 정의들이 보

여주듯 회복적 사법의 주요 관심은 ‘회복’에 있는데 여기서 회복(restoration)이라

함은 피해자가 입은 피해와 폐해의 회복, 가해자가 다시 사회에 재통합하도록 하는

회복,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공동체의 회복을 의미한다(Marshall, 1999). 본 연구가

회복적 사법을 한국적 상황에 적용하는 사례로 학교폭력을 대상으로 삼은 것도 이러

한 피해자와 공동체 회복과 가해자의 재통합의 가치가 학교폭력 사건에 따른 갈등을

해결에 긴급하게 필요하며 교육 현장인 학교 공동체에서 실현되어야 할 주요한 가치

이기 때문이었다(김은경, 이호중, 2006).

(3) 회복적 정의 실천모형으로서 ‘대화모임’

회복적 사법의 실천 원리는 뉴질랜드의 마오리족과 북미의 원주민 등의 토착 전통

에 그 기원을 두고 발전하였으며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각국의 사법 환경과 문화적

토대에 근거하여 다양한 형태의 실천모델들이 개발되고 발전해 왔다. 따라서 같은 특

징을 가진 실천모형이라 하더라고 진행주체, 조정자, 사건의 특성 등에 따라 다양하게

창조적으로 변형되어 활용되어 왔다. 모델은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는데 맥콜드

(McCold, 1999)는 조정(mediation), 회합(conference) 그리고 써클(circle)모형으로 나누

고 있다.

① 조정 (victim-offender mediation) 키치너의 실험이라는 두 소년의 사건 이후 캐나다 온타리오(Ontario) 주의 교정국

(Department of Correction)과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Mennonite Central Committ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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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C)는 피해자-가해자 화해 프로젝트(victim-offender reconciliation project)를 통해

피해자-가해자 화해 프로그램(victim-offender reconciliation program, VORP)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으며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를 통해 캐나다 전역과 미국으로 확산되었

다. 이후 회복적 사법의 실천모형인 피해자-가해자 화해 프로그램은 오늘날 그 명칭

에 있어 일반적으로 피해자-가해자 조정(mediation)이나 회합(conference) 또는 대화

(dialogue)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는 ‘화해’ 라는 단어로 인해 피해자의 분노가 희

석되고 피해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해자를 용서하라는 암묵적 요청이 될 수 있기 때

문이다(Umbreit, 2000). 일반적으로 조정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과정이지만 누가 프로

그램을 작동시키는가, 사건이 어떻게 회부되는가, 누가 조정을 수행하는가, 과정의 기

본목표는 무엇인가 등에 따라 다를 뿐이다(김은경, 이호중, 2006). 조정모형은 전문적

으로 훈련된 조정자가 중립적 3자로서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서 일정한 진행절차에

따라 대화를 조정한다. 조정모형의 가장 큰 특징은 조정을 통해 당사자가 사건에 대

한 자신의 입장과 경험, 이 사건으로 인해 받은 자신들의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피

해회복을 위해 함께 협의하고 화해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내용은 합

의문으로 작성된다.

② 회합 (conference) 회합모형은 일반적으로 가족집단회합(Family Group Conference, FGC)으로 불리며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Whanau(가족)회의 전통에 기원을 둔다(권태은, 2006). 회합은 과

거 행동에 의해 영향을 받고 연결된 개인들이 발생한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함께 모

인 그룹의 집단 논의과정을 의미한다. 회합은 핵심 당사자인 피해자와 가해자를 포함

하고, 비전문가적 배경 하에 논쟁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조정과 유사하다(김은경, 이호중, 2006) 하지만 조정모델과 달리 당사자의 가족과 친구, 필요한 경우 친척, 후견인

등 관련된 공동체 구성원들이 참가하므로 그 규모가 크다. 가족회합은 단순히 손해배

상이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가 직접 사건의 전체 결과에 관한 권고를 하게 된다. 그리고 회합의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건에서 만장

일치의 결정이 이루어진다(Zehr, 1990). 현재 가족회합모형은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광

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뉴질랜드에서는 청소년사법에 이어 성인범죄에도 입법화되

어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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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써클 (circle) 써클모형은 북미지역 토착 원주민 공동체의 전통에서 기원하였다. 써클은 원주민

문화 및 사회적 과정의 핵심적 제도로서 원주민 사회의 전통인 한 사람이 다른 사람

에게 결정을 부과할 수 없다는 관념에서 기원한다(김은경, 이호중, 2006). 대체로 써클

은 지역 간의 문제, 학생의 퇴학, 정학, 어린이 보호사건 등을 주된 대상으로 한다

(Schiff, 2003). 써클모형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양형

써클(sentencing circle)이다. 양형 써클은 가해자에게 양형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장일

뿐 아니라 동시에 공동체의 전반적인 원인과 문제를 치리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양형 써클은 가해자, 피해자(또는 대리인), 지원기관 및 기타 이해관계자가 모여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 등에 논의하며 그 범위 또한

원인과 공동체의 책임, 치유의 필요성 등 포괄적이다(Zehr, 1990). 양형 써클이 활용되

고 있는 유콘(Yukon)주의 베리 스튜어트(Bery Stuart) 판사는 “공동체 양형 써클의

주된 가치는 가해자에 대한 효과로 평가될 수 없고 공동체에 대한 효과로 평가될 수

있다.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구축하는데 있어서, 양형 써클은 개인과 가족을 치유하

고 궁극적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공동체의 능력을 개선한다. 양형 써클은 타인

의 치유를 돕는 의미 있는 방법에 참가함으로써 자아상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

기가 된다.”고 말한다(Zehr, 1990).

④ 한국적 실천 모형: 대화모임

형사정책연구원은 회복적 사법의 실천과 모형개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해 오면서 한

국의 사법 속에 회복적 사법의 적용 가능성과 필요성을 고려해 학교폭력 사건에 회복

적 사법 실천모형을 적용하는 실험연구를 수행하였다. 초기 회복적 사법의 논의 속에

서 한국 사회문화적 상황에서 뉴질랜드에서 실천된 가족회합(family group conference)이 적절한 방식으로 고려되었으며 이후 논의 및 개발과정에서 조정모형과

회합모형이 적절하게 적용된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victim-offender mediation)7)

7) 한국의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의 모형을 개발한 형사정책연구에 따르면 실험연구에서 적용

된 실천모형은 뉴질랜드와 호주의 가족회합모형에 기반하고 있다. 가족회합 모형의 특징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해 소년의 수치심을 긍정적 방향으로 재통합시켜 낙인효과와

재범가능성을 줄이도록 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보호자나 후견인이 참여하도

록 한 것이다. 한국의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이 보호자를 참여시킨다는 것에서 가족회합의

특징을 가지지만 뉴질랜드와 호주의 가족회합모형에 비해 그 참여자가 부모로 제한되어 있

고 조정자가 대화모임 통제하고 이끌어간다는 것에서 조정모형에 더 가깝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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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발되어 실험연구가 이루어졌다. 현재 민간영역이나 서울가정법원의 화해권고제

도도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을 실천 모형으로 적용하고 있다. 본 논문이 다루고 있

는 사례도 의뢰기관은 다르더라도 그 실천 모형은 대화모임이다.

(4) 갈등해결 패러다임으로서 회복적 정의와 회복적 사법

한 사회가 범죄로부터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사법이다. 그런데 기존의 사법제도 내

형사사법은 범죄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부여하는 응보적 패러다임에서 출발한

다. 응보적 사법체계 안에서 범죄자 또는 가해자는 자신의 잘못과 이로 인한 사회적

해악을 바로잡기 위한 실제적인 역할을 부여받지 못한 채 응보적 처벌로서 자신의 행

동을 책임져 왔다. 하지만 이러한 형사사법체계는 오랫동안 범죄예방과 범죄자 재사

회화에 효과에 대해 비판받아 왔으며 그 기능과 운영이 본래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

합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박미숙, 2000). 또한 체계적 논증에

입각한 현재의 법규범의 적용과 실천이 포스트모던적 후기산업사회로의 변화 속에서

적절한 적용범위를 한정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우며 사회 구성원들의 감성적

속성과 이에 따른 다양한 욕구들을 인정하고 부응하는데 한계를 가지게 되었다(이순

래, 2008). 이러한 응보적 패러다임의 형사사법체계가 직면한 정당성 위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

으로서 회복적 사법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회복적 사법은 범죄를 규범위반의 법적 논

리로 축소해서 처리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사건의 당사자인 행위자와 피해자 그리고

이들이 속한 공동체의 갈등을 해소시키는 방향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강조하고 있

다. 이는 형법적인 갈등을 해결하는데 있어 당사자들의 자율적인 갈등해결의 가능성

을 무시한 형사사법체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이진국, 2006b). 사법 분야에서 회복적 사법의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지만 회복적 사법이 사

법과정에서 적용되는 대안적 방법으로 사법제도에 한정해서 이해되는 개념은 아니다. 회복적 정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워드 제어(Howard Zehr)는 회복적 정의는 프로그램

이 아니라 철학이라고 말했다(Holtham, 2009). 따라서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폐해와

갈등을 해결하는 패러다임이자 사회문화적 양식으로 회복적 정의는 이해되어야 한다. 삶의 양식으로서 회복적 정의는 오늘날 우리의 삶에 존재하는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개인적, 구조적 그리고 문화적 차원에서 극복하도록 돕고 안내해 준다. 이처럼 회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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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패러다임이자 삶의 방식으로 보는 견해는 사회적 상호작용주의 이해에 기반

한 것이다. 회복적 정의는 개인으로서 우리가 상호 연관되어 있고 우리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타인이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회복적

정의는 우리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행위에 따르는 의미를 고려할 것을

요구하며 서로의 존엄성의 존중을 강조한다는 면에서 회복적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Zehr, 1990). 그리고 회복적 삶의 방식의 실천으로서 회복적 정의는 잘못

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며 이것을 바로잡는 것에 초점을 두고

폐해를 논의하고 통합적이고 협력적인 과정을 통해 대안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을 통

해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된다. 회복적 정의의 실천과정의 구성요소들을 그림으로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욕구와 해악에 초점

통합적이고 협력적 과정의 적용

책무에 대한 논의

가해자와 피해자, 지역 사회 및 이해 당사자 참여

바로잡기

존중 Respect

잘못과 해악을

바로잡기

욕구와 해악에

책무에 대한 논의

가해자와 피해자, 지역사회 및 이해 당사자

참여

통합적 이고 협력적 과정의 적용

[그림 1-2] 회복적 정의 실천에 대한 꽃과 톱니바퀴 모형 (Zehr, 2002)

현재의 회복적 정의는 잘못으로 인한 폐해를 해결하는 구체적 실천이자 패러다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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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가정, 직장과 지역사회 속에서 회복적 실천(restorative practice) 또는 회복적 접근

(restorative approach) 등으로 불리며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교육현장인 학교에

서는 학생들의 문제행동과 이에 따른 갈등해결에 있어 기존의 처벌중심에 대한 대안

적 방법으로서 회복적 훈육(restorative discipline)으로 정립되었다(Amstutz & Mullet, 2005). 나아가 회복적 정의는 공동체가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갈등의 종식만

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평화로운 사회를 이루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고 근원적으

로 갈등의 원인을 제거하여 평화를 정착시키는 갈등전환(conflict transformation)의 구

체적 실천적 방법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Zehr, 2002).

4. 선행연구 검토

학교폭력과 관련한 다른 연구들에 비해 ‘갈등해결’과 그 실천방안에 대한 연구들

은 절대적 양에서도 부족할 뿐 아니라 다양하지 못하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학교폭력

대응체계에 대한 연구들은 있지만 학교폭력 대응 및 해결과정에서 당사자와 가족들이

겪는 갈등에 대한 문제는 주된 연구 관심이 되지 못했다. 일부 연구들에서 합의를 둘

러싼 사법적 분쟁과 효과적 해결에 대한 제도적 수립과 정책제안에 대해서는 부수적

으로 다루어졌으나 학교폭력을 둘러싼 갈등을 종합적으로 탐색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

지지 않았다. 이는 기존의 관심이 학교폭력에서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문제들에 집중

되어 있었고 직접적 폭력사건 이후의 2차적 문제라 할 수 있는 갈등해결 과정에 대한

연구적 관심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선행연구에 대한 고찰에서는 학교폭

력에 대한 일반적 경향을 고찰하고 갈등해결의 관점에서 학교폭력 사건의 해결에 접

근한 연구들을 살펴보았다. 또한 오늘날 법원과 학교현장에서 응보적 처벌에 대한 비

판적 관점에서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으로 실천되고 있는 회

복적 정의에 따른 대화모임에 대한 연구들을 탐색하였다. 학교폭력과 관련한 연구경향에 관한 연구로 박효정과 정미경(2006)은 한국에서의 학

교폭력에 관한 연구가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수행되어 왔다고 보고 2004년까지의 40여 편의 학교폭력 관련연구를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수집․분석

된 연구는 대부분 실증적 전통에 입각해 학교폭력의 실태를 양화한 연구가 주를 이루

었으며 40건의 연구 자료 중 설문조사에 의한 연구가 32건, 문헌연구가 5건 그리고

면접사례 연구는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학교폭력에 대한 초기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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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은 방법론적인 면에서는 실증적 연구에 치우쳐있으며 주제 면에 있어서는 실태조

사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학교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증가되고 폭력의 심각성 또한 높아지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주체에 의해 다차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 사회의 교육공동

체를 구성하는 주체는 미시적으로는 학교를 중심으로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이며 거시적으로는 사회를 구성하는 사법부, 행정부, 교육부가 교육공동체의

주체들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학교폭력은 이들 교육 공동체의 공동 관심주제로서

다각적 관점에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실태조사, 학교폭력 가해

자 피해자 중심의 심리․상담연구, 학교폭력 예방교육 개발, 학교폭력 유발요인과 환경

에 대한 연구, 대응정책 및 법․제도 정비 및 방안마련 등에 대한 연구들이 이루어졌

다. 이들 연구들은 거시적 관점에서 학교폭력의 실태를 조사하고 제도를 정비하며 국

가적 차원의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학교폭력

에 대응하는 국가정책과 제도가 정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심리․상담을 중심으로

학교폭력의 요인과 심리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개별 피해자와 가해자들에

대한 상담 서비스와 지원체계가 갖추어졌다. 학교폭력과 갈등에 초점을 둔 연구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법․제도적 정비와 학교폭력

대처를 위한 지원체제의 연구에서 부분적으로 학교폭력 대응체계의 분쟁해결의 필요

성을 탐색하고 법과 제도의 개선과 정비를 고찰한 연구들이 있다(김용수, 2000; 박효정, 2006; 조병인, 2006). 하지만 이를 넘어 학교폭력 사건의 해결이 분쟁의 종식이 아

니라 당사자의 화해와 평화로운 공동체의 회복을 목표로 갈등해결의 관점을 가지고

이루어진 연구는 제한적이다. 이러한 지향과 관점을 가진 저술로는 조정실과 차명호

(2009)의 ‘폭력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가 있다. 이들은 오늘날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학교 현장에서 학생 당사자들과 교사, 학교 및 학부모가 학교폭력 사건을

어떻게 인식하고 경험하는지를 정리하였다. 그리고 학교폭력 사건 이후에 화해에까지

이르도록 하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관심을 가지고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응모형과

각 당사자들의 책임과 역할을 제시하였다. 특히 평화로운 문제해결을 위해 분쟁방지

와 해결을 위한 당사자들의 역할을 제시하고 분쟁해결을 위한 중재 전략과 화해와 조

정을 통한 해결 방안을 고찰하였다. 이 연구는 학교폭력 사건해결의 목적을 신속한

문제해결을 넘어 당사자의 화해와 평화로운 학교 공동체 형성에 관심을 두고 당사자

의 책임과 역할을 구체적으로 고찰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분쟁해결에 대한 연구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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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 된다. 학교폭력의 사안처리에 있어서 본격적으로 갈등에 초점을 두고 갈등해결의 관점에

서 학교폭력 문제에 접근한 논문은 ‘학교폭력에서 나타난 갈등과 분쟁 개념의 소

고’(장맹배, 2010)가 있다. 장맹배는 학교폭력 사건 이후의 해결과정에서 사건의 당사

자, 가족, 교사들까지 다양한 갈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에 대한 개념 정립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

적하였다. 이러한 문제인식 속에서 기존의 갈등연구를 토대로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

에 대한 이론적 검토를 했으며 이제까지의 학교폭력 갈등해결의 문제점을 찾고 개입

을 위한 기초자료와 근거를 제시하고자 했다. 이론적 차원의 개념 정리라는 제한점은

있지만 장맹배의 연구는 갈등과 갈등해결을 학교폭력 사건이라는 맥락 안에서 고찰하

고 이해하고자 했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학교폭력 사건은 법적으로 학교폭력대책법에 따라 학교 내 대응체계에서 사안이 처

리되거나 일반사법체계 속에서 형법 또는 소년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학교폭력대

책법은 학교폭력 사건이 학교 내에서 교육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규정

하고 있지만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많은 사건은 일반 사법과정에서 형법이

나 소년법에 따라 사안이 처리된다. 이에 학교폭력대책법의 사안처리에 대한 연구에

서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법철학과 체계에 대한 이론적 고찰과 더불어 학교폭력대책법

을 고찰하고 효과적인 실천을 탐색하는 연구들이 이루어졌다(김현철, 2010; 이진국, 2007). 이들 연구들 역시 응보적 관점에서 적법하고 효과적인 대응과 분쟁해결을 탐색

했지만 법률 범위에 한정되어 있어 사건을 둘러싼 감정적 대립과 간접적 피해, 정서

적 고통 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사법 내에서도 법적 분쟁해결을 넘어 피해자의 회복과 가해자의 실제적 책

임수행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회복적 사법이념을 학

교폭력 사건의 사법처리 과정에 실천하고 적용하는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기존의 사

법이 형사적 처벌과 민사적 보상에 대한 법적 판단을 내리는 것에 제한되었다면 사법

과정을 통해 화해와 회복을 추구하는 회복적 사법은 갈등해결을 추구하는 사법과정이

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회복적 사법에 대한 관심은 학교폭력에 따른 대안적

갈등해결 과정으로서 회복적 사법과 실천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2006년부터 형사정책연구원은 회복적 사법을 새로운 소년사법의 개혁방향으로 삼고

3년간 회복적 사법의 적용을 위한 매뉴얼을 개발하고 제도적, 실천적 적용가능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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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를 위해 2006년에 호주와 뉴질랜드의 가족회합을 그 실천

모형으로 정하고 모의 실험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역할극에 의한 모의실험’을 통

해 회복적 사법의 실천 가능성을 검토하고 실천에 있어서의 문제점들을 찾아내 보완

함으로 한국현실에 적합한 실천모형과 적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특히

회복적 사법의 실천에 가장 유효한 사례로 학교폭력 문제를 상정하고 이에 대한 다각

적인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들 연구의 결과로 ‘각국의 회복적 사법 실무운용 자료집

(박광섭, 김성돈, 2006)’, ‘회복적 소년사법 조정실무가 실행지침(황지태, 노성호, 2006)’, 그리고 ‘학교폭력 대응방안으로서 회복적 소년사법 실험연구(I)(김은경, 이호중, 2006)’ 등의 연구서가 출간되었다. 특히 학교폭력 대응방안으로서 회복적 소년사법 실험연구(I)(김은경, 이호중, 2006)에서는 학교폭력 대응정책의 현황과 문제를 살펴보고 당사자들의 사법서비스에 대한 욕

구조사를 통해 학교폭력 사건 해결에서의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구를 탐색했으며 학교

폭력 사건의 회복적 사법의 적용 가능성과 실천방향을 고찰했다. 이 연구에서는 학교

폭력 사안처리에 있어서 회복적 사법의 적용을 탐색하면서 학교폭력의 피해로부터 공

동체의 회복을 위해서는 학교폭력의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사건 이후의 소외감과 무

력감을 극복하고 정상적으로 통합되어야 할 필요를 강조하였다. 이에 기존의 사회와

학교의 사법이 처벌과 통제의 유용성에 기반해 학생을 지배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가

해자는 징벌에 따른 낙인효과에서 벗어나 책임을 자각하고 학교 공동체에 통합되도록

선도하고 피해자는 치료 지원을 넘어 피해로 인한 자존감의 상처와 후유증을 극복하

여 학교에서 또래집단과 정서적 유대관계를 회복해 학교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다시 생

활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를 위해 잘못을 한 당사자가 가지는 수치심(부끄러움)을 어떻게 적응적으로 관리

하고 재통합적 수치심(reintegrated shame)을 가지도록 해 자발적 책임인수와 행동의

수정을 이끌어줄 것이며 나아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통합되도록 할 것이냐에 대한 연

구들을 근거로 삼았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자로 브레이스웨이트(Braithwaite, 1989)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수치심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이들의 사회적 재통합의 효

과를 가지고 오는데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그는 잘못한 행동으로 인해 당사자가 가

지는 수치심이 거부되거나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 학교, 지역사회 등의 공동체

안에서 적절하게 수용되고 재통합될 때 가해자의 행동의 부정적으로 강화되는 것을

막고 긍정적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회복적 사법의 실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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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에 있어서 당사자뿐 아니라 공동체의 참여를 통해 자연스럽게 당사자들의 수

치심을 재통합으로 이끌 수 있다고 보았다(Braithwaite, 2002). 이론적 탐색과 실천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2007년부터 형사정책연구원에서

는 회복적 사법의 구체적 실천을 위한 실험연구를 진행했다. 모의실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실제 경찰에서 조사가 진행된 청소년 폭력사건 사례를 경찰로부터 의뢰받아

가족회합을 진행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경찰단계의 다이버전8)으로의 활용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또한 법원 단계의 ‘화해권고’ 규정과 연계하여 법원 단계의 실제 사건

사례를 가지고 실험연구를 진행해 정교화된 한국형 실천 모형인 ‘피해자-가해자 대

화모임’을 만들었다. 실험연구의 결과물은 ‘21세기 소년사법의 개혁 방향과 과제

(I)’라는 연구총서의 ‘제2부 새로운 대응방안으로서 회복적 사법의 실체와 전망 - 회합 실험연구를 중심으로 -’(김은경 외, 2007)라는 연구보고서로 정리되었다. 실험연

구를 통해 회복적 사법의 실천이 효과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당사자와 공동체의 회

복을 이루기 위한 쟁점을 정리하였다. 우선 직접 당사자인 학생들의 참여를 더욱 확

대하도록 하고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다양하

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이 시기는 빠를수록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보

았다. 또한 회복적 사법의 실천으로 대화모임을 진행하는 훈련된 조정전문가의 필요

성과 합의 이후 당사자들의 실제적인 노력과 실천을 지원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제시하였다.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진행된 회복적 사법의 실천으로서 대화모임에 대한 연구는 학

교폭력 문제에서 당사자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공동체의 화해와 회복을 추구하는 회

복적 사법의 실천을 위한 이론적 근거와 적용을 연구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 것이

다. 하지만 이처럼 사법적 관점에서의 갈등해결 접근은 사법제도 내 제도적 실천과

운영에 초점을 두고 연구가 이루어진 만큼 학교폭력 사건의 맥락 속에서의 당사자들

이 겪는 갈등에 대한 경험적 이해는 부족하였다. 또한 대화모임을 중심으로 한 사건

해결과정 전반의 갈등에 대한 탐색에 이르지는 못했으며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상 학교폭력에 있어서 기존 연구들의 주제와 내용들을 검토하였다. 본 연구는 학

8) 다이버전은 소년범죄에서 낙인효과를 배제하기 위한 비공식적 사법처우로서 등장한 것으로

특정한 사건을 공식적 사법과정에서 전환 또는 우회시켜서 절차적으로 비범죄화 시키는 것

으로 사법처리 대신에 보호나 상담 등을 적용하는 제도를 의미한다(이진국, 2006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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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폭력 사건에서 갈등해결경험과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구를 경험적 연구를 통해 이들

선행연구들의 성과를 보완하고 논의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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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연구방법

1. 연구방법으로서의 사례연구

본 논문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가 이로 인한 갈등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험을 하며 이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근본적 갈등해결을 위한 당사자들의 요구는 무엇인가를 고찰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대안적 갈등해결 방안으로 도입되고 있는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

(이하 대화모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갈등해결 과정에 대한 사례연구를 수행하였

다. 사례연구는 다양한 학문적 시각을 수용하는 기초설계로서 양적 자료와 질적 자료

를 포괄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Merriam, 1997).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실험을 통한 가

설검증이나 보편적인 특성 또는 현상에 대한 법칙을 찾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실

증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현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사례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맥락 내에서의 해석에 초점을 둔 질적 사례연구를 수행하였다. 사례 연구는 ‘어떻게’ 혹은 ‘왜’ 라는 의문이 제기될 때, 연구자가 상황이나

사건을 통제할 수 없을 때, 그리고 연구의 초점이 생활의 맥락과 관련된 현재 현상일

때 선호되는 방법이다(Yin, 2003). 사례연구에서 사례라 함은 외부와 구분되는 경계를

가지고 어떤 기능을 수행하며 활동 양식(activity pattern)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체계

다(Stake, 2005). 경계를 지닌 체계들의 가장 뚜렷한 예들은 한 명의 교사라든지 일개

학교라든가 하나의 혁신적인 프로그램 등과 같이 그 경계들이 상식적일 만큼 명백한

것들이다(Merriam, 1997). 따라서 하나의 프로그램이나, 사건, 인물, 과정 또는 사회단

체처럼 분명하게 자기 경계를 가지고 주변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을 가진 것들이 사

례가 된다(고미영, 2009). 본 연구는 사례연구로서 학교폭력에 대한 ‘왜’ 그리고 ‘어떻게’ 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였다. 학교폭력 이후에 모두가 사건을 조기에 해결하고 학생들의 정상적인 학

교생활을 위해 노력하지만 갈등은 ‘왜’ 해결되지 못하며 확대되어 가고 있는지 그

리고 이로 인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보호자와 가족, 학교 구성원 등 수많은 당사자

들은 ‘어떠한’ 고통을 경험하며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서 시작하였다. 이를 위해 회복적 정의라는 패러다임으로 진행되는 갈등해결 과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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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모임에서 드러나는 갈등현상과 당사자들의 해결경험을 자연주의적 관점9)에서 종

합적으로 이해하고 의미를 해석하고자 했다. 본 연구에서 사례는 학교폭력 이후에 당사자들이 겪는 갈등해결 과정과 경험이다. 그 중에서도 회복적 정의에 따른 대화모임에서 당사자들의 갈등해결 경험에 대한 질

적 사례연구를 시행하였다. 사례의 실재는 맥락과 분리되어 따로 연구될 수 없는 하

나의 통합체로서 이해된다(Lincoln & Guba, 1985). 따라서 사례연구는 독특한 기능과

작동양식을 가진 경계 지어진 체계 내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으며 무엇이 중요한지

를 맥락 안에서 연구하는 것이다. 현상의 맥락은 다층적으로 존재하는데 현재를 구성

하는 즉각적 맥락(immediate context), 과거와 현재를 통합하는 개인적 특수성이 반영

된 고유한 맥락(specific context), 한 개인을 구성하는 인생 이해의 틀이 되는 일반적

맥락(general context) 그리고 공유된 사회적 태도와 구조가 되는 초월적 맥락

(metacontext)이라는 네 개의 다양한 맥락의 층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의미가 형성되는

것이다(Hind, Chaves & Cypess, 1992). 따라서 질적 사례연구는 하나의 현상이 그것이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세부사항을 알고 그 사례의 독특

성과 복잡성을 연구하여 중요한 상황들 속에서 사례가 전개되는 방식을 이해하고자

한다(Stake, 1995). 따라서 본 사례연구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갈등해결 경

험을 이들을 둘러싼 다층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것이며 이를 통해 학교폭력과 이에

따른 갈등에 대한 개인적 이해, 이를 둘러싼 사회적 태도, 구조, 그리고 현재 상황에

입각해 입체적으로 갈등 경험을 탐색할 것이다. 메리암(Merriam, 1997)은 질적 사례연구의 본질적 특성을 네 가지로 나누면서 특정

적이고 서술적이며 발견적이고 귀납적이라고 하였다. 특정적이라 함은 사례연구가 특

정 상황, 사건, 프로그램이나 현상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며 서술적이라 함은 사례

연구의 최종산물이 연구되는 현상에 대한 풍부하며 상세한 두터운 서술(thick description)이라는 뜻이다. 발견적이라 함은 사례연구들이 연구되는 현상에 대해 새로

운 의미를 발견하게 하고 독자의 경험을 확장시키게 하며 이미 알려진 것들을 확인시

켜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납적이라 함은 사례연구들이 귀납적 논리화

에 의존하여 일반화나 개념들이 맥락 자체 속에 기초를 두고 있는 자료로부터 나온다

는 것을 의미한다. 메리암이 제시한 사례연구의 본질적 특성에 따라 갈등해결 경험에

9) 자연주의적 관점은 연구자가 인위적으로 실험을 위해 환경을 통제하거나 만들지 않고 생활

세계의 있는 그대로의 맥락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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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사례연구는 그 연구의 초점이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의 해결이라는 특정한 상황

에 초점을 둔다는 것에서 특정적이며 당사자들의 갈등경험을 풍부하고 상세하게 그리

고 종합적으로 서술하고자 했다는 것에서 서술적이며 이를 통해 학교폭력에 따른 갈

등에서 당사자들이 겪는 다양한 경험들과 이에 영향을 주는 사회구조와 문화적 맥락

을 발견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발견적이며 마지막으로 사례연구의 발견을 바탕으로 귀

납적 논리에 따라 회복적 정의에 따른 학교폭력 당사자들의 갈등해결 경험을 분석하

고 이를 통해 갈등해결 경험의 의미를 발견하고 이해했다는 것에서 귀납적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양적방법으로 이루어진 학교폭력 갈등해결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실태와 현황

등에 대한 평가들을 했지만 갈등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경험과 그 의미, 그리고 내적

변화와 실제적 요구 등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이를 둘러싼 맥락에 대한 이해는 어려웠

다. 갈등은 사회문화적 환경과 분리해 이해될 수 없으며 갈등해결의 과정은 당사자들

의 상호작용 속에서 다양하게 전개되는 만큼 본 연구에서는 그들이 갈등경험을 질적

연구를 통해 살펴보고자 했다.

2. 자료수집 및 연구절차

사례연구에서의 초점은 연구하고자 하는 사례이지 연구에 사용되는 방법은 아니다

(Stake, 2005). 그렇기에 다른 연구들과 달리 자료수집이나 분석을 위해 어느 특정한

방법만을 고수하지 않는다. 사례연구에서는 자료수집에서 특정한 방법이 다른 방법보

다 많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자료 수집을 위한 모든 방법이 사례연구에서는 사용될 수

있다(Merriam, 1997). 본 연구는 다양한 자료수집 방법 중에서 자연주의적 탐구의 패

러다임에 입각해 대화모임의 참가자들을 참여관찰하고 심층 면담하여 원자료를 수집

하였다. 이와 함께 경험에 대한 제보자들의 이야기, 사건에 대한 보고서 등의 문서기

록을 함께 분석하고 해석해 사례의 본질을 이해하는 질적 사례연구를 수행하였다. 질적 연구는 통제된 실험적 환경이나 인위적으로 조작된 상황에서 드러나는 지표들

보다는 생활세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 삶의 이야기, 일상의 경험들 속에서 의미와

개념을 발견하고자 이해하고자 한다. 이는 현상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구성요소들(변수)이 이루어가는 하나의 전체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질적 연구는 사

물을 인식하는 평범한 방식을 이용하여 자료를 모으며(Stake, 1995) 참여관찰과 심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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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은 질적 사례연구에서 일차적 자료출처가 된다(Merriam, 1997). 참여관찰은 사례의 연구자가 도구로서 참여하여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인간의

상호작용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무의식적 행동, 신념과 동기 등 갈등해결 과정에서

그들의 삶의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관찰하여 인간 행동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것

이다. 면담은 야구에 비유하자면 연구자가 모르는 것을 아는 응답자에게 좋은 질문(투구)을 던지고 그 질문의 답(타격)이 필요한 자료의 구석구석을 채워주는 과정이다

(Glesne, 2005). 참여관찰이 현실에 대한 직접경험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라면

심층면담은 참여와 관찰을 통해 할 수 없는 것들을 발견하고 이해하는데 유용한 자료

수집 방법이 된다. 갈등의 전체경험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지만 심층면담은 이것을 제

보자와 연구자가 함께 재구성하는 과정이 되었다. 이처럼 참여관찰과 심층면담은 상

호 보완적 기능을 수행하며 이해 당사자들의 직간접적 상호작용을 통해 전개되는 갈

등의 해결과정의 역동성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적절한 방법이 되어주었다. 이와 더

불어 문서자료는 직접적인 연구의 결과물은 아니지만 이들의 갈등해결 경험의 연장선

안에 존재하는 공적기록들, 개인적 수필 등은 사례 연구에서 심층적 이해에 유용한

자료가 되었으며 기타 비구조화된 대화의 메모, 제보자들의 경험담 발표 등도 연구

자료로 수집되었다.

1) 연구의 시작

연구자가 평화운동과 평화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받은 훈련이 민간단체

에서 진행하는 갈등해결 강사교육이었다. 이를 통해 갈등해결의 기본적인 원칙과 갈

등전환(conflict transformation)이 가지는 평화운동으로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후에 갈등해결의 철학적 근거이자 삶의 패러다임으로서 회복적 정의를 접하고 실

천모형으로서 회복적 사법의 조정(mediation)을 배우는 기회가 있었지만 회복적 정의

에 대한 구체적 실천 활동이 없는 한국의 현실에서 실제적인 경험을 하기는 어려웠

다. 그러한 활동 가운데 2008년 평화훈련을 위해 미국 동부메노나이트대학(Eastern Mennonite University)에서 진행하는 평화훈련 프로그램인 여름평화학교(Summer Peacebuilding Institute)에서 운영하는 회복적 정의에 대한 대학원 계절학기 수업에 참

여해 정식 교육을 받게 되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직접 만나서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를 회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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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와 그들의 지역사회와 가족 공동체가 회복되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을 통해 현

대사법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정의(justice)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기회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것이 사법제도 안에서 다양한 실천방안으로 발전되었고 오늘날 회복적 사

법으로 도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연구자를 포함해 회복적

정의를 처음 접하는 교육 참가자들은 과연 그것이 실현가능하며 실천될 수 있는가라

는 의문을 가졌다. 연구자는 현대사회가 정의를 이루어가는 사법의 오랜 패러다임에

서 교육받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잘못된 행위에 대해 처벌로 통제하지 않는 사회에 정

의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없었고 처벌이 없다면 무엇으로 죄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인지 반문하였다. 무엇보다도 법집행이라는 강제력 없이 당사자들의 자발적

노력과 공동체의 참여로 사회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범죄율이 상승하고 강력범죄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너무 이상적이고 순진한 생각이라

는 의문을 버릴 수 없었고 회복적 정의 이론과 실천이 사회정의를 단순화시켜서 낭만

적으로 이해하는 무모한 도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구체적 실천현장

에 참여하고 경험하면서 달라졌다. 한국에서 회복적 정의의 패러다임은 다양한 갈등해결 과정에 비공식적으로 적용되

어 왔으나 회복적 사법의 첫 실천은 2007년 시작되었다. 연구자는 2007년 여름부터

형사정책연구원과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의 갈등해결센터가 진행하는 실험연구에 기록

자로 참여였다. 당시의 실험연구는 사법제도 안에서 회복적 사법의 실천을 위한 모형

을 개발하기 위해 학교폭력사건으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사건들에 대화모임을 시범

적용하고 그 실천 가능성을 찾는 연구였다. 실험연구에 참여하면서 기존의 학교폭력

사건의 갈등해결 과정의 복잡한 맥락을 알게 되었고 회복적 사법의 의미와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대화모임의 조정자와 당사자를 포함한 모든 참석자들은 가장 극단적인

감정적 대립에서 극적으로 합의함으로써 피해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함과 동시에

책임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화해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과정을

경험하면서 학교폭력 사건과 이로 인한 사람들의 분노와 고통에 대해 공감하면서 대

안적 갈등해결로서 회복적 정의의 실천사례들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했다.

2) 연구대상 및 제보자 선정

한국에서 회복적 사법의 실천인 대화모임의 시행은 2007년 5월∼10월까지 각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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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에 사건의뢰를 받아 진행된 실험연구와10) 2008년 6월∼9월까지 시범사업으로 서울

가정법원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리고 개정된 소년법11)에서 화해권고제가

정식으로 도입되고 2010년 6월∼2011년 5월까지 시행된 화해권고기일이 대화모임의

형식으로 시행된 것이다. 사법제도 안에서의 운영 외에도 대화모임 연구에 실무를 담

당했던 (사)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의 갈등해결센터 산하 조정팀은 학교폭력대책 자치위

원회 등 학교차원의 개별적 요청으로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을 시행하여 왔다. 본 연구는 의뢰 주체기관과 공식 사법과정에서 단계별 차이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제보자들은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대화모임에 참여한 대상자들을 제보자로

다양하게 선정하였다. 제보자는 학생 당사자를 포함해 보호자와 필요한 경우 형제를

포함해 기타 가족까지 대상으로 했으며 갈등해결 과정의 맥락적 이해를 위해 대화모

임의 직접 참가자 뿐 아니라 학교교사와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위원, 그리고 3년 동안

대화모임을 진행해 온 전문 조정자를 제보자로 선정하였다. 연구진행 기간은 2009년7월부터 2011년 1월까지 회복적 정의에 따른 대화모임으로 갈등이 진행된 사건들에

대한 참여관찰과 심층면담으로 진행되었으며 각 사례에 따라 참여관찰과 심층면담의

기간은 상이하다. 자료수집과 함께 분석은 순차적이면서도 동시적으로 진행되었으며

2011년 1월에 자료 수집을 마치고 자료 분석과 해석을 진행하였다. 제보자 선정은 의뢰기관의 허가를 받아 연구자이자 기록자로 대화모임에 참여하여

관찰을 수행하고 이후 당사자와 조정자의 연구 참여의 동의를 받아 제보자를 선정하

였다. 사전에 연구 전체에 대한 동의를 받고 조정에 참여관찰 할 수 없었던 것은 대

화모임 전에 연구수행 자체로 인해 대화모임을 통한 갈등해결 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조정자의 요청과 연구자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사전에는 간단

한 연구자의 대화모임 참여에 대한 동의를 얻었고 구체적인 연구의 내용과 목적, 제보자의 권리 등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동의서를 얻는 과정은 대화모임이 종결된 후

에 이루어졌다. 대화모임 이후 연구 참여에 동의하지 않은 사건의 참여관찰 기록은

10) 실험연구는 형사정책연구원에서 회복적 사법의 한국적 실천모델을 개발하고 모색하기 위해

서 진행된 연구로서 연구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는 ‘김은경 외(2005). 21세기 소년사법 개혁

의 방향과 과제 - 2부 새로운 대응방안으로서 회복적 사법의 실제와 전망: 회합 실험연구를

중심으로 서울: 형사정책연구원’을 참고하면 된다.

11) 소년법 제25조의 화해권고조항은 소년부판사는 소년의 성행교정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소년에 대하여 피해변상 등 피해자와의 화해를 권고할 수 있으

며 소년부 판사는 소년이 피해자와 화해하였을 때 보호처분 결정시 이를 참작할 수 있다고

규정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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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하고 연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연구자는 다수의 대화모임에 참여관

찰을 하고 대화모임을 기록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들 가운데 연구자의 제보자 선정 기

준과 동의 여부에 따라 선정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적극적 참여 의사가 있는 당사자의 사건을 중심으로 세 사건을 선택

하였다. 세 가지 사건에서 피해자와 보호자를 포함한 두 가족, 가해자와 보호자를 포

함한 두 가족을 제보자로 선정했으며 이들과 함께 학생주임, 그리고 학교폭력대책자

치위원장을 주제보자로 하였다. 연구자가 세 가지 사례를 선별하고 그 가운데서 주제

보자를 선정한 이유는 대화모임을 둘러싼 다층적인 맥락을 폭넓게 이해하기 위한 것

이며 나아가 세 가지 사건에서 서로 다른 질적 자료를 수집하여 교차검증

(triangulation)을 통해 일관성과 확실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본 연구에서 주제보자들의 선정은 대화모임의 성공여부를 떠나서 사건해결 과정에

서 대화모임의 의미에 대해서 공감하고 적극적인 갈등해결의 의지를 가지고 자발적이

며 자기 주도적으로 과정에 참여하고자 했던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제보자 참여를 제

안하고 동의하여 이루어졌다. 대화모임을 통한 갈등해결 과정은 당사자 중심의 해결

과정이다. 대화모임에서 조정자의 역할 역시 중립적 위치에서 대화모임을 이끌어가는

역할일 뿐 합의를 위한 협의와 그에 따른 결정은 전적으로 당사자들의 책임이다. 따라서 대화모임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자발적인 참여와 적극적 의사소통은 갈등해결 과

정에서의 당사자들이 가져야 할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 만큼 제보자 선정에 있어

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연구자와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질적 연구에서 요청되

는 제보자의 조건으로 보고 선별하였다. 대화모임 이후 제보자와의 신뢰와 상호교류 가능성도 주제보자 선정의 주요한 조건

이 되었다. 일상이 너무 바쁘거나 대화모임 이후 사건의 영향으로 더 이상 갈등해결

및 대화모임의 과정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를 원하지 않는 당사자들은 제보자

선정에서 제외되었다. 이들에게 고통스럽고 긴 과정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기

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따라서 학교폭력 이후의 자기중심

의 내러티브를 성찰하고 대화모임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는 당사자들

을 선택했다. 본 연구에서 제보자들은 각각 학교폭력 사건의 당사자들로서 제보자 이름은 가명으

로 하였으며 사건 자체에 기호를 부여하여 사건A, 사건B 그리고 사건C로 구분하였다. 제보자와 관련한 세부 정보는 연구주제와 대상의 특성상 제보자 보호를 위해 기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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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구분해결과정

제보자단계

의뢰

기관

사건

유형

사건

내용

특이

사항

사건

A

피해자

아버지

재판 법원 폭행

같은 학급

친구사이에 일어난

폭행사건으로 코와

둔부에 상해를

입고 수술 및 입원

치료를 받음

본 사건의

피해자는 학급 내

지속적인 따돌림과

폭력의 피해자

어머니

당사자 학생

가해자

어머니

당사자 학생

사건

B

피해자

아버지

경찰

조사학교 폭행

같은 학급

친구사이에 일어난

우발적 폭행으로

인한 폭력 및 상해

사건으로 학생은

안구에 상해를

입고 수술 및 입원

치료를 받음

심층

면담

불참

어머니

당사자 학생

가해자

아버지

어머니

당사자 학생

학교

관계자

학생주임

자치위원장

사건

C

피해자

어머니

법원

조사법원 폭행

같은 학급의

친구사이에 일어난

우발적 폭행으로

인한 폭력 및 상해

사건으로 피해자는

치아가 부러지고

신경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음

당사자 학생

당사자의 형

가해자아버지 심층

면담

불참당사자 학생

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한 제보자와 사건은 다음과 같다.

<표 2-1> 연구 제보자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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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참여관찰

본 연구에서 참여관찰은 갈등해결 과정으로서 대화모임의 전반에서 진행되었다. 대화모임은 크게는 예비 대화모임과 본대화모임으로 나눠지며 예비 대화모임은 본대화

모임에 참여를 결정한 피해자와 가해자를 사전에 조정자들이 만나 사건의 경위를 파

악하고 현재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당사자들은 예비 대화

모임을 통해 회복적 정의의 실천과정으로서 대화모임의 취지와 의미를 이해하고 대화

모임 참가에 다시 한번 동의하게 된다. 본대화모임은 예비 대화모임 이후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서 사건에 대한 각자의 이해와 진행과정에서의 각자의 입장을 나누고 피해

의 원상회복과 가해자의 책임에 대해 당사자 간에 협의하는 과정으로 갈등해결 과정

의 핵심적 절차다. 당사자들은 예비 대화모임을 통해 사건에 대한 이해와 자기입장, 그리고 그동안의

진행과정에 대한 경험과 생각에 대해 자기이해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사건 이후

당사자들은 각각의 자기중심적 논리와 입장을 강화하고 그 안에서 사건에 대한 자신

만의 내러티브를 완성하게 되는데 개별적 내러티브의 이해를 조정자와 나누는 시간이

예비 대화모임이다. 따라서 예비 대화모임에 대한 참여관찰은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당사자 중심의 맥락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달리 본대화모임은 당

사자가 직접 만나서 서로의 내러티브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입장과 자신의 경험, 자기

중심적 이해와 사건에 대한 해석을 공유하고 조정자의 통제 가운데 대화와 소통을 통

한 상호작용과정을 통해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갈등해결의 과정의 상호

작용과 사건에 대한 개별적 이해의 통합과 갈등해결 과정의 전개에 대한 총체적 맥락

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다. 참여관찰을 위해 연구자는 갈등해결 과정인 대화모임에 관찰자이자 기록자로서 참

여하였다. 참여관찰의 현장이 되는 대화모임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조정자와 협력조정

자, 필요한 경우 기록자가 참여하고 학생 당사자와 보호자가 참여한다. 연구자는 대화

모임 과정에 협력 조정자로서 주조정자를 지원하는 역할이나 사건의 기록자로 참여하

였다. 연구현장이 갈등해결의 과정이며 연구자에 의해 과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연구목적과 연구자 신분을 완전하게 드러내고 참여하지는 않았으

며 이후 심층면담에서는 연구자의 신분과 연구목적을 밝히고 동의를 받아 진행하였

다. 참여관찰에서의 자료 수집은 연구자의 현장기록과 메모, 사례에 따라 대화모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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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을 활용하였다.

4) 심층면담

본 연구에서 심층면담은 주된 자료수집 방법이었다. 특히 연구 주제인 갈등과정에

대한 직접적 참여관찰이 불가능한 만큼 심층면담은 이들의 과거 갈등경험을 이해하고

이들이 거기에 부여하는 의미를 탐색하고 발견하는 주요한 자료가 되었다. 연구자는

참여관찰 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질문 항목을 선별하여 주제별로 정리해 반

구조화 면담을 시행하였다. 당사자에 따라 2-3회 각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진행

되었으며 면담 장소는 제보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정해졌다. 면담 후 부족한 자료는

전화로 추수면담을 진행하여 자료를 보완하였고 때로는 지속적인 교류 속에서 자연스

럽게 이루어졌다. 심층면담은 사건해결과정에서 실제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보호자와 당사자 학생을

대상으로 하였다. 특히 사건초기부터 협의와 해결과정에 중심적인 역할을 보호자가

수행해 왔으며 해결과정에서의 보호자 또한 갈등주체인 만큼 보호자가 심층면담의 주

요한 제보자가 되었다. 이는 현실적으로 학교폭력에 따른 해결 과정에서 법적 책임과

보상합의의 실제적인 결정권을 가진 보호자가 갈등 당사자가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

의 경우 별도의 심층면담 대신에 예비 대화모임과 본대화모임의 참여관찰 과정에서

드러난 학생들의 이야기와 참여관찰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대화 및 간단한 면담을 통

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면담의 전체 내용은 당사자 동의를 얻어 녹음하여 녹취록을

만들어 분석을 위한 원자료로 활용하였다. 심층면담 외에도 일부 제보자들과 지속적인 교류와 만남을 통해 다양한 정보와 자

료를 수집하였다. 연구자는 제보자들에게 회복적 정의를 통한 갈등해결 경험을 소개

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요청해 경험담을 듣기도 했으며 몇몇 제보자들과는 사건을 계

기로 지속적으로 교류를 이어오기도 했다. 사건 해결 이후에 지속된 사적인 만남을

통해 얻은 자기성찰과 회상, 이후의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나 느낌 그리고 갈등해결

경험에 대한 대화 등은 메모해 자료로 사용하였다.

3. 타당도와 신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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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 사례연구에 있어 타당도와 신뢰도는 양적연구에서와 같은 기준과 원칙이 요구

되지는 않는다. 본 사례연구도 가설검증이나 보편적 법칙 또는 일반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며 대화모임을 중심으로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의 해결 과정의 다층적 맥락

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 실증적 연구에서 타당도는 실재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였는가를 의미한다. 반면

에 질적 연구에서는 실재를 총체적이고 다차원적이며 끊임없이 변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실재를 얼마나 잘 드러내고 있는가가 아니라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

성되고 있는 인간 경험의 복잡한 현상을 공감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나타내고 논리적

으로 해석하느냐를 통해 타당도를 판단한다. 또한 실증적 연구는 반복 가능성에 기초

해 신뢰도를 측정한다. 이는 실재가 고정되어 있을 것이라는 전제 속에서 변수들을

통제하고 그 안에서 특정 변수들의 인과적 법칙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질적 연구에

서는 유동적이고 다면적이며 맥락적인 상황에서 연구자가 연구의 도구가 되어 연구가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측정하고자 하는 실재는 통제될 수 있는 실재가 아니다. 따라서

반복 가능성은 질적 연구에서 불가능한 것이며 대신에 자료로부터 얻어진 결과들의

확실성(dependability)과 일관성(consistency)이 질적 연구에서 신뢰도를 대체할 수 있다

(Merriam, 1997). 질적 연구에서 이러한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이 교차검증

(triangulation)이다. 교차검증은 다양한 출처와 다른 방법들로 연구된 자료들이 같은

지향을 가진 해석과 이해를 가지고 있는가를 통해 연구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검증하

는 것이다. 덴진(Denzin, 1970)은 교차검증의 방법으로 서로 다른 다양한 출처의 자료

에 기초한 교차검증, 같은 현상에 대해 서로 다른 연구자들을 활용한 교차검증, 단일

자료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해석을 통한 교차검증 그리고 단일 문제에 대한 복수의

연구방법의 적용을 통한 교차검증, 네 가지를 제시했다. 교차검증을 통해 질적 연구자

들은 자신이 연구하는 현상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일관성(consistency)을 가지는 결과

인지 검토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교차검증의 결과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결과로 수

렴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Patton, 2002). 교차검증은 동일한 결과에 대한 검증보다는

다양한 연구접근과 복수의 자료들이 현상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돕고 연구현상에 대

한 깊은 통찰을 얻는 방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미영, 2009). 본 연구에서의 교차검증은 다양한 출처로부터의 자료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을 통

해 1차적으로 이루어졌다. 갈등해결 경험에 대한 서로 다른 세 사건의 당사자들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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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수집된 자료들을 통해 학교폭력 사건에 따른 갈등과 그 해결경험의 현상의 일관성

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각 사례들에 대해 예비 대화모임, 본대화모임, 심층면담, 당사자들이 기록한 문헌자료 등 복수의 자료들을 통해 원자료에 대한 교차검증을 수

행해 질적 연구로서의 확실성과 일관성을 검토하였다. 이외에도 각 갈등해결 과정을

진행한 조정자와의 논의를 통해 각각의 자료들을 상호 검증하여 연구의 신뢰도와 타

당도를 높이고자 했다.

4. 자료 분석

질적 연구에서 자료 분석은 순차적이고 단선적인 과정이 아니다. 질적 연구자는 자

료 수집에서부터 시작하여 결론이 도출되기까지 끊임없이 분석한다. 자료를 수집하면

서 연구자는 이미 머릿속으로 자료를 분류하고 범주화하며 결론을 예측하고 의미를

재구성하는 분석과정을 진행한다. 자료를 요약하고 코딩하여 분류하고 범주화하여 주

제별로 정리해 의미를 재구성하게 된다. 자료 분석 과정에서 질적 연구자는 스스로가

자료를 분석하는 도구가 되기에 질적 자료의 분석은 기계적인 과정이 아니다. 분석은

연구자가 지금껏 알게 된 것을 반추해 보고 자료들의 연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최종 글쓰기가 어떻게 드러날까 상상하며 자료와 함

께 사고하는 시간이다(Glesne, 2005). 따라서 자료 분석은 연구자가 보고, 듣고 읽은

것을 조직해서 배운 것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과정이다. 자료를 가지고 일하면서

질적 연구자는 기술하고 설명하고 가설을 제기하고 이론을 개발하게 된다. 이를 위해

자료를 유목화하고 종합하고 패턴을 찾고 해석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도식

화되고 정형화되거나 표준화되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본 연구의 연구자 역시 자료 분석을 위해 표준화된 규범이나 특정 도식을 따르지

않았다. 자료 수집과 분석의 과정은 동시적으로 진행되었는데 자료가 일정부분 축적

되면 분류하여 코드를 부여하였고 기본적인 범주화를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연구에서 자료의 전사와 분류 및 범주화 과정은 수집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진행

되었다. 자료가 코드화되어 분류되고 범주를 정하게 되면 이를 주제와 내용별로 정리

하며 규칙성과 특정한 패턴, 인과적 흐름에 따라 범주들 간에 서로 연결 짓기를 하였

고 이를 통해 자료들의 맥락적 의미를 발견하고 재구성하고자 했다. 글렌(Glesne, 2005)은 자료 분석에서 연결 짓기는 어떻게 이야기들이 구성되고 무엇이 설명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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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발견해 가는 것은 중요한 과정이라고 하였다. 연결 짓기 통해 학교폭력에 따른 갈

등과정에서 당사자와 보호자들의 경험을 분류하고 이를 범주화한 다음에 이들의 경험

이 상호간에 그리고 그들의 경험 간에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전개되고 맥락을 구성해

가는지를 탐색할 수 있었다. 분류되고 범주화된 자료는 메타코딩을 통해 전제적인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디스

플레이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사건과 경험,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고자 했으며 이는

사건의 전개양식과 구조를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 되었다. 마일즈와 휴버만(Miles & Huburman, 1994)은 디스플레이를 결론도출에 이르게 하는 정보의 조직된 집합이라고

하였다. 디스플레이를 그리고 만드는 과정을 통해 범주화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당사

자들의 역동적 경험과 관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를 통해 연구자

는 사건 속의 주요한 요소들 간의 관계를 확인하고 해석하여 사건의 의미를 구성해

가며 연구결과를 정리하였다.

5. 연구 현장

본 연구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갈등해결 경험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회

복적 정의에 따른 갈등해결 과정인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을 참여관찰 하였다. 연구

현장으로서 회복적 정의에 따른 갈등해결 과정은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갈등해

결 경험을 학교폭력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

회가 되었다. 대화모임에 참여한 당사자들은 오랫동안 학교의 사안처리 방식과 사법

체계가 가지는 기존의 응보적 갈등해결 과정에서 극심한 대립과 갈등을 겪었다. 그리

고 이와 더불어 대안으로서 회복적 정의에 따른 갈등해결 과정에 참여하면서 응보적

정의와 회복적 정의를 동시에 경험하였다. 이들의 경험에서 기존의 문제해결 과정에

서의 갈등경험을 탐색하고 나아가 회복적 정의에 따른 갈등해결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구를 고찰할 수 있었다. 또한 대화모임에서 당사자들은 문제해결에 직접 참여하여 자신들의 학교폭력 갈등

경험을 재구성하고 직접 당사자로서 기존의 응보적 해결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탈피해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상호작용 가운데 발견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했다. 이러한

이들의 경험에 대한 참여관찰과 심층면담을 통해 고정된 상태로서의 갈등이 아니라

대립적 욕구를 가진 당사자의 상호작용의 과정으로서d의 갈등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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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으며 나아가 법적 보상과 같은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처분을 넘어서는 해결과정의

역동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본 장에서는 대화모임의 구성요소를 정리하고 진행과정

에 대한 자세하고 세부적인 서술을 통해 회복적 정의의 실천의 현장이자 학교폭력 당

사자들의 갈등해결 과정이 되는 대화모임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대화모임의 구성 요소

(1) 사건

모든 사건이 대화모임을 통한 해결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북미 지역에서는 오랫동

안 기물파손 행위나 소액의 강도사건 같은 재산상 피해를 중심으로 한 문제들을 회복

적 사법으로 처리해왔다. 오늘날은 성폭력사건이나 살인사건 같은 강력범죄에 대해서

도 회복적 사법의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Zehr, 1990). 회복

적 사법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특정 사건에 대한 회복적 사법의 실천이

그 사회의 문화와 가치관에 부합해야 하며 회복적 정의의 실천 모형의 질과 실천 역

량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는 학교폭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모든 학교폭력 사건이 대화모임으로 해결하기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가해자의 상습적 폭행으로 인해 다수의 피해자가 존

재하는 사건은 대화모임을 통한 해결에 적합하지 못하다. 이는 일부 사건에 대해서만

회복적 사법을 적용하는 것은 모두에게 공정한 처리를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건이 일진회 등과 같은 폭력조직과 연관되어 발생할 경우 가해자의 책임인수만

으로 사건의 근원적인 해결이 어렵고 가해학생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만큼 회복적

접근 이전에 폭력조직의 단속과 해체와 같은 안전한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김은경, 이호중, 2006). 사건 자체가 회복적 사법실천에 적합하더라도 대화모임을 위한 전제조건이나 선별

기준이 있다. 우선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가 명확해 당사자들이 인정을 해야 하며 둘

째, 피해자가 확인 가능하게 있어야 하고 셋째, 대화모임 참여에 대한 피해자의 자발

적 동의 그리고 가해자의 동의가 있어야 대화모임이 성립될 수 있다(김은경, 2009b). 대화모임은 당사자 간의 협의와 상호작용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 가는 만큼 이러한 전

제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면 대화모임을 진행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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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뢰단계와 기관

대화모임을 위해서는 당사자들로부터 중립성에 대한 인정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인 인지도가 낮고 비공식적 과정으로서 제도적 권위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대화모임을 감정적 대립상황에 있는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하다. 또한 조정자의 권위와 중립성에 대한 인정 없이 대화모임 자체가 성

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어려운 만큼 의뢰기관은 대화모임을 진행하는 중요한 주체

가 된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대화모임의 의뢰는 원칙적으로 어느 단계에서나 가능하다. 사법

과정뿐 아니라 사법적 절차 이전에라도 회복적 정의에 입각한 갈등해결 실천은 이루

어질 수 있다. 사법제도 안에서도 원칙적으로 회복적 사법의 실천으로서 대화모임은

경찰단계, 검찰단계, 법원단계 그리고 교정단계에서 적용될 수 있으며 한국에서의 실

천사례들을 살펴볼 때 학교단계, 경찰단계 그리고 법원단계 등에서 이루어져 왔다. 교정단계에서 회복적 사법 실천을 위한 논의들도 활발해 교정단계에서의 회복적 사법

실천모형의 개발이 교정 복지 분야에서 준비되어 왔다.12) 대화모임에서 의뢰단계와 의뢰기관의 차이는 대화모임 진행에 있어 환경에 대한 변

수가 되며 따라서 각 단계별로 가지는 장단점들이 있다. 각 기관이 가지는 역할과 책

임의 차이와 더불어 의뢰기관에 따라 사건 이후 역할도 다르기 때문이다. 형사정책연

구원의 실험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 갈등해결 개입이 늦어지고 그 과정이

길어질수록 감정적 대립은 높아지고 이로 인한 분노와 사건해결에 대한 회의감도 커

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늦은 사건개입은 당사자들의 자발적 참여의지를 약화시키고

전개과정에서 형성되는 복잡하고 다양한 갈등적 요소들로 인해 해결과정을 보다 어렵

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평화를만드는여성회 갈등해결센터, 2009).

(3) 조정자

12) 교정단계에서의 회복적 사법에 대한 논의는 배임호(2007). 회복적 사법정의의 배경, 발전과

정과 주요프로그램 그리고 선진교정복지. 교정연구 37호. 137-169쪽, 또는 홍봉선, 남상철

(2006). 한국교정복지 구현을 위한 회복적 사법의 적용 가능성 연구, 교정연구 제32호,

119-142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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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많은 형태의 조정과 중재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왔으며 현재 사법제도 안

에도 형사조정 제도가 있고 민사 갈등도 조정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이러한 기존의

중재나 조정에서 조정자의 주요 역할은 당사자들을 설득하여 제시된 중재안을 수용하

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폭력대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치위원회의 분쟁조정도 자치

위원회가 조정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당사자들이 협상을 통해 수용해 가는 과정이

다. 그러나 대화모임 조정자는 기존의 분쟁조정이나 중재와는 차별화된 역할로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 조정자는 의뢰된 사건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할 뿐 아니라

사건의 본질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진술서와 사건 보고서를 분석하고

당사자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대인관계 능력이 필요하며 외부자적 관점에서

사건의 객관적 실체를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내부자적 관점으로 사건의 종합적 맥락

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조정자는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사건의 쟁

점과 갈등요인을 찾아내고 당사자들의 욕구를 파악해 대화모임을 설계하고 계획을 세

울 수 있어야 한다. 당사자들의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법률적 지식을 갖추고 대화모

임에서 당사자의 갈등을 조정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갈등해결의 기술을 가져야 한

다. 이론적으로 조정자들은 회복적 정의의 철학과 가치, 패러다임을 알고 있어야 하며

갈등해결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이해를 가지고 갈등전환을 위해 갈등해결의 전략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그렇기에 대화모임을 이끌어가는 전문

조정자는 체계적인 훈련과 실천경험을 통해서 전문 조정자가 될 수 있다. 이는 기존

의 조정자 양성을 위한 훈련과정의 교육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아래의 표는 한국

에서 조정자를 양성해 온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의 갈등해결센터가 진행한 교육내용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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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시간 강의명

첫째 날

13:30 - 14:00 등록

14:00 - 15:00 1강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희망 나누기

15:10 - 17:00 2강 회복적 사법 이해1 - 회복적 사법이란? 개념과 원리

17:00 - 18:30 저녁식사

18:30 - 20:30 3강 회복적 사법 이해2 - 외국 사례

20:40 - 21:30 명상 및 수련

둘째 날

06:00 - 08:00 아침식사, 산책

08:00 - 08:30 어제 프로그램의 평가, 질문, 나누기

08:30 - 09:30 4강 회복적 사법 이해3 - 한국사회 적용사례, 절차

09:40 - 12:00 5강 회합 과정과 절차 이해 / 모델 소개

12:00 - 14:00 점심식사

14:00 - 15:50 6강 실습1 - 예비조정

16:00 - 17:00 7강 실습2 - 도입

17:00 - 18:30 저녁식사

18:30 - 19:50 8강 실습3 - 입장 나누기

20:00 - 21:30 9강 실습4 - 쟁점규명, 합의, 추후관리

셋째 날

09:00 - 12:00 10강 실습5 - 종합실습1

12:00 - 13:00 점심식사

13:00 - 15:00 11강 실습6 - 종합실습 2

15:10 - 16:00 전체 평가 및 앞으로의 계획, 프로그램 평가

구분 시간 강의명

제1일 13:00 - 19:00 회합실무 1 / 면담기술 - 의뢰처 담당자, 당사자

제2일 13:00 - 19:00 회합실무 2 / 조정과정 실습

제3일 13:00 - 19:00 회합실무 3 / 조정과정 실습

제4일 13:00 - 19:00회합실무 4 / 양식, 서류작성 요령

평가와 전망, 수료식

<표 2-2> 회복적 사법 조정훈련 기초과정

■ 회복적 사법 심화과정

출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갈등해결센터 - 2008년 조정자 훈련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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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화모임의 진행 과정

(1) 대화모임의 시작

학교폭력 대응체계와 제도 안에서 대화모임의 실천을 위한 개입단계는 정확하게 규

정되어 있지 않다. 경찰단계에서 법원단계까지 사법절차의 각 단계에서 대화모임이

실시될 수 있으며 사법체계 안에서 뿐만 아니라 사법체계 밖에서도 비공식적으로 진

행될 수 있다. 학교에서는 학교폭력대책법의 적용을 받는 자치위원회도 당사자들의

분쟁조정을 위해 대화모임을 실시할 수 있지만 자치위원회가 소집되기 이전에라도 비

공식 과정으로서 학교폭력 사건 초기에 진행될 수 있다. 대화모임은 의뢰기관의 요청

으로 시작될 수 있으며 또한 당사자들이 필요에 따라 직접 대화모임을 신청할 수도

있다. 또한 대화모임은 사법제도 안에 제도적 장치로서 공식성을 가지고 이루어지기

도 하고 사법체계 밖에서 민간 전문가들에 의해 비공식적 과정으로 실천되기도 한다. 대화모임이 학교폭력 이후의 갈등해결 과정에서 구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학교폭력 대응정책과 사법제도 안에 대화모임의 결과가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수렴될

수 있는 제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법절차에서 당사자 간의 화해를 위한

노력과 피해회복을 위한 합의는 경찰수사, 검찰 기소 그리고 법원의 재판단계에서 반

영될 수 있는 법적 근거들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소년법 개정을 통해 화해권고제

도가 도입되면서 공식과정으로 사법체계 안에서 대화모임이 실천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사자들이 대화모임을 직접 요청해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회복적 정의의 실천이나 대안적 갈등해결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인식이 없고 당사자

들이 이 같은 제도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오늘날 대화모임의 의뢰는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기관의 실무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대화모임은 훈련받은

전문조정자가 당사자 간의 화해를 위해 제3자로서 갈등해결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훈련받은 조정자를 지원받을 수 있는 곳에 대화모임을 신청할 수 있는데 실제

극히 일부 민간단체에서 전문 조정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법

원의 화해권고제도의 도입에 의해 대화모임이 공식적으로 실천되면서 재판을 앞두고

판사의 화해권고 요청으로 대화모임에 참여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공식적 절차로서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경찰이나 검찰 등의 도움이나 지원으로 대화모임이 개

최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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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연구를 위해 진행된 대화모임을 제외하고 현재 개최되고 있는 학교폭력 피해자

가해자 대화모임은 의뢰과정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우선 가장 제도화된 절

차로 가정법원 소년재판부의 요청으로 재판을 앞둔 당사자들이 화해권고 기일을 가지

는 것이다.13) 이는 법원의 사법절차 안에 제도화되어 있어 당사자들의 동의만 이루어

진다면 비용 부담 없이 참여가 가능하다. 판사가 재판 전에 사건조사에 입각해 화해

권고가 실제적 법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될 때 피해자 측과 가해자 측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게 된다. 화해권고기일이 결정되면 법원은 민간 전문위원과 변호사 위원으로

구성된 화해권고위원들 가운데 담당 조정자를 지정하고 당사자들에게 기일을 통보한

다. 조정자로서 화해권고위원은 3인 1조로 대화모임을 진행하며 주조정자, 협력조정자

그리고 변호사 전문위원으로 참여한다. 두 번째는 학교의 자치위원회가 의뢰해 진행되는 대화모임이다. 비공식 과정으로

민간단체에 각 학교의 자치위원회가 하는 개별적 신청을 통해 이루어진다. 학교폭력

대책법의 제18조에 의거해 자치위원회는 가해자 측과 피해자 측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분쟁조정의 책임을 가진다. 이러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치위원회는 대화모

임을 통한 갈등해결을 당사자들에게 설명하고 참가 동의를 받은 후 민간단체에 대화

모임의 진행을 요청한다. 현재 전문조정자들의 경우 자원봉사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해진 조정에 대한 비용기준은 없다. 비공식 과정으로서 대화모임은 규범화

되어 있는 진행양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정자에 따라 유연하게 환경이나

참여범위가 조정가능하며 필요시 이해당사자가 되는 담임교사, 학교폭력책임교사, 전문상담교사 등이 참여할 수 있다. 조정자는 주조정자와 협력조정자가 팀을 이뤄 조정

을 진행한다. 세 번째는 개별적 요청에 따른 대화모임의 진행이다. 민간단체에서 이루어지고 있

는 ‘회복적 정의 조정자 훈련’과 ‘갈등해결교육’ 또는 그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거나 교육훈련 및 강좌에 참여했던 개인들의 참여와 요청으로 진행되는 대화모

임이 다. 구체적인 성과들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나 개인들의 노력으로 학

교폭력을 포함한 다양한 갈등상황에 대처하는 대안적인 해결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대화모임이라는 실천방안의 적용뿐 아니라 회복적 정의의 패러다임을 교육현장에 접

목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14)

13) 개정 소년법의 제25조 2항에서 피해자의 요구를 고려하고 가해자를 지역사회에 재통합시키

기 위한 실천으로 화해권고를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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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비 대화모임

대화모임에 당사자들이 참여를 결정하게 되면 의뢰기관은 대화모임을 담당하는 조

정자들에게 사건에 대한 구체적 조사 내용을 전달한다. 사건을 의뢰받은 조정자들은

사건에 대한 검토를 통해 사건발생의 경위 등을 포함한 사실관계의 확인, 사건의 전

개와 갈등과정 및 갈등 요소와 전개양상, 당사자들의 가족상황과 학교생활 및 교우관

계,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의 이야기 등 사건을 둘러싼 정황에 대한 가능한 많은 자료

들을 검토해 정확한 맥락과 사건 전반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필요한 경우 추가조사

와 자료요청을 통해 사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가지고 대화모임을 위한 계획을 수립

한다. 기본적인 자료 조사를 통해 사건을 파악하고 조정자들은 당사자들에게 개별적

접촉을 통해 대화모임에의 참여의지와 동의를 다시 확인하고 본대화모임에 앞서 예비

대화모임을 개별적으로 가진다. 예비 대화모임을 위한 접촉은 일반적으로 조정자가 당사자들과 만나는 첫 단계가

된다. 조정자는 대화모임에 대해 설명하고 당사자들과 예비 대화모임의 일정을 정한

다. 대화모임 자체가 비공식적인 과정이고 화해권고제도에 대한 부족한 인식과 공적

권위의 결핍으로 초기 당사자들과 조정자들 사이에 갈등을 겪기도 한다. 갈등의 전개

로 감정적 대립과 당사자들 간에 상호 불신이 높은 상태에서 제 3자의 개입을 불편해

하고 강한 불신을 가져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 조정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고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대화를 통해 예비모임을 준비한다. 예비 대화모임은 당사자들이 대화모임의 의의와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는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예비 대화모임에는 당사자 학생과 보호자가 함께 참여한다. 조정자는 갈

등 해결에 대한 이해나 경험이 없는 당사자들에게 대화모임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각

자의 요구에 대해 합의를 도와주고 종결시켜주는 것이 아님을 인지시킨다. 그리고 당

사자 간의 대화를 통해 사건이 각자의 삶에 준 영향과 의미를 이해하고 피해자의 피

해 회복과 가해학생의 반성과 책임을 위해 이해 당사자가 함께 노력하고 화해하는 자

리라는 것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예비 대화모임은 이를 위한 준비의 과정이 되

14) 한국에서 대화모임의 전문 조정자를 훈련하고 있는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의 갈등해결센터

의 조정팀은 개별학교에 대화모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사건의뢰와 동의를 거쳐 대화모임을

실시하고 있으며 그 외에 또래 조정, 갈등해결교육 등을 지역사회와 학교에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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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다. 두 번째로 예비 대화모임은 당사자들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예비 대화모임은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대립적 갈등 관계에서 자신의 분노나 억울함의 감정과 고

통스러운 경험 등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자유롭게 나누는 기회가 된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과 경험에 대해 자유롭게 분출하는 시간을 통해 당사자들은 내면의 감정을 해소

하고 대화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정서적 감정적 준비를 하게 된다. 세 번째로 예비 대화모임은 당사자와 조정자 간의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과

정이 된다. 대화모임에 대한 당사자의 참여의지와 더불어 조정자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본 대화모임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예비 대화모임을 통해 당사자는 조정

자가 얼마나 공정하게 사건을 이해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지를 확인하게 된

다. 이미 사건 발생 이후 대화모임에 오기까지의 갈등과정에서 극한적인 대립과 불신

을 경험했기에 예비 대화모임에서 조정자와의 관계 형성을 통해 본 대화모임이 안전

한 공간인지를 확인하고 참여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렇기에 예비 대화모임에서 조정자들은 시간을 제한해 놓고 만나지 않는다. 시간

은 당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드러냈다고 생각될

때 종료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예비모임은 1회로 마치지만 필요한 경우 2회 이상 진

행하기도 하며 그 시간도 길게는 3시간이 넘기도 한다. 예비 대화모임의 장소는 당사

자와 조정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데 당사자가 편하게 자신

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에서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을 열고 처음 만나는 조

정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 역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기에 당사자의 상황이나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서 예비 대화모임 장소가 정

해진다. 안전한 곳을 원하는 경우 당사자의 집에서 이루어지기도 하며 주변의 카페나

조정자 사무실 등 다양한 곳에서 진행된다. 예비 대화모임 단계가 잘 이루어지면 당

사자들의 불필요한 감정대립을 줄여 대화모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당사자들로

하여금 과거보다는 미래적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데 용이하며 적극적 참여

를 이끌어대는 데 도움이 된다(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2009). 예비 대화모임은 조정자에게도 대화모임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중요한 시간이다. 조정자는 예비 대화모임을 통해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특히 당사자의 경험과 입장에 대해 충분히 소통하여 갈등해결을 위한 사건의 쟁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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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악하고 근본적 갈등해결에 필요한 요소와 당사자들의 실제적 욕구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모임의 진행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3) 본 대화모임

① 공간

예비 대화모임 후 본대화모임이 열리기까지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양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모두에게 합리적인 시간을 결정해 대화모임이 열린다. 그러나

예비 대화모임과 본대화모임을 일반적으로 당일에 모두 하지는 않는다. 이는 당사자

들이 예비 대화모임 후에 회복적 정의의 실천으로서 대화모임의 목적을 명확하게 이

해하고 참여여부를 심사숙고하여 결정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사건해결 과정

에서의 갈등과 자신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리하고 당사자와 보호자가 어느 정도의

합의의지가 있는지를 함께 생각하고 논의하도록 시간의 여백을 제공하는 것이다. 본대화모임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환경은 중요한 요소로서 다차원적으로 당사자들에

게 공정하면서도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된다. 대화모임의 공간이 당사자에

게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여 암묵적인 합의, 진정성 없는 사과와 화해가 강요되

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조정자들은 대화모임 공간이나 참여자에 대해 준비하는 데

있어 세심하게 고려한다. 공간의 배치는 학교폭력 사건 당사자 간에 감정적 대립 상

황에서 직접적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당사자들이 자극받지 않으면서 한 공간에

함께 있을 수 있도록 공간 내부를 구성한다. 특히 당사자 간의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

다면 이를 고려해 조정자는 공간의 책상과 참석자의 위치를 조절하기도 한다. 힘의

불균형은 학교폭력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간에 존재하는 물리적 힘의 불균형뿐 아니라

가족 또는 보호자의 참석여부, 기타 환경의 차이에 따른 정서적․심리적 불균형이 고려

된다. 이는 당사자와의 예비모임을 통해 당사자의 상태와 상황을 확인하고 이에 맞춰

이루어진다. 공간의 배치는 피해자 측과 가해자 측이 마주앉고 대화모임의 주 조정자와 협력 조

정자가 앞쪽에 자리하도록 한다. 당사자들이 마주하는 거리는 너무 가까워 당사자가

심리적 압박을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도 대화를 잘 주고받을 수 있도록 설정한다. 때로는 직접적으로 눈을 마주치는 것이 당사자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 서로 비스듬

하게 마주하면서 조정자를 볼 수 있도록 삼각형 구도로 책상의 끝을 벌려서 앉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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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도 한다. 책상에는 참석자들의 실명을 기록한 명표를 배치하는데 이는 상호간에

‘아줌마’ 또는 ‘아저씨’ 아니면 ‘너’ 와 같은 부적절한 호칭 사용에 따른 모욕

을 느끼는 것을 방지하고 상대를 존중해서 부를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된다. 학생들

에 대한 호칭도 보호소년과 피해소년으로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되며 대화모임 중에는

이름을 부르도록 한다. 경찰고소 이후 법적으로 보호소년은 범죄소년이 되지만 이는

당사자 학생에 대한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본 대화모임에서는 이들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자 조정자들은 주의를 기울인다. 대화모임을 위해서는 대화모임이 진행

되는 주 공간과 더불어 보조 공간이 필요하다. 이는 대화모임 가운데 피해자와 가해

자 또는 학생과 보호자를 분리하여 대화모임을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경우를 대비한 것

으로 사건에 따라 조정자는 사전에 보조공간의 필요를 예상하고 요청한다. 보조 공간

이 없는 경우 본대화모임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외부 공간으로 분리해서 진행하기도

한다. 장소를 선정하고 준비하는 데 있어 컴퓨터와 프린터 사용은 꼭 필요한 요소이

다. 이는 당사자 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현장에서 함께 논의해서 합의문을 만들

고 서명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법원의 화해권고기일을 제외하고는 많은 경우 정해진 공간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준비된 공간을 사용한다. 공간이 물리적으로 어떻게 준비되느냐와 더불어 공간이 가

지는 분위기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대화모임 공간을 정하는 데 현실적 제약으로 선

택의 여지가 많지 않지만 조정자들은 본대화모임을 준비할 때 음료와 차, 간식 등을

마련하여 공간이 너무 사무적이거나 차갑게 느껴지기보다는 당사자들이 편안함을 느

낄 수 있도록 인간적이고 따뜻한 분위기가 되게 한다. 현재 화해권고 기일의 형태로 제도화되어 진행되고 있는 서울가정법원 소년부에서

는 별도로 대화모임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대화모임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유일한 공간이다. 이 공간은 기존의 대화모임 실천의 경험을 반영하여 당사자들이 안

정적으로 대화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청소년 화해권고실’ 안에 들어가면 정사각형 형태의 공간 안에 긴 회의용 탁자

가 자리잡고 있고 회의탁자를 따라 회의의자가 10여 개 놓여있다. 공간은 전반적으로

밝은 색감이면서 따뜻한 느낌이 드는 나무색으로 내부가 처리되어 있으며 문을 열고

들어오면 보이는 정면 맞은편 회의탁자에는 화해권고위원이라고 적인 세 개의 명패가

놓여있다. 방의 오른편에서는 작은 창문들이 있어 빛이 들어오고 창문 앞으로는 보조

의자들이 놓여있는데 이는 사건별로 참석자의 숫자가 유동적이고 달라지므로 때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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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방의 한쪽에는 컴퓨터와 프린터가 놓여있는데

조정자들은 당사자들의 명패를 만들고 대화모임 후에 합의서를 작성하고 출력할 때

사용한다. 문을 들어서서 왼편으로 벽을 따라가면 작은 탁자 위에 차와 간식이 준비

되어 있으며 정수기와 작은 냉장고가 배치되어 있다. 냉장고에는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어 당사자들이 정식으로 대화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긴장을 풀고 간식을 먹을 수 있

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림 2-1] 법원의 화해권고실 단면도

② 참가자

지금까지의 실천 사례에서 대화모임의 참가자는 기본적으로 조정자와 당사자 학생, 그리고 보호자다. 보호자로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참여하도록 권유하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어머니 또는 아버지 중에 한 명이 참여한다. 보호자의 참석이 불가능한

경우 당사자 학생만 오거나 부모가 아닌 친인척이나 실질적으로 당사자 학생의 보호

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대신 참여하기도 한다. 또한 사건에서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

은 사람이 가족 구성원이라면 당사자 학생의 부모만이 아니라 형제자매 또한 대화모

임에 참여하여 의견을 내고 구체적 논의에 참여하기도 한다. 조정자는 주조정자와 협

력 조정자로 구성된 2인 1팀으로 조정을 이끌어 가지만 때로는 기록자나 보조 조정자

가 참여하기도 한다. 특히 사건 특성상 대화모임 가운데 학생과 보호자를 분리한다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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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피해자와 가해자 측을 분리해 면담이 필요한 경우 당사자들을 도울 보조 조정자가

참여하여 이를 돕는다. 법원에서의 화해권고기일의 경우 화해권고위원이라 불리는 조

정자 외에 변호사가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화모임에 참여자와 장소가 결정되면 당사자들에게 통보를 한다. 조정자는 가해자

와 피해자가 대화모임 전에 마주치지 않도록 계획하여 시간 약속을 잡는다. 때로는

피해자 측에서 가해자에 대한 두려움이나 마주치는 것의 부담으로 이러한 요청을 하

기도 한다. 보통 조정자들은 10분정도의 시차를 두고 각 당사자들이 대화모임에 출석

하도록 해 한 당사자가 먼저 도착하고 이후 다른 당사자가 순차적으로 오도록 하여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조율한다. 조정자들은 대화모임 전에 추가로 확인해야 할 내용

이 있다면 이 시간을 활용해 당사자들과 점검하고 대화모임을 준비한다.

③ 절차와 진행

당사자들은 간단한 다과와 차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착석하고 조정자가 대화모임

의 개시를 알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법원의 경우 당사자들과 조정자들이 모이면 담당

판사가 화해권고실에서 사건이 화해권고결정을 하게 된 이유와 대화모임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퇴장한 이후 대화모임이 시작된다. 대화모임은 기본 규칙과 절차에 따라 진

행되는데 대화모임에 앞서 조정자는 대화모임 참여 동의서에 당사자 학생들과 보호자

들의 서명을 받는다. 참가 동의서를 받은 후에 조정자는 당사자들을 공식적으로 소개

하고 사건에 대한 간단한 사실 확인을 통해 피해사실과 가해사실을 상호 확인하는 것

으로 대화모임을 개시한다. 대화모임은 사건 진상을 확인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기에

사전에 당사자들이 피해사실과 가해사실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경우 진행되지 못한

다.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가 아니라 일어난 사실에 입각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사건으

로 발생한 폐해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 목적인만큼 잘못된 행위에 대한 사실 인정이

없이는 갈등해결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비 대화모임을 통해 조정자들은 이에 대

해 확인을 하지만 본대화모임 시작 전에 다시 한번 공식적인 확인절차를 거친다. 사건에 대한 간단한 보고와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이 끝나면 조정자가 대화모임의 진행

규칙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설명한다. 당사자들에게는 대화모임에 앞서 참가 동의서와

함께 진행 규칙에 대한 안내 서류와 참석여부를 확인하는 동의서가 주어지는데 진행

규칙을 조정자가 읽고 이해와 동의를 확인하는 것으로 본 조정에 앞서 준비단계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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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된다. 대화모임에서 당사자들이 동의해야 하는 참가 동의서와 진행 규칙은 다음

과 같다.

[그림 2-2] 대화모임 진행규칙과 동의서 (출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갈등해결센터)

대화모임의 진행절차는 세부적으로 규범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단계별로 당사자들과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어 전체적인 흐름은 대화모임에 따라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화모임은 크게 6단계로 구성되어 진행되는데 각 단계의 경계가 규정되어 있지 않아

조정자가 각 단계별 목표를 이루었을 때 조정자의 판단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 과정

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전체적인 대화모임은 조정자가 촉진자(facilitator)로서 질문을 통해 전체적인 과정을 통제하고 흐름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대화모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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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단계를 도식화 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 2-3] 대화모임 진행 단계

대화모임에서 당사자들은 조정자가 질문하고 응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

를 풀어가게 된다. 조정자는 참여자들의 발언권을 통제하면서 당사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충분히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한다. 대화모임에서는 먼저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자신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이는 대화모임 진행 단계에서 ‘입장 나누기’라고 하며 이 단계에서는 각 사건에 대

해 학생 당사자들의 시선과 입장에서 사건에 대해 진술하도록 하고 다음으로 보호자

와 가족들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입장 나누기 단계는 말 그대로 각자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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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이 과정을 통해 당사자들은 객관적 사

실을 인지하는 것보다는 사건과 이로 인한 자신들의 입장 그대로를 나눈다.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동안 가장 중요한 규칙은 끼어들지 않고 경청하는 것이다. 이는 본 과정

이 법리에 따른 논쟁의 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가 들려지는

시간이 기 때문이다. 발언의 기회는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학생과 보호자 모두에게

공정하게 주어진다. 입장 나누기에서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옮겨가거나 이후 과

정에서 나눠져야 할 주제의 이야기면 조정자가 개입하여 정리하기도 한다. 입장 나누기를 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사건 속의 쟁점을 정리하고 찾아간다. 쟁점을

찾는 과정은 사건 자체에 대한 이해의 차이뿐 아니라 입장 나누기에서 표명된 사건의

폐해와 그 영향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시간이다. 당사자들은 본격적으로 사건의 발생

과 그 이후의 과정에 대해 사적 경험과 감정을 나누고 이것이 자신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가를 공유한다. 당사자들은 이 과정에서 법적 기준에서의 피해가 아니

라 이와는 별개로 폭력사건이 가져다 준 인간적인 힘겨움과 고통을 이야기하며 자신

들의 감정과 경험을 나눈다. 본 단계의 쟁점이 의미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들려지길

원하는 내면의 욕구들이다. 대화모임에서 쟁점 찾기는 이 욕구들을 찾는 과정이라 볼

수 있는데 당사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솔직하게 탐색하는 것이다. 피해자는 학

교폭력 사건과 지금까지의 해결 과정에서 입은 자신의 피해와 경험한 폐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이를 원상회복시키기 위하여 무엇이 필요한지 탐색한다. 가해자 역시 이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더불어 자신이 이 사건으로 인해 받은 영향과 그에 따

른 어려움 등을 나누고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들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예비 대화

모임을 통해 조정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실이 본 대화모임에서 잘 전달되지 못할

때 조정자는 질문을 통해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 당사자끼리 서로의 경험과 생

각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알아가도록 한다. 이 단계에서 당사자들의 감정적 대립은 가장 첨예한 상태가 된다. 피해자 측과 가

해자 측은 사건 이후 전 과정 속에서 겪어온 자신들의 경험에 대해 발설하고 해갈되

지 못하고 억눌렸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분출한다. 이러한 감정의 발산은 금지되기

보다는 조정자의 통제 안에서 허용된다. 조정자의 통제 안에서 허용이라 함은 당사자

들끼리 격한 감정을 무질서하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발언기회 안에서 자신의 이야

기를 하도록 통제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의 직설적이고 때로는 공격적인 감정적 표

현들은 조정자의 바꿔 말하기(paraphrasing)를 통해 순화되고 화자의 감정과 입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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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본래적 의미와 욕구가 전달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당사자들은 억압된 분노

와 감정을 발산하고 이를 통해 감정을 해소하는 동시에 사건의 폐해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쟁점 찾기 단계에서 사실 확인이나 상대감정에 대한 수용이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쟁점을 찾는 과정에서 조정자는 자신의 자료조사와 예비 대화모임을 통

해 얻은 종합적이며 맥락적인 이해의 틀 안에서 당사자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

는 태도를 유지하지만 당사자들에게 상대의 감정을 인정할 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쟁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감정이 반복적으로 드러나 대화모임의 진척을

방해할 경우 같은 대화가 무한히 반복되기보다 조정자는 적절한 시점에서 서로의 감

정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으로 쟁점논의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쟁점을 찾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당사자들은 자신의 내러티브와 상대방의 내러티

브가 상호 작용하면서 사건과 그 과정에 대해 새로운 이해와 관점을 가지게 된다. 소통을 통한 공감과 이해는 과거와 현재에 고착되어 있는 갈등해결의 초점을 보다 미래

의 문제로 옮긴다. 쟁점을 확인한 당사자들은 이들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논의에 집중

한다. 학교폭력 사건과 그 해결과정이 만들어낸 폐해에 대한 이해를 선행하고 피해자

와 가해자,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피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또 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실천 안을 찾아낸다. 대안을 위한 협상과정은 전적

으로 당사자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조정자는 대안을 제시하거나 결정을 강요하지 않

으며 당사자 간에 논의되었던 쟁점들을 환기시키며 구체적인 해결안이 나올 수 있도

록 논의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이는 중재자 중심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에

당사자들이 협상을 통해 타협하는 분쟁조정과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한다. 당사자들

은 물질적 보상과 더불어 사과, 재발방지의 약속 등을 포함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창조적 대안을 찾게 된다. 당사자들 자신 및 상대방의 욕구와 기대를 고려한 다

양한 해결책을 탐색하며 이들은 상징적 의미로서가 아니라 실제적인 실천 가능성을

고려하고 이를 위한 세부계획을 포함한 해결방안을 탐색해간다.

④ 합의과정

합의단계에서는 당사자들 간에 밀고 당기는 과정이 지속되고 때로는 서로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은 채 표류하기도 한다. 조정자들은 합의 자체의 성공이 대화모임의 주요

한 목표는 아니며 합의가 결렬된다 하더라도 대화모임을 통해 당사자가 화해하는 것

이 우선적인 목표가 된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욕구가 절충되지 않을 경우 화해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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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워지기도 하며 조정자들은 사건 종결을 위해 보다 직접적인 개입을 하기도 한다. 개별적 모임을 통해 당사자들의 실제적 욕구를 확인하고 이들 당사자들의 욕구가 현

실적이며 합리적인지 나아가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해 의견을 내고 상호 양보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과정은 합의에 대한 강요로 이해될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조

정자들이 구체적인 중재안을 만들어 제시하거나 배상액을 결정하여 당사자들에게 제

시하지는 않는다. 최종결정은 당사자들에게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은 고수된다. 그러나 합의의 의미나 필요, 대화모임이 실패되었을 때 부담하게 되는 당사자의 경제

적, 법적 불이익에 대한 설명과 양보에 대한 암묵적 요청들은 합의에 대한 보이지 않

는 강요로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협의과정이 마무리되면 조정자는 협의내용을 정리하여 합의서를 작성한다. 합의서

는 육하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실천계획까지 명시된다. 피해보상을 한다면 언제까지

어떠한 방법으로 얼마를 지급할지를 정하고 사과를 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과할

지 당사자들은 협의를 통해 정하게 되는 것이다. 조정자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

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천이 가능하도록 조언을 하기도 한다. 합의서 초안이 작성되

면 조정자는 당사자들에게 세부내용을 읽어주고 수정사항이나 이의제기를 받는다. 만약 당사자들이 추가문구의 삽입을 원하거나 일부 내용이나 표현의 수정을 원할 경우

상호간에 협의를 거쳐 반영한다. 합의서에 대해 당사자들이 동의하면 4장의 합의서 원본을 만든다. 피해학생과 보호

자, 가해학생과 보호자 그리고 주조정자와 협력 조정자의 서명을 한 후 피해자 측과

가해자 측, 조정자 그리고 경찰이나 법원, 학교 등 의뢰기관에 합의서 원본을 제출한

다. 합의서를 작성하고 서명하면서 조정자는 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에 대해 설명을 하고 대화모임을 종결한다. 대화모임이 항상 합의에 이르는 것은 아니며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고 해서 대화모

임 자체가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대화모임은 그 과정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사건을 객관적 관점에서 성찰하고 상대방과 소통하여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

로 화해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배상에 대한 합의실패나 기타 이유로 대화

모임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도 이것이 곧 화해의 실패로 이해되지 않으며 대화모임의

전 과정이 대안적 갈등해결의 과정으로 인정된다. (4) 대화모임의 이후의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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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모임이 종료되면 조정자들은 합의서와 의견서를 작성하여 의뢰기관에 제출한

다. 조정자들은 의견서를 통해 합의결과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 나타난 쟁점들을 정

리하고 당사자들의 노력과 참여의지에 대한 의견을 첨부하여 제출한다. 의뢰기관은

의견서와 합의서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대화모임의 결과를 판결에 반영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은 보고서 형식의 문서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조정자는 의뢰기관의

담당자, 학교의 자치위원장이나 법원의 판사와 사건과 대화모임에 대한 의견들을 다

양한 방법으로 직접 소통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판사들은 합의여부뿐만 아니라 대화

모임 과정에서 실제적으로 화해를 했는지 여부와 이를 위한 노력이 어떻게 이루어졌

는가를 중요하게 반영하고 있다. 사건의 해결과정은 재판이나 처분을 통해 종료된다. 그러나 회복적 정의의 실천으

로서 대화모임이 추구하는 가치는 갈등해결 과정에서 표면적인 갈등의 해결과 더불어

사건을 둘러싼 갈등의 근원적인 문제해결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문제의 구조적 원인까

지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조정자들은 담임교사나 학교당국에 학교폭력 사건의 대화

모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결안을 제시하거나 협조를

구하기도 한다. 학교폭력 사건의 원인이 교실 내 지속적인 집단 괴롭힘이라면 학교의

담임이나 전담교사에게 연락해 사건의 경과를 알리고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하기도 하

고 당사자 학생이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 도움을 받는 수 있는 기관과 연결을

해준다. 때로는 직접 멘토가 되어 학생들을 만나고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통해 보이

지 않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화모임 종료 후 이루어지는 이

같은 개입은 아직 정책이나 대응체계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으로서 이러한 활동들은

조정자의 관심과 개별적 성향에 따라 사적인 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6. 연구의 범위와 제한점

본 연구는 학교폭력사건에 있어서 회복적 정의에 입각한 대화모임의 참여자들을 대

상으로 갈등해결 과정에 대한 질적 사례연구이다. 본 연구의 초점은 학교폭력 사건

이후 대화모임에 이르기까지의 사회적 대응체계와 갈등의 전개 과정, 그리고 그 영향

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도모하고 대화모임을 통한 갈등해결 과정에 나타난 당사자들

의 필요와 욕구를 탐색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화모임을 새로운 제도로서 그 실천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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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의미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학교 폭력 당사자가 직접 참여해 문제해결을 하는 대화

모임을 중심으로 갈등해결 과정 전반에 대한 이해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도적 실천에 대한 연구는 기존에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특히 사법체계 안의 새

로운 제도로서 실천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 고찰이나 법적 근거에 대한 논의는 2000년대 이후 사법계에서 활발히 이루어졌다. 따라서 제도적 실천에 있어서의 법적 문제나

실천의 한계는 주된 연구 주제가 아님을 밝힌다. 학교폭력의 영향과 결과라는 차원에

서도 당사자들의 개별적인 심리적 문제보다는 갈등 해결과정에서의 영향과 의미에 보

다 초점을 두었다. 따라서 학교폭력의 발생요인, 환경의 문제, 가해자 및 피해자 특성

등은 상세하게 다루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제한점을 가진다. 우선 학교폭력의 다양한 사건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지 못하다. 학교폭력 사건과 갈등해결의 전개과정은 개별적 독

특성과 다양한 특징이 존재한다. 사건을 분류하면 단순 상해사건부터 집단 집단폭행

까지 있으며 우발적 단순 폭행이 있는 반면에 오랫동안 지속된 따돌림과 괴롭힘, 지속적인 폭행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갈취, 협박,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 등 다양한 형태

가 학교폭력으로 지정되어 있고 실제 사건도 다양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학

생들이 처한 개별적 삶의 정황들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이러한 사건별 특수성을 모

두 연구에 포함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연구에서의 표본은 극단적인

사례보다는 학교폭력 이후 갈등전개와 해결과정이 잘 드러난 사건을 중심으로 선정하

였다. 학교폭력은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가지는 만큼 사건의 개별적 특성에 대한

연구는 본 연구를 기초로 후속 연구에서 풍부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연구자로서 본 연구자는 평화교육 및 갈등해결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해 왔으며 조정자 훈련을 받고 민간단체의 활동에 참여해 왔다. 따라서 이러한 연구

자가 가졌던 경험과 관심은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사건을 접할 수 있는

풍부한 기회, 다른 조정자들과의 교류와 소통을 통한 직간접적인 정보의 획득, 연구와

활동의 경험들은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자원이었다. 또한 다양한 사건을 접하고 조정

에 참여해 본 경험들은 연구자로서 학교폭력 사건을 이해하고 당사자들의 감정과 태

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에 경험들이 당면한 사건

들에 대해 선입관을 가지게 하거나 당사자에 대한 이해에 편견을 가지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보다는 대화모임에 대한 편향된 관점으로 접

근하고 이해할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성찰하고 연구 과정 속에서 지속적으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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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의 판단을 성찰하며 연구를 수행하였다. 셋째는 본 연구에서는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을 발생 초기부터 직접적인 참여관찰을

수행하지 못했으며 당사자들의 갈등경험 또한 대화모임의 갈등해결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와 당사자와 교사 등의 심층면담을 통해 탐색하였다. 따라서 연구자가 수집한 갈

등과정, 전개 등의 경험에 대해 수집한 자료들은 당사자들의 갈등이후의 경험들 속에

서 재구성되고 새롭게 해석된 주관적 경험으로서의 갈등들이다. 이들 주관적 경험으

로서의 갈등에 대한 당사자들의 내러티브나 해석은 현재의 갈등경험의 의미를 이해하

고 해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하지만 주관적 경험과 더불어 갈등의 발생과 전

개에 중요한 상호작용과 이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맥락을 직접 참여관찰하여 연구자가

분석하고 해석하지 못한 것은 본 연구가 가지는 제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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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학교폭력 대응체계와 법적 절차

본 장에서는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학교와 사회의 대응체계를 살펴보고 이것이

학교현장에서 학교폭력 사건의 사안처리에 어떻게 적용 및 실천되고 있는지 탐색하고

자 한다. 대응체계가 존재하는 것과 이것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학교폭력 대책과 예방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학교폭력 대응체계를 포

괄적으로 정리하는 것과 함께 그것이 목적과 목표에 부합해서 운영되고 있는가를 살

펴보고 실천에 있어서의 한계를 탐색하였다.

1. 학교폭력에 대한 정책과 대응

1)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체계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처리는 2004년 제정된 학교폭력대책법에 기본적인 절차와 방

법을 비롯해 학교폭력대응을 위한 체계가 제시되어 있다. 우선 학교폭력대책법은 국

가중앙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소속으로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한 기본계

획(이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며 이에 대한 평가를 담당하는 학교폭력대책

기획위원회(이하 ‘기획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기획위원회는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1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기획위원회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정책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1)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조사, 연구, 교육

및 계도, 2) 피해학생에 대한 치료와 재활 등의 지원, 3) 학교폭력 관련 행정기관 및

교육기관 상호간의 협조 및 지원, 4)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학생 및 가해학생 치료 및

교육을 수행하는 청소년 관련 단체 또는 전문가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 그리고

5) 그 밖에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포함하는 기본계획을

매 5년마다 수립 및 심의를 하며 그 시행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학교폭력대책법, 제8조). 또한 특별시, 광역시, 도와 특별 자치도에는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이하 ‘지역위

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으며 지역위원회는 기본계획에 따라 지역의 학교폭력 예방대

책을 매년 수립해야 한다.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교육감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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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하는 전담부서를 설치․운영해야 하며(학교폭력대책법, 제11조 제1항) 학교장으로

하여금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실시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여야 한다(학교

폭력대책법, 제11조 제4항). 또한 교육감은 가해학생이 전학이 필요한 경우 그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퇴학처분을 받은 경우 해당 학생의 건전한 성장

을 위하여 다른 학교 재입학 등의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학교폭력대책법, 제11조 6항). 학교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련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학교에 학교폭력

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원회’)를 두며 자치위원회는 1)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

책을 위한 학교의 체제구축, 2) 피해학생의 보호, 3)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 및 징계, 4)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 5) 그 밖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에 대해

심의하고 수행하는 책임을 가진다(학교폭력대책법, 제12조 제1항, 제2항). 학교장은 대

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상담실을 설치하고 전문 상담교사를 두도록 해야 하며 또한

전문상담교사, 보건교사 그리고 책임교사(학교폭력문제를 담당하는 교사) 등으로 학교

폭력문제를 담당하는 전담기구를 구성한다. 전담기구는 학교폭력에 대한 실태조사와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실시하며, 학교장 및 자치위원회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학교폭력에 관련된 조사결과 등 활동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학교폭력대책법, 제13조). 이 같은 체제 안에서 학교장은 교육감에게 학교폭력이 발생한 사실과 학교폭

력대책법의 규정에 따른 조치 및 그 결과를 보고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교내 학

교폭력 단체의 결성예방 및 해체에 노력하여야 한다. 학교폭력대책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이 같은 대응체계를 정리하면 국가의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소속으로 학교폭력대책 기획위원회를 두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매 5년마다 수립하며 각 특별시와 광역시, 도 및 특

별 자치도의 지역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학교폭력예방대책을 지역별로 매년 수립하

여 시행하게 된다. 지역위원회와 협력하여 교육감은 시․도 교육청 안에 전담부서를 설

치하고 학교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노력을 감독하며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학교단위에서는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전문상담교사를 두고 상담

실을 설치․운영해야 한다. 또한 자치위원회를 구성하여 학교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선도 및 징계하며 당사자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책임을 진다. 이처럼 현재 학교폭력의 대응체계는 중앙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 개별 학

교 그리고 사법부와 행정부를 포괄하여 광범위하게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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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교폭력의 학교처리 과정

학교폭력대책법을 제정할 당시의 입법목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

교폭력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학교폭력대책법은 정기

적인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실시, 학교폭력의 신고의무화,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을

위한 전담기구의 설치와 이를 위한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제안 설명에서 밝히고 있다(김현철, 2010). 이러한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학교폭력 대책법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한 인적 물적 기반의 구

축, 피해자의 보호조치, 가해학생의 선도 징계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사건발생에 대한 주변의 인지와 이에 따른 신고를 통해서 사안처리가

시작된다. 학교폭력대책법은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의무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학교

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자는 관계기관에 신고해야 하며 신고 받은 기

관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보호자와 학교에 통보하여야 한다. 또한 통보를 받은 소

속 학교장은 자치위원회에 이를 지체 없이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학교폭력대책법, 제20조). 원칙적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는 당사자뿐 아니라 학교 구성원과 지역사

회의 책임이다. 하지만 학교폭력의 발생은 교사가 없는 교실에서 학생들 사이에 일어

나거나 폐쇄적인 공간에서 발생하게 되는 만큼 교사가 직접적으로 인지하는 것은 어

렵고 학생들 역시 학교폭력을 목격하더라도 직접 신고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한 실

태조사에 따르면 당사자들은 가해학생의 보복이 두려워서 그리고 실제 신고하더라도

보호자나 학교선생님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실제적인 문제해결을 해주지 않

아서 신고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청예단, 삼성중공업주식회사, 2008). 이에 학교폭력

대책법은 학교폭력 신고가 다양하게 이루어지도록 정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생들

이 교사에게 구두로 직접 신고하거나 면담을 통해 피해사실을 말하는 것도 유효한 신

고가 되며 이메일이나 전화로 교사와 학교에 알릴 수 있다. 그 외에도 상담센터나 경

찰에 전화신고도 가능하며 학교나 관련기관 홈페이지에 비밀글로 피해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이렇게 학교폭력 사건이 인지가 되면 당사자나 기관은 학교에 통보하고 교장은 이

를 ‘자치위원회’에 통보하여 사안처리를 진행한다. 사건이 접수되면 학교 내 학교

폭력 전담기구에서 신고내용의 진위여부와 실태를 파악하고 사안에 대한 조사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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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교사, 보건교사 그리고 책임교사로 구성된 전담기구에서 담당하도록 되어있다. 피해자 및 가해자 학생을 조사하여 진술을 받고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증거를 확보

하게 되며 전담기구에서 사안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이를 자치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자치위원회의 소집이 결정되면 학교는 자치위원회 위원들에게 소집을 통보하고 개

최한다. 자치위원회는 일반적으로 위원장이 개회로 시작하여 책임교사가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고하고 이후 피해자 진술과 가해자 진술, 당사자들의 요구 사항에 대해

청취하게 되며 필요한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를 사전에 분리해서 대기시키고 개별적으

로 자치위원회에 출석해 진술하도록 한다. 이 후에 당사자들이 퇴장하고 자치위원들

이 모여서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와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 조치에 대해 논의를 하고

그 결과를 당사자에게 통보하게 된다(청예단, 서울대학교교육연구소, 2008b). 자치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조치를 결정하게 되는데 긴급한 경우라면 자치위원회

전이라도 교장은 심리상담 및 조언, 일시보호 및 그 밖에 피해학생을 위해 필요한 조

치를 수행할 수 있다(학교폭력대책법, 제15조 제5항). 자치위원회에서는 피해학생의 보

호를 위해 1) 심리상담 및 조언, 2) 일시보호, 3) 치료를 위한 요양, 4) 학급교체, 5) 전학권고, 6) 그 밖에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피

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들은 보호자의 동의를 거쳐 시행될 수 있다. 피해학생의 치료

를 위해 사용되는 비용은 가해학생의 보호자가 부담하게 되며 가해학생의 보호자가

이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에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학

교안전공제회 또는 시․도 교육청이 부담하고 이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15). 그러나 이 법안은 구체적인 규정의 미비로 인해 그 제도의 실행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원혜욱, 김자영, 2009). 실제 피해자 치료 보상에 대한 기준은 없고 규

정만 있어 치료비용에 대한 분쟁의 소지가 높으며 공제회 역시 보상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안전공제회나 시․도교육청이 피해

학생의 치료시점에 맞춰 지급하지는 못하고 있다. 15)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학교안전사고를 예방하고, 학생․교직원, 교육활

동 참여자가 학교안전사고로 인하여 입은 피해를 신속․적정하게 보상하기 위한 학교안전사

고보상공제 사업의 실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2007년 1월 26

일 제정․시행되었다. 이법에서는 학교안전사고를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 사고로서 학생, 교

직원, 교육활동 참여자의 생명, 신체에 피해를 주는 모든 사고, 학교급식 등 교장의 관리, 감

독에 속하는 업무가 직접 원인이 되어 학생, 교직원, 교육활동 참여자에게 발생하는 질병’으

로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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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자치위원회는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학교폭력대책법

에 따르면 자치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하여 필요하다

고 인정하는 때에는 가해학생에 대하여 1)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2)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3) 학급교체, 4) 전학, 5) 학교에서의 봉사, 6) 사회봉사, 7)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8) 10일 이내의 출석정

지, 9) 퇴학처분16)을 결정해 학교장에게 요청한다. 학교의 장은 자치위원회가 열리기

전이라도 선도를 위해 긴급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

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그리고 학교에서의 봉사와 같은 일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기 전에 가해학생과 보호자에게 의견진

술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적절한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자치위원회의 결정은 교장이

가해학생과 보호자에게 통지해야 하며, 가해학생이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경우에는

「초․중등교육법」 제18조에 따라 징계할 수 있다. 학교폭력대책법에서는 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및 보호자가

불만을 가지거나 피해자 측과 가해자 측이 손해배상에 관련된 합의조정을 원할 때 그

리고 자치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상황(학교폭력대책법, 제18조 제3항)에 자치

위원회는 그 분쟁을 조정할 수 있다. 분쟁조정은 당사자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

며 분쟁조정이 신청된 후 1개월 이내에 개최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당사자 중 일방

이 조정을 거부하거나 사법기관에 고소․고발 및 민사상의 소송을 제기한 경우, 그리고

분쟁조정 신청 내용이 허위로 밝혀진 경우에는 분쟁조정을 중단할 수 있다. 분쟁조정

은 같은 학교 내 사건은 자치위원회가 담당을 하며 관할구역을 달리하는 시․도 교육청

소속 학교의 학생 간의 분쟁이 있는 경우에는 피해학생을 감독하는 교육감이 가해학

생을 감독하는 교육감 및 자치위원장과 협의하여 직접 분쟁을 조정한다. 분쟁조정이

성공하면 분쟁조정에 대합 합의서를 작성하고 분쟁조정위원과 당사자인 피해학생 및

가해학생 그리고 보호자가 서명 및 날인하도록 한다. 분쟁조정의 결과는 학교장을 통

해 교육감에게 보고되어야 한다(학교폭력대책법, 제18조). 이처럼 학교폭력에 대한 학

교 내 대응체계와 사안처리는 학교폭력대책법을 중심으로 「초․중등 교육법」과 「학

교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이루어진다.

3) 학교폭력의 사법처리 과정

16) 퇴학처분의 경우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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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조정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 대부분의 사건들은 사법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사법처리가 되는 것은 학교폭력대책법에 따른 학교 내 처리과정을 거친 후에만

가능한 것은 아니며 학교폭력 사건이 형사사건에 부합된다면 언제든지 당사자들은 사

법절차로 사안처리를 진행할 수 있다. 학교폭력사건은 사건에 따라 폭행․상해, 협박, 갈취 등 많은 경우 오늘날 사법체계

안에서는 형법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형사범죄가 된다. 그러나 만19세 이하의 미성년

자의 경우 성인범죄자와 분리해서 소년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소년법은 그 입법취

지에서 밝히고 있듯이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

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취함으로써 소년이 건전

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17) 이는 소년범은 성인범과 달리 개선가능

성이 높다’는 것을 전제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완성되지 않았고 성장 발달의 과

정에 있는 만큼 형사 정책적으로 특별한 처우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청에 따른 것이

다. 오늘날 많은 국가에서 소년범을 성인범과 달리 취급해야 한다는 명제를 받아들이

고 그 내용과 대상이 기존의 성인형사사법과는 다른 형태의 소년사법을 인정하고 있

다.(오영근, 2008). 학교폭력 사건은 고소․고발이 되면 일반 형사사법이 아니라 소년법

의 적용을 받아 형사 처벌이 아닌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사법절차는 경찰의 사건인지에서 이루어진다. 경찰의 학교폭력

사건인지는 당사자의 고소, 학교 및 지역사회의 신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

지며 사건인지가 되면 수사가 시작된다. 학교폭력 사건은 중상해 또는 자살과 같은

심각한 사안이 아닌 경우 대부분 당사자들의 고소로 수사가 시작된다. 고소가 되면

경찰은 고소인과 피고소인,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진술서를

작성한다. 조사가 이루어진 후 경찰은 원칙적으로는 만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소

년의 경우 검찰로 송치해야 한다. 하지만 사안을 조사한 후 경찰은 행위가 경미한 경

우 훈방조치를 하고 보호자에게 인계하거나 합의에 의한 수사종결을 하게 된다.18)

17) 2007년 12월 21일 개정 소년법 제1장 총칙의 제1조(목적)은 다음과 같이 소년법의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이 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성과 품행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

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8) 폭행, 협박, 명예훼손(사이버상의 명예훼손 포함)․모욕, 성폭력 사안인 경우 피해자가 가해

자의 처벌을 원하는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므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합의할 경우 형사절차

에 의해 처리할 수 없다. 그러나 상해, 약취․유인, 감금, 공갈, 사이버 상의 명의도용(정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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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검찰에 송치되면 사안 조사를 거쳐 크게 세 가지 처분을 내리게 된다.19) 먼저 범죄의 혐의가 없거나, 죄가 되지 않거나, 공소권이 없는 경우에 검사는 불기소 처

분을 내린다. 학교폭력 사안에서 불기소 처분은 검찰 단계에서 학교폭력의 혐의를 인

정하지 않거나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소유예로서 협의

가 인정되고 공소제기가 가능하더라도 검사가 형사 처벌이 필요하지 않다고 의사를

결정하는 경우 내리는 처분으로 조건부 기소유예도 있다. 이 경우 검사는 언제든지

기소유예를 취소하고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로 형사소추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네 번째로 보호처분이 필요한 경우에는 법원 소년

부로 송치처분을 내릴 수 있다. 검사는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을 수사한 후 일반사건

으로 처리하거나 소년보호사건으로 법원 소년부에 송치할 수 있는데 그 차이는 가해

학생이 일반형사법정에서 재판을 받느냐 아니면 법원 소년부에서 소년법에 따라 재판

을 받느냐의 차이다. 일반 형사사건으로 재판받아 형사 처벌을 받는 경우 범죄기록이

남게 되지만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는 경우는 소년의 장래에 영향을 주는 기록

은 남지 않게 된다. 학교폭력의 경우 많은 사건들이 소년법에 따라 재판을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 소년법은 만 10세 이상 19세 이하인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며 형

사 처벌 대신에 1호부터 10호까지 보호처분을 받게 되며 보호처분은 다음과 같다.

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제17조 제6호에 해당) 사안인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 간

의 합의가 이루어져도 피해자 고소 시, 형사절차로 처리된다(청예단, 서울대학교교육연구소,

2008a).

19) 폭행, 협박, 명예훼손․모욕, 성폭력 사안인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가 합의하며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으므로 불기소 처분으로 수사 종료한다. 단,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가해한 특수폭행, 협박 및 특수강간, 강체추행은 종료될 수 없다(청예단, 서울대학교교육연구소, 200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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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내용 기간 (연장) 비고

1호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

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6월 (+6월) 10세 이상

2호 수강명령 100시간 이내 12세 이상

3호 사회봉사명령 200시간 이내 14세 이상

4호 보호관찰관의 단기(短期) 보호관찰 1년 10세 이상

5호 보호관찰관의 장기(長期) 보호관찰 2년 (+1년) 10세 이상

6호「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보호시설에 감호 위탁6월 (+6월) 10세 이상

7호

병원, 요양소 또는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

6월 (+6월) 10세 이상

8호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1월 이내 10세 이상

9호 단기 소년원 송치 [6개월 이하] 6월 이내 10세 이상

10호 장기 소년원 송치 [2년 이하] 2년 이내 12세 이상

<표 3-1> 소년법상 보호처분의 종류

출처: 소년법 제32조 제1항 및 제32조 제2항

가해학생이 경찰고소로 검찰에 송치되고 기소되어 법원 소년부에서 재판을 받고 보

호처분을 받는다고 해서 피해보상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해학생의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이 이루어진 것일 뿐이고 이것이 자동으로 피해자의 피해에 대

한 보상이 강제적으로 결정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형사절차를 거치면서 재판까

지 갔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면 피해자는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다시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 민사절차는 피해자 측이 가해자 측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상의 대응체계에 따른 학교의 처리과정과 사법적 처리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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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1] 학교폭력 대응 및 사안처리 흐름도

2. 학교폭력 대응체계의 문제와 한계

현행 학교폭력 대응체계와 제도는 지난 20년간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고민의 결과들이다. 학교폭력대책법이 정비되었고 이에 따라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학교폭력 대응을 위한 추진체계와 제도가 만들어졌으며 각 유관

기관과 협력하여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는

학교폭력 대응체계의 실질적 운영과 시행의 결과로 당사자들의 갈등과 문제가 해결되

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거나 사건의 해결이후에도 다른 갈등들이 지속되는 문

제들이 나타났다. 이 같은 갈등해결의 어려움은 현재의 학교폭력 대응체계의 실천과

운영에서의 구조적 한계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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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폭력 대응체계의 이원적 구조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은 오랫동안 형법과 소년법에 따라 사안이 처리되어 왔다. 하지만 2004년 학교폭력에 대한 전문적인 대응을 위해 학교폭력대책법이 제정되면서 학

교폭력 대응은 학교폭력대책법에 따른 학교 및 교육기구 내 대응체계와 형법이나 소

년법에 따른 일반 사법적 대응체계에 따라 사안이 처리되게 되었다. 그러나 학교폭력

대책법의 제정 이후 기존의 법체계와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통일된 대책이 나오지 못

하고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김현철, 2010; 박효정, 2006; 조병인, 2006). 우선 학교폭력대책법은 학교가 전담기구를 두고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하고 자치위

원회를 통해 필요한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학교의 사건조사와 이

에 따른 자치위원회의 처분결정을 통해 피해를 회복하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

다. 하지만 현행 형사법은 학교폭력대책법에 따른 처분과 상관없이 피해자는 가해학

생을 고소할 수 있다. 고소가 이루어지면 가해자는 경찰조서, 검찰기소, 재판이라는

절차에 따라 소년법 상의 보호처분이나 형법에 따른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되

어있어 학교폭력대책법에 따른 처분과 함께 이중처벌의 위험성을 가지는 이원적 구조

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법의 관계의 모호함과 이중처벌의 위험성에 대한 문제제기

는 학교폭력대책법의 입법 이후 법리적인 검토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정한 폭력행위가 학교폭력대책법과 형법상의 범죄구성요건에 모두 해당

하는 사례(즉 중첩되는 사례)에서 학교폭력대책법은 형법, 청소년보호에 관

한법률, 소년법 등과 배타적 관계에 있는 것인지 또는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폭력대책법의 전속관할로 되고 중대한 범죄는 학교폭력대책법이 아닌

소년법만을 적용해야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만약 학교폭력대책법상의

가해자 선도․징계조치가 형법이나 소년법상의 법 효과(형벌, 제재 등)를 배

제하거나 적어도 경미한 학교폭력의 경우에는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징계

조치만이 적용된다고 간주한다면, 학교폭력대책법상의 선도․징계조치가 내

려진 사건에 대하여 형사사법기관이 개입하여 형법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

제13조 제1항 후단에 명기되어 있는 일사부재리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조병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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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학교폭력대책법이 다른 여타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항을 다루는 법률들과의

관계가 명확하게 수립되지 못함으로 인해 학교현장에서는 학교폭력대책법에 따라 사

안처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법적 고소로 이어져 자치위원회와 재판이 동시에 진행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중적 법체계에 따른 복수의 사안처리 과정은 가해자에게 있어

반복되는 처벌로 인식되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는 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선도처분을 받는 것과

별도로 진행되는 경찰조사와 사법처리 과정을 일종의 사회적 처벌로 인식한다. 또한

이렇게 반복되는 처벌에 대한 원인을 구조적 문제로 이해하기 보다는 피해자의 과도

한 처벌요구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양자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이유가 되기

도 한다. 특히 미성년자 학생에게 이루어지는 교육적 처분이 아닌 사법적 처리와 처

벌에 대한 감정적 거부감은 가해자에게 책임 수용보다는 피해자의 무리한 요구로 받

아들여지고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적대감을 키우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이러한 혼

란에 대해 김현철(2010)은 학교폭력 사건에 대응하는데 있어 사법절차를 중요하게 생

각하는 법의식을 가지고 교육적으로 처리할 것과 아닌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교육적

으로 어떤 절차를 활용할 것이며 사법적으로 어떤 절차를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더불어 여러 법률 간의 복잡한 관계는 학교폭력대책법을 토대로 학교폭력 사

건에 대처해야하는 학교 현장에도 혼란을 가지고 왔다. 학교폭력대책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일선 학교에서는 선도위원회가 학교 내외에서 발생하는 학생들의 다양한 문

제행동에 대응해 왔으며 학교폭력사건 역시 선도위원회20)가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의

하고 처리했다. 그러나 학교폭력대책법이 만들어진 이후 학교폭력대책법의 적용을 받

는 자치위원회와 기존의 선도위원회가 이중적 구조로 존재하게 되면서 일선학교에서

는 실무에 혼선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은 학교에서 편의적인 법적용으로

이어져 학교폭력대책법의 취지와 목적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자치위원회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편의적으로 선도위원회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중적인 대응체계, 법률적 복잡성과 법리적

20) 각 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제 18조[학생의 선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 31조[학생의 선도

등]에 근거하여 학생의 선도 사항을 처리하기 위한 선도위원회를 두고 있다. 선도위원회는

일반적으로 교감을 위원장으로 학교교사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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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법지식이 없는 학교 현장이나 당사자 모두에게 해결과정에 대한 불신과 혼란

을 가중시키고 있다.

2) 학교폭력 대응과 실천에서의 문제

이원적 구조에 따른 혼란과 더불어 실천과정에서 나타는 문제들 역시 대응체계가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해결에서 적절한 역할을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현행 제도는

각 학교에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기구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학교가 당사자들에

게 적절한 교육적 개입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각 학교는 학교폭력 전담교사를 중

심으로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전담기구를 통해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

건조사와 사안처리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의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두고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선도를 위한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치위원회에는 지역사회의 의사와 변호사, 상담사 등 학교폭력 사안

처리에 있어 전문성을 가지는 인사들을 포함시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하도록

했으며 특히 학교폭력 사건이 학교 내에서 은폐되거나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예방하고자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되도록 하였다(김은경, 이호중, 2006). 하지만 이러

한 학교 내 대응체계는 실제 운영상의 구조적 그리고 현실적 한계로 인해 목표를 수

행하는데 어려움을 가진다. 첫째, 여전히 학교폭력 사건이 학교의 폐쇄적 구조 안에서 투명하게 진행되기 어려

운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학교폭력 사건의 사안처리의 최종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치

위원회의 경우 대부분 교감을 위원장으로 하고 위원의 2/3가 학교 교사와 행정가로

이루어져 있어 소집과 운영의 실제적 권한을 학교만이 가질 수 있다. 또한 자치위원

회에 외부인사의 효율적인 참여가 가능한 구조가 아니어서 개방을 통한 투명성의 확

보가 요원한 실정이다(김은경, 이호중, 2006). 이로 인해 사건이 학교에서 쉽게 은폐되

는 위험을 안고 있다.21) 또한 사안에 따라 모여서 사건경과를 보고받고 피해학생 보

호조치와 가해학생 선도 및 징계 조치를 결정하게 되지만 자치위원이 외부인사인 경

우 학교 내 상황이나 사건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시간 없이 결정해야 하는 경우도 많

21) 배은희 의원이 발의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이 통과되어 이르면

2011년 2학기부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구성의 절반 이상을 학부모 위원의 참여가 보장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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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며 근무시간 및 개인일정 등으로 실제적인 참여를 못하는 경우들이 많아 유명무실

한 기구로 전락할 우려 또한 높다(김용수, 2009). 둘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다. 피해학생 보호조치와 가해학생 선도에 있어서도 일

시보호나 치료를 위한 요양, 전문심리 상담 등에 대해 학교 내외에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지역사회 체계가 없는 경우들이 많아 구체적 실천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자

치위원회의 처분의 실효성에 있어서도 서면 사과명령이 진정한 의미의 화해로서 피해

자의 불안감을 감소시킬 수 있는가 그리고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금지 등이 과연 같은

학교의 또래집단에서, 때로는 같은 반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에 실효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실효성 있고 효과적

인 교육적 방안이 충분하지 못해 현실적으로 사회봉사와 같은 징벌적 처분을 중심으

로 사안을 처리하고 있다. 셋째로 대응체계의 추진에 있어서 학교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관행적 처리이다. 이 같은 관행적 처리는 학교폭력 대응을 위한 법체계와 제도의 실

제적 효과를 반감시키고 유효성 있는 역할을 못하도록 만든다. 학교는 학교폭력 사건

이 발생했을 때 학교폭력대책법에 따라 전담기구가 사건조사를 하고 자치위원회를 소

집해 사안을 처리해 상급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폭력대책법에 따라 복잡

한 절차와 보고체계를 거쳐 공식적이고 처리하기보다는 사건 피해에 대해서는 보호자

간 보상합의를 요청하고 직접적으로 사건해결을 위한 개입은 하지 않는다. 학생에 대

한 징계에 있어서도 자치위원회를 소집하기보다는 학교 내 선도위원회를 통해 가해학

생에 대한 징계를 할 뿐 학교폭력대책법에 입각한 피해자 보호조치 등은 정식으로 다

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대책법의 원칙과 체계를 따르지 않는 이러한 비

공식적 처리 관행은 갈등을 확대시키지 않고 빨리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결과적

으로 소통과 이해의 부족으로 당사자들 간의 갈등해결을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된다.

3) 응보적 대응방식의 한계

현행 학교폭력 대응체계를 이루는 학교폭력대책법과 소년법 및 형법은 기본적으로

현대 사법제도의 응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응보적 패러다임에 따른 학교폭력 대응

체계들은 학교폭력을 국가의 사법질서와 규범을 파괴한 범죄로 규정하고 유죄입증과

범죄자(가해자)의 처벌을 통해 정의구현을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기에 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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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나 당사자 간의 관계회복, 필요와 욕구에 따른 피해의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원상회복, 그리고 이를 위한 가해자의 직접적인 책임수행 등은

처리과정의 주된 목표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당사자들은 유죄입증을 둘러싼 법적 공방 가운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가

해자와 피해를 앞세워 처벌을 요구하는 피해자에 대한 분노와 적대감을 키우게 된다. 또한 판결이후에도 보상을 위해 추가적인 민사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이나 일상생활의 어려움으로 대립과 반목은 깊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법적

판결을 통해 처벌이 이루어지고 사건의 처리방안이 결정되지만 사건처리 과정에서 유

무형의 피해를 새롭게 경험하게 되고 이는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되어 당사자들이

서로 화해하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대립하게 된다. 많은 당사자들은 사법처리를 계기

로 문제가 해결되고 사건에 따른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라 기대하지만 사법과정이 당

사자들의 필요가 아닌 법적 기준에 따라 일방적으로 집행되면서 근본적인 갈등 요인

을 해결하지 못하고 감정적 대립과 갈등 속에서 살아가게 만들고 있다. 기존의 일반 사법과정과 다르게 학교폭력대책법은 미성년자에게 사법일변도의 처리

를 넘어 교육적 차원을 고려해 다른 폭력과 구별하여 다루도록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김현철, 2010). 학교폭력대책법은 학교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사전에 예방교육을 실시하여 폭력의 위험요소를 제거하자 했다. 또한 학교폭력에 대

한 신고 의무화를 통해 사회적 관심을 요청하고 이를 다루는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사

건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장치들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사법적 처리에 교육적 효과

를 반영하고자 했다고 판단된다. 또한 학교폭력대책법의 사안처리 목표를 피해자의

보호와 가해자의 선도로 하고 이를 위한 처분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사자

들의 처벌을 통한 해결이 아닌 교육적 개입으로 당사자들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내

고자 했다. 이처럼 기존의 형사사법보다는 교육적 의미에서 진일보했지만 학교폭력대

책법 역시 그 실제적 효과와 실천에 있어서는 응보적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처

벌의 효과에 의지하고 있어 당사자 간의 갈등을 방치하거나 심화시키고 있다. 학교폭력대책법은 가해자의 선도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에게 서면사과와 접

촉금지, 학급교체,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및 심리치료, 정학 및 전학 등과 같

은 조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조치들은 원래적 목적과 다르게 응

보적 처벌로서 결정되고 받아들여진다. 자치위원회에서 이들은 피해자의 욕구나 필요

와 상관없이 가해자의 행동에 따른 처벌 수위를 고려해 결정된다. 피해자가 안전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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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위해 가해자의 학급교체를 요청한다 하더라고 피해자의 필요와 긴급함에 따라 결

정되기보다는 가해자의 폭력행동의 정도와 평소 학교생활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실제

적인 효과를 담보하지 못한다. 또한 피해자 보호나 가해자 선도를 위한 결정이 당사

자 간의 소통이나 협의를 통한 상호간의 이해와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내려지는 만큼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피해회복을 위한 과정이 아닌 처벌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학교의 훈육과 생활지도의 근간이 잘못된 행동에 대해 처벌하는

응보적인 문화에 기반하고 있으며 교사, 행정가와 위원들이 일상에서 가지고 있는 잘

못은 처벌해야 한다는 응보적 신념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는 훈육(discipline)과 문제해결의

기본적인 원칙, 그리고 구성원의 문화가 응보적이라는 것은 갈등을 심화시키는 이유

가 된다. 오랫동안 문화와도 같이 사람들의 신념체계 안에 잘못된 행위는 처벌을 통

해 책임지며 바로잡아질 수 있고 예방될 수 있다는 공동의 이해를 가지고 사건해결을

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의 갈등해결 노력은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가시적인 갈등은

종결시켰지만 이면의 적대적 감정은 해소하지 못해 새로운 갈등과 대립의 잠재적 위

험을 상존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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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대화모임 사례분석을 통한 피해자-가해자 갈등의

재구성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victim-offender mediation)은 사건의 당사자들이 만나 학교

폭력 사건으로 자신들에게 일어난 피해와 어려움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이로 인한

폐해를 회복하기 위해 조정자와 사건 당사자들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다. 이 과정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는 학교폭력 사건과 그 영향, 이후 해결 과정에서의 피해에 대

해 이야기하고 해법을 찾아가게 된다. 대화모임은 단순히 합의를 중재하는 자리가 아

니다. 학교폭력 사건은 학생 당사자와 보호자, 그 주변 가족들에게 충격과 고통이며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은 그 해결과정에서 일상생활의 파괴를 경험하고 해결과정에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한다. 하지만 제도와 절차에 따른 기존의 해결과정에서 학교

폭력에 따른 직접적 피해보상에 집중하게 되고 당사자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폐해는

개인의 이야기로 사법의 대상이 되지못하고 묻혀버린다. 대화모임은 이들의 가려지고

외면 받은 경험을 함께 이야기하며 총체적으로 재구성하여 학생 당사자와 보호자, 그가족의 회복을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같이 만들어내는 과정이 된다. 대화모임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험이 당사자와 조정자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주

관적으로 드러나는 자리다. 대화모임에 참여하는 학교폭력의 당사자들은 과거의 이야

기를 지금의 자리로 가져와야 한다. 기억은 오랫동안 분노와 상처로 덧칠되어 그 원

래의 모습이 무엇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지만 아픔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렇게 고통

의 크기만큼 마음속 깊은 곳에 가려놓은 기억과 마주하고 그것을 꺼내어 낯선 이와

그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외면하고 거부했던 기억의 한 끝을 시작

으로 다시 그 힘겨웠던 시간을 내어놓고 처음부터 다시 경험해야 하는 이들은 쓰라린

자신의 상처를 덧내는 침입자(조정자)와 마주앉는다. 당사자들은 잊기 위해 기억해야

하고 회복하기 위해 돌아봐야 한다. 대화모임은 조정자와 당사자가 기억을 찾아 함께

동행하며 재구성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아픈 상처와 기억들을 마주하

는 것에서 시작된다. 갈등 과정 속에서 학교폭력 당사자인 학생과 가족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막론하고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갈등에 저항하고 세상에 분노해

왔다. 그렇기에 그들의 기억은 오랫동안 그들만의 주관적 세계에서 재단되고 구성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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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자기중심의 독특한 내러티브를 가진다. 이제 조정자와 당사자는 한 사건을 함께

따라가서 자기중심적 경험과 기억을 해체하고 함께 재구성해가며 객관화된 공감을 만

들어가게 된다. 이렇듯 대화모임은 이들의 갈등의 경험을 조정자와 함께 탐색하고 재

구성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본 장에서는 대화모임을 통해 발견되고 재구성되는 갈등의 경험을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당사자들이 경험하는 제도적, 문화적, 사회적 맥락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것

이다. 이를 통해 오늘날 한국에서 학교폭력 이후 당사자들이 경험하게 되는 대립과

갈등의 원인, 갈등전개와 발전과정에서 사회문화적 요인과 맥락, 갈등에 따른 당사자

들의 실제적 피해를 탐색하고자 한다.

1. 갈등의 구조와 원인

학교폭력 사건의 갈등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갈등의 구조적 형태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의 당사자는 엄밀히 말해서 실제적인 피해자와 가해자인

학생들이다. 하지만 학교폭력을 둘러싼 갈등의 전개과정에서 학생들은 해결과정의 중

요한 책임주체가 되지 못하고 사건의 주변인이 된다. 문제해결을 둘러싼 갈등의 주체

는 법적 책임을 가지는 보호자가 되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은 다양한 피해와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폐해를 원상회복시키기 위한 결정권을 가지지 못하고 사건 해결과정의

주변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실제적인 피해와 가해는 학생에게 발생했지만 학생은 소

외되고 어른들의 싸움으로 전개되는 구조는 학교폭력의 해결과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전제가 된다. 이처럼 학교폭력 사건에서 해결과정의 당사자가 성인인 보호자가 되는 것은 사회제

도와 문화적 특징에 따른 것이다. 한국사 회에서 민형사상의 문제에 있어 실제적인

법적 책임은 보호자가 가지게 된다. 따라서 교육적 해결과 더불어 사법적 해결이 중

요한 학교폭력 사건에서 미성년자인 학생 당사자는 소외되고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어른들의 역할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물질적 보상이라는 민사적 책임으로 사건을 해

결하거나 또는 경찰고소를 통해 형법이나 소년법에 입각한 문제해결에서도 합의 등의

실제적인 책임은 보호자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해결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학교는 교육적 처분을 통해

가해학생을 선도해야 하며 필요한 보호조치를 통해 피해자에게 발생한 폐해를 해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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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도록 지원하는 책임을 진다. 하지만 학생들에 대한 이러한

공식적인 처분은 사건해결과정에서 우선적 고려대상이 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학교

는 학교폭력 사건의 피해결과에 대해 보호자 간의 합의를 통해 법적 분쟁을 먼저 해

결하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된다. 학교는 사건발생 즉시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소

집하고 학교차원의 공식적 해결 절차에 들어가야 하지만 보호자들 간의 합의를 통한

법적 해결을 우선적 목표로 삼는다. 이는 사건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어 지역사회와

교육공동체 내에 공론화되고 확대되는 것을 예방하고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학교의

대처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 및 보상 중심의 사건 해결은 당사자 학생들의 피

해와 정신적 고통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부차적인 것으로 만든다. 학교폭력을 피해

당사자인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당사자인 학생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학교생

활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교육적 목적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보상에 초점을

두고 진행하면서 당사자를 사건에서 소외시키고 보호자인 학부모들을 사건 해결의 주

체로 만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사건의 당사자는 학생이지만 문제해결의 당사자는 보호자가 되며 이로

인해 해결과정에서 겪는 대립과 반목은 사건과 별개로 보호자들의 몫이 된다. 그렇기

에 사건해결과정에서의 갈등의 주요원인과 쟁점은 학교폭력 사건 자체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해결 과정 안에서의 보호자 간의 상호작용에 기인하면서 결과적으로 보호자의

문제로서 보호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 당사자가 되게 된다. 이처럼 학교폭력 사건은

법적 책임중심의 사회 제도와 문화적 맥락 속에서 학생의 문제지만 보호자와 주변의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으로 확장하게 된다. 나아가 학교폭력 사건은 당사자 개인의 사건일 뿐 아니라 교육당국과 학교, 사법체

계 안에서 제도적 해결과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가족을 포함한 확장된 이해당사

자들의 상호작용과 이해관계에 따른 충돌, 사회문화적 요인들로 인해 독특한 갈등 양

상으로 나타난다.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당사자로서 학생과 보호자, 학생들의 교육 및

지도감독의 책임을 가지는 학교, 그리고 범죄 행위에 대해 조사 및 사법적 판단의 주

체가 되는 경찰과 사법기관이 학교폭력 대응체계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 대

응체계는 실제적으로 당사자들의 필요에 부응해 작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다층적인 사

회적 구조와 관계들 속에서 복잡한 갈등구조를 만들며 전개된다. 이에 학교폭력의 당

사자와 대응체계를 이루고 있는 학교체계와 사법제도를 중심으로 당사자와 당사자, 당사자와 학교체계 그리고 당사자와 사법제도 속에서의 갈등이 전개되고 심화되는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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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와 원인을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1) 당사자들의 오해와 대립

한국 사회에서 오늘날 학교폭력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으며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일

상화된 생활세계의 일부가 되었다. 학교폭력 문제에 민감해진 한국의 사회현실은 학

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폭력사건에 엄격한 법률적 잣대를 만들었고 학교폭력대책법

안에서 수많은 일상의 다툼이나 우발적 사건들도 학교폭력이라는 범주로 구분되어 다

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학교폭력의 범위와 개념은 확대되었고 그만큼 학교폭

력과 이를 다루는 학교와 사법기관, 지역사회의 절차적 과정은 더욱 우리 일상과 밀

접하게 연관되어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학교폭력 발생과 해결의 전 과정에서 직간접

적으로 참여하게 될 개연성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학교폭력 사

건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고 많은 사건들이 공개적으로 처리되지 않으면서 그들은 학

교폭력 사건의 나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학교폭력 사건의 당사자가 된다는 것은 무방비 상태에서 당하는 당황스럽

고 갑작스러우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경험이다. 자녀들에게 일어난

학교폭력은 사람들에게 준비 안 된 충격으로서 심리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혼란과

고통을 준다. 이러한 고통은 사안처리의 낯선 경험으로도 이어지는데 학교폭력 당사

자들은 경험해본 적 없는 갈등과 혼란 속에서 정확한 정보도 없이 막연한 선택을 하

게 되고 이는 다시 갈등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1) 성급한 합의시도

학교폭력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당사자와 그 보호자를

포함한 가족이다. 당사자 가족들은 사건 자체가 큰 충격이자 당황스러운 경험이다. 폭력의 피해자로 직접적인 고통 속에 있는 피해자와 그것을 감당해야하는 보호자뿐 아

니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하는 가해자와 보호자도 당장에 어떻게 사건을 처리

해가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과 혼란 속에 서 있게 된다. 학교폭력이 발생한 후 학교는 보호자에게 사건을 통보하고 가해자에게는 빠른 사건

해결을 위해 당사자 간에 합의를 볼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과정 속에 정확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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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이나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무엇을 어떻게 합의해야하는지

혼란스러워진다. 초기에 사건의 진상이 확인되지 않고 피해 상황에 대한 정확한 결과

도 없는 등 모든 것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성급하게 이루어지는 해결 과정이 당사자

들에게 혼란과 의문을 가지게 한다. 사건을 급하게 처리하고자 하는 학교의 요구를

받고 합의에 나서지만 때로는 사실 자체가 모호한 상태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피해

사실이나 병원치료가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의심하게 된다. 피해

자 역시 가해자가 진심으로 피해에 대해 책임지려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하게 되며 이

는 상호간에 불신이 시작되는 계기가 된다.

<01. 사건C – 피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병원은 어떻게 가게 되었어요?어머니: 애가 계속 이상해서 다음날 아침에 학교를 안 보내고 병원을 데리고 갔어요.

우리 애 얘기를 들어보니까 뒤돌아서 나오는데 뒤통수를 가격하고 의자를

던지려는 것을 아이들이 말려서 피했다고 하더라고요. 선생님께 아침에 전화

해서 애들 조사 좀 해달라고 하고 병원 간다고 말씀을 드렸죠. 그래서 선생

님께서 민수네 집에 통보를 하고 치료를 요청한 것 같아요. 연구자: 병원가기 전에 담임선생님에게 통화를 하셨고요?어머니: 네, 그렇죠. 일단 병원에서는 아이가 장난치다가 다친 것으로 처리해서 보험

으로 저렴하게 치료를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보시더니 좀 살펴봐야겠다고

요구해서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켰어요. 그런데 입원소식을 듣고 오자마자 민

수 어머니가 대뜸 하는 말이 치과치료 해줬으면 됐지 여기는 왜 입원 하냐

고 난리를 치는 거예요. (흐느끼며 울기 시작함) 애도 안 보고 그냥 소리 지

르고 나가버렸어요. 이 병원비 내가 알 것 없다고 애도 안보고 그냥 가버렸

어요.

<02. 사건C - 가해자 – 예비모임>아버지: 처음에는 엄마에게 듣고 가서 치료를 해줘라 그랬죠. 그런데 그 다음날 입원

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병원 가봐라 그랬는데 병원에 보름이나 가있다

고 그러더라고요. 일주일 정도면 되겠지 그랬는데 보름 가까이 가니까 그렇

더라고요. 과다하게 입원을 너무 오래하는 것 아닌가 내가 보니까 한 200만원 정도면 되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300이라고 우기니까 합의가 안

된 거예요.

합의 과정에서는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와 보호자는 학생에 대한 처벌권한을 가지

는 학교 측의 합의 요청을 외면하지 못한다. 피해자 대 가해자라는 양자구도에서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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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책임은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해자에게 요구되는 만큼

가해자는 직접 나서서 문제해결을 하고자 한다. 또한 정상적인 학교와 일상으로의 복

귀를 위해서는 가해자 역시 빠른 사건처리와 합의가 필요하며 이러한 기대 속에서 피

해에 대한 보상을 빨리 결정하여 사건을 종결짓기를 원한다. 무엇보다도 보호자로서

학생이 처벌받기보다는 피해보상을 통해 사건을 빨리 잘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오

기를 바라는 마음에 사건의 종결을 기대하고 원하게 된다. 하지만 피해자와 보호자는 사건 이후 급하게 합의하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서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과 완전한 피해의 회복을 원한다. 그렇기에 사

건이 일어나자마자 요구되는 합의에 불편해 한다. 피해자도 합의를 원하지만 피해학

생의 피해정도도 확인이 안 되었고 장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이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

에서 보호자와 피해 자녀에게는 최상의 치료가 최우선 욕구다. 하지만 가해자는 이러

한 행동이 과도한 보상을 노리는 계산된 행동이라 의심하게 되고 피해자는 다시 가해

자의 빠른 합의요구가 사건을 적당히 무마하려는 의도라고 오인하게 된다. 이처럼 피

해자와 가해자들의 상호 이해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그들의 필요와 욕구에 대한 고려

없는 학교의 일방적 합의요구는 당사자 간의 소통을 왜곡하고 오해를 확대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며 나아가 당사자들과 학교 사이의 상호불신과 적대적 감정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피해자 입장에서 치료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나 화해에 대한 압

박은 사건 해결에 대한 가해자의 의도를 의심하게 만들며 무엇보다도 이해와 위로보

다는 성급한 해결 요구를 하는 학교와 가해자에게 실망하고 고통스러워한다. 충분한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를 원하는 만큼 피해자와 보호자는 당장의 합의

보다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기대하며 가해자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를 우선적으로 바란다.

<03. 사건B - 피해자 – 예비모임>조정자: 고소하고 나서 학교나 가해자 측에서는 연락이 없었나요?어머니: 담임선생님이 계속 전화가 와서 남편에게 빨리 합의를 하시라고 했어요. 그

런데 남편은 당사자 간에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 부분인데 왜 그러냐고 화가

났었어요. 그래서 학교 상황은 알겠지만 좀 기다려달라고 말을 했어요. 경찰

서 가기 전에 용호네에서 다시 연락이 와서 한번만 만나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경찰서에 갔고 조사를 받았죠. 우리 먼저 조사를 받고 저쪽을 받았어

요. 경찰서에서도 아이들이 고3이고 어리고 하니 합의를 하시라고 그러더라

고요. 그래서 경찰서 밖 정자에서 이야기를 한번 나눴어요. 그때가 토요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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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월요일에 진수 수술 예약이 잡혀 있었어요. 토요일에 경찰서 정자에 앉아

서 그쪽 아버지가 가방을 가슴에 끼고는 ‘진수 어머니, 어떻게 해야 해요

방법 좀 알려주세요, 방법.’ 그쪽 어머니는 ‘돈을 도대체 얼마나 원하시느

냐,’ 그래서 내가 그쪽에 돈이 많으신가 보다 아직 아들이 수술도 하지 않

았는데 벌써 돈 이야기를 하시냐고 했어요.조정자: 그럼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한다는 것이 어려우셨겠어요?어머니: 네 아직 수술도 안했는데. 눈에 부기와 피가 빠져야 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 과정에서도 학교폭력위원회 위원장님도 다음 주 수요일에 오

신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왜 오시냐고 하니 조정해서 합의를 이끌어 내

기 위한 수순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당시 너무 힘들었는데 그런데 수술을 금

방 한 상황인데 합의를 봐야 한다는 중압감이 생기더라고요. 또 여기저기서

합의를 해야 한다고 하니까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일단은 아이의 상황을 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의사선생님께 부탁을

드렸어요. 자세히 알려달라고. 다음 날 안과에 가니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합병증도 얘기하고. 그때까지 아이도 회복이 되지 않은 상

태에서 힘들어 했어요. 다음 날 담임선생님과 위원장님이 오셨어요. 저는 위

원장님을 알고 있었어요. 큰애가 우리 큰애와 같은 학년이라 위원장님을 조

금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말씀을 드렸어요. 내가 부모가 되어서 아이 장래

가 달린 문제인데 내가 지금 아주 힘든 상태이다. 개인적으로 위원장님도 학

부모인데 내게 답을 달라고 했어요. 이제 애가 대학교 군대 취업 장가도 가

야 하는 상황인데 만약의 경우 아이가 장애를 안고 간다면 내가 자식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겠냐고 무엇이 최선이겠냐고 답을 달라고 했어요. 나는 결

정을 못하겠다고. 조정자: 사실 이 상황은 이해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합의를 보려고 하니 그러셨겠

어요.어머니: 부모로서 해결을 해야 하는데 선택을 할 수 없었어요. 아이에게 최선의 선택

으로 아이에게 유리하게 해주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몰랐었어요.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그 상황에서는 내가 결정을 할 수 없었어요. 병원에 있는 동

안에 아이가 혈압이 오르더라고요. 장에 마비도 왔고 가스도 차고. 진통제

맞고 버티는데 밤에는 누울 수도 없어서 앉아서 잠을 자야했고, 아이가 너무

힘든 상황이었어요.

당사자들 모두에게 해결은 합의나 행정적 절차를 통한 종결이 아니라 학교폭력 사

건에 따른 어려움에서 삶의 일상을 복구하는 것이다. 가해자는 잘못으로 인한 문제를

책임지고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기를 바라며 피해자 역시 정신적, 육체적 그리고 물

질적 피해를 온전하게 원상복구하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당사자의 상황과 필요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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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학교의 합의요청은 당사자 간의 갈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뿐 아니라 교육공동체 간의 상호 신뢰를 파괴하고 교육적 문제해결을 방해하는 원

인이 된다. 이처럼 학교폭력 사건은 구체적 개입 없이 빠른 사건 해결을 원하는 학교

의 합의 종용, 합리적인 선에서 보상 문제를 마무리 짓고 자녀의 처벌을 피하고 싶은

가해학생 보호자의 성급한 문제해결 시도, 그리고 이와 달리 충분한 치료를 통해 자

녀가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고자하는 피해자의 욕구가 맞물려

학교폭력사건을 둘러싼 혼란은 가중되고 학교와 피해자 및 가해자 간의 갈등은 복잡

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2) 정보의 부재

학교폭력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당사자들이 겪는 실제적인 문제는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지식과 정보가 없으며 구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관련된 법이나 제도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고 학교폭력의 경험이 없는 보호자들은 정보의 부재로 인해 혼란과 어

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정보부재에 따른 당사자들의 고통은 직간접적으로 당사자 간

의 갈등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된다. 학교폭력의 당사자들은 갑작스럽고 처음

경험하게 되는 사건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더욱 답답하고 힘들다고

말한다. 당사자들은 사건이 발생한 후 학교의 규칙과 제도, 해결과정, 사법적 절차, 예측 가능한 결과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나 자료를 가지고 있지 못했으며 자신들을

지원하는 어떤 제도와 절차가 있는지, 이러한 문제에서 적절한 보상은 무엇인지, 가해

자로서의 책임은 무엇이고 피해자로서의 권리는 무엇인지, 학교는 무엇을 해주는 것

인지 등 처리과정과 제도에 대해 대부분 당사자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원만한 사건해결을 위해서 보호자들은 학교의 처리 관행과

제도에서 실제 전문적인 법 지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보를 찾게 되지만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정보를 찾는 것은 어렵다. 사건처리에 필요한 전문지식의 부족과

사건처리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의 부재는 해결을 위한 당사자들의 합리적인 결

정과 판단을 어렵게 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시간을 늘어나게 할 뿐이다. 또한

문제해결을 위한 정보와 지식이 없는 당사자들은 시간과 비용을 부담하고 직접 발품

을 팔며 필요한 자료를 찾고 정보들을 수집하기 위해 관련 기관들을 찾아다니지만 기

관에 따라 대응이 달라 혼란만 가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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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사건C – 피해자 - 심층면담> 어머니: 학교에서 가서 얘기했더니 학교에서는 니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물어볼 때가 없더라고요. 전혀. 그래서 경찰서를 가서 물

어봤어요. 학교에 가면 일단 시끄러우니까. 학교에 사면 내가 죄인이더라고

요. 피해자가 죄인이더라고요. 경찰서에 갔더니 신고하러 왔냐고 묻더라고요. 신고하러 온 게 아니라 이런 일이 있는데 어디다가 물어봐야 할지 몰라서

왔습니다, 그랬더니 교육청에 가서 얘기를 하래요. 학교에서 저기한 것은 교

육청 가면 된대요. 그러면서 경찰서에서는 2주 시간 두고 그래도 안 되면 오

세요, 그러더라고요.그래서 교육청에 갔어요. 교육청에 가서 답답한 마음에 이런 일이 있다고 상

담만 했어요. 신고접수할 거냐고 하는데 저는 이렇게 돼서 애가 전학가면 어

디 가나 문제아로 찍혀서 고생할 게 보여서 그럴 수 없었어요. 그랬더니 교

육청에서 학교에 전화를 한 거예요. 그쪽 학교 학부모가 이런 일로 상담하러

오셨는데 학교 측에서 잘 해결하세요, 하고 전화를 한 거예요. 학교가 또 불

러요. 학교가면 해결 방안이 또 없어요. 그러면 뭐 잘 해결하세요, 이렇게 얘

기하고 가해자에게 합의하라고 전화를 해줘요. 그리고 기다리라고 며칠 또

기다리고. 그러다보면 기간도 가고.

또한 학교 단계에서 해결이 안 되면 당사자들은 법적 해결을 위해 법률상담, 변호사 고용 등의 방법을 찾게 된다. 하지만 전문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법적 해결이나

소송을 준비하게 되면 당사자들은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사회적 지원을 받기 위해 찾

아다니며 경제적 부담을 감당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일하고 자녀를 돌보고 생활을

유지하는 일상생활이 파괴되고 이 모든 불편한 경험은 피해자에게는 또 다른 고통이

되고 피해로 인식된다. 그리고 이러한 피해의 가중은 피해자로 하여금 사회에 대해

불신하게 만들고 가해자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강화시키게 된다.

<05. 사건A – 피해자 - 심층면담> 아버지: 가장 힘들었던 것이요? 고소를 취하했다가 그쪽에서 약속을 어겨서 다시 번

복할 때, 그 때부터 가장 힘들었어요. 그때부터 법을 모르니까 법원도 갔다

가 민사소송을 하려면 주소를 알아야 한다고 해서 주소를 구하려고 경찰서

도 갔다가, 또 경찰서 가니까 알려주는 게 불법이라고 법원 가서 판사에게

열람신청하면 볼 수 있다고 해서 법원에 갔다가, 다시 학교 갔다 다시 경찰

서 찾아가고. 제가 주소를 알아보는데 만 일 못하고 3일을 다녔어요. 주소를

알아야 민사를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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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무료법률 공단에 상담도 받으셨는데 거기를 통해서 도움 받으신 것은 없으

세요?아버지: 그 때 한번 가고 안 갔어요. 제가 법률공단에 문의했더니 뭐 떼 오라는 것도

많고 서류도 많고 그러더라고요. 주소도 알아올 수 있으면 알아오고. 근데

그것은 실질적인 비용만 청구가 되지 손해 배상은 청구를 못한다, 그러더라

고요. 법률공단에서는. 그래서 저는 그랬어요. 그건 안 되겠다, 내가 이렇게

발품 팔고 뛰어다니고 저집은 가만히 앉아서 너네 맘대로 해 봐라, 그러고

있는데. 그래서 나는 무료법률 상담만 하고 안했죠. 저쪽 너무 편하잖아요. 우리가 지금 무리한 요구한다고 생각 안 하거든요. 솔직하게 얘기하면.

정보의 부재는 가해자에게도 막연한 두려움과 분노, 정신적 스트레스가 된다. 가해

학생 보호자는 자녀가 경찰고소와 같은 사법적 심판으로 학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처벌에 놓이게 되고 평생 범죄자로 낙인찍혀 상급학교의 진학, 나아가 직업선택에 있

어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그리고 이

는 자신을 또 다른 피해자로 인식하게 만들고 자신의 분노와 비난을 정당화하고 피해

자를 가해자로 인식하는 명분이 된다. 이처럼 법률 지식과 학교폭력 사건의 일반적인

해결과정에 대한 불충분하고 잘못된 정보는 해결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의 근거가 되어

갈등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하며 처벌이나 피해보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대결적

구조를 만들어 관계를 악화시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3) 미숙한 대처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부모들은 다양하게 사건을 인지하게 된다. 자녀에게 직

접 듣기도 하고 학교를 통해 연락받기도 하며 경찰이나 기타 사법기관을 통해 통보받

기도 한다. 많은 경우 보호자들은 학교 관리자나 담임교사로부터 연락을 받지만 이들

은 ‘아이들이 싸우다가 다쳤어요.’ 정도로 간략하게 초기 사건에 대해 전달받는다. 자연스럽게 보호자들은 사건이 일어난 상세한 경위는 무엇이고 당사자가 어느 정도

다쳤고 피해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하게 ‘큰일은 아니겠지.’ 정도로 간주한다. 사건 초기에 보호자들은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못

하는데 이는 사건에 대한 종합적 이해와 피해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 이로 인해 보호자들은 학교와 학생들의 이야기에 따라 사건을 모호하게 이해하

고 추측해서 대처하게 된다. 특히 학교폭력 사건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처음 되어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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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서 각자가 어떠한 태도와 입장을 가져야 하며 어떻게 소통해야하는지에 대한

경험의 부족은 의도하지 않게 미숙한 대처를 가져오고 이로 인해 갈등은 확대되고 대

립은 깊어지게 된다. 당사자들의 대처 중에서 사건 초기에 병원치료 과정에서 당사자의 문제해결을 위한

대응과 태도는 사건의 전개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건의 발생 직후

피해자는 가해자의 즉각적이고 진심어린 사과와 적극적인 책임수행을 기대하지만 가

해자는 사건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어떤 피해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길 원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당사자 서로의 입장의 차이는 이해되기보다는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발전한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가해학생과 보호자가 피해학생이 치료중인 병

원을 찾아가 사과하는 것에서 갈등은 쉽게 확대된다. 가해자는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모른 채 무엇을 할지 혼란스러워하면

서 당장에 병원을 찾아가고 사과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대처하지만 반면에 피해

학생 보호자는 사건 직후에 병원에 찾아와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자신들을 위로하지

않는 것에 실망하고 분노한다. 이러한 분노를 가해학생 보호자는 이해하지 못하고 당

황하게 되고 피해학생과 보호자는 이러한 일을 통해 가해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

지게 된다.

<06. 사건B – 피해자 – 대화모임>조정자: 병원에 도착하고 치료를 빨리 받으셨나요?어머니: 응급실에 가니 빨리 조치를 취해주더라고요. 그 상황으로는 눈을 이식 수술

까지 해줘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까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힘든 검사가 굉

장히 오랜 시간 이루어졌고 급하게 응급 수술을 들어가야 하는 상황은 아닌

가,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때 밤새도록 기다렸는데 용호

네 부모님은 나타나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왜 안 오셨는가, 하는 마음이 느

껴졌어요. 조정자: 용호 어머니께서 오지 않으신 것이 섭섭하셨군요?어머니: 그렇죠.

<07. 사건B – 가해자 - 예비모임>어머니: 처음에 진수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일단 용호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일단 전화를 끊고 용호에게 문자를 보내서 오라고 했죠. 용호가 빨리 오지 않았고 그 시간에 간다고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을 했

어요. 그리고 진수 어머니에게 상황이 안 좋아지면 가겠다고 문자를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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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그런데 아침까지 연락이 없었어요. 저녁에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아침까

지 연락이 없어서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을 했어요. 밤에 용호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처음에 이야기를 하다가 기분이 상해 주먹으로 살짝 쳤다고 하더

라고요.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가, 했어요. 연구자: 진수 어머니께서 병원에 와 달라고 요청을 하시지는 않으셨나요?어머니: 네 그렇게 말씀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심각해지면 제가 가겠다고 말했던

거예요.

또한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당사자 간의 작은 행동이나 표현들 또한 심각한 갈등과

대립의 원인이 된다. 이는 특별히 의도되거나 계산된 행동이라기보다 상대방의 상황

이나 감정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불러오는 성급한 대처에서 발생한다. 학생의 폭력피

해와 병원치료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가해자는 ‘아이들끼리 장난하다보면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 또는 ‘요즘 아이들이 다 그렇지 않냐’ 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 같은 표현에 피해자는 분노하고 가해학생 보호자에게 적대적 감정을 키우게 되었

으며 이후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었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쉽게 던지는 말이지만 내적

으로 깊은 상처를 받게 되고 이는 해결과정에서 상대방을 평가하는 준거로 발전하기

도 한다.

<08. 사건B – 피해자 – 예비모임>어머니: 정말 피해자 입장에서 듣기 힘든 말이 그런 거예요. 아이들끼리 싸우다 보면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냐, 누구나 자라면서 그 정도는 겪는데 왜 그러냐, 별거 아닌 거 가지고 너무 한다. 가해자가 보기에 그럴 수 있지만 그런 말을

아이가 다쳐서 치료받고 있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비수를 꽂는 말이에요.

가해자 역시 갈등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감정적 반응과 그에 따른 공격적

인 표현들에 상처받는다. 감정적 대립 상황에서 ‘소년원에 보내버리겠다’ 또는

‘절대 합의 안 해준다’ 등과 같은 가해학생에 대한 협박이나 공격의 표현들이 가해

자에게 역시 상처를 주고 가해자의 적대적 감정을 키우게 되면서 언어표현에 대한 당

사자들 간의 감정이 악순환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당사자 사이에 주고받는 표현이나

작은 행동들 역시 의도되지는 않지만 자신들도 모르게 상대방의 적대적 감정을 키울

수 있다. 사건의 초기 보호자들은 상대방의 표현, 행동과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을 기억한다. 특히 첫 만남에서의 인상이나 사과하는 내용, 서로를 대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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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은 앞으로의 사건해결 과정을 예상하고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하는 근

거가 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초기 상호작용은 상대를 판단하는 절대준거가 되어 당사

자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재해석되며 적대적 감정을 키우고 해결과정 속에서 대립을

심화시키고 고착시키는 원인이 된다.

<09. 사건A - 피해자 - 예비모임>조정자: 부모님들은 만나셨어요?아버지: 네. 제가 코만 부러졌을 때는 애들끼리 그럴 수도 있으니까 그러고 문제화를

안 시키려고 했어요. 2차 공격으로 장희에게 무릎 꿇으라고 그랬대요. 장희

한테 니가 무릎 꿇고 사과해라, 그랬다고 그래요. 제가 어렸을 때 저한테 했

다고 그랬다는데 저는 기억이 없는데 남자는 함부로 무릎 꿇지 말라고 그랬

다는 거예요 내가....... 그게 생각이 나서 무릎을 안 꿇었대요. 근데 이제 사

과 안하니까 밀쳤대요. 두 번째는 보복성인 것 같더라고요. 첫 번째 코뼈는

우발적으로 그럴 수 있잖아요. 두 번째는 엉덩뼈 같은 경우는 이것은 우발이

아니라 괴롭히려고 하는 거예요. 그거 갖고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에게도 뭐라

고 했어요.조정자: 부모 만나셨는데 그분들하고 어떤 얘기를 하셨어요?아버지: 엉덩이뼈에 대해서도 얘기했고 근데 그날은 장희가 병원을 아직 안 갔을 때

에요. 엉덩이뼈가 나간 줄 몰랐죠. 학교 갔다가 하교하고 병원을 가라 하고

하교하기 전에 부모를 만났던 거죠.조정자: 그때는 코만 알고 계셨던 거고요?아버지: 그렇죠. 엉덩이뼈 나간 것은 모르고 보복에 대해서만 얘기했죠. 어떻게 어린

애들이 조폭도 아니고 무릎 꿇으라고 할 수 있느냐, 같은 동급생 끼리. 그러면 부모는 아이, 죄송합니다. 우리 애가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교육시키겠습

니다, 이렇게 나오길 바랬거든요. 그런데 아버님이 요즘 애들이 영화를 많이

봐서 그래요, 그러더라고요.조정자: 아, 그분들이 그렇게 얘기하셨어요.아버지: 제가 뭐라고 그러셨어요? 그랬더니 요즘 애들 다 그래요, 그러는 거예요. 그

러니까 그렇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러고 그냥 와버렸어요.~ ․ ~

조정자: 여러 모로 노력을 하셨는데 잘 안 풀리셨네요.아버지: 그죠. 첫날부터 미안합니다. 그 말 한 마디만 들었으면 눈 녹듯이 다 녹았어

요. 요즘 애들이 영화를 많이 봐서 이해하시라고. 이거 이해할 문제는 아니

지 않습니까?

<10. 사건A - 피해자 - 심층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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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는 저쪽 집 태도만 바뀌었으면 그 상태로 끝날 사건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비비꼬고 비틀었던 일은 없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 전에도 끝

났죠. 저는 그렇게 생각한 게 우리가 무리하게 돈 달라고 한 적도 없고 무리

하게 바란 것도 없어요. 근데 진짜 첫 마디부터가 사람 기분을 진짜 상하게

하니까. 저집은 그게 뭐 별거 아닌 것처럼 영화를 애들이 많이 봤다고 별거

아닌 것으로 얘기하는데 저는 그게 별거 아닌 게 아니거든요.~ ․ ~

아버지: 처음 만났을 때 그때도 애들이 요즘 다 그렇죠, 요즘 영화를 많이 봐서. 영화에서 사람도 죽이고 더 심한 폭력도 하는데 그것을 거기다 붙이면 합리화

시키면 안 되죠.~ ․ ~

아버지: 주용이 아버지 처음 만나고 와서는 장희야, 나 그런 집 처음 봤다. 나 무지

하게 흥분해서 왔다, 그랬더니. 장희가 자기도 그 소리 듣고 그랬다 그러더

라고요. 내가 저 사람들을 무릎 꿇게 하겠다, 그랬어요.연구자: 어떤 마음으로 그러셨어요?아버지: 걔가 장희에게 그 얘기를 했으니까 저 부모나 저 주용이가 와서 그 얘기를

들어야 된다. 무릎 꿇어야 된다. 그런 생각을 했죠. 내가 그 얘기를 했던 것

이지 그 사람들이 미워서 무릎 꿇어라 했던 것은 아니거든요. 당신 아들이

그런 소릴 소리를 했을 때 당신들은 영화를 많이 봐서 그렇다는데 그럼 우

리들도 영화 볼 만큼 봤으니까 우리 앞에 와서 무릎 꿇어라 그런 마음이었

죠.

피해자와 가해자가 주고받는 표현들뿐 아니라 무의식적인 행동들도 당사자 간의 적

대적 대립이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또 다

른 예가 보험처리에 대한 행동과 태도, 입장의 차이이다. 학교폭력으로 병원치료가 이

루어지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학교폭력이 아닌 일반진료로 병원에 치료받을 것을 부

탁한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병원치료 과정에서 상해보다는 일반으로 처리해

건강보험이나 사보험의 혜택수혜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는

사건이 상해가 아닌 일반진료로 접수되는 것으로 인해 사건이 축소될 것에 대한 우려

를 가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건의 충격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가족과

피해학생의 회복 보다는 가해자가 경제적 실익을 우선적으로 계산하는 것처럼 생각해

가해자의 행동을 비난하며 내면에 분노를 더욱 가지게다. 이에 가해자는 보험 처리하

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처리여부를 요청했을 뿐인데 피해자가 보험이

언급되는 것 자체에 분노하고 요청의 동기를 의심하는 것에 당황해 한다. 가해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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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를 줄이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 생각하고 쉽게 제안하거나 요

구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이는 가해자의 진심과 태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

는 것이다. 이로 인한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내면의 상처는 사건 이후 해결과정 전체

를 통해 반복적으로 기억되어지고 불신을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보상금액을

줄이고자 하는 가해자와 진심어린 사과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피해자 간의 생각과

태도의 차이는 갈등과 대립을 더욱 악화시킨다.

<11. 사건A - 피해자 – 예비모임>어머니: 장희 아빠가 연락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병원비는 뭐래, 그랬어요. 그 때는

우리 애 수술날짜를 잡아놓고 코가 가라앉아야 되니까 그래서 제가 전화를

했어요. 제가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서 수술비는요? 그랬더니 제가 주지요, 그러더라고요. 그러고 끝났는데 걔 엄마가 저에게 전화가 왔어요. 뒷날 그래

서 의료보험으로 했나요? 그래요. 그래서 제가 모르겠는데 애 아빠가 가서

접수를 해서, 그랬더니 그 엄마가 딱 그러는 거예요, ‘아니 그런 것도 안

물어보고 뭐하세요.’ 그러길래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아니, 그러면 어머니

는 애가 다쳤는데 의료 보험이냐 산재 보험이냐부터 물어보나요? 애가 얼마

나 다쳤는지를 무슨 일은 없는지를 먼저 물어봐야지. 막 화를 내니까 언성이

높아가니까 그럼 선생님을 만나요, 그러더라고요.

<12. 사건B – 피해자 - 예비모임>어머니: 그리고 용호 어머니가 다음 날 오셔서 하는 말이 접수하셨냐고 물었어요. 싸

우다가 그랬는지 아니면 장난치다가 그랬는지. 그래서 저는 의아해서 왜 그

런 거 물으셨냐고 하니 보험을 들어 놓은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또 병원을

여기저기 옮기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보기에 보험 관련해서 그렇게 병원을

옮기면 더 이익이 되는 부분이 있는 듯했어요.

<13. 사건B - 가해자 – 대화모임>어머니: 제 입장에서는 의료보험 혜택을 적용했으면 했는데. 그래서 폭력이 아니라

친구들끼리 장난치다가 된 걸로 했으면, 하고 진수 어머니께 이야기를 드렸

어요. 그런데 그 부분이 진수 어머니 마음이 좀 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처럼 사건 초기에 당사자들이 주고받는 상호작용들은 이후 해결과정을 지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상대방의 상황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드러내는 태도와 행동들, 언어의 표현들을 피해자와 가해자는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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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으로 해석해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만드는 중요한 구성요소로 삼는다. 그리고

이후에 감정적 대립상황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상대방과의 갈등문제에 들어와 자기를

합리화하고 상대를 비난하는 중요한 근거이자 명분으로 활용된다. 나아가 상대를 평

가하고 비난하는 감정적 요인이 되어 사건의 전 과정의 갈등과 당사자의 행동과 태도

를 지배하게 된다.

(4) 의사소통의 실패

태도와 표현의 문제와 더불어 당사자가 주고받는 종합적인 의사소통 역시 문제해결

에 혼란을 주고 갈등과 대립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 당사자들은 구체적이고 직접

적인 의사표현과 욕구를 드러내기보다는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요구를 통해 자신들의

필요와 욕구를 표현하며 상대방의 태도를 주관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며 숨겨진 의미

를 전달하고 파악한다. 이러한 소통에 따른 갈등은 사건의 합의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학교폭력 사건해결 과정에서 나타나는 소통의 문제는 저맥락 문화(low context culture)와 고맥락 문화(high context culture)의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에 따르면 고맥락 문화에서의 의사소통은 확실한

내용보다는 최소한의 정보만을 전달하며 그 이면에 이를 해석할 수 있는 소통의 맥락

과 상황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고맥락 문화에서의 의사소통의 내용에는 순수한 정

보만이 담겨있는 것이 아니며 함축적이고 모호하며 간접적일 수 있어 메시지를 파악

하기 위해서는 맥락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Hall, 1976). 홀(Hall)의이론에 비추어볼 때 한국은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묵시적으로 드러나는 문화적 현상을

통해 맥락적 의미를 파악하고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는 고맥락 문화의 사회다. 이러한

고맥락 문화의 의사소통 방식은 학교폭력 사건에서 당사자가 사건해결을 위해 합의하

는 과정을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된다. 합의에 있어 합의결정의 주체는 피해자이고 가해자는 합의를 이루기 위해 피해자의

요구에 대응하여 협상을 하며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합의에 있어서 표면적으로는 피해의 원상회복을 위한 물질적 보상이 중요하지만 실제

로 이는 합의의 필요조건일 뿐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지게 하는 충분조건이 되지는 않

는다. 합의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합의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피해자의

합의의지는 충분한 보상금액과 더불어 다양하고 복잡한 요구들이 어떻게 다루어지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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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에 달려있다. 가해자는 여러 형태의 암묵적 요구를 받게 될 뿐 아니라 다양한 피해

자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피해자 역시 이를 피해회복의 과정이자 자신의

권리로 활용해 다양한 필요들을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들은 실제적이고 구체적이기

보다는 상징적이며 때로는 추상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들이 가지

는 모호함과 그 이면에 숨겨진 메시지들은 각각 당사자들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자기

중심적 해석과 이해 속에서 명확한 의사전달이나 소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례로 많은 피해자는 피해보상의 일환으로서 자신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진정성을

담은 사과를 해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가해자는 어떻게 사과하는 것이 진심어린 사

과이며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혼란

을 겪는다. 갈등과 대립의 상황에서 사건을 종결하는 명확한 기준보다는 주관적인 가

치를 두고 협상을 하게 되면서 서로의 기대를 완전하게 충족시키지 못하고 갈등이 생

기게 된다. 서로의 인식과 해석의 차이를 조정해 주는 제3자가 없는 상태에서 입장

차이는 조절되지 못한다. 가해자는 고개 숙여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피해자

는 가해자의 태도에서 진심을 느낄 수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당사자의 협의는 쉽게 갈

등과 대립으로 확대된다. 이처럼 합의 과정에서 서로의 필요와 욕구를 전달하는 의사

소통은 실패하기 쉽고 이는 갈등을 가중시키는 직간접적인 원인이 된다.

<13. 사건B - 피해자 - 예비모임> 어머니: 그쪽 어머니가 합의금을 조금 더 드릴 의향이 있다고 말하며 검찰에 넘어가

기 전에 합의를 보고 싶다고 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부모 입장에서 합의는 해야겠지만 나도 답을 모르겠다고 했어

요. 남편은 그쪽 부모님들이 와서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진실된 마음을 표현

하기를 원했어요. 그런데 시간은 내일밖에 없는데 그 때 비가 많이 왔고, 그런데 정말 일이 잘 되기를 원한다면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조정자: 노력이라면 어떤 노력이라고 구체적으로 얘기 하셨나요?어머니: 진실 된 마음을 표현하는 거. 그 표현의 방법이 우리집까지 찾아와 달라. 집

에까지 들어오라고는 안 하겠지만. 집 앞에까지 와주시는 게 남편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고 내가 제의를 했어요. 내 생각에는 그것이 최

선이라고 생각했고 제가 함께 갔고요 일단 10분만 기다리라고 했어요. 그리

고 올라오시라고 해서 그분들이 왔어요. 초인종이 울리고 남편이 누구냐고

물었고 내가 남편에게 그쪽 부모님이 왔다고 하니, 남편이 알았다 일단 가시

라고 해라 그랬어요. 그래서 일단 가시고 제가 전화를 드리겠다고 했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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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남편은 마음이 조금 풀렸고 일단 가라고 하시고 내일 만나자고 하라고

했었어요. 조정자: 그럼 언제 다시 만나신건가요?어머니: 그리고 그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일요일에 그분들을 만났다고, 합의금에 남

편이 조금 과한 금액을 제시했고 남편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고 합의를 할 기대를 하고 나갔다, 남편이 이런 일이 일어났고

양쪽 다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가 최선을 다해 용호를 위해 힘쓰겠다고 했어

요. -중략 - 합의서를 저희가 만들어온 것을 드렸는데 합의서를 보면서는 용

호 엄마에게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용호 엄마에게 너 할 말 있냐, 하더라고요. 그러니 용호 엄마가 저희 합의 할 거 없다, 하셨어요. 그때 우리는

확실하게 논의를 하려고 나왔는데 저쪽에서 합의 못 합니다, 하면서 이야기

가 끝나버렸어요. 그때 우리는 함정에 빠졌나, 하며 혼란스러워 졌어요. 합의를 볼 마음이 있

으면 이런, 이런 부분이 과하다 하면서 그 합의서를 살펴봐야 하는데 그런

반응에 너무 놀랐어요. 그리고 월요일 오후 두 시쯤 전화를 하셔서 뭐라 뭐

라 하시며 자식 가지고 장사하시냐 하면서 합의금을 조정하면서 합의할 마

음이 있어요? 하며 말씀하더라고요. 그리고는 용호 아버지가 맞고소를 하러

간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대단한 빽이 있으신가 본데 그렇게 하라고 했어

요. 정말 합의할 마음이 있으시냐고 하면서 정말 합의할 마음이 그쪽에서 없

으신 것 같다고 했죠. 그게 용호네랑 마지막으로 이야기한 것이었어요.

<14. 사건B - 가해자 - 예비모임>아버지: 마지막 만남을 이야기 드리면, 내가 모든 책임을 진다고 하니 용호를 용서해

달라고 했어요. 그랬는데 용호를 용서를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진수 어머

니는 자신의 집에 와서 석고대죄를 하면 용서를 하겠다고 했어요. 석고대죄

라는 게 뭡니까. 머리 풀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빈다는 건데, 그래도 갔어요. 비가 엄청 오는 날 그집에 갔어요. 진수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인간

적인 사람이니 풀어지면 일이 해결될 것이다, 라고 그러더라고요. 밖에서 한

참을 기다리다가 올라와도 좋다고 해서 초인종을 눌렀고 진수 어머니가 나

오더라고요. 우리가 왔다고 전해달라고 하니 일단 돌아가라고 했어요. 진수

아버지란 사람은 얼굴도 내밀지 않고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연락을 기다렸어요. 그 고통의 세월은 끔찍합니다.

다음 날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나갔어요. 그래서 뭔가 일이 풀릴 것을 기대

했죠. 그래서 만났는데 진수 아버지 하시는 말씀이 내가 용호를 용서는 못한

다. 그런데 아들 친구고 하니 장래를 위해서 합의를 해주는데 합의서를 써왔

는데 거기에 대해서 이의를 절대 달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출장을 간

다고 해서 진수 어머니가 고칠 수도 없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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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 합의서를 보고 너무 놀랐어요. 아니 우리 돈 때문에 그런 것 아니라고 그

동안 그 쪽 부모님께서 이야기 하셨으면서 그게 아니었구나 싶더라고요. 결국 돈 이었구나 생각했어요. 그 자리에서 우리는 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

었는데....... 그 동안 내가 들인 정성이 있는데 이건 아니라고 했어요. 그 쪽

에서 먼저 자리를 떠났고 나중에 진수 어머니에게 물었죠. 이런 합의가 진수

어머니 생각인지 아버지 생각인지 물었어요. 그런데 답이 없더라고요. 그리

고 내가 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그리고 우리는 고소할 마음은

없었는데 이것을 보니 맞고소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우리가 고소를 할 때니

합의서를 조정해라고....... 그런데 실제로 고소는 하지 않았는데 저쪽은 그것

에 뭐라 하더라고요.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고 대화를 한 동일한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받아들

이고 이해하는 소통의 내용은 다르다. 소통의 장애 이면에는 명확한 정보전달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호간에 막연한 기대와 부정확한 이해를 가지고 해결과정을 진행해

왔으며 결과적으로 사실을 확인했을 때 상대에 대한 분노와 적대적 감정은 커지게 되

었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당사자들은 합의하지 못해 해결되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모두가 피해자라는 생각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사건에 대한 입장과 이

해의 차이, 의사소통의 방법과 과정, 대응 방법의 차이 등으로 인해 자신들의 생각과

의도와는 달리 갈등은 쉽게 악화되고 발전하게 된다.

2) 학교의 외면과 무관심

개인 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발전 및 전개와 더불어 사회제도와 대응체계

역시 학교폭력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복잡한 갈등양상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인이 된

다.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법이 입법되고 이에 따라 학교 내

에서 사안을 처리하는 구체적인 대응체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학교가 실제 학교폭

력 사건을 다루고 해결해 가는데 있어서는 당사자들은 제도에 의한 절차적 규범 속에

서 사건의 주변적 존재이자 수동적 대상이 되는 또 다른 피해를 경험하게 된다. 여기

서는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학교의 대응과 이로 인한 해결과정과 갈등전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학교의 외면과 책임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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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당사자들은 소통과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대립과 반목을 경험하는 것과

함께 제도적 해결에 있어 학교의 대응방식으로 인해 갈등이 심화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정부의 대책과 대응체계에서 학교는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

해자에 대한 1차적 책임기관으로 역할을 하도록 되어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개입과 해결의지를 반영

한 법이 학교폭력대책법이다. 학교폭력대책법에 따라 학교는 학교폭력전담기구를 두

고 학교폭력 자치위원회를 학교 내외의 인사로 구성해 학교폭력문제를 공개적이고 공

식적으로 다루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경험하는 현실은

국가의 정책이나 제도의 체계와는 괴리가 있다. 학교폭력대책법은 학교폭력의 예방, 사건에 있어서 인지, 사건조사 및 실태파악, 당사자 처분까지의 사안처리의 책임을 학교에 명확하게 부여하고 있다. 학교폭력대책법

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인지한 사람이나 기관은 고지의무를 가지며 통보를 받은 학교

는 관리자에게 보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후에 이를 다루는 자치위원회가 소집되고

학교 내 학교폭력 전담기구는 사건을 조사해 실태와 경과를 보고하고 조사결과에 따

라 자치위원회는 가해자 선도와 피해자 보호의 책임을 진다. 또한 당사자 간의 분쟁

이 있을 경우 분쟁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는 사건이 발생하면 공식적 과정으로서 복잡한 보고체계를 따라야 하고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게 될 위험이 있는 자치위원회의 소집을 통한 문제해결 과정을

준비하기보다는 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한 직접적 문제해결을 우선 요청하게 되고 내

부 관행에 따른 가해자 처벌의 비공식적 사건 해결과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 과정

에서 학교는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 사건을 파악하고 실태조사를 하거나 사건과 관련

하여 학생들에 대한 보호나 선도를 위한 역할을 하기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사건이 확

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호자들로 하여금 합의를 요청하고 학교 내 처벌을 통해 사

건을 종결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15. 사건C - 피해자 - 예비모임> 피해자 보호자

연구자: 학교에서의 사건이 일어나고 뭐라고 연락을 받으셨어요?어머니: 담임선생님이 종석이가 아이들하고 시비가 붙어서 이빨이 조금 깨졌다고 연

락이 왔어요. 많이 다치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당시에 걔는 맞지 않아서 괜

찮다고 듣고 크게 생각하지 않고 집에 갔죠. 그런데 집에 왔더니 상태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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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더라고요.연구자: 그러고 나서 학교에서 다른 연락은 없었나요?어머니: 학교에서 몇 번 합의하라는 연락이 왔고 중재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어

요.연구자: 그럼 학교에서 조정을 한 것인가요?어머니: 그건 아니고요, 학교에서 만나서 합의를 보라고 연락이 왔죠.연구자: 가해자 어머니를 만나보라는 얘기를 들으신 거예요?어머니: 예, 담임선생님이 만나라고 연락을 하셔서 민수 엄마를 만났고요 그리고 합

의가 되지 않아서 경찰서와 교육청을 가서 상담을 했었어요. 그때 학교로 전

화가 가서 다시 교감 선생님을 만나서 합의를 하려고 했어요. 교감 선생님이

중간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합의를 보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러고 이야

기는 끝났어요. 학교에서는 그렇게 얼굴 보고 알아서 잘하라는 식으로 얘기

를 마무리 했어요. 연구자: 그리고는 더 안 만나셨어요?어머니: 그리고 또 연락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학교에 가서 담임에게 저쪽에서 연락

이 안 온다 했더니 담임이 기다려 보라고 그러고는 저쪽에다 전화를 걸어서

합의를 보라고 하면서 저를 바꿔줬어요. 근데 거기서 그 아빠가 저에게 고소

하려던 것 아니었냐며 오히려 역정을 내시더라고요. 정말 합의 보려고 기다

린 내가 미쳤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교에서도 가해자가 그러니 할 말이

없네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경찰서 가서 고소를 했어요.연구자: 그럼 따로 자치위원회나 학교에서 사건 조사 같은 것은 없었나요?어머니: 그런 건 없었고요. 학교에 갔더니 학생부장이 애들 불러다 놓고 조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면서 너 몇 대 맞았어? 너도 때렸

다며? 아니야? 왜 말이 안 맞아, 가서 몇 대인지 합의하고 와. 뭐 이런 식으

로 조사하면서 아이들에게 합의를 강요를 해요. 부모가 뒤에 있는데 그렇게

하는 것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당사자들은 학교의 요청에 따라 당황한 상황에서 학교의 개입이나 지원 없이 합의

와 처리를 위해 만난다. 하지만 학교폭력 사건에 따른 충격으로 정서적으로 안정적이

지 못한 상태에서의 협의는 합의로 이어지기보다는 사건에 대한 이해와 입장의 차이

로 공방과 대립으로 발전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학교의 태도와 문제처리에서

당사자들은 막막함을 호소한다. 책임주체라 생각한 학교의 방관으로 면담에 참가한

당사자들은 학교폭력 사건을 겪으면서 그들은 세상에 아무도 없고 버려진 존재 같았

다고 기억한다. 이처럼 학교폭력 당사자들이 학교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제도적 안전

망에서 소외를 경험하고 갈등에 방치되면서 직접적인 고통이 가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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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교의 비공식적 처리 관행

당사자들이 학교폭력 사건해결 과정에서 경험하는 또 다른 문제는 학생의 보호와

선도가 아닌 학교의 보호를 위한 관행적 처리다. 학교는 소위 ‘조용한 해결’을 위

해 직접적 개입하는 대신에 당사자들의 해결에 맡기고 물러나 있게 된다. 학교폭력대

책법은 학교폭력사건이 발생하면 학교는 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사건조사와 진상파

악, 필요한 경우 피해소년 보호와 가해소년 선도를 위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교육적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학생을 선도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경찰단계의 수사와 사법과정보다 진일보한 교

육적 대응으로서 의미가 있으며 실행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준비되어 있다. 그럼에도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폭력 대응과정에서 학교폭력대책법에 따라 자치위원회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비공식적 관행에 따라 조용히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16. 사건B - 학생주임(학교) - 심층면담>연구자: 어떠한 사건들이 자치위원회 없이 그냥 처리되는 편인가요?학생주임: 거의 대부분 그래요.연구자: 외부에 알려지는 것 때문에 그런가요?학생주임: 알려지는 것이 있고 서류가 돼서 올라가니까요. 뭔가 증거가 남잖아요.연구자: 대책위원회 회의록이나 이런 거요?학생주임: 당연하죠. 대책위원회를 열면 거기에 대한 회의록이 나오잖아요. 그리고

결과보고에 정보 공지 등 많아요. 그래서 사안을 보고하는 것도 교육청에

서는, 그런 사안까지 일일이 보고하게 되면 산더미라는 거예요. 그래서 교

육청 자체에서도 알아서 해결하길 원해요.연구자: 대책위원회가 열리는 것 자체가 그럼 이미 보고를 전제로 한 거네요? 교육청

에 들어간다는

학생주임: 그리고 폭력자치위원회를 연다는 것 자체는 또 징계하고 빨리 끝낸다는

얘기에요.연구자: 그럼 보통 한 번 열어서 거의 결정이 나나요?학생주임: 네. 한번 열어서 징계로 끝나요.

<17. 사건B – 자치위원장(학교) - 심층면담> 연구자: 위원장님 학교는 자치위원회가 얼마나 자주 열리나요?위원장: 우리학교도 한 번도 자치위원회를 연 적이 없었어요. 작년 한번 하고.......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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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보니까 솔직히 이제까지 자치위원회는 한 번도 안 열린 학교도 많아요. 학교별 통계를 보면 안 열고 간 경우들도 많이 있어요. 근데 솔직히 말하면

엄청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연구자: 법률적으로는 자치위원회가 생긴 지는 꽤 되었잖아요. 그런데 그게 한 번도

안 열렸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 가는데요?위원장: 그러니까 이 학교 같은 경우도 내부적으로 안 열다가 제가 외부에서 위원장

으로 오니까 어쩔 수 없이 열린 거죠. 연구자: 그럼 지금까지 사건들은 어떻게 처리했던 거예요?위원장: 내부적으로 그냥 처리하고 마는 거죠. 그러니까 자치위원회가 유명무실해지

고 자치위원회가 안 좋은 역할만 하는 데가 되어 버린 거죠. 자치위원회가

열린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게 발언의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선입

견을 가지고 쟤는 문제아라는 게 자치위원들 머릿속에 있으니까 걔가 얘기

하는 것을 진실하게 들을 수 없는 거죠. 자치위원이 다 학교 학생부장, 교감, 학생부장 이러니까요. 이미 이 자체가 법원이라 똑같아요. 그냥 낙인찍기가

되는 거예요.

공식적인 절차에서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는 자치위원회는 일반적으로 학교 관리자

와 각 학년 학년부장 그리고 학생부장 교사가 위원이 되며 외부 인사로는 지역사회

내 변호사, 의사, 경찰 등 학교폭력 관련한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하지만 많은 학교들

은 학교폭력 사건에서 공식적으로 자치위원회를 소집하기 보다는 학생들의 교칙위반

행위에 대해서 처벌하는 선도위원회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처리를 하고 있다. 학교폭

력사건에 대한 학교의 공식적 절차보다는 학교의 관행 속에서 약식으로 사안을 처리

하는 것은 학교의 무책임한 태도만이 문제는 아니다. 박효정과 정미경(2006)은 유관기

관의 부실한 협조체계와 교과 중심의 학교운영에서 적절한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학교

폭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학교의 현실적 어려움으로 보았다. 이와 더불어 청

예단과 서울대학교교육연구소의 사안 처리 실태조사(2008b)는 사안이 중대하지 않아서

비공식적 처리를 했다는 응답과 더불어 교사들이 학교폭력 사건을 공식화하고 상급기

관에 신고하는 것에 따른 불이익이나 학교 평판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들도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교폭력 사건을 비공식적 약식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당사자들에게 문제해결의 책

임을 부여하는 것은 단지 개별적 학교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관행처럼

학교폭력 사건은 공식화하기 보다는 내부적으로 자체 처벌하고 당사자 합의로 넘어가

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로 인해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선도라는 학교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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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목적을 지향하는 대응 원칙은 무너졌고 학교폭력 문제가

교육 공동체 공동의 문제에서 개인적 문제로 다시 환원되어 버렸다. 학교폭력에서 법

률이 정한 바에 따라 학교가 공식적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하지만 자치위원회를

통하지 않는 문제해결로 인해 당사자들은 스스로 자위적 문제해결에 나서야 했으며

개별적으로 책임을 감당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학교 내 폭력사건을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통해 학교폭력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막고 대내외적으로 학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평가를 차단하

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학교들의 방침은 외부 인사의 참여를 통해 학교폭

력 사건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결하는 것과 더불어 기존의 징계와 처벌 중심에서 가

해자의 선도를 통해 학교에 복귀하고 피해자가 보다 실질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학교폭력대책법의 입법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의 자치

위원회의 개최비율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2008년도 청예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

학교의 경우 신고 받은 사건에 대한 자치위원회 개최비율이 20% 미만인 곳이 전체조

사의 60%에 달했으며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도 개최비율 50% 미안이 29%에 이르렀고

90%이상 개최한다는 곳은 41%에 불과했다(청예단, 서울대학교교육연구소, 2008b). 자치위원회를 개최한 경우에도 그 역할에 있어서는 여전히 처벌중심의 사안처리로

한정되어 이루어진다. 일부 학교에서 자치위원회가 열리는 경우는 사안이 중대하여

강제 전학과 같은 중징계가 필요한 경우 공식적인 절차로서 열리거나 당사자 학부모

간의 원만한 합의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당사자들의 강력한 요구나 경찰 고소로 인

해 더 이상 학교 내부에서 비공식적으로 사안을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자치위

원회를 개최한다. 법률적으로는 학교폭력 사항이 인지되면 바로 학교폭력대책법에 입

각해 자치위원회가 개최되어야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시행규정이 잘 이루어

지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학교 내 조용한 처리라는 암묵적 합의가 자치위원회의 적절한 역할을

제약한다면 외부적으로는 실제적 운영의 어려움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이

유는 현실적으로 지역사회 내 외부 인사가 자치위원회에 매번 참여하는 것은 어렵다

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내부 위원인 교사와 관리자 위원만의 참여로 진행되며 이는

기존의 선도위원회와 다름없는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치위원회가

사건조사에 입각해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고 사건 당사자들의 참여기회를 부여해 이들

의 교육적 필요와 요구에 대응하여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의 목적을 실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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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자치위원회에 참석한 당사자들은 자치

위원회가 처벌을 위한 형식적 절차로서 학생 당사자보다는 학교 측 편의와 목적에 맞

춰서 진행하고 있다고 느낀다. 처분에 관한 내용도 당사자들의 의견청취나 논의과정

없이 자치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소외감을 느꼈으며 해결에 대한 만족도

낮아졌다. 나아가 이로 인해 당사자들의 자치위원회 참석은 오히려 학교의 사건개입

과 사안처리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18. 사건A - 가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대책위원회 그 때는 어떻게 진행이 되었어요?어머니: 그게 통보식으로 저쪽에서는 이런 이런 요구를 하니까 주용이 측에서는 이

런 이런 것을 실행하시오, 하고 명령이 딱 떨어지는 것이죠. 이렇게 대화모

임처럼 내 의견을 다 말할 수 있는 상황이나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나름대로

학교에다가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많이 했는데 어쨌든 때린 놈 입장이다

보니까.연구자: 그럼 자치위원회는 누가 위원으로 있었어요?어머니: 그것도 그래요. 학교 생활지도부 선생님이라든지. 그 생활지도부 선생님도

진심으로 자원봉사처럼 내가 애들을 위해서 온 것이 아니고 뭐 재단 측에

관련된 선생님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사돈에 팔촌, 조카뻘 건너서 누가 있

을 거 아니에요? 그런 선생님들이 개입을 해요. 학교에 들어오더라고요.연구자: 조정 위원으로 위촉 받으신 분들이 재단의 친인척들이라는 건가요?어머니: 왜냐하면 사태가 불거지거나 하면 관련된 정보를 알아야 하니까. 외부로 알

려지면 안 되니까. 연구자: 어머니께서 보시면 누가 재단 사람인지도 아실 수 있으세요?어머니: 학교에 아이가 임원을 하면 선생님들 근처에 왔다 갔다 하게 되잖아요. 학교

에서 일을 하다보면 그런 것은 어느 정도 알 수 있어요.연구자: 예 .이번일 겪으면서 학교에 실망하신 게 이번에 많으시겠어요?어머니: 정말 학교 안보내고 싶더라고요. 학교라는 것이 갈 곳이 못 돼요. 어디 불안

해서 애들 보내겠어요? 한창 혈기 왕성한 때잖아요. 여자애들도 아니고 남자

애들인데.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을 이렇게까지 경찰이며 곳곳에 옮겨 다니게

만들어요. 그 고통은 말도 못해요. 학교에서도 그 고통은 감안을 해 주셔야

하는데 그런 것 없어요. 자기 학교에 소문이 외부로 나갈까봐 전전긍긍하는

거예요.

이 같은 자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은 당사자들로 하여금 학교가 사건을 내부적으로

축소하거나 은폐하고 처분하는 데 정확한 기준과 공정성 없이 결정이 이루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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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게 만들었다. 특히 각 당사자들은 사건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견이나 소명의 절

차 없이 자치위원들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자치위원회 운영이 구조적으로

공정하지 못하고 편파적이라 생각하였다. 특히 사건의 맥락에 대한 이해와 고려 없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필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자치위원회는 당사자와 당사자, 당사자와

학교 내 불신과 갈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3) 학교의 일방적 소통과 처리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보호자들은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경험을 가지고 상

황과 그에 따른 당사자로서 필요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수용되기를 원한다. 피해자

의 경우는 무엇보다도 보복이나 사건의 반복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다. 실제 사례들에

서 피해자는 다양한 보복을 경험하고 이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다. 보복은 단지 가시

적이거나 물리적 형태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건에 대한 잘못된 소문이나 협

박, 지속되는 따돌림 등이 피해학생에게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반복적으로 주는 보복

행위가 된다. 따라서 피해자는 이러한 자신들의 경험에 입각해 보호차원의 요청을 하

게 된다. 가해자의 경우에는 잘못에 처분을 내리는 데 있어 눈에 보이는 사건에 한정

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과정과 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설명하고자 하며 그것이 처

리과정에 수용되길 바란다. 그렇기에 당사자로서 정당하고 합리적인 처분에 대한 필

요를 바탕으로 학교의 사안처리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이나 소명에 대한 기회가 제공

되고 이에 따라 처분이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 자치위원회가 열리는 현장에서는 사건 전체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부

족할 수밖에 없는 위원들이 사건 전후의 맥락은 제거한 채 불충분한 정보만으로 가해

및 피해 상황에 입각해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건의 영향과 결과는 결정

권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이해되고 당사자들의 의견에 대한 반영 없이 위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진 처분만 통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자신들

의 입장이나 학생 당사자의 고려 없이 결정된 처분으로 인해 상대에 대한 오해, 학교

에 대한 불신, 해결과정에 대한 불만은 더욱 커지게 된다.

<19. 사건A - 피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아버님 이 사건 터지면서 가장 걱정스럽고 신경 쓰인 것이 있다면 무엇이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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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요?아버지: 그것보다 장희는. 걔가 아파서 상처를 받은 것은 우리가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가족이 가정에서. 그런데 문제는 그 뭐야, 장희가 보복을 당할

까봐 나는 가장 두려웠어요. 그래서 학교에다가 계속 걔를 전학을 보내라는

요구를 했어요. 그 과정에서 보면 보복행위가 몇 번 나타났었어요. 연구자: 그럼 폭력대책위원회 처음 열렸을 때 보복 때문에 어머님이 전학을 먼저 요

청을 했던 것인가요? 주용이 다른 학교로 보내달라고?아버지: 그 때는 저는 주용이가 최소한 다른 반 정도는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일단 장희를 생각해 주겠지 하고. 그 때는 전학에

대해서는 말을 안했었죠. 최소한 다른 반으로 떼어 놓기는 하겠지, 짐작했어

요. 근데 어느 날 장희가 와가지고 나는 통보도 못 받았는데 주용이 오늘부

터 학교 안 나와, 어디 봉사 나간대, 했어요. 저번에 대책 위원회에서 처벌

내린 것 같고 지금부터 그렇게 한대, 라고. 그래서 학교에 따졌죠. 나한테 통

보도 없이 내가 아들 통해서 들었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 그랬더니 통보 안

해줬나요,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나 인정할 수 없으니 다시 하라고 그랬더

니 안 된대요 교장선생님이. 그래서 나 알겠다. 나에게 서면으로 통보해 주

기로 했는데 서면으로 통보 안 해줬고 나의 동의도 없이 가해학생 처벌을

받고 있다는데 나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 고 했죠. 그랬더니 마음대로 하

라고 교장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학교에서는 자기 학교 피해 안 가게 하는

것만 해도 바쁘더라고요. 그래서 나 다시 교육청 장학사님에게 전화했더니

그것은 내가 책임지고 다시 열리게 해 주겠다고, 서면 통보하는 것이 원칙이

라고 이의가 있을 때는 한 번 더 재심 청구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어 있다

고, 귀띔을 해줬어요. 그래서 재심청구하면서 전학을 보내달라고 그 때부터

요구를 했죠.연구자: 그럼 처음이 아니라 다시 자치위원회가 열었을 때 강제전학을 요청하신 거

예요?아버지: 그렇죠.

<20. 사건A - 가해자 - 심층면담>어머니: 그게 장희 아버지는 강제전학을 시키려고 무던히 애를 쓰더라고요.연구자: 그 강제전학 요구를 장희 아버님이 학교 측에다 직접 하셨어요?어머니: 네. 교장 선생님이 강제 전학이라는 것이 요즘도 벌점제가 있어요. 예를 들

어 30점이라면 우리 애는 계속 임원을 해서 봉사점수가 많아서 그러나 생활

기록부가 상당히 좋아요. 공부도 잘하고요. 상당히 좋은데, 벌점이 하나도 없

는데, 한방으로 인해서 학교에선 한 번의 실수로 강제전학은 못 보낸다, 그랬거든요. 제가 학교에 시험 감독을 하고 치맛바람이라서가 아니라 이런 벌

점이 있는데 한 번에 강제전학을 보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그쪽에다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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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설득을 하는데도 아이 아빠는 집요하게 요구를 하는 거예요. 강전을 안

해주면 경찰서에 신고하고 교육청에 찌르겠다고 했다더라고요. 그래서 대책

위원회도 두 번이나 열었어요. 그 아이 아빠가 하도 원해가지고. 그래서 대

책위원회를 열고 강제전학은 안 가고 사회봉사명령을 일주일 받은 거죠.

이처럼 자치위원회의 처리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소외되고 상호간의 직접적 참여 없

이 이루어진 자치위원회에서 당사자들의 의도와 욕구가 상호간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

하고 자치위원 중심의 자의적 판단과 일방적 통보로 인해 상대에 대한 적대적 감정은

커지고 학교와 당사자, 당사자와 당사자의 갈등은 오히려 심화되게 되었다. 위의 사건의 경우 피해학생 보호자는 가해학생에 의한 보복에 대한 우려로 자치위

원회에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한 조건으로 가해학생의 학급이동을 요청했다. 하지만

자치위원회는 학급이동이 행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이라는 판단에 안전보장이라는 피

해자의 실제적인 필요는 고려하지 않고 가해학생에게 일주일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

리는 것을 일단락 지었다. 그러나 가해학생의 보복에 대한 우려와 피해자로서 정당한

요구가 거절되었다고 생각한 피해학생의 보호자는 학급 이동을 넘어 강제 전학을 학

교 측에 강하게 요구하였던 것이다. 이후에 이러한 피해자의 요청은 자치위원회 과정

에서 여과 없이 전달되었고 가해학생 보호자는 사회봉사 처벌도 피해학생 보호자가

터무니없이 과도한 처벌만을 요구한 결과라고 생각했고 당사자 간의 갈등은 더욱 심

화되었다. 기존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는 이처럼 당사자들의 내면의 욕구는 이해하

지 않고 드러난 현상으로 사건이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를 당사자들의 무리한 요구 때

문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이처럼 당사자의 요청은 무시된 채 처벌과 징계 중심의 자

치위원회 시행은 피해학생의 회복과 가해학생의 책임 수행을 위한 실제적인 필요와

요구를 다루지 못하면서 학교 내 절차적 종결은 가져왔지만 학교와 당사자, 그리고

당사자들 간의 갈등은 더욱 악화시켰다. 이와 함께 학교의 학교폭력전담기구의 지원과 자치위원회를 통해 사안처리가 이루

어져도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처분이 결정되는 과정 자체는 어떠한 기준이

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에서 당사자들은 불공정한 처분과 불이익에 대한 걱정을 가진

다. 자치위원회는 학생 당사자들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는데 있어 정해진 원칙과 기준

에 입각해서 이루어지기보다는 자치위원들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이러한 과

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하고자 외부 인사를 두도록 하고 있지만 많은 경우 지역사회 전

문위원들의 경우 실제적으로 매 자치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이름만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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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참여한다 하더라고 학교 자치위원들과 달리 외부에서

회의에만 참여해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처분에 대한 이 같은 학교위원들 중심의 결정과정은 자치위원회의 역할과 권

위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당사자들에게 불공정 시비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치위원회에서 내리게 되는 가해학생의 조치에 대해 어떤 교육적

효과를 가지고 오는지에 대한 충실한 검토가 필요하며 학급이동, 강제전학과 퇴학 등

의 징벌적 조치에 대해 별도의 지침이나 기준이 명시되어 할 필요가 있다(김현철, 2010). 현재 학교에서 자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외부위원 또한 자치위원회의 명확한 기

준 없이 이루어지는 처벌의 문제와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

<21. 사건B - 자치위원장(학교) - 심층면담>위원장: 자치위원회가 학교에 의해서 악용되죠. 예를 들어 퇴학시키는 경우나 자퇴시

키는 경우에 자치위원회를 열죠. 왜냐하면 절차를 밟아야 되기 때문에 지네

들이 눈에 가시인 애들을 퇴학시키는 한 방법으로 자치위원회를 여는 거죠. 연구자: 그럼 학교에 폭력은 벌점 몇 점 이렇게 정해져 있나요? 아니면 자치위원회

마음인가요?위원장: 정해져 있죠. 그런데 학교마다 달라요. 그리고 벌점제가 없는 데도 있어요. 연구자: 그러면 심지어 별일 없다가 사건 한번으로 강전을 갈 수도 있는 거예요? 기

준은 딱히 없기 때문에? 위원장: 요번에 모 고등학교에서 어떤 애가 어떤 애를 때렸는데 한번 때렸는데, 걔가

공부 되게 잘 하는 애였어요. 때렸는데 하필이면 코가 나가고 눈이 나가고

이가 나갔어요. 걔가 강전 당했어요, 한번에. 그러니까 그거는 담당 교사가

마음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서 솔직히 애가 강전 당할 수도 있고 특혜를

받을 수도 있어요. 솔직히 자치위원회가 그냥 선고형 뭐라고 말할까? 애들을

처벌하는 곳이에요. 연구자: 그럼 법원이 정확하게 형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치위원회는 어떻게 보면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되게 많네요?위원장: 엄청 많죠. 가해자도 억울하고 피해자도 억울하고. 왜냐하면 자치위원회에서

내용을 듣는 것이 아니라, 교감이 뭐라고 했냐면 너 그거 잘못했지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교감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지 마시고 있는 사실, 현재 우

리가 가지고 있는 사실이 맞는지 안 맞는지만 확인하라고 조정을 했는데도

이 사람은 예전 자치위원회 때 늘 훈계와 협박을 했던 것들 방식으로 한 거

예요. 자치위원회는 그냥........ 솔직히 해야 할 일이 되게 많아요. 그런데 학

교에서는 단지 하나에요. 처벌. 그리고 법률적으로 가는 폭력 사건에 대해서

는 묻고 싶은데 묻을 수 없는 것만 드러내거나 자기들이 쫓아내고 싶은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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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위원회를 열어서 쫓아내거나 하는 식이죠.

당사자들은 학교폭력 사건이 학교를 통해서 교육적으로 처리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국가 정책과 법제도는 이를 위해 학교에 문제해결의 주체적 책임을 부여했다. 하지만

학교는 피해 합의에 있어서는 학부모들의 당사자 해결 원칙을 고수하고 학생 당사자

들에게는 비공식적 처벌을 통해 폭력사건을 처리하여 가해자에 대한 교육적 처분과

피해자의 보호에서 한 발 물러나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보호자들은 학생들을 보호하고 교육해야 하는 학교가 행정 편의적이고 학교에 피해를 최

소화하는 학교 위주의 사안처리에 분노했다. 그리고 학교가 당사자들과 소통하고 해

결을 위한 필요와 욕구에 대해 이해하고 지원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처분을 결정해

버리는 것에 실망했다. 이러한 일방적 결정과 처분은 학교와 당사자의 관계의 단절만

이 아니라 해결과정에서 당사자 간의 소통 또한 어렵게 해 대립과 반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3) 사법과정에 따른 갈등

학교폭력 사건에서 학교를 통한 해결과 더불어 사법적 해결 역시 중요한 제도적 장

치다.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처리가 실패하면서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학

교폭력대책법이 입법되어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문제해결을 규정하였다. 하지만 학교

폭력대책법과 별도로 오늘날 사법체계 안에서 소년법을 통해 학교폭력사건을 형사사

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처럼 사법체계는 학교폭력사건을 처리하는 주요한 제도적

절차이자 원칙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적 해결이 아닌 법 중심으로 사건

의 해결과정이 전개되면서 당사자들은 또 다른 형태의 갈등과 이로 인한 고통을 경험

하게 된다.

(1) 경찰고소의 결과

피해자는 적극적 중재나 조정의 개입이 없는 상황에서 시간은 흘러가고 대립이 심

화되어 합의 가능성이 요원해짐에 따라 경찰고소를 선택하게 된다. 학교폭력 문제를

당사자 간의 비공식적 합의가 아니라 공식적으로 해결의 방법으로서 경찰고소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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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폭력 사건이 교육적 처리와 별도로 사법적 처리 과정으로 진

입하게 됨을 의미한다. 경찰고소가 이루어진 사건은 폭력사건으로 형사고발이 되고

학교폭력대책법의 적용과 더불어 소년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해당 사건은 비공식적

과정을 거치던 아니면 학교폭력대책법에 따라 자취위원회에 회부되던 이와 별도로 형

사법에 따른 또 다른 사법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학교폭력대책법에 대한 기존의 연구에서는 두 가지 다른 법의 적용에 따른 이중처

벌에 대해 학교폭력 연구자들에 의해 그 법리적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법

리적 논쟁과 상관없이 당사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고소는 또 다른 사법 과정의 시작

이고 또 다른 처벌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는 과도한 처벌로 인식되어 가해자의 피

해의식과 적대적 감정을 높이는 이유가 되었다. 가해자는 학교에서 선도처분에 따라

사회봉사, 학급이동 등과 같은 처분을 받고 이를 사건에 대한 처벌로 이해한다. 하지

만 피해자의 경찰고소로 인해 사법과정을 거치게 되고 재판을 통해 다시 판결을 받게

되면서 사법적 과정 자체가 이중 삼중의 고통이 된다. 특히 가해자는 재판에 따른 처

벌 뿐 아니라 경찰고소로 인해 경찰에서 진술하고 검찰 조사를 받고 법원에 와서 재

판을 받아야 하는 모든 과정을 일종의 사회적 처벌로 인식하고 가해자라는 이유로 일

방적으로 다중처벌을 받는 것에 불만을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불만은 경찰고소를 한

피해자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진다. 경찰고소를 계기로 학교폭력 사건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사법 과정이 이중적으로

진행되는 상황 속에 놓이게 되면서 당사자들은 갈등을 둘러싼 상황과 조건 등에서 변

화를 겪게 된다. 고소 이후 학교폭력 사건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관계, 사건해결에 대

한 방안, 사건 처리의 방법 등은 공식적 사법절차라는 전혀 다른 질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2) 고소의 목적과 영향

일반적으로 폭력사건에서 고소는 피해자에 의해서 시작된다. 성폭력 사건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의 경우 학교가 경찰에 고소하거나 법원 재판에 회부되지만 대부

분 학교폭력 사건에서 고소는 피해자 측에서 접수한다.22) 사건 당사자가 갈등상황에

22) 학교폭력에서도 성추행, 성폭행, 살인과 같은 중대범죄는 학교가 신고하고 교육청에 보고할

의무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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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더 이상 해결과정이 진행되지 않을 때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이 유일하게 사법적 절차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형사고소도 학생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하는 것이지 보상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과정은 아니다. 만약 손해에 대한 보

상을 합의하기 위해서는 형사고소와 별도로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기에 실

제적으로 형사고소는 학생들의 형사 처벌을 담보로 합의를 종용하는 간접적 수단이

되는 것이지 경찰고소와 당사자 합의 간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사법과정에서 처분에 반영될 수 있는 만큼

가해자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합의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다. 이러한 사법체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찰 고소는 학생의 형사 처벌을 담보로 하

는 일종의 ‘금지된 장난’으로 이해되어 당사자 간의 보다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으

로 발전한다. 그럼에도 사건이 아무런 진척이 없이 정체된 상황에서 상대방 당사자들

대화와 합의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적극적으로 피해자와 함의하도록 하는 현실적인 방

법으로 인식되어 고소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피해자가 단순히 협상만을 위해서 고소를 선

택하는 것은 아니다. 고소 밖에 할 수 없다는 상황에 이르기까지의 갈등과정에서 겪

은 어려움에 대해 가해학생의 보호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법이 된다. 고소를 통해

얻고자 하는 피해자의 실제 욕구는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이 아님에도 해결과정에 누

적된 불신과 분노는 피해자로 하여금 가해학생 보호자에 대한 처벌로서 고소를 선택

하게 만들고 있다.

<22. 사건B - 피해자 - 예비모임>아버지: 나는 그래도 배려하는데... 그 쪽도 애가 고3이라, 우리가 고소한 입장이지만

그 쪽을 우리 애와 같이 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쪽 반응은 고소당한 아이

를 그렇게 두고... 그거 자식에 대한 방치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식은 고소된

그 순간부터 공무원도 안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면 적극적으

로 문제해결을 하려고 노력을 했어야죠. 내가 경찰서 가서 접수 하려고 하는

데 아내가 수십 통 문자를 보내 한 번 기회를 주자고 했어요. 그래서 다시

경찰서 앞에서 만났어요. 그런데 그 순간에도 자신들이 잘못을 해놓고 나에

게 핑계를 대는 거예요. 애를 어떻게 고소하냐는 듯이...나를 원망하는 것 같

더라고요. 맞고소라는 둥 공탁이라는 둥. 그래서 나도 맞고소하라고 했어요. 정말 애가 미운 게 아니라 부모가 미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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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사건C - 피해자 - 심층면담>어머니: 제가 생활 때문에 계속 여기에 매달릴 수도 없고 아버지 때문에 일은 진척

도 안 되고... 너무 속상해서 고소를 했어요. 고소하고 좀 있다 그 아빠에게

서 전화가 왔어요. 합의하자고...제가 그 아빠 만나서 합의할 자신이 없어서

오빠보고 대신 만나서 합의를 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오빠 사무실에서 만

나서 합의를 했어요. 그 때 합의금을 300을 얘기 했는데 계속 깍아달라 그러

는 거예요. 거기서 오빠가 애 인생도 걸린 일인데 웬만하면 합의보라고 해서

250에 합의를 봤어요, 그리고는 또 그 쪽에서 연락이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합의금 주기로 한 마지막 날인가 형사에게 연락이 왔어요. 어떻게 되었냐

고... 그래서 제가 250에 합의 봤다고 그랬죠, 알겠다고 하더니 합의 보기 싫

으시면 안 봐도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맞고소가 접수되었다고 하더라고

요. 제가 그래서 아니 그게 가능하냐고 형사님, 그렇게 할 수 있냐고 했더니

뭐 하는 거야 막을 수 없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오빠에게 전화해

서 맞고소가 들어왔다고 합의 못하겠다고 그랬어요, 그리고 경찰서에 다시

가서 종석이가 가해자 진술서 쓰면서 어떻게 아빠만 고소할 수 없냐고 물었

죠. 안 된다 그러더라고요. 아이가 무슨 죄에요. 그 아빠 장난질이 심한 건

데... 아이는 용서해도 그 아빠만큼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찰서

에서 그랬어요.

피해자에게 있어 고소는 갈등을 해결하는 전략적인 방법이자 지금까지의 갈등과정

에서 겪은 고통에 대한 보복적 대응수단으로 선택되어 진 것이다. 가해자 역시 아직

미성년자인 자신의 자녀를 보호하고 동시에 형사고소라는 굴레를 씌우고 아이의 미래

에 부정적 상처를 남긴 피해자의 행동에 대한 보복적 성격으로 맞고소를 한다. 이처

럼 고소에는 사건해결을 위한 당사자들의 목적과 더불어 응보적 문제해결이라는 의지

가 공식적으로 부각되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고소를 기점으로 학교폭력 사건

은 교육적 목적의 사안처리에서 사법적 해결로 완전히 전환되며 그 사건처리에서 모

든 틀거지는 처벌을 통한 응보적 패러다임에 따라 이해되게 된다.

(3) 사법과정에서의 소외

사법적 해결로 전환된다는 것은 학교폭력의 결과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피해학생에

대한 피해와 그 회복에 대한 초점에서 법적 위반으로 그 중심이 옮겨간다는 것을 의

미한다. 가해학생의 행위는 상해나 폭행이라는 범죄행위로 규정되게 되고 가해에 따

른 피해는 법 규범에 입각한 추상적 개념으로 치환되어진다. 가해학생들은 범죄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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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며 가해학생들의 행위를 법조항에 따라 검찰은 조사하고 법원은 그 처분을 판단한

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폭행에 따른 피해 외의 다양한 유무형의 피해사실과 당사자

들이 경험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맥락에서의 고통은 사법과정 안에서는 주요한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제 학교폭력사건에서 사법과정은 그 가해행위가 어떤 법이 위

반되었는지를 파악해 행위 주체를 찾고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잘못에 대한 책임으로

서 그에 합당한 처벌을 부여하면 된다. 학교폭력사건의 가해학생들은 소년법에 따라

사회봉사나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과 같은 1호에서 10호까지의 처분을 수행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게 된다. 이처럼 경찰고소를 기점으로 형사사법 처리과정이 시작되면서 사법의 초점은 범죄

자의 잘못을 입증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처벌을 주는 것에 주어진다. 이는 응보적 형

사사법체계가 가지는 특징이자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해자의

사회적 책임수행과 피해자의 참여는 더욱 제한적이 된다. 피해자는 사법과정에서 범

죄 행위에 대한 증거자료를 제공하는 도구적 역할이나 부차적 존재로 취급될 뿐 사건

해결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경찰고소 이후 당사자 진술을 위한 경찰조사가 끝나고

나면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사건과 관련한 정보의 제공

이나 진행사항의 안내, 가해자와의 접촉 등이 없이 지내게 된다. 실제 법원의 화해권

고모임에 참여한 대상들은 경찰고소와 이후의 합의실패로 인해 경찰에서 종결하지 못

하고 검찰송치 이후 당사자 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고 있었다. 사법과정을 통

해 문제해결에 대한 희망은 오히려 긴 기다림으로 인해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경제적

피해 등의 고통을 피해자에게 가중시키는 결과가 되었다. 고소를 선택한 피해자는 경찰 고소를 통해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는 높은 기대를 가

진다.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정체될수록 커져가는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으로 당

사자들은 빠른 사건해결을 원한다. 그렇기에 사법적 과정은 피해자에게는 가해자를

대화의 자리로 이끌고 합의를 위한 적극적 태도를 가지게 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

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법의 과정에서는 국가를 대리한 검사가 법을 어긴 범죄자

인 가해자를 고소하여 처벌하는 것으로 직접적인 피해자는 참여에 대한 기회가 원천

적으로 봉쇄되면서 오히려 소외된다. 가해자의 외면과 학교의 교육공동체의 미흡한

지원에 대한 해결책으로 선택한 사법적 해결이지만 이 역시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회

복을 위한 요구를 하는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사법과정의 구경꾼이 되어버리는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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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에 대한 주도권을 상실하고 사법과정의 수동적인 존재가 되는 것은 비단 피해

자만은 아니다. 가해자들 역시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기 원한다. 잘못은 했지만 한 번

의 실수로 미래의 모든 가능성들이 부정되고 침해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도

이를 위해서는 원만한 합의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검찰로 넘어간 이후 재판의 과정과 절차에 대해 가해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

지고 있지 못하며 이에 대한 설명이나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언제 재판이 될지

무작정 기다리는 것 외에 가해자가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가해학생의 보호자는 자녀

가 범죄자로의 규정된 채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알지 못하는 재판을 무작정 기다려야

하고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더욱 큰 불안과 고통을 느낀다. 가해

학생 역시 종결되지 못한 사건에서 여전히 범죄자로 남고 가해자로 불안하게 있어야

한다는 것에서 받는 심리적 고통은 크다. 재판이 끝나지 않는 한 명확해 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가해자 역시 소송과 사법과정에서 주도권을 상실한 채 재판

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주변인이 될 뿐이다.

(4) 불편한 선택

환경적 변화와 더불어 고소는 사회문화적 차원에서의 갈등의 전개 양상에 중요한

변인이 된다. 고소에 대한 문화적인 거부감은 갈등 이해 당사자들 안에 강하게 존재

한다. 보호자들에게는 미성년자이나 성장해 가는 학생들에게 고소는 금기라는 암묵적

동의가 있다. 현실적으로 고소를 하는 주체는 보호자인 부모들이지만 그 대상은 가해

학생인 만큼 고소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하는 일종의 사법폭력이라는 부정적 인식

을 공통되게 가지고 있다. 이처럼 외부적으로 나타난 고소에 대한 입장은 부정적이지

만 갈등을 둘러싼 복잡한 맥락들 속에서 고소는 이루어지게 된다. 이는 이러한 인식

에 대해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학교는 각각의 이해에 따라 서로 다르게 저항하면서

최종적인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학교폭력에 따른 고소가 접수되지만 피해자에게도 고소는 어려운 결정이며

불편한 선택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자녀와 친구이자 같은 학교의 동창이고 한 동네

를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공동 구성원이며 적어도 아직 온전히 성숙되지 않은 미성년

자를 성인을 대리자로 내세워 경찰에 고소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생각과 가치에 반하

는 결정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피해학생의 보호자는 최대한 고소를 최후의 수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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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최대한 참고 기다린다. 하지만 고소로 인한 가해학생의 경험과 그로 인한

상처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학생 보호자의 태도에 피해자는

고소를 선택하게 된다.

<24. 사건A - 피해자 - 심층면담>아버지: 고소해야 되겠다 그런 것은 장희가 퇴원하고 내가 일주일인가를 기다렸어요.

합의 보러 오겠지 생각했고 전화라도 하겠지 했어요. 그런데 없더라고요. 내가 그 집에 전화를 열 댓 번 했는데 그 집은 나에게 전화 딱 두 번 했어

요. 지금까지 이 사건 종결될 때까지. 그럼 내가 가해자입니까 그쪽이 가해

자 입니까? 합의 보려고 그 쪽에서 노력을 해야죠. 그런데 노력을 안 하더라

고요. 내가 최후통첩을 했어요. 그 때는 너네 마음대로 하라고 장희 아버님

마음대로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고소했죠. 학교에 교장 선생님도 자기가

중간에서 했다고 그러는데 대화가 안 된다고 고소를 하래요. 할 라면 하래

요. 그래서 하게 된 거예요. 고소를 한 것인데 다시 취하했다가 다시 고소했

다가. 근데 그때 고소한 날짜가 내가 언제인지 정확히 모르는데 장희가 22일인가 23일에 입원했거든요. 퇴원을 일주일 만에 했어요. 그러고 나서 내가

고소한 게 7월 20일 경일 거예요. 방학 3일 전엔가 입원했거든요. 그러고 나

서 퇴원하고도 한 3일인가 4일이 되도 연락이 안 오던데 전화를 했죠. 내가. 퇴원하고도 한 며칠 기다렸던 것 같아요.

연구자: 아버님 고소를 망설였던 것 같은데,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어요?아버지: 일단 주용이를 생각을 했죠. 미성년자고 그러면 걔 상처 받을 것 아닙니까.

제가 부모가 괘씸하고 그래서 고소하긴 했는데 그 애는 말 그대로 그 나이

에 전과자를 만들 수도 없는 것이고 어린애가 그런데서 조사 받는 다는 것

자체도 그렇고 그래서 많이 망설였죠. 그리고 학교 측 입장도 생각을 했었

고. 근데 지금 생각하면 학교 측은 성의가 없고 더 괘씸해요.

가해자에게도 고소는 불편하다.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는 고소에 대한 막연한 두

려움을 가지게 된다. 가해자들은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어른들의 갈등 때문에 고소당

하고 피해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사법적 해결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피해자가 실제로 고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동시

에 가진다. 이 같은 학생 고소에 대한 이해는 가해자 측에게는 가해 학생을 보호하는

중요한 명분이 되고 동시에 실제적으로 고소가 일어났을 때 피해자에 대한 비난의 명

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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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사건A - 가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고소 얘기를 처음 들으신 것은 언제세요?어머니: 우리 애가 걔를 때리고 한 일주일 후에.연구자: 신고하겠다는 얘기는 들으셨어요?어머니: 병원에 찾아갔을 때 한번 들었어요. 그 날 한번 듣고 설마 자식 키우는데 고

소를 거기서 하겠냐, 생각했죠. 애가 고의로 한 것도 아니고 막말로 니 애가

내 새끼 욕했으면 바보가 아닌 이상 가만히 있냐, 그런 것 가지고 고소한다

면 너희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저는 제 애가 망막 터

졌을 때 커피 한잔도 안 얻어먹었어요. 정말로 자식을 키우면서 내 새끼 중

요하면 넘의 새끼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남에게 악하게 하면 그게

다 나에게 올까봐. 어른들끼리면 나도 악하게 하지만 애 앞장 세워서는 그런

것 안하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내 맘 같지 않게 저쪽 부모가 너무 막가신 거

같아요.

피해자의 고소는 가해자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상대에 대한 적대적 감정과 분노를 가진다. 하지만 고소가 일어나면 가해자가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없고 사법절차로 들어온 이상 가해자 입장에서는 방어적 차원

에서 맞고소를 선택하게 된다. 가해자는 상대방의 고소를 정당하지 못하고 사회적으

로 올바르지 못한 행위로 규정하여 가해학생을 보호하고 이후의 협상에 유리하게 활

용하고자 상대방의 고소에 맞고소를 하거나 맞고소를 전제로 피해학생 보호자와 협상

을 한다.

<26. 사건B - 가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아버님 입장에서는 어떤 것 때문에 맞고소를 좀 더 생각하셨던 거세요?아버지: 그 쪽에서 그렇게 나오고 용서도 못하겠다고 나오는데, 사실 가해자 피해자

라는 말이 애들 싸움에서는 애매한 거잖아요. 그 쪽에서 피해가 많으니까 어

쩔 수 없이 가해자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데 일단 치고받고 하는 과정

에서 둘 다 피해자죠. 둘 다 가해자고.연구자: 그럼 맞고소 한다고 말씀하셨을 때 어떤 의도셨어요?아버지: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고요. 그 당일에는 용호도 찢어져서 왔고 그 사진도

찍어놓고 했는데 그 쪽에서 워낙 강하게 나오니까 맞고소 해버리면 쌍방이

다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것이고 물론 괘씸죄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쪽에

서도 덕볼 것이 하나도 없거든요.연구자: 말씀은 그렇게 하시고 직접은 안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하셨나요?아버지: 하는 게 쉽지는 않죠. 홧김에 얘기는 했지만 제가 그렇게 악하거나 못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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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은 아니고 그 때 합의금 내역 받고서 저희도 던져 놓은 거죠. 그 쪽에서는

우리가 정말 한 줄 알고 많이 긴장했던 것 같더라고요.

학생 당사자 고소에 있어서 학교도 현실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대처하는 양상이 나

타난다. 초기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학교는 사회적 합의를 비공식적 문제해결의 정당성

으로 삼기도 했다. 당사자들이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또는 학교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신속하게 조용히 처리하자는 것이 학교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이렇듯 학교 측

은 학생과 학생고소의 불합리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지만 실제 당사자 간의 갈등이

학교의 통제를 벗어나면 최종적 문제해결 방식으로 고소를 통한 사건의 해결을 종용

하기도 한다. 이는 학교가 갈등상황에서 책임을 피하는 방편이 되기도 한다. 고소에

대해 학교폭력 사건의 이해 당사자들은 모두 반대하고 이것이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는 인식에 공감한다. 하지만 동시에 오늘날의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어쩔 수 없는 수

단으로서 고소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당사자들은 고소에 대해 반대하지만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고소는 적극적으로 선택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는 학교폭력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학교와 사법제도라는

공식적인 제도적 절차를 거치지만 제도가 당사자들의 욕구를 반영하지도 수렴하지도

못하므로 갈등을 방치하게 된다. 사건의 당사자인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자신의 사건

해결의 욕구는 충족하지 못한 채 제도적 과정에서 갈등은 깊어진다. 당사자들은 자신

들에게 일어난 피해 회복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고 학교제도와 사

법과정에서 참여하지 못하는 주변인으로 머물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양측은

사건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과 결과를 떠안은 채 처벌만 주어지는 상황에서 대립의 갈

등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다시 대결적 구도 안에 머물며 갈등을 지속하게 된다.

2. 갈등의 영향

당사자들은 학교폭력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초기에 협상에 도달하지 못하고 갈등과

대립 관계에 놓인 후 시간이 갈수록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의 국면으로 치닫는 것을

경험한다. 또한 해결과정 속에서도 그들은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기를 희망하지만 소

통의 단절, 제도적 소외, 법적 대결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한 갈등과 대립

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를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로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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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대립과 갈등 속에서 사건 해결과정 자체는 또 다른 가해 행위가 되고 사건

의 당사자들은 새로운 피해자가 된다. 학교폭력 사건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짓고

이들을 대립시켰다면 이들 모두는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사건의 해결

과정 속에서 늘어나는 오해와 더욱 격한 감정의 대립은 상처가 되어 사건과 관련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그리고 보호자 및 가족들로 하여금 다시 피해자로서의 정체성

을 가지게 하였다. 학교폭력 사건과 별개로 이들은 해결과정의 대립과 갈등의 피해자

가 된다. 여기에서는 갈등과정에서 겪는 학교폭력 당사자들의 상처와 고통 그리고 영

향에 따른 내면적 역동을 탐색하고자 한다.

1) 피해자의 고통

(1) 일상의 파괴

피해자는 해결과정에서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고 제도적 현실에서 새로운 피해를

경험하게 된다. 학교폭력의 피해자는 사건의 해결과정을 통해서 사건 피해자의 피해

가 가장 우선적으로 회복되기를 기대하며 그것이 당연한 사회적 정의의 실현이라고

믿는다. 피해가 보상되고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교에서 사안이 처리되어 적

절하고 빠른 치료를 통해 피해학생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피해자는 피해자로서 배려와 존중을 받으며 우선적으로 보호되어 사건으로 입은 피

해를 회복하기를 기대하지만 해결과정에서 피해자들은 오히려 사건해결을 위한 지원

이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직접 피해 구제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책임

을 지게 된다. 학교폭력사건 이후 피해 학생과 그 가정의 기본적인 삶은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것과 사건해결에 집중하는 것인데 그 와중에서 그들의 일상적인

생활은 혼란스러워지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진다.

<27. 사건C - 피해자 - 대화모임>조정자: 그럼,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그때 일은 어떻게 했어요?어머니: 아르바이트 세우고 제가 왔다 갔다 했죠. 일한지가 3년 정도인데 그 전에는

먹고 자고 하는 일을 했었는데 애들 때문에 안 되겠다 싶어서 사장님에게

그만두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그럼 급한 일 있으면 나오는 조건으로 출퇴근

하게 되었죠. 아이 병원에 있으면서 왔다갔다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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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그리고 아르바이트들이 계약관계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신경

을 써야 하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조정자: 그럼 사건 나고서 일을 많이 못 하셨겠어요?어머니: 그렇죠. 종석이 병원에 있으면서 제가 왔다갔다 봤고 또 학교에 경찰서에 교

육청에 찾아다닌다고 거의 일을 못했어요. 저희 생활이 제가 벌어오는 것으

로 하는데 일을 못하니까 어려움이 많았죠. 아르바이트 한 번씩 세우면 몇

만원씩 나가고 하니까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위자료에 그것도

실비로 넣었어요.

또한 학교는 학교폭력사건을 학교폭력대책법에 따르기 보다는 비공식적 처리 관행

을 가지고 가해자 처벌에 초점을 두고 있어 피해자에 대한 실제적 보상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피해에 대한 합의 등 당사자들에게 직접적 해결을 요청하는

등 금전적인 문제에 대해 학교 차원의 개입 자체를 꺼리고 있어 당사자들에게 구체적

인 책임이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와 가해자 간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피해자는 고소를 통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고 법적 판단을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이

러한 형사적 사법절차 안에서도 피해자가 당한 피해의 회복은 부수적인 것이 되고 법

리에 입각해 가해자의 유죄여부를 판단하는데 집중하게 되면서 피해자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피해자는 사법절차 속에서 소외되고 방치되면서 자신의 직접적인 피해와 더불어 치

료비와 같은 경제적 문제에 따른 어려움, 피해 당사자의 심리적 고통 등의 직접적인

2차 피해와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그 과정 속에서 일상생활의 붕괴 등과

같은 간접적 피해를 경험한다. 이처럼 사법과정이 피해의 회복이라는 궁극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사건의 해결을 더욱 요원하게 만든다.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피해

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피해를 돌보는 것이나 그 해결보다 법적 절차와 원칙이 우선시

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고 가해자는 책임지지 않고 피해자가 문제해결을 직접 해

야 하는 상황에 분노하게 된다.

<28. 사건A - 피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문제 해결하는 과정에서 뭐가 제일 화나시고 힘드셨어요?아버지: 일단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면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인권을 먼저 생각하고

보호해 줘야 하는데 그걸 전혀 안 들어 준 거죠.연구자: 그게 대책위원회 처벌을 볼 때 그게 안 이루어졌다 생각하시는 건가요?아버지: 제가 학교에다 요구한 걸 그쪽 부모 주소하고 부모님 이름조차도 안 가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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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어요. 법원에 가서도 학교에 가서 열람하라 그러더라고요. 학교는 열람을

안 해주고요.연구자: 그런 것 때문에 아버님 돌아다니면서 자료 찾고 하신 게 많으시겠어요?아버지: 그러면서 저 시간을 무지하게 뺏겼어요. 그러고 나서 우리나라가 법은 참 피

해자를 도와주는 법이 하나도 없구나, 느꼈죠. 솔직히 억울하잖아요. 가해자

가 더 뻣뻣하고 피해자는 발이 닳도록 뛰어다녀서 주소하나 알아보기 힘든

세상인데요.

<29. 사건A - 피해자 - 예비모임>아버지: 제가 한 가지 얘기를 해드리고 싶은 게 내가 그 집에서 저희 집에 전화 온

것은 딱 장희 엄마에게 한 통화, 저에게 한 통화 딱 두 통화 왔어요. 학교에

서 저에게는 학교에서 만납시다, 딱 한 통화 받았고. 제가 그 집에 전화한

것은 한 다섯 통화인가 그래요. 가해자 측에서 피해자 측에 전화해서 만나자

그래서 합의를 이끌어야 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피해자 측에서 언제 합의하

러 올 것이냐고 물어봐야 하는 것입니까? 이게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이처럼 학교폭력 사건 해결과정에서 피해자가 당장 직면한 피해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가면서 정상적인 생활로의 복귀는 이루어지지 않고 피

해자의 고통은 반복된다. 이는 피해자들의 분노를 더욱 커지게 만들고 그 가운데 일

상 깊숙이 남겨지는 상처와 고통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피해자로서 자기인식을 더욱

강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2) 정당성의 부정과 불신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피해자는 끊임없이 피해자로서의 정당성을 공격받는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와 가해가 분명한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은 폭력사건의 원인이 되

었다는 가해자의 공격이나 학교 공동체의 비판에 직면한다. 이는 사건의 해결과정이

해당자들에게 위임되면서 그들 개별적으로 사건에 있어 자기 정당성을 찾아야 하는

과정의 산물이다. 당사자들은 학교의 처벌과정이나 사법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당사

자주의에 입각해 법리에 따른 체계적 논증을 하게 된다. 당사자들은 법에 따라 자신

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상대의 잘못을 부각시켜 자신의 법적 책임을 줄이고 상대방의

법적 책임을 증명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법적 공방 안에서 사건의 해결의 방향

은 당사자들이 사건의 구체적 피해에 대한 원상회복을 시키는 것에서 자연스럽게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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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을 파헤치고 법리적 명분을 찾는 것으로 틀어진다. 그렇기에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상대방을 공격하여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만드는 과정에 침투하게 된다. 가해자는 잘못을 했지만 자신이 그 잘못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

한 노력을 하게 되고 이는 피해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사건의 또 다른 원인이

있었음을 강조하게 된다. 가해자는 상대방이 학교폭력 사건의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것을 과장되게 강조하거나 해결과정에서 피해자의 태도나 합의요구를 비난하고 부당

성을 강조하여 개인적으로나 교육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한다. 가해자

와 피해자의 사건에 대한 이러한 다른 생각들은 학교와 지역사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문으로 퍼져나가면서 이는 사건의 고통 속에 있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가 된

다.

<30. 사건A - 가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피해자 부모님하고는 대화가 잘 안되셨나요?어머니: 대화 자체가 없었어요. 이렇게 대화가 되어야 하는데 대화 자체가 안 돼요.연구자: 어머니, 어떤 부분이 대화가 잘 안되었던 것 같으세요? 그 쪽 스타일이나 그

분의 태도라든지.어머니: 무식해요. 두 내외가 다 무식했어요.연구자: 어떤 면에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어머니: 그 아빠는 자기가 버스 회사에서 최고래요. 아무도 자기를 위협하지 못한다

는 식으로 깡패이미지를 암암리에 부각시키는 거예요. 그리고 아이 엄마는

고소하겠다고 방관하고. 뭐 대화가 안 되죠. 그렇다고 내가 어느 정도지 그

까짓것 막말로 악의가 있어서 때린 것도 아니도 흉기를 든 것도 아닌데........ 씨.......

연구자: 어머니 처음에는 가해자 입장에서 죄송했다가도 그 아버지 태도 때문에 점

점 화가 나셨다는 건가요?- 중략 -

어머니: 누누이 얘기하지만 내 애가 처음에 침을 뱉거나 삥을 뜯었거나 질이 나쁜

애면 백 배 사죄를 하죠. 걔의 다리를 붙잡고 삼박 사일을 밤을 샐 수 있지

만 그런 게 아니라 우발적으로 한 것인데 자연히 우발적이었는데 어떻게 그

럴 수 가 있냐고 그게. 내 말의 가장 핵심은 뭐냐면 얘가 평소에 왕따였잖아

요. 애가 잘 못 어울리고....... 그러니까 이 아빠가 작년에도 그랬대요. 한 명

을 멱살을 잡고서 학교에 와 가지고 너 경찰서에 신고를 하겠다고. 작년에도

그런 케이스가 있었어요. 같은 반 애들이 얘 때문에 피해 안 본 애들이 없어요. 얘로 인해서 그러니까

작년에 2학년에서 제 애가 본보기가 타겟이 된 거죠. 너 회장이겠다, 너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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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면 다시는 누구도 내 새끼 근처에 얼씬도 안하겠다. 그런 생각 안 드세

요. 저는 그런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제 새끼가 타겟이었구나.연구자: 그럼 어머니 재수 없게 좀 걸렸구나 생각도 드셨어요?어머니: 당연하죠. 재수 없어요. 별거 아니에요. 정말, 여기까지 갈 일이 아니라니까

요. 이거는 여기까지 갈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31. 사건A - 가해자 - 예비모임>정주용: 일학년 때부터 좀 같은 반이었던 말을 들어보면 항상 장희랑 애들이랑 안

맞으니까 애들 대부분이랑 보면은 1반 애들 거의 다 생활 지도부에 안 간

애들이 거의 없고 부모님들이 거의 오셨다고.조정자: 장희가 얘기를 해서?정주용: 네. 그러니까 말이 많아요. 그런 얘기가 되게 많아요.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식의 피해자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가해자의 공

격과 함께 협의에 대한 내용이나 왜곡된 정보들이 가해자에 의해 학교와 지역사회에

무분별하게 알려지면서 학생과 가족들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피해사실을 둘러싼 사실 확인, 보상과 관련된 의견 차이 등에 대한 내용들

이 부모들에게서 학생들에게 전달되어 피해학생과 보호자는 불신과 비난의 대상이 되

고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이며 나아가 상호간 적대적 감정을 높이는 이유가 된다.

<32. 사건A - 피해자 - 예비모임>아버지: 제가 법률공단 가서 물어봤어요. 그러면 최고 얼마까지 비용이 들어갑니까?

그랬더니 1, 2, 3차 까지 가면 최고 1200만원까지는 비용이 깨집니다. 그만큼

까지 생각해야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집 어머니에게 최

후통첩을 했어요. 당신 이만큼까지 비용이 깨진다는데 감당할 수 있겠습니

까? 그냥 좋게 끝냅시다고 얘기를 했더니, 뭐, 자기는 할 얘기 없다고 그러

면서 그 얘기를 주용이에게 해서 애들이 장희를 놀렸나봐요.어머니: 똑같은 사기꾼들 모자라고, 모자 사기단이다, 애들이 장희에게 그렇게 놀렸

더라고요. 그러니까 1200만원이나 달라고 한다, 그런 식으로요.조정자: 애들이 너에게 와서 그랬어? 어떤 애가 그랬어?고장희: 지금은 다 잊어버려서 기억이 안 나는데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어요.아버지: 다른 친구들에게 부모들 간에 있었던 얘기를 주용이가 주용이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하는 얘기를 들었겠죠. 학교 가서 퍼트리는 거예요. 조정자: 아 그럼 그 얘기가 장희에게 상처가 돼서 장희가 집에서 와 얘기하는 경우

도 있나요, 그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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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집에 와서 했죠. 두 번인가. 그것 때문에 내가 더 주용이 딴 학교로 보내라

고 했던 거예요.

<33. 사건A - 피해자 - 예비모임>조정자: 그럼 지금까지 이 과정을 겪으면서 치료도 받고 어머니 아버지도 힘겨운 과

정 많이 겪었을 텐데 제일 어려운 것은 뭐였어?고장희: 그러니까 어느 애들이 예를 들면 장난 식으로나 괴롭힐 때가 있을 것 아니

에요. 그러면 걔들이 가만히 지켜봐요. 그러다가 개학하고 얼마 안 있어서

일어난 일인데, 왜 얘들은 고소를 안 하냐고 그래요.조정자: 누구한테?고장희: 경찰서에 왜 고소를 안 하냐고.조정자: 괴롭힌 애가 또 있는데?어머니: 아니 주용이가 얘한테 그렇게 얘기를 한다는 거죠

조정자: 아, 왜 고소 안하냐? 쟤도 해라 이렇게 놀리는 식으로?고장희: 네조정자: 그게 제일 힘든 거였어?고장희: 그러곤 괜찮았어요.

피해자는 이렇게 자신이 겪고 있는 피해를 다수에게 의심받고 거짓말쟁이로 비난받

으면서 심리적 고통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불신이 재생산되고 피해자로서의 정

당성이 부정되는 것은 해당 보호자가 피해학생을 회복시키고 다시 정상적인 학교생활

로 복귀하도록 재통합시키는 것을 어렵게 할뿐 아니라 학교폭력의 재발이나 따돌림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34. 사건A - 가해자 - 심층면담>어머니: 학교에서 장희를 봐요. 급식봉사하고 하니까. 근데 장희는 그 큰 급식실에서

혼자 밥 먹어요. 그 넓은데서 밥 먹는데 엄마 아빠가 저걸 알아야 된다. 빨리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애들 사이에서도 복도에서 화장실을 왔

다갔다하다가 부딪치고 그러잖아요. 그러면 애들이 흘리는 말로 왜 너네 아

빠가 나 고소한데? 나도 고소 할 거냐, 이런 말을 흘리는 말로 다 한다니까! 이건 쇼크에요. 엄청난

이처럼 사건이 진행되는 가운데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확산하는 데 따른 2차 피해는 학교폭력 사건의 피해학생과 보호자에게 새로운 추가적인 고통이 되어 지

속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키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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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힘겨움

학교폭력 사건은 피해자에게 그 자체로 고통이 된다. 자녀가 학교에서 폭행을 당했

다는 것 자체로 가족들은 혼란과 충격을 경험한다. 때로는 이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며 피해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학교폭력에 따른

정신적 충격으로 상담과 심리치료를 받거나 폭행의 결과로 병원치료를 받는 것 자체

가 보호자에게는 참기 힘든 고통이다. 폭행의 피해로 수술과 같은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거나 회복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 가족

은 정신적 고통과 더불어 경제적 손실 또한 감당해야 한다. 때론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적절하게 받지 못하기도 하며 경제난에 시달리기도 한다. 폭력사건 자체가 주는 고통과 어려움에 더해 당사자들이 갈등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통스러운 기억들은 해당 학생뿐 아니라 그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준다. 자녀의 고통에 의해 부모들이 겪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가족생활 안에서 자연스럽

게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전이되고 나아가 상처와 분노의 확대를 가지고 온다.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보호자가 받는 스트레스, 가해자

에 대한 분노와 상처, 사법절차와 제도에서 불만 등은 자연스럽게 가족 공동의 문제

가 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족들은 공동의 고통과 상처를 공유하고 고통의 경험을

나누게 된다. 또한 갈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정신적으로 심각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부가적 고통을 겪는다. 사건이 일어난 후 구체적인 정보도 부족한 상태에

서 학교나 관련기관의 개입도 없이 당사자와 당사자가 만나서 합의한다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당사자 간의 인식과 이해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오해, 상대방의

이해할 수 없는 대응방식과 태도, 경찰고소와 사법절차로 인한 대립, 사건의 종결을

예측할 수 없는 갈등상황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과 심리적 충격이 된다. 자신의 힘으

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갈등상황의 지속은 강력한 스트레스가 되어 피해학생과 가해학

생의 보호자에게 정신적 외상이 된다. 많은 학교폭력의 당사자들이 학교폭력과 그 해

결과정에서의 고통으로 인해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등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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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사건B - 피해자 - 예비모임>어머니: 우리가 아이가 피해를 받고 자전거를 빌려 준 죄 밖에 없는데 왜 이렇게 고

통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뿐 아니라 시댁 식구들까지 이 과정을

겪으면서 고통을 겪었어요. 아무한테도 못 했던 얘기인데 내가 화장실에서

죽으려고도 했었어요. 남편은 모르는 일이에요. 하루 가출까지 했어요. 그런데 어느 누가 우리를 위로하나요. 그런데 저는 용호네가 우리를 위로해야 하

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가 용호 엄마에게 왜 가해 당사자들이 우리에게 그런

위로를 해주지 못하나 이야기까지 했어요. 결국 우리가 포기를 했고 회피를

했어요.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절대 위로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주변 사람들이 우리를 위로하는 것이지 그 사람들이 우리를 위로하지는

않겠구나. 그럴 수 없겠다고 생각이 되더라고요.

정신적 고통과 더불어 피해학생 보호자와 가족들은 사건을 겪으면서 육체적으로 심

약해지고 건강이 악화된다. 무엇보다도 사건 발생에서의 경찰고소, 그리고 법원과정까

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갈등의 긴장은 당사자들의 육체적 피

로와 건강악화에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건강이 악화되는 것은 학교폭력

사건과의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참작되지 않으며 실제 해결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조차 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피해는 피해를 직접 겪는 피해자들에게 사건과

해결과정의 맥락 안에서 또 다른 피해로 받아들여진다.

<36. 사건B - 피해자 - 대화모임>조정자: 아까 부모님에 저희에게 얘기해 주실 때 이것 신경 많이 쓰시고 이럴 때는

지금 또 시간이 흘렀고 눈이 또 정상은 아니지만 많이 좋아졌는데 아버지께

서 그것 때문에 협심증이 악화되었다고 지난번에 말씀하셨는데요. 어머니: 이 사건 겪으면서 협심증이 악화되었어요. 밤에 갑자기 아프다 그래서 저희

신랑 죽는 줄 알았어요. 내가 죽든 이 사람이 죽든 누가 죽었으면 정말 얘기

안 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정신을 차렸어요. 정신을 차리고 이다음에 죄가

된다, 이런 일로 더 이상 상처를 입으면 안 된다, 마음을 크게 먹고 잘 해결

될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랬었어요. 많이 힘들었었어요. 그 동안에.......

<37. 사건A - 피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이 사건 이후 건강도 악화되셨다고 하던데?아버지: 갑상선이 안 좋았는데 이번에 수술도 했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연구자: 어떤 것이 가장 스트레스가 되셨나요? 가해학생 보호자에 대한 화 때문이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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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가해자 부모의 태도죠. 태도만 안 그랬어도 고소할 일도 없었을 거고, 솔직히 좋게, 좋게 악수하면서 헤어질 수 있었어요, 일주일 안에 좋게 끝낼 수

있었던 사건을 거기서 이렇게 끌고 온 거죠.

피해자들은 스트레스와 육체적 건강의 악화 등의 원인을 당면한 학교폭력 사건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이해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가해로 인한 또 다른 피해의 결과로

인식되어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분노, 적대적 감정의 원인이 되었다.

2) 가해자의 상처

(1) 일방적 낙인(烙印)

가해자 또한 해결과정의 갈등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먼저 가해학생은 가해자라

는 낙인과 그에 따른 비난을 받으며 모든 일상의 과정 속에서 문제를 일으킨 가해자

라는 시선에 갇혀 살게 된다. 그러나 가해자라는 이유로 주어지는 일방적 낙인에 고

통스러워한다. 학교폭력대책법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전담기구에 의해 조사가 이루어

져야 하지만 자치위원회도 열리지 못한 경우 대부분 선도위원회를 통한 비공식 처리

로 이루어지면서 그들에 의해 사건에 대한 판단도 전체적인 맥락은 제거되고 단편적

인 사건에만 근거하여 피해자와 가해자가 판가름 난다. 사건을 둘러싼 전후의 정황이

나 맥락, 당사자 상호간에 오고갔던 전 역사는 무시한 채 내리는 피해에 초점을 둔

가해와 피해의 결정은 가해자 입장에서 종합적인 사건 이해가 아닌 피해자 중심의 공

정하지 못한 사건처리라는 인식을 가지게 한다. 사건이 우발적이거나 또는 쌍방의 폭

행이라 하더라도 학교에서는 이러한 정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사실에 따라 피해

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인 판단을 하게 마련이기 때문에 이것은 가해자 입장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근원적인 이유가 된다.

<38. 사건B - 가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아버님 입장에서는 어떤 것 때문에 맞고소를 좀 더 생각하셨던 거지요?아버지: 아니 그쪽에서 그렇게 나오고 용서도 못 하겠다 나오는데 사실은 가해자 피

해자라는 말이 애매한 거예요. 애들 싸움에는.연구자: 아버님은 가해자 얘기를 들으셨을 때 어떠셨어요?아버지: 그 쪽에서 피해가 많으니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데 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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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죠. 일단 치고받고 하는 과정에서 둘 다 피해자죠. 둘 다 가해자고. 좀 많

이 다쳤기 때문에 그 쪽이 피해자고 우리가 가해자라는 용어를 쓰게 된 거

잖아요.

<39. 사건A - 가해자 - 심층면담>어머니: 저는 아직도 그 때 생각하면 70%는 억울한 게 있어요. 좀 명쾌하지는 않아

요. 근데 애가 자꾸 그런 데 이름 올라가는 게 싫으니까 덮어주는 거죠. 정말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안 하고 싶어요. 얘는 자기는 정당하게 가했는데, 정당한 상황에서 가했는데 이게 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요.연구자: 주용이 입장에서는 정당한 것이 있었는데 그런 것을 안 알아준다고 느끼는

것인가요?어머니: 하나도 반영이 안 되었잖아요, 주먹이 갔다는 그것만 보는 것이지 그 과정이

라든지 속마음은 하나도 헤아려 주는 사람은 없었거든요.연구자: 그럼 가해자라고 불리는 것도 억울하신가요?어머니: 사실 그것도 너무 불쾌한 거예요.

대부분의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사이에는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

에 사건의 원인이 되거나 갈등을 일으킨 전(前)역사가 존재한다. 하지만 학교폭력 사

건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반영되는 것에서는 그러한 당사자가 겪은 경험이나 내

면적인 욕구의 불만 등이 고려되거나 소통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가해 학생은 자신

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 사안처리 과정에 억울함을 품고 자신에게 내려진 처분이 공

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40. 사건A - 가해자 - 예비모임>조정자: 근데 좀 물어보고 싶은 게 그 전에 너도 얘 괴롭히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랬잖아. 그게 무슨 일 때문이었어?정주용: 수업 시간에 장희가 애들하고 못 어울리는 게 있어서 혼자 노트에다가 자기

가 제일 싫은 사람이나 그런 사람 이런 거 쓰고 그랬어요.조정자: 애들 이름을?정주용: 일부러 애들 보게끔 쓴 다음에 그런 게 있어요. 되게, 근데 항상 보면은 장

희를 되게 괴롭힌 애들이 1-2위 이런데 저도 항상 4위, 3위 있는 거예요. 가서 물어보면 알았어, 고칠게, 이러고. 이러니까 관심을 받고 싶다, 그렇게 하

는 것으로 보여서 저는 이유 없이 적힐 때도 많고 한동안 장희에게 손도 안

대고 안 건드리고 그랬는데도 괜히 적어놓고 알았어, 지워줄게, 이런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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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고. 그것 때문에...조정자: 그 때 어떻게 했었어?정주용: 주로 괴롭히는 애들하고 같이 괴롭혀도 선생님한테 1학기 때엔 회장이어가

지고 애들 도와주어야 하잖아요. 도와주려고 처음에 회장이니까 싸우는 것도

말려야 하는데 말리려고 가도 같이 제가 있으면요, 누가 봐도 회장이면 먼저

많이 말려야 되는데 저는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고, 안 말리니까 장희도 제

가 괘씸해 보이고, 회장인데 괴롭혔었고. 자기에게 잘 해줘야 하는데 장희는

제가 무조건 자기에게 괴롭힌 것으로 오해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에 수련회 때도요 장희에게 막 무엇 때문인지 기억은 안 나는

데 어디 식당가서 밥 먹을 때에요. 뭣 때문에 장희가 갑자기 기억이 안 나는

데 주용아 너는 공권력이 있잖어, 그래요. 공권력이 뭐야? 그랬더니, 공적인

권력이라면서 너는 권력으로 애들에게 뭐라고 하잖아, 그래요. 그 때도 기분

이 안 좋았고 그런 거 되게 많은데 수업 시간에도 수학 선생님이요, 학교에

서도 유명하신 화를 자주 내시는 선생님이면서도 웃기신데 그 선생님 시간

에 늦으면 안 되고 되게 꼼꼼하세요. 앞문 뒷문 열어 놓고 환기시키고 칠판

하고 다 닦아놔야 되고 심하신데 교실 청소, 복도 청소 다 해놔야 되고. 그시간에도 항상 장희가 늦게 와서 혼나는 경우 많고 체육 시간에도 회장인데

애들 줄 세워야 하는데 장희 늦게 나와서 제가 두 번인가 맞은 적도 있고. 수학 시간에도 그랬고.

가해학생은 스스로의 이야기나 경험은 사건에 고려되거나 반영되지 못한다는 일반

적인 인식 속에서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일방적인 책임요구는 불공정하다는 생각을

가져와 스스로를 피해자로 인지하게 된다. 가해자는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도식이 형성되고 이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후 과정 속의 불공평한 지배적

관계와 무한한 책임요구에 고통 받으며 갈등이 심화된다. 따라서 가해자는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로서의 책임과는 별도로 문제해결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가해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거부한다. 결과적

으로 가해자는 불공평한 구조와 상황 속에서 피해자의 보상 요구와 인격적 모욕, 법적 소송에 따른 사법적 과정 안에서 제도적 피해자로서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2) 무한한 책임 요구

학교폭력 사건에서 피해에 대한 보상은 기본적인 책임이 되며 이는 가해자도 분명

하게 인식한다. 피해자에게 보상은 모든 피해를 충분하고 온전하게 보상하는 것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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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하지만 가해자에게 피해보상은 행위에 대해 제한적이고 합리적인 차원에서 이루어

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보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책

임에 대한 이해의 차이로 가해자는 알 수 없는 무한한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고 느낀

다. 결과적으로 가해자는 이러한 모호한 피해자의 요구에 상당한 심리적 압박과 고통

을 느끼게 되며 이를 피해자의 무리한 요구로 인한 피해로 규정하게 된다.

<41. 사건B – 가해자 - 예비모임> 조정자: 화가 나면 누구나 그렇지만 왜 해결이 안 되었다고 생각하세요?아버지: 내가 느낀 점은, 사고가 난 다음 나중에 두 부부가 만났어요. 그리고 우리가

사과드리고 현재로서는 최고의 의료진에게 최선의 치료를 받아서 아이가 낫

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을 드렸거든요. 어머니: 진수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은 이 일로 인해서 우리가 한 시간 정도를 잘못

했고 우리가 치료를 책임지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다른 뭔가를 원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 때 치료비 말고 우리가 뭔가 더 준비해야겠구나 싶더라고요.아버지: 진수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은 앞으로의 피해에까지 이야기하시더라고요. 대

학을 못 가고 취업을 못하고 결혼을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이야기까지 하

시는데, 물론 나는 치료비뿐만 아니라 위자료까지 해주려고 생각하고 나갔었

는데 그렇게까지 이야기 하시니 쉽지 않겠구나, 싶었죠.조정자: 진수네서 아이의 치료비뿐만 아니라 과하게 요구한다고 생각하셨나?어머니: 진수 아빠 말로는 돈 문제인 것 같은데 진수 엄마는 돈 때문에 그런 게 아

니라고 하셨어요. 그 전에 만나기 전에 어머니에게 진수 아버지가 무엇을 원

하시는 지 이야기를 먼저 해달라고 진수 어머니에게 묻기도 했어요. 그러면

우리가 거기에 맞춰서 뭔가 해보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진수 어머니가 우리

는 돈이 아니라 마음을 바란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아이를 위하는 마음

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보험을 했었고 그 경험으로 위자료에 대해

서 참고해서 돈을 계산해서 제시했었는데, 그랬더니 진수 아버지가 화를 내

며 상대할 사람들이 안 되는군, 하시며 나가버리기도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것도 아니구나, 싶었죠. 나중에 본인들이 제시한 안을 보고는

우리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200만원이 작다고 생각하신 거였구나.- 중략-

조정자: 노력은 많이 한 상황인데 마지막에 합의가 안 되셨네요.아버지: 마지막 만남을 이야기 드리면, 내가 모든 책임을 진다고 하니 용호를 용서해

달라고 하니 용호를 용서를 못하겠다고 했어요. 진수 아버지는 자신의 집에

와서 석고대죄를 하면 용서를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석고대죄라는 게 뭡니

까. 비가 엄청 오는 날 그 집에 갔어요. 진수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인간적인 사람이니 풀어지면 일이 해결 될 것이다, 라고 어머니가 그렇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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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시더라고요. 초인종을 눌렀고 진수 어머니가 나왔고 우리가 왔다고

전해달라고 하니 일단 돌아가라고 했어요.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고 그래

서 계속 연락을 기다렸는데 그 고통의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거예요. 다음 날 만나자고 연락이 왔고 그래서 뭔가 일이 풀릴 것을 기대했죠. 그래서 만났는데 진수 아버지 하시는 말씀이 내가 용호를 용서는 못한다. 그런데

아들 친구고 하니 장래를 위해서 합의를 해주는데 합의서를 써왔는데 거기

에 대해서 이의를 절대 달지 말라고 하고 내가 출장을 간다고 해서 진수 어

머니가 고칠 수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조정자: 치료비 400만원, 위자료 1000만원, 재수의 경우 총 3000만원.어머니: 그 합의서를 보고 너무 놀랐어요. 우리 돈 때문에 그런 것 아니라고 그 동안

그 쪽 부모님께서 이야기 하셨으면서 그게 아니었구나 싶었죠. 결국 돈이었

구나, 정신이 들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우리는 이 정도는 아니라고 했었어요. 그동안 내가 들인 정성이 있는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을 했고요. 그쪽에서 먼

저 자리를 떠났어요. 나중에 진수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물었어요. 이런 합의

가 진수 어머니 생각인지 아버지 생각인지. 그런데 답이 없으시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그리고 우리는 고소할 마음

은 없었는데 이것을 보니 맞고소를 하고 싶다고 말했죠. 우리가 고소를 할

때니 합의서를 조정해라고 했어요.

이처럼 가해자는 피해자로부터 높은 금전적 요구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상징적

보상을 요구받는데 이것에는 반복되는 사과요구, 갈등해결 전 과정에서의 지속적인

비난 등 유무형의 징벌적 요구가 다양하다. 그들은 이로 인한 심적 고통을 겪는다.

(3) 학생에 대한 처벌

가해자가 받는 상처와 고통의 또 다른 원인은 피해자의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 요구

다. 가해학생의 보호자는 자녀에 대한 사법적 절차와 피해자의 처벌요구를 일종의 폭

력으로 받아들인다. 아이들의 문제이긴 하지만 교육적 해결이 아닌 법적 해결을 선택

한 피해자의 행동은 이들에게 미성년자인 자녀를 볼모로 한 위협과 협박으로 받아들

여 진다. 특히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사법적 절차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이해가 부족

한 편이고 이는 법적 과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게 하는데 이는 상대방에 대

한 비난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가해자지만 보호자의 입장에서 자녀가 사법적 처분으

로 인해 고등학교나 상급학교 진학에 부정적 영향은 물론이고 공무원 임용과 같은 취

업에서의 불이익을 포함해 앞으로의 학교와 사회생활에 흠집이 생긴다는 두려움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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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편에 대한 분노로 바뀐다. 가해자에게는 피해자의 고소와 법적 처벌이 같은 교육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자식을

기르는 부모 된 입장에서 무책임하고 잔인한 행동이라고 받아들이고 피해자를 미성년

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가치를 무시했다고 간주하여 비난하게 된다. 또한 가해

학생의 미래에 상처가 남았다는 사실 자체에 그의 부모는 가족 구성원으로 집단적 분

노를 공유하는데 이것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렇듯 고소

는 가해자로 하여금 사건해결 과정에서 고통의 이유가 되고 나아가 피해자에 의한 피

해자로 보호자 자신과 학생을 상정하게 만드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42. 사건A - 가해자 - 예비모임>조정자: 법으로 진행되는 것에 두려움이 많으시겠어요. 모르시니까

어머니: 무서워요. 계속 애를 데리고 출석을 해라 마라 민사로 가면 그럴 것 아니에

조정자: 어머니 경찰 고소가 되었다고 처음 들었을 때 첫 느낌이 어떠셨어요?어머니: 확 주저앉았어요. 그리고 막 몸살이 났어요. 제가 막 느낌이 정말로, 정말로

내 새끼가 별거 아닌 것으로 툭 쳐서 갔는데 경찰서까지 간다그러면 어느

부모가 황당하지 않겠어요. 평소 얘가 정말 동네에서 침 좀 뱉고 삥 좀 뜯고

한 애라면 어떻게 하겠지만 그런 기미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저도 내 새끼

를 잘 아는데 학교에서도 잘 아는데 단지 이거 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말그 쪽 부모가 정말 이해가 안 갔어요. 같이 자식 키우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 어린 애를. 어떻게 그렇게 할까. 아직도 저는 괘씸해요 그 쪽 아

빠 생각하면.조정자: 그럼 어머니 경찰서에 고소한 게 제일 사실 화가 나는 것인가요?어머니: 분하죠.

사법적 처리가 아니더라도 사건 처리과정에서 피해자가 요구하는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은 가해 학생 보호자 입장에서 반복적인 상처의 이유가 된다. 학교에서 청소년시

기의 아이들끼리 있을 수 있는 일에 대해 교육과 선도가 아닌 처벌을 요구하는 것 자

체에 가해자는 분노하고 처벌을 수용하기보다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진다.

(4) 인격적 모욕

가해자가 피해자를 자신들을 향한 공격이자 가해로 받아들이는 또 다른 요소는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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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피해자의 일방적이고 무례한 요구와 비난이다. 피해자는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거나 전적인 책임인수를 하지 않는 가해자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사과하고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가해자는 피해자

-가해자 구도의 불평등한 관계 그 자체에서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며 피해자가 자신의

요구를 무조건 강요하는 태도를 보일 때 가해자로서 자신의 필요와 요구에 대해 아무

런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에서 억울한 감정을 가진다. 이를테면 피해자에게 ‘부모가

자식 교육 더럽게 시켜서 이렇게 되었다’와 같은 말이 나오면 양측은 격한 감정적

대립 속에서 무례한 표현들을 주고받고 피해자의 ‘우리 아이 앞에서 부모가 무릎 꿇

고 사과해라’와 같은 비합리적인 요구를 받으면서 가해자는 충격과 동시에 피해의식

을 가진다.

<43. 사건A - 가해자 - 예비모임>조정자: 제일 상처가 되었던 말이 뭐세요?어머니: 무릎 꿇고 나보고 각서 쓰라고. 자식 교육 잘 시키겠다고. 그것은 인류역사

상 없다고 봐요.조정자: 어머니 모욕감을 느끼신 것인가요?어머니: 그렇죠. 그렇게 니가 똑똑해? 그럼 갈 때까지 가 봐라. 내가 한 번 지켜보마.

그래가지고 내비 두었더니 저 쪽에서 점점 화가 오른 거겠죠. 나는 니들이

언제까지 가나보자.조정자: 무릎 꿇으라는 이야기에 어머니도 화가 나신 거군요.어머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애들끼리의 문제인데 어떻게 어른이 가서 무릎

을 꿇어요. 누누이 얘기하지만 내 애가 처음에 침을 뱉거나 삥을 뜯었거나

질이 나쁜 애면 백 배 사죄를 했죠.

이처럼 가해자로서 무엇을 책임져야할 지에 대한 공신력 있는 판단의 근거나 기준

없이 당사자 간에 협의를 통해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은 피해자가 과도한 보상을 바라

거나 가해학생에 대한 법적고소와 처벌요구, 인신공격에 따른 인격적인 모욕 등이 이

루어지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이는 가해자를 해결 과정의 피해자로 인식하게 만든

다.

3) 피해자로 살아가기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는 학교폭력사건 자체의 문제와 이로 인한 사건의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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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의 상호작용과 역동 속에서 받은 상처와 고통으로 각자가 피해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 나가게 된다. 피해학생과 가족은 사건이 발생한 순간부터 이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심리적 고통, 사건처리에 따른 피로로 인해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힘겨움을 겪

는다. 이에 더해 해결과정에서 가해자의 무책임한 태도나 피해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이나 권익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제도 속에서 2차 피해를 지속적으로 경험하면서

스스로의 피해자 정체성을 강화해 나간다. 가해학생과 보호자는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만 피해자의 과도한 요구와 학생

에 대한 사회적 낙인에 불안과 분노를 느낀다. 사건의 전후 맥락은 무시한 채 가해행

위에 대한 단편적 이해만으로 처벌하고 학생을 한순간에 폭력 전과자로 만들어 버리

는 학교와 사법제도에 절망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침묵하고 비합리적

요구에 무조건적인 수용을 요구받아 온 가해자는 피해자의 고소를 계기로 학교폭력

사건과 별개로 그것의 해결 과정과 제도의 피해자로 스스로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피해와 가해는 사건 그 자체의 영역을 넘어 해결과정을 통해 서

로 꼬리를 물고 새로운 가해와 피해를 만들어내며 상대를 가해자로,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어내는 가해와 피해의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피해자가 얼

마나 쉽게 가해자가 될 수 있는지 경험해 왔다. 작게는 일상의 작은 다툼에서 길게는

우리의 역사의 순간이 그렇기도 했다. 학교폭력에서도 피해자의 상처는 깊어져 분노

가 되고 이는 또 다른 폭력이 되어 아픔과 고통을 만들어내며 주변의 당사자들을 자

신과 같은 피해자 되기의 악순환 속으로 들어오도록 만든다.

(1) 정신적 외상 경험으로서 학교폭력 사건

다양한 학교폭력 사건은 그 자체로 이를 경험한 피해학생에게 정신적 외상의 경험

으로 나타난다(Mynard & Alexander, 2000; 신성웅 외 2000; 윤지은, 2007; 정연미, 2005). 그러나 이는 학생에게 제한된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 사건과 그 해결과정은 당

사자들의 통제를 벗어나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강력한 스트레스를 일으키며 직접적

인 피해학생 뿐 아니라 문제해결의 실제적 책임을 지고 참여하는 보호자와 가족 구성

원에게도 정신적 외상을 남기는 사건으로 발전한다. 정신적 외상을 뜻하는 트라우마는 ‘상처받다’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하였다. 정신

적 외상(trauma)는 개인이나 집단의 건강한 삶(well-being)을 위협하는 것으로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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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성 그리고 신뢰에 대한 우리의 신념을 흔들어놓는 개별 또는 일련의 사건으로서

우리가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압도당했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Levine, 1997). 사람들은 정신적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 인생은 더 이상 전과 같지 않다고 말하며

자신은 본질적으로 변했다고 느낀다. 그들의 정체성, 그들의 정서와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적인 반응들, 인생에 대한 그들의 개관과 타인과의 상호 작용 등에 전체적인 변

화를 겪는다. 이들에게는 더 이상의 안전도, 예측 가능성도, 믿음도 사라진다

(Kellermann & Hudgins, 2000). 정신적 외상은 개인, 지원체계, 지역사회 그리고 문화

의 존속에 대한 실제적인 또는 인식적인 위협이다. 뇌나 신경계에 영향을 주며 자아

및 영적 발달에 잠재적으로 해로우며 몸과 관련된 부분, 관계를 만드는 것 그리고 일

과 배움에서의 생산적 참여에 변화를 가지고 온다. Levin은 정신적 외상(trauma)을 자

동차의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았을 때 일어나는 충격에 빗대어 설명하였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자동차는 움직이지 않고 아무것도 안 일어난 것처럼 보이

지마 차량 내부의 내연기관들은 엄청난 부하를 받고 고장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정신적 외상사건도 외형적으로 인간존재는 항상성을 유지하지만 그 내면에서는 정신

적 충격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 이 같은 정신적 외상을 일으키는 사건은 다양하다. 정신적 외상은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발생하는 급성 정신적 외상 또는 과거 사건들에 대한 치유 없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사건에 따른 점증적 정신적 외상이 있으며 이들은 허리케

인, 홍수, 토네이도, 가문, 지진 등과 같은 자연적 현상에 의해 생겨날 수 있으며 학

살, 폭력, 전쟁, 갈등, 범죄행위, 전쟁, 학대, 무시 그리고 학교폭력 및 왕따 등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자연재해 같은 경우 급성 정신적 외상을 일으킨

다면 지속적인 갈등, 학대, 무시 등은 점증적 정신적 외상의 원인이 된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들뿐 아니라 자녀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충격은

보호자들에게도 정신적 외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사건의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갈등과 대립이 지속될 때 수반되는 심리적 고통 역시 당사자에게 정신적 외상의 원인

이 된다. 그렇기에 학교폭력을 경험한 당사자를 비롯해 그 가족 역시 해결과정을 거

치면서 다양하게 정신적 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신적 외상 사건의 경험이 반드시 정신적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충격도 이를 받아들이

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같은 사건도 정신적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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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단순한 스트레스의 경험으로 잊혀지기도 한다. 또한 일반적으

로 정신적 외상의 경험의 영향이 신체적 외상과 같이 눈에 보이거나 드러나는 변화가

있지는 않다. 따라서 당사자들이 경험하는 정신적 충격과 고통의 정도는 사건과정에

서 다루어지는 것이 어려우며 쉽게 무시된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내면은 외상적 경험

에 따른 심리․정서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 피해자-가해자 되기의 악순환

학교폭력과 그 해결과정의 지속적인 갈등과 대립은 당사자들에게 정신적 외상이 되

어 깊은 상처와 충격으로 수용되고 피해자와 가해자는 새로운 피해의 피해자가 되어

간다. 이러한 충격과 상처는 인간 내면의 심리적 역동을 일으키는 데 올바르게 다루

어지지 못할 경우 이는 피해자에서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가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

자는 다시 피해자가 되는 피해자와 가해자 되기의 폭력적 악순환’을 그리게 된다

(Star, 2007).

[그림 4-1] 피해자의 악순환 (Yoder,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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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외상 사건으로 인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을 경험한 사람은 강렬한

충격 이후 자신의 피해에 대해 분노와 의문을 가진다. 슬픔과 두려움이 있지만 억누

르면서 무기력을 경험하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정의의 실현을 추구하며 자신의 정당성

입증을 갈망하고 복수에 대한 환상을 가진다. 그리고 이것이 실패했을 때 자신과 상

대방의 관계를 선과 악의 대립적 관계로 이해하고 상대를 소통과 협의의 대상보다는

적으로 규정하고 비인간화 하여 자기방어라는 명분으로 유무형의 폭력사용을 스스로

정당화하며 가해자에게 자신이 받은 것 이상의 고통과 피해를 주게 된다. 이러한 피

해자의 악순환의 도식화된 과정은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양 당사자들인 학교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경험에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학교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사건의 충격에서 상실감과 분노를 느낀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또는 내 아이에게 일어났는가에 대해 알기를 원하며 또한 해결과정에서 왜 가

해자가 책임을 명확하게 수용하지 않고 합의를 거부하고 사과도 제대로 안하는지 그

이유를 알기 원한다. 피해자로서 이해할 수 없는 가해자의 행동은 대화모임에서 사건

해결의 중요한 쟁점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를 피해자로 인식하는 가해자 역시 마찬가

지다. 과도한 보상금, 자녀에 대한 법적 고소와 처벌에 고통 받는 가해자는 피해자가

왜 법적 고소를 하는가, 어떻게 같이 자식을 기르는 입장에서 처벌을 요구하는가, 무엇 때문에 그런 보상금을 원하는가, 등 자신에게 피해를 준 사건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기 원한다. 그러면서도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슬픔을 느끼거나 두려워한다. 왜 이

런 사건이 일어나 나를 힘들게 하는가, 라는 생각에 답답해지거나 막막함을 느끼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의 행동에 두려움을 느낀다. 피해학생들은 추가적인 폭

력의 가능성에 두려워하고 어떻게 저항하지 못한 자신에게 수치심과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피해자 보호자는 폭력 피해자가 된 자식을 보면서 자책하기도 하고 보호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과 슬픔을 가진다. 또한 해결과정에서 보이는 가해자의 행

동에 분노하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막막함과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 나아가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상대방의 강압적이거나 공격적인 태도와 대결적 갈등상황

에 심적 부담을 느끼고 두려워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고 내면의 적대적 감정이 강화될수록 당사자 간에 만나는 것

조차 힘들어한다. 가해학생 역시 사건 이후 학교 자치위원회의 처분, 경찰에서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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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사법적 절차에 두려움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알

지만 그 과정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감당하기 벅찬 상황에 막막

함을 가진다. 보호자 역시 경찰고소와 사법과정을 거쳐야하는 자녀를 지켜줄 수 없다

는 것에 답답해지면서 이것이 자녀의 미래의 성장과 발전에 장애가 되고 어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걱정스러워한다. 나아가 기약 없이 길어지고 정보조차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사법적 과정에서 갈등은 심화되면 해결의 의지는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과

정에서 당사자들은 사건 해결의 의지를 상실한다. 두려움과 막막함을 억누르며 갈등

의 과정을 감당했지만 그 시간이 늘어나면서 지쳐가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변하지 않는 일상의 고통 가운데 더 이상 사건해결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때론 무기력해진다. 반복되고 길어지는 정신적 고통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피해학생은 여전히 안전하지 못한 학교 환경에 불안해하

고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해결과정에 지쳐간다. 피해학생들 역시 대인기피증이나 우울

증을 보이기도 한다. 직접 사건의 해결과정에 책임을 지고 참여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짊어진 피해자 보호자 역시 몸과 마음은 황폐화된다. 사람과 사회, 제도에 대한 불신

을 가지고 자녀가 겪는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에 동참하면서 불면증, 우울증을 경험한

다. 가해학생 또한 자신에 대한 주변의 낙인을 의식하고 학교나, 가족, 사회로부터 인

정받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자책하며 불안을 가지고 생활한다. 가해자의 보호자 또한

사회와 사람에 대한 불신 속에 힘겨워하며 해결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요구받는 다양

한 법적 책임과 물질적 보상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이는 단일 사건과 관련해 한

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들은 학교와 일상을 포함해 모든 관계의 경계

를 넘나들며 고통을 호소한다. 이러한 고통 가운데 당사자들은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고 입은 피해에 대해 복수

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그로인해 자신이

어떠한 피해를 입었는지를 알기 원한다. 또한 사건의 원인과 결과가 축소되지 않고

명확하게 여러 사람에게 인식되고 나아가 자신이 사건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 확인받고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받고자 한다. 반면에 가해자는 사건이 단편적으

로 봤을 때 자신의 잘못이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히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게 만든 피해

자의 과실이나 원인이 있으며 또한 자신은 피해자가 주장하는 만큼 과도한 피해를 일

으키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항변하기 원한다. 나아가 해결과정에서 가해자는

자신의 맞고소나 대립 속에서 해결과정이 길어진 것도 피해자의 비합리적인 행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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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른 것이라며 정당화한다. 피해자 역시 이러한 갈등과 대립의 책임을 가해자의 무책

임한 태도에 돌린다. 이처럼 양측 당사자들은 자신의 기본적인 정당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동시에 이를 위해 상대의 정당성을 공격하기도 한다. 학교폭력의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서 복수에 대한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선과 악의 대립적 관

계를 설정하고 자기중심적 사건해석과 이야기의 구성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자기방어와 보호의 관점에서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부여해나간다. 피해

자들은 사법처리라는 문제를 선택하는 데 있어 미성년자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도 상

대를 비인간적인 존재, 자신과 같이 고통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존재가 아니라 무식하

고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로 만들어버리고 자신의 고소행위를 스스로에게 어쩔 수 없

는 선택이자 정당한 행동으로 합리화한다. 가해자 역시 자신도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

했다고 정당화하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해결과정이 복잡하게 전개된 책임을 피해자의

비합리적인 태도와 요구에 돌린다. 그리고 이를 통해 피해자에게 맞고소와 같은 자신

의 행동은 정당방위이자 자신에 대한 보호차원의 방책이라고 강변한다. 자신들만의

내러티브 가운데서 스스로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한 당사자들은 이제 서로를 공격하고

비난하며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어간다. 학교폭력 사건은 해결과정을 거치면서 더 이상 학교폭력 사건 자체에 국한되지 않

으며 해결과정 그 자체가 새로운 사건이 되고 문제해결의 주요 쟁점이 된다. 학교폭

력 사건과 그 해결과정에서의 당사자들의 경험은 학교폭력 사건과 해결에 대한 인식

과 이해를 지배하고 통제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사건에 관계된 모두가 단순히 학생

당사자의 가해와 피해가 아니라 가족들의 문제로 확대되어 집단적으로 피해자화 된

다. 하지만 피해자로서 살아가게 된 이들은 피해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새로운 가해자가 된다. 피해자 가해자 모두가 사건해결과정의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

로서의 내면적 악순환 속에서 서로는 무한히 새로운 피해와 가해를 생산해 내면서 반

복되는 피해자와 가해자 되기의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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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2] 피해자-가해자 순환도식 (Yoder, 2005)

정신적 외상 사건을 경험한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는 다시 피해자가 되어

가해자의 길을 반복하게 됨을 보여주는 ‘피해자-가해자 순환도식’은 학교폭력의 피

해자와 가해자 또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가 사로에게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는 다시 피해자가 되

어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은 이제 피해자의 얼굴을 하고 살아가게 된다. 이상에서 학교폭력 이후 해결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피해자와 가해자들의 갈등과

정을 재구성해보고 유무형의 다양한 갈등을 전개시키고 발전시키는 구조와 원인을 살

펴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복잡하고 상호의존적인 갈등경험 속에서 당사자들은 자신의

실제적인 필요와 욕구를 해결하지 못한 채 피해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피해자와 가해

자의 악순환 속에 살며 갈등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학교폭력 당사자들

은 복합적인 다층적인 원인에 따른 갈등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상호간에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들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가 경험하는 다양한 갈등의 현상과 구조를

무어(Moore, 2003)가 제시한 다섯 가지 갈등유형인 사실관계의 갈등, 가치관의 갈등, 이해관계의 갈등, 구조적 갈등 그리고 인간관계의 갈등에 대입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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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이익

가치

구조관계

이해관계 갈등의 원인

- 유무형의 피해에 대한 물질적

피해보상에 대한 이견

- 잘못에 대한 책임과 처벌에 대한

입장 차이

예) 병원 치료비 보상, 치료비용의

보험처리 문제, 보호자 경제활동

피해에 대한 보상, 정신적

피해보상, 처벌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입장 차이 등

사실관계 갈등의 원인

- 가해와 피해 사실에 대한

잘못되거나 왜곡된 사건 정보

- 피해에 대한 이해와인식의 차이

예) 피해에 대한 축소 및 과장,

주변에 거짓 정보 유포, 피해사실에

대한 의심과 부정 등

구조적 갈등의 원인

- 처벌에 초점을 둔 가해자

중심의 응보적 대응체계

- 대응체계의 이원적 구조에

따른 중복된 처벌

- 사건처리를 위한 안전망과

관련 정보의 부족

예) 자치위원회 일방적 처벌

결정, 학교와 사법기관의

중복처벌, 해결과정에서 피해

자와 가해자의 실제적인 필요

와 욕구 무시, 학교의 책임

회피 등

인간관계 갈등의 원인

- 상대에 대한 오해와

불신으로 형성된 적대적

감정과 편견

- 협의과정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이로 인한 오해

예) 인신공격, 각서쓰기,

무릎 꿇기, 석고대죄하기 등

과도한 요구들, 자녀에 대한

비난과 공격, 의사소통의

실패, 사건의 회피, 정신적

고통, 진정한 사과와 위로,

공감의 부재

가치관 갈등의 원인

- 교육적 해결 방법

에 대한 입장 차이

-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태도

예) 처벌과 징계중심

해결, 경찰고소와

사법처리, 물질적

보상 요구 등

[그림 4-3]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의 유형과 원인(Moore, 2003,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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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회복(Restoration)을 위한 피해자-가해자 욕구

당사자들은 갈등의 마지막 해결단계에서 대화모임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다. 학교폭력 해결과정에서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은 법과 제도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학교의 사건처리과정과 사법제도 안에서 사건의 주체지만 해결의 객체로 존재하면서 각

자는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제도의 통제 속에 갇힌 것이다. 당사자들은 자신

들에게 일어난 폐해와 그 영향을 실제로 일어난 경험이 아니라 사법적 잣대로 판단

받는 가운데 당사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렸고 결국은 타인의 목소리마저 들을

수 없었다. 대화모임은 이렇게 잃어버린 당사자들의 욕구와 권리를 재구성해 나가는

시간이자 과정이 된다. 대화모임을 통해 당사자들은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이 규범과

법질서의 파괴가 아니라 각자 일상의 삶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처벌과 피

해보상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책임을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구에 따라 풀어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대화모임에서 당사자들의 가장 강렬한 욕구는 사건 해결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스스로 통제하고 결정하길 원하는 주체성의 회복이다. 학교폭력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구조의 한계

로 인해 당사자들은 오해하고 분노하고 대립했고 구체적인 피해 회복을 논하는 대신

에 사법논리에 따라 서로를 비난하고 결함을 들추어냈던 당사자들은 대화모임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발견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었다. 대화모임은 당사자들이 직접 경험을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삶 가운데서 이것들이 어

떠한 의미가 되고 영향을 주었는지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자리다. 피해자는 학교폭력

사건으로 자신이 겪는 피해자로서의 고통을 가해자에게 이야기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

해 가해자는 피해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가해자 역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고 이로 인한 피해를 원상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논의하

는 것과 더불어 가해자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피해자 또한 자

신이 생각하지 못한 가해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이해하는 기회를 가지면 사건에 대한

상호이해와 공감을 만들어간다. 보호자들 역시 사건 과정에서의 갈등에 대해서 설명

하고 이것이 상처라면 아픔을 이야기하고 오해라면 설명을 듣고 그것이 피해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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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으로 남았다면 회복에 대해서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다. 본 장에서는 가해자들이

대화모임의 참여를 중심으로 이들의 상황과 해결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과 더불어 당

사자들이 탐색하고 발견하는 자신들의 필요와 욕구, 경험의 의미들을 이해하고 대화

모임의 의미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

1. 피해자-가해자의 이야기

1) 대화모임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

해결과정을 거치면서 피해자로서 자기의 정체성을 가지고 대립과 반목으로 서로를

외면하고 있던 이들이 대화모임을 통해 처음으로 타인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학교폭

력 사건이 일어난 이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보호자들이 만나서 당사자로서 겪은 폐

해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회복을 위한 각자의 필요와 욕구에 대해 소통하게 된다. 당사자들에게 대화모임은 사건이 진행되면서 겪은 고통스러운 경험들과 기억, 그리고

자신의 피해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는 첫 시간이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대화모임 실천 사례는 대부분 갈등과 대립으로 비공식적 단계에서 해결

되지 못하고 사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던 것들이다. 경찰단계에서의 수사나 법원단

계에서 재판을 앞두고 이루어졌거나 또는 경찰고소 후 학교의 자치위원회에 의해 의

뢰되었다. 당사자 상호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상호불신으로 법적 해결 외에는 별다

른 가능성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초기에 피해자들은 상대방

에 대한 아무런 신뢰가 남아있지 못한 상태에서 대화모임의 개최는 또 하나의 요식행

위라는 이해를 가지고 있었고 재판을 통해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를 처벌하겠다는 생

각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굳이 또 다시 고통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는 추가적인 과정

을 원하지 않았다.

<44. 사건A – 피해자 – 대화모임>아버지: 나도 판사님에게 얘기 했을 때 왜 내가 이것을 해야 합니까, 그랬어요. 그랬

더니 상황설명을 하더라고요. 재판을 1-3년을 끌어야 하고 비용 시간 뺏기고

그러느니 이거 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처음에는 제가 거절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너무 화가 많이 나서. 어떻게 자식이 그랬었는데 부모는 애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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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나 몰라라 그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싫습니다, 세 번 거부 했다니

까요. 눈물이 딱 나오더라고요. 닦고 말았는데 억울한 마음이 올라오더라고

요. 10분간 설득을 시키더라고요. 그래서 해보겠다고 했어요. 또한 피해자는 가해자와 직접 대면한다는 것 자체에서 부담감을 느꼈으며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에 합당한 처벌보다는 대화모임을 통해 면죄부를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가져 대화모임에 부정적 입장을 가졌다. 피해자들에게 반복되는 해결과정의 실패와

제도에 대한 실망은 새로운 제도적 시도에 대한 회의를 주었으며 상대방에 대한 분노

와 처벌에 대한 욕구로 가해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기회를 주게 될까 염려하여 참여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가해자 역시 피해자를 만나는 것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대화모임

의 과정이 추가적인 재판과정으로 또 다른 처벌적 수단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로 대

화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더 이상 해결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해결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참여를 결정하였다.

<45. 사건B - 가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당사자 부모님을 만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은데 대화모임에 나오

시게 된 중요한 이유가 있으셨어요?아버지: 이런 제도가 있다고 하니까 참가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이 되었죠. 잘되

면 좋고 안 돼도 어차피 포기한 상황이니 더 나빠질 이유는 없잖아요. 당연

히 나가야죠.연구자: 그럼 대화모임에 나오시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무엇이세요? 합의라던가,

또는 어느 특정한 부분에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신 거 있으세요?아버지: 당연히 합의문을 작성해서 고소 취하해 주었으면 하는 게 제일 바람이었죠.연구자: 이게 용호에게 악영향이 갈까 걱정을 많으셨겠어요.아버지: 사실 그게 제일 컸죠.

당사자들의 대화모임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나 태도는 대화모임에 대한 이해의 부족

에 기인하는 것도 있다. 무엇보다도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모임을

통한 피해자의 실질적 혜택이나 기존의 사법적 과정과의 차이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초기에 당사자들에게 대화모임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대화모임의 참여를 결정하는 공통된 배경에는 당사자들이 조기에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상황을 종결하겠다는 욕구와 실익에 대한 기대가 있다. 피해자

들은 상대에 대한 불신으로 합리적 대화나 해결에 대한 기대는 없었지만 조정자의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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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을 받아 형사재판과 민사재판까지 가지 않고 적절한 단계에서 합의에 도달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참여하였다. 모순된 감정이지만 재판을 통해서 끝까지 처벌하길 바라

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문제와 정신적 힘겨움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대화모임을 선택하

였다. 가해자들 또한 대화모임이 사법적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사건

에 대한 종결에 이룰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참여의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현실

적으로 실제적인 피해회복, 재발방지, 관계적 회복, 사건종결에 있어 실익이 없는 형

사재판과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것 대신에 대화모임을 통해 당사자의 필요와 욕구에

입각해 해결하고자 하는 기대와 참여를 이끌어내었다.

2) 피해자 이야기 - 살기위한 몸부림

(1) 진실의 확인

대화모임에서 피해자는 가해자와 마주하여 지난 갈등의 시간과 다시 대면하고 제3자의 도움을 받아 본인이 자신의 욕구를 안전하고 명확하게 그리고 직접적으로 이해

함으로써 가해자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진다. 긴 대립과 갈등이 만들어 낸 해악들을

직접 이야기하며 회복을 위해 논의하고 대안을 찾아 가해자와 소통하며 피해자는 자

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피해자는 사건이 일어나고 사실을 알아가는 가운데 다양한 정보들을 얻지만 무엇이

사실이고 진실인지 알지 못한 채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의 필

요에 따라 왜곡된 이해 잘못된 사실정보들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정신적 피해를 주기

도 한다. 그렇기에 학교폭력의 해결과정에서 피해자는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과 총

체적 진실에 대해 알고자 하며 왜 그렇게 되었는지 확인하길 원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진실에 대한 확인이다. 하나는 피해 당사자에게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명확한 사실 확인과 인정이

다.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학교에서 조사가 이루어지지만 사법권이 없는 교사의

조사가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확인이 되지 못한다. 사건이 일어나고 당사자들은 자신

의 관점과 이해 안에서 사건을 인식할 뿐이며 따라서 당사자간의 인식의 차이는 다양

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사건에 대한 명확한 확인과 사실인정이 이루어

지지 않으면서 피해자는 자신이 정식으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고 때로는 가해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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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해 사건이 무시되고 왜곡되기도 한다. 사건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돌려지기도 하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게 된다. 그렇기에 피해

자는 가해 당사자와의 만나서 정확하게 사건이 왜 일어났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듣

고 동시에 무슨 피해가 발생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확인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어떻

게 피해를 회복하고 고쳐나갈지에 대해 인정받기를 원한다. 다른 하나는 해결과정에서 가해자 보호자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태도에 알기를

원한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이해할 수 없는 해결과정의 행동들 - 맞고소를 왜 했는지, 소리를 지르고 합의금을 주려고도 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왜 합의를 거부하고 연락

도 안했는지 등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를 통해 가해자의 부당함을 폭로하고 그 원인과 이유가 자신이 아니라는 정

당성을 얻기 원하며 피해사실을 인정받고 나아가 이를 통해 자신의 고통이 가해자에

게 알려지며 원상회복을 위해 자신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말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화모임을 통해 진실을 알고자하는 것은 피해자로서 궁극적으로 자기 정당

성을 인정받고 존중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갈등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가해 당사자에 의한 2차 피해에 대한 고통을 호소해 왔다. 피해자지만 피해자로서 그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고 스스로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버리기도 한다. 피해자는 사건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피해

사실조차 왜곡되어버리고 피해자로서 배려와 존중을 받지 못하는 현실로 인해 고통과

분노는 더욱 커지게 된다.

<46. 사건A - 가해자 - 예비모임>정주용: 1교시 .코 아프다고 그러면서 장희 그렇게 되고 저는 그게 별로 문제될 게

없다고 봤는데요. 저는 그냥 손등으로 쳤어요. 다른 애들은 매일 주먹으로

얼굴 때리고 발로 머리차고 그래요.조정자: 니 얘기를 들어보니까 니가 화가 나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쳤는데 근데 그

게 코뼈가 휘었다 들었고 너는 그게 이해가 안 가고. 너가 때렸을 정도로는

코뼈가 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정주용: 아니 제가 힘을 안 주고 탁 쳤는데 그것 때문에 솔직히 넘어졌을 때도 소리

를 지르고 그러는데 제가 힘을 빼고 손 등으로 탁 쳤는데 그것 때문에 금이

갔다는 것은 믿을 수도 없고요. 또 애들에게는 휘었다고 말하니까 더 못 믿

겠어요. 코뼈가 나갔다고 들었는데 그, 장희가 수술을 하고 나서 저희 반

애들이 가서 장희에게 붙어 다니고 그래요. 괴롭히고 물어보고 이러려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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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저희 반 애들이 물어봤대요. 그랬더니 코에 금 간 것이 아니라 코가 이렇

게 휘어져가지고 그 형태만 잡았다고. 따로 장희에게는 말 안하고 그냥 아무

일 없이 넘어갔는데 사회봉사도 가고 장희에게 사과하려고 해도 그것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47. 사건A - 피해자 - 예비모임>연구자: 걔가 너에게 잘못을 한 거잖아, 그럼 너에게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어? 그런

권한이 너에게 있다면 말이야.고장희: 어........ (침묵) 잘 모르겠어요. 일단 사과는 받고요.연구자: 아직 사과를 못 받았니? 학교에서도?고장희: 학교에서 하라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안 받았어요. 그거에 대해 미안하다 이

런 말도 안하고요. 요즘 들어서 걔가 자꾸 그래요. 살짝 쳤는데 (코가) 나갔다고 그러냐고.

연구자: 요새도 그런 말을 해?피해자: 가끔요.연구자: 지금도 못 믿겠다는 거야? 그런 말을 들으면 장희는 어때?피해자: 하하, 열 받죠.연구자: 장희가 원하는 사과에는 그런 것도 포함되어야 갰네?피해자: 네.

문제해결 과정에는 당사자 각각의 입장의 차이만 확인할 뿐 피해자 스스로가 사실

확인이나 진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경찰의 조사나 학교폭력 전담기구의 실태

파악도 당사자들의 각각의 입장 차이를 확일할 뿐 총체적 사실에 대해 밝히지는 못한

다. 그렇기에 대화모임은 피해자에게 사건의 진실을 확인하고 이로 인한 자신의 고통

을 세상에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피해자는 법적인 잘

못을 확인하는 사법적 진실이 아니라 사건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피해의 고통을 존

중받고 인정받는 진실을 추구한다.

(2) 진정한 사과

사건에 대한 명확한 사실을 확인하고 인정받는 것과 더불어 피해자는 대화모임을

통해 진정성이 있는 사과를 받기 원한다. 사건 해결과정의 초기부터 진심어린 사과는

언제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요구했던 것이다. 피해자에게 사과는 정당함의 입증이며

자신의 살아가는 사회의 기본적인 믿음과 신뢰에 대한 회복이자 정의의 구현이다.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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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한 사람이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내가 받은 고통을 인정해주는 것을

거부당한 피해자는 더 이상 무엇을 믿고 살아야하는가라는 혼란에 빠진다. 그렇기에

피해자에게 사과는 가장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욕구가 된다. 진정한 잘못의 인정과 사

과와 존중을 경험하지 못했을 때 피해자는 모든 것을 부정당하고 자신의 가치체계가

무의미해지는 혼란을 겪게 된다. 당사자들이 원하는 사과는 단순히 미안하다는 표현의 문제는 아니다. 명확한 사실

확인에 입각해 갈등전개 과정에서 가해자 보호자가 보여준 선택과 태도에 대한 잘못

을 인정하는 것이다. 피해자는 피해보상과 회복에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오히려

사건의 사실관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가해자에게 깊은 분노와

적대감을 가진다. 사건의 조속한 해결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는 잘못을 인정

하지 않고 합의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가해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대화모임에서

사건을 풀어가는 시발점으로 피해자는 이러한 태도와 행동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원

하는 것이다. 이는 피해자에게 부정당한 자신을 회복하고 살아가는 힘을 얻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진정한 사과에 대한 요구는 해결과정에서 다양한 방법과 표현으로 이루어진다. 충분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무릎 꿇기, 각서쓰기, 공개

사과 등의 형태로 그에 상응하는 행위를 요구하기도 한다. 종국에는 사과하지 않는

가해자에게 이에 상응하는 상징적 보상으로 높은 합의금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심화된

다. 사과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피해자는 상대방이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을 뿐 아니

라 사건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무시하며 반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비방과 요

구의 수준을 높여갔고 이러한 피해자의 연쇄행동은 경찰고소로까지 이어졌다.

<48. 사건A - 피해자 - 예비모임>조정자: 그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하려면 저 쪽에서 어떻게 해 주시면 좋겠어요?아버지: 이제 만나서 사과하는 것도 필요 없어요. 솔직히 만나는 것도 얼굴 붉혀요.조정자: 권한이 있으시다면요. 그건 전제고 사과를 계속 요구하셨잖아요.아버지: 장희하고 주용이 걔하고는 그런 게 이루어져야겠죠. 장희 엄마는 어떤지 모

르겠지만 저는 그 집 부모들하고 얼굴 맞대는 것이 싫고 금액적으로만 피해

보상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조정자: 지금은 마음고생한 것에 대해서 최소한의 금액이라도 보상을 해 줘야 된다

고 생각을 하시는 거고.아버지: 네. 나는 말로 사과하는 것도 바라지 않아요. 솔직히 얘기하면 누구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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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상식적으로도 그냥 ‘죄송합니다’ 그런 것 필요 없잖아요.

조정자: 그럼 진심으로 자기 행동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알고 진심어린 사과

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런 변상까지 포함을 한다. 그게 일단 원하시는 것

이네요. 네, 그럼 어머니는 어떠세요?어머니: 저도 그래요. 그리고 우리아이 더 이상 때리지 말고. 괴롭히지 말고.

갈등 속에 있던 피해자는 대화모임을 통해 상대방의 솔직한 인정을 원하게 되고 잘

못을 확인하는 과정을 가진다. 그러한 과정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확인의 과정이 된

다. 사건 전체에 대해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잘못했다는 인정이 아니라 사건의 해결과

정과 전개 속에서 상처가 되고 고통의 근거가 되었던 사건들을 털어놓고 의문을 풀며

당사자의 인정과 사과를 받기 원한다. 왜 맞고소를 했는지, 그 상황이 어떻기에 그렇

게 했으며 어떤 마음이었는지, 사건을 회피하고 전화도 안한 이유는 무엇인지, 보험이

있다면서 왜 처리 안 해주는지 등 질문을 통해 인정과 사과를 받고 나아가 그로 인해

피해자와 가족은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학생이 받은 2차 피해는 무엇인지 등을 궁금

해한다. 동시에 피해자는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인정과 사과가 없는 형식적인 사과에 반감

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사과에 대한 걱정과 거부감을 가진다. 피해자들은 대화모임

의 과정에서 합의를 위한 사과인지 아니면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사과인지를 파악하

며 진정성이 없는 사과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 피해자는 형식과 절차이자

요식적인 행위로서의 사과가 아니라 사과라는 상징 이면에 존재하는 실제적 변화를

원하고 확인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간에 명확한 사건에 대한 공감과 이

해가 형성되지 못한 경우 상대에 대한 적대적 감정은 격화되고 갈등은 심화되기도 한

다.

<49. 사건A - 피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대화모임을 하면서 오히려 화가 나거나 오해가 더 쌓이거나 그랬던 것은 없

으세요?아버지: 그 전에 이미 더 한 모습도 봤기에 그날은 그냥........ 그런데 학교가 그 엄마

말처럼 그렇게까지 이랬다저랬다 했으리라고는 생각 안 해요. 저는 그 어머

니가 끝까지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연구자: 충분히 감정이 해소가 안 되신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해소하실 수 있을 것

같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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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어요. 만나면 그 사람들 보는 것 자체로 사실 혈압이

올라가는 거지.연구자: 지금도 그러실 것 같으세요?아버지: 나는 그 아버지 보면 지금도 혈압이 올라 갈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 아버

지에게 듣고 싶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못 나왔으니까 어쩔 수 없

죠.연구자: 제가 느끼기에 아버님께서는 대화모임을 하시면서 솔직히 하고 싶은 얘기를

다 못하신 게 많으신 것 같네요. 아버지: 네. 지금도 아주 나쁘다고 생각을 해요. 이거 마지막 날까지 거짓말하는 것

같아요. 내가 그동안 겪었던 과정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는데

학교 측의 거짓말도 있겠지만 그것을 다 학교 측의 거짓말이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주용이 어머니가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숨기는 것 같아요. 저는 학교하고 주용이 엄마 사이에 나한테 숨기려고 했던 내용을 알았으면 좋

겠어요. 분명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

대화모임을 통해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이후에 억울함이나 분노, 의심 등을 만들어

내며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대화모임이 끝나도 분노가 사라지지 않고 관계가 회

복되지 못한 채 여전히 인간적인 실망과 불신에 고통 받는 이유는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고 회복하려는 노력이 없이 사건이 종결되었다는 사건처리

의 불만에서 기인한다.

(3) 정당한 보상

피해자는 또한 대화모임을 통해 합리적이고 정당한 보상의 합의를 기대한다. 많은

경우 보상금에 대한 합의는 갈등의 주요원인이 되며 보상에 대한 합의실패는 당사자

간의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시작점이 된다. 피해에 대한 이해가 서로 없는 상태

에서 각각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합의금 상정은 오해의 원인이 된다. 가해자는 피

해자의 병원 치료에 대해 민감하며 피해자가 합의금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에 대해

걱정한다.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의한 막연한 추측은 스스로의 분노의 적대감

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피해자를 과도한 보상금을 노리는 사람으로 의심하게 만든

다. 하지만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분명히 알리고 합의금이 단순히 법체계 안의 상

징적인 보상으로서가 아니라 실제적 피해를 회복하고 고통을 치유하는 구체적인 요구

로서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한다. 완벽하고 온전한 최상의 치료와 정상적인 일상으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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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를 위한 모든 책임을 가해자가 진정으로 가져다줄 것을 바란다. 이를 위해 피해

자는 대화모임을 통해 구체적인 보상 논의를 가해자와 함께하며 자신의 피해와 고통

을 회복할 수 있는 합의를 하고자 한다. 피해자의 욕구에서 정당한 보상은 복합적이면서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다. 오랫동안

합의금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합의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져 왔

다. 그렇기에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물질적 보상은 가장 민감한 요소로서 해결의 수단

이자 동시에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가해자가 적은 보상금을 제시할 때 피해자

는 가해자에게 진정성과 성의가 없다고 생각했으며 피해자의 과도한 보상금 요구는

원색적인 비난의 구실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법과정에서 물질적 보상은 합의에

이르는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방법으로 이해되었으며 오래된 신화처럼 많은 보상

금이 해결의 핵심적인 요소로 간주되어 왔다. 학교폭력 사건에서도 피해자와 가해자는 물질적 보상에 대한 기존의 편견과 신화에

입각해 문제해결에 접근하였다. 사건이 일어난 이후 당사자들의 생각을 지배하는 전

제는 피해자는 가해자가 책임을 회피하고 보상금을 줄이려고 한다는 것이고 가해자는

피해자가 이 사건을 계기로 과도한 보상금을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상대를 바

라보는 중요한 인식과 해석의 기준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의심에서 확

신으로 변해간다. 특히 상대방과의 감정적 대립과 갈등이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물질적 보상은 사

건 해결의 중요한 기준이 되며 이는 또한 갈등이 잘 해결되고 종결됐다고 해서 피해

자가 물질적 보상의 요구를 완전히 철회하지는 않는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보상받

고자 하는 실제 비용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감정적 대립과 갈등의 해소

여부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게 된다. 피해자에게는 억울함과 분노를 물질로 보상받

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며 적절한 사과나 존중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경우

보상적 차원으로 합의금액이 급격히 올라간다.

<50. 사건A - 피해자 - 예비모임>아버지: 처음에는 저도 우리 피해보상은 생각도 안 했었고 실제적인 금액만 해줘라.

실제로 발생한 비용만 해달라 그랬었어요.조정자: 그럼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 마음고생을 많이 하시고 힘들어서.아버지: 가장 힘들었던 것이요. 취하했다가 다시 번복할 때 그때부터 가장 힘들었어

요. 그 때부터 나는 법을 알기 위해서 법원까지 와서 주소 물어보러 왔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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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법률 공단도 찾아갔고 경찰서도 다시 찾아 갔었고 학교도 찾아다니고. 주소를 알아야 민사 재판을 할 것 아닙니까?

조정자: 그러면 저쪽도 지금 어떤 요구를 해 올지는 모를 것 아니에요. 여기서 오백

을 포함해서 의료보험 청구될 거니까 신경 안 쓴다고 치고 의지는 있는데

예를 들어 그쪽에서 실질적 금액에서 여기까지는 안 돼서 합의를 해 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할 때 어느 정도의 그러한 의지는 있으세요?아버지: 나는 없습니다.

- 중략-아버지: 그 때 아가씨가 그러더라고요. 이 때 변호사님들도 있으니까 금액도 상담해

보라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이게 금액이 많은지 적은지 몰라요. 솔직히 얘기

해서 나는 모르는데 나는 이 정도는 받아야 저 쪽에 그때 화해를 할 것이라

는 생각이 들것 아닙니까. 솔직한 얘기로 그때 화해했으면 서로 웃으면서 다

음부터는 길거리 만나서 인사라도 하고 하자 그럴 것 아닙니까? 지금 이렇

게 까지와서는 어디 가서 고개 돌리지, 웃겠어요?

그러나 동시에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물질적 보상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피해자는 물질적 보상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를 원하며 그런

사과를 했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을 것이며 병원비조차도 받지 않았을 것이고 실

제 발생한 비용만으로 해결되었을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51. 사건A - 피해자 – 예비모임>어머니: 저는 솔직히 그랬어요. 그것도 자기네가 애를 셋 키우고 혼자 키우면 힘들잖

아요. 진짜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미안하다, 내가 얘를 셋이 키우니까 진짜

힘들다. 그렇게 하고 병원비를 주고 싶은데 형편이 안 된다 하면 나는 그러

면 저걸 받아야지, 그런 생각도 별로 안했었어요. 그럴 수 있잖아요. 우리는

하나가 둘이 버니까.

이렇듯 표면상으로 드러나는 당사자들의 요구는 물질적 보상이지만 그 이면에는 해

결되지 못한 감정적 응어리가 존재하며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공감 받고 고통을 수긍

해주기를 원한다. 이러한 결과는 조정에 대한 양적 연구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의 조정

사례에 대한 연구에서도 당사자들이 만족하는 것은 금전적인 것 외에도 다양한 요인

들이 존재했으며 금전적 보상이 절대적 기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Umbreit, 2007). 당사자들은 경제적으로 충분한 보상과 더불어 재판 기간을 줄이고 일상의 피해를

줄이는 물질적 실익과 더불어 자신의 억울함과 분노, 내면의 감정적 응어리들을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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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자하는 감정적 실익의 추구가 긴장관계 속에서 상호 역동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의 감정적 실익은 당사자와 사건에 따라 미시적 차이는 존재하지면 피

해자의 억울함과 분노 등의 감정에 대한 가해자의 수용과 존중, 피해에 대한 가해자

의 책임의 인수와 공감,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 보상을 위한 적극적 노력, 사실 확인

을 통한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 용서와 화해, 사건 해결의 주체적 참여와 결정 등

을 통해서 성취된다.

(4) 사건의 종결

마지막으로 피해자는 대화모임을 통해 사건의 종결을 기대한다. 피해자의 보호자에

게 사건 종결은 궁극적으로는 모든 상황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 일

도 없었던 것처럼 사건이 일어나기 전 상황으로 일상이 회복되기를 꿈꾼다. 현실적으

로 피해자들에게 사건종결은 상황으로부터의 완전한 단절이다. 더 이상 학교폭력이

나와 관련된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바뀌고 학교폭력 이전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

이다. 피해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완전히 법적으로 끝내고자 하는 욕구와

더불어 오랜 갈등과정에서 피해자들은 교육적 의미나 관계적 책임보다 해결과정의 정

신적 육체적 피로감으로 인해 궁극적인 회복보다 빠른 사건 종결을 통해 문제를 잊고

살기 원한다. 그렇기에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도 당사자들은 종결을 위해 자신의 욕

구를 포기하기도 한다.

<52. 사건A - 피해자 - 심층면담>아버지: 그거야 솔직히 나는 진짜, 나와서도 장희 엄마에게 그런 얘기는 했어요. 저

집 부모들 말하는 것 봐서는 거짓말 같은데 대화모임 접자 얘기도 했어요. 냉각시간에 나와서 있을 때 장희 엄마가 여기서 접으면 뭘 어쩌자는 거냐. 좋게 끝내자고. 그래서 끝가지 간 거죠.

아이들 역시 사건이 종결되지 못함에 따라 지속되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호

소한다. 사건은 학생의 문제에서 보호자들의 갈등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지만 가족

공동체 안에서 경제적 어려움이나 부모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의 전이에 따른 학생들

의 힘겨움은 지속된다. 보호자들은 자녀들과 법적 과정의 대립, 금전적 문제나 복잡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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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관계 문제를 얘기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녀들이 모르게 한다고 하지만 이미 자녀

들은 가족 구성원으로서 드러내놓지 못하고 혼자서 감내하고 있다.

<53. 사건C - 피해자 - 예비모임>윤영석(형): 어머니가 밤마다 우시니까 힘들었고 종석이 없으니까 심심하고 그랬어요.조정자: 개인적으로는 힘든 것이 없었나요? 그 때가 시험 볼 때였는데?윤영석(형): 시험은 조금 망쳤어요.조정자: 장학금 받고 있었다는데 시험 때문에 장학금도 못 받은 거 아닌가요?윤영석(형): 이번에는 다 놓쳤어요.조정자: 영석이가 가장 역할을 하고 있고 그래서 도움을 드리고 싶었던 것이 많았을

것인데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데 못 한 게 있다면 어떤 것이었어요?윤영석(형):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답답했어요.조정자: 민수나 민수 집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이 들었어요?윤영석(형): (침묵하고 말을 못한 채 가만히 있다.)조정자: 화가 나고 그런 것이 있었어요?윤영석(형): 어머니가 이번 일을 겪고 나서 항상 집에서 우시는 것 보면서 통화내용

이 무엇이기에 그러나 생각하면서 화가 났었어요.조정자: 어머니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어떤 일이 가장 마음이 아프시나요?어머니: 영석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장남인데 제가 마음이 아프죠.

대화모임을 통해 정제된 언어로 표현되었지만 예비 대화모임에서 이들의 적대감과

분노는 훨씬 크게 나타나기도 했다. 보호자의 분노와 적대적 감정, 절망감 등은 가족

구성원 내에 깊은 영향을 주고 확대되어 재생산되고 옮겨지기도 했다. 이들은 예비

대화모임에서 가해자 측에 깊은 적대감을 드러내며 ‘그 아저씨(가해자의 보호자) 길에서 만나면 정말 죽여 버리고 싶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보호자의 고통과 분노를 함

께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피해자가 사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선택했던 방법은 경찰고소였다. 하지만 피해

자에게 사법과정은 궁극적인 목적이기보다는 사건 해결의 수단이다. 그런 만큼 수단

이 되는 사법적 해결에 집착하거나 굳이 오래 머무를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재 사법

과정은 사법 절차의 개시 이후 당사자들이 임의적으로 사법과정으로 종결시킬 수 없

다. 학교폭력과 같이 폭행에 따른 상해사건으로 경찰고소가 이루어지고 사법절차가

개시되었다면 이는 법을 어긴 개인에 대한 문제에서 국가의 책임문제로 전환되어 버

린 것이고 따라서 국가의 사법적 판결이 완결되기 전까지 사법절차는 종결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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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피해자는 자신이 개시한 사법과정이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립적 관계 속

에서 사법적 판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이는 사건에 대한 피로감을 누적

시켜 사건 종결에 대한 욕구를 강화하는 배경이 된다. 무엇보다도 형사 사법의 과정

이 피해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피해의 원상회복을 이루는 직접적인 과정이 아닌 만

큼 피해자들은 지쳐간다. 피해자는 가해학생의 형사 처벌을 위해 대립적인 갈등관계

를 유지하고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은 자신이 이

과정에 받는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고통에서 벗어나서 얻는 실익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길어지는 사법적 과정과 이에 따른 대립과 갈등의 심화, 경제적 손해와

일상생활에서 빚어지는 파행이 피해자에게는 이렇게 커질 줄 생각도 못했던 당황스러

운 결과이다. 피해자는 고소로도 해결이 안 되는 사건에 분노하면서도 해결되지 못하

고 정체된 채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하길 기대하는데 이는 대

화모임 참가의 동기가 된다.

3) 가해자 이야기 - 버림받은 존재

가해자에게도 대화모임은 소통의 시간으로서 자신의 욕구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기회로 받아들여진다. 가해자로서 피고소인이며 극단적인 대립과 적대적 갈등 상황에

서 사건해결을 위한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피해자들에 비해 참여에 대한 거

부감이나 부담감은 덜했으나 오래된 갈등 속에서 당사자들과 마주해야 하는 것에 가

해자는 부담감을 가진다. 그러나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 대립 상황에서 가해자들 역시

대화모임에서 자신들의 필요와 욕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1) 가해자 경험과 이야기의 인정

사건이 일어나고 문제해결과정이 시작되면서 가해자는 모든 것이 가해 행위에만 초

점을 두고 진행된다고 생각한다. 사건 자체를 중심으로 당사자들은 피해자와 가해자

라는 이분법적인 분류 안에 놓이게 된다. 가해자들은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해결 담당

자들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려하지 않고 가해라는 행위만으로 사안을 처리하는

것에 억울함과 불편함을 호소한다. 사건은 한순간에 일어났지만 사건을 둘러싼 학교

와 담임교사, 또래 집단들과의 관계 속에 사건은 독특한 맥락을 가진다. 하지만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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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에서는 맥락은 제거된 채 결과만으로 재단되고 가해자는 처리과정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해 버린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왜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에 대한 실태 파악과 명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 학

교와 당사자들이 공감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무시된 채 해결중심으로

진행되어버린다. 피해자가 사건의 명확한 사실 확인을 요구하듯 가해자와 보호자는 사건이 일어나면

그 결과가 무엇인지와 더불어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가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길 원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사건행위에 집중해 사안을 처리되어

가는 동안 가해학생과 보호자는 마치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이를 때리는 폭력적이고

문제가 있는 학생과 그의 부모로 매도 당하고 비난을 받는데 그들은 이것에 부당함을

느낀다. 이는 결과적으로 가해학생과 보호자 모두가 사건처리 자체가 공평하지 못하

다고 생각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54. 사건A - 가해자 - 심층면담>어머니: 제가 때린 아이 엄마잖아요. 그것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보통은 그래요. 지금

은 주용이 과정을 아니까 제 얘기를 들어주시는 거지 만약에 장희 아버님이

내 애가 어디 가서 그렇게 맞고 왔는데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삼자에게

야, 우리 아들이 학교에 회장이라는 놈에게 맞아서 코뼈가 나갔다. 그러면

주위에서 뭐라고 하겠어요. 그런 놈은 가만 두면 안 돼, 라는 여론이 있을

것 아니에요. 학교에서도 그러지 말고 양쪽 얘기를 잘 들어와야 한다는 거

죠.

가해학생 또한 자신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것에 대해 인식은 하지만 최소한 자신

의 입장을 설명할 길 없이 가해자이자 범죄자가 된다는 것에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사건의 전후 사정과 맥락에 대해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자신이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

만 강조되는 상황에 가해학생은 스스로를 방어하고자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피해

자를 비난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사건의 맥락이 무시되고 자신의 이야기는 변명으로

인식되어 반영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사건이 이해되는 상황에서 가해학생

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피해자의 태도와 피

해의 사실 내용에 대해 의심하며 책임을 적절하게 수용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듯 가

해자는 그 사건에 대한 단편적 이해보다는 그 과정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통합적인 판단과 배려와 이해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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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가해자의 감정은 끊임없이 부정당하고 수동적인

존재가 된다. 가해자도 법에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방어를 위해 노력을 할 수 있지

만 실제 가해자의 이러한 행동은 잘못을 한 사람이 자숙하며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것으로 그는 자신의 요구를 드러내는 것을 암묵적으로 거부당

한다. 이에 가해자는 버림받은 것처럼 느끼게 된다. 가해자는 잘못된 행위를 인정하고

동등한 관계에서 책임을 질 것이 있다면 지고 해결해 나갈 문제가 있다면 논의를 통

해 합의하기를 원하지만 무조건적인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와 학교의 암묵적 분위기에

적대감과 거부감을 가진다. 이러한 분위기와 상황 전개 속에서 가해자 보호자는 가해

학생에게 불합리한 처벌이 주어지는 것을 불안해한다. 모든 것이 피해자의 요구에 맞

춰 진행되고 자신들의 입장이나 정상 참작 없이 가해자의 책임을 사회가 강요한다는

생각에 억울함을 느끼고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2) 합당한 처벌

가해자 보호자는 학생에 대한 법적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가진다. 이는 법에

대한 정보의 부족과 더불어 사법적 처벌의 결과와 그 영향에 대한 오해로 사법적 처

벌의 결과가 학생 당사자에게 가혹한 처벌이 된다는 생각에 기인한다. 가해학생의 보

호자는 한 번의 실수가 법적 처벌로 이어지는 것이 피해자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법적인 결과가 자신의 아이가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장래에 취업하

는 데까지 연쇄적으로 부정적 파급효과를 끼친다는 생각에 대응과정에서 피해자에 대

한 분노를 더욱 크게 가지게 된다.

<55. 사건A - 가해자 - 심층면담>어머니: 너무 황당한 게 애들끼리 싸움인데 법원까지 이름이 오가고 올라가니까. 아

진짜 막말로 호적에 잉크도 안 마른 애인데 그런 데 이름이 올라가니까 겁

나는 거예요. 저도 안 올라가 봤는데.연구자: 경찰에 이름이 올라가면 아이가 미래에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

이 하셨어요? 어머니: 그렇죠.연구자: 그럼 실제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혹시 아시나요?어머니: 몰라요. 모르는데 애 이름이 오르면 어른들은. 연구자: 그럼 막연히 그게 평생 남을 것 같다는 걱정을 하신 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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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네. 어른들도 폭력 전과 그러잖아요. 얘도 역시 나중에 국가에서 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할 때 지장을 받는다거나 그러지 않겠어요?

또한 가해학생들은 법적 처벌에 따른 미래의 문제와 더불어 현재의 갈등으로 인한

긴장과 가족의 고통에 더욱 힘들어한다. 가해학생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사건이 길

어지고 가족이 고생하는 것에 대한 죄의식을 가지면서 전개되는 갈등상황에서 복합적

이고 다중적인 어려움을 경험한다. 학교에서 처벌을 받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

서도 아무것도 결정되지 못한 채 재판을 기다리는 것도 어렵지만 가족에 대한 미안함

과 지속되는 가정의 어려움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56. 사건A - 가해자 - 대화모임>연구자: 그렇구나, 여기서 제일 미안한 사람은 누구야? 정주용: 부모님이요. 부모님이 계속 힘들어가는 것이 힘들어요. 사건이 해결되어서

마음이 편해 졌으면 좋겠어요.연구자: 주용이는 이 일하면서 힘들었던 것 없어?정주용: 아이들하고 떨어져서 소풍 못 간 거요. 사회봉사 가야해서 아이들하고 떨어

져서 일하러 가는데 좀 그랬어요. 반 아이들이 전체 다 가는 자리인데 나만

못 가고 다른 데 가니까요.연구자: 그랬구나. 이일 있고 성적은 어땠어?정주용: 성적도 떨어졌어요. 공부도 잘 안되고 집중도 안 되고. 지금 깔끔하게 해결

되었으면 좋겠어요. 부모님이 이 일 때문에 신경 쓰는 것도 죄송해요.연구자: 이번 일 있고 학교에서 힘든 것 없어?정주용: 계속 불려 다니고. 하루에 3-4번씩 교무실에 불려갔어요. 그리고 선생님들이

예전 같지가 않고요. 예전에는 농담도 잘하시고 웃어주셨는데 그런 것도 없

어졌어요. 좀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고요. 그리고 장희 얘기는 들어주면 제

얘기는 받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그랬어요.

학교 성적도 떨어지고 경찰서의 조사도 받았으며 선생님들이나 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진다. 학교에서는 ‘누구누구 사건’이라 불리며 유명세를 타기도 하지만 자신

에게 일어난 이전과는 다른 모든 변화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처벌로 다가온다. 가해

학생은 자신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모른 채 어른들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책임과

결과에 영향 받으며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보호자 역시 아이들이 반복되는 처벌과

학교 내 다양한 제약으로 인해 실제 학생들이 느끼고 감당해야 할 것 이상으로 반복

되는 고통을 짊어져야 한다고 느끼면서 해결과정에 더욱 불만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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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사건A - 가해자 - 심층면담>어머니: 애들은 애들이에요. 어른들이 오기가 생겨서 어른들 싸움이지 애들은 애들이

에요..어른들 감정싸움이 불거진 것이라고 봐야죠. 저는 제 분에 못 이겨가지

고 만원씩 준다고 했고 저 쪽은 자기가 다 벌려놓고 수습 못하니까, 그러니

까 어른들 싸움인 것 같아요. 애들은 단순해요. 악수 한번 딱 하고 나면 요

즘 애들은 그러더라고요. 저놈이 날 때렸어, 이렇게 상처 입은, 아니, 여름에

여기에 붕대 감고. 그렇게 미워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 애도 보면 순하게

생겼잖아요. 같이 자식 키우는 데 짠하더라고요. 근데 그 아빠가 향후에 우

리 아들에게 제시한 것은 3학년 때 같은 반 안 되게 하는 것 하고 인제 임

원을 못하잖아요. 그것을 학교에다가 제재를 걸었어요.연구자: 장희 아버님이 학교에 앞으로 임원을 못 하게 해달라고 얘기를 했다고 들으

셨어요? 아니면 아버님이 그렇게 얘기하시는 것을 들으셨어요?어머니: 그게 아니고 이제 얘가 이렇게 경찰서에 신고가 들어가면 자동으로 자격이

박탈되는 거예요. 자격이 박탈이 되더라고요. 근데 우리 애가 중학교 들어가

면서부터 그게 꿈이었거든요. 연구자: 전체 회장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어머니: 당연히 될 수 있어요. 우리 아들이 그게 꿈이었어요. 운동도 잘하고 그래서

당연히 된다고 보거든요. 그게 물거품이 돼가지고.......연구자: 어머니 입장에서는 안타까우시겠어요.어머니: 저는 그것도 분하죠. 당장에 학교에서 애가 아무것도 못해요.연구자: 그 부분은 언제부터 신경을 쓰셨어요? 그게 억울하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

어요?어머니: 대책 위원회 열면은 그 때부터 자격박탈이라는 것은 담임이 이야기하더라고

요. 그리고 향후에 어떤 제재를 받냐 그랬더니 그런 임원 자격 박탈을 받는

다고. 그러니까 저쪽 부모가 더 미운 거예요. 그게 커요.연구자: 어머니는 계속 영향을 받으시는 거네요? 어쨌든.어머니: 그렇죠. 어쨌든 이 학교 졸업하기 전까진. 저는 그래요. 애가 삼년 동안을 그

게 목표였거든요. 애가 한 번도 임원을 안 한 적이 없는데 그 마지막 한번을

하려고 하는데 그게 박탈당하니- 주용이도 그것을 알아요.

가해자는 맥락에 대한 고려를 통해 사건을 이해하고 가해자의 상황과 입장이 처분

결정에 반영되기를 원한다. 욕구와 필요를 반영해 처분을 결정하고 명확한 기준을 통

해 학생에 대한 보이지 않는 이중 삼중의 처벌이 주어지는 것을 예방하고 합당한 처

벌로 종결되는 것을 기대한다.

(3) 인간적 존중과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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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처벌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가해자는 사건과정을 거치면서 가해자로서 해

온 노력과 역할과 책임을 설명하고 그것이 인정되기를 원한다. 가해자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대립적 상황에서 문제해결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대한 사회적

비난은 가해자의 몫이 될 것이라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사건이 해결되지

못하고 사법적 과정으로 가고 법원까지 오게 된 과정 속에서 자신의 정당성을 설명하

고 그때까지 해온 노력에 대해 인정받고자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가해자로서 자신

도 유무형의 고통 속에서 사회적 처벌을 받아 왔으며 그렇기에 가해자라는 이유만으

로 모든 책임을 지고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부당하게 느낀다. 피해자는

피해자로서 억울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가해자라는 입장 때문에 자유롭게 자신의 의

견을 말할 수도 없었던 상황 속에서 가해자 역시 책임 회피를 하지 않고 정당하게 책

임을 수행해왔으며 또 하겠다고 말한다. 가해자지만 피해에 대한 원상회복과는 무관

하게 일방적으로 내려진 처분을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

는 존재로서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실제적 노력

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것을 이해 당사자들이 인정해주기를 원하며 나아가 그들의

입장과 어려움에 대해 공감 받고자 한다.

<58. 사건A - 가해자 - 심층면담>어머니: 저는 애에게 학교 안에서 해결을 하려고 그리고 뒷짐 지고 있었던 것도 아

니고 아이 아빠까지 같이 가서 정중하게 사과하고 그 과정이 너무 물거품이

되는 거예요. 내가 그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면서까지 막판에 애 이름을, 애는 처벌을 있는 대로 다 받고 왜 그랬을까 그게 저는 억울하더라고요. 제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그거예요. 우리 애가 아무리 때렸지만 때린 것도 상중하

있을 것 아니에요. 계기가 있을 것이고 어른들로 말하면 흉기를 들었는지 어

쨌는지. 그런 것도 사법에서 경청을 해가지고 그것을 내려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무조건 저쪽에서 내린 결과물만 보고 상해진단이니 그런 것만 보지 말

고. 또 이 애가 나름대로 이렇게 처벌도 받고 다 했고 나는 계속 화해하려고

했는데 그게 반영이 안 되니까.

가해자들에게 있어서도 학교폭력 사건과 기나긴 문제해결의 과정은 고통스러운 시

간이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은 사건을 부정한 것이 아니며 피해자와 합의를 위해 노력

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방관자로 있었던

것도 아니며 피해자를 비방하고 사건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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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폭력을 위한 법과 사회제도 안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그렇기

에 가해자 역시 왜 문제가 이렇게 되었는가, 어디서 오해가 생겼는가를 비롯해 해결

과정에서 자신의 노력과 진심을 설명하고 상대방의 진실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가해자이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못했던 의문과 솔직한 마음을 내

어놓기를 원하는 것이다. 가해자는 또한 사건 해결과정에서 인격적으로 무시당하고 비합리적인 요구로 상처

받은 것을 이해받고 동시에 가해자지만 사건의 해결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존중받

고자 한다.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가해자로서 피해자의 불합리한 요구에 순응해야하

고 분노와 억울함을 참아야 했다.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보여준 피해자의 비합리적인

요구나 모욕적으로 느껴지는 언행이나 태도에 대해서도 가해자로서 재판의 악영향을

주지 않고 이후 탄원서라도 받아 사건을 좋게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참고 넘겨야 했

다. 그렇기에 가해학생과 보호자는 학교폭력 사건과 별도로 피해자에게 가해를 당한

새로운 피해자로서 자기연민을 가지게 된다. 나아가 갈등해결 과정의 피해자로서 자

신의 피해와 어려움을 사람들이 알아주기 원하는 욕구와 피해자에 대한 분노를 정당

화하여 마음속에 가지게 된다.

<59. 사건B - 가해자 - 심층면담>아버지: 제일 힘들었던 것은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용호의 죄값을 받게 하겠다는 것

보다도 그 애비 되는 사람한테 와서 석고대죄 하라는 둥 이러 소리를 들을

때 정말 힘들었어요. 제가 성격이 더러운 사람 같았으면 애들 문제를 떠나서

너부터 한번 두들겨 맞고 봐라 그러고 싶어요. 솔직한 심정이에요.

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관계 속에서 가해자가 감정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자신도 가해자지만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침묵의 강요는 더욱

가해자로 하여금 감정을 해소하지 못한 채 버려진 존재로서 새로운 피해자가 되도록

만든다.

2. 대화모임을 통한 갈등해결 경험의 의의와 한계

1) 생존자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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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을 둘러싼 기존의 사법 기준과 제도적 틀 안에서 사람들은 피해회복을 위

한 개인적 욕구는 외면하고 법적 기준에 따라 물질적 방법으로 피해의 책임과 원상회

복을 요구해왔다. 자신의 내면적 욕구를 성찰하고 찾을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고 제도

적 기준에 맞춰 피해자와 가해자는 자신의 욕구를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사자들

은 대화모임을 통해 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응답하고 관심을 가지며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나아가 회복을 위해 당사자 및 조정자와 함께 사건 해결을 위

한 쟁점과 욕구를 나누며 직접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이러한

대화모임의 경험은 당사자들로 하여금 학교폭력 사건의 해결과정의 경험을 해체하고

대화모임을 통해 이전과는 다르게 새로운 주체로서 자아를 재구성하고 인식하도록 했

다. 당사자들은 사회제도와 사법체계에서 벗어나 주체적 힘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과

정은 갈등과정의 피해자에서 스스로에 대한 전환적 변화의 기회가 되었다. 이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대화모임의 비공식적 특성에 기인한다. 기존의

사법적 처리와 행정적 처리과정과 달리 회복적 정의에 따른 갈등해결의 실천이 비공

식적인 것은 규율이나 규정에 과정과 결론이 제한되지 않고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참

가와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이진국, 2006b). 이러한 갈등해결

에서의 비공식주의의 특징은 당사자들이 해결에 대합 압력 없이 대화에 임할 수 있으

며 또한 대화에 임하게 되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논쟁이 아니라 진정성과 솔직성에

근거한 소통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합의에 대한 당사자의 책임으로 이

어져 자신의 결정에 대해 이행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제공해 준다(정주진, 2010). 따라서 대화모임의 참여를 통해 개개인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욕구 충족은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대화모임 자체가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구의 성취를 보장

해 주는 것은 아니다. 대화모임의 조정자는 평화로운 갈등해결을 위해 감정적 대립상

황에 있는 양 당사자들의 대화를 이끌어가고 직접 폐해를 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

하는 역할을 할 뿐 직접적으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최종 선택은 당사자들

이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통하고 문제해결을 논의하는 대화모임은 대립적 당사자의 긴장이 존재

하지만 조정자들과 진행의 원칙으로 통제되는 안전한 곳이다. 당사자는 조정자의 진

행에 따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재구성하게 된다. 당사자와 조정자는 예비대화

모임을 통해 사건과 그 과정, 서로의 필요와 욕구에 대해 깊은 소통을 통해 신뢰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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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만들고 자발적인 동의에 따라 참여하게 된다. 또한 대화모임은 당사자들에게 치유

와 성장의 경험을 얻는 공간이 된다. 안전한 공간에서 조정자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

를 온전하고 자유롭게 나누는 경험은 과거의 반목과 대립에 갇혀 해석되고 인식되었

던 사건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경험이 된다. 대화모임이 전문적인 상담치료는 아니지

만 안전한 공간과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예비 대화모임과

본 대화모임을 통해 당사자들은 문제해결의 과정에서 겪어온 사람에 대한 불신과 분

노, 막막한 불안과 억울함, 무력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과 변화를 느끼고 새로운

자신의 존재를 재창조하는 전환적인(transformative)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당사자들은 피해자로서 자신의 피해와 고통에 초점을 두고 그 안에 안주하던 것

에서 벗어나 생존자로서 성장과 회복에 집중하고 지향해 나가게 된다.

(1) 사회적 관계의 회복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사건의 당사자, 학교 공동체와 구성원, 지역사회는 갈등의 이

해 당사자로서 복잡한 갈등전개 과정에서 서로를 불신하게 되고 대립 가운데 불편한

관계가 된다. 문제해결의 과정에서 학생의 교육적 필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학교에 분

노하기도 하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이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교육청, 경찰, 법원 등

의 기관과 관련 제도를 불신하게 된다. 하지만 대화모임을 통해 복잡하고 심화된 갈

등 상황에서 법과 제도중심의 접근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접근에 사람들은 자신을 개

방하게 되고 상호간에 깊은 소통을 하게 된다. 대화모임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오해를 풀고 상호 간의 공감대를 확장하는 경험을 하면서 불신의 줄여나가는 기회가

된다. 이는 대화모임 자체가 가지는 인간중심의 특징에 기반 한다. 인간중심의 대화모임

이라 함은 과정이 문제해결이나 합의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하

여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며 솔직한 의사소통을 통해 치유와 화해에 이르는 것에 목적

을 두는 것이다. 따라서 화해에 이르는 과정은 대화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는 대화모

임을 합의결과 도출에 초점을 두는 기존의 중재나 대안적 분쟁해결방법(ADR)과 구별

되게 하는 큰 특징이다(김은경, 2009) 이러한 가치에 입각한 대화모임은 당사자와 조

정자의 인간적인 관계와 신뢰를 형성하는 토대가 되고 이는 문제해결의 중요한 요소

로 작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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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화모임에서 합의에 이른 사건들에 대한 메타연구에서 사건 해결의 중요한

변인 중에 하나가 조정자와 당사자와의 관계로 나타났다. 대화모임에 참가한 당사자

들과 조정자와의 신뢰관계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서 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질적 사례연구에 참여

한 당사자들은 예비 대화모임과 본 대화모임을 거치면서 자신들의 문제에 진정한 관

심을 가지고 공감하며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의 조정자들이 보여준 인간적인 노력

을 보며 신뢰관계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이는 실제적인 합의를 위해 당사자들로 하여

금 노력하고 양보하게 되는 이유이자 보이지 않는 힘이 되기도 했다.

<60. 사건B - 가해자 - 심층면담>아버지: 제가 제일 마음이 풀려서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조정자 두 분이 밤늦도록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설득하고 하신 노력이에요. 사실 언짢을 만한 부분

도 있었는데 불구하고 내색 안하시고 자기 일처럼 그렇게 하실 때 내가 만

약 여기서 이것을 틀어버리면 저 양반들이 몇 시간 고생이 뭐가 되나. 이런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고요. 제가 조금 부담이 되고 어느 선까지는 받아들여

야 하지 않겠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사자들에게 대화모임의 참여와 조정자들의 도움은 사회적 차원에서 갈등해결의

실패와 불신 속에서 새로운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경험

을 주었다. 그리고 대화모임의 결과로 이루어진 합의와 화해는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적극적 응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상

대방에 대한 인간적인 불신과 배신감, 억울함을 호소했으며 이는 갈등을 극적으로 심

화시키고 상대를 비난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사람들은 갈등 속에서 사회적 관

계의 실패를 경험하였고 이는 사회를 바라보는 이해의 준거로 확장되어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켰다. 그러나 사회공동체의 지원과 노력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또 다른 사회 구성원인 조정자로부터 문제해결의 직접적인 도움과 지원을 받는 것은

당사자들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전환적인 경험이 되었다. 또한 당사자와 조정자

가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 형성하게 된 인간적 신뢰관계는 사건을 겪으면서 파괴된 사

회적 관계와 제도적 소외 속에서의 절망과 불신을 회복하는 자원이 되었다.

<61. 사건C – 피해자 - 경험담> 선생님 만나고 보니까 제가 미련한 엄마고 오만한 엄마였던 것 같아요. 세상에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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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 전에는 뭐라 그래야 되나, 바른 생활들, 교과서에 나온 것처럼 바른 사람, 남에

게 해 안 끼치고 남에게 피해 안주고 남에게 쌍소리 안하고 내가 남에게 욕먹을 짓

안 하고 우리 애 바르게 잘 기르고 너무 나는 남에게 조금 손해보고 말지. 나는 피해

안 주고 살아왔다고 그렇게 살아왔었는데 선생님들 만나고 얘기 듣고 남들을 위해서

아무 저기 없이. 제가 선생님들에게 차 한 잔 못 드렸어요. 거기 멀리서 오셨는데 우리 애 것하고

제 것만. 진짜로 어떤 사람이 올지 모르는데 내 애들 것하고 내 것만 샀지. 제가 커

피 한잔 못 드렸어요. 그게 지금도 조금 마음이 아픈데. 그 여름에 땀 뻘뻘 흘리면서 그 얘기를 지겹지도 않은지, 한 얘기 또 하고 한 애기

또 하고 계속 그러잖아요. 하소연하고 억울하고 분하고 못살겠다. 그런 얘기 해도 한

번도 그런 얘기에 대한 말이 없고 그러니까 선생님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 사람

들 대놓고 두둔도 안하고 그러다 간혹가다 한 마디 던지는 게 참 마음이 아프겠습니

다. 그리고 또 던지는 게 그 쪽에서도 조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겠지요. 또생각을 하고 있나봅니다. 그 쪽에 형편이. 말도 길게 안하세요. 한 마디 툭 던지시고 한 마디 툭 던지시고 제 하소연 다 들어

주시고 또 한 마디 툭 던지세요. 초면에 핏대 올라서 독이 올라서 얘기하다가 그 한

마디에 던지시는 말, 그렇다고 어머니 그게 아닙니다, 그것도 아니에요. 제가 얘기하

고 울고 그러고 한 마디 톡 던질 때 마다 그런 거. 거기서도 반성하나, 에라 모르겠

다. 또 핏대 올리다가 얘기하면 한 마디 던져서 나를 위로해 주세요. 한 번은 그 쪽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시고.- 중략 -

집에 가서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요만큼 문을 열어보는 거예요. 무서웠을 때 그 사

람이 갔나 안 갔나 지켜보고 그런 심정이 생긴 거예요. 앞에서는 울고불고 저기하고

선생님들 옆에서 하고 나서 집에 돌아와서는 요만큼 문을 열어보는 거예요. 진짜 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나? 그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근데 그 사람들이 왜 그랬을

까? 생각을 하는데요. 몇 시간 미친 짓 하는 것 들어주고 특별한 말씀 없이 그냥 마

음 아프셨겠습니다. 그렇겠네요. 그런 얘기하고. 내 얘기 이만큼 들었으면 상대방 얘기 들었을 것 아니에요. 선생님들은 제 스스로

눈을 뜨게 만들어 주셨어요. 선생님들이 어머니 그게 아니고요. 그것은 이렇습니다. 저렇습니다. 이게 아니었어요. 선생님들이 주신 것은 ‘마음이 아프셨겠습니다.’ ‘그 쪽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시니까 제 스스로가 그 쪽도 생각할 수 잇

도록 눈을 뜨게 해 주신 거예요. 이래라 저래라 했으면 나갔을 거예요. 솔직히 나도

배울 만큼 배웠고 살아올 만큼 살았다는 오만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선생님들이

내 스스로 돌아보게 하시고 그쪽도 한번 정도 생각할 수 있는 눈을 뜨게 해 주신 것

같아요.

(2) 성찰과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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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모임이 끝난다고 그것이 당사자들로 하여금 사건으로의 단절과 종결을 의미하

는 것은 아니다. 형식적으로는 대화모임이 종결되어도 당사자들은 대화모임의 합의서

를 토대로 합의금 지급을 비롯해 당사자들의 책임을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사의

최종 판결을 받아야 하기에 그들에게 사건의 영향은 지속된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지

속적으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종결감을 가지지 못하고 사건 속에 머물며 정서

적으로도 사건과 깊게 연결되어 살아가게 된다. 이런 가운데 당사자들은 사건을 되짚으며 그 과정을 다시 성찰하고 이해하고자 한

다. 대화모임을 통해 이루어진 사회적 관계의 회복의 경험은 대화모임 이후 당사자들

에게 사건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며 지속적으로 사건을 새롭게

이해하는 내면적 역동성을 만드는 근간이 된다. 대화모임이 끝났다고 모든 의혹이 해

결되고 감정적 대립이 누그러지며 상대에 대한 분노를 해소한 것은 아니다. 당사자들

은 여전히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그들의 비합리적인 태도에 대한 분노와 적대감을 내

면적으로 다루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대화모임 이후 당사자들은 일방적인 자기해

석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과 상대방의 행동을 대화모임을 통해 확인하고

이해하게 된 사건의 정황과 종합적 맥락 속에서 사건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재해

석해 나가며 이해하고자 한다. 사건을 바라보는데 있어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상대

방에 대한 역지사지를 통해 상대의 태도와 사건의 전개를 성찰한다.

<62. 사건A – 가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혹시 이게 하시면서 어머니께서 장희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거나 그

랬던 것은 없으세요? 혹시 대화모임 하시면서 좀 오해가 풀렸거나 생각이

달라졌거나?어머니: 달라진 것은 거기는 애가 하나잖아요. 아무래도 마음적으로 내가 여유가 있

는데 내 새끼 때린 놈이지만 억울하다는 생각을 내가 너무 많이 했구나. 그래서 저쪽 엄마 입장에서도 애가 하나고 조금은 학교에서 잘 못 어울리는

상황이면은 니 새끼 타겟 한번 해보자, 그렇게 나도 저 입장이라도 갈 데까

지 가겠다라는 생각은 했지요.연구자: 상대방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셨군요?어머니: 그렇죠. 그 생각은 많이 했어요. 많이 했는데 그 아이 아빠가 너무 막 고속

으로 팍팍 진행을 하는 바램에 그게 괘씸했던 거지 그 아이가 밉거나 그러

지는 않았어요. 걱정이죠. 저 애가 더 상급학교 가면 더 험한데 과연 쟤가

잘 버틸 수 있을 까 그 생각은 아직도 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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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성찰을 바탕으로 일방적인 비난과 자신의 억울함에 집중되어 있던 상태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건의 분노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준비를 한다. 대화모임을 통해 충

분한 자기감정이 해소되고 사건의 정황과 그 해결과정의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직시한

피해자는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중단하고 가해자에 대한

재인간화를 통해 피해의 회복과 문제의 해결에 집중하게 된다. 당사자들이 자신의 상

처와 고통에 매몰되어 상대를 비인간화하고 분노를 재생산하며 비난과 또 다른 폭력

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사건을 직면하고 상대를 인간으로서 존중

하고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며 선택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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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1] 트라우마 치유의 여정: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Yoder, 2005)

이는 해결과정의 피해자로 인식하는 가해자에게도 마찬가지다. 가해자 역시 사건의

과정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면서 사건 해결과정에서 피해자로서의 자신의 상황에서 매

몰되어 있는 것에서 벗어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객관적 이해와 그 책임에 대한 분

명한 인식을 하게 된다. 또한 사건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실수와

감정들에 대해 인정하고 수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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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유와 회복

학교폭력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는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침묵의 강요 속에 억누

르고 있었다. 당사자끼리 만나서 보상에 대해 협의는 하지만 오해와 불신으로 갈등과

대립만 깊어진 채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사안들을 말하지 못했다. 학교에 가면

소란을 일으킨 죄인이 되었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 입장에서 가해자, 피해자

모두 학교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을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했다. 법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과 검찰, 법원에 이르는 사법과정에서 이들은 적극적

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기보다는 사법권위에 눌려 더 큰 피해에 대한 걱정으

로 제도를 조용히 따라가게 되었다. 구조적으로 침묵할 수밖에 없는 문제해결의 과정

을 겪어온 당사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사건 해결과정

의 전환적 경험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서 설명하고 공감을 받아보는 적이 없었던 당사자들에게는

예비 대화모임을 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부담이기도 하며 검증되지 않는 대화모임이

라는 절차에 참석하는 것에 다양한 두려움을 가진다. 자발적 선택에 따라 참여를 결

정할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 당사자들은 대화모임의 취지의 의미에 대한 정확한 이해

와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분명한 인식, 대화모임의 과정과 진행에 대한 충분한 정보

등이 없이 법원이나 학교의 요청에 따라 문제해결을 위한 보이지 않는 압박 가운데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의 부재와 자발성의 결여는 여전히

당사자 간에 불신이 존재하며 사건에 대한 명확한 법적 판단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태

에서 대화 모임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고 해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대화모임과

조정자에 대한 이해부족 등으로 상당한 경계를 가지게 만든다. 당사자들은 기존의 갈등을 악화시키고 불신을 만들어온 경험과 과정이 반복되지 않

을까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초기에 대화모임을 시작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나

타낸다. 사건의 문제해결을 둘러싼 사회적 제도와 관계에 대한 불신은 학교폭력 사건

이후의 문제해결 경험에 입각한 것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상황을 떠나 사건해결

과정에서 피해에 대한 인식정도에 따라 당사자들은 대화모임 개시를 위해 탐색과 이

해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조정자들과 당사자들이 서로를 탐색하고 이해하

며 나아가 인간적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시간으로써 예비 대화모임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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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대화모임은 당사자들에게 기존의 문제해결의 질서와 전혀 다른 공감의 시간이

된다. 대화모임의 시작에서는 상대편을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이들은 안전한 환

경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감정을 해소하고 자신의 내면적 욕구를 발견하고 이

를 다시 이야기하게 된다. 특히 예비모임을 통해 이루어지는 조정자와 당사자의 개별

적 모임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경험을 재구성하고 조정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사

건을 돌아보고 자신을 성찰하는 경험이 된다. 이를 통해 당사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의 이야기를 누가 진지하게 들어준 다는 것 자체로 감정

을 해소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63. 사건C - 피해자 - 심층면담>어머니: 첫날은 하소연하고 탐색했어요. 이 세삼이 와서 째려보니 참 무섭다. 뭐하는

사람들일까. 일단 하소연했어요. 여태껏 내가 그렇게 찾아다니던 하소연 할

데가 생긴 거예요. 그 자체만으로 좋았죠. 그 날은 하소연만 하고 오고 벽은

이만큼 쌓아놓고 왔어요. 누군지 모르니까. 이 사람들이 나에게 얼마나 해가

될지. 아니면 나에게 순화를 시켜줄지 모르는 상태인데 벽은 이만큼 쌓아놓

고 나는 그 안에서 막 울고 선생님들은 나를 앞에서 지켜봐주시고. 그런 상

태 있잖아요. 그날 선생님들이 늦은 시간이어서 불안한 내색을 하거나 지겹다고 하거나

하면 안 믿었을 거예요. 그날은 탐색전이었기에 선생님들 시선하나 손동작

하나 보고 있었거든요. 하나부터 열까지 선생님들에 대한 그걸 갖다가, 혼자

울고불고 했지만 저 사람이 나에게 보내는 시선이 미친년이라는 시선이 올

지, 아니면 진심으로 내 얘기를 들어주고 저기하는 것인가 그랬을 때 내가

선생님들이 시계도 한번 안 보시더라고.

예비 대화모임의 경험과 더불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상대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

고 궁금한 것은 묻고 답하며 직접적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에 참여해 자신의 문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결정을 하게 되는 본 대화모임은 당사자들로 하여금 피해자로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핵심 과정이 된다. 대화모임을 통해 당

사자들은 사건의 주변에 머무는 수동적 존재에서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스스로에 대

한 인식을 전환시킨다. 제도의 주변인으로 법의 외곽에서 머물며 지켜보던 이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직접적인 경험은 무력하게 버려진 존재에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는 주체적 존재로서 자아를 찾고 회복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이들

은 사건의 피해자이자 사회 구조의 피해자라는 자기인식에서 자신의 피해를 해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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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이겨내는 내면적 힘을 가진 생존자로서 자아회복(empowerment)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자아가 회복된 당사자는 더 이상 제도의 결정을 수동적으로 받

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여 자신에게 일어난 해악을 해

결하는 것과 더불어 화해를 위한 개별적이고 창조적인 결과를 만들어 간다.

<64. 사건C - 피해자 - 경험담> 그러면서 그 아이를 보면서 내가 미친, 내가 쟤에게 뭔짓을 한 거야. 똑같더라고요

우리 종석이하고 똑같더라고요 천사더라고요. 제가 미친 년이지. 자라는 새싹에게 먼

짓을 하는 거냐, 너무 미안해지는 거예요. 그 아이에게, 그러면서 그 아이가 나는 다

쳐서 나 혼자 피 흘리고 쓰러졌다고 했지만 입장 바꿔서 내가 만약에 반대 입장에

그 아이가 법원까지 쫓아다닌 걸 생각하니까 너무 미안한 거예요 내가 무슨 짓을 했

는지. 너무너무 창피하고. 그 자리에서 내색은 못하고 거기서 또 깎아 달라니까 선생

님들이 생각해 보시라 그래서 그렇게 하시라고. 그러고 나서 나중에 약속을 했는데 그 금액을 그 쪽에서 입금을 안 시켰어요. 그재판하기 전에 입금이 되어야 하는데 입금이 안 되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전화를

드렸어요. 이재영 선생님이 전화를 받으셨을 거예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이 안

나온다. 조금 고민을 하시다가, 저도 어떻게 드릴 말씀이 없네요. 어머니 하시고 싶

은 대로 하세요, 어머니 하시고 싶은 대로 하시래요. 어떻게 더 이상은 할 말이 없대

요. 죄송합니다, 그러고 끊었어요. 자기 일도 아닌데 전화해서 하소연 픽픽하는데 제

가 죄송하죠. 어머니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 하는데 그 목소리 톤이 있잖아요, 톤이 니 맘대

로 하세요, 물론 같은 니 맘대로 하세요인데 저는 톤이 어머니 믿습니다, 그런 톤이

었어요. 나는 너를 믿으니까 알아서 하라는 그런 톤이 있잖아요. 그래서 끊고 나서 그집 아저씨에게 전화해서 만나자고 했어요. 내일 재판인데 그

대로 가실 거냐고. 그냥 가시게 되면 아이에게 불이익이 생기니까 그냥 가시지 마시

고 그걸 적어달라고 그랬어요. 언제까지 되겠습니까? 그랬더니 일주일 뒤로 미루시더

라고요. 일주일 미루길래 그러지 마시고 일주일 미뤘다가 또 안 되면 또 곤란해지고

저도 성질이 좋은 사람은 못돼서 자꾸 내일, 내일 미루지 마시고 확실히 되는 날을, 날짜를 길게 잡아도 되니까 확실히 되는 날짜를 쭉 밀어서 약속을 정해달라고 그랬

어요. 그랬더니 한 달 반인가 근 두 달을 미루신 것 같아요. 그러면 그렇게 해 주시

고 그거 한 장 써 주시고 복사해서 내일 재판에 넘기시라고 그렇게 했더니 인제 그

게 보류인가 연기인가 해서 넘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일단은 애에게는 덜 미안하잖아

요. 한 번은 더 나가겠지만 그날 아빠가 그 이행을 못해서 불이익을 받는 것보다그

게 낫겠다 싶어서 편한 대로 미루시라고 확실히 되는 날까지 미루시라고, 그렇게 해

서 나중에 잘 해결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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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모임 속의 이러한 경험들은 피해자의 주체성을 회복시키고 이는 피해자로서의

정체성을 극복하고 자신이 생존자로서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자아를 회복하여 일상의

부서진 삶을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한다.

<65. 사건C - 피해자 - 심층면담>어머니: 선생님이 모르시는 것이 있는데, 선생님은 한 사건만 해결했다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이 실타래가 사실 법이 무서워서 죽이지 못한 상태까지 간 거였죠. 그것을 해결하고 나면 그냥 가해자 피해자 해결되었다는 결과만을 준 것은

아니고요. 선생님들이 저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 주셨어요. 어떤 것을 바꾸어 주셨냐면 저는 아까도 얘기했지만 바르게 살아왔고 착한 엄

마, 착한 친구, 착한 딸. 나름대로 너무 너무 선하게 살아왔다 생각을 했는데

그게 나에게 오만이라는 것을 알게 눈 뜨게 해 주셨고요. 그리고 내가 오만

인지 아니면 진짜 열심히 살려고 하는 것인지, 그런 남을 먼저 볼 수 있는

전에는 나만 보고서 나만 착하게 살아온 것이고 이렇게 갈등 겪고 해결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이것을 이렇게 함으로 해서 저들에게 내 얼굴 내 표정 하

나, 몸 동작 하나하나에도 저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가?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세상을 열어준 것 같아요. 선생님들은 사건을 하나 해결하신

거라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제가 넓은

길을 볼 수 있는 그런 눈을 주신 거예요.

2) 끝나지 않은 상처

학교폭력사건은 학교 교육공동체, 지역사회, 당사자들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지속적

인 충격과 고통의 흔적을 남긴다. 대화모임을 통해 당사자들은 비난과 처벌을 통한

간접적인 해결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상호협력을

통해 직접적으로 폐해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문제해결의 과정이 남긴

갈등과 대립의 상처는 합의서가 작성되고 사법적 과정이 마무리된다고 모든 것이 해

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화모임 이후에도 경험에 따라 당사자들은 해소되지 않는 고통

으로 여전히 갈등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당사자들의 내면적 갈등은 대화모임으로 모

두 정리되기보다는 이후에 개별적으로 성찰하고 내면적으로 수용하는 시간을 거치게

되며 이들은 남은 감정의 상처들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1) 학교, 애증(愛憎)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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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의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학교폭력이 학생들의 사건이므로 당연히 학교가

책임이 있음을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지원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학교

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보호자들은 모두 학교가 사건을 축소하고 덮으려 했으며

공식화시키기보다는 비공식적 해결과정을 요구할 뿐 아니라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떠

넘긴다는 것에 실망하고 분노하였다. 이 같은 학교의 모호한 태도와 비공식적 개입, 당사자 간의 합의중심으로 넘겨버리는 사안처리방식은 이들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고 사건이 종결된 후에도 학교와 교사를 포함해 교육 공동체 구성원 상호간의 의

심과 불신, 적대감을 지속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당사자들은 학교의 무관심, 사건의 왜곡 또는 축소 등의 학교 당국이 스스로의 책

임을 회피하는 것에 대해 분노하지만 이후에 이에 대해 정식으로 설명이나 사과를 요

구하지 못했다. 사건 속에서 학교가 당사자 간의 합의를 요청하며 보여준 방관적인

태도가 사건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적 견해를 가지고 있더라도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침

묵으로 넘어간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보호자들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그 학교를 다니며 평가를 받아 상급학교 진학을 준비해야 한다는 상황

에서 적극적인 문제제기보다는 소극적 회피로 일관하게 되는 것이다.

<66. 사건A - 가해자 - 심층면담>어머니: 사실상 나도 물론 가해자이지만 학교 측에다 이의제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

런데 아직 일 년이라는 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우리가 바보고 아니고 그냥

묻어가는 거지, 정말 그래요.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눈물 나고 억울하다니까

요. 학교 측에서도 그런 사람이 들어오고 교장도 들어오고 하는데 교장도 지

금 중간단계에 있잖아요. 교장도 아니고 교감도 아니고 그러니까. 본인이 내

가 처음에 이런, 이런 일이 있으니까 학교 측에서 해결을 하게끔 요청을 했

잖아요. 그때는 교장이 큰소리 뻥뻥 쳤어요.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그런

사람은 나보고 오히려 우리 애랑 우리 아이 아빠랑 셋이 있는데서 우리 애

이름을 거론하면서 주용아 너는 지나가는 개에게 물렸다고 생각해라, 그 정

도로 그쪽을 모함해 놓고 그 쪽 아빠가 너무 학교를 가만 안 둔다고 협박을

하니까 우리는 단지 애가 학교에 다니는 입장이라 욱하는 것을 못 하잖아요. 교장이 저쪽에 확 쏠린 거예요. 저 사람 건들면 정말 무식하니까 주용이네는

그래도 엄마가 나름대로 학교생활을 하니 아이가 그런 불똥이 튈지 걱정한

다는 것을 계산을 했겠죠. 그러니까 그쪽 의견을 다 몰아준 거예요. 제가 그

동안 한 노력은, 교장선생님 그 쪽에다가 뭐 썼잖아요. 탄원서 저한테 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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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쪽 측에다가 이렇게 나 불리하게끔 써준 거죠. 아마 그게 많이 작용을 했던 것 같아요.

연구자: 그러면 그리고 나서 어머니 학교에 항의를 하시거나 하지는 않으셨어요?어머니: 안 했어요.그냥 내가 그냥 저 집이 요구하는 대로 깨끗이 끝나면 되는 것인

데 굳이 인제 빨리 끝내자, 학교고 뭐고 다 필요 없고 끝내자 그런 식이었어

요. 학교에서 뭐 전화도 안와요. 연구자: 학교에 실망하신 게 이번에 많으셨겠어요.어머니: 정말 학교 안 보내고 싶더라고요. 학교라는 것이 갈 곳이 못 돼요. 어디 불

안해서 애들 보내겠어요? 한창 애들이 혈기 왕성하잖아요. 여자애들도 아니

고 남자애들인데, 그런 식으로 애들 몸싸움해서 벌어진 일을 이렇게 크게까

지 애를 곳곳에 옮겨 다니면서. 그 고통은 말도 못해요. 학교에서도 그 고통

은 감안을 해 주셔야 하는데 그런 것 없어요. 자기 학교의 소문이 외부로 나

갈까봐 전전긍긍하는 거예요.

<67. 사건C - 피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어떤 것에서 학교는 이것을 덮기 바쁘다고 생각하셨어요?아버지: 처음에는 결과를 가지고 합의를 할 때 담임을 통해 주용이네하고 대화를 시

도했는데 보고가 안 올라왔다고 그러더라고요.연구자: 그럼 담임 선에서 숨기려고 했다고 생각하시는 거세요?아버지: 네. 그리고 교감 선생님도 이것을 이사장 선까지 보고가 안 되었어요. 학교

에서 책임진다고 그랬으니까 학교에서 책임지라고 이사장 면담을 좀 하자고

그랬더니 딱 막고서 안 해주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장희를 다른 학교로 전

학 시켰으면 이사장 만났어요.연구자: 그러면 장희가 학교가 있으니까 마음껏 얘기하지 못 하신 게 많으시겠어요?아버지: 왜 그러냐면 얘가 졸업반도 아니고 일 년을 더 다녀야 하는데.연구자: 어떤 것이 가장 걱정이셨어요? 어떤 불이익이?아버지: 선생님들에게 일단은 미움 받을 수도 있고 선생님들이 학생들 앞에서 얘는

건드리지 마 그러면 더 건드리고 모르던 애들도 다 알고 그런 게 있겠죠.연구자: 그럼 그런 것 때문에 학교에 혹시 이 과정 끝나고도 교감선생님이 중간에

정확하게 일처리 못했다는 것도 아셨는데 혹시 끝나고 얘기는 하셨어요?아버지: 안 했어요. 내가는 못하니까 다른 그분 조정했던 분을 통해서 부탁을 했어

요. 교장선생님이 전화를 안 받고 나중에는 핸드폰 번호를 바꿨다고. 그러더

라고요

연구자: 담임선생님하고는?아버지: 담임선생님하고만 통화하고 담임선생님에게 전화를 물어보니까 안 알려 주

더래요. 연구자: 그런 것에 기분이 좀 나쁘셨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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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네 그럼요. 자기가 떳떳했으면 그럴 것이 없었죠.

그러나 당사자에게 부당한 사실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거나 정당한 요구를

하지 못한고 침묵해야 하는 현실은 내면의 부정적 감정을 남게 하고 정신적인 스트레

스가 되었다. 또한 학교에 대한 실망은 더 이상 스스로를 학교의 구성원으로 인정하

지 않고 학교의 문제로부터 무관심해져서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도록 만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학교폭력의 당사자들은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자기의 책임을 포기하기도

했으며 학교의 문제해결 방식이 학교교육 전체에 대한 수동적 방관자를 만드는 결과

로 이어졌다.

<68. 사건A - 가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임원 어머니를 하셨는데 새로운 대책을 제안할 수 있지 않으신가요?어머니: 하고 싶죠. 학교에 권하고 싶은데 아들이 자격을 박탈당하면 (학교에서 처벌

을 받으면 임원자격이 박탈되고 다시 임원이 될 수 없다.) 학교에 갈 일이

없어요. 인제 안 가죠. 임원 엄마가 아니니까. 그리고 의지하고 싶지도 않고

요. 내 애만 학교에서 얼굴 붉힐 일 안생기고 내 애만 조심히 하게 하려고

요. 오지랖 넓게 안 하고요.연구자: 학교에 대한 기대도 없어지고.어머니: 없어요. 이번에 완전히 실망했어요. 믿을 곳이 없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2) 해소되지 못한 분노

대화모임이 당사자들 간의 합의로 종결되는 데 있어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모든 감

정적인 문제가 바로 처리되거나 해소되는 것은 아니며 대화모임의 성공과 실패가 합

의 여부로 인정되는 것 또한 아니다. 조정자들은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대화모임의

최종 결과물로서 중요하지만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서로

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해소하여 자신들에게 일어난 폐해를 바로잡고 해결하는 것이

대화모임의 중심 가치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대화모임에서 비록 금전적 합의에 실패

하더라도 당사자들은 서로에 대해 오해를 풀고 용서하고 화해하며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반면에 서로에 대한 사과와 용서를 합의문에 명시했음에도 사건

발생과 해결과정에서 충분한 소통하지 못하고 조정자를 포함해 이해 당사자 간에 신

뢰관계가 생기지 못했을 경우 피해자 되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상대를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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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화하고 비난하고 이를 스스로 정당화하는 과정에 머물게 된다.

<69. 사건A - 가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이번 대화모임에서 그런 것, 어머니의 입장이나 요구가 참작이 됐다고 느끼

세요, 전혀 안 되었다고 느끼세요? 어머니: 어쨌든 참작은 전혀 안 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속 시원히 되지는

않았어요.연구자: 어떤 부분이 답답하셨던 것 같아요?어머니: 얘기는 다 들어주셨지만 전달이 잘. 제가 아까 괘씸하다 그랬잖아요. 분할로

만원 이 만원 주고 싶은데 그냥 땅땅 때리는 바람에 그거마저도 내 마음대

로 안 되니까 저쪽에서 원하는 대로 결국은 상처를 다 받고 해주는 꼴이 된

거예요. 내가 노력한 것에는 아무런 그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없잖아요.연구자: 실제 어머니 노력이 합의하는데 반영된 게 좀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거예요?어머니: 좀이 아니라 전혀 없죠.연구자: 여전히 금액도 그대로고?어머니: 금액이야 그것만은 억울하지 않은데 내가 노력한 것인데.연구자: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인정되면 좋으실 것 같으세요? 어머니 생각 하시기에

법이 아니라 여기서 이렇게 해주면 내 마음이 풀리겠다 싶은 게. 어머니: 만원 이 만원씩. 연구자: 그렇게 해서 계속 오랫동안.어머니: 합의금을 형편 되면 5만원도 되고 2만원도 주고 그렇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

렇게 하면 풀릴 것 같아요.연구자: 어머니는 이 상황을 좀 컨트롤 하고 싶었던 게 있으세요?어머니: 그렇죠. 이제 빨리 잊어야 해요. 빨리 잊을 거예요. 빨리 이거 한방에 줄 수

있는데 나는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저쪽은 완전히 쾌감, 승리의 쾌감이잖아

요?연구자: 그렇게 느끼셨어요?어머니: 네, 니네 그렇게 발버둥 치더니 결국엔 나에게 원하는대로 너네 다 했지 않

냐 이런 식으로.연구자: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끼셨어요?어머니: 그 집이, 어떤 그 사람들이 내색한 것은 아닌데 내 느낌에 그랬어요.연구자: 여전히 어머니 억울한 마음이 있으신 게 있으셨어요?어머니: 왜냐하면 내가 뒷짐 지고 배 째시오 한 것도 아닌데. 연구자: 결국 어머니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반영되지 않고 노력한 게 안 풀리신 거

네요.어머니: 그거는 반영이 안 된 거잖아요. 내 마음은 이런데 안 알아주고 당신 아들이

때려서 이러이러하니까 실행 하시오,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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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모임 이후 불만은 여러 요인에 따라 나타난다. 특히 당사자와 다른 이해 당사

자들과의 대화와 소통의 부재는 사건에 대한 의구심을 해결하기 보다는 의혹을 증폭

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이는 새로운 불신으로 이어져 적대적 감정을 해소하기보다는

늘어나게 하였다. 당사자들은 예비 대화모임 이후 한 번으로 끝나게 되는 본 대화모

임으로는 사건과 해결과정에서 나타난 오해와 갈등의 원인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우며 참석자 역시 사건의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하는 것이 아닌 학생 당사자와

보호자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사건을 종합적이고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어렵

다고 말한다. 때로는 사과를 받고 자신의 욕구를 이야기하고 해결을 위해 논의를 하

고 싶어도 자신에게 피해를 준 당사자가 부재인 상태에서 이러한 얘기를 하고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합의는 했지만 ‘맞지 않는 단추를 억지로

끼워 맞춰 입고 나선 것’ 같은 불편함을 당사자들은 호소했다.

<70. 사건A - 피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대화모임 끝나고 마음이 편해지신 것이 있으세요?아버지: 저희 집사람이나 장희는 앙금이 가라앉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안 가라앉았

어요. 왜 그러냐 하면은 그날 가서 그쪽 의견을 처음 들었잖아요. 그러고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어요. 솔직히.연구자: 저쪽의 태도나 이런 것을 보고 생각을. 아버지: 지하철 타고 오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까 이것은 억지로 끼운 단추 같

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오는데, 이게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너무 빨리

덮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에. 연구자: 그러면 아버님 보시기에는 어떤 부분이 조금 더 보완되면? 아버지: 만나고 의견 조율하는 부분이 두세 차례 더 있어야 되겠더라고요.연구자: 그럼 그쪽 분들 의견을 충분히 못 들은 것이 답답하세요? 아니면 아버님의

얘기를 충분히 못 하신 것이 답답하세요?아버지: 저쪽 얘기를 충분히 듣지 못한 것이 답답한 거죠. 저쪽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얘기하는지 판단이 안 서는 거죠. 저는 저쪽이 학교 측 핑계만 대고

그런 것들이 다 거짓같이 느껴져요. 지금도. 연구자: 그럼 아버님은 여전히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여전히.......아버지: 왜 그러냐면 그 전의 과정이 그랬기 때문에 그것이 같이 연결이 되는 거죠.

대화모임 이후에 감정적 해소가 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당사자들이 느끼는 자

발성과 주체성에 대한 침해에 기인한다. 당사자들은 대화모임에 임하면서 자신의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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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오랜 갈등해결 과정을 거치면서 이번에는 해

결하자는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의 요청과 보이지 않는 압력을 받았고, 조정자를 비롯

해 관계자들의 이번에 해결하는 것이 유리하며 이번 기회가 아니면 법적 과정 외에는

없다는 설득은 당사자들이 충분히 숙고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방해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대화모임 합의 이후에 당사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결정을 수용하고 충분

히 감정적 해소를 하는 것을 어렵게 하였다.

<71. 사건A - 피해자 - 심층면담>연구자: 그러면 아버님께서 대화모임에서 종결하시기로 한 이유는?아버지: 그렇게 얘기를 했었어요. 조정하시는 분들이. 오늘 아니면 없다, 그런 느낌을

받았죠. 그런 식으로 얘기했던 것 같아요

연구자: 그러면 아버님은 어떤 부분이 더 얘기가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아버지: 제가 봤을 때 그쪽 주용 이 어머니의 얘기가 납득이 갔으면 이런 느낌이 안

들었겠죠. 납득이 안가니까.연구자: 똑같은 모임을 세 번 가진다고 납득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버님이 납득을 하실 수 있을까? 아버지: 제가 그 얘기를 듣고 왔으면 학교에서 따졌을 거예요. 학교에서 검증하고 당

신 주용이 아버지, 어머니에게 이렇게 했느냐, 하고 따졌을 거예요. 이제 결

론 맺고 끝냈으니까 이제 안 갔죠.연구자: 그러니까 아버지는 그 자리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더 좋으셨겠

네요? 아버지: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이 와 있었으면 좋았죠.연구자: 아버님 입장에서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아버지: 봉합을 한 것 같은. 그건 제 생각이고 저희 집사람은 그런 얘기하면 자기는

귀찮다는 듯이 아이, 그만해라고 더 이상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은 것처럼

얘기하더라고요. 근데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이상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해결과정에서의 경험과 회복을 위한 구체

적이고 실제적인 당사자들의 욕구를 살펴보았다. 기존의 사안처리 과정의 응보적 패

러다임에서 벗어난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폐해에 대해 물질적 보상과 처벌이라

는 제한적 해결을 넘어서 소통과 대화로 이해와 공감을 이루고 서로의 필요와 욕구에

기반해 자신의 피해의 극복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해결과정에서 회복적 정의에 기초

한 대화모임이 당사자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고 당사자들의 대화와 소통을 통한

필요와 욕구를 찾아가는 기회가 되었다. 대화모임을 통해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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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모두는 처벌과 경제적 보상이라는 추상적인 책임을 넘어 사회적 관계의 회복, 신뢰와 존중, 위로와 정서적 안정이라는 다양한 실익을 추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

었다. 또한 당사자들은 학교폭력의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에서 이

를 극복하고 자신의 일상을 회복하는 생존자가 되기 위해 문제해결 과정에 참여해 결

정을 내리는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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Ⅵ. 회복적 정의에 따른 갈등해결 경험의 교육적 의의

오랫동안 사람들은 잘못을 바로잡고 질서를 유지하는 사회통제의 양식으로 응보적

처벌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처벌에 초점을 둔 응보적 방식의 사회통제는 우리

일상의 생활양식으로 개인 관계뿐 아니라 가족, 학교, 사회를 나아가 국가 간의 관계

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처벌이 효과적이고 합리적이며 정의로운 사회통제

의 방식이라는 믿음은 견고하게 일상생활 속에 지배적 가치로 존재하고 있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도 다르지 않다. 학교폭력과 같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행동

에 대한 학생지도와 훈육은 처벌 중심의 응보적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고 처벌은 잘못

에 대한 책임의 완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잘못에 따른 폐해로부터 당사자들의 회복과 교육적 성장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처벌과 보상을 문제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응보적 대응방식은 학교폭력 피

해자와 가해자들의 실제적 필요와 욕구를 수용하지 못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문제해

결 과정에서 다양한 욕구들을 무질서하게 혼재시키면서 갈등을 더욱 커지게 하였다. 사람들은 응보적 정의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갈등의 당사자들에게 정

의는 상대방에게 고통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피해와 고통으로부터 회복되고

가해자가 책임을 수행할 때 성취되는 것임을 갈등해결 경험에서 확인하였다. 본 장에서는 갈등해결 경험에서 나타난 회복적 정의의 가치들이 가지는 교육현장

에서의 적용 가능성과 의의를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학교폭력에 있어 회복적

정의에 따른 갈등해결이 학교현장에 부여하는 교육적 의미를 탐색할 것이다. 나아가

처벌이 아니라 회복에 초점을 둔 회복적 훈육(restorative discipline)을 통해 회복적 정

의의 교육적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1. 회복적 정의에 따른 갈등해결의 교육적 실천의 필요성

학교는 교육 공동체다. 학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학

생들이 학교 안에서 사회적 가치를 배우고 세상을 살아가는 능력을 배우도록 지원하

는 곳이 된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은 교육적 목표와 목적에 따라 구

성되고 그 안에서의 다양한 경험들은 교육적 경험으로 전화되고 배움으로 성취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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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또한 학교에서 갈등과 대립이 문제행동의 훈육과정과 밀접한 연결되어 있는 만

큼 학교는 교육적 책임을 가진다. 따라서 갈등은 교육적 목적과 목표에 부합하는 경

험으로 전환되고 배움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는 갈등해결의 대응체계

에 따라 사건을 종결하는 행정기관으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갈등해결의 구체적인 실

천의 장으로서 당사자들이 교육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도록 지원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

다. 그리고 나아가 이를 교육적 경험으로 전환시키고 배움의 경험으로 발전시키는 교

육적 역할을 해야 한다. 학교현장에는 여러 형태의 갈등들이 존재하지만 학교폭력 사건에 따른 갈등은 그

이해당사자가 다양하고 이원화된 대응체계와 복잡한 사회문화적 구조로 인해 그 해결

이 어렵다. 또한 교육적, 사법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전개되는 만큼 대응체계 속

에서 해결이 되더라도 상처는 깊고 광범위하게 남아 학교 구성원들에게 부정적인 영

향을 주게 된다. 지금까지의 학교폭력의 갈등해결은 학교폭력대책법과 사법제도의 대

응체계 안에서 책임자 처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의 종결이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의 온전한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현장에서 대응체

계와 사법절차에 따라 사건이 종결되었어도 당사자들은 피해보상을 두고 오랫동안 갈

등하고 대립하게 되고 피해보상 이후에도 상처와 분노, 불신으로 인해 관계의 회복을

이루지 못하고 적대감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이처럼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은 해결과정에서 악순환의 구조를 가지며 공동체 전체

의 위기로 발전한다. 학교폭력에서 가해자는 사건의 상황과 맥락에 대한 고려와 이해

없는 일방적 처벌을 수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해결과정의 피해자로서 스스로를 인식하

고 학교와 상대 당사자에게 분노한다. 피해자 역시 피해자로서 학교나 사법제도 안에

서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억울한 감정을 가지게 되고 피해보상에

나서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가해자의 태도와 학교의 대처에 상처받고 피해자 정체

성을 강화한다. 갈등 속에서 당사자들의 감정은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고 적

대적 대립으로 학생 뿐 아니라 보호자에 대한 응보적 처벌이 해결과정의 주요 쟁점으

로 발전하기도 한다. 또한 해결과정에서 생긴 학교에 대한 불신과 교사에 대한 실망

은 학교 공동체의 주체들 간의 상호신뢰를 잃어버리게 만든다. 학생들은 사건 이후

학교의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학부모들은 수동적 학교교육에 참여하기보다는 학

교와 거리를 두어 참여를 꺼리게 된다. 교사들 역시 사건처리의 과도한 스트레스로

교육현장에 대한 실망과 자괴감을 가지면서 갈등은 학교 공동체 전체의 위기를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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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온다. 이러한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의 현상과 경험은 갈등해결이라는 관점에서 학교가 갈

등을 교육적 목표에 부합하게 해결하는데 실패하였음을 의미한다. 학교는 학생의 실

수와 잘못을 선도하고 올바른 훈육을 통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회 구

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역할에 대한 기대를 받는다. 또한 갈등의 경험을 교육적

경험으로 전환시켜 갈등해결의 역량을 키우고 교육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다. 하지만

응보적 정의에 따른 기존의 해결방법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의 구체적인 필요와

욕구를 무시함으로 오히려 학교에 대한 불신과 당사자들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

인이 되었다. 당사자들은 사건으로 인한 필요와 욕구에 응답받기를 원하지만 문제행

동에 대한 응보적 대응은 실제적 피해와 무관하게 잘못에 대한 처벌을 통해 사건을

종결하고자 함으로써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해결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필요

와 욕구는 처벌이 아니다. 응보적 차원에서 제시되는 처벌과 보상보다는 사건과 그

해결과정에서의 실질적인 피해의 회복을 당사자들은 원하고 있다. 피해자는 사건으로

인한 자신의 고통을 가해자로부터 인정받고 진정한 사과와 위로를 받길 원했으며 피

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한 보상과 더 이상 폭력피해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안전에

대한 약속을 원했다. 이러한 피해자의 요구는 피해자가 응보적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피해에 대한 회복의 조건으로서 보상, 사과, 공감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해자 역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기 원하지만 그것은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응보적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피해회복에 직접 참여하여

이를 통해 잘못을 용서받고 정상적인 일상생활과 가족과 친구들, 학교의 교사 등과의

관계회복을 이루는 것이다. 이처럼 당사자들은 학교폭력의 폐해의 회복을 위한 필요

에 입각한 문제해결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당사자들은 사건해결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원한다. 인간은 사회

문화 속에서 규정되어지는 존재지만 사회제도와 다른 사람, 문화적 요소들에 수동적

으로 반응하고 순응하는 존재가 아니다. 적극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발견하기 원하며 상대방과의 상호작용의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적극적인

존재다. 갈등 또한 이러한 인간의 특성에 따라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분석과 해석, 의미부여의 차이 속에서 발전되고 전개된다. 양립할 수 없는 욕구는 상호과정의 역동

가운데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고 다르게 해석되며 변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의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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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갈등해결이 단순히 갈등의 요인을 제거하는 것으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며 인간

이 주체적이고 능동적 상호작용 속에서 상대방의 행동과 태도를 어떻게 해석하고 의

미를 부여하느냐에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당사자들의 주체적 참여 없이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해결방안이 갈등의 원인과 위험을 제거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회복하도록 하는 근본적인 갈등해결에 다다르게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회복적 정의에 따라 대화모임을 통해 아픔을 이야기하며 필요와 욕구를

말하고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협의와 실천의 약속을 이루어가는 갈등해결은 당사자들

에게 치유적 경험이 되고 피해자의 굴레에서 벗어나 생존자로서 살아가게 한다. 이처

럼 학교폭력 피해자는 회복적 정의에 따른 갈등해결 경험을 통해 추상적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학교생활과 또래집단과의 관계회복, 안전에 대한 약속, 피해의

인정 등 실제적 피해회복을 이룬다. 가해자 또한 공동체로부터의 소외와 낙인, 비난에

서 벗어나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학교 공동체에 재통합되어 정상적인 학교생활

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보호자와 가족은 상대에 대한 적대적 감정과 분노, 긴장을

해소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공동의 노력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학교 공동체와 지역사

회의 공동 구성원으로서 상호간의 관계회복의 기회를 가진다. 나아가 사회와 학교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고 당사자와의 관계를 넘어 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학교와의 관계설정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면서 상호 신뢰

를 회복하고 관심과 참여의 기회를 확대한다. 학교는 또한 이 같은 갈등해결 과정을

통해 교내의 발견하지 못했던 구조적 문제와 한계를 발견하고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동시에 갈등해결의 과정을 교육적 기회로 전환하여 잠재적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역량 강화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처럼 학교에서의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은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의 갈등은 교육과정과 목표 안에 통합적으로 이해되고 수행되

어야할 대상이 아니라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불편하고 부정적 요인으로서 행정적으로

제거되어야 할 문제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학교폭력의 문제해결 과

정은 절차와 제도에 입각한 강제적 문제해결이며 사건 당사자들의 주체적 참여는 보

장되지 않은 채 제도적 해결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표면적 사건종결에

는 이르지만 그 이면의 다양한 갈등요인과 쟁점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갈등을 유지하

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교에서의 갈등에 대한 관점은 갈등이 다양한 문제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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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management)하고 갈등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대응이 이루어져 왔

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당사자와 학교 공동체가 갈등을 교육적 기회로 전환시키

기보다 사안처리의 행정적 기능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해결되지 못한 갈등

으로 교육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고통 받게 되었고 학교의 책임과 역할에

위기를 가지고 왔다. 학교는 갈등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 이를 교육 공동체로서 구성

원들에게 교육적 기회와 성장의 경험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책임을 가진다. 회복적 정

의에 따른 갈등해결의 적용은 학교가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행정기관이자 이를 처벌하는 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당사자들의 참여를 통해

자신들에게 일어난 폐해를 실제적으로 회복시키고 교육적 필요를 지원하여 자아의 성

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다. 나아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 구조적, 교육

적 원인들을 함께 해결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갈등전환의 기회를 줄 것이

다. 그리고 갈등전환의 경험을 통해 학교는 교육 공동체로서 자신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2. 회복적 정의의 교육적 적용으로서 회복적 훈육(discipline)23)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폭력뿐 아니라 다양한 문제행동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학교와

교사는 적절한 교육개입을 통해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수정하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대립과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두 가지 과업을 가진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활을 지도

하고 훈육하는 것과 더불어 이에 따른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분리된 별개의 교육활동

은 아니다. 학생들의 문제행동에 대해 적절한 교육적 개입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이는 갈등의 원인이 되며 문제행동으로 발생한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효과적인 학생지도와 훈육은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해결

과정에서도 학교의 부적절한 교육적 개입과 처벌 중심의 훈육이 갈등의 쟁점이 되기

도 했다. 그리고 이에 따른 갈등과 대립은 가해학생의 선도와 피해자 보호라는 목표

23) 본 논문에서는 discipline을 훈육이라고 번역하였다. 학교에서의 훈육은 사회집단의 규범이

나 과업 수행 상황에 요구되는 행동규범을 어기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적 개입으로서 학교와

교사의 경영활동이자 교육지도 활동을 의미한다. 이는 학생들의 진로상담에서 학업상담에

이르는 전반적인 교육활동에 교육적 개입을 의미하는 생활지도(guidance)와는 구별되는 개

념으로 학생들의 규범위반에 대한 학교와 교사의 교육활동을 의미한다. Discipline이 학교의

교육 활동과 별개의 일반적 개념으로 사용될 때는 규율, 통제 등으로 번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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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성취하지 못하고 문제 상황을 지속하게 했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의 생활을 관리감독하고 지도하는 훈육활동과 문제행동으로 인한 당사자들의

갈등해결은 교육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통합적인 이해와 접근이 요구된

다. 그리고 이를 위해 처벌이 아닌 회복에 초점을 둔 갈등해결 경험으로부터 훈육에

있어서 회복적 정의의 적용과 실천의 필요성과 의미를 탐색하고 적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생들에 대한 훈육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규율(social discipline) 체계의 적용을 받고 있는 만큼 이 둘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적 규

율을 교육에 적용해 볼 때 잘못에 대한 통제(control)와 지원(support)의 정도에 따라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징벌적punitive

방임적neglectful

회복적restorative

허용적permissive

지원과 격려 높음

높음

낮음

[그림 6-1] 학교에서의 규율 형태 (Costello, Wachtel & Wachtel, 2009)

위의 그림에서 보이듯이 학교의 훈육과 지도가 행동을 강력하게 통제하면서도 교육

적 지원이나 격려는 부족한 징벌적 방법과 반대로 훈육과 통제 없이 지원과 보호에

초점을 두는 허용적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에 대한 훈육은 이

두 가지 접근 사이의 어딘가에 입각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학교 교육이 교육

적 지도와 훈육을 강제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고 학생들의 문제행동에 통제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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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하지 않고 방치하는 방임적 접근이 있다. 방임적 접근의 예로서 학교나 가정에서

일부 비행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적 개입을 포기하고 방치하는 사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제행동에 대해 통제하고 규제하지만 이에 대한 교육적 개입을

통해 이들을 돌보고 지원하는 회복적 접근이 있다. 이는 잘못을 한 당사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수반되는 책임 수행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회복에 참여하고 나아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재통합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교 현장에서는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행동에 대한 학교의 해결방안을 살

펴보면 일반적으로 처벌에 초점을 둔 응보적 정의에 따른다. 잘못에 대해 그것이 체

벌이든 다른 불이익을 주던 처벌의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인 이해는 잘못에

상응하는 대가를 통해 행동을 통제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에서의 훈육에 국

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의 문제해결 양식은 어떤 행동으로 피해가 발생

하면 그 행동이 사회규범에 의해 잘못된 행위인지 변별하고 잘못된 행동으로 규정되

면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일상에 깊

숙이 자리 잡은 개인 간의 관계, 가족공동체, 학교에서의 일상을 통제하는 방법이며

사회를 보호하는 사법의 작동원칙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처럼 응보적 패러다임은

사회 구성원의 삶 속에서 하나의 문화적 양식으로 존재하며 우리의 가치체계에 영향

을 주었고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를 자연스럽게 체득해 왔다. 그렇기에 학교가 처벌을 중요한 교육수단으로 삼아온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오랫동안 법과 규범의 위반에 대한 처벌은 학교와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화의 방법이

기도 했다. 학생들은 잘못에 가해지는 처벌을 통해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동양

식에 대해 학습하였고 규범적 가치들을 배웠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화된 행동

양식은 강화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교육학자들은 처벌을 통한 응보적인 훈육이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예방하고 나아가 행동을 수정할 수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훈육의 목표는 문제행동을 수정하고 잘못을 한 당사자가 적절한 책임을 수행하

여 궁극적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잘못을 했지

만 교육을 통해 책임 있는 학교의 구성원으로 재통합시키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훈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학교는 응보적 정의의 관

점에서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규범의 파괴로 이해하고 처벌을 통해 이를 바로잡고자

했으나 이 같은 대응은 오랫동안 궁극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했다. 응보적 처벌이 가지는 이러한 한계는 수치심 관리와 재통합 이론을 통해 설명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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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수치심의 관리는 적응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동시에 부적응적으로 이루어질 수

도 있는데(Amhed et al, 2001, 재인용) 부적응적으로 관리된 수치심은 사회적 행위의

적절성을 규율하는 개인의 내적 규제 능력을 붕괴시키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부정적

반응과 행동을 하게 된다. 잘못된 행동을 일방적으로 부정하고 통제하는 응보적 접근

속에서 학생들은 처벌을 통해 사회적 낙인이 붙어 부정적으로 자아를 인식하게 되고

이는 당사자로 하여금 수치심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적절하게 통합

되지 못한 수치심은 타인에 대한 공격, 자아에 대한 부정, 상황으로부터의 회피

(withdrawal)나 도피(avoidance) 등의 행동을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다(Nathanson, 1992). 또한 처벌은 처벌받는 학생이 자신이 저지른 행동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

과 그것을 가한 사람에게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원망과 분노를 가지게 만든다. 결과적

으로 처벌권자에 대한 비난에 집중하게 되면서 처벌에 대한 본래 목적과 의미가 이해

되고 책임을 인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Amstutz & Mullet, 2005). 응보적 처벌이 본질적인 문제해결이 되지 못하고 상황을 지속시키나 악화시키는 경

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례로 본 연구의 사건A 사례에서 학교폭력 사건

이후 가해자는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부정당하고 무시당한 채 일방적으로 처벌을 받

은 사건의 결과로서 피해자의 상처를 부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리

고 이는 다시 피해자에 대한 보복과 공격으로 이어졌다. 가해자는 사건의 맥락에 대

한 이해 없이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처벌을 받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 억울함, 분노를

가지게 되었고 학교 또래집단과 교사들의 달라진 태도와 반응 속에서 학교생활에 적

응하지 못했다. 처벌 이후에도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잘못을 수용하기 보다는 억울

함을 호소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피해자를 비난

하고 괴롭혔다. 그 결과 피해자는 계속되는 대립과 갈등 속에서 불안하게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고 자신의 피해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비난하는 가해자의 행동과 태도에 지

속적으로 고통 받았다. 이처럼 응보적 처벌은 학생의 문제행동을 수정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가지고 오지 못했고 책임을 인정하기 보다는 오히려 정당화하도록 했으며 가

해자의 이러한 행동은 결과적으로 사건으로 인한 갈등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주요한

이유가 되었다. 회복적 정의는 문제행동과 이에 대한 교육적 개입으로서 학생지도와 훈육을 이해하

는데 있어 다른 관점을 제공해 준다. 회복적 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잘못된 행동의 결

과는 법과 규범의 파괴가 아니라 회복되어야 할 피해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잘못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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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으로 폐해가 발생하면 이는 사람과 공동체에 피해가 되어 결과적으로 당사자들에

게 회복을 위한 필요와 욕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

구가 해결되지 못할 때 초기의 잘못된 행동은 대립과 갈등으로 이어지고 당사자들과

공동체에 위협이 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못된 행동의 초점은 처벌이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한 폐해를 해결하고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

서 잘못이 일어났을 때 응보적 접근에서 교사와 학교는 누가 잘못을 했으며 무슨 규

범을 어겼고 따라서 어떻게 처벌하면 되는가에 집중하게 된다. 반면에 회복적 접근은

어떤 피해가 발생했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났으며 어떻게 피해를 원상회복시킬 것인가

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학교폭력에 따른 문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그리고 학생들과 교사

가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갈등 역시 학생들의 문제행동과 이에 따른 훈육의 결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의 교육적 훈육에서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못

하고 피해에 대해 실제적인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 그는 제가 속한 공동체 안에 효과

적으로 통합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가해자의 문제행동은 지속되고 갈등의 위험은

커진다. 피해자가 있는 경우 이러한 훈육의 실패는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원상회복과

관계의 회복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고 당사자의 갈등과 공동체의 상처는 더욱 커지

게 된다. 그렇기에 학교에서의 훈육은 소통과 공감을 통해 자신의 잘못의 결과와 영향에 대

해 이해하고 피해회복을 위한 실제적인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관계

적 회복을 함께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문제행동의 당사자가 낙인과 수치

심에서 벗어나 공동체 안에 재통합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문제행동에 대한 훈육은 처벌을 통한 통제보다는 잘못이 가져오는 피해에

대한 이해와 피해 회복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직접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이 자신의 가정, 학교, 지역사회에 온전히 재통합되도록

할 때 학생들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으며 교육현장의 갈등과 나아가 문

제행동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다양한 갈등해결교육, 심리상담 프로그램 등

이 개발되었고 지원되어 왔으며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지원하는 사회 안전망은

확충되어왔다. 하지만 이들 학교폭력 예방과 대책은 구성원 개인에 대한 개입과 제도

개선에 집중되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교폭력의 문제는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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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이로 인한 갈등은 해결되지 못한 채 학내의 부가적인 고통의 원인이 되어 그 구성

원들의 대립과 반목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해결에

대한 연구에서 확인한 이들 경험자들의 필요와 욕구는 교육현장에서 훈육과 통제의

원칙이 응보적 정의의 패러다임이 아니라 회복적 정의로 전환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제도적 결핍과 한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건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구조와

과정, 철학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폭력

의 대응에 있어서 제도를 넘어 학교의 교육과 훈육방법, 대응체계, 삶의 방식과 사회

문화 속에 존재하는 응보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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Ⅶ.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에서는 질적 사례연구를 통해 학교폭력 사건 발생 후 당사자들이 해결과정

에서 경험하게 되는 대립과 갈등의 구조와 요인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의 전개과정을 이해하고자 했다. 이와 함께 갈등해결을 위한 당사자들의 필요

와 욕구를 탐색하고자 당사자 간의 직접적 문제해결을 하는 과정인 피해자-가해자 대

화모임을 참여관찰 하였다. 그리고 참여자들과 조정자, 학교교사와 학교폭력자치위원

장에 대한 심층면담을 통해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경험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학교폭력 이후 문제해결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종합적이고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도록 경험적 자료를 제공

하고자 하였다. 기존의 학교폭력의 당사자들은 사회제도와 사법체계의 수동적 참여자로서 문제해결

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일방적 처분의 대상이었다. 처벌을 중심으로 하는 응보적 대

응체계 안에서 자신들의 실제적 필요와 욕구를 스스로 성찰하고 사회적으로 드러내는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대화모임을 통해 당사자들은 해결과정에서의 갈등을

성찰하고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자신들에게 일어난 폐해를 해결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필요와 욕구를 탐색하였으며 가해자들은

구체적인 행동과 실천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 책임을 수행하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가능성을 피해자와 함께 논의하는 경험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학교폭력 당

사자와 교육 공동체 구성원들로 하여금 피해보상을 넘어 회복(restoration)이라는 근원

적인 갈등해결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 장에서는 연구문제에 따라 지금까지 살펴본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갈등해

결 과정의 경험과 의미를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1. 요약

본 연구는 학교폭력 사건의 문제해결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경험하는 갈등의 특징

과 경험에 대해 회복적 정의의 실천인 대화모임을 통해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

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현재 학교폭력 대응체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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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와 한계는 무엇인가? 둘째, 학교폭력에 따른 해결과정에서 당사자들은 어떠한 갈

등을 경험하는가? 셋째,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에서 회복을 위한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구는 무엇인가? 넷째, 처벌이 아닌 회복에 초점을 둔 회복적 정의에 따른 학교폭력

의 갈등해결 경험의 교육적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들 연구의 목적과 연구문제에

응답하고자 본 논문의 연구는 다음과 같이 수행되었다. 본 논문의 제3장에서는 학교폭력을 둘러싼 한국사회의 학교와 사법에서의 대응체계

를 고찰하고자 하였다. 먼저 학교폭력이 한국 사회에 교육문제이자 사회문제로 대두

되면서 구축된 대응체계를 정리하고 이에 법적 근거가 되는 학교폭력대책법의 입법

과정과 배경을 살펴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폭력의 사안처리 과정을 학교폭력대책

법에 따른 학교 내 처리과정과 일반 형사사법에 따른 사법적 처리과정으로 나누어 탐

색하였다. 그리고 학교폭력 사안처리 구조에 대한 탐색과 더불어 이들 대응체계가 교

육현장에서 어떻게 실천되고 있으며 운영에 있어서 어떤 현실적 문제와 한계가 있는

지 고찰하였다. 제4장에서는 대화모임의 참가자 진술과 심층면담을 바탕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갈

등을 재구성하고 갈등이 발생하고 전개되며 심화되는 원인과 이를 둘러싼 구조, 갈등

과정을 거치는 그들의 경험을 고찰하였다. 또한 학교폭력 사건 이후 갈등이 당사자, 학교의 대응체계 그리고 사법처리를 중심으로 그 사회문화적 맥락과 상호작용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겪는 실제적 고통과 상처를 탐

색하였다. 나아가 갈등의 해결과정에서 겪게 되는 상처와 고통이 어떻게 당사자 내면

의 역동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갈등구조와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제5장에서는 해결과정 속에서 대립하고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 및

가해학생과 그 가족들이 자신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가지는 실제적인 욕구가 무엇인

지 탐색하였다. 당사자들은 기존의 사법적 해결이라는 틀을 벗어나 대화모임에서 자

신의 문제를 직접 논의하는 가운데 회복을 위한 스스로의 필요와 욕구를 발견하고 이

해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당사자들이 갈등해결 과정에서 발견한 자신들의 필요를 정

리하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내면의 욕구를 정리하였다. 그리고 이와 함께 갈등

을 극복하는 전반적인 맥락을 고찰하고 대화모임의 의미와 한계를 함께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회복적 정의의 교육적 적용으로서 회복적 훈육(restorative discipline)의 교육적 의미와 교육현장에서 갈등해결의 실천적 의미를 탐색하자 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의 문제행동에 대한 교육적 선도와 이에 따른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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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생활지도와 훈육에서 회복적 정의로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과 갈등이 학교교

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회복적 정의에 따른 갈등해결의 교육적 의미와 성

과를 탐색하였다.

2. 결론

본 연구는 위와 같은 연구과정을 통해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에 입각한 학교폭력 피

해자-가해자의 갈등경험에 대한 질적 사례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

다. 첫째, 학교폭력대책법에 의거하여 학교폭력 대응체계가 구축되었으나 학교 및 교육

현장에서는 학교폭력 대책법의 기본취지인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를 통한

교육적 사안처리라는 입법취지가 학교현장에서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학교폭력대책법은 학교폭력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각 교육청

과 학교에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책임기구를 두도록 하였다. 각 학교는 학교폭력 전담

기구를 설치하고 학교폭력 자치원회를 구성하여야 하며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자

치위원회를 소집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게 교육적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학교들은 상급기관에 보고하여 자치위원들을 소집해야 하는 복잡

하고 공식적인 자치위원회를 택하기보다는 학교 내 징벌기구인 선도위원회를 통해 비

공식적인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처벌중심의 사안처리로 인해 가해학생의

선도와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한 교육적 처분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한 자치위원회가 소집되더라도 투명한 사건처리를 위해 위촉된 외부 전문위원들

의 참여가 현실적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학교 교사와 행정가 중

심의 내부위원으로 자치위원회가 개최되고 있어 피해자와 가해자의 필요와 욕구가 제

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학교 중심의 편의적 행정처리가 이루어졌다. 이와 더불어 학교

폭력대책법 자체가 기존의 형사사법 내의 소년법과의 혼선으로 인해 사건 당사자들은

교육적 처분과 사법적 처분을 동시에 받게 되면서 실제적인 이중처벌을 경험하게 되

고 이는 대응체계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이러한 대응체계가 응보

적 사법제도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문제해결 이후에도 사법과정에서 경험하는 법적

공방에 따른 대립과 갈등으로 당사자들은 지속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둘째, 당사자들이 경험하는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은 사건으로 인한 직접적 이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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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의 차이에 있지 않다. 오히려 학교와 사법제도의 복잡한 대응체계와 처벌중심의 응

보적 패러다임, 그리고 이로 인한 이해 당사자들 간의 의사소통과 관계의 단절에 따

른 부정적 상호작용 속에서 갈등은 심화되고 확대된다. 학교폭력의 당사자들은 개인적 차원의 해결, 학교 내 제도적 처분, 사법적 처리라는

다층적인 구조 속에서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복잡한 양상의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교육적 목표, 사법적 목적, 개인적 욕구가 혼재되어 학교폭력의 해결과

정을 통과하면서 사안처리의 원칙에 대한 혼란을 경험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들 각

단계의 대응체계 속에서의 학교폭력에 따른 당사자들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

였다. 학교폭력 이후 당사자들은 합의를 통한 빠른 문제해결을 요청받지만 외부적 지원

없이 이루어지는 당사자 간의 개별적 노력은 해결과정에 대한 정보와 경험의 부족에

따른 혼란, 대립관계에 있는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의 어려움, 상호간의 미숙한 대처로

인한 오해 등으로 오히려 적대적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학교는 학교폭력 대응

과 사안처리의 책임 기관으로서 중심역할을 하도록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교육적

개입보다는 선도위원회를 통해 사안을 처벌 중심으로 처리하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구를 반영하기보다는 규범에 따른 일방적 처분으로 피해자 가해

자 당사자들의 갈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당사자들과 학교의 갈등도 악화시켰다. 사법적 과정 역시 갈등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사법과정에서 사안처리는 피해자

의 피해회복이 아닌 가해자 처벌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피해자는 사건처리 과정에

무관한 존재로 소외를 경험하였다 가해자 또한 피해자가 고소하여 법적 처벌을 요구

했다는 것과 학교에서의 사안처리 과정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조사와 재판의 사법과정

에 분노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며 이에 맞고소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피해자와의 갈등

과 대립관계에서 갈등을 극단적으로 악화시키는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대립적 갈등 구조는 문제해결 과정에서 상호 간의 불신을 깊게 만들

고 양자 간의 공방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이해 당사자 모두에게 피해의

식을 심어주었다. 당사자들은 사건의 생존자가 되기보다는 피해자 되기를 통해 자신

의 분노와 또 다른 형태의 가해행위를 정당화하면서 당사자와 보호자 모두 상대방에

서 상처를 주고 갈등과정에 폭력의 악순환을 만들어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셋째,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해결에 있어서 기존의 대응체계는 처벌과 보상을 중심

으로 이루어지며 관련 당사자들 역시 책임으로서의 처벌과 최대한의 경제적 보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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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으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물질적 보상과 처벌을 우선하

지 않으며 이와 더불어 감정적 실익과 실제적 회복을 위한 다양한 욕구를 가진다. 학교폭력의 갈등 당사자들은 회복을 위해 경제적 실익보다는 욕구의 충족과 감정적

실익을 추구하였다. 피해자는 위로와 존중, 배려와 진정한 사과와 같은 감정적 실익과

더불어 안정적 학교생활의 보장, 사건의 정확한 사실관계의 확인, 문제에 대한 공동의

이해, 근원적 해결을 위한 가해자의 의지확인, 사건의 빠른 종결과 일상생활에의 복귀

등을 원하였다. 가해자 역시 경제적 실익 이면에 다양한 욕구를 가졌다. 물질적 보상

금액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협의과정의 목표지만 이와 함께 가해자로서 일방적 비난

을 받기보다는 이해와 존중, 배려에 대한 정서적 욕구가 있으며 처벌보다는 교육적

선도,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원하였다. 또한 교육공동체 안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

에서 벗어나 해결과정에서의 오해를 풀고 무책임하고 회피하는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사과를 통해 관계를 바로잡기를 원했

고 문제해결의 책임을 다하는 것을 인정받고자 했다. 나아가 당사자들은 사건의 종결

을 넘어 이러한 학교폭력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을 학교에

요청하고 있다. 넷째, 학교폭력 사건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어 대립과 갈등을 직접 경험한 당사

자들은 학교와 사법의 대응체계에 속에서 사법적 대상으로서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길 원한다. 이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문제들을 상위 기관에 직접

이야기하고 해결방안을 함께 결정하기를 바라고 이를 통해 사건 해결 과정의 주체로

참여하길 원한다. 학교폭력 당사자들의 기본적인 욕구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피해

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지만 현재의 학교폭력 사건은 실제적인 피해회복을 위한

당사자들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법과정의 초점은 당사자들의 피해와 회

복의 책임보다는 법 규범 위반에 따른 처벌에 있는 만큼 실제적 피해의 회복은 부수

적인 문제가 되고 사건이 종결된 후에도 고통은 지속되었다. 피해자는 병원치료에 따

른 경제적 피해, 정상적인 학교생활의 어려움, 사건과정에서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

체적 통증 등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가해자로부터 인정과 위로를 받을 기회를 가지지

못하였다. 가해자 역시 사과하고 책임지기를 원하지만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채 학교

와 지역사회에서의 비판과 편견의 시선들, 문제아라는 낙인 속에 정상적인 생활을 영

위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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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신들의 실제적 필요와 욕구는 무시당하고 제도와 체계 안에서 소외되는

당사자들의 직접적 욕구는 사건해결에 있어 주체로서 참여하고 피해회복을 위한 대안

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직접 말하고 상대편에게 인정과 존

중, 위로와 배려의 말을 원하며 자신들의 회복의 조건을 토의하고 나아가 자신이 용

서하고 화해할 수 있는 주체적인 결정의 권한을 당사자들은 원하고 있었다. 다섯째,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오늘날의 사회규율은 법과 규범에

따라 잘못을 판단하고 이에 합당한 처벌로서 책임을 부여했으나 학교현장에서 이러한

처벌은 회복을 위한 학교폭력 당사자의 교육적 필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피해

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선도하는 교육적 목표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응보적 패러다임에 기반한 사회제도와 체계 안에서 이를 생활세

계의 원칙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신념으로 삼고 있었다. 안전한 사회가 되기 위해

서는 강력한 법집행을 통해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사회의 필수불가결한 원

칙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의 당사자들은 처벌 중심의 응보적

해결과정에서 불신과 오해가 커졌으며 갈등이 심화되었고 결과적으로 피해보상 및 관

계의 회복과 같은 실제적 문제해결에 이르지 못했다. 이러한 제도에 따른 강제적 해

결은 사건을 행정적으로 종결시켰지만 갈등으로 인한 적대감과 분노, 불신과 상처를

당사자들에게 남겨주었다. 이처럼 학교폭력 사건에서 기존의 처벌 중심의 관행은 학

생들의 잘못과 문제행동에 대한 지도와 훈육과정에서 적절한 피해회복과 책임수행을

이끌어내지 못하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당사자들의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쟁점으

로 발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교육현실 속에서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행동으로부터 갈

등을 예방하고 나아가 성장과 변화의 교육적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처벌 중심의

응보적 대응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변화와 실천을 필요로 하고 있다.

3. 시사점과 제언

지금까지 학교와 사회가 학교폭력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양한 교육, 사회 그

리고 사법적 차원의 제도정비와 보완을 일궈왔으며 갈등예방교육 등을 통해 학생들에

게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역량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응보적 패러다임 안에서 여전히

학교폭력 당사자들은 사법체계와 규범의 대상일 뿐 사건으로 인한 폐해를 바로잡는

피해회복을 위한 주체가 되지 못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건은 종결됐지만 당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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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학교 공동체를 해결되지 못한 갈등의 부정적 영향 안에서 살아가도록 방조했고 그

것은 그 자체로 위기로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와 더불어 학교폭력 갈등경

험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갈등해결에서 당사자들의 필요가 상대방에 대한 처벌이나 상

징적인 보상이 아니며 갈등은 당사자들이 참여를 통해 자신의 필요를 발견하고 이에

따라 실제적인 피해 회복이 성취될 때 해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필요에는 존중, 배려와 공감 등 다양한 감정적 실익과 인간관계의 회복 등의 정서적

인 욕구를 포함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갈등

해결과정에서 사건의 해결을 넘어 당사자의 화해와 학교 공동체의 회복을 이루고 궁

극적으로 학교폭력의 위험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을 시사해 주고 있다. 첫째,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들은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사

건을 종결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교육적 필요를 채워줄 수 있도록 지원하

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적극적인 책임과 역할을 학교에 원하고 기대한다. 지금까지 학교폭력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 학교는 절차에 따라 사안을 처리하고

규범에 따라 처벌을 결정하는 행정기관이자 사법기관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 결과

처벌과 보상이 아니라 주체적인 참여를 통해 다양한 감정적 실익을 얻고자 하는 당사

자들의 필요와 욕구에 응답하지 못하였다. 무엇보다도 학교가 당사자들에게 직접적인

해결을 요구하면서 규범에 따라 학생들을 처벌하는 것에 초점을 둔 학교의 대응에 당

사자들은 실망하였고 학교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당사자들은 학교가 사법기관과 행정기관에 제한된 역할을 넘어 적극적 소통과 개입

으로 교육기관으로서 문제해결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을 해결

하고 학교폭력이 재발하지 않는 안전한 교육현장으로 탈바꿈하길 원한다. 이를 위해

사건 자체를 종결하는 것뿐 아니라 학교폭력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과 구조적 문제를

제거하고 나아가 사건의 결과로 학생에게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의 부정적 영향을 예방

하며 피해학생과 가해학생들의 정상적인 학교생활과 교육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학교

폭력 대응에서 학교의 이 같은 책임과 역할은 교육적으로도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학교가 구성원들에게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해결을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적 기회를 제

공할 때 이는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학교폭력 문제해결의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가 되

고 궁극적으로 갈등을 예방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와 사회의 대응체계가 잘못을 처벌하고 보상을 통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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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을 해결하는 응보적 해결과정을 탈피해 학교폭력에 따른 폐해를 바로잡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둔 회복적 접근으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를 위해서 회복적 정의의 실천으로서 대화모임이 학교폭력 대응방안으로 학교단계에

서의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회복적 정의의 실천은 사법제도 안에 화해권고제도가 도입되어 있을 뿐 교육

현장인 학교에서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 이후에 당사자 중심의 해결

과정 속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대립과 반목이 커지게 되는 만큼 조기에 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예방하고 효과적인 학교폭력 대응을

위해서 사건 초기인 학교단계에서 대화모임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화모임의

도입과 더불어 대화모임의 효과적인 운영과 적용을 위한 제도적 정비와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선 학교 단계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더불어 대화모임이 법적 해결과

중복되어 진행되지 않고 사법과정을 통한 사안처리 이전에 학교에서 진행되는 대화모

임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학교는 조기개입을

통해 해결과정에서 갈등의 심화를 막고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선도라는 교육적 책임

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학교와 사법에서

이중으로 이루어지는 학교폭력 처리과정의 혼란을 겪는 것을 예방하고 나아가 사법적

단계를 거치기 전에 학교 안에서 사건으로 인한 폐해를 회복하고 상호간의 화해하는

교육적 해결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대화모임이 학교 현장에서 운영되기 위해서는 대화모임을 이끌어갈 수

있는 전문 조정자의 양성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대화모임은 조정자라는 제3자의 도움을 받아 당사자와 직접 대화하고 소통하여 공감적 이해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

의 공동의 선을 위해 함께 대안을 찾는 과정이다. 대화모임에서 조정자는 당사자들이

회복과 화해에 이르도록 신뢰 속에서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고 당사자들의 소통을 도

와 스스로의 경계를 넘어 타인의 경험과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이끌어주며 현실

에 대한 정확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렇기에 조정자는 단순한 제3자가

아니라 갈등해결 전문가로서 대응체계와 법에 관한 지식, 심리․상담에 대한 이해, 교육적 통찰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전문 조정자의 양성

을 위해 체계적인 훈련을 제공하는 전문 기관이 지역사회에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효과적인 수행과 실천이 이루어지도록 지역사회에 중립적 3자로서 공신력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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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안정적으로 대화모임을 지원하며 수행하는 회복적 정의 실천 기관을 육성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회복적 사법을 실천해 온 북미지역에서는 지역사회의 범죄와 갈등을 회복적 정의에

입각해 공동체 차원에서의 해결을 위해 지역별로 이를 회복적 정의에 해결과 화해를

지원하는 센터를 두고 있다. 이들 센터들은 자체적인 교육훈련기관을 두거나 대학과

협력하여 전문 조정자를 양성하고 있으며 개인과 기관의 조정 요청이 있을 경우 조정

자를 파견하여 사건을 담당하고 해결하고 있다.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이 시작된 캐나

다 온타리오(Ontario)주의 키츠너(Kitchener)에 있는 비영리 기구인 공동체정의센터

(Community Justice Initiative)는 조정자 훈련을 통해 전문 조정자를 양성하고 지원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개인과 기관에 연결하여 조정을 진행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

다.24) 국내에서도 일부 학교가 학교폭력에 따른 피해자와 가해자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회복적 정의를 실천하는 전문 기관에 대화모임을 의뢰하

여 해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전문 조정자를 양성하고 대화모임을 주

관하는 전문기관으로는 한국 아나뱁티스트 센터(Korea Anabaptist Center)와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산하 갈등해결센터 두 곳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문 조정자와 기관이

사회적 필요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활성화를 위한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며 이러

한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될 때 학교에 대화모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학교폭력 사안처리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되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폐쇄적

인 학교의 사안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학교와 피해자, 가해자들 간의 불신, 명확한

정보의 부재로 인한 오해, 일방적 사안처리에 대한 불만 등이다. 따라서 학교폭력에

대응이 효과적인 갈등해결과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학교폭력 사건과 대

응에 대한 사전교육과 필요한 정보의 제공을 통해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사건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처음 경험하는 상황에 당황하게 된

다. 하지만 학교의 폐쇄적인 대응에 당사자들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사안이 처리되는

지, 학교의 대응체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사법적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

한 자료와 정보가 없어 해결에 혼란을 겪는다. 또한 문제해결을 위한 피해자와 가해

24) Community Justice Initiative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http://www.cjiwr.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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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지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러

한 경험의 부족과 정보의 부재는 해결과정에서 당사자들 간의 오해와 미숙한 대처를

만들어내고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에 학교폭력 사건의 당사자들의 필요를 지원하기 위해서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

회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 기관을 통해 학교폭력 해결을 지원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학교폭력 사건에 있어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고 당사자들의 권리를 알려주

어 사건해결의 주체로서 해결과정에 참여하여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찾아갈 수 있도

록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대화모임 등을 포함해 교육적 해결을 위한 다

양한 가능성과 사안처리 절차를 사전에 학부모들에게 교육하고 홍보해 학교폭력의 피

해자와 가해자가 되었을 때 혼란 가운데 대립하기보다는 필요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판단의 근거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학교폭력의 해결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실제적인 어려움과 오해, 갈등의 원인과 구조, 전개과정, 당사자들의 구체적

인 욕구 등에 대해 이해시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효과적으로 갈등해결 과정에 참

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응보적 삶의 양식에 익숙한 학교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

하면 다른 대안에 대한 기대나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응보적 처벌과

보상에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학교폭력으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

고 나아가 학교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건의 효과적인 해결뿐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구성원들의 응보적 규범과 가치체계에 기반한 사회문화적 양식

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따라서 사건의 종결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효

과적인 갈등해결을 위한 대화모임의 도입과 더불어 학교 훈육의 패러다임이 회복적

정의와 실천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현장에서는 학교폭력 해결방안으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과 상담 등 다양

한 형태의 교육적 개입이 이루어져왔다. 또한 기존의 사법적 해결과 별도로 교육적

해결을 목적으로 학교폭력대책법이 제정되었고 이를 통해 피해자의 보호와 가해자의

선도를 이루고자 했다. 그러나 여전히 처벌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는 이러한 사안처

리는 사건은 종결시켰지만 이후 학교폭력에 따른 당사자들 사이의 복잡한 갈등을 해

결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가해자가 책임을 인정하고 회복을 위해 노력하

는 것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었으며 이는 당사자간의 화해와 공동체의 회복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처럼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이 해결되지 못할 때 학교에서의 훈육활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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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며 이는 학교 내에 학교폭력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악순환의 원인이 되었다. 그러므로 학교폭력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교육현장의 훈육이 효과적으

로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수정하게끔 하고 구성원들로 하여금 학교 공동체의 규범을

수용하도록 하며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대화모임과 같은 개별적인 프로그램의 도입을 넘어 교육현장에서의 훈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을 때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학교 공동체에서의 일상생활 규

범원칙이 회복적 정의에 입각해 이루어질 때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넘어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감소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많은 국가들에게서 학교폭력과 같은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처벌이 아니라 교

정하는 교육적 기회로 발전시키기 위해 회복적 정의를 학교현장에서 실천하고 적용하

기 위한 노력들이 이루어져왔다. 회복적 정의를 일찍이 실천해 온 국가들인 북미와

유럽,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서는 회복적 정의를 문제해결의 대안적 방법으로 활용하

는 것을 넘어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질서를 형성하는 사법의 원칙이자 철학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그 예로서 영국의 작은 도시 헐(Hull)은 회복적 정의를 도시의 운영과 구

성원들의 삶의 원칙으로 정하고 회복적 공동체(restoring community)를 지향해 오면서

회복적 도시로 사회문화적 전환을 이루어냈다(Mirsky, 2009).25) 이와 함께 학교 내 폭력과 학생들의 문제 행동에 대해 사안처리로서 회복적 실천을

넘어 응보적인 학교의 문화와 교육환경을 총체적으로 회복적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실

천과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회복적 정의의 학교실천을 위한 다양한 회복적

정의 교육훈련을 비롯해 실천 핸드북과 관련 자료들이 개발되어 교사와 학교 행정가, 교육활동가들에 대한 훈련을 통해 회복적 정의를 학교현장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학교

가 늘어나고 있다. 학교들은 당사자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또래조정제도

와 같은 다양한 실천제도를 개발하고 교사들에 대한 회복적 정의에 대한 교육과 실천

훈련을 통해 교육현장에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들 나라의 학교현장에서

는 학교폭력뿐 아니라 학생들의 문제행동에 대한 교육적 개입의 철학이자 방법으로

회복적 정의가 확대되고 있다.

25) Hull의 사례는 International Institute for Restorative Practices(IIRP)의 13차 국제학술대회

에서 조명되고 소개되었다. 이와 관련한 추가적인 자료와 정보는 http://www.iirp.org/hull10/

을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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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정책도 학교폭력의 대응과 사안처리에 초점을 두는 것에서 학교폭력과

여타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예방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교육 환경의 형성에 관심을 가

져야 할 것이며 구체적인 대안으로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훈육에서

회복적 정의의 실천과 적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과 문제해결이 학교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하는데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사건은 표면적으로 해결되었지만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구에 부합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당사자들은 사건해결 이후에도 지속되는 갈등

속에서 심리적 스트레스와 정서적 고통 등 사건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다. 학생들 역시 처벌과 보상 중심의 해결과정에서 주변인으로 머물며 실

제적인 관계회복이나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교육적 필요는 지원받지 못

했다. 또한 당사자간에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 등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과의 지속적인

긴장과 대립 속에서 학교생활을 하여 정상적인 학교생활로의 복귀에 어려움을 겪었

다. 그렇기에 현재의 학교폭력 대응은 학교폭력에 따른 당사자들의 다양한 유무형의

폐해와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해결하고 당사자와 공동체의 실제적인 회복을 이루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행

동을 고쳐나갈 수 있는 교육 환경을 형성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는 비단 학교폭력 문제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행동들 역시 자신의 잘못의 결과에 대해 직면하고 책임지기보다는 응보적 처벌을

통해 처리되면서 훈육과 학생생활지도가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인지하고 문제행동을 교

정하는 교육적 기회가 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반복적인 문제행동의 발

생과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사는 학생들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고 있고 학생들은 응보적 체제 안에서 처벌이라는 체벌의 폭력으로 인권을 위

협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학교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사의 권위와 학생들의 인권

이라는 두 가지 가치의 충돌은 현재의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응보적 통제와 훈육이 문

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이고 유의미한 교육적 실천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

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본 연구가 학교폭력이 교육현장과 사회에서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채 당사자들의 고통을 끊임없이 확대시키는 현실에서 학교폭력 당사자들의

갈등경험과 해결을 위한 필요와 욕구를 이해하고 해결방안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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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나아가 본 연구가 한국 사회에 규범적 처벌을 넘어 당사자들의 소통과 참여를 통

해 관계의 회복을 이루어가는 회복적 정의의 가치가 응보적 정의가 지배적인 우리 사

회와 교육현장 안에 새로운 질서를 이루어가는 사회문화적 양식이자 훈육의 패러다임

으로 정착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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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1> 연구 동의서

[연구 동의서]

본인은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경험과 해결과정에 대한 질적 사례연

구’의 목적과 내용, 참여자로서 권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연구에 참여

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20 . . (인)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경험과 해결과정에 대한

질적 사례연구

-회복적 정의에 입각한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을 중심으로 -

본 연구는 학교와 사법제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처벌중심의 응보적(retributive) 대응체계를 고찰하고 이를 통해 학교폭

력의 당사자인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그 가족의 갈등경험과 해결과

정을 탐색하는 연구입니다. 이를 위해 학교폭력의 문제해결을 위한 대

안적 방법으로 실천되고 있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에 입각

한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Victim-Offender Mediation)을 참여관찰하

고 참가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학교폭력 이후의 갈등해결 경험을 고찰하

고 필요와 욕구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연구를 위한 인터뷰 및 참여관찰에 따른 자료의 사용은 참여자의 동

의가 있을 경우에만 사용되며 연구기록에도 참여자 보호를 위해 모든

이름은 가명을 사용합니다. 또한 연구 참여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연구

참여는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연구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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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Qualitative Case Study on the Conflict Experience and Resolution Process of School Violence

: Focused on Victim-Offender Mediation based on Restorative Justice

Seo, Jung KiDepartment of EducationThe Graduate SchoolYonsei University

With ever more serious and increasing of school violence, not only students but also school community members are suffering. The students involved not only suffer directly from school violence, but as the conflicts during the handling of the matter are not solved and intensified, they also cannot lead a normal life due to their constant emotional and physical distress even after the case has been closed. Therefore, it is necessary to understand the reasons for the conflict, and related people's desires and needs for the solution to school violence. This study comprehensively looks into the conflicts between victims, offenders, and related parties as well as possible solutions in the given sociocultural context. To this end, qualitative case study was carried out focusing on the victim-offender mediation based on restorative justice for solving conflicts between the victims of school violence and the offenders. Existing retributive justice focuses on stipulating faults in accordance to rules and penalizing the offenders while restorative justice aims to allow the parties interested to join in person and solve their personal damage through their own participation. As the practice of restorative justice, victim-offender mediation is a process of discussing and deciding a specific practical method in order for parties to meet, discuss their pain, suffering and difficulties by school violence, and solve their problems with the third party, professional medi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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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rties related can sympathize with the others’ experience and understand comprehensively through conversation, so they can find out practical solutions by newly reflecting on their stories and experiences. Through participatory observation of the victim-offender mediation and in-depth interview with participants, this study explored the cause and the structure of conflicts between parties involved in school violence and examined their actual pain and difficulties caused by school violence and conflicts. The findings on the victim and offender's needs and desires in the sociocultural context led to understanding the educational meaning of restorative practice that shares the parties' pain and needs and resolves the harmful effect caused by their mistake by themselves, instead of retributive educational approach focusing on punishment of the offender. The following are questions answered in this research. First, what are the problems and limits of current measures to mitigate school violence? Second, what conflicts do parties experience while solving school violence? Third, what are their desires and needs to recover from conflicts caused by school violence? Fourth, what is the educational meaning of solving experiences of conflicts after school violence with a focus on restoration rather than punishment according to restorative justice? The research yielded the following results. According to the special law on the prevention and plans of school violence, handling principles of matters such as protection of the victim and guidance for the offender and the purpose of legislation are not practiced, and rather judicial proceedings based on current measures and retributive paradigm become a structural cause for intensifying conflicts. Also, both the victim and the offender do not think of financial compensation and punishment as prerequisites and thus they have various needs for practical restoration related to emotional benefit such as respect, consideration, and sympathy. In addition, the parties want to actively participate in the judicial system and judicial proceedings to solve a problem as the subject of problem-solving. However, retributive handling of the matter that concludes a case through punishment does not meet the parties' educational needs, and neither achieves the educational goal to support normal school life through protecting the victim and guiding the offender. As a result,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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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ents concerned are found to have difficulties returning to normal school life. Schools should not only resolve conflicts after school violence but also correct students' problem behaviors, take measures to prevent school violence, and build safe educational environments through educational growth and development. For this, educational intervention is required for the parties to be restored from their negative influence and damage by themselves by meeting in person, communicating, and participating instead of relying on retributive method based on punishment. Therefore, victim-offender mediation can solve conflicts caused by school violence and be an alternative practical method to make these experiences educational opportunities of growth and development.

Key words : Restorative Justice, Victim-Offender Mediation, School Discipline, School Violence, Conflict Resol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