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한국문학회...¤@LMS: Å=C;NOFG>s EE A a¢ d @ o U&¤ U bxM @c/ gA >s a¢>Ò ¾ûM e)EM Sz ¾ A MÄFGD4 c e¢ O @eW @A'( SP> b^~A¬ Q ±]4 ?DÐ `¾[@A &¤ @vk M gA %D …

  • Upload
    others

  • View
    0

  • Download
    0

Embed Size (px)

Citation preview

  • 한국문학논총 제59집(2011. 12) 43~71쪽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

    1)정 규 식*

    차 례

    Ⅰ. 문제 제기

    Ⅱ. 전쟁과 이념으로 인한 여성의 죽음

    Ⅲ. 남성과의 관계 설정과 서사화 방식

    1. : 남성 중심적 부

    부서사

    2. : 중립적 가족서

    3. : 여성 중심적 사

    회서사

    Ⅳ. 결 론

    국문초록

    이 글은 ≪금오신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각

    작품의 서사적 특징을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각각의 개별 작

    품 속에 등장하는 세 여성을 하나의 방식으로 호명하여 그녀들의 존재

    양상을 분석한 뒤, 그것이 개별 작품의 서사화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고찰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금오신화≫ 가운데 여성인물이 등장하는 ,

    , 의 서사화 전략은 여인의 죽음이라는

    축과, 여성과 남성의 관계맺음이라는 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각각의 방

    *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 44 한국문학논총 제59집

    향성을 달리하면서 전개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은 수혜자의 입장에 있는 이생을 부각

    시키기 위한 남성 중심적 부부서사로 진행되었으며, 는

    적극적 협력자의 위상을 점하는 양생과 효서사의 중심에 있는 여성 가

    운데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은 중립적인 가족서사로 진행되었으며,

    는 관찰자적 입장을 취하는 남성보다는 국가의 흥망에

    관한 담론을 펼친 여성을 중심으로 한 여성 중심적 사회서사로 진행되

    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서사화는 전쟁서사와 절개서사가 여인의 죽음에 대한 직접

    적 책임이 있는 대상에 관한 서사를 추상화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진행

    되었으며, 이는 세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일관된 서사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어 : ≪금오신화≫, , , , 부부서사, 가족서사, 사회서사

    Ⅰ. 문제 제기

    우리 소설사에서 ≪금오신화≫만큼 다양한 방향으로 연구된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이른바 ‘금학(金學)’1)이 형성되었다고 하여도 무방하

    리라 생각한다. ≪금오신화≫를 읽어내다2) 보면 ,

  •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 45

    생규장전>, , , 등 다섯 편

    이 5좌(座)를 형성하면서 각각의 이채로움으로 개별성을 발현함과 동시

    에 서로 간의 어울림으로 상호적 연관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

    다. 을 읽어내다 보면 의 반복인 듯하다

    가도 어느 순간 새로운 의경(意境)이 펼쳐지며 를 읽어내

    다 보면 의 연작인 듯하다가도 신천지를 경험하게 됨을

    알 수 있다.

    ≪금오신화≫의 작품세계는 무궁하다. 그간 ≪금오신화≫는 한국의

    소설사,3) 당대의 현실 문제와 작가 김시습,4) 동아시아 소설론5) 등과 같

    은 거대담론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수많은 논의를 생산해냈다. 또한 최근

    에는 환상성,6) 섹슈얼리티,7) 젠더8) 등과 같은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되

    가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여기에 관해서는 시모어 체트먼(원화와 작화, 최상규 역, 예림기획, 1998, 49-50쪽.)을 참조할 만하다.

    3) 조동일, 한국소설의 이론, 지식산업사, 1977.박희병, 한국전기소설의 미학, 돌베개, 1997.

    4) 임형택, 매월당 문학의 성격-방외인 문학의 세계와 현실주의 정신 , 대동문화연구 13,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1979.조동일, 15세기 귀신론과 귀신이야기의 변모 , 한국의 문학사와 철학사, 지식산업사, 1996.

    정출헌, 서거정과 김시습: 조선초기 사대부 문인의 두 초상 , 동양한문학연구21집, 동양한문학회, 2005.

    5) 장개종, 한․중․월 전기소설의 비교연구 ,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2.

    김수성, ≪금오신화≫와 ≪전등신화≫의 비교연구 ,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

    문, 1995.

    박희병, 한국, 중국, 베트남 전기소설의 미적 특질 연구 , 대동문화연구 36집,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2000.

    6) 신재홍, ≪금오신화≫의 환상성에 대한 주제론적 접근 , 고전문학과 교육 1집,청관고전문학회, 1999.

    박일용, 의 규장과 밀회 장면에 나타난 환상성과 그 현실적 의

    미 , 고소설연구 20집, 한국고소설학회, 2005.박일용, 의 결혼과 절사 장면에 나타난 환상성과 그 의미 , 고전문학과 교육 11집, 한국고전문학교육학회, 2006.장윤환, ≪금오신화≫의 환상성 연구, 경희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1.

  • 46 한국문학논총 제59집

    기도 하였다. 그 결과 ≪금오신화≫ 전편은 물론 개별 작품에 대한 각각

    의 논의는 연구사를 언급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논의들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필자는 여전히 ≪금오신화≫에 대한 연구에 천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오신화≫의 다섯 작품을 가로지르고 구

    별짓기하고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그 속에 침잠되어 있는 내적 질서나

    의미와 가치 등을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도 필요하리라 판단한다.

    필자는 몇몇의 전기소설을 여성적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시도해 왔다.

    에서는 같은 여성이면서 다른 여성인 배도와 선화의 애정서사

    를,9) 에서는 사물화를 극복하여 자기서사를 완성하는 여

    성을,10) 에서는 살아있는 권력에 저항하기 위해 죽음의 권리

    를 행사는 여인들을11) 포착하여 각각의 의미를 풀이하였다. 본고 역시

    이러한 논의의 연속에서≪금오신화≫를 여성 중심으로 해석하고자 한

    다.

    , , 에는 각각 여성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죽은 여성의 원혼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녀들은 죽은 상태에서 현실세계의 원한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살아

    있는 남성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여성적 관점으로

    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성장치(apparatus of gender-sexuality)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몇

    몇의 전기소설에서 확인되는 ‘플롯의 젠더화’에 대하여 논의한 성과가

    7) 서지영, 규범과욕망의 틈새: 조선시대 문학 속의 섹슈얼리티 , 한국 고소설과섹슈얼리티, 보고사, 2009.

    8) 김경미, 전기소설의 젠더화된 플롯과 닫힌 미학을 넘어서 , 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 20집, 한국고전여성문학회, 2010.

    9) 정규식, 의 인물 연구 , 고소설연구 28집, 한국고소설학회, 2009a,24-28쪽.

    10) 정규식, 과육체의 서사적 재현 , 한국문학논총 53집, 한국문학회, 2009b, 249-255쪽.

    11) 정규식, 에 형상화된 삶의 권력과 죽음의 권리 , 고소설연구 31집,한국고소설학회, 2011, 59-66쪽.

  •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 47

    제출된 바 있다.12) 성장치란 성적 위계나 성적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장

    치들로서 기존의 남성/여성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데 동원되는 장치들

    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성장치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신체, 국가, 가

    족, 미디어, 교육 등 그 영역은 다양하며 심지어 서사까지도 이러한 성장

    치로 활용된다고 할 수 있다.13) 얼핏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이면서 무

    성적인 것처럼 보이는 전기소설의 플롯이 사실은 상당히 남성 위주의

    서사를 강압하는 젠더적 속성을 은밀히 내포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14)

    또한 의 요약적 제시 및 격차에 의한 서술방식에 주목

    한 논의 역시 전기소설의 서사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논의라

    할 수 있다.15)

    이러한 관점은 기존 논의와 다른 관점에서 전기소설의 서사화 방식을

    분석한 결과로판단된다. 이 논의들은 기존 연구자들이 전기소설을 논의

    할 때, 장르관습이라는 용어를 통해 작품의 특징들을 파악하고자 한 것

    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본고 역시 이러한

    관점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다.16)

    본고는 ≪금오신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작품

    12) 김경미, 앞의 논문, 214-220쪽.

    13) 고정갑희, 성장치와 여성주의 문화론 , 여/성이론 2호, 도서출판여이연, 2000,15-17쪽.

    14) 김경미, 앞의 논문, 229쪽.

    15) 김용기, 의 서술방법과 인물 성격의 형상화 방식 연구 , 우리문학연구 22집, 우리문학회, 2007.

    16) 기실 전기소설에 대한 서사 방식을 논할 때 ‘낭만성’은 중요한 술어이다. 특히

    초기 전기소설의 경우, 주인공들의 의미와 그것에 대한 장애요소 사이에서 발생

    하는 긴장관계를 낭만적으로 해소하거나 현실의 질곡을 극복하기 위한 서술자

    의 치열한 현실극복 의식을 바탕으로 한 낭만적 서술시각이투영(박일용, 조선시대의 애정소설, 집문당, 2000, 96-97쪽.)되면서 소설적 긴장감을 획득하게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논의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나 와 같은 작품들에는 서사전개 상의 논리적 비약이 존재한다는 점인

    데 결국 그러한 작품내적 질서를 여하히 해석하느냐의 문제가 남게 된다고 할

    수 있다.

  • 48 한국문학논총 제59집

    의 서사적 특징을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각각의 개별적 작품 속

    에 등장하는 세 여성을 하나의 방식으로 호명하여 그것을 분석하고 나

    아가 그러한 특성이 개별 작품의 서사화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고찰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본고는 세 여성의 죽음 장면과, 세 여성과 세 남성의

    관계맺음이 각 작품의 서사적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논의할

    것임을 밝힌다. 본고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자료는 ≪金鰲新話≫朝鮮木

    版本(尹春年本)임을 밝힌다.17)

    Ⅱ. 전쟁과 이념으로 인한 여성의 죽음

    ≪금오신화≫의 다섯 작품 가운데 여성인물이 서사전개의 중심축을

    형성하는 작품은 , , 등

    세 작품이다. 이 세 작품은 죽은 여성과 살아있는 남성의 만남과 이별이

    라는 서사축을 근간으로 각 작품마다의 다양한 변주가 가미되어 그 미

    감을 달리한다. 그런데 이 세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하나의 공통점

    을 지닌다. 그녀들은 단순히 ‘죽은 여성’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이다.

    “저는 은(殷)왕의 후예로서 기씨의딸입니다. 우리 왕조는 이 땅에봉

    해져 예악과 제도로써 (湯)왕의 가르침을 행하였고 여덟까지 조항으로

    백성들을 다스렸으며 문물의 번화함이 천년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천운이 어지러워져 재난이 갑자기 다가와 선고께서 필부의 손에

    패전하여 비로소 나라가 망하게 되었습니다. 위만(衛瞞)이 득세하여 왕

    위를 훔치니 조선의 대업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승냥이와 이리

    의 무리에서 뒹굴며 어쩔 줄 모르다가 절개를 지키고자 죽음을 기다릴

    17) 이 판본은 최용철(≪금오신화≫의 판본, 국학자료원, 2003.)에 의해 영인 출판되었다.

  •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 49

    뿐이었습니다.”18)(밑줄 인용자)

    위의 인용문은 에 등장하는 한 장면이다. 기씨녀가 자

    신은 누구인지 어떻게 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서술하고 있는

    부분이다. 보이는 바와 같이 의 여인은 국가가멸망하는

    순간의 어지러움 속에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결국 ‘절개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기다리(欲守貞節 待死而已)’게 되었다.

    “어느 고을 어디에 사는 아무개가 아룁니다. 지난 날 변방을 잘 지키

    지못해 왜구가 쳐들어왔습니다. 창칼이난무하고 봉화가몇 해 동안 계

    속되더니 집이 불타고 사람들이 노략질 당했습니다. 동서로 분주히 피

    하고 남북으로 달아났습니다. 친척들과 하인들도 어지러이 도망하였으

    나 저는 연약한 여인의 몸으로 멀리 달아나지 못하고 규중에 깊숙이 들

    어가 끝내 정절을 지켜 더러운 꼴을 당하지 않은 채로 난리의 화를 피

    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여자로서 정절을 지킨 것을 마땅하다

    여겨 외진 곳에 거처를 마련하여 초야에 묻힌 지가 이미 삼년이 되었습

    니다.”19)(밑줄 인용자)

    의 여인도 와 마찬가지로 왜구의 무

    리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그녀 역시 ‘정절을 지켜 더러운 꼴을 당하지

    않기(終守幽貞 不爲行露之沾)’ 위해 죽음을 택한다. 여인의 연약한 몸으

    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절개를 선택하여 죽은 것이다.

    18) “弱質 殷王之裔 箕氏之女 我先祖實封于此 禮樂典刑 悉遵湯訓 以八條敎民 文物

    鮮華 千有餘年一旦天步艱難 灾患奄至 先考敗績匹夫之手 遂失宗社衛瞞乘時 竊

    其寶位 而朝鮮之業墜矣 弱質顚蹶狼狽 欲守貞節 待死而已” ,

    542면(원문의 인용 면수는 최용철 교수가 영인한 자료집의 면수임을 밝힌다. 이

    하 면수만 제시함.)

    19) “某州某地居住 何氏某 竊以曩者 邊方失禦 倭寇來侵 干戈滿目 烽燧連年 焚蕩室

    廬 虜掠生民 東西奔竄 左右逋逃 親戚僮僕 各相亂離 妾以蒲柳弱質 不能遠逝 自

    入深閨 終守幽貞 不爲行露之沾 以避橫逆之禍 父母以女子守節不爽 避地僻處 僑

    居草野 已三年矣”, , 593면.

  • 50 한국문학논총 제59집

    “신축년에 홍건적이 서울을 침탈하여 왕이 복주(의주)로 달아났고 도

    적들은 집을 불태우고 사람들과 가축들을 죽였다. 부부와 친척들은 서

    로 보존할 수 없어 동서로 분주히 도망하여 각자 살 길을 도모하였다.

    이생은 가솔들을 이끌고 궁벽한 절벽아래 은밀히 몸을 숨었다. 도적놈

    하나가 칼을 들고 쫒아 오자 이생은 서둘러 달아나 죽음을 면할 수 있

    었지만 여인은 도적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도적이 여인을 겁탈하려고

    하자 ‘짐승만도 못한 놈아! 나를 죽여라! 이리나 승냥이의 먹이가 될지

    언정 어찌 개돼지의 짝이 되겠느냐?’라고 하였다. 그러자 도적이 노하여

    그녀를 죽이고 난도질 하였다.”20)(밑줄 인용자)

    의 최랑도 마찬가지이다. 표면적으로

    와 의 여인들이 도망을 하여 피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반면 의 최랑은 도망 중에 죽임을 당하게 된다는 차

    이는 있지만 그녀 역시 절개를 위해 목숨을 버리게 된다.

    이와 같이 세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죽음 장면에서 확인되듯, 이

    들은 하나 같이 ‘전쟁’으로 인해 현세적인 죽음을 맞이한 존재들이며 또

    한 그녀들의 죽음이 ‘절개’라는 이념적 가치를 수행한 결과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세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은 단순히 ‘죽은 여성’이 아니라 ‘전

    쟁에서 절개를 지키기 위해 죽은 여성들’이다.

    기존의 논의 가운데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견해도 있었다. 이 세

    작품의 절개에 주목하여, 절개를 ≪금오신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지향하는 최고의 삶의 지표,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

    될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21)라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를 온전하게 수용할 수는 없다. 여인들의 고귀한 삶을 이념적 가치

    인 절개와 교환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 여인들이 죽어가는 장면을 구

    20) “辛丑年 紅賊據京城 王移福州 賊焚蕩室廬 臠炙人畜 夫婦親戚 不能相保 東奔西

    竄 各自逃生 生挈家 隱匿窮崖 有一賊拔劍而逐 生奔走得脫 女爲賊所虜 欲逼之

    女大罵曰 虎鬼殺啗我 寧死葬於豺狼之腹中 安能作狗彘之匹乎 賊怒殺而剮之”,

    , 557면.

    21) 박희병, ≪금오신화≫의 소설미학 , 한국전기소설의 미학, 돌베개, 1997, 243쪽.

  •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 51

    체적으로 살펴보면 거기에는 여러 가지의 비판적 의미가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쟁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남성적인 폭력의 상징이다. 전쟁은

    국가 간 분쟁이나 권력 간 다툼이 원인으로 작동하는 것이므로 그것의

    근원에는 남성적 폭력성이 내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쟁 담론에 의하

    면, 전쟁은 남성성과 추상성, 군국주의적 사유와 공고히 연결되어 있으

    며 상호적 지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전쟁은 폭력과 지배를

    일삼는 남성성과 남성 이데올로기의 최정점에 있는 것으로 남성성, 폭력

    성, 추상성 등은 전쟁의 메타포로 인식되기도 한다.22)

    전쟁의 폭력성은 필연적으로 희생자를 탄생시킨다. 특히 전쟁의 폭력

    에 대한 희생자는 주로 평화로움의 상징인 여성들이 맡게 되는데, 이런

    점에서 ≪금오신화≫의 세 작품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성들은 전쟁의

    폭력성에 희생된 존재들로 형상화된 인물이라 할 있다. 전쟁의 남성성에

    비춰 여성성을 파악할 때, 여성은 전쟁의 고통을 상징하는 희생자로 인

    식될 수 있다. 전쟁은 정복된 여성들이나 적의 여성들에 대한 강간이나

    노예화를 일상화하여 여성들의 관계와 육체에 가하는 파괴 행위23)로 이

    해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세 작품에는 전쟁과 더불어 ‘절개’, ‘지조’, ‘열’ 등과 같은 이념적

    가치에 대한 폭력성도 드러난다. 의 기씨녀, 의 여인, 의 최랑이 모두 전쟁의 화마에서 절개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것으로 서술되고 있는데, 이는 이념의 폭

    력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념적 가치 역시 남성 위

    주의 사회적 이데올로기의 산물임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서사물에 등장하는 열녀담론의 폭력성은 모든 여성을 하나의 여

    성상으로 환원시키면서 여성 개개인의 구체적인 차이를 무화시키는 측

    22) 이혜정, 전쟁과 평화에 대한 여성주의적 독해 , 한국여성철학 4권, 한국여성철학회, 2004, 61쪽.

    23) 이혜정, 위의 논문, 70쪽.

  • 52 한국문학논총 제59집

    면24)이 강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그녀들을 독자적 인간으

    로 바라보지 않고, 여인들을 포함된 관계망에서 부부, 가정, 사회 중 어

    느 곳에 더 강조를 두느냐에 따라 평가되는 시각도 문제시 될 수 있

    다.25)

    결국, 이 세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죽음은 전쟁이라는필요조건과

    이념적 가치의 수행이라는 충분조건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이며 그것은

    여성의 희생을 담보로 확보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죽음의

    이면에는 여성에 대한 과도한 폭력성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음을 부

    정할 수 없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전쟁과 이념의 폭력성이 여성이라는 희

    생자를 탄생시킨 것처럼 그것이 전쟁서사나 절개서사로 문학적인 서사

    화가 되면서 여성서사를 희석시키는 서사적 폭력성을 행사하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이 세 작품은 여성과 남성의 관계

    맺음에 따라 서사적 질감을 달리한다는 특징을 보이는데, 바로 이러한

    서사적 유사와 차이를 통한 이해와 감상이≪금오신화≫를 읽어내는 즐

    거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는 억울하게 죽은 여인들보다는 남성의 의로운 행동에

    주목하고 있으며, 는 인연을 바라는 여인의 짝이 되어

    그 여인의 원한을 해원시켜주는 과정을, 의 경우 왕조의

    흥망에 대한 역사적 술회를 묵묵히 경청하는 모습을 서사화하고 있다는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과 남성의 관계맺음

    의 방식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소설이 등장인물 간의 관

    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관계의 문학26)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4) 홍인숙, 열녀담론의 새로운 독해 , 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 5집, 한국고전여성문학회, 2002, 99쪽.

    25) 이혜순, 열녀전의 입전의식과 그 사상적 의의 , 조선시대 열녀담론, 월인,2002, 11쪽.

    26) 정규식(2009a), 앞의 논문, 7쪽.

  •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 53

    이러한 관점에서 이 세 작품은 전쟁과 이념이라는 폭력성에 의해 죽

    음을 맞이한 여인들이 깊은 원한을 가지게 되고 그것을 남성들과의 관

    계를 통해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서사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남성과의 관계 설정과 서사화 방식

    이상의 논의를 통해 세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공통점을 살펴보았

    다. 그렇다면 세 작품이 차이점은 무엇일까? 서론에서 말했듯이 ≪금오

    신화≫는 작품끼리의 연관성을 지니면서 동시에 각 작품의 개별성을 함

    유하고 있다고 하였다.

    앞 장에서 구체적으로 밝혔듯이 세 작품에는 죽은 여인들이 등장한다.

    그녀들은 전쟁과 이념에 의해 희생당한 여인들로서 죽음을 경헌한 후

    환생하여 살아있는 남성과 만나게 되고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원한을

    해소한 후 다시 명계(冥界)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 세 작품은 이러

    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관계’가 설정되고 그러한 관계

    가 각각의 서사 전개에 일정하게 관여함으로써 서사적 변주를 연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죽음의 현장혹은 죽음 이후의 서사 전개에서 여성들과

    남성들이 어떻게 관계맺음을 하느냐에 따라 각각의 작품은 서사화 방식

    을 달리 한다고 할 수 있다.

    1. : 남성 중심적 부부서사

    의 서사 전개에서 주목되는 점은 이생이 여인의 죽음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작품에서 이생은 어지럽고

    혼란한 전란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 최랑을 홀로 두고 도망하여

    최랑이 도적에게 사로잡히도록 하는(生奔走得脫 女爲賊所虜) 비겁하고

    나약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27) 일반적인 남성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

  • 54 한국문학논총 제59집

    을 보이면서 자신의 목숨만 도모한 것이다.28) 그러면서 죽은 후 환생한

    아내를 보고는 분명히 죽은 줄 알면서도 ‘어떻게 하여 생명을 보존하였

    는가?’29)라고 묻는다. 어찌 보면 남성으로서 부끄럽기까지 한 장면을 연

    출하고 있다.30) 반면 최랑은 이생을 전혀 비난하지 않고 ‘지난날의 명세

    를 져버리지 말고 다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니 허락해 달라.’고 말한

    다.31) 주객이 전도된 듯하다. 이 작품에서 이러한 서사화 방식은 일관되

    게 유지된다.

    “장차 백년해로를 하고자 함께 살면서, 일이 어그러져 구덩이에 뒹굴

    줄을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끝내 승냥이나 호랑이에게 몸을 더럽

    히지 않고 스스로 흙구덩이에서 몸이 찢기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는 진

    실로 하늘의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인간의 정을 참기는 어렵습니다.”32)

    인용문에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최랑은 스스로

    ‘몸을 더럽히지 않았다.’라고 했다. 결국 육체보다 이념을 더 강조한 것

    인데, 이는 육체가 이념적 가치 수행의 매개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33)

    27) 작품에서 이생의옹졸한 모습은 여러번등장한다. 최랑과처음 만나창화(唱和)

    를 하면서, 최랑과의 사랑이 누설될까 걱정하는가 하면, 부모의 반대로 인한 애

    정장애에서도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는 등 이생의 상대적 나약함은 시종일관

    지속되고 있다.

    28) 이 장면에 대하여 박일용(2006, 앞의 논문, 311-315쪽.)은 여성이 경험하게 되는

    비극적 상황에 대한 환상 체험을 제공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는 유가 사회

    가 안고 있는 부조리를 부각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했다.

    29) “避於何處 全其軀命”, , 556면.

    30) 이 장면에 대하여 박일용(2006, 앞의 논문, 313쪽)은 이생의 태도에 전율이 느껴

    진다고 하면서 그를 이기적 존재라고 하였으며, 김경미(앞의 논문, 227-228쪽.)

    는 이생을 달아나는 남성으로서 스스로를 속이는 존재이며 또한 자신의 비겁함

    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하기 위해 질문하는 존재라고 하였다.

    31) “期不負乎前盟 如或不忘 終以爲好 李郞其許之乎”, , 555면.

    32) “將謂偕老而歸居豈意橫折而顚溝終不委身於豺虎自取磔肉於泥沙固天性之自然

    匪人情之可忍”, , 555-556면.

    33) 이념적 가치를 수행하기 위한 육체의 수단화 혹은 사물화 방식은 다른 작품에

  •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 55

    이러한 육체의 수단화는 절개서사의 핵심모티프로 작동하면서 남성과의

    육체적 결연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기능을 한다. 그 결과 상대 남성은 ‘순

    결한 육체’를 지닌 여성과 곡진한 연애서사를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위의 인용문에 확인되는 또 다른 점은 육체를 이념적 가치를 수행하

    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을 ‘하늘의 자연스러운 것(天性之自然)’이라고

    하고 그것을 수행하다보니 ‘인간의 정(人情)’을 참기 어렵다고 했다는 점

    이다. 이는 최랑이 이념적 가치를 수행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했지만 그

    것이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해결해주지는 못했다는 것이며 그로인해 인

    간적 욕구를 향한 원한이 사무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기실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지점이다.34) 하지만 작품의 서사는 이러

    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침묵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적욕

    구를 해원하기 위한 연애서사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처럼 의 서사는 여인의 죽음에 대한 방조적 혐의가

    짙은 이생에 대한 문제제기 없이 전쟁의 폭력과 여인의 절개를 초점화

    하면서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이러한 전쟁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서는 남자/남편 혹은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으므로 여성이 절개를

    위해 희생당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진행되는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의 서사는 여인의 죽음에 대한 일정한 책임이 있는 이생

    을 괄호치고, 전쟁과 절개에 방점을 둠으로써 두 사람의 사후 결연을 자

    연스럽게 전개시킨다. 그러다가 최랑이 환생한 후, 비로소 이생은 벼슬

    에 나아가지 않고 집 안에서 최랑과 시간을 보내면서 최랑에 대한 의

    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의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으며, 신광한의 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전개됨을 알 수 있다.

    에서 확인되는 ‘육체의 사물화’에 대해서는 정규식(위의 논문,

    2009b, 238-243쪽.)이 지적한 바 있다.

    34) 이념적 가치를 수행하다 보니 인간적 욕구가 사무쳤다는 것은 이 둘의 대립적

    관계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한 대립적 관계는 현실세계에서는 양립할 수 없

    으므로 현실계에서는 이념적 가치 지향을 추구하고 환상계에서는 인간적 욕구

    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서사화했다고 할 수 있다.

  • 56 한국문학논총 제59집

    (義)를 실천하는 모습이 보이며35) 작품의 마지막에서도 이생의 의리를

    찬양36)하는 장면으로 끝나게 된다. 사실 이 과정에서도 이생의 의(義)는

    최랑의 음덕(蔭德)에 의해 수행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측면

    에서 이생은 최랑의 헌신과 희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혜자로서의 모

    습을 보인다도 할 수 있다.37)

    이러한 과정에서 확인되는 의 서사는 철저하게 남성 중

    심의 서사임을 알 수 있다. 그러한 남성 중심의 서사를 무리 없이 진행

    시키기 위해서 전쟁서사와 열녀서사를 편입시키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것들은 여성들의 자결을 미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서사화 전략으로 이

    용되는38)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결국, 에 나타나는

    남성 위주의 서사는, 여성의 죽음에 대한 남성의 책임을 은폐하고 남성

    의 의(義)를 강조39)하기 위한 서사화 방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은 이생과 최랑이라는 부부관계에서 발생하는

    책임과 의무에 관한 서사를 전쟁서사와 열녀서사를 통해 희석시키면서

    남녀의 애정을 중심으로 한 부부서사로 발전하는 방식을선택한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이생을 중심으로 하는 남성 위주의 서사가 탄생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35) 기실 이생이 실천한 의(義)라는 것 역시 최랑이 도모한 경제적 기반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김경미(앞의 논문, 228-230쪽.)도 지적하

    였다.

    36) “聞者 莫不傷歎 而慕其義焉”, , 552면.

    37) 바로 이런 차원에서 이 작품은 이 아니라 으로 읽힐 가

    능성이 농후함을 알 수 있다.

    38) 홍인숙, 앞의 논문, 96-97쪽.

    39) 이를 위해서는필연적으로 여성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그래야만 남성

    이 억울하게 죽은 여인의 원한을 해원시킬 수 있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때문

    이다.

  •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 57

    2. : 중립적 가족서사

    에서 여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은폐하기 위한 서사화

    로서 남성 위주의 서사를 구축했다고 하였는데, 와 는 상황이 조금 다르게 전개된다. 즉, 와

    에서도 죽은 여인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의 이생과는 다르게 홍생과 양생에게는 상대 여성들의 죽음에 대한 직

    접적인 책임이 없다. 이는 여성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시점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은 이생과 최랑이 부부인 상황에서 최랑

    이 죽게 되지만, 와 는 여성이 죽은 후

    환생한 여성과 살아있는 남성이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바로

    과 ․40)의 서사화 전략

    에서 확인되는 가장 큰 변별점이라 할 수 있다.

    앞선 인용문에서와 같이 의 경우, 여인이 전쟁과 절개

    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장면에서 친척들과 하인들이 모두 자신

    을 홀로 두고 달아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또한 명시적 언급은 없지만

    여인이 죽은 이후 부모가 그 절개를높이 여겨 자신의 거처를마련해 주

    었다는 내용을 통해 여인의 부모 역시 여인의 죽음을 적극 방어하지 못

    한 책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에 등장하는 여인은 부모 나아가 친지나 하인

    등의 가족집단의 방조에 의해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의 이생과 마찬가지로 의 가족들은 여인의

    죽음에 대한 일정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의 서사는 이러한

    것을 문제 삼지 않으면서 양생이라는 남성과의 관계를 통한 애정서사를

    전개시킨다.

    40) 와 역시 여인의 죽음 장면에는 차이가 존재하

    며, 그로 인해 두 작품의 남녀의 관계맺음이 다르게 진행되고 나아가 서사화 전

    략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할 것이다.

  • 58 한국문학논총 제59집

    “그러나 가을 달빛과 봄날의 꽃을 보면서 공허하게 시간만 보내는 것

    을안타까워하고떠가는 구름과흐르는 물처럼허송세월만 할뿐입니다.

    깊은 곳 텅 빈 골짜기에서 박명한 운명에 한숨짓고 고독한 밤 홀로 지

    내며 난새의 외로운 춤을 가슴아파합니다.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혼은

    점점 쇠하여 가고 여름날과 겨울밤에는 간장이 끊어지는 듯합니다. 원

    컨대 부처님이시여! 저를 처량하게 여기시어 앞날이 정해졌다면 피할

    길이 없지만 인연이 있다면 하루 빨리 즐거움을 누리게 하시어 간절한

    기도를 저버리지 마시옵소서.”41)

    인용문과 같이, 절개를 위하여 죽은 여인은 그 원한이너무나 깊다. 자

    신이 선택한 절개를 실천하여 죽었다면 그 죽음에 당당하고 의연42)해야

    할 것 같은데 작품에서 제시되는 여인의 한스러움은 애절하기 그지없

    다.43) 여성이 이념적 가치를 위하여 죽음을 선택했다면 그러한 절개의

    표상화 혹은 기념화를 추구할 법한데도 인간적 욕구를 위한 남녀의 애

    정을 추구하게 된다. 이념적 가치를 수행하기 위해 죽었지만 남녀의 애

    정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간절하게 드러난다. 의 최랑이

    말한 부분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여성의 간절한 바

    41) “然而秋月春花 傷心虛度 野雲流水 無聊送日 幽居在空谷 歎平生之薄命 獨宿度良

    宵 傷彩鸞之獨舞 日居月諸 魂銷魄喪 夏日冬宵 膽裂腸摧 惟願覺皇 曲垂憐愍 生

    涯前定 業不可避 賦命有緣 早得歡娛 無任懇禱之至”, , 589-590

    면.

    42) 작품에서 여인의 동료 가운데 김씨 여인이 이러한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그녀

    는 정씨 여인과 오씨 여인이 님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을 노래하자 ‘어찌 속마음

    을 드러내면서 절개를 잃고 인간 세상에 비루한 마음을 전한단 말인가?(胡乃陳

    懷 以失其節傳鄙懷於人間)’라고 하면서 절개로 인한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

    고 있다.

    43) 김용기(앞의 논문, 6-14쪽.)는 ‘문제적 상황에 대한 요약적 제시’와 ‘격차에 의한

    서술기법(서사의 전후가 독자의 예상과 달리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세계나 방

    향으로 전개되어 독자로 하여금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서술방법)’이라는 구도를

    통해 의 서술방법에 대해 논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논의 역시

    의 서사적 균열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해석이

    라 할 수 있다.

  •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 59

    람을 해결해줄 대상이 필요하게 되고 그 결과 양생과의 결연이 성립되

    는 것이다.

    따라서, 역시 과 유사하게 전쟁서사와

    절개서사를 통해 애정서사가 중심이 되면서 가족서사가 희석되는 특징

    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여성과 남성의 관계맺음의

    특이성으로 인해 처럼 남성 위주의 서사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는 다른 방식의 서사화가 진행된다.

    의 양생과 여인의 관계는 의 이생과 최

    랑의 관계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의 양생과 여인

    은 첫 만남에서부터 의 이생과 최랑 만큼 절대적이면서

    독점적인 관계를 유지하지는 않는다. 양생이 여인에게 ‘당신은 어떠한

    사람인데 홀로 이곳에 오셨소?’44)라고 묻자 여인은 ‘저도 사람입니다.

    왜 의아해하는지요? 그대는 단지 좋은 짝만 얻으면 되지 이름을 알 필

    요가 있나요?’45)라고 대답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여인과 양상의첫 만남이 일종의 계약적 성격

    을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여인은 양생에게 ‘낭군께서

    저를 버리지 않는다면 죽도록 모실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영원히 이별입니다.’46)라고 하면서 조건적 결연을 제

    안하는 것이다. 이는, 의 여인이 의 최랑

    처럼 상대 남성에게 헌신적이면서 희생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는다

    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양생은 짝을 얻기 위해 부처와 저포놀이를 했고 여인 역시 짝을 얻기

    위해 부처 앞에서 기도를 드렸듯이, 두 사람 모두 서로의 인연을 원한다

    는 것은 밝혔지만 어떤 인연을 원하는지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인의 입장에서는 상대가 누구냐 보다는 자신의 원한을 풀어줄

    44) “子何如人也 獨來于此”, , 589면.

    45) “妾亦人也 夫何疑訝之有 君但得佳匹 不必問名姓”, , 589면.

    46) “郞若不我遐棄 終奉巾櫛 如失我願 永隔雲泥”, , 587면.

  • 60 한국문학논총 제59집

    상대를 만나는 것 자체가 중요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양생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두 사람은 이러한 상황에서 만나게 되고 만남 이

    후부터 서로의 관계가 유지되었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두 사람은 의 남녀와 같은 곡진한

    애정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작품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남녀의 진

    솔한 육체적 사랑의 장면이 그렇게 구체적으로 서술되고 있지는 않다.

    또한 결연 이후 두 사람은 의 두 인물처럼 폐쇄적 공간에

    서 부부의 애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의 관계 설정을 도모하

    기 위해 확장된 공간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이 작품은 여

    인의 가족서사가 두 사람의 애정서사 속으로 틈입하여 일정한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관계 유지에는 가족이라는 새로운 대

    상이 일정하게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사람은 만복사에서 육체

    적 사랑을 나눈 뒤에 여인의 거처로 이동하게 되고, 거기에서 사흘을 머

    문 후 여인의 이웃에 사는 친척들과 함께 송별시를 창화하는 장면에서

    부터 친척이나 가족관계의 사사화가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

    면서 여인이 양생에게 은그릇을 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일 부모님께서 보련사에서 저에게 밥을 줄 것입니다. 만약 저를

    버리시지 않으신다면 길가에 기다리고 계시다가 절에 같이 가서 부모님

    을 뵙는 것이 어떨까요?”47)

    에서 이 장면은 서사화 전략에 있어 중요한 지점을

    차지한다. 여인의 죽음에 있어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의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부분에 대한 서사적 쟁점화는 전혀 드러나지 않으

    면서 여인과 가족의 만남이라는 가족서사를 자연스럽게 전개하고 있는

    47) “明日 父母飯我于寶蓮寺 若不遺我 請遲于路上 同歸梵宇 同覲父母 如何”, , 578면.

  •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 61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여인의 죽음과 관련된 가족에

    대한 원망이나 가족의 책임과 관련되는 서사가 아니라 오히려 부모님에

    대한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강조하는 서사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에서 전개되는 가족서사는 위의 인용문에서 확인되듯이

    자신의 인연을 부모님에게 인사드린다는 점이나 아래의 인용문과 같이

    부모님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효(孝)서사가 부각되는 방향으로 진행됨

    을 알 수 있다.

    “정해진 명수로 이별은 하지만

    님이여, 영영 헤어지지는 맙시다.

    슬프구나! 우리 부모님, 나를 짝지어 주지 못했으니

    황량한 구천에서 한이 서리네.”48)

    이는 의 경우-최랑의 죽음에 일정한 책임이 있는 이생

    에 대해 최랑이 아무런 원망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개-와 마찬가지로

    의 여인 역시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의 책임이나 원망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오히려 효를 발현하는 방식으로 서사화 되고 있음

    을 확인할 수 있다.

    의 내용이 이렇게 전개되기 때문에 이 작품의 서사화

    전략은 양생 혹은 여인 중 어느 한쪽으로 가파르게 기울지 않고 시종일

    관 중립적 서사화의 방식으로 전개된다고 할 수 있다.

    에도 전쟁서사와 열녀서사가 등장하다가 애정서사가 본격적으로 전개되

    면서 그 사이에 가족서사가 틈입하게 된다. 하지만 그 가족서사는 그녀

    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나 반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효를 강조하는 형태

    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 결과, 양생은 여인의 설움을 통감하면서 전쟁과 절개에 의해 희생

    48) “冥數有限 慘然將別 願我良人 無或踈闊 哀哀父母 不我匹兮 漠漠九原 心糾結兮”,

    , 576면.

  • 62 한국문학논총 제59집

    당한 여인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여성에 대한 절개(의리)

    를 지키는 남성 서사의 주체가 되고 있으며, 아울러 여인은 양생을 통해

    자신의 원한을 풀어나가는 여성 서사의 주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

    서 는 과 같이 남성 중심의 서사로 인해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는 여성서사가 아니라 두 서사가 양립하는 중립적

    서사로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서사화 전략은 여인의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점, 두사람의 관계가 일종의 계약적 결연이라는 점, 효를 강조하는 가족

    서사가 애정서사에 틈입했다는 점 등의 이유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

    다. 는 양생의 등장 이전에 이미, 여인과 그녀의 가족관

    계에서 발생하는 가족서사는 전쟁서사와 열녀서사에 의해 희석되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애정서사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며 결연 이후에는

    애정서사와 더불어 가족서사가 전개되었지만 그것이 효를 강조하는 방

    향으로 진행되는 특징을 보인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작품의 서사화는 남

    성이나 여성의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양생은 여인의 원한을 해원

    시켜주기 위한 적극적인 협력자의 위상을 점함과 동시에 두 인물을 대

    상으로 한 중립적 서사가 탄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 : 여성 중심적 사회서사

    는 여인의 죽음 이후에 홍생과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

    다는 점에서는 와 유사하지만, 두사람의 관계맺음의 양

    상이 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됨으로 인해 서사화의 전략

    도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그 약을 먹은 지 얼마 지나자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는 듯했고 기분

    이 상쾌해지더니 훨훨 나는 신선이 되었습니다. 이로부터 공중에 떠서

    천지사방을 배회하면서 신선이 사는곳을 찾아 십주(十州)와 삼도(三島)

  •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 63

    를 가보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49)

    인용문과 같이 의 여인은 절개를 위해 죽은 후, 초월

    적 존재인 신선이 되었다고 서술되고 있다. 죽음에 대한 억울함도 사무

    친 원한도 없는 듯하다. 현실적 죽음을 서러워하면서 남녀의 애정을 갈

    망하던 , 의 여인들과 다른 양상을 보인

    다.

    그렇다고 의 여인에게 원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확인되듯이, 위만(衛滿)의 침탈로 기씨의 왕

    실이 패망하게 되고 그로 인해 여인 또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작품은

    표면상으로는 위만의 침탈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기실 왕조의 실정이나

    무능, 사회의혼란 등이 패망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동하였을 것이므로

    그녀의 죽음은 이러한 사회관계50)에서 발생한 것이라 할 수도 있을 것

    이다.

    이 작품 역시 앞의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죽음에 대한 왕조의

    책임이나 원망에 대해서는 서사화 하지 않는다. 역시

    국가라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사회서사가 전쟁서사와 절개서사에 의해

    무화되고 있으므로 앞의 작품들과 비슷한 서사화 전략으로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의 두 작품과의 차이는 기씨녀와 홍생의 관계맺음

    에서 발생한다.

    홍생과 기씨녀가 처음 만났을 때, 작품의 전개 상 이나

    처럼 기씨녀 또한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죽은 여인이므

    로 홍생과 더불어 남녀의 애정을 지향할 법도 하지만 그러한 기세는 전

    49) “服之累月 忽覺身輕氣健 磔磔然 如有換骨焉 自是以後 逍遙九垓 儻佯六合 洞天

    福地 十洲三島 無不遊覽”, , 541면.

    50) 엄밀하게 보면, 에 등장하는 여성의 죽음은 왕조나 국가 등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본고에서는 이를 통괄하는 보편적인

    의미로서 사회적 관계로 이해했음을 밝힌다.

  • 64 한국문학논총 제59집

    혀 드러나지 않는다. 도리어 홍생을 상대로 비장한 자세로 왕조의 흥망

    에 대한 역사적 회고를 술회한다. 그러자 홍생은 그런 여인을 바라보면

    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속세의 우매한 백성으로서 초목과 함께 썩는 것이 마땅합니다. 어찌

    왕손인 천녀(天女)와 더불어 창화(唱和)하기를 바라겠습니까?”51)

    에서 애정서사가 부각되지 않는 이유는 남녀 대화의

    중심이 역사적 담론의 장으로 확장되기 때문이기도 하며 위의 인용문과

    같이 남녀의 분명한 신분적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작품의 서두에서 홍

    생은 송도에 살면서 배를 수단으로 장사를 하는 부호(富豪)의 신분으로

    등장한다. 그에 비해 여인은 기자 조선의 후예로서 왕족의 신분을 지닌

    존재이다. 이러한 뚜렷한 신분적 차이로 인해 두 남녀는 육체적 애정 관

    계로 발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홍생이 여인의 죽음에 대한 직접적 책임이 없는 것은 과 비슷하지만 여인의 원한이 남녀의 애정 추구를 지향하는 방향이

    아니라 국가의 흥망에 대한 설움이라는 곳에 있었고 또한 신분적 차이

    가 너무나 현저하여 여인에 대한 홍생의 역할이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

    에 없었다. 의 여인이 인연을 절실히 원하는 상황에서

    양생을 만나게 되었으므로 양생의 역할이 분명하고 여인에 대한 적극적

    인 협력자의 위상을 갖추게 되었지만 의 여인은 인연에

    대한 갈망도 남성에 대한 지향도 없었으므로 홍생은 단지 여인에 대한

    관찰자로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보자.

    “이곳에서 시를읊조리는 사람이 있더니 지금은 어디로갔을까요? 나

    51) “下土愚昧 甘與草木同腐 豈意與王孫天女 敢望唱和乎”, , 540면.

  •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 65

    는꽃과 달의요물도 아니고 연꽃 위를 거니는 여인도 아닙니다. 다행히

    오늘 저녁을 맞아 넓은 하늘에는 구름한 점 없고 달은 높이 솟아 은하

    수 맑고 계수나무 열매 떨어져 백옥루 차가우니 한 잔의 술과 시 한 수

    로 그윽한 정회를 풀어볼까 했는데 이런 좋은 밤을 어찌 그냥 보내겠습

    니까?”52)

    인용문과 같이 의 여인은 이나 의 여인처럼 육체적 사랑을 추구하기 위한 남성적 인연을 바

    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좋은 밤을 맞이하여 한 잔의 술과 시를 통

    해 만단정회를 풀 수 있는 상대를 찾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 존재가 여

    성이냐 남성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생과 기씨녀가 만나게 되었으므로 의 서사가 기씨녀라는 여성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씨녀의 존재감이 작품 전체를 압도하는 가운데

    홍생은 그녀를받들면서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여인과 이별한 후, 그녀에 대한 연모의 정이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 병

    이 들기까지 한다.53) 나아가 작품의 말미에서는 홍생이 죽어서 견우성

    막하의 종사관이 되는데 이 역시 여인이 옥황상제께 부탁했기 때문이라

    고 끝맺고 있어 의 여성 중심적 서사화는 더욱 두드러

    진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과 처럼 남녀의

    육체적 애정 추구가 아니라 기씨녀와 홍생의 정신적 애정 추구가 두드

    러지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일종의 애정서사가 펼쳐지는 것은 비슷하나

    그것의 성격이 앞의 두 작품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지니는 특징을 보이

    52) “此間有哦詩者 今在何處 我非花月之妖 步蓮之姝 幸値今夕 長空萬里 天闊雲收

    冰輪飛而銀河淡 桂子落而瓊樓寒 一觴一脉 暢敍幽情 如此良夜何”, , 546면.

    53) “生念娥 得勞瘵尫羸之疾 先抵于家 精神恍惚 言語無常 展輾在床 久而不愈”, , 535면.

  • 66 한국문학논총 제59집

    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 서사는 이미 오래 전 역사 속에서 발생

    한 국가의 흥망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서사가 전쟁서사

    나 열녀서사에 포섭된 상태로 전개되고 있고 홍생과 여인 또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남성 중심이 아닌 여성 중

    심의 서사가 전개되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Ⅳ. 결 론

    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내는 것은 일종의 흥미로운 탐험과 같다.

    김시습의 ≪금오신화≫ 역시, 작품 간의 상호적 연관성과 더불어 각각의

    개별성이 존재하는 작품이므로 작품 속에 내재하는 유사와 차이를 매개

    로 각각의 작품을 이해한다면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읽기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본고는 이러한 차원에서 ≪금오신화≫에 등장하는 세

    작품을 여성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서사화 전략이라는 관점으로 해석하

    고자 하였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 , 의 서사화 전략은 여인의 죽음이라는 축과, 여성과 남성의

    관계맺음이라는 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각각의 방향성을 달리하면서

    전개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은 수혜자의

    입장에 있는 이생을 부각시키기 위한 남성 중심적 부부서사로 진행되었

    으며, 는 적극적 협력자의 위상을 점하는 양생과 효서사

    의 중심에 있는 여성 가운데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은 중립적인 가족

    서사로 진행되었으며, 는 관찰자적 입장을 취하는 남성

    보다는 국가의 흥망에 관한 담론을 펼친 여성을 중심으로 한 여성 중심

    적 사회서사로 진행되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 67

    이러한 서사화는 전쟁서사와 절개서사가 여인의 죽음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갖는 대상에 관한 서사를 무화시키는 방식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세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일관된 서사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세 작품의 서사는 전쟁과 이념의 기반 위에서 형성된애정서

    사가 구체화되는 반면 부부, 가족, 사회에 대한 서사가 추상화되는 방식

    으로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 68 한국문학논총 제59집

    참고문헌

    고정갑희, 성장치와 여성주의 문화론 , 여/성이론 2호, 도서출판여이연, 2000, 7-31쪽.

    김경미, 전기소설의 젠더화된 플롯과 닫힌 미학을 넘어서 , 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 20집, 한국고전여성문학회, 2010, 213-242쪽.

    김수성, ≪금오신화≫와 ≪전등신화≫의 비교연구 , 성균관대학교 박사

    학위논문, 1995, 1-208쪽.

    김수연, ≪금오신화≫의 구조미학: 相違와 疏通의 ‘游’ , 고전문학연구 38집, 한국고전문학회, 2010, 311-340쪽.

    김용기, 의 서술방법과 인물 성격의 형상화 방식 연

    구 , 우리문학연구 22집, 우리문학회, 2007, 3-30쪽.박일용, 의 결혼과 절사 장면에 나타난 환상성과 그 의

    미 , 고전문학과 교육 11집, 한국고전문학교육학회, 2006, 297-326쪽.

    박일용, 의 규장과밀회 장면에 나타난 환상성과 그 현실

    적 의미 , 고소설연구 20집, 한국고소설학회, 2005, 5-35쪽.박일용, 조선시대의 애정소설, 집문당, 2000, 1-473쪽.박희병, 한국, 중국, 베트남 전기소설의 미적 특질 연구 , 대동문화연

    구 36집,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2000, 35-78쪽.박희병, 한국전기소설의 미학, 돌베개, 1997, 1-256쪽.서지영, 규범과 욕망의 틈새: 조선시대 문학 속의 섹슈얼리티 , 한국

    고소설과 섹슈얼리티, 보고사, 2009, 9-36쪽.시모어 체트먼 저, 최상규 역, 원화와 작화, 예림기획, 1998, 1-425쪽.신재홍, ≪금오신화≫의 환상성에 대한 주제론적 접근 , 고전문학과

    교육 1집, 청관고전문학회, 1999, 301-321쪽.이혜순, 열녀전의 입전의식과 그 사상적 의의 , 조선시대 열녀담론,

  •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 69

    월인, 2002, 9-35쪽.

    이혜정, 전쟁과 평화에 대한 여성주의적 독해 , 한국여성철학 4권, 한국여성철학회, 2004, 59-78쪽.

    임형택, 매월당 문학의 성격-방외인 문학의 세계와 현실주의 정신 ,

    대동문화연구 13,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1979, 78-81쪽.장개종, 한․중․월 전기소설의 비교연구 ,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

    문, 1992, 1-146쪽.

    장윤환, ≪금오신화≫의 환상성 연구, 경희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1,1-96쪽.

    정규식, 의 성적 욕망과 자기 정체성 확립 , 고소설연구 22집, 한국고소설학회, 2006, 5-34쪽.

    정규식, 의 인물 연구 , 고소설연구 28집, 한국고소설학회,2009a, 5-37쪽.

    정규식, 과 육체의 서사적 재현 , 한국문학논총 53집,한국문학회, 2009b, 231-261쪽.

    정규식, 에 형상화된 삶의 권력과 죽음의 권리 , 고소설연구 31집, 한국고소설학회, 2011, 41-70쪽.

    정출헌, 서거정과 김시습: 조선초기 사대부 문인의두 초상 , 동양한문학연구 21집, 동양한문학회, 2005, 223-248쪽.

    조동일, 15세기 귀신론과 귀신이야기의 변모 , 한국의 문학사와 철학사, 지식산업사, 1996, 127-183쪽.

    조동일, 한국소설의 이론, 지식산업사, 1977, 1-472쪽.최용철, ≪금오신화≫의 판본, 국학자료원, 2003, 1-596쪽.홍인숙, 열녀담론의 새로운 독해 , 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 5집, 한국

    고전여성문학회, 2002, 85-118쪽.

  • 70 한국문학논총 제59집

    A Study on three women of

    ≪Geumosinwha≫ and Narrative features

    Chung, Ku-Sik

    The purpose of this article, ≪Geumosinwha≫ three people feminine

    people which appear is to grasp the narrative strategy of each work

    with the center.

    That appeared in the work of each individual in the way of the

    same woman called and analyze how the presence of her back, it's a

    narrative of individual works and whether the discussion was to

    relate to.

    As a result, ≪Geumosinwha≫ of the female figure appeared

    , ,

    the narrative strategy of the shaft and the girl's death, bring forth the

    relationship between women and men at the point where the axes

    intersect each unlike the direction and development has been

    confirmed.

    of the narrative perspective of the

    beneficiaries to highlight in this life for a male-dominated narrative of

    the couple were run with. of the narrative that

    occupies the active phase of the curing and co-workers in the center

    of narrative of hyo women on either side of the biasing that was

    conducted by a neutral narrative of the family.

    to take the position of the narrativec efforts

  •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 71

    of the observed rise and fall of the country than men, expand the

    discourse on women-centered community with a focus on women

    was conducted in narrative of the society.

    Based on such an epic narrative of the war, and the incision of the

    narrative directly responsible for the death of a woman on the target

    narrative abstraction, which was conducted in a manner that is

    consistent through the three films can be called the narrative way.

    Key Words : ≪Geumosinwha≫, ,

    , , narrative

    of the couple, narrative of the family, narrative of the

    society.

    논문접수 : 2011년 11월 10일

    심사완료 : 2011년 12월 8일

    게재확정 : 2011년 12월 12일

    《금오신화》의 세 여성과 서사적 특징국문초록Ⅰ. 문제 제기Ⅱ. 전쟁과 이념으로 인한 여성의 죽음Ⅲ. 남성과의 관계 설정과 서사화 방식Ⅳ. 결론참고문헌〈Abstract〉