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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of Deb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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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Art of Deb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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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 Art of Debut

program

Piano

Opening - Philip Glass

12 Variation “Ah, vous dirais-je, Maman” K.265 - W. A. Mozart

Classical Guitar

Sonata del Pensador - Leo Brouwer- 1. Recuperación de la memoria

- 2. Iluminaciones - 3. Elogio de la meditación

- 4. Celebración de la memoria

・・・・・・・・ Intermission ・・・・・・・・

Piano

Scherzo no.1 op.20 - F. Chopin

Piano & Classical Guitar

Concierto de Aranjuez - J. Rodrigo- 1. Allegro Con Spirito

- 2. Adagio- 3. Allegro Gentile

- 1. Recuperación de la memoria- 2. Iluminaciones- 3. Elogio de la meditación- 4. Celebración de la memoria

- 1. Allegro Con Spirito- 2. Adagio- 3. Allegro Gentile

Page 3: Art of Debut

기획자 노해원의 이야기

사람 하나에 악기 하나. 이 단순한 구조로 진행되는 클래식 연주 속에서

인간은 어떤 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그저 음악에 맞춰 호흡하고

연주를 위한 몸짓을 할 뿐입니다. 몸짓은 곧 소리를 만들고, 소리들이

모여 음악이 만들어집니다. 연주자들의 몸짓 속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가득 차 있습니다. 이야기는 음악에 색을 입혀주어 연주자 본연의 음악을

만들어 냅니다. 클래식 음악 한 곡을 끝까지 들어 본 적도 거의 없는 제가

하루의 대부분을 클래식 음악과 살아가는 형제들과 함께 이 공연을 준비

하게 된 이유는, 이 형제들의 몸짓이 가진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대연이와 동연이에게 기타와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물어 본 적이 있습니다. 대연이는 ‘기타가 나를 선택했기 때문에',

동연이는 ‘어느 날 악기를 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옆에 피아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의 대답을 듣고 사람들은 이런

장면을 신의 영역을 빌려 운명이라고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명

처럼 시작된 길을 묵묵히 따라가는 힘, 그것을 오롯이 사랑하고 희생하는

힘. 이 형제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성은 거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셋이 이 공연을 위해 처음 만난 날, 함께 마음을 모았던 것은 지난한

클래식 음악에 대한 해석보다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공연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할아버지 양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고, 이렇게 자신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공연 책자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모든 인간이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듯, 음악을 즐기고 좋아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입니다. 저는 클래식 연주자들의 몸짓과 그들이 연주하며 내는

작은 호흡 소리를 좋아합니다. 한 친구는 클래식 콘서트장에서

첫 시작을 알리는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좋아 공연장을 찾는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시선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클래식 음악을, 그리고

형제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이 공연을 즐겁게 음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Page 4: Art of Debut

피아니스트 조동연의 이야기

2년 만에 하는 연주회입니다.

오랜만에 하는 연주회이고 형과 함께하는 만큼, 저에게는 의미가 큰 연주

회예요. 그래서 기대도 많이 되고, 한편으로는 긴장도 됩니다. 제가 무대에

서서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연주뿐만

아니라 제가 클래식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나 프로그램, 스토리

들을 글로 이야기하면 더 즐거운 소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게 클래식 음악은 ‘음악’ 이상의 가치가 있어요. 저는 그 가치를 ‘예술’이

라고 부르고 싶어요. 그리고 그 ‘예술’은 사람과 자연을 이해하는 공부라

고 생각해요. 복잡하면서도 단순하고, 광활하면서도 아늑하고, 그런 알 듯

말 듯 하는 미묘함이 예술의 매력 아닐까요? 저는 이런 모습이 자연과 비

슷한 것 같아요. 말로 형용하긴 힘든 자연에서 느끼는 가슴 벅찬 감동은

음악이 주는 즐거움과 같다고 생각해요.

예술은 우리 가장 깊은 곳을 울리는 만큼 우리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성과 사랑을 잘 표현하는 것 같

아요. ‘이론과 실제’라는 말이 있듯이 지적인 이성과 마음의 동요는 조화

가 잘 안 된다는 것을 자주 느껴요. 그러나 음악에서는 화성이 하모니를

이루듯이 이성과 사랑이 조화를 이루는 느낌을 받아요. 이런 모든 것들이

모여서 한순간에 조화를 이룰 때, 모든 것을 잊고 또 가장 나한테 솔직해

지면서 ‘초연함’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러면 ‘이상세계가 있다

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것을 열 손가락으로 표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에요. 그 예술

의 즐거움을 내 손가락으로 표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지만, 그것은

저와는 아직 거리가 있는 이야기예요. 피아노 연주는 ‘나’라는 사람을 가

장 잘 보여주어야 하는데, 아직 저는 피아노에 격식적이기도 하고, 어색하

기도 해요. 마치 피아노와 한 몸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정말 어

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홈스쿨링하는 동안 제가 추구하는 목적과 지금의 내 자신이 너무 거

리가 멀어서 힘들었어요.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열심히 해도 하루 이틀

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올해는 피아노 연습을 ‘수양’이라

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도 보게 되었어요. 공자가 말씀하신 ‘예악’이 이런

의미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이 들기도 해요. 매일 피아노 앞에 앉아서

스스로 실패하고, 경험을 얻고, 다시 방법을 찾고, 공부하는 게 그 자체로

내 삶에 작은 수양이 아닐까라고, 연습 그 자체가 어쩌면 악기 연주의

전부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연습하고 있어요.

전에는 피아노나 미래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지만, 홈스쿨링 동안 연습하

고, 생각하고, 산책하고, 가족과 행복하게 즐기는 이 시간이 그 자체로 얼

마나 소중하고 다시 오지 않는 순간이라는 생각했어요. 피아노와 음악을

통해 많이 배웠고, 모든것에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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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연의 연주곡 소개

Opening - Philip Glass (1982)오프닝-필립 글래스(1982)

필립 글래스의 오프닝이라는 곡을 첫 곡으로 골랐어요. 이 곡은 미니멀리

즘 음악으로 어쩌면 익숙할 수도, 어쩌면 생소할 수도 있는 음악이에요.

미니멀리즘 음악은 1960년대 즈음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한 음악이에

요. 이 음악은 꼭 필요한 요소 외에는 최대한 제거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

어요.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표 작곡가인 필립 글래스의 Opening은 ‘단순

함’과 ‘반복’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7분 가량을 계속 비슷하게 반복하는

곡이에요.

형에게 소개 받은 음악인데, 처음 들었을 때는 저도 생소하고, 평소 익숙

한 음악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당황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연주하면

할수록 매력 넘치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몽환적이거나 명상음악

처럼 들리실 수도 있어요. 저에게는 다른 곡들을 보는 대에도 새로운 시

각을 가져다 준 곡이에요. 굉장히 건축적이고, 안정적인 패턴으로 작곡된

곡들이라는 것이 저의 흥미를 끌었어요. 똑같은 반복 속에서 다른 반복을

느껴보세요.

12 Variations sur “Ah, vous dirai-je, maman” K.265 - Wolfgang Amadeus Mozart (1778)”아! 말씀드릴게요, 어머니” 주제에 의한 열 두개의 변주곡-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1778)

아마 모든 분들이 다 아시는 곡, ‘작은별 변주곡’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

하는 작곡가 중 한 사람인 모차르트의 곡이에요. 어쩌면 쉬워 보일 수 있

지만, 피아노 연주자들에게 이 곡은 정말 어려운 곡이에요. 모차르트의 피

아노 곡들은 한없이 깨끗하고 단순해서 오히려 완벽을 추구해야 하는 곡

들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반대로 모차르트의 끝없는 아이디어와, 어린시

절에서만 볼 수 있는 다이나믹한 음악을 보여주려고 준비했어요.

이 곡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기억이 남아 있는 곡은 아니에요. 작년 여름에

이 곡을 처음 시작했는데, 그 당시는 제가 정신적 이나 육체적으로 계속

하락세를 타던 시기에요. 아직도 슬럼프에서 완벽히 탈출했다고 말할 수

는 없지만, 그때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절망적이었어요. 팔 부상 회복 방

법과 적절한 연습 방법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많이 공부 했어요. 당시에는

지식을 많이 쌓아도 앞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

면, 그때 공부했던 방식이나 내용들이 정말 중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이 곡의 제목이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인 것처럼 힘들 때이든 좋을 때

이든 항상 사랑과 웃음을 주는 우리 엄마께 바치고 싶어요.

Scherzo in B minor Op.20- Frédéric Chopin (1832)

스케르초 1번 B단조 작품번호 20-프레드릭 쇼팽(1832)

고막을 강렬하게 찌르는 첫음과, 숨막히게 하는 깊은 저음의 둘째 화음.

이 강렬한 시작이 이 곡의 전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 곡은 쇼팽이 21

살 때 빈과 슈투트가르트에 머물면서 고국을 그리워하며 외로운 심정과,

고향 폴란드에서의 바르샤바 봉기에 대한 암울한 소식을 알게 된 뒤 절망

감에 휩싸여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요. 그래서인지 이전에 쇼팽 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마치 폭풍이 휘몰아 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곡이에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서정적이고 여린 쇼팽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오히려 이 곡은 쇼팽의 내면에 더

집중해서 이해하고, 연주하고,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곡 중반부에 아주 서정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폴란드의 크리스마

스 민요인 ‘잘자라 아기 예수’의 가락을 사용했어요. 이 부분이 곡의 빠르

고 강렬한 부분들과 대비되어서 곡을 더 드라마틱하게 만든 것 같아요.

저는 한 작품을 연습할 때 많은 연주자들의 레코딩을 듣는 편인데, 이 곡

은 특히, 포고렐리치, 포브워츠카, 게릭 올슨, 소프로니츠키, 미켈란젤리

의 레코딩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항상 접할 수 있는 명연주는 저에게

또 다른 악보예요. 자필 악보를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아쉽게도 이 곡의

자필 악보는 세계대전 때 유실되었다고 해요.

개인적으로 마르타 아르헤리치나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처럼, 음악에서

강렬한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준비했어요. 쇼팽 곡에서 손

에 꼽을 만큼 다이나믹한 곡인만큼,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그런 부분

에서 제 마음을 더 사로잡았다고 생각해요.

긴 프로그램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곡 한곡을 연주할 수 있음에 감

사함을 느껴요. 이 스케르초처럼 앞길을 강하게 헤쳐나가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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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기타리스트 조대연의 이야기

‘Homo Ludens’ 유희의 인간

인간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던 행위에서 종교의식과 제례가 생기고, 낙서

를 통해 미술이 발달하며, 무리지어 규칙을 정해 노는 행위에서 스포츠가

생겨났다는 것이 요한 하위징어의 가설이다. 나는 ‘유희’를 무의식 속에

간직하며 살고 있었다. 무의식으로 가득하던 어린이 대연이는 거실 벽지의

패턴을 따라 자유롭게 낙서를 하여 혼나기도 하였고, 소파 밑에 홀로 버

려진 웨스턴영화음악 CD를 발견하여 음악에 맞춰 외로운 검투사의 삶과

죽음을 연기하였다.

기타와 나의 첫 ‘유희’는 내 나이도 모르던 때 기타의 1번줄 ‘미’와 2번줄

‘시’를 쓸어 내릴 때마다 외가댁의 초인종 음과 일치한다는 단순한 놀이

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이후 기타와는 오랜 시간 동안 서로 마주치지

않게 되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나의 관심은 그리스 철학, 사라진 고대 종

교, 오래된 시, 고고학 등등 여러 방면으로 관심을 바꿔가며 지냈다. 그러

나 이 모든 관심을 놀이로 바꾸는 방법은 없었다. 이것들을 제대로 공부

를 해보려는 순간 차갑고 두꺼운 책만이 내 앞을 마주하여 결국 모든 것

을 외면하였다. 한참 시간이 지나 중학교 1학년 때 기타는 앞서 말한 나의

모든 관심사와 욕구들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존재처럼 등장하였다.

인간 음악과 선법의 탄생을 알기 위해 피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

스를 알아야 했고, 화성의 쓰임새를 이해하기 위해선 시대마다의 문화,

정치, 종교를 알아야 했고, 각 나라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언어, 지리,

기후를 알아야 했고, 시대에 눌려 말없이 사라진 작곡가나 숨겨진 악보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고고학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놀이로 변환시켜 주는 공간에는 항상 기타가 있었다.

이처럼 무의식적과 의식적 조대연의 삶의 본질은 언제나 ‘유희의 인간’

이었다. 그리고 평생 함께 서로를 공유할 이성과 지식을 겸비한 ‘Homo

Sapience’ 동생 조동연이 있다.

조대연의 연주곡 소개

Sonata del Pensador - Leo Brouwer (2014) 생각하는 자의 소나타-레오 브라워(2014)

브라워의 음악은 아프리카에서 넘어온 흑인 Yoruba(요루바족)의

Orisha(오리샤) 종교의식 문화와 중국의 음양사상 문화, 유럽 중세 문화

그리고 20세기 팝음악의 ‘Ars Combinatoria’(결합 예술)이다.

그의 기타 음악은 기타의 현악기적인 요소와 타악기적인 요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악장, Recuperación de la memoria [회상 (回想)] 하얀 캔버스 앞에 앉은 화가가 무의식과 꿈에서 보아온 기억의 조각들을

더듬으며 확신에 찬 붓질을 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그림을 그리며 생각의

꼬리를 물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무너지며 아름다움이 자신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2악장, Iluminaciones [전식(電飾)]시멘트 냄새가 나는 지하방 전구의 박동... 그 빛은 내 마음의 거울에 굴절

되어 다양한 감정의 색깔로 변화한다. 아름답지 않아도 된다. 감정은 생

각으로 생각은 감정으로 빛의 속도로 이동하며 빠르게 이동하며

사라진다.

3악장, Elogio de la meditación [명상(冥想)의 찬미(讚美)]대나무 숲 속에서 바라본 은빛하늘. 당장이라도 하늘에서 숲이 반사되어

보일 것 같다. 얇고 날카로운 대나무 이파리들은 조용한 전투를 하고있고

전사한 대나무들은 빗물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잠시 조용해지며 굵은

빗방울들의 명상이 시작된다.

4악장, Celebración de la memoria [기억(記憶) 의 기념(記念)]향수, 기억, 회상...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의 노래이다. 삶의 뒤를 돌아

보며 축복받은 현재를 위해 감사해야 하고 축하해야 할 명분이 있다.

인생의 목적이 늘 행복일 순 없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아무 목적도 의미도

없이 살아가야 하지만 뒤를 돌아보며 다시 생각해보면 바보같은 우리의

모습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기도 한다. 언젠간 이 세상에 한줌

의 재가 될 우리는 가끔은 허황된 꿈을 꾸며 허황된 목적을 가지고

어리석게 살기도 했으면 좋겠다.

Page 7: Art of Debut

" 생각하는 자의 소나타는 광채의 불꽃과 고독한 명상의 순간이다. 이 곡을 연주하는 주요 기타리스트들은 동시에 모든 문화역사의 침묵 속에서 시작되는 탐색의 외로움, 탐구의 주인들이라고 생각한다." -Leo Brouwer

1939년 쿠바의 수도 하바나에서 태어난 전 기타리스트, 현 작곡가 겸 지

휘자 브라워는 유네스코 국제음악협회 명예회원, 미국 예술 아카데미 명

예회원이자 프랑스 문화공로훈장 코망되르를 수여받으며 쿠바 음악 역사

상 가장 세계적이고 위대한 업적을 쌓은 개천승용한 음악가이다. 또한 그

는 20-21세기의 첫 번째로 뽑히는 가장 상징적인 기타 작곡가이다.

1940-50년대 격변의 쿠바 상황에서 살던 브라워는 13살때부터 작곡과

기타를 시작하게 되고 17살에 데뷔 독주회를 하며 쿠바에서 많은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미국으로 건너가 줄리어드 음대에서 공부를 이어갔다. 피

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혁명 이후 미국에서 20대를 보내고 있는 브

라워는 활동을 중단하고 후원받은 기타줄, 자신의 악보들을 들고 쿠바

로 귀국하여 어린 쿠바 기타리스트들이 가득찬 하바나 성당 단상에 올라

가 박스째 뿌리며 본인이 가진 지식과 능력을 후학 양성과 후원에 힘썼

다. 무너져가는 쿠바 대중예술을 일으키기 위해 쿠바영화예술산업연구소

(ICAIC) 대표를 자처하였고, 61개 영화음악 감독 및 황무지의 쿠바 대중

음악에 숨결을 불어넣었고, 우리에게 친숙한 쿠바 음악의 초석이 된 존재

이다.

30대가 되던 무렵 베를린 예술가 합숙 프로그램에 6명으로 초청되어 당

시 초청멤버인 존 케이지, 실바노 부소티, 모튼 펠드만, 프랑코 도나토니,

토루 타케미츠와 레지던스에서 합숙하며 아방가르드 예술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전 세계 수많은 클래식기타 독주회부터

작곡 및 초연, 유럽 주요 국가들의 기타 페스티벌 개최 및 예술감독, 쿠바

국립관현악단 수석상임지휘자 등 무리한 일정으로 보내던 브라워는 인대

가 파열되어 더이상 기타를 연주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이후 그는 작곡과

후학 양성에 전념하며 줄리안 브림, 존 윌리암스, 요요마, 안드레아스 숄,

지스몬티 같은 연주자들과 협업하였다. 1992년에는 스페인 코르도바 오

케스트라를 창단하여 2001년까지 수석상임지휘자를 맡아 스페인 지역에

서 활동하였고 현재는 작곡에만 전념하며 여생을 보내고 있다.

2014년 4월 9일 짙은 남색 하늘 아래 야외 테라스 술집에 사람들이 하

나둘씩 모이는 초저녁, 내가 다니던 마드리드 음대 앞 작은 기타 가게

Guitarrasluthier에서 75세가 된 브라워를 쿠바에서부터 초청하여 담소

를 나누는 작은 자리였다. 물리적인 공간은 작은 자리지만 VIP로 초청된

20명만이 오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는 전설적인 기타 제작가 호세 로마니

요스, 내가 현재 사용하는 그라나다 기타 제작가 파코 마린, 스페인 기타

협회장, 마드리드 음대 교수들, 당시 나를 후원하던 마드리드 제작가 파

울리노 베르나베 일가,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카니사레스 등 스페인 기타

역사의 기둥들이 모두 모였다. 운이 좋게도 나와 동기들 두명과 환영 연

주를 맡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브라워가 10대에 작곡한 두곡을 연주하였

다. 나의 연주 시작과 동시에 20m 거리에서 브라워가 손과 팔로 지위하

며 나의 음악을 표현하며 나와 소통했다. 정말 마법같은 밤이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유명 기타리스트가 브라워에게 작곡하는 시스템에 관해

질문했는데

"나는 예쁜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많은 학자들과 기타리스트들이 내가 쓴

곡을 분석하여 이론적으로 해석하고 내가 어떤 시스템으로 곡을 썼는지 알려고

하는데 나는 말해 줄 수 없다. 내가 말한다면 그것은 당신들의 상상이 제한되고

세뇌가 되어버려 생각의 자유를 침해할 뿐이다. 당신이 느끼는것이 곧 나의 음악

이다. 진짜 나의 전부를 알 게되면 나는 앞으로 뭐 먹고 삽니까?(농담) ... 다만

당신들에게 힌트를 준다면 그것은 피보나치 수열."

저 짧은 대답이 24살의 조대연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였다. 그 이후 나는

그의 음악과 사상에 심취하여 연구하고 공부했다. 그리고 마드리드 문화

박람회, 스페인 저작권협회, 스페인 코르도바 기타 페스티벌 등 우연히

그를 마주치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그에게 좋은 조언을 받았고, 내가

편곡한 '한오백년'에 대해 많은 격려와 조언을 해주셨다.

Page 8: Art of Debut

이후 스페인 기타리스트 리카르도 갈렌에게 헌정된 브라워의 기타소나타

4번 ‘생각하는 자의 소나타’ 스페인 초연을 2017년 스페인 카세레스 기타

페스티벌에서 보았다. 나의 마음속 빛이 번쩍였고 나라면 이 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해졌다. 연주가로 살면서 궁합이 맞는 곡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지금까지도 제일 나를 잘 표현하는 음악이라 생각한

다. 2018년 타레가 콩쿨 본선에서 이곡을 연주하였는데 당시 브라워 부

부 내외가 나의 콩쿨 실황 영상을 보았다. 내 연주에 찬사와 함께 브라워

80주년 기념 아시아 투어를 제안하였는데 당시 군입대를 앞둔 상황이라

그 기회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군대에 있는 동안에도 그의 저서와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짧은 응

원편지가 내 군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이였다. 지금은 연세가 많이

되셨지만 브라워는 나와 협업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브라워 음악이 알려지지 않았고 나는 지금도 우리 작업을 도와줄 후원단

체를 찾는중이다.

Concierto de Aranjuez - Joaquin Rodrigo (1939) 아랑훼즈 기타 협주곡-호아킨 로드리고(1939)

아랑훼즈 궁전 전경, 수없이 많은 조깅을 하던 곳

1악장, Allegro Con Spirito 16세기 무적함대 스페인 최전성기의 대표적인 절대군주 Felipe II(펠리페

2세)의 명령으로 만든 아랑훼즈 궁전과 정원의 화려함, 위대하던 시절의

왕족들의 삶이 담겨 있다.

2악장, Adagio

20세기의 제2차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의 인류의 슬픔, 스페인의 한과

사랑이 묻어 있다. 너무 맑다 못해 어지러울 정도의 맑은 하늘과 강렬한

태양 아래서 오는 슬픔이 남아 있다.

3악장, Allegro Gentile로드리고의 동시대 예술가, Pablo Picasso(파블로 피카소)의 Cubism(입

체파)처럼 마치 순수한 아이의 퍼즐놀이처럼 모양 어긋난 퍼즐을 억지로

구겨서 넣고 어머니에게 보여주는 것 같다.

2020년 하바나에서 보내온 브라워의 응원 메세지

Page 9: Art of Debut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 지중해 바다 앞 기괴한 절벽이 있는 모래 바닥 위에 기원전 5세기 무렵에 켈티베리아인들이 만들고 로마 제국을 거쳐 이슬람의 지배 그리고 십자군의 역사를 거친 Sagunto(사군토)라는 작은 시골.

그곳에서 아랑훼즈 기타 협주곡으로 평생 명성을 유지한 호아킨 로드리고는 1900년에 태어나 1999년 마드리드에 서 별세한 스페인 작곡가이다. 그는 디프테리아에 걸려 3세의 나이에 맹인이 되었다. 시력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에 작곡 공부를 하여 점자를 사용하여 자신의 작품을 썼다. 이후 프랑스 파리로 넘어가 École Normale de Musique (에꼴 노르말 드 무지크)에서 Paul Dukas(폴 뒤카) 밑에서 작곡 공부를 하였다.

사랑의 힘, 1933년, 프랑스 파리에서 대단한 명성을 날리던 24살의 어린 Victoria Kamhi (빅토리아 까뮈) 여류 피아니스트가 당시 이름없는 맹인작곡가 로드리고의 ‘손’이 되어주겠다고 갑자기 은퇴선언을 하고 둘은 결혼을 하였다. 그들은 스페인 마드리드 근처 여름 왕궁 도시인 아랑훼즈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로드리고 부부의 사랑의 결정체인 아랑훼즈 기타 협주곡은 평생 수많은 부와 명예를 얻게 되었다.

1933년 아랑훼즈 신혼여행에서 생긴 아기는 유산이 되었고, 1937년 제2

차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의 끔직한 참상인 게르니카 폭격에 의해 1939

년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아랑훼즈 기타협주곡의 2악장 멜로디가 탄

생하였다. 당시 게르니카 폭격의 비극에 분노한 스페인 화가 피카소의 대

표작 ‘게르니카’만 보아도 당시 스페인 예술가들의 인류에 대한 슬픔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기타곡이라서 혹은 유명한 곡인 것과 상관없이 2012년부터 2014년

까지 스페인 아랑훼즈에서 살았다. 단순하게 마드리드의 월세값이 너무

비싸고 내가 살던 마드리드 원룸의 주변 환경이 너무 안 좋았기에 마드리

드에서 40분 거리의 아랑훼즈 궁전 앞 값싼 옥탑을 구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침실에 누웠을 때 옥탑방 천장 창문으로 쏟아지는 맑은 푸

른 하늘과 태양에 기상하고 나의 거실 연습 자리에서 보이던 커다란 창문

으로 커다란 단풍나무 그리고 뜨거운 햇빛... 보랏빛 석양 아래 아랑훼즈

궁전과 정원의 전경이 보이던 그런 작은 옥탑집이였다.

도시 전체가 르네상스 양식으로 만들어진 곳이라 나는 2년간 잠시 다른

시대에서 살았다.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사람

이 아무도 없는 궁전과 정원은 나의 궁전과 정원이었다. 아침에는 아무도

없는 Jardin de la Isla (섬의 정원)에서 산책하고 낮에는 기타를 챙겨서

Jardin del Principe (왕자의 정원)에서 기타 연습을 하기도 했다. 20대

초반에 2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아랑훼즈에서 살았지만 아직도 여기서 살

던 기억보다 더 좋은 기억은 없다. 이번에 동생과 함께 아랑훼즈 기타

협주곡을 같이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더 좋은 기억이 될 것이다.

오후 내내 기타 연습하던 왕자의 정원,21살 조대연은 2년간 이곳의 기타 왕자였다

사람이 보이지도 않는 섬의 정원아침마다 산책하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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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of debut조동연 조대연 피아노 클래식 기타 연주회

2021년 7월 10일 홍주문화회관

만든이

조동연 조대연 노해원

도움 주신 분들칸트타임 노광훈 황바람 이준표 노지원 김세빈

지원

연주회를 준비하던 중 할아버지가 떠나가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살아가시고,

몸으로 6.25 전쟁을 겪으셨습니다.

그만큼 저희는 우리 시대에서 얻을 수 없는 많은 이야기와

삶을 할아버지를 뵈면서 배우고 느꼈습니다.

저희는 할아버지의 옷을 입고 연주하는 작은 추모를 하려 합니다.

이 작은 추모가 저희 마음에, 할아버지의 마음에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홍성군문화특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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